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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연일 900명에서 1000명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현장 의료진들이 장기간 피로 누적 외에 또 다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진단검사를 받으러 온 수검자와 코로나19 환자에게 폭언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보람보다는 오히려 ‘허탈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선별진료소에서 3달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반말로 의료진을 대하는 것도 예사다. 그는 “수검자들이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됐을까 불안한 마음에 많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 항의가 많다”며 “다른 간호사들한테도 비일비재로 일어나는 일이라 꾹 참고 넘겼다”라고 토로했다.
경기도의 한 코로나19 격리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B(30·여)씨도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코로나19 환자의 한 보호자가 “자식이 부모를 보겠다는데 왜 막냐”며 막무가내로 면회하겠다고 난동을 부린 것. 이 과정에서 보호자는 B씨를 향해 욕설을 퍼붓고 밀치기까지 했다. B씨는 “병원의 매뉴얼대로 했을 뿐인데, 내가 왜 욕을 먹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의료진을 향해 난동을 부린 한 수검자가 경찰에 입건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 강남구 선별진료소에서는 의료진을 향해 욕설 난동을 부린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지난 16일 코로나19 진단 검사 도중 검체 채취를 하던 의료진에게 “XX아, 똑바로 못해?”, “내가 민원 넣으면 너 잘려” 같은 욕설을 쏟아내며 설치된 아크릴 벽을 주먹으로 수차례 내려쳤다.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아프다는 이유였다. 경찰은 이 남성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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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진료 환경 조성을 위해 만들어진 의료법 일부개정안인 이른바 ‘임세원법’이 지난해 4월 국회를 통과해 시행 중이지만 이를 무색하게 의료진을 향한 폭행이나 난동 행위는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0개 국립대학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병원 내 폭행·난동 발생 건수는 △2015년 29건 △2016년 74건 △2017년 92건 △2018년 149건 △2019년 128건으로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87건이 발생해 최근 6년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폭발하는 진단 검사량과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밀려 들어오는 상황이라 의료진들은 불미스런 일에도 마음을 추스를 여유가 없다. 선별진료소에서 간호사 A씨는 “4~5명이 수백명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마찰을 더 키우면 다음 검사가 계속 지체되기 때문에 억울하지만, 그냥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