[줌인] "코로나 심리방역, '적정 불안' 유지해야…과소공포도 문제"

김현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정신과 전문의)
심리방역, '적정 불안' 유지하는 균형·희망 찾기
이탈리아 및 일부 20대 과소공포 전형
약간 피로감 느끼는 게 정상
방어기제와 면역체계 발동 탓에 에너지 소모
재난 시기 세계적 권장어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등록 2020-03-17 오후 4:06:14

    수정 2020-03-17 오후 7:50:13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심리방역이라는 게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게 아닙니다. 적정한 불안감이 필요하지만, 사재기가 일어나는 과대공포도 문제고 아무 신경도 안 쓰는 과소공포도 걱정거리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을 달래는 ‘심리방역’ 최일선에 선 김현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사진)은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원래 하던 정신과 진료와 자살예방센터의 일에다 지난달 24일부터는 서울시의 ‘코비드(COVID)19 심리지원단’의 수장 역할까지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재난 전문가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경기도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장으로 재난 후 심리 지원에 참여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을 통해 감염자 돌봄 프로그램 등을 만들었다. 세월호 사태 때 경험을 기반으로 해서 출범한 전문가 단체인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의 부회장도 역임했다. 그를 지난 16일 서울시 구로구의 자살예방센터에서 만났다.

“심리방역은 감염 공포로 인해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심리적 도움이에요. 부적절한 행동이라 함은 과다한 공포로 인한 도덕 위반 행동들, 과소공포로 인한 감염전파 행동들이죠.”

과다 공포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행동은 최근 미국에서 번지는 생필품 사재기다. 또 감염 공포로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 고립과 단절, 엉뚱한 소문에 휘둘리기, 비과학적 방법으로 감염증에 대처하기 등이 과다 공포로 인한 행동이다. 거꾸로 유럽에서 급속도로 코로나19 확산이 일어난 이탈리아와 불야성을 이루는 클럽 등에 몰려드는 일부 국내 20대들에게는 과소공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게 김 센터장 판단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15개 지역에 대해 봉쇄령을 내린 것은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 국민에 대한 ‘극약 처방’이라는 분석이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19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의 불안과 대중의 불안이 비슷해지면 심리방역이 성공하는 것”이라며 “적당한 불안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 지내면 큰일은 안 생긴다는 마음가짐으로 국민들이 이 시기를 잘 견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약간의 피곤과 피로를 느끼는 게 지극히 정상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불안이 생기면 몸에서는 면역체계가 활성화되고 마음에서도 심리적 방어기제가 동원돼 평상시보다 에너지를 더 쓰게 돼 결국 피로하게 된다”며 “특히 감염병의 경우 다른 질병과 달리 ‘나에게 옮을 수 있다’는 전염성 때문에 개인의 불안과 군중심리를 더 키운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이 출범한 1월 29일 이래 지난 16일 오전 9시 현재 확진자 및 가족이 전화상담을 신청한 건수는 7737건에 달한다. 같은날 확진자 수가 8236명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확진자가 심리 불안을 호소하며 상담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가트라우센터는 물론 영남권 트라우마센터, 국립나주병원, 공립춘천병원, 공립공주병원 등 5곳의 자가격리자 및 일반인 상담건수 4만 2760건까지 더하면 전체 상담건수는 5만 497건에 이른다.

김 센터장이 강조하는 심리방역의 구체적 팁은 ‘마음 백신 7가지’이다. △격려 백신-나를 격려하기 △긍정 백신-좋은 일 하기 △실천 백신-위생수칙을 솔선수범 실천하기 △지식 백신-제대로 알기 △희망 백신-끝이 온다는 것을 알기 △정보 백신-도움 받는 법 알아두기 △균형 백신-이성의 균형 유지하기 등이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적절한 불안 속에서 생활을 해 나가는 ‘균형’과 감염병은 계속되지는 않고 조만간 끝난다는 ‘희망’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감염병 재난 시기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말이 ‘we will get through this’”라며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했다. 미국에서 자가격리자에게 배포하는 안내용 책자에는 이 말 외에 어떤 다른 말도 들어있지 않다고 한다. 위로와 애도, 쉼이 필요한 사람에게 ‘힘내(파이팅)’, ‘이제 털고 일어나야지’ 등의 말은 2차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잘못된 말이다.

특히 이런 감염병 재난 시기에는 마스크 양보 캠페인, 대구경북 지원 캠페인 등 미담 발굴이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분석이다. 이 센터장은 “국제보건기구(WHO)에서도 감염재난 시기에 부정적인 뉴스 홍수 속에서 긍정 뉴스를 발굴해 시민의 불안을 중화시키라고 한다”며 “포용과 관련된 긍정 뉴스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융통성을 발휘해서 잘 대처하고 있다”며 “방역이든 심리방역이든 우리가 잘 하고 있다는 식으로 스스로 자꾸 격려해야 불안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주문했다. 마스크를 제외하면 다른 생필품에 대한 사재기도 없는 데다 주요 감염 집단에 대한 극단의 공포나 적개심은 아직 없는 수준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김 센터장은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들이 제대로 된 절차없이 장례를 치르고 있는 것에 대해 “재난에 따른 애도는 다 어렵다”며 “가족들이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애도에 동참해 그들의 슬픔을 알아주고 재난으로 인한 손실을 충분히 보상해줘야 한다”고 했다.

◇김현수 센터장은...

△1966년 서울 출생 △중앙대 의대 졸업 △전 서울 강서 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 △전 경기도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 △전 경기도 재난심리지원센터장 △전 안산 정신건강 트라우마 센터장 △전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부회장 △현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센터장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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