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데자뷔'…부동산發 금리 인상 압박한 文정부

李총리 "금리 인상, 심각히 생각할 때"
부동산發 금리 인상 압박성 발언 해석
12년 전 盧정부 말기와 놀랍도록 유사
시장 "연내 올릴듯"…10월 인상론 부상
곤혹스런 한은…"경기 종합 고려할 것"
  • 등록 2018-09-13 오후 4:05:43

    수정 2018-09-13 오후 4:52:05

이낙연 국무총리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지금으로부터 거의 12년 전인 2006년 11월6일. 당시 김수현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한국은행을 찾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를 목전에 둔 미묘한 시점, 이성태 총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김 비서관과 한은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청와대가 금리 인상을 위해 움직였다는 관측에 시장은 출렁거렸다.

이유가 있었다. 국정홍보처에서 나온 한 칼럼은 ‘저금리’의 부작용을 강하게 지적했고, 이는 곧바로 청와대의 마음인양 여겨졌다. 그 즈음 노무현 대통령도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불안한 부동산 시장을 조기에 진정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던 터였다. 그렇게 부동산발(發) 금리 인상론은 비등해졌다. 그 와중에 김 비서관의 한은 방문은 결정타를 날렸던 것이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그때도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많아 금리 인상보다 인하에 대한 논쟁이 더 많았다”며 “청와대의 인상 압력설이 퍼졌던 건 부동산 때문이었다”고 했다.

李총리 “금리 인상, 심각히 생각할 때”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12년 후인 2018년 9월13일. 노무현정부 때가 데자뷔처럼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불과 몇 시간 앞둔 이날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가 예기치 못한 발언을 했다.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 권한”이라는 ‘모범답안’을 놔두고 이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압박성 발언으로 읽힌다.

이 총리는 ‘금리가 문재인정부 경제 정책의 딜레마가 될 것’이라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 유출이나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 따른 문제, 가계부채 부담 증가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박근혜정부 때 금리 실책의 문제가 있었으면 정권이 바뀌었으니 여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박 의원의 지적에는 “정부가 바뀐 뒤 금리 정책에 대해 여러가지 고민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고민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금리 인하가 나름의 이유는 있었겠지만, 결국 ‘빚내서 집 사자’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며 “가계부채 증가 역작용을 낳은 게 사실”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총리의 언급은 가볍지 않다. 이미 여당 내에 이런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통으로 꼽히는 최운열 의원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부동산 문제에 통화·금리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곤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주열 총재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현재 주택 문제는 경기 요인보다 구조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고 해결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며 부동산발 금리 인상론에 선을 그었던 터라 더욱 그렇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는 부동산뿐 아니라 경기와 물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시장 “연내 올릴듯”…10월 인상론 부상

당장 채권시장은 출렁이고 있다. 시장 한 인사는 “경기 여건 탓에 연내 금리 인상이 어렵겠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그런데 올해 한 번은 올리지 않겠냐는 쪽으로 옮겨가는 것 같다”고 했다. “한은이 아니라 정부가 신호를 준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10월 인상론’도 나오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한때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과 비교해 26틱 급락하기도 했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를 뜻한다. 틱이 하락하는 건 선물가격이 약세라는 의미다.

한은 금통위는 10여년 전인 2007년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4.500%→5.00%)했다. 두 번 연속 인상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일각에서는 한은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또다른 금융시장 관계자는 “정부 압박에 한은이 인상에 나서기 더 애매해졌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금리 탓으로 돌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깜짝 놀란 눈…뭘 봤길래?
  • "내가 몸짱"
  • 내가 구해줄게
  • 한국 3대 도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