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M&A로 이어지는 삼성폰의 혁신

  • 등록 2017-03-30 오후 5:43:16

    수정 2017-03-30 오후 8:03:38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SW)를 중요시하는 쪽으로 전략을 변경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4차산업사회 핵심인 인공지능(AI) 서비스 ‘빅스비’를 이번 ‘갤럭시S8’을 통해 선보였지만 최근 3~4년 전부터 자체 연구개발(R&D)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탈 하드웨어 기업’이 되기 위한 시도를 이어왔다.

삼성전자(005930)가 SW의 중요성을 처음 깨달은 것은 ‘아이폰 혁명’이 한창이던 2009년. ‘바다 운영체제(OS)’로 독자 OS에 도전했지만 결국 구글의 벽을 넘지 못하고 5년 만에 철수하는 쓴맛을 봤다. 이후 ‘타이젠’ OS를 내놓고 현재 일부 지역에서 단말기를 출시하고 있지만 존재감은 미미하다. 세계 스마트폰 OS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구글 안드로이드의 벽이 워낙 높아 사실상 모바일 OS에서 독자적인 힘을 갖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녹스·삼성페이에 이어 빅스비까지 성과

그러나 보안 플랫폼 ‘삼성 녹스’, 모바일 결제 ‘삼성 페이’, 생체인증 플랫폼 ‘삼성패스’ 등 굵직한 스마트폰용 SW를 잇달아 스마트폰에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SW 경쟁력을 서서히 보여주기 시작했다.

작년 소손 사태를 겪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갤럭시노트7’은 삼성의 SW 전략에 이정표로 남을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하드웨어의 상향 평준화로 스마트폰 시장이 가격을 낮추는 제로섬 게임으로 재편돼 가는 가운데, 삼성이 그림 그리고 있는 SW 전략이 어떤 것인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제품에 첫 적용된 홍채인식 기능은 ‘녹스’, ‘삼성페이’와 연동되면서 간단한 웹 로그인부터 금융결제, 쇼핑까지 타사가 흉내낼 수 없는 서비스를 구현했다. 전자 필기구인 ‘S펜’을 통해 번역, 꺼진화면 메모 등 다양한 이용자 편의 기능을 향상하는 등 ‘세세한’ 부분에서도 SW 경쟁력을 자랑했다.

이번 ‘갤럭시S8’에는 기존 지문, 홍채인식에 이어 안면인식 기능까지 추가했다.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최초로 세 가지 생체인식 기능을 모두 제공하는 신제품에 호평을 내놓고 있다.

비브랩스가 개발한 ‘빅스비’는 스마트폰 시장이 모바일 앱 중심에서 음성인식 통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터치’ 입력방식을 음성으로 확장하는 첫걸음이다.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유롭게 각자 서비스를 삼성 서비스에 쉽게 붙일 수 있는 게 빅스비의 장점이며 향후 지능형 서비스의 개방형 생태계 구축이 용이해진다.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외에 TV, 가전 등 모든 기기를 인공지능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연결, 삼성 전체 제품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고동진 사장 “SW에 깊은 관심”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은 실제 SW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사장은 지난 2000년 정보통신총괄 유럽연구소장으로 영국에 있던 시절 SW에 눈을 떴다. 유럽연구소는 통신 장비에 들어가는 모뎀이나 칩 프로토콜 관련 연구를 담당했는데 이는 SW를 기반으로 한다.

고 사장은 작년 갤럭시노트7 출시를 앞두고 “당시 제가 직접 개발하지는 않았고 운영 책임자였지만 소프트웨어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소프트웨어는 평범한 100명을 갖다 놓아도 잘하는 사람 한 명을 못 따라갈 수 있다. 2년 경력자가 15년 경력자보다 더 잘 할 수도 있는, 사람이 매우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드웨어 인력이 김장김치 같다고 하면 소프트웨어 인력은 묵은지와 같다.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 분야”라면서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보안솔루션 녹스와 삼성페이 개발을 진행해 왔는데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고 방해가 안 되도록 지원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 개발에 SW 인력 약 3000여명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인 R&D와 M&A로 미래 대비 중

이는 삼성전자가 지속적인 R&D와 M&A를 통해 SW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 미국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개발회사인 ‘스마트싱스’, 2015년 미국 전자결제 회사 ‘루프페이’를 인수하며 스마트가전 및 삼성페이를 위한 초석을 닦았다. 작년에는 ‘빅스비’를 개발한 비브랩스 외에도 미국 클라우드 전문업체 ‘조이언트’, 캐나다의 문자메시지 겸용 ‘통합메신저서비스(RCS)’ 기업인 ‘뉴넷 캐나다’ 등 IT SW 업체를 잇달아 인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조이언트 인수에 대해 “단순히 그룹 클라우드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등 3년, 5년, 7년 뒤를 바라보고 무선사업부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전체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고객 만족을 위해서라면 또 다른 업체 인수를 마다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뉴넷 캐나다의 경우 향후 AI, 챗봇 등 서비스를 위해 인프라를 구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빅스비로 문자메시지(SMS)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RCS 관련 기술이 필요한데 이 분야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내구성과 실행속도, 배터리 용량 등 하드웨어를 기준으로 스마트폰을 고르는 소비자는 이제 없다. 하드웨어의 혁신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얼마나 섬세하게 고객이 요구하는 SW 기능을 구현하느냐가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관건이다. 단순히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미래 4차산업 사회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SW가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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