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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검색결과 20건

블록체인과 네트워크 전쟁
  • [정재웅의 블토경]블록체인과 네트워크 전쟁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탑재하기로 한 데 이어 IBM이 블록체인을 이용한 실시간 금융결제 네트워크인 IBM 블록체인 월드와이어(IBM Blockchain World Wire)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고 발표했는가 하면 페이스북은 자사 메신저인 왓츠앱을 이용해 해외송금을 할 수 있는 블록체인 토큰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스타트업 위주였던 블록체인 산업이 재편을 앞두고 있다. 사실 삼성전자. IBM, 페이스북 등 IT 산업의 글로벌 대기업이 블록체인 산업에 참여를 선언하기 이전에도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과 다음카카오의 자회사인 그라운드 X 등 대기업 계열사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대기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나 스타트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나 블록체인이라는 본질은 동일하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스타트업이 진행하는 블록체인 비즈니스는 그 자체가 기업의 활동인 반면 대기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그들의 원래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는 정도다. 즉 삼성전자는 자사의 주요 비즈니스인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지갑 기능을 탑재했고 IBM은 IT 컨설팅이라는 자사 비즈니스의 강점을 이용하여 블록체인 기반 금융결제 네트워크를 가동하였으며, 페이스북 역시 사회 관계망 서비스와 메신저라는 그들 비즈니스의 기반 위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해외 송금기능을 탑재하려 하고 있다. 기존 스타트업의 비즈니스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던 사람들도 대기업의 이러한 참여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차이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그 차이점은 바로 네트워크다. 금융이나 인터넷 서비스는 네트워크가 중요하게 기능한다. 즉 이러한 비즈니스는 나 혼자만 사용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수록 그 가치가 증가한다. 예를 들어 은행을 비롯한 금융 서비스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며 그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할 때에만 비로소 가치를 한다. 인터넷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비즈니스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그 가치를 갖는다. 나와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람들이 많아져야만 해당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일이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네트워크가 중요하게 기능하는 비즈니스는 일종의 네트워크 의존성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여야 가치가 있는데, 그 네트워크가 가치가 있기 위해서는 다시 참여자가 많아져야 하는 동어반복적 상황이 발생하기에 초반에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이러한 네트워크 의존성은 블록체인 산업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토큰 혹은 암호화폐가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디앱이 많아져야 하는데 이러한 사용자와 디앱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다시 해당 블록체인 토큰이나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사용자와 디앱이 많아야 한다. 사용자와 디앱이 많아야만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사용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이러한 네트워크 의존성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의 결정적 우위가 나타난다. 대기업은 이미 자신들의 고유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기에 네트워크로서 가치가 있고 그렇기에 사용자가 이 네트워크에 참여할 유인과 가치가 생긴다.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톡 기반 블록체인 토큰을 발행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 예다. 이미 한국인 대다수가 카카오톡을 사용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에 카카오톡 기반 블록체인 토큰은 그 사용 가치를 갖는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을 비롯한 세계에서 블록체인 토큰 스타트업은 존폐의 기로에 선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비록 프로젝트 하나하나의 네트워크는 작거나 없지만 글로벌로는 결국 비트코인 혹은 이더리움이라는 기반 위에서 진행되며 그 자체로 네트워크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상호 연결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가치를 향상시키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이미 확립된 글로벌 대기업 기반 네트워크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 같은 경우는 많은 핀테크 스타트업과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협회를 만들어 꾸준히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자생적 네트워크의 형성을 어떻게 육성하느냐가 한국에서 핀테크와 블록체인 산업의 성공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2019.04.02 I 이정훈 기자
경쟁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니
  • [정재웅의 블토경]경쟁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니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경제학에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상황이지만, 경제 전체와 개인 입장에서 가장 좋지 않은 상황은 독점이다. 독점 사업자는 가격차별 혹은 그에 상응하는 수단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이윤을 추출할 수 있는 반면, 소비자는 개선되지 않는 재화 혹은 서비스를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업 입장에서 독점은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 후생(social welfare)를 감소시키기에 좋지 않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운영체제인 윈도에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부당하게 끼워팔아 경쟁사인 넷스케이프를 시장에서 제거하려 한 시도는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제를 받았는데, 이는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즉 MS의 행위로 인해 운영체제로 윈도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웹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잃고 익스플로러만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곧 익스플로러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웹브라우저 - 구글 크롬, 모질라 파이어폭스 등 - 이 출시되었고 이 경쟁을 통해 소비자는 자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웹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즉 경쟁을 통해 사회 후생이 증진된 것이다.이러한 경쟁을 통한 후생의 증가는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다. 상당히 오랜 기간 은행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예금과 대출을 살펴보자. 모바일 기술의 발달과 이를 통한 핀테크 기술의 발달은 오프라인 영업점이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 은행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러한 인터넷 은행을 통해 소비자들은 은행 영업점에 직접 가거나 기다리는 일 없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편리한 은행 거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혁은 해외 송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수십년 동안 해외 송금은 은행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되었다. SWIFT에 의해 운영되는 송금 메커니즘은 복잡하고 어려웠으며 이에 수반되는 높은 비용을 사용자에게 부과했다. 이러한 높은 비용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술한 바 있듯이 독점 때문이다. 은행과 SWIFT에 의해 해외 송금이 독점적으로 운영되었기에 높은 수수료가 가능했다. 하지만 핀테크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을 통해 다양한 해외 송금 서비스가 등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SWIFT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리플이나 얼마전 발표된 JP 모건의 JPM 코인이 대표적 예다. 특히 JPM 코인은 금융시장의 주요 참여자인 대형 은행 간 법정화폐 거래의 매개체로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첫 예다. 이와 같은 대형 은행 간 거래에 있어 블록체인 도입은 SWIFT의 독점적 지위를 깰 수 있는 시도다.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경쟁의 흐름에서 한 발짝 비껴선 상황이다. 얼마전 규제 샌드박스 2차 심사에서도 탈락한 모인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의 금융에 있어서 적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블록체인에 대한 정부의 이러한 대응은 시장을 안정시키는게 아니라 오히려 신기술에 대한 적절한 규제 시점을 늦추고 이에 더해 경쟁을 제한하여 사회적 후생을 제한하는 결과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적절하지 못한 규제로 인해 한국 블록체인 업계는 해외 수준을 따라잡지 못해 낙후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블록체인 산업 자체 뿐만 아니라 그와 연결되는 다른 분야의 혁신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낙후는 경쟁을 제한하여 결국 사회 전체적 후생의 개선을 제한한다.블록체인 기술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 후생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정부 정책의 전향적 전환이 필요하다.
2019.03.16 I 이정훈 기자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시장
  • [정재웅의 블토경]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시장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암호화폐시장이 횡보세를 보이고 블록체인 토큰 관련 각종 사기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의회 차원에서의 규제나 입법은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즉 시장이 소음(noise)으로 가득하고 정보 비대칭이 심각하지만 이를 규제할 법이나 권위있는 기관은 없다. 아니,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기관은 존재하는데도 이들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유력 종합지 중 하나인 J일보가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를 조만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투자자 혹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업계 종사자들이 알고 있듯이 이미 시중에는 블록체인 및 블록체인 토큰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디어가 여럿 있다. 블록체인 관련 미디어들의 등장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법률이 제정돼 적절한 규제가 이뤄지고 이를 관할하는 기관이 있다고 해도 미디어 혹은 언론은 필요하다. 소음과 신호를 구별한 최소한의 정보는 일반에게 공개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서, 소위 ‘선동’ 이라 일컬어지는 거짓 정보가 난무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언론과 이러한 언론이 소음과 신호를 구별하여 전달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물론 그 반대 경우도 있다. 얼마전 스캠(사기)임이 입증되었던 월드뱅크코인이 그 예다. 월드뱅크코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찍은 사진이라며 합성사진을 배포하고 각종 거짓 정보로 투자자를 오도했는데 더 큰 문제는 모 종합일간지 소속 객원기자가 월드뱅크코인과 대표 강석정씨에 대한 장문의 기사를 써서 보도한 일이다. 즉 대형 언론사조차 소음과 신호를 착각해 보도하는 상황이기에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전문 매체의 중요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문제는 이처럼 전문 미디어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더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상황을 야기하는 정부 정책과 의회 입법의 부재다. 정부에서는 이 근본적인 불확실성은 시장을 안정시키는게 아니라 오히려 끝없는 혼란으로 몰아넣는다. 지난 2017~2018 블록체인 토큰 버블이 문제가 되어서 규제 일변도라면, 사실 한국에서는 주식시장이나 파생상품 시장도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블록체인 토큰 버블보다 더 심한 버블과 더 심한 변동성이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언제나 제한된 정보로 판단하고,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를 가진 인간이 활동하는 금융 시장은 언제든 비합리적 판단 혹은 비이성적 과열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렇다면 그 비합리 혹은 비이성적 과열을 우려하여 시장 자체를 금지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적절한 규제를 통해 이를 적정 수준에서 제어함이 옳다. 금융의 역사를 봐도 여러차례 버블이 존재한 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항상 존재했고, 규제를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며 발전해왔다. 규제를 통해 정보 비대칭과 시장의 불확실성을 끊임없이 개선해왔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Frank Knight)는 그의 저서 <위험, 불확실성, 그리고 이윤(Risk, Uncertainty, and Profit)>에서 불확실성(Uncertainty)은 어떤 일이 발생할지와 그 일이 발생할 확률을 모두 모르는 것이고, 위험(Risk)은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알지만 그 확률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위험까지는 감당할 수 있지만 - 동전 던지기나 주사위 던지기에 돈을 거는 행위, 도박, 혹은 상승과 하락은 알지만 그 확률을 모르는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행위 등 - 불확실성에 대한 감내는 극단적으로 회피하는 성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는 마땅히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상황은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토큰 시장에 대해 극단적으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물론 한국은 이미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파생상품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으로 인한 개인 투자자의 손실을 막는다는 이유로 규제를 제정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유동성을 자랑했던 파생상품 시장을 확 주저앉힌 전력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라도 존재하는 것이 불확실성에 노출된 채 모든 시장 참여자를 불안에 떨게 하는 것보다는 낫다. 정부의 이런 정책 방향은 이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어리석은 일이다.
2019.03.09 I 이정훈 기자
뛰는 기술, 기는 규제
  • [정재웅의 블토경]뛰는 기술, 기는 규제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지난 2월 25일, 미국의 대형 은행 중 하나인 JP모건체이스가 암호화폐를 발행한다는 소식이 일부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 자산 2조 달러(한화 약 2,500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은행이 암호화폐를 발행한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놀랍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지난 29017년비트코인 버블 때 암호화폐는 사기라고 주장했던 제이미 다이먼이라는 데 있다. 물론 제이미 다이먼은 작년에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고, 블록체인 기술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제이미 다이먼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긍정 발언 이후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JP 모건 체이스는 전격적으로 암호화폐 도입을 선언한 것이다.현재 사람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은행 서비스는 사실상 19세기와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자동화기기(CD/ATM)가 도입되어 기본적인 창구 업무는 24시간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그 외 복잡한 서비스는 여전히 창구에서 전문화된 인력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물론 한국 같은 경우는 인터넷 은행이 설립되어 기존 소비자금융 - 예금, 적금, 신용대출, 계좌이체 및 소액 송금 등 - 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의 가입이나 기업금융의 경우는 여전히 은행에서 전문화된 인력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왜 이처럼 전문화된 인력의 도움이 필요한지 살펴보면, 결국은 전문성을 통한 학습과 정보 비대칭으로 귀결된다. 예를 들어 해외 송금의 경우, 국제은행간송금협회(SWIFT) 규격에 맞춰 전문을 주고 받아야 하기에 해당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의 도움이 필요하다. 은행에서 판매되는 펀드 혹은 보험 등 금융상품 경우에는 정보 비대칭에 따른 계약 전의 숨김 정보(Hidden Information)에서 파생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혹은 계약 이후의 기회주의적 행동(Opportunistic Behavior)에서 비롯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받은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한다. 즉 보험 상품의 예를 들어 살펴보면 보험 가입자는 자신의 병력을 숨겨 보험에서 이득을 취할 유인이 있거나(계약 전의 숨김 정보). 보험 가입 후 보험을 믿고 건강이나 재산 관리를 소홀히 할 유인이 있다(계약 이후의 기회주의적 행동).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상술한 역선택 혹은 도덕적 해이는 계약이 불완전하기에 발생한다고도 볼 수 있다. 즉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들은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를 예측할 수 없으며, 이들에 대한 평판에 대한 정보 역시 마찬가지로 없거나 있다고 해도 접근이 제한적이기에 계약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이를 이용한 역선택이나 도덕적 해이 문제 역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이러한 문제는 결국 정보와 계약의 문제다.만약 정보와 계약이 공개되며, 이를 악용하는 케이스 역시 투명하게 공개가 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현재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발생하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역시 절감시킬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그 하나의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다시 도입부에서 언급한 JP 모건 체이스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의 경우로 돌아가보자. JP 모건 체이스는 JPM 코인으로 명명된 이 암호화폐가 미국 달러화에 1:1로 고정되며, JP 모건 체이스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래하는 금융회사 및 일반 기업이 지급결제 및 청산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 밝혔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는 JP 모건 체이스 및 이와 거래하는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더 투명하고 효율적인 거래를 체결함은 물론 더 빠르고 저렴한 지급결제 및 청산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국경에 따른 금융시장의 벽이 점차 무너져가는 이 시점에서 이는 명확한 경쟁우위다. JP 모건 체이스만이 아니다. 시티은행을 비롯한 글로벌 은행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려고 하고 있으며, KEB 하나은행 및 BNK 부산은행 역시 각각 자체적인 플랫폼을 운영하거나 JP 모건 체이스의 쿠오럼 플랫폼을 활용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흐름과 달리 한국 정부는 여전히 블록체인 기술에 관해 규제와 금지 일변도다. 얼마전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에서도 해외송금 스타트업 모인이 제출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해외송금이 1차 심사에서 탈락한 바 있듯이, 아무리 글로벌 은행이나 국내 주요 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거나 도입해도 현행 규제 아래서는 모두 불법에 불과하다. 이러한 규제는 한국을 정보통신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에서 벗어난 하나의 갈라파고스로 만들 뿐이다.블록체인 토큰 버블을 우려하여 무조건적으로 해당 기술의 활용을 금지한다면 이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속담을 스스로 실천하는 일에 불과하다. 정부 방침의 전향적 전환이 필요하다.
2019.02.23 I 이정훈 기자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 [정재웅의 블토경]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지난 13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신청에 대한 규제특례심의위원회 1차 심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수행하는 모인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는데, 1차 심의에서 탈락하였다. 모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는 해외송금 서비스도 소액 해외송금업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며 송금 한도도 시중은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액해달라고 요청했으나 1차 심의 관문을 넘지 못했다.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밝힌 탈락의 이유는 블록체인 기술을 해외송금에 허용할 경우,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나타난 블록체인 토큰 투자 열풍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라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는 이유는 혁신적 기술이나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규제에 한정적으로 특례를 부여하고, 그 기간 동안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한 규제를 제정하도록 하는데 있다고 한다. 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모인의 규제 샌드박스를 1차 심의에서 탈락시킨 것은 이러한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 물론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하반기까지 블록체인 토큰 시장이 실로 “비이성적 과열”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음을 생각해보면 정부의 이러한 우려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규제는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많다.모인이 신청한 서비스 영역인 해외송금 시장을 한 번 살펴보자. 현재 해외송금 시장은 압도적으로 은행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은행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통해 송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해외 송금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지만, SWIFT를 이용한 해외송금은 무척 어렵고, 불편하고, 느리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네덜란드로 송금을 한다고 할 경우, 한국에서 보내는 사람은 받는 은행의 이름과 SWIFT 코드를 알아내서 보내야 한다. 이 돈은 한국에 위치한 은행에서 바로 네덜란드 은행으로 가지 않고, 적어도 한 단계 이상의 중개은행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환전 수수료는 물론, 송금 수수료, 중개은행 수수료, 그리고 수신 수수료 등 복잡한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처럼 비싸고 느린 시스템이 아직까지 작동하는 것은 다분히 해외송금시장이 은행과 SWIFT의 독점 시장이기 때문에 그렇다. 경제원론에서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독점은 사회적 후생의 상당 부분을 독점 공급자가 차지하기에 소비자가 차지하는 영역이 줄어들고, 이러한 상황은 사회적 총효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파레토 비효율 상태다.이러한 시장에 핀테크나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상황이 현재 한국 상황이다. 2018년 4분기에 세계은행이 발행한 해외송금 시장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G20 국가 중 1.89%를 기록한 러시아에 이어 5.10%로 가장 낮은 해외송금 수수료를 보여준다. 이처럼 한국이 낮은 해외송금 수수료를 기록한 이유는 은행 간 경쟁과 핀테크 업체들의 시장 진입에 있다. 이처럼 낮은 수수료는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켜 경제 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킨다. 즉 경쟁을 통해 사회 전체적 효용이 상승한 것이다.블록체인 기술을 해외송금에 도입한다면 이러한 비용을 더 절감하고, 소비자 후생을 더 증가시킬 수 있다. 현재 핀테크 업체나 은행이 아닌 해외송금 업체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신뢰할 수 있는 해외송금 파트너를 찾는 일과 이러한 파트너가 부도나지 않는 일, 다시 말해 거래 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와 신용 위험(credit risk)를 감소시켜 전체 거래 과정에 수반되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절감시키는 일이다. 높은 거래비용은 필연적으로 거래 상대방을 찾고,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의 이행을 담보하는 등 모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상승시켜 그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반면, 낮은 거래비용은 이러한 후생을 상승시킨다. 블록체인 기술인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은 계약을 투명하게 체결하고 그 내용을 블록체인을 통해 공유하고 공개하기에 거래가 불투명할 때보다 거래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신용담보 기술을 이용하면 신용 위험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기술혁신을 통해 사회 전체적 후생을 상승시키는 파레토 개선을 이룰 수 있다.이러한 혁신을 이룰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블록체인 토큰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에 대한 우려로 블록체인을 이용한 해외송금 기술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하는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규제를 적층적으로 쌓아올려가면서 언제 혁신을 하고 언제 고용을 창출하여 언제 경제를 개선시킬 생각인지 정부의 의향을 묻고 싶을 따름이다.
2019.02.16 I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 [정재웅의 블토경]암호화폐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는 개별 경제주체 - 가계와 기업 - 가 효용을 극대화하는 최적화 행동에 대해 논의하는 미시경제학(Microeconomics)과 국민소득, 저축율 등 집계변수를 통해 국가의 거시안정화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거시경제학(Macroeconomics)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경제신문을 통해 접하는 주제는 거시경제학 관련 주제가 많지만, 실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내리는 결정과 행동에는 미시경제학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최적화 행동을 다루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점심식사 메뉴를 결정하며, 여름 휴가 장소를 결정하는데 있어 무엇이 효용을 극대화하는지 고민한다.이와 마찬가지로 금융경제학에는 시장미시구조 이론(Market Microstructure Theory)이라는 분야가 있다. 미시경제학이 개별 경제주체의 효용 극대화 의사결정을 다룬다면, 시장미시구조 이론은 금융시장에서 참여자들이 어떻게 행동하여 금융상품의 가격이 결정되는지 다룬다. 이 분야가 나오기 이전까지 금융시장에서 실제 금융상품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비록 주식의 가격을 결정하는 모형인 자본자산가격결정 모형과 옵션의 가격을 결정하는 블랙-숄즈-머튼 옵션가격결정 모형이 있었지만, 상당부분 불명확했다. 시장미시구조 이론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시장에서 실제로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시장미시구조 이론의 시작은 알버트 카일(Albert Kyle)이 1985년에 이코노메트리카(Econometrica)에 게재한 논문이지만, 그 이전에 밀그롬과 스토키(Milgrom and Stokey)가 1982년에 경제 이론 저널(Journal of Economic Theory)에 게재한 논문을 살펴보아야 한다. ‘정보, 거래, 그리고 보편 지식(Information, Trade, and Common Knowledge)’ 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밀그롬과 스토키는 왜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한다. 그들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정보와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A 라는 사람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꺼졌기에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기여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려고 하는 반면, B라는 사람은 슈퍼 사이클이 꺼졌으므로 일시적 조정기를 거친 후 삼성전자가 다시 반도체 시장을 장악할 것이며, 따라서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여 주식을 매수하려고 한다. 이 둘은 시장에 자신들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매도호가와 매수호가를 제출하여 거래하고, 이러한 가격은 이들이 지닌 정보를 시장에 전달한다. 즉 시장에서 거래는 서로 다른 정보와 기대 때문에 발생하며, 이 경우 가격(호가)은 이러한 정보가 시장에 드러나며 균형가격이 결정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같은 기대를 갖고 있다면 거래는 발생하지 않고, 이 경우 우리는 재화나 서비스의 적정 가치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없다. 가격을 통해 기대와 정보가 전달되며 시장에서 조정이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이 이루어지기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시장에서의 가격은 중요한 정보 전달자 역할을 한다.밀그롬과 스토키의 이러한 논의에 기초하여 카일은 1985년 ‘연속 경매와 내부자 거래(Continuous Auction and Insider Trading)’ 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상술한 이코노메트리카에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카일은 정보를 가진 내부거래자(Informed Trader)는 정보 - 이 경우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융상품의 가격과 그 가격의 변동성 - 를 사전적으로 알고 있지만, 시장조성자(Market Maker)는 주문의 총량만 알고 있고, 개인 소액 투자자(Noise Trader)는 이러한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가정하고 주식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 카일에 따르면 시장에서 가격은 전적으로 정보를 가진 내부거래자에 의해 결정되며, 시장조성자나 개미들은 이에 수동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즉 내부거래자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과 변동성을 알고 있기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가격을 결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개인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이익을 탈취할 수 있다. 시장조성자는 주문의 총량만 알고 있기에 내부 거래자와 개인 소액 투자자를 구분하지 못하며, 개인 소액 투자자는 정보를 알지 못하기에 자신들의 이익을 탈취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는 시장의 깊이(Market Depth, 시장의 규모)가 얕은 시장에서 더욱 확실하게 드러나는데, 정보를 가진 내부거래자가 자신의 주문을 통한 시장의 조작(Manipulation)을 행하기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작은 시장은 주문의 규모를 통해 정보를 가진 내부거래자의 주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지만, 보통 이렇게 규모가 작은 시장은 규제도 충분하지 않고, 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 자체도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보를 가진 내부거래자의 거래행위를 파악하기 힘들다. 비유컨대 컵에 담긴 물은 우리가 조금만 그 컵을 움직여도 심하게 출렁거리지만, 큰 물통에 든 물은 쉽게 출렁거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현재 암호화폐 시장이 바로 카일이 언급한 저 메커니즘에서 시장의 깊이가 얕은 시장이다. 코인마켓캡에 의한 시가총액 100대 암호화폐의 하루 거래 총액이 아무리 높아도 하루 거래 총액이 2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시장에 비교하면 작은 규모다. 하루 거래 총액이 2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시장조차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소수의 정보를 가진 내부거래자들에 의한 시장 조작이 가능한데, 예를 들어 1990년대 초반의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조지 소로스의 공격처럼, 하물며 이보다 작은 암호화폐 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2017년 하반기에 제이미 다이먼 JP 모건 회장이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공개적인 비판을 하여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했을 때, 역으로 JP 모건 자체는 비트코인에 투자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사실 이건 전혀 논란이 될 문제가 아닌데, 정보가 비대칭이고, 시장의 깊이가 얕으며, 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비트코인 시장이야말로 JP 모건 같은 시장의 거대 참여자가 자신의 뜻대로 조작하기 쉬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이는 곧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 - 즉 정보가 부족하고 애써 얻은 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소음투자자들 - 은 정보를 가진 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물론 이는 시장 규모가 충분히 커지고, 정부의 법과 규제가 적용되어 시장이 투명해지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지만,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규모가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대비 작은 문제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와 국회는 아직까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법과 규제마저 만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은 결국 소액 개인 투자자일 수밖에 없다. 소액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암호화폐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법을 정비하고 관련 규제를 명확하게 하여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일확천금을 꿈꾸며 뛰어들었다가 돈을 잃고 망연자실한 사람과 사기 프로젝트만을 양산할 뿐이다.
2019.02.09 I 이정훈 기자
금융위기의 기원과 블록체인 토큰
  • [정재웅의 블토경]금융위기의 기원과 블록체인 토큰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는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이전까지 금융위기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 -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조지 소로스의 공격 등 - 를 제외하면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 반면,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의 명실상부한 리더인 미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 금융위기가 발생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정부의 인위적 저금리 정책 및 이에 기반한 저신용 계층에 대한 주택 공급 정책이 꼽히지만, 이 저신용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융위기로 증폭된 데에는 파생금융상품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파생금융상품이 이처럼 금융시장과 금융위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을까.1980년대 이후 국제 금융 시장은 점차 통합되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유동성 공급은 크게 증가했지만, 그와 반대로 투자 대상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소비에트 연방을 비롯한 동구권은 자본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컸다. 에너지, 생명공학 등 새로운 산업은 아직 거대 자본을 끌어들일 정도로 도약하지 못한 상태였고,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기술 역시 그 맹아가 겨우 나타난 상태였다. 1990년대 이후 실질적인 투자처가 독일의 통일,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인한 동유럽 국가들의 시장개방, 그리고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났지만, 세계에 유통되는 거대 유동성을 다 흡수할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후에 남미부채위기, 영국 파운드화 위기, 멕시코 페소화 위기, 아시아 외환위기 등 금융위기가 반복되면서 자본은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미국으로 대량 유입되었다. 미국으로의 지속적인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이자율의 지속적인 하락을 가져왔다. 1980년 미국의 단기 이자율은 15%이상으로 치솟았으나 1990년 초 3%대로 하락하였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이자율 하락은 일본과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이자율의 지속적인 하락은 부채의 만기가 자산보다 훨씬 긴 연기금과 생명보험사의 재정악화를 가져왔고, 이에 따라 이 기관들의 고수익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다. 월스트리트에서 다양한 부채담보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을 만들어 내어 공급한 것은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부채담보증권들의 기초가 되는 주택담보부채(Mortgage Loans)은 개인이 집을 구매하기 위하여 자신이 구입할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얻은 부채다. 모든 시민이 집을 갖도록 한다는 미국정부의 정책에 따라, 은행들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주택담보부채를 공급하였는데, 이게 바로 문제가 된 비우량 주택담보부채(Sub-Prime Mortgage Loans)다. 주택저당부채를 담보로 하여 만들어 낸 부채담보증권은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금융회사의 중개로 세계 전역에서 판매되었다. ‘독일의 치과의사가 미국의 저소득층이 집을 사는데 자금을 공급한다’는 유명한 말은 이 현상에서 비롯되었다.위기는 기준금리가 상승하고 비우량 주택담보부채의 부도가 증가하면서 왔다. 이자율 상승으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채무불이행율이 상승했고, 이로 인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기초로 한 부채담보증권의 신용도와 가격이 하락하였다. 이 신용도와 가격 하락은 전염효과를 통하여 모든 부채담보증권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채권을 담보로 현금을 융통하는 환매체(Repurchase Agreements)를 통하여 단기자금의 수요를 채웠는데, 부채담보증권들은 위기의 발생과 더불어 담보의 역할을 상실하였다. 이로 인해 매일 2-3조 달러의 거래규모를 가지던 환매체 시장이 급속히 축소되었고, 이는 금융시장 유동성의 급격한 축소로 이어졌다. J. P. Morgan에 매각된 Bear Stearns나 파산한 Lehman Brothers 모두 부채담보증권과 환매체의 유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금융기관이었다.이상이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의 개략이다. 이후 전개과정은 우리가 아는 바와 같다. 대형 금융회사가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구제금융을 통해 이를 지원했다. 이에 대해 납세자인 시민의 불만은 고조되었고, 결국 이러한 납세자인 시민의 불만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대두로 이어졌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가 2008년에 발표된 것은 이러한 맥락에 기인한다.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수학적 알고리듬에 의해서 발행되고, 이전되며,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는 이론적으로는 굉장히 아름답지만, 사실 현실에 있어서는 다소간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거래가 승인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이에 더해 가치 변동성이 크다. 비트코인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대체 암호화폐 혹은 블록체인 토큰이 발행되었고, 가치 안정화를 추구하는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하지만 이런 암호화폐 역시 상술한 증권화를 통한 금융공학적 방법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공학적 방법론은 그 기초를 경제학만큼이나 수학과 컴퓨터 공학에 두고 있기에 사실 암호화폐 역시 금융공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 단계로 나누어 가치 안정화를 추진하는 상당히 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그 백서를 뜯어보면 금융공학적 방법론에 기초한 경우가 많다. 이는 최근 대두되는 STO의 경우에 더 두드러진다. 사실상 STO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논리는 금융공학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논리의 반복에 불과하다.그렇다면 금융위기 이후 10년, 암호화폐를 통해 탈중앙화를 꿈꾼 사람들은 한바탕 백일몽을 꾼 것에 불과할까. 그건 아닐 것이다. 분명 분산원장, 스마트 계약, 암호화 알고리듬은 그 이전에 비해 진일보한 기술이다. 문제는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데 있다.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정보의 비대칭과 편중을 해결해 모든 사람들이 정보를 획득하고 분석하여 제대로 된 투자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는데 있다. 그렇지 않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또 다른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불과하다. 기술 발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보와 지식을 모두에게 널리 알리는 일이다.
2019.02.02 I 이정훈 기자
글로벌 불확실성과 암호화폐의 위험분산
  • [정재웅의 블토경]글로벌 불확실성과 암호화폐의 위험분산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지난 1997년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외환위기를 겪었다. 당시 외환위기는 한국의 경제와 금융 시스템 상 한 번은 겪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였는데, 그 이유로는 한국 경제의 구조조정이 1970년대 이후 계속 지연되고 있었으며, 금융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며 폐쇄적이었고, 정부는 인위적 저환율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데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당시 글로벌 임밸런스 문제가 심각했다. 즉 1997년 외환위기는 금융 시스템의 후진성이나 단기 유동성 문제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의 불균형, 이른바 글로벌 임밸런스(Global Imbalance)의 문제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이러한 글로벌 임밸런스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970년대 유로달러와 유로본드 시장의 등장 이후 세계 금융시장을 밀접하게 연결되어 갔다. 유로달러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1980년대 금융시장의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해 갔는데, 이는 안전자산인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한 국제 유동자금의 투자를 더욱 촉진시키는 역할을 했다. 비록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와 국채 덕분에 외국의 막대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미국에 대한 투자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기록한 미국, 독일,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이 그 주체가 되었다. 이와 같은 무역에 있어 불균형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것으로는 일본이 이 체제 하에서 대규모 외화자산을 축적하게 된 것을 들 수 있다. 무역을 통한 일본으로의 외화자산의 유입과 그로 인한 과도한 통화의 공급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형성되는 원인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미국 달러화 자산을 다량 보유한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엔화로 표시된 부채에 비해 달러화로 표시된 자산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축소되게 되었다. 이는 일본 금융기관들의 자본을 축소시키고 재무구조를 약화시켰다. 일본 거품 경제의 붕괴 이후 이러한 금융기관의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되면서 결국 국내 대출을 회수하고 해외로 자금을 유출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신흥국에 다량의 유동성을 공급하게 되었다. 즉, 무역의 불균형이 금융시장의 불균형과 국제 유동성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이처럼 1970년대 이후 국제 금융 시장이 통합되고, 유동성 공급은 크게 증가한 반면,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투자의 대상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외환위기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구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은 자본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컸다. 에너지, 생명공학 등 새로운 산업은 아직 거대 자본을 끌어들일 정도로 도약하지 못한 상태였고, 그 당시 상황에서 보면 정보기술은 더 이상 자본을 그렇게 필요로 하지 않는 듯 보였다. 90년대 이후 실질적인 투자의 출구가 독일의 통일,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인한 동유럽 국가들의 시장개방 그리고 아시아의 성장으로 나타났지만, 세계에 유통되는 거대 유동성을 다 흡수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글로벌 부동자금은 단기 차익을 노리고 개발도상국 외환시장에 투자되거나 혹은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목적으로 미국 국채에 투자되는 것이 고작이었다.이와 같은 국제 금융 시스템적 문제는 한국을 필두로 한 개발도상국에도 나타났는데, 수출 위주 정책을 폈던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는 수출로 벌어들인 외환을 투자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기에 안전한 미국 국채에 투자하거나 혹은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보유고로 비축하는 정도에 그쳤다. 즉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를 투자하고 운용할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것은 미국, 영국, 일본같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운용 가능한 외환의 규모 정도다.이러한 대외적 상황에 더해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들의 경우 금융시장의 규모가 작았고, 정보가 폐쇄적이었으며, 거래가 투명하지 못하고,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국제 금융 시장에서 움직이는 막대한 규모의 외환 투기 세력을 유인하는 요소로 나타났고, 국가 경제 규모가 이러한 외환 투기를 이길 정도가 되지 못해 결국 외환위기를 초래한 것이다.이렇게 1970년대부터 외환위기까지 상황을 살펴보면 현재 세계 경제 상황과 상당히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경제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펼쳐진 양적완환로 인해 달러화 가치는 저하되었다. 유럽은 브렉시트를 비롯해 여러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역시 2000년대 중후반에 BRICs 라고 불리며 놀라운 경제성장을 보여줄 당시의 위상을 많이 상실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유동자금은 적절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했다. 즉 현재 세계 경제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위험을 적절하게 분산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현재 금융시장의 움직임과 때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암호화폐는 다른 금융자산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일종의 금융자산이 될 수 있다. 비록 현재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상존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충분히 하나의 금융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금융자산으로서 암호화폐의 이러한 기능의 여부가 아마도 암호화폐의 향후 발전에 대한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2019.01.26 I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가 원활하게 거래되려면
  • [정재웅의 블토경]암호화폐가 원활하게 거래되려면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금융자산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사실 우리가 금융시장에서 목격하는 금융자산의 가격은 시장에서 사람들의 기대심리와 이에 기반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예를 들어 반도체 교체 주기로 인해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이 악화되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어떤 투자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이 악화되었기에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 예상하는 반면, 다른 어떤 투자자는 반도체 교체 주기는 돌고 돌기에 지금 싼 가격에 사면 나중에 다시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 예상한다. 이 경우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는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하고, 다시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는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다. 이와 같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기대로 인해 시장에서는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가 이루어진다.이러한 시장, 특히 금융시장에서의 가격 형성 과정을 Milgrom과 Stokey는 그들의 1982년 논문인 “Information, trade, and common knowledge”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시장에서 사람들이 금융자산을 거래하고, 이를 통해 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까닭은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각각 모두 서로 다른 정보, 기대, 믿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시장에서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동일한 정보는 사람들이 같은 혹은 유사한 판단을 하게 만들 것이고, 그렇기에 시장에서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동일한 기대와 믿음 역시 마찬가지다. 즉 시장에서 매도와 매수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것은 결국 시장 참여자가 모두 다른 정보, 기대, 믿음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하다.금융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같은 정보, 기대, 믿음을 가졌다고 가정해보자. 예를 들어 앞으로 힌국 경제가 장기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시장 참여자가 모두 알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정보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은 모두 앞다투어 금융자산을 판매하려 할 것이고, 그 결과 시장에서는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더 나아가 시장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좀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하기는 했지만, 이는 사실이고, 그렇기에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가 다른 정보와 다른 기대를 가져야 한다. 시장 참여자의 대다수가 긍정적인 정보와 기대를 갖고 의사결정을 하면 그 시장은 과열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시장이 무너진다.그렇기에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자산의 가격결정모형이 중요해진다. 설령 그 가격이 완전히 옳지 않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기준점이자 벤치마크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식의 가격을 결정하는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ital Asset Pricing Model, CAPM)은 개별 주식의 자산을 시장 포트폴리오와 베타를 이용해 결정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다. 블랙-숄즈-머튼 옵션가격결정모형(Black-Scholes-Merton Option Pricing Model) 역시 마찬가지다. 이 모형이 과연 옵션의 가격을 적절하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논의와는 별개로 금융자산의 가격을 명확하게 설정함으로써 투자자들이 가치를 평가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이와 같은 금융시장에서의 가격에 중요하게 전제되는 것은 보편지식 혹은 공통지식(Common Knowledge)다. 예를 들어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 주가가 상승하고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개별 주식 혹은 시장의 전망과 상관없이 시장 참여자 모두가 사전적으로 아는 보편 지식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보편 지식을 전제하여 시장 참여자는 각각 자신들이 가진 정보와 이에 기초한 기대를 갖고 시장에 참여한다. 보편 지식을 갖고 있지만 각각 정보와 기대가 상이하기에 시장에서는 거래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가격이 결정된다.그렇다면 암호화폐 시장은 어떨까?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의 버블 혹은 2018년 하반기의 침체로 미루어 판단하면 아직 보편지식조차 형성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암호화폐가 실제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여러 금융 자산 중 하나의 대체 자산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조차 시장 참여자의 합의를 거친 보편지식이 되지 못한 상황이다. 심지어 가격 상승과 하락이 어떤 전제 하에서 이루어지는지조차 시장 참여자는 알지 못한다. 단지 막연한 기대에 의해서 가격이 상승하고 역시 마찬가지로 막연한 패닉에 의해서 가격이 하락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에서 원활한 거래도 힘들고, 설령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가격의 발견이 어렵다.암호화폐와 암호화폐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금융시장에 있어 하나의 대체투자 시장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보편지식과 이에 기반하여 서로 다른 정보와 기대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암호화폐 시장이 막연한 낙관과 패닉에 의해 가격이 급등락하는 시장이 아니라 정보와 기대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제대로 작동하는 금융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2019.01.19 I 이정훈 기자
법정화폐와 암호화폐의 화폐경제학
  • [정재웅의 블토경]법정화폐와 암호화폐의 화폐경제학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화폐는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다. 위인 초상화가 그려지고 화폐로 구입할 수 있는 재화 혹은 서비스의 가격이 명시되어 있는 종이가 한 사회 내에서 화폐로 통용될 수 있는 이유는 그 화폐의 가치가 정부와 중앙은행에 의해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며 이 믿음은 그 화폐를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 교환의 매개, 그리고 국가 지불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화폐의 기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화폐는 한 경제 체제 내에서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측정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즉 커피 한 잔이 사천 원이고 냉면 한 그릇이 만 원이라는 사실은 냉면 한 그릇이 커피 두 잔 반에 상응하는 가치를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화폐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가 갖는 가치를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다. 만약 화폐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가치의 측정과 비교는 난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치의 척도 기능에 가능한 것이 교환의 매개 기능이다. 즉 우리는 화폐를 매개로 하여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여 우리의 효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만약 가치의 척도로서 화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재화 혹은 서비스, 예를 들어 쌀 혹은 노동을 가치의 척도와 교환의 매개로 사용해야 했을 터인데, 이게 얼마나 불편한지는 명약관화하다. 이에 더해 화폐는 가치의 저장 기능을 갖는다. 우리는 화폐를 이용하여 저축을 하거나 투자를 하고, 이를 통해 부를 저장하거나 혹은 이전한다. 하지만 이런 기능은 사실 국가가 발행하는 법정화폐가 아니더라도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귀금속과 법정화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그 차이점이 바로 화폐의 마지막 기능인 국가 지불의 수단이다. 한 경제 체제 내에서 화폐가 사용되고, 그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은 바로 이 마지막 기능에 의존한다. 즉 화폐를 이용해 우리는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고, 국가는 이러한 세금을 이용하여 국가 경제를 운용한다. 이 과정에서 화폐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을 경우 가장 어려움을 겪는 주체는 정부다. 만약 올해의 화폐 가치와 내년의 화폐 가치가 심각하게 차이가 난다면, 정부 재정의 운용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의 동작에 있어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를 우리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혹은 2000년 이후 베네수엘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통해 알 수 있다. 화폐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국가 경제는 파탄에 이르게 된다.화폐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여 화폐의 네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다양한 정책 도구를 사용하여 화폐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예를 들어 경기가 과열되어 시중에 유동성이 과도해질 경우에는 이자율을 상승시켜 유동성을 감소시키고,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이자율을 하락시켜 시중에 유동성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정책 운영을 통해 중앙은행은 화폐량과 화폐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이자율이 극단적으로 낮아 금리 조절을 통한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에는 중앙은행이 시중에 화폐를 직접 공금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화폐는 단순히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하고 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수단이 아니라 한 국가 경제 전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제 정책의 도구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2008년 발행된 백서를 통해 금융 중개기관의 개입이 없는 당사자 간 금융거래를 지향하는 비트코인의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그 결과 2009년 1월 3일에 비트코인이 처음 발행되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이러한 백서를 쓰고 많은 사람들이 백서의 내용과 비트코인에 공감한 이유는 바로 상술한 중앙은행의 메커니즘 때문이다. 즉 금융위기 상황에서 경제 침체를 막고 경제럴 활성화 시키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화폐 발행량을 증가시켰고, 그 결과 파국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운용도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까지 구제할 수는 없었고, 그 결과 정부와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시스템에 대한 회의가 증폭되었으며, 그 결과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사람들의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하지만 암호화폐에는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다. 바로 가치의 안정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분명 사토시 나카모토의 아이디어는 혁신적이다. 하지만 그는 시장 참여자들의 투기적 광기와 행동이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치 변동을 야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신하는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투자자산으로서 기능을 목적으로 했다면 이러한 가격 변동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험성이 큰 투자자산으로 간주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법정화폐의 대체를 목적으로 했고, 이 상황에서 급격한 가격 변동은 분명 문제가 된다. 급격한 가치 변동은 암호화폐가 가치의 척도로서 기능하지 못하게 하고, 가치의 척도로서 기능을 하지 못함은 곧 교환의 매개와 가치의 저장 기능도 원활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암호화폐는 국가 지불의 수단으로서 기능할 수 없다.결국 암호화폐의 낙관적 기대는 붕괴되었고, 그 결과는 우리가 현재 목격하는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토큰 시장의 침체다. 하지만 이게 미래를 비관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지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버블이 생겼다가 무너졌지만, 그 결과로 우리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이라는 글로벌 IT 기업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향유하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꿈은 백일몽으로 끝났지만, 블록체인이 제시하는 분산원장 기술과 스마트 계약은 분명 인터넷에 버금가는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기술이다. 인터넷 버블이 끝난 이후 FAANG 이 나와서 우리의 일상을 혁신한 것처럼 분명 지금 세계 어딘가에서는 블록체인 기술로 우리의 일상을 혁신할 꿈을 꾸며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화폐의 꿈은 끝났지만, 혁신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2019.01.12 I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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