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 대한민국 최초 주상복합건물로 지어져 ‘7080시대’ 전자·전기산업 거점으로 명성을 날렸던 세운상가가 제4차 산업 혁명을 이끌 전략 거점으로 재탄생된다. 서울시에서는 처음으로 이뤄지는 4대문 내 재정비사업이다. 10년 넘게 개발이 지체된 세운4구역에는 대형 광장을 중심으로 호텔·오피스·오피스텔 등이 들어선다.
4차 산업 거점 공간으로…종묘~남산 이어지는 보행길 완성
세운상가는 과거에는 ‘잠수함도 만든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 산업의 거점이었지만 용산전자상가가 생긴 이후는 쇠퇴일로를 겪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부터 이 일대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내놓았지만 번번이 상인들의 반발에 부닥쳐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올해는 이런 활동들을 지원하는 거점 공간이 3단계에 걸쳐 문을 연다. 3월에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교육, 제작 활동을 지원하는 4개 전략기관(서울시립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씨즈, 팹랩서울)의 입주 공간이 개관한다. 5월에는 세운~대림상가 구간에 설치될 보행데크 옆 난간 쪽에 ‘세운 메이커스 큐브’라는 이름의 창업공간 29개가 조성된다. 여기에는 드론 개발실, 스마트의료기기개발실 등이 만들어져 스타트업이 입주해 창작·개발 활동을 할 수 있다. 3월 중 입주 기업을 모집할 예정이다. 8월에는 세운상가와 외부를 연결하는 문화시설이 조성을 완료한다. 세운상가 옥상에는 남산과 종묘가 한눈에 들어오는 쉼터가 생기고 청계천 복원 당시 철거됐던 공중보행교(세운보행교)도 부활한다. 옛 초록띠공원은 광장으로 바뀌며 지하에는 공사 중 발견된 조선시대 중부관아터와 유적 전시관이 조성된다.
세운4구역 개발 청사진 나와…재정비사업 ‘박차’
올해로 12년째 지지부진하던 세운4구역 정비사업도 정상화된다. 세운4구역은 2004년 최고높이 122.3m 개발계획이 수립됐지만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등의 역사경관 훼손이 우려된다는 지적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고층으로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면서 사업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시는 기본설계안 마련을 위해 세운4구역 국제지명현상설계공모를 추진해 네덜란드 출신 루드히 에테마의 ‘서울세운그라운즈(Seoul Sewoon Grounds)’를 최종 선정했다. 설계안에 따르면 지하와 저층부는 세운4구역 내 보존 가치가 있는 역사건물 8채과 옛 골목길 등이 보존된 채 청계광장까지 보행길로 이어진다. 건물 중심부는 상점과 제조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세운상가 데크와도 이어진다. 세운상가 등 다양한 건물 옥상이 이어지는 최상부는 공원으로 조성돼 시민에게 개방된다. 시는 연내 각종 심의와 인허가를 완료하고 2021년 착공, 2023년 준공할 계획이다.
세운4구역 개발과 함께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내 다른 구역 역시 사업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세운 재정비촉진지구는 171구역으로 나뉘어 현재 각각 개발이 진행 중인데 이 중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는 곳은 3-5·3-7·6-3-1, 2구역 등 10개 구역으로 호텔·주상복합·오피스 등이 들어서게 된다. 옛 극동극장이 있던 6-2-46구역은 현재 지상 12층 규모의 호텔이, 을지로 4가 덕수중학교 인근(세운 6-3-1, 2구역)에는 지상 20층 규모의 업무시설이 공사 중이다.
박원순 시장은 “세운상가는 청년의 혁신과 기술장인의 노하우, 미래기술이 결합해 서울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며 “주민의 오랜 숙원이었던 세운4구역 개발도 본궤도에 오른 만큼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