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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느적거리는 깊은 맛'…화려한 머리결 여인 뒤태를 닮다

△갤러리마레서 개인전 연 작가 에밀리영
현실에는 없는 꽃과 자연, 패턴으로 그려내
가장 익숙한 대상 가장 낯선 대상으로 바꿔
사실적 재현 아닌 주관적 관념이 키운 창조
  • 등록 2021-12-03 오전 3:30:00

    수정 2021-12-03 오전 3:30:00

에밀리영 ‘트랜스 리퀴드 프로젝트’(Trans Liquid Project·2021), 혼합재료, 100×100㎝(사진=갤러리마레)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숨 쉴 틈도 없이 빽빽한 꽃 무더기를 삼킨 화병. 아주 단순하고 매우 명징하다. 세상의 모든 화가가 그려온 것 또한 이거니, 무엇을 상상해도 거슬릴 게 없다. 그런데 좀 다르다. ‘세상의 모든 화가’가 그렸던 그 꽃이 아닌 듯한 거다. 휘몰아치듯 흘러내린 혹은 감아올린, 묘한 저 자태는 이제껏 본 적이 없으니까. 마치 풍성하고 화려한 머리결을 만든 여인의 뒤태를 보는 듯하달까.

그도 그럴 것이 작가 에밀리영은 현실에는 없는 꽃을 그린다. 누구도 못 봤을 자연을 그린다. 가장 익숙한 대상을 가장 낯선 대상으로 바꿔버린 건 작가가 그린다는 “판타지적 자연”에 힌트가 있다. 사실적인 재현이 아닌 주관적인 관념에서 키워낸 창조.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이해가 쉽단다. 화병에 꽂힌 건 꽃이 아니고 ‘패턴’이라니 말이다. 그 추상의 패턴을 모았더니 구상의 정물이 되더라고 했다.

작가의 판타지를 도와주는 건 재료다. 오일·아크릴·잉크·석채 등 여러 재료를 혼합해 만든 안료가 ‘흐느적거리는 깊은 맛’을 낸다고 할까. 연작으로 잇는 ‘트랜스 리퀴드 프로젝트’(Trans Liquid Project·2021)란 작품명도 거기서 나왔을 거다. 액체가 흘러내리듯 율동하는 생명, 순환하는 자연 말이다.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갤러리마레서 여는 ‘에밀리영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10일까지.

에밀리영 ‘트랜스 리퀴드 프로젝트’(Trans Liquid Project·2021), 혼합재료, 162×112㎝(사진=갤러리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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