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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은 30일 채권단에 “금호타이어에 대한 컨소시엄을 먼저 허용하면 자금 조달 계획서를 제출하겠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지난 28일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이 설득력 있는 컨소시엄 구성방안을 제출하면 허용 여부를 재논의하겠다”는 내용과 정반대 입장이다.
금호그룹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고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더블스타의 ‘금호 상표권’ 불허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도 강경한 입장이다. 박 회장의 언론플레이와 주장에 대해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채권단은 전날 “다음달 19일까지 박삼구 회장 측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밝혀라”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이 기간에 박 회장의 입장이 나오지 않으면 원칙대로 더블스타와 인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결국 법정 다툼이 불가피해졌다. 박 회장 측이 지난 29일 발표한 공개질의서도 이를 대비한 사전조치라는 해석이다. 질의서에서 금호그룹은 “산은과 채권단은 박 회장이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면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재논의한다는데 이를 컨소시엄 허용이라고 봐도 되느냐”는 점과 “산은은 더블스타에 보낸 확약서 때문에 법적 피소 가능성이 있어서 컨소시엄을 허락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이 확약서를 취소하는 것이냐” 등을 물었다.
자신들의 인수가 무산될 경우 ‘금호’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금호 브랜드에 대한 권리는 금호산업(002990)이 보유하고 있다. 이 경우 현재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더블스타가 주요하게 고려했던 금호 브랜드 사용이 무산되고, 이 경우 인수에 따른 장점이 퇴색돼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한 전문가는 “실제 법적 다툼으로 비화할 경우 매각 작업이 늦어질 수밖에 없어 채권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채권단이 어떠한 결정을 내려도 더블스타나 금호그룹에게 소송을 당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