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도네넴띤, 한글이라 가능한 '야민정음'의 세계

  • 등록 2019-02-19 오후 6:11:30

    수정 2019-02-19 오후 6:11:3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19일 오후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는 괄도네넴띤이라는 정체불명의 어휘가 올라왔다.

괄도네넴띤은 팔도비빔면의 매운맛 버전 신제품의 이름으로, 팔도는 이 제품을 500만개 한정 출시한다고 밝혔다. 식품업체가 이른바 ‘야민정음’을 자사 제품에 공식 적용한 것이다. 팔도는 이같은 표기가 자사의 슬로건 ‘색다른 즐거움’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상품화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야민정음’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글 표기가 시각적으로 비슷한 경우 이를 치환해 부르는 일종의 언어유희다. ‘야갤’과 ‘훈민정음’을 합친 신조어로, ‘멍멍이’를 ‘댕댕이’로 부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야민정음의 유행은 한글 특유의 모아쓰기 규칙과 관련 있다. 영어는 알파벳을 일렬로 늘여쓰나 한글은 초중종성에 해당하는 자소를 좌, 우, 아래 세 가지 배치로 합쳐 쓴다. 이 때문에 붙어 있는 자소들이 다른 형태로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컴퓨터에서 많이 쓰이는 고딕 폰트들은 이러한 효과를 더욱 부추긴다. 그 결과 위에서 예시한 ‘멍멍이-댕댕이’의 경우 ‘멍’과 ‘댕’이 닮아 보이게 된다.

팔도비빔면이 ‘괄도네넴띤’으로 바뀐 데는 제품의 포장 스타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팔도는 복고풍의 뉴트로(new + retro) 스타일을 제품 포장에 사용했다고 밝혔는데, ‘팔도비빔면’ 표기 글꼴 역시 제작기법 특성상 글자가 끊어져 보이는 고전적인 ‘스텐실 컷’ 기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비’의 ‘ㅂ’ 가운데가 끊어져 전체적으로 ‘네’로 보이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괄도네넴띤’ 발매에 소비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젊은층들은 “재미있는 마케팅”이라며 제조사의 판단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글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과도한 우려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실제 인터넷 보급 초창기 외계어 등 온갖 괴상한 유행어의 범람에도 한국인의 언어생활은 근본적으로 바뀐게 없다. 말장난 몇 마디에 무너질 정도로 언중의 언어 사용 문화가 허약하지는 않은 셈이다. 누리꾼들이 특이한 라면 상품의 발매에 “한글의 위대함”을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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