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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검색결과 20건

블록체인과 네트워크 전쟁
  • [정재웅의 블토경]블록체인과 네트워크 전쟁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 갤럭시 S10에 암호화폐 지갑 기능을 탑재하기로 한 데 이어 IBM이 블록체인을 이용한 실시간 금융결제 네트워크인 IBM 블록체인 월드와이어(IBM Blockchain World Wire)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고 발표했는가 하면 페이스북은 자사 메신저인 왓츠앱을 이용해 해외송금을 할 수 있는 블록체인 토큰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스타트업 위주였던 블록체인 산업이 재편을 앞두고 있다. 사실 삼성전자. IBM, 페이스북 등 IT 산업의 글로벌 대기업이 블록체인 산업에 참여를 선언하기 이전에도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과 다음카카오의 자회사인 그라운드 X 등 대기업 계열사가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대기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나 스타트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나 블록체인이라는 본질은 동일하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스타트업이 진행하는 블록체인 비즈니스는 그 자체가 기업의 활동인 반면 대기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그들의 원래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는 정도다. 즉 삼성전자는 자사의 주요 비즈니스인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지갑 기능을 탑재했고 IBM은 IT 컨설팅이라는 자사 비즈니스의 강점을 이용하여 블록체인 기반 금융결제 네트워크를 가동하였으며, 페이스북 역시 사회 관계망 서비스와 메신저라는 그들 비즈니스의 기반 위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해외 송금기능을 탑재하려 하고 있다. 기존 스타트업의 비즈니스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던 사람들도 대기업의 이러한 참여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 차이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그 차이점은 바로 네트워크다. 금융이나 인터넷 서비스는 네트워크가 중요하게 기능한다. 즉 이러한 비즈니스는 나 혼자만 사용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수록 그 가치가 증가한다. 예를 들어 은행을 비롯한 금융 서비스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며 그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할 때에만 비로소 가치를 한다. 인터넷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비즈니스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그 가치를 갖는다. 나와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사람들이 많아져야만 해당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일이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네트워크가 중요하게 기능하는 비즈니스는 일종의 네트워크 의존성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여야 가치가 있는데, 그 네트워크가 가치가 있기 위해서는 다시 참여자가 많아져야 하는 동어반복적 상황이 발생하기에 초반에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이러한 네트워크 의존성은 블록체인 산업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토큰 혹은 암호화폐가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디앱이 많아져야 하는데 이러한 사용자와 디앱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다시 해당 블록체인 토큰이나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사용자와 디앱이 많아야 한다. 사용자와 디앱이 많아야만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사용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이러한 네트워크 의존성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의 결정적 우위가 나타난다. 대기업은 이미 자신들의 고유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기에 네트워크로서 가치가 있고 그렇기에 사용자가 이 네트워크에 참여할 유인과 가치가 생긴다.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톡 기반 블록체인 토큰을 발행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 예다. 이미 한국인 대다수가 카카오톡을 사용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에 카카오톡 기반 블록체인 토큰은 그 사용 가치를 갖는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을 비롯한 세계에서 블록체인 토큰 스타트업은 존폐의 기로에 선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비록 프로젝트 하나하나의 네트워크는 작거나 없지만 글로벌로는 결국 비트코인 혹은 이더리움이라는 기반 위에서 진행되며 그 자체로 네트워크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상호 연결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가치를 향상시키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이미 확립된 글로벌 대기업 기반 네트워크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 같은 경우는 많은 핀테크 스타트업과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협회를 만들어 꾸준히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자생적 네트워크의 형성을 어떻게 육성하느냐가 한국에서 핀테크와 블록체인 산업의 성공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2019.04.02 I 이정훈 기자
경쟁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니
  • [정재웅의 블토경]경쟁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니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경제학에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상황이지만, 경제 전체와 개인 입장에서 가장 좋지 않은 상황은 독점이다. 독점 사업자는 가격차별 혹은 그에 상응하는 수단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이윤을 추출할 수 있는 반면, 소비자는 개선되지 않는 재화 혹은 서비스를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업 입장에서 독점은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 후생(social welfare)를 감소시키기에 좋지 않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운영체제인 윈도에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부당하게 끼워팔아 경쟁사인 넷스케이프를 시장에서 제거하려 한 시도는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제를 받았는데, 이는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즉 MS의 행위로 인해 운영체제로 윈도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웹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잃고 익스플로러만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곧 익스플로러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웹브라우저 - 구글 크롬, 모질라 파이어폭스 등 - 이 출시되었고 이 경쟁을 통해 소비자는 자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웹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즉 경쟁을 통해 사회 후생이 증진된 것이다.이러한 경쟁을 통한 후생의 증가는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다. 상당히 오랜 기간 은행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예금과 대출을 살펴보자. 모바일 기술의 발달과 이를 통한 핀테크 기술의 발달은 오프라인 영업점이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 은행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러한 인터넷 은행을 통해 소비자들은 은행 영업점에 직접 가거나 기다리는 일 없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편리한 은행 거래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혁은 해외 송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수십년 동안 해외 송금은 은행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되었다. SWIFT에 의해 운영되는 송금 메커니즘은 복잡하고 어려웠으며 이에 수반되는 높은 비용을 사용자에게 부과했다. 이러한 높은 비용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술한 바 있듯이 독점 때문이다. 은행과 SWIFT에 의해 해외 송금이 독점적으로 운영되었기에 높은 수수료가 가능했다. 하지만 핀테크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을 통해 다양한 해외 송금 서비스가 등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SWIFT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리플이나 얼마전 발표된 JP 모건의 JPM 코인이 대표적 예다. 특히 JPM 코인은 금융시장의 주요 참여자인 대형 은행 간 법정화폐 거래의 매개체로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첫 예다. 이와 같은 대형 은행 간 거래에 있어 블록체인 도입은 SWIFT의 독점적 지위를 깰 수 있는 시도다.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경쟁의 흐름에서 한 발짝 비껴선 상황이다. 얼마전 규제 샌드박스 2차 심사에서도 탈락한 모인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의 금융에 있어서 적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블록체인에 대한 정부의 이러한 대응은 시장을 안정시키는게 아니라 오히려 신기술에 대한 적절한 규제 시점을 늦추고 이에 더해 경쟁을 제한하여 사회적 후생을 제한하는 결과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적절하지 못한 규제로 인해 한국 블록체인 업계는 해외 수준을 따라잡지 못해 낙후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블록체인 산업 자체 뿐만 아니라 그와 연결되는 다른 분야의 혁신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낙후는 경쟁을 제한하여 결국 사회 전체적 후생의 개선을 제한한다.블록체인 기술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 후생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정부 정책의 전향적 전환이 필요하다.
2019.03.16 I 이정훈 기자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시장
  • [정재웅의 블토경]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시장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암호화폐시장이 횡보세를 보이고 블록체인 토큰 관련 각종 사기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나 의회 차원에서의 규제나 입법은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즉 시장이 소음(noise)으로 가득하고 정보 비대칭이 심각하지만 이를 규제할 법이나 권위있는 기관은 없다. 아니,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기관은 존재하는데도 이들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유력 종합지 중 하나인 J일보가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를 조만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투자자 혹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업계 종사자들이 알고 있듯이 이미 시중에는 블록체인 및 블록체인 토큰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디어가 여럿 있다. 블록체인 관련 미디어들의 등장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법률이 제정돼 적절한 규제가 이뤄지고 이를 관할하는 기관이 있다고 해도 미디어 혹은 언론은 필요하다. 소음과 신호를 구별한 최소한의 정보는 일반에게 공개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시장에서, 소위 ‘선동’ 이라 일컬어지는 거짓 정보가 난무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언론과 이러한 언론이 소음과 신호를 구별하여 전달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물론 그 반대 경우도 있다. 얼마전 스캠(사기)임이 입증되었던 월드뱅크코인이 그 예다. 월드뱅크코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찍은 사진이라며 합성사진을 배포하고 각종 거짓 정보로 투자자를 오도했는데 더 큰 문제는 모 종합일간지 소속 객원기자가 월드뱅크코인과 대표 강석정씨에 대한 장문의 기사를 써서 보도한 일이다. 즉 대형 언론사조차 소음과 신호를 착각해 보도하는 상황이기에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전문 매체의 중요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문제는 이처럼 전문 미디어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더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상황을 야기하는 정부 정책과 의회 입법의 부재다. 정부에서는 이 근본적인 불확실성은 시장을 안정시키는게 아니라 오히려 끝없는 혼란으로 몰아넣는다. 지난 2017~2018 블록체인 토큰 버블이 문제가 되어서 규제 일변도라면, 사실 한국에서는 주식시장이나 파생상품 시장도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블록체인 토큰 버블보다 더 심한 버블과 더 심한 변동성이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언제나 제한된 정보로 판단하고,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를 가진 인간이 활동하는 금융 시장은 언제든 비합리적 판단 혹은 비이성적 과열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렇다면 그 비합리 혹은 비이성적 과열을 우려하여 시장 자체를 금지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적절한 규제를 통해 이를 적정 수준에서 제어함이 옳다. 금융의 역사를 봐도 여러차례 버블이 존재한 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항상 존재했고, 규제를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며 발전해왔다. 규제를 통해 정보 비대칭과 시장의 불확실성을 끊임없이 개선해왔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Frank Knight)는 그의 저서 <위험, 불확실성, 그리고 이윤(Risk, Uncertainty, and Profit)>에서 불확실성(Uncertainty)은 어떤 일이 발생할지와 그 일이 발생할 확률을 모두 모르는 것이고, 위험(Risk)은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알지만 그 확률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위험까지는 감당할 수 있지만 - 동전 던지기나 주사위 던지기에 돈을 거는 행위, 도박, 혹은 상승과 하락은 알지만 그 확률을 모르는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행위 등 - 불확실성에 대한 감내는 극단적으로 회피하는 성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정부는 마땅히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상황은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토큰 시장에 대해 극단적으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물론 한국은 이미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파생상품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으로 인한 개인 투자자의 손실을 막는다는 이유로 규제를 제정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유동성을 자랑했던 파생상품 시장을 확 주저앉힌 전력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라도 존재하는 것이 불확실성에 노출된 채 모든 시장 참여자를 불안에 떨게 하는 것보다는 낫다. 정부의 이런 정책 방향은 이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어리석은 일이다.
2019.03.09 I 이정훈 기자
뛰는 기술, 기는 규제
  • [정재웅의 블토경]뛰는 기술, 기는 규제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지난 2월 25일, 미국의 대형 은행 중 하나인 JP모건체이스가 암호화폐를 발행한다는 소식이 일부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 자산 2조 달러(한화 약 2,500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은행이 암호화폐를 발행한다는 소식은 그 자체로 놀랍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지난 29017년비트코인 버블 때 암호화폐는 사기라고 주장했던 제이미 다이먼이라는 데 있다. 물론 제이미 다이먼은 작년에 자신의 주장을 철회했고, 블록체인 기술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제이미 다이먼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긍정 발언 이후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JP 모건 체이스는 전격적으로 암호화폐 도입을 선언한 것이다.현재 사람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은행 서비스는 사실상 19세기와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자동화기기(CD/ATM)가 도입되어 기본적인 창구 업무는 24시간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그 외 복잡한 서비스는 여전히 창구에서 전문화된 인력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물론 한국 같은 경우는 인터넷 은행이 설립되어 기존 소비자금융 - 예금, 적금, 신용대출, 계좌이체 및 소액 송금 등 - 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의 가입이나 기업금융의 경우는 여전히 은행에서 전문화된 인력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왜 이처럼 전문화된 인력의 도움이 필요한지 살펴보면, 결국은 전문성을 통한 학습과 정보 비대칭으로 귀결된다. 예를 들어 해외 송금의 경우, 국제은행간송금협회(SWIFT) 규격에 맞춰 전문을 주고 받아야 하기에 해당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의 도움이 필요하다. 은행에서 판매되는 펀드 혹은 보험 등 금융상품 경우에는 정보 비대칭에 따른 계약 전의 숨김 정보(Hidden Information)에서 파생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혹은 계약 이후의 기회주의적 행동(Opportunistic Behavior)에서 비롯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예방하기 위해 교육받은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한다. 즉 보험 상품의 예를 들어 살펴보면 보험 가입자는 자신의 병력을 숨겨 보험에서 이득을 취할 유인이 있거나(계약 전의 숨김 정보). 보험 가입 후 보험을 믿고 건강이나 재산 관리를 소홀히 할 유인이 있다(계약 이후의 기회주의적 행동).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상술한 역선택 혹은 도덕적 해이는 계약이 불완전하기에 발생한다고도 볼 수 있다. 즉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들은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를 예측할 수 없으며, 이들에 대한 평판에 대한 정보 역시 마찬가지로 없거나 있다고 해도 접근이 제한적이기에 계약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이를 이용한 역선택이나 도덕적 해이 문제 역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이러한 문제는 결국 정보와 계약의 문제다.만약 정보와 계약이 공개되며, 이를 악용하는 케이스 역시 투명하게 공개가 된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현재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발생하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역시 절감시킬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그 하나의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다시 도입부에서 언급한 JP 모건 체이스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의 경우로 돌아가보자. JP 모건 체이스는 JPM 코인으로 명명된 이 암호화폐가 미국 달러화에 1:1로 고정되며, JP 모건 체이스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래하는 금융회사 및 일반 기업이 지급결제 및 청산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 밝혔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는 JP 모건 체이스 및 이와 거래하는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더 투명하고 효율적인 거래를 체결함은 물론 더 빠르고 저렴한 지급결제 및 청산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국경에 따른 금융시장의 벽이 점차 무너져가는 이 시점에서 이는 명확한 경쟁우위다. JP 모건 체이스만이 아니다. 시티은행을 비롯한 글로벌 은행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려고 하고 있으며, KEB 하나은행 및 BNK 부산은행 역시 각각 자체적인 플랫폼을 운영하거나 JP 모건 체이스의 쿠오럼 플랫폼을 활용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흐름과 달리 한국 정부는 여전히 블록체인 기술에 관해 규제와 금지 일변도다. 얼마전 시행된 규제 샌드박스에서도 해외송금 스타트업 모인이 제출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해외송금이 1차 심사에서 탈락한 바 있듯이, 아무리 글로벌 은행이나 국내 주요 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거나 도입해도 현행 규제 아래서는 모두 불법에 불과하다. 이러한 규제는 한국을 정보통신 기술과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에서 벗어난 하나의 갈라파고스로 만들 뿐이다.블록체인 토큰 버블을 우려하여 무조건적으로 해당 기술의 활용을 금지한다면 이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속담을 스스로 실천하는 일에 불과하다. 정부 방침의 전향적 전환이 필요하다.
2019.02.23 I 이정훈 기자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 [정재웅의 블토경]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지난 13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신청에 대한 규제특례심의위원회 1차 심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수행하는 모인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는데, 1차 심의에서 탈락하였다. 모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는 해외송금 서비스도 소액 해외송금업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며 송금 한도도 시중은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증액해달라고 요청했으나 1차 심의 관문을 넘지 못했다.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밝힌 탈락의 이유는 블록체인 기술을 해외송금에 허용할 경우,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나타난 블록체인 토큰 투자 열풍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라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하는 이유는 혁신적 기술이나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규제에 한정적으로 특례를 부여하고, 그 기간 동안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한 규제를 제정하도록 하는데 있다고 한다. 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모인의 규제 샌드박스를 1차 심의에서 탈락시킨 것은 이러한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 물론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하반기까지 블록체인 토큰 시장이 실로 “비이성적 과열”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음을 생각해보면 정부의 이러한 우려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규제는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많다.모인이 신청한 서비스 영역인 해외송금 시장을 한 번 살펴보자. 현재 해외송금 시장은 압도적으로 은행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은행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통해 송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해외 송금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지만, SWIFT를 이용한 해외송금은 무척 어렵고, 불편하고, 느리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네덜란드로 송금을 한다고 할 경우, 한국에서 보내는 사람은 받는 은행의 이름과 SWIFT 코드를 알아내서 보내야 한다. 이 돈은 한국에 위치한 은행에서 바로 네덜란드 은행으로 가지 않고, 적어도 한 단계 이상의 중개은행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환전 수수료는 물론, 송금 수수료, 중개은행 수수료, 그리고 수신 수수료 등 복잡한 수수료가 부과된다. 이처럼 비싸고 느린 시스템이 아직까지 작동하는 것은 다분히 해외송금시장이 은행과 SWIFT의 독점 시장이기 때문에 그렇다. 경제원론에서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독점은 사회적 후생의 상당 부분을 독점 공급자가 차지하기에 소비자가 차지하는 영역이 줄어들고, 이러한 상황은 사회적 총효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파레토 비효율 상태다.이러한 시장에 핀테크나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상황이 현재 한국 상황이다. 2018년 4분기에 세계은행이 발행한 해외송금 시장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G20 국가 중 1.89%를 기록한 러시아에 이어 5.10%로 가장 낮은 해외송금 수수료를 보여준다. 이처럼 한국이 낮은 해외송금 수수료를 기록한 이유는 은행 간 경쟁과 핀테크 업체들의 시장 진입에 있다. 이처럼 낮은 수수료는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켜 경제 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킨다. 즉 경쟁을 통해 사회 전체적 효용이 상승한 것이다.블록체인 기술을 해외송금에 도입한다면 이러한 비용을 더 절감하고, 소비자 후생을 더 증가시킬 수 있다. 현재 핀테크 업체나 은행이 아닌 해외송금 업체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신뢰할 수 있는 해외송금 파트너를 찾는 일과 이러한 파트너가 부도나지 않는 일, 다시 말해 거래 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와 신용 위험(credit risk)를 감소시켜 전체 거래 과정에 수반되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을 절감시키는 일이다. 높은 거래비용은 필연적으로 거래 상대방을 찾고,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의 이행을 담보하는 등 모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상승시켜 그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반면, 낮은 거래비용은 이러한 후생을 상승시킨다. 블록체인 기술인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은 계약을 투명하게 체결하고 그 내용을 블록체인을 통해 공유하고 공개하기에 거래가 불투명할 때보다 거래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신용담보 기술을 이용하면 신용 위험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기술혁신을 통해 사회 전체적 후생을 상승시키는 파레토 개선을 이룰 수 있다.이러한 혁신을 이룰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블록체인 토큰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에 대한 우려로 블록체인을 이용한 해외송금 기술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하는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규제를 적층적으로 쌓아올려가면서 언제 혁신을 하고 언제 고용을 창출하여 언제 경제를 개선시킬 생각인지 정부의 의향을 묻고 싶을 따름이다.
2019.02.16 I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 [정재웅의 블토경]암호화폐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는 개별 경제주체 - 가계와 기업 - 가 효용을 극대화하는 최적화 행동에 대해 논의하는 미시경제학(Microeconomics)과 국민소득, 저축율 등 집계변수를 통해 국가의 거시안정화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거시경제학(Macroeconomics)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경제신문을 통해 접하는 주제는 거시경제학 관련 주제가 많지만, 실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내리는 결정과 행동에는 미시경제학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최적화 행동을 다루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점심식사 메뉴를 결정하며, 여름 휴가 장소를 결정하는데 있어 무엇이 효용을 극대화하는지 고민한다.이와 마찬가지로 금융경제학에는 시장미시구조 이론(Market Microstructure Theory)이라는 분야가 있다. 미시경제학이 개별 경제주체의 효용 극대화 의사결정을 다룬다면, 시장미시구조 이론은 금융시장에서 참여자들이 어떻게 행동하여 금융상품의 가격이 결정되는지 다룬다. 이 분야가 나오기 이전까지 금융시장에서 실제 금융상품의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비록 주식의 가격을 결정하는 모형인 자본자산가격결정 모형과 옵션의 가격을 결정하는 블랙-숄즈-머튼 옵션가격결정 모형이 있었지만, 상당부분 불명확했다. 시장미시구조 이론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시장에서 실제로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시장미시구조 이론의 시작은 알버트 카일(Albert Kyle)이 1985년에 이코노메트리카(Econometrica)에 게재한 논문이지만, 그 이전에 밀그롬과 스토키(Milgrom and Stokey)가 1982년에 경제 이론 저널(Journal of Economic Theory)에 게재한 논문을 살펴보아야 한다. ‘정보, 거래, 그리고 보편 지식(Information, Trade, and Common Knowledge)’ 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서 밀그롬과 스토키는 왜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지를 설명한다. 그들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정보와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거래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A 라는 사람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꺼졌기에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기여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려고 하는 반면, B라는 사람은 슈퍼 사이클이 꺼졌으므로 일시적 조정기를 거친 후 삼성전자가 다시 반도체 시장을 장악할 것이며, 따라서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여 주식을 매수하려고 한다. 이 둘은 시장에 자신들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매도호가와 매수호가를 제출하여 거래하고, 이러한 가격은 이들이 지닌 정보를 시장에 전달한다. 즉 시장에서 거래는 서로 다른 정보와 기대 때문에 발생하며, 이 경우 가격(호가)은 이러한 정보가 시장에 드러나며 균형가격이 결정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같은 기대를 갖고 있다면 거래는 발생하지 않고, 이 경우 우리는 재화나 서비스의 적정 가치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없다. 가격을 통해 기대와 정보가 전달되며 시장에서 조정이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이 이루어지기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시장에서의 가격은 중요한 정보 전달자 역할을 한다.밀그롬과 스토키의 이러한 논의에 기초하여 카일은 1985년 ‘연속 경매와 내부자 거래(Continuous Auction and Insider Trading)’ 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상술한 이코노메트리카에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카일은 정보를 가진 내부거래자(Informed Trader)는 정보 - 이 경우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융상품의 가격과 그 가격의 변동성 - 를 사전적으로 알고 있지만, 시장조성자(Market Maker)는 주문의 총량만 알고 있고, 개인 소액 투자자(Noise Trader)는 이러한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가정하고 주식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밝혔다. 카일에 따르면 시장에서 가격은 전적으로 정보를 가진 내부거래자에 의해 결정되며, 시장조성자나 개미들은 이에 수동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즉 내부거래자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과 변동성을 알고 있기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가격을 결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개인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이익을 탈취할 수 있다. 시장조성자는 주문의 총량만 알고 있기에 내부 거래자와 개인 소액 투자자를 구분하지 못하며, 개인 소액 투자자는 정보를 알지 못하기에 자신들의 이익을 탈취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는 시장의 깊이(Market Depth, 시장의 규모)가 얕은 시장에서 더욱 확실하게 드러나는데, 정보를 가진 내부거래자가 자신의 주문을 통한 시장의 조작(Manipulation)을 행하기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작은 시장은 주문의 규모를 통해 정보를 가진 내부거래자의 주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지만, 보통 이렇게 규모가 작은 시장은 규제도 충분하지 않고, 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 자체도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정보를 가진 내부거래자의 거래행위를 파악하기 힘들다. 비유컨대 컵에 담긴 물은 우리가 조금만 그 컵을 움직여도 심하게 출렁거리지만, 큰 물통에 든 물은 쉽게 출렁거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현재 암호화폐 시장이 바로 카일이 언급한 저 메커니즘에서 시장의 깊이가 얕은 시장이다. 코인마켓캡에 의한 시가총액 100대 암호화폐의 하루 거래 총액이 아무리 높아도 하루 거래 총액이 2조 달러에 이르는 외환시장에 비교하면 작은 규모다. 하루 거래 총액이 2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시장조차 조지 소로스를 비롯한 소수의 정보를 가진 내부거래자들에 의한 시장 조작이 가능한데, 예를 들어 1990년대 초반의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조지 소로스의 공격처럼, 하물며 이보다 작은 암호화폐 시장은 말할 것도 없다. 2017년 하반기에 제이미 다이먼 JP 모건 회장이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공개적인 비판을 하여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했을 때, 역으로 JP 모건 자체는 비트코인에 투자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사실 이건 전혀 논란이 될 문제가 아닌데, 정보가 비대칭이고, 시장의 깊이가 얕으며, 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비트코인 시장이야말로 JP 모건 같은 시장의 거대 참여자가 자신의 뜻대로 조작하기 쉬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이는 곧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 - 즉 정보가 부족하고 애써 얻은 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소음투자자들 - 은 정보를 가진 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물론 이는 시장 규모가 충분히 커지고, 정부의 법과 규제가 적용되어 시장이 투명해지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지만,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규모가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대비 작은 문제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와 국회는 아직까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법과 규제마저 만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은 결국 소액 개인 투자자일 수밖에 없다. 소액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암호화폐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법을 정비하고 관련 규제를 명확하게 하여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일확천금을 꿈꾸며 뛰어들었다가 돈을 잃고 망연자실한 사람과 사기 프로젝트만을 양산할 뿐이다.
2019.02.09 I 이정훈 기자
금융위기의 기원과 블록체인 토큰
  • [정재웅의 블토경]금융위기의 기원과 블록체인 토큰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는 세계를 경악케 했다. 이전까지 금융위기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 -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조지 소로스의 공격 등 - 를 제외하면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 반면,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의 명실상부한 리더인 미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 금융위기가 발생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정부의 인위적 저금리 정책 및 이에 기반한 저신용 계층에 대한 주택 공급 정책이 꼽히지만, 이 저신용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융위기로 증폭된 데에는 파생금융상품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파생금융상품이 이처럼 금융시장과 금융위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을까.1980년대 이후 국제 금융 시장은 점차 통합되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유동성 공급은 크게 증가했지만, 그와 반대로 투자 대상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소비에트 연방을 비롯한 동구권은 자본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컸다. 에너지, 생명공학 등 새로운 산업은 아직 거대 자본을 끌어들일 정도로 도약하지 못한 상태였고,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기술 역시 그 맹아가 겨우 나타난 상태였다. 1990년대 이후 실질적인 투자처가 독일의 통일,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인한 동유럽 국가들의 시장개방, 그리고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났지만, 세계에 유통되는 거대 유동성을 다 흡수할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후에 남미부채위기, 영국 파운드화 위기, 멕시코 페소화 위기, 아시아 외환위기 등 금융위기가 반복되면서 자본은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미국으로 대량 유입되었다. 미국으로의 지속적인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이자율의 지속적인 하락을 가져왔다. 1980년 미국의 단기 이자율은 15%이상으로 치솟았으나 1990년 초 3%대로 하락하였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이자율 하락은 일본과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이자율의 지속적인 하락은 부채의 만기가 자산보다 훨씬 긴 연기금과 생명보험사의 재정악화를 가져왔고, 이에 따라 이 기관들의 고수익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다. 월스트리트에서 다양한 부채담보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을 만들어 내어 공급한 것은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부채담보증권들의 기초가 되는 주택담보부채(Mortgage Loans)은 개인이 집을 구매하기 위하여 자신이 구입할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얻은 부채다. 모든 시민이 집을 갖도록 한다는 미국정부의 정책에 따라, 은행들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주택담보부채를 공급하였는데, 이게 바로 문제가 된 비우량 주택담보부채(Sub-Prime Mortgage Loans)다. 주택저당부채를 담보로 하여 만들어 낸 부채담보증권은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금융회사의 중개로 세계 전역에서 판매되었다. ‘독일의 치과의사가 미국의 저소득층이 집을 사는데 자금을 공급한다’는 유명한 말은 이 현상에서 비롯되었다.위기는 기준금리가 상승하고 비우량 주택담보부채의 부도가 증가하면서 왔다. 이자율 상승으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채무불이행율이 상승했고, 이로 인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기초로 한 부채담보증권의 신용도와 가격이 하락하였다. 이 신용도와 가격 하락은 전염효과를 통하여 모든 부채담보증권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채권을 담보로 현금을 융통하는 환매체(Repurchase Agreements)를 통하여 단기자금의 수요를 채웠는데, 부채담보증권들은 위기의 발생과 더불어 담보의 역할을 상실하였다. 이로 인해 매일 2-3조 달러의 거래규모를 가지던 환매체 시장이 급속히 축소되었고, 이는 금융시장 유동성의 급격한 축소로 이어졌다. J. P. Morgan에 매각된 Bear Stearns나 파산한 Lehman Brothers 모두 부채담보증권과 환매체의 유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금융기관이었다.이상이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의 개략이다. 이후 전개과정은 우리가 아는 바와 같다. 대형 금융회사가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구제금융을 통해 이를 지원했다. 이에 대해 납세자인 시민의 불만은 고조되었고, 결국 이러한 납세자인 시민의 불만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대두로 이어졌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가 2008년에 발표된 것은 이러한 맥락에 기인한다.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수학적 알고리듬에 의해서 발행되고, 이전되며,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는 이론적으로는 굉장히 아름답지만, 사실 현실에 있어서는 다소간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거래가 승인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이에 더해 가치 변동성이 크다. 비트코인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대체 암호화폐 혹은 블록체인 토큰이 발행되었고, 가치 안정화를 추구하는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하지만 이런 암호화폐 역시 상술한 증권화를 통한 금융공학적 방법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공학적 방법론은 그 기초를 경제학만큼이나 수학과 컴퓨터 공학에 두고 있기에 사실 암호화폐 역시 금융공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 단계로 나누어 가치 안정화를 추진하는 상당히 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그 백서를 뜯어보면 금융공학적 방법론에 기초한 경우가 많다. 이는 최근 대두되는 STO의 경우에 더 두드러진다. 사실상 STO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논리는 금융공학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논리의 반복에 불과하다.그렇다면 금융위기 이후 10년, 암호화폐를 통해 탈중앙화를 꿈꾼 사람들은 한바탕 백일몽을 꾼 것에 불과할까. 그건 아닐 것이다. 분명 분산원장, 스마트 계약, 암호화 알고리듬은 그 이전에 비해 진일보한 기술이다. 문제는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데 있다.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정보의 비대칭과 편중을 해결해 모든 사람들이 정보를 획득하고 분석하여 제대로 된 투자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는데 있다. 그렇지 않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또 다른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불과하다. 기술 발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보와 지식을 모두에게 널리 알리는 일이다.
2019.02.02 I 이정훈 기자
글로벌 불확실성과 암호화폐의 위험분산
  • [정재웅의 블토경]글로벌 불확실성과 암호화폐의 위험분산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지난 1997년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외환위기를 겪었다. 당시 외환위기는 한국의 경제와 금융 시스템 상 한 번은 겪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였는데, 그 이유로는 한국 경제의 구조조정이 1970년대 이후 계속 지연되고 있었으며, 금융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며 폐쇄적이었고, 정부는 인위적 저환율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데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당시 글로벌 임밸런스 문제가 심각했다. 즉 1997년 외환위기는 금융 시스템의 후진성이나 단기 유동성 문제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의 불균형, 이른바 글로벌 임밸런스(Global Imbalance)의 문제가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이러한 글로벌 임밸런스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970년대 유로달러와 유로본드 시장의 등장 이후 세계 금융시장을 밀접하게 연결되어 갔다. 유로달러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1980년대 금융시장의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해 갔는데, 이는 안전자산인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한 국제 유동자금의 투자를 더욱 촉진시키는 역할을 했다. 비록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와 국채 덕분에 외국의 막대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미국에 대한 투자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기록한 미국, 독일,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이 그 주체가 되었다. 이와 같은 무역에 있어 불균형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것으로는 일본이 이 체제 하에서 대규모 외화자산을 축적하게 된 것을 들 수 있다. 무역을 통한 일본으로의 외화자산의 유입과 그로 인한 과도한 통화의 공급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형성되는 원인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미국 달러화 자산을 다량 보유한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엔화로 표시된 부채에 비해 달러화로 표시된 자산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축소되게 되었다. 이는 일본 금융기관들의 자본을 축소시키고 재무구조를 약화시켰다. 일본 거품 경제의 붕괴 이후 이러한 금융기관의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되면서 결국 국내 대출을 회수하고 해외로 자금을 유출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신흥국에 다량의 유동성을 공급하게 되었다. 즉, 무역의 불균형이 금융시장의 불균형과 국제 유동성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이처럼 1970년대 이후 국제 금융 시장이 통합되고, 유동성 공급은 크게 증가한 반면,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투자의 대상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외환위기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구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은 자본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컸다. 에너지, 생명공학 등 새로운 산업은 아직 거대 자본을 끌어들일 정도로 도약하지 못한 상태였고, 그 당시 상황에서 보면 정보기술은 더 이상 자본을 그렇게 필요로 하지 않는 듯 보였다. 90년대 이후 실질적인 투자의 출구가 독일의 통일,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로 인한 동유럽 국가들의 시장개방 그리고 아시아의 성장으로 나타났지만, 세계에 유통되는 거대 유동성을 다 흡수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글로벌 부동자금은 단기 차익을 노리고 개발도상국 외환시장에 투자되거나 혹은 안정적인 장기 수익을 목적으로 미국 국채에 투자되는 것이 고작이었다.이와 같은 국제 금융 시스템적 문제는 한국을 필두로 한 개발도상국에도 나타났는데, 수출 위주 정책을 폈던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는 수출로 벌어들인 외환을 투자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기에 안전한 미국 국채에 투자하거나 혹은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보유고로 비축하는 정도에 그쳤다. 즉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를 투자하고 운용할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것은 미국, 영국, 일본같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운용 가능한 외환의 규모 정도다.이러한 대외적 상황에 더해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등 금융위기를 겪은 국가들의 경우 금융시장의 규모가 작았고, 정보가 폐쇄적이었으며, 거래가 투명하지 못하고,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국제 금융 시장에서 움직이는 막대한 규모의 외환 투기 세력을 유인하는 요소로 나타났고, 국가 경제 규모가 이러한 외환 투기를 이길 정도가 되지 못해 결국 외환위기를 초래한 것이다.이렇게 1970년대부터 외환위기까지 상황을 살펴보면 현재 세계 경제 상황과 상당히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경제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펼쳐진 양적완환로 인해 달러화 가치는 저하되었다. 유럽은 브렉시트를 비롯해 여러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역시 2000년대 중후반에 BRICs 라고 불리며 놀라운 경제성장을 보여줄 당시의 위상을 많이 상실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유동자금은 적절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했다. 즉 현재 세계 경제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위험을 적절하게 분산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현재 금융시장의 움직임과 때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암호화폐는 다른 금융자산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일종의 금융자산이 될 수 있다. 비록 현재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상존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충분히 하나의 금융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 금융자산으로서 암호화폐의 이러한 기능의 여부가 아마도 암호화폐의 향후 발전에 대한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2019.01.26 I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가 원활하게 거래되려면
  • [정재웅의 블토경]암호화폐가 원활하게 거래되려면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금융자산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사실 우리가 금융시장에서 목격하는 금융자산의 가격은 시장에서 사람들의 기대심리와 이에 기반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예를 들어 반도체 교체 주기로 인해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이 악화되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어떤 투자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이 악화되었기에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 예상하는 반면, 다른 어떤 투자자는 반도체 교체 주기는 돌고 돌기에 지금 싼 가격에 사면 나중에 다시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 예상한다. 이 경우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는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하고, 다시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는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다. 이와 같은 사람들의 서로 다른 기대로 인해 시장에서는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가 이루어진다.이러한 시장, 특히 금융시장에서의 가격 형성 과정을 Milgrom과 Stokey는 그들의 1982년 논문인 “Information, trade, and common knowledge”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시장에서 사람들이 금융자산을 거래하고, 이를 통해 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까닭은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각각 모두 서로 다른 정보, 기대, 믿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시장에서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동일한 정보는 사람들이 같은 혹은 유사한 판단을 하게 만들 것이고, 그렇기에 시장에서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동일한 기대와 믿음 역시 마찬가지다. 즉 시장에서 매도와 매수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고 이 과정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것은 결국 시장 참여자가 모두 다른 정보, 기대, 믿음을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하다.금융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같은 정보, 기대, 믿음을 가졌다고 가정해보자. 예를 들어 앞으로 힌국 경제가 장기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시장 참여자가 모두 알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정보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은 모두 앞다투어 금융자산을 판매하려 할 것이고, 그 결과 시장에서는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더 나아가 시장이 무너지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좀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하기는 했지만, 이는 사실이고, 그렇기에 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가 다른 정보와 다른 기대를 가져야 한다. 시장 참여자의 대다수가 긍정적인 정보와 기대를 갖고 의사결정을 하면 그 시장은 과열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시장이 무너진다.그렇기에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자산의 가격결정모형이 중요해진다. 설령 그 가격이 완전히 옳지 않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기준점이자 벤치마크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식의 가격을 결정하는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ital Asset Pricing Model, CAPM)은 개별 주식의 자산을 시장 포트폴리오와 베타를 이용해 결정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다. 블랙-숄즈-머튼 옵션가격결정모형(Black-Scholes-Merton Option Pricing Model) 역시 마찬가지다. 이 모형이 과연 옵션의 가격을 적절하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논의와는 별개로 금융자산의 가격을 명확하게 설정함으로써 투자자들이 가치를 평가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이와 같은 금융시장에서의 가격에 중요하게 전제되는 것은 보편지식 혹은 공통지식(Common Knowledge)다. 예를 들어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 주가가 상승하고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개별 주식 혹은 시장의 전망과 상관없이 시장 참여자 모두가 사전적으로 아는 보편 지식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보편 지식을 전제하여 시장 참여자는 각각 자신들이 가진 정보와 이에 기초한 기대를 갖고 시장에 참여한다. 보편 지식을 갖고 있지만 각각 정보와 기대가 상이하기에 시장에서는 거래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가격이 결정된다.그렇다면 암호화폐 시장은 어떨까? 지난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의 버블 혹은 2018년 하반기의 침체로 미루어 판단하면 아직 보편지식조차 형성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암호화폐가 실제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여러 금융 자산 중 하나의 대체 자산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조차 시장 참여자의 합의를 거친 보편지식이 되지 못한 상황이다. 심지어 가격 상승과 하락이 어떤 전제 하에서 이루어지는지조차 시장 참여자는 알지 못한다. 단지 막연한 기대에 의해서 가격이 상승하고 역시 마찬가지로 막연한 패닉에 의해서 가격이 하락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에서 원활한 거래도 힘들고, 설령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가격의 발견이 어렵다.암호화폐와 암호화폐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금융시장에 있어 하나의 대체투자 시장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보편지식과 이에 기반하여 서로 다른 정보와 기대를 통해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암호화폐 시장이 막연한 낙관과 패닉에 의해 가격이 급등락하는 시장이 아니라 정보와 기대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제대로 작동하는 금융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2019.01.19 I 이정훈 기자
법정화폐와 암호화폐의 화폐경제학
  • [정재웅의 블토경]법정화폐와 암호화폐의 화폐경제학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화폐는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다. 위인 초상화가 그려지고 화폐로 구입할 수 있는 재화 혹은 서비스의 가격이 명시되어 있는 종이가 한 사회 내에서 화폐로 통용될 수 있는 이유는 그 화폐의 가치가 정부와 중앙은행에 의해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며 이 믿음은 그 화폐를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 교환의 매개, 그리고 국가 지불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화폐의 기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화폐는 한 경제 체제 내에서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측정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즉 커피 한 잔이 사천 원이고 냉면 한 그릇이 만 원이라는 사실은 냉면 한 그릇이 커피 두 잔 반에 상응하는 가치를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화폐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가 갖는 가치를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다. 만약 화폐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가치의 측정과 비교는 난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치의 척도 기능에 가능한 것이 교환의 매개 기능이다. 즉 우리는 화폐를 매개로 하여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여 우리의 효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만약 가치의 척도로서 화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른 재화 혹은 서비스, 예를 들어 쌀 혹은 노동을 가치의 척도와 교환의 매개로 사용해야 했을 터인데, 이게 얼마나 불편한지는 명약관화하다. 이에 더해 화폐는 가치의 저장 기능을 갖는다. 우리는 화폐를 이용하여 저축을 하거나 투자를 하고, 이를 통해 부를 저장하거나 혹은 이전한다. 하지만 이런 기능은 사실 국가가 발행하는 법정화폐가 아니더라도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귀금속과 법정화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그 차이점이 바로 화폐의 마지막 기능인 국가 지불의 수단이다. 한 경제 체제 내에서 화폐가 사용되고, 그 가치가 일정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은 바로 이 마지막 기능에 의존한다. 즉 화폐를 이용해 우리는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고, 국가는 이러한 세금을 이용하여 국가 경제를 운용한다. 이 과정에서 화폐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을 경우 가장 어려움을 겪는 주체는 정부다. 만약 올해의 화폐 가치와 내년의 화폐 가치가 심각하게 차이가 난다면, 정부 재정의 운용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의 동작에 있어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를 우리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혹은 2000년 이후 베네수엘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통해 알 수 있다. 화폐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국가 경제는 파탄에 이르게 된다.화폐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여 화폐의 네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다양한 정책 도구를 사용하여 화폐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예를 들어 경기가 과열되어 시중에 유동성이 과도해질 경우에는 이자율을 상승시켜 유동성을 감소시키고,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이자율을 하락시켜 시중에 유동성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정책 운영을 통해 중앙은행은 화폐량과 화폐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이자율이 극단적으로 낮아 금리 조절을 통한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때에는 중앙은행이 시중에 화폐를 직접 공금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화폐는 단순히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하고 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수단이 아니라 한 국가 경제 전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제 정책의 도구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2008년 발행된 백서를 통해 금융 중개기관의 개입이 없는 당사자 간 금융거래를 지향하는 비트코인의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그 결과 2009년 1월 3일에 비트코인이 처음 발행되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이러한 백서를 쓰고 많은 사람들이 백서의 내용과 비트코인에 공감한 이유는 바로 상술한 중앙은행의 메커니즘 때문이다. 즉 금융위기 상황에서 경제 침체를 막고 경제럴 활성화 시키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은행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화폐 발행량을 증가시켰고, 그 결과 파국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운용도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까지 구제할 수는 없었고, 그 결과 정부와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시스템에 대한 회의가 증폭되었으며, 그 결과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사람들의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하지만 암호화폐에는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다. 바로 가치의 안정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분명 사토시 나카모토의 아이디어는 혁신적이다. 하지만 그는 시장 참여자들의 투기적 광기와 행동이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치 변동을 야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신하는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투자자산으로서 기능을 목적으로 했다면 이러한 가격 변동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위험성이 큰 투자자산으로 간주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법정화폐의 대체를 목적으로 했고, 이 상황에서 급격한 가격 변동은 분명 문제가 된다. 급격한 가치 변동은 암호화폐가 가치의 척도로서 기능하지 못하게 하고, 가치의 척도로서 기능을 하지 못함은 곧 교환의 매개와 가치의 저장 기능도 원활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암호화폐는 국가 지불의 수단으로서 기능할 수 없다.결국 암호화폐의 낙관적 기대는 붕괴되었고, 그 결과는 우리가 현재 목격하는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토큰 시장의 침체다. 하지만 이게 미래를 비관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지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버블이 생겼다가 무너졌지만, 그 결과로 우리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이라는 글로벌 IT 기업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향유하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꿈은 백일몽으로 끝났지만, 블록체인이 제시하는 분산원장 기술과 스마트 계약은 분명 인터넷에 버금가는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기술이다. 인터넷 버블이 끝난 이후 FAANG 이 나와서 우리의 일상을 혁신한 것처럼 분명 지금 세계 어딘가에서는 블록체인 기술로 우리의 일상을 혁신할 꿈을 꾸며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화폐의 꿈은 끝났지만, 혁신의 꿈은 이제 시작이다.
2019.01.12 I 이정훈 기자
금융위기의 가능성, 암호화폐의 가능성
  • [정재웅의 블토경]금융위기의 가능성, 암호화폐의 가능성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2019년 새해가 밝았지만 금융시장은 밝지 못하다. 신년 증시 개장 이틀만에 코스피 지수는 2000이 붕괴하여 25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위주의 경제인 이상 한국은 수출과 대외 경제 여건에 심각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어제 발표된 중국 제조업 지표는 한국의 가장 큰 수출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주었으며, 중국 경기의 둔화는 곧 한국 기업의 실적 악화로 연결되기에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1월부터 시작되는 2018년 4분기 실적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평가하였고, 이것이 지수의 폭락으로 나타났다.보통 일반적으로 학부 재무관리 교과서에서 주식시장은 기업의 소유권을 거래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한다. 주식은 기업의 소유권을 의미하는 증권이기에 이를 거래하는 행위는 곧 기업의 소유권을 거래하는 행위이며, 이 맥락에서 주식시장은 기업의 소유권을 거래하는 시장이라는 설명이 성립한다. 이러한 기업 소유권을 거래하는 시장으로 주식시장을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마이클 젠슨(Michael Jensen)은 1993년 전미경제학회 회장 취임 연설에서 “기업 통제권 시장(Market for Corporate Control)”이라 설명한 바 있다. 즉 주식시장은 기업의 소유권을 거래하는 시장이기에 기업의 실적 혹은 경영자의 능력이 평가되며, 그렇기에 이들이 투자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매매가 이루어지거나 적대적 인수합병이 이루어지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본이 효율적으로 분배되어 경제 전체가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주식시장의 역할이라는 의미다.하지만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마이런 숄즈(Myron Scholes)는 주식시장에 대해 이와 다른 의견을 견지한다. 숄즈는 주식시장을 포함하는 금융시장의 본질을 “위험(Risk)을 거래하는 행위”로, 즉 금융시장이란 곧 위험(Risk)을 거래하는 시장이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앞에서 언급한 주식시장을 생각해보자. 상술한 것처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이 의미하는 것은 “기업의 소유권”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반대로 숄즈는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들 중 실제로 자신이 기업의 소유권을 보유하고 거래한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거의 없으며, 상술한 젠슨이 언급한 기업 통제권 시장으로서 주식시장에서 기업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사람 혹은 방어하는 사람 정도가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숄즈는 주식이 대표적인 “위험으로서의 금융상품”이라고 말한다. “High Risk, High Return”은 이미 주식시장에서 진리와 마찬가지이거니와, 주식은 자본 수익 혹은 배당을 대가로 위험을 보유하는 증서라는 것이 숄즈의 설명이다. 실제로 우리가 주식시장에서 어떤 주식을 매수하여 보유하는 것은 배당 혹은 자본 수익을 얻기 위해 그 기업의 위험을 감당하는 것이고, 주식을 매도하는 것은 배당을 받았건, 자본 수익을 얻었건, 아니면 손해를 보았건 상관없이 더 이상의 위험을 감당하지 않기 위한 행동임을 상기해본다면 숄즈의 이런 지적이 타당함을 알 수 있다.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위험을 거래하는 시장으로서 주식시장에서 지수가 하락한다는 의미는 곧 위험을 감당하려는 사람이 없음을, 다시 말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주식을 보유하는 행위가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음을 의미한다. 만약 이런 일이 순간적으로 발생한다면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년 가을부터 한국 경제에서는 이러한 주식시장에서 지수의 급격한 하락이 여러 차례 나타났다. 이러한 반복되는 하락은 비록 기업의 펀더멘털이 건전해도 시장 참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강화되고 있으며, 미국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하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경제 여건 역시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제의 문제는 한국 경제 내부의 문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이러한 시장 불안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금이나 달러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를 하는 성향이 나타난다. 즉 금 가격과 달러 환율은 상승한다. 실제로 국제 금 시세는 약간의 변동은 있을지언정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달러 혹은 금을 대체하는 자산으로 기능할 것이라 기대를 모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은 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 참여한 많은 투자자들은 이러한 모습에 한때 자신들이 품었던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이러한 모습에 암호화폐의 가능성이 있다. 학부 재무관리 교과서에서 배우는 포트폴리오 이론과 이에 기초한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ital Asset Pricing Model, CAPM)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개별 자산이 시장의 일반적인 경향성과 얼마나 같은 방향 혹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가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이나 국제 금 시장 혹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시장과 독립된 하나의 자산시장으로서 암호화폐 시장이 움직인다면, 이건 투자자 입장에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여 위험을 낮추는 수단이 하나 더 추가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며, 이는 경제 전체적으로 좋은 일이다.비록 금융중개기관이 개입되지 않은 시장 참여자 사이 직접적인 금융거래라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이상에서는 벗어났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현재 우리 생활과 분리시켜서 생각할 수 없는 인터넷 역시 최초 등장 목적은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목적과 다르다. 그러므로 암호화폐가 금융시장에서 기능하는 하나의 자산이 되고 이 방향으로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그 역시 전체적인 금융시장 입장에서 바람직하다. 다시 말해 현재 글로벌 경제가 어려워지고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위험을 헤지하는 대체투자자산으로서 암호화폐의 중요성이 증가할 수 있으며, 이것이 암호화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019.01.04 I 이정훈 기자
증권형토큰공개(STO)는 모두를 구원할까
  • [정재웅의 블토경]증권형토큰공개(STO)는 모두를 구원할까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1/3 아래로 하락했고, 이더리움 역시 마찬가지다.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으로 자금을 조달한 ICO 프로젝트들도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이더리움 클래식을 개발사인 ETCDEV가 암호화폐 시장 침체로 인한 자금 경색으로 사업을 접는다고 발표했는가 하면 스팀잇(Steemit)은 회사 임직원 중 70%를 해고했다고 발표했고, 심지어 이더리움을 개발한 암호화폐 대표 기업인 컨센시스(ConsenSys) 역시 약 13%에 이르는 임직원을 구조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세상을 바꿀 것으로 생각되었던 프로젝트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다.이런 시장 상황에서 증권 토큰 공개(Security Token Offering)이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블록체인 토큰은 크게 유틸리티(Utility) 토큰과 증권(Security) 토큰으로 구분할 수 있다. 유틸리티 토큰은 그 토큰을 지불함으로써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는 토큰을 의미한다. Reverse ICO를 통해 기존 사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이러한 유틸리티 토큰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증권 토큰은 현실 경제의 주식이나 채권을 비롯한 증권처럼 그 토큰을 보유함으로 인해 시세차익이 아닌 자본 이득을 획득하는 토큰이다. 대표적 예가 요즘 거래소 배당형 토큰이다. 현재 일부 거래소에서 도입되어 시행되는 거래소 배당형 토큰은 거래소가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을 거래소 토큰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배당하며, 이 거래소 토큰은 거래소에서 체결되는 거래에 활발하게 참여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다. 즉 거래소 배당형 토큰은 거래소에서 체결되는 거래의 지분을 의미하며, 그 지분에 대한 배당을 지불하는 것으로 주식과 상당히 유사하다. 문제는 증권 토큰 혹은 거래소 배당형 토큰이 현재 규제 대상이라는 데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urity Exchange Committee, SEC)는 증권 토큰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현실 경제에서 주식이나 채권 같은 증권 발행에 준하는 규제를 받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SEC 규제를 따라 증권 토큰을 발행하면 정말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 다. 블록체인 토큰을 발행하는 대다수 기업이 스타트업인 상황에서 ICO는 이들이 복잡한 현실의 규제와 seed funding 부터 시리즈 A, 시리즈 B, 시리즈 C, 그리고 상장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스타트업 자본 조달의 복잡한 경로를 따르지 않고 자본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물론 이러한 ICO는 정보의 비대칭과 규제의 미비로 인해 상당히 많은 경우 허상으로 끝났고, 그에 따라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였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 토큰 공개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첫째, 증권 토큰 공개를 위해서는 기업 상장 혹은 상장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 발행에 준하는 여러 법적, 행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절차를 거치는 이유는 해당 기업이 상장하거나 혹은 채권을 발행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검증하고, 이를 통해 정보비대칭으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를 제거해 건전한 금융 시장을 만들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은 상당히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ICO를 통해 자본을 조달한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스타트업임을 감안하면 증권 토큰 공개에 수반되는 비용을 이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증권 토큰 공개를 해야 하는 이점이 약할 수도 있다. 증권 토큰 공개는 해당 토큰이 증권 유형이어서 SEC를 비롯한 각국 규제기관의 규제를 받아야 할 때 적용된다. 그렇기에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 특히 기존 오프 체인 비즈니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reverse 프로젝트의 경우는 이를 굳이 해야만 하는 이유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증권 토큰 공개의 경우 기존 주식이나 채권 발행과 구별되는 특별한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물론 배당과 해당하는 조건을 블록체인 위에 올릴 수는 있으나, 이는 기업 의사회 의결사항인 배당권 결정과 충돌할 여지가 크다. 물론 기존 기업이 증권 토큰 공개를 할 수 있으나 이 경우 기존 주주 혹은 채권자 대비 무언가 불이익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과연 이 방법이 적절한 방법인지 의문이 생긴다.암호화폐 혹은 블록체인 토큰은 주지하다시피 금융위기 이후 기존 금융이 “이윤의 사유화와 위험의 사회화”를 추구함을 본 사람들에 의해 추진되었다. 그렇기에 초기 참여자들은 극단적일 정도로 중앙화 및 중개기관의 개입을 꺼렸으며, ICO 역시 그 맥락에서 추진되었다. 그러나 이는 곧 한계에 부딪쳤다. 사실 중개기관 혹은 믿을 수 있는 외부 감시기관이 없는 시장에서 정보비대칭에 따르는 문제 - 이전 칼럼에서 살펴본 Market for Lemons 로 대표되는 - 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며 이는 결국 시장의 붕괴를 가져온다. 그렇기에 어찌보면 외부 감시기관 및 중앙집권화된 기관을 필요로 하는 증권 토큰 공개가 주목받는 현상은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게 만능은 아니며,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없다. 시카고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라구람 라잔(Raghurm Rajan)과 시카고 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인 루이지 징갈레스(Luigi Zingales)는 그들의 저서인 『Saving Capitalism from the Capitalists』에서 “가난한 사람들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시장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자금을 적절한 때 공급하는 금융시장”의 존재가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에 있어서 필수적임을 언급한 바 있다. 암호화폐 혹은 블록체인 토큰 역시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생각에서 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이 시장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이 수반되지 않는, 단순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증권 토큰 공개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해결책이 아니다.
2018.12.22 I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 침체와 창조적 파괴
  • [정재웅의 블토경]암호화폐 침체와 창조적 파괴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암호화폐시장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한때 3306달러까지 추락해 연중 최저치를 갱신했다. 이는 작년 말 기록한 사상 최고 가격인 1만9781달러 대비 80%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암호화폐시장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이러한 가격 하락은 이 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일반적으로 금융경제학에서 주식이나 채권 가격은 그 증권의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로 설명된다. 즉 이론적으로 주식이나 채권 가격은 그 증권으로 인해 창출되는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값이다. 그러므로 만약 현금흐름이 높아진다면 가격은 상승하고 반대의 경우에 가격은 하락한다. 물론 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자산 가격은 이렇게 간단하게 결정되지는 않는다. 수많은 거시경제 변수 및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심리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의 주가는 환율을 비롯한 거시경제 지표에 많은 영향을 받는가 하면 해당 기업의 활동에 대한 투자자 기대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 침체 역시 이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작년 이맘 때로 시간을 되돌려보자. 사람들은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했으며 이러한 기대는 가격 상승을 유발했고 가격 상승은 새로운 투자자를 유입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신규 투자자의 유입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다시 사람들의 긍정적인 기대를 촉진시켰다. 게다가 이더리움에 기반을 둔 많은 신규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가 ICO를 추진했으며 그들은 이더리움을 이용해 자금조달을 했다. 이러한 자금 조달은 이더리움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고 그 결과 이더리움 가격 역시 상승했다. 암호화폐시장 가격이 거품이라는 지적은 비웃음을 받았고 랠리는 계속 이어질 것만 같았다.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파티는 끝났다.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뜨거운 열망을 품은 기대는 차갑게 식어버렸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많은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탈중앙화를 통해 현재 정부 및 중앙은행에 집중된 화폐 발행 및 유통에 대한 권한에 있어서도 혁신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는 해시 싸움으로 변질되었다. 비트코인캐시 ABC 진영과 비트코인캐시 SV 진영 간 비트코인캐시의 하드포크를 놓고 벌어진 싸움이 대표적 예다.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가격 폭락은 ICO에서 이를 이용해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한 많은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에 유동성 위기를 야기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잔치는 끝난 듯하다.그렇지만 이게 끝일까. 사실 지난 1년 동안 암호화폐시장은 지난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가 말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cberance)’ 상태에 있었다. 사실 이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말은 미국 경제의 호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에 사람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린 지난 1990년대 말 미국 주식시장의 버블 상황에서 당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이 한 말이다. 비이성적 과열 상태에서 사람들은 시장의 장래를 낙관하게 되고 이 낙관으로 인해 과도한 투자를 하게 되며 다시 이 과도한 투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시장의 낙관을 야기하여 금융시장에서 증권의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즉 비이성적 과열은 그 어떠한 실체적 근거도 없이 오로지 사람들의 낙관에 의지해서 상승하는 시장이다. 이 과열의 위험성은 우리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기대가 깨지면 가격도 폭락하는데 있다. 암호화폐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사토시 마카모토의 백서에서 시작된 이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많은 암호화폐가 나왔지만 현실 경제에서 현재까지 두드러지는 활약이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단지 이 기술이 미래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에 의해 시장에서 가격 상승이 이뤄졌고 이 기대가 흔들리는 순간 우리가 보는 것처럼 가격은 폭락했다. 그렇다면 이 폭락이 과연 암호화폐 혹은 블록체인 기술의 끝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인터넷과 닷컴 버블 당시에도 수없이 많은 실체없는 기업들이 명멸했고 그 결과 우리는 FAANG(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 로 대표되는 거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닷컴 버블이 꺼질 때만 해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미래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에 대한 초기 연구자인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자본주의의 근본 작동 원리이자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가져오는 원리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을 언급한 바 있다. 즉 슘페터에 의하면 기업가의 역할은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이며 그가 누리는 이유는 바로 이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의 대가다. 그리고 이 창조적 파괴를 다른 기업인이 모방하면서 이윤은 점차 감소하고 이는 다시 새로운 창조적 파괴를 초래한다. 슘페터는 이러한 창조적 파괴를 통한 역동성으로 자본주의가 지속된다고 본 것이다. 상술한 FAANG 역시 이러한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의 대표적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묘목이 보잘 것 없다 해서 다 자란 나무까지 보잘 것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인터넷 기술로 인한 닷컴 버블이라는 비이성적 과열이 지나간 뒤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으로 세상을 바꾸는 FAANG이 나온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 버블 역시 창조적 파괴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옥석을 가리는 불가피한 단계일 것이다. 진정한 창조적 파괴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2018.12.11 I 이정훈 기자
구성의 모순, 뱅크런
  • [정재웅의 블토경]구성의 모순, 뱅크런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경제학의 거장 중 한 명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거시안정화정책의 원류가 된 저서인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로 유명하지만, 거시경제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간결한 설명인 `구성의 모순(Fallacy of Composition)`으로도 유명하다. 구성의 모순은 한 경제 시스템 내에서 개별 경제 주체로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경제 시스템 전체적으로는 이러한 개별 경제 주체의 합리적인 선택이 비합리적인 결과를 야기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개별 경제 주체의 합리적 선택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증가시키는 행위다. 저축을 증가시켜 장래 불안정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의 이러한 합리적인 행위는 경제 시스템 전체적으로 보면 유효수요를 감소시켜 오히려 경기침체를 가속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금융에 있어 이러한 구성의 모순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예 중 하나가 뱅크런(Bank Run)이다. 다이아몬드와 디빅(Diamond and Dybvig, 1983)에 의해 이론적으로 연구된 뱅크런은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다. 그 간략한 작동 기제는 다음과 같다. 부분지급준비제도 시스템 하에서 은행은 저축을 일부만 보유하고 나머지를 대출한다. 물론 이는 은행이 아닌 다른 금융회사도 마찬가지다. 이 상황에서 금융위기가 곧 다가오고, 이 상황에서 은행 혹은 금융회사로부터 저축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심리가 시장에 퍼진다. 이 심리에 위기를 느낀 개인들은 은행이 실제로 위기에 처하기 이전에 자신의 저축을 돌려받기 위해 은행으로 가는데, 부분지급준비제도 시스템에서 각 개인의 예금인출 요구는 문제가 아니지만, 이러한 요구가 집합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은행의 유동성 위기는 실현되고 예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의 조기 회수가 이뤄지고 이를 통해 금융위기 혹은 경제위기는 실현된다. 즉 금융위기에 직면하여 예금을 조기인출하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모여 금융위기를 실재로 발생시키는 비합리적 결과를 야기한다.물론 여러 차례 금융위기를 겪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예금자보호법 혹은 예금보험 등을 통해 개인에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예금을 보장함으로써 구성의 모순을 통해 불안심리가 실현되어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일을 예방하고 있다. 즉 뱅크런 문제는 정부가 개입하여 금융회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일정 수준 담보하는 행위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 구성의 모순으로서 뱅크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신뢰의 문제다. 문제는 이러한 뱅크런이 현행 암호화폐 시장에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한국에서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토큰은 긍정도 부정도 되지 않은 상태이며 이것들이 상장되어 거래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정부에 의해 벤처 및 중소기업 지정이 불가한 여섯 업종 중 하나다. 그렇기에 이 시장에서는 뱅크런의 위험이 상존한다. 정부 정책에 따라 언제든지 그 가치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문제는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토큰 업계에도 있다. 작년 11월부터 시장이 과열되면서 돈을 번 사람들이 나왔고 그에 더해 묻지마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증가했으며 이에 편승해 투자자금을 유치한 뒤 잠적하는 스캠이라 불리는 사기도 증가했다. 지난 10월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언스트앤영(EY)이 발표한 보고서 역시 이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정부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 시장 과열, 묻지마 투자, 그리고 사기성 프로젝트. 이 넷이 융합된 결과 현재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토큰 시장은 극도로 불안정해졌다. 그 결과 이 시장에 돈을 투자한 투자자들은 일종의 스캘퍼(scalper, 초단기거래 투자자)가 되었다. 시장의 작은 변화 혹은 이슈에 급변하는 가격을 이용한 단기 차익거래를 노리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장이 바람직하지 않음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물론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토큰 시장이 최초에 탈중앙화와 법정 화폐 대체를 주장한 까닭에 정부로부터 백안시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암호화폐 버블이 한 차례 지나간 현재, 상당수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는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탈중앙화 전자화폐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생태계 내에서 기능하며 법정화폐와 공존을 도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규제도 없는 현재 상황보다는 프로젝트와 투자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규제를 통해 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나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규제를 통해 시장이 어느정도 안정화될 경우 불확실성이 해소되어 난립한 중소 거래소가 정리되고 불확실한 프로젝트도 정리되어 시장 전체의 안정성의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분명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토큰 시장은 문제가 많았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를 바탕으로 무조건적인 규제만 하기에 이 시장은 상당히 커졌다. 그렇다면 오히려 적정 수준의 규제를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전체 경제 시스템에도 오히려 더 나은 일이 될 것이다. 뱅크런으로 인한 침체는 비단 금융시장에서만 이뤄지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2018.12.04 I 이정훈 기자
기술적 분석이라는 환상
  • [정재웅의 블토경]기술적 분석이라는 환상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지난주 한 블록체인 토큰 스타트업이 주관하는 밋업에 참석했다. 해당 업체의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까지 모두 끝난 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뒤풀이에 갔다. 뒤풀이 자리에서 우연찮게 옆 테이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기술적 분석에 관한 내용이었다. 세상 모든 금융자산은 엘리어트 파동이론을 좇으며 이는 비트코인도 예외가 아니고, 현재 비트코인은 상승 1파에 이은 하락 2파이기에 곧 상승 3파가 온다는 이야기가 계속 오가고 있었다. 과연 기술적 분석은 유효하고 기술적 분석을 하면 투자자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이에 대한 답은 단호하게 ‘아니오’다. 기술적 분석은 자본시장 혹은 금융시장에서 자산 가격의 변동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며, 그 기술적 분석을 그대로 수행한다고 해도 이익을 올린다는 보장이 없다. 이에 대해서는 금융경제학의 여러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먼저 금융시장에서 거래 메커니즘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시장미시구조 이론(Market Microstructure Theory) 측면에서 살펴보자. 시장미시구조에 따르면 시장에서 가격은 기술적 분석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기술적 지표들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시장에서 가격은 전적으로 정보에 의해서 결정되며, 이 정보는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기 이전에 사전적으로 아는 장래 가격과 그 변동성이다. 이러한 정보를 아는 시장 참여자는 ‘정보를 보유한 거래자(Informed Trader)’ 가 되어 시장에서 가격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가격과 그 가격의 변동성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이러한 정보를 보유하지 못한 시장 참여자는 ‘소음 거래자(Noise Trader)’ 가 되어 시장에서 가격 결정에 참여하지 못한다. 즉 정보를 보유한 거래자는 가격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기에 이를 그들의 주문에 사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주문과 가격은 그 자체로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소음 거래자는 가격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지 못하지만, 그들의 주문 가격과 주문량은 다시 그 자체로 그들의 정보를 시장이 드러내고, 소음 거래자의 이러한 잘못된 정보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정보를 보유한 거래자의 가격과 주문량을 통해 드러나는 정보를 은폐하는 역할을 한다. 즉 시장에서 가격은 기술적 분석에서 사용하는 지표들에 의해서 마치 자연의 법칙처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가진 시장 참여자에 의해 결정된다. 만약 저 기술적 분석 지표들이 정보를 가진 시장 참여자들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마땅히 소음 거래자들도 알 수 있는 사항이 되고, 이 경우 정보를 보유한 거래자와 소음 거래자의 차이는 무의미해진다, 그렇다면 정보를 보유한 거래자와 소음 거래자 모두 시장에서 가격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시장미시구조 이론 측면에서 기술적 분석을 통한 투자는 틀렸다.사실 시장미시구조 이론까지 가지 않더라도, 밀그롬과 스토키(Milgrom and Stokey, “Information, trade, and common knowledge, 1982, JET)를 이용해서도 우리는 충분히 기술적 분석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하이에크(Hayek, ”The use of knowledge in society,“ 1945, AER)는 시장에서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가격은 그 자체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갖는 가치에 대한 정보가 그 가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장 참여자는 결정된 가격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하이에크의 연구에 더해 밀그롬과 스토키는 시장에서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이유는 시장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사전 경험 혹은 지식, 서로 다른 기대, 서로 다른 위험회피 성향 등을 보유하기에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서로 다른 가격을 책정하고 서로 다른 거래 위치 - 판매 혹은 구매 - 를 결정하기 때문이며 만약 사람들이 모두 동일한 사전 경험 혹은 지식, 기대, 위험회피 성향을 갖는다면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같은 가격을 책정하고 같은 거래 위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거래가 발생하지 않음을 무거래 정리(No Trade Theorem)를 통해 밝혔다. 이를 기술적 분석에 적용해보자. 만약 기술적 분석을 주장하는 사람들 말처럼 시장에서 가격이 각종 기술적 분석 지표에 의해서 결정된다면, 이는 곧 기술적 분석 지표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보편 지식(common knowledge)으로 수용됨을 의미하는데, 이 사실은 다시 기술적 분석 지표가 실질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 모든 시장 참여자가 보편 지식으로 수용한다는 사실은 곧 이 보편 지식으로 인해 시장에서 이익을 올리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모든 시장 참여자가 알고 있기에 기술적 분석 지표만으로는 거래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설령 백보 양보해서 기술적 분석으로 시장에서 이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해보자. 그 경우에도 하이에크가 말한 것처럼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그 자체로 시장 참여자들의 정보를 드러내기에 곧 정보가 노출되며, 이 사실을 파악한 다른 시장 참여자들 역시 기술적 분석을 수용한다. 그렇게 되면 기술적 분석을 통해 시장 평균 수익률을 상회하는 수익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는 곧 기술적 분석이 의미가 없음을 보여준다. 금융공학에서는 모든 금융자산의 가격은 과거 역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현재 상태에 의해서만 결정된다고 배운다. 굳이 이동 평균선 같은 역사적 정보를 사용해서 가격 트렌드를 분석하지 않아도 현재 가격에 과거의 역사적 정보가 반영되어 있으며 이 현재 가격만이 미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산가격결정 모형에서는 자산 가격이 브라운 운동(Brownian Motion)을 따른다고 가정한다. 이 브라운 운동은 하나의 확률과정으로 과거의 역사적 경로는 미래 움직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미래 움직임은 오로지 현재 상태에만 의존한다. 그렇기에 자본시장에서 자산의 미래 가격을 예측하는데 기술적 분석은 쓸모가 없다.간단한 일화 하나. 프린스턴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버튼 말키엘(Burton Malkiel)은 수업시간에 학생들로 하여금 동전을 무작위로 던지게 하고 그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상승, 뒷면이 나오면 하강으로 하여 차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차트를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 그래프와 함께 기술적 분석을 하는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기술적 분석가는 저 두 차트를 보고 다우존스 산업평균 그래프는 당장 팔아야 하는 자산인 반면 동전 던지기 결과 그래프는 당장 매수해야 하는 주식이라고 말했다. 사실 동전 던지기 결과 그래프는 상술한 브라운 운동의 전형적 예다. 이 일화는 기술적 분석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보여준다.그리고 이 현재 가격은 현재 시장 참여자들의 금융 자산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 즉 미래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재 가격이며, 이 현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서로 다른 시장 참여자들의 동일한 금융 자산에 대한 서로 다른 기대다. 물론 기술적 분석이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 시장 참여자들이 소음 투자자에 불과하다면 결국 가격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금리, 환율, 유가 등 거시경제 지표일 가능성이 높다.아마도 이 시점에서 그렇다면 애널리스트 혹은 펀드 매니저의 존재 여부 혹은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펀드 등은 어떻게 가능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애널리스트 혹은 펀드 매니저는 개별 금융 자산의 미래 가격 움직임을 예측하는 시장 참여자가 아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그들이 획득한 정보를 분석하여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며 펀드 매니저 역시 지속적으로 시장 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이들은 기술적 분석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그들이 획득한 공적, 사적 정보를 이용하여 분석하고 거시경제 변수를 고려하여 보고서를 제출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며 투자하는 자산을 결정한다. 즉 기술적 분석은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완벽하게 쓸모가 없는 방법이다. 정보를 가지지 못한 개인 투자자는 소음 투자자이자 유동성 투자자로서 시장에서 가격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 개인투자자 중 일부가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기술적 분석 역시 시장 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분석하는 차트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여러 복잡한 요인이 관련되어 결정된 가격의 집합에 불과한 그래프를 사후적으로 이런저런 근거로 분석하는 것은 끼워 맞추기에 불과하다. 기술적 분석은 쓸모없는 환상이다.
2018.11.27 I 이정훈 기자
ICO 대(對) IEO
  • [정재웅의 블토경]ICO 대(對) IEO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칼을 빼들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SEC가 연방증권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증권형(security) 토큰으로 등록하지 않은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에 본격적인 규제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따르면 SEC는 캐리어EQ(CarrierEQ)와 패러곤코인 등 2건의 프로젝트에 각 25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한편 발행 토큰을 증권형으로 규제 당국에 공식 등록하고 손해를 본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주도록 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는 주식시장에서 최초주식공개(Initial Public Offering,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기업과 유사하게 제무재표 공개와 공시의무 등을 지켜야 한다.SEC의 이러한 규제 이전인 지난달 21일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언스트앤영(EY)는 2017년과 2018년에 ICO로 자금을 모집한 프로젝트 중 70% 이상이 아직까지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밝힌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은 ICO가 장래 시장성 있는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가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자금을 공급하는 원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을 보여준다.사실 ICO는 지나치게 위험성이 컸다. 비록 IPO에서 이름을 따 오긴 했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IPO를 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은 시드 펀딩부터 시작해 시리즈 A, 시리즈 B, 시리즈 C에 이르는 펀딩을 받고 자기자본 15억원 혹은 시가총액 90억원 이상 등 상장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반면 ICO의 경우는 이러한 규제가 아무 것도 적용되지 않는다. 프로젝트 팀과 자문단을 만들고 백서만 공개하면 어떤 프로젝트나 자금을 모집할 수 있었다. 규제가 없기에 소위 스캠이라 불리는 사기성 프로젝트도 증가했고 정보를 지니지 못한 일반 투자자들은 옥석을 가리지 못하고 투자를 했고 그 결과는 개인투자자의 손해와 암호화폐시장 침체로 나타났다. 정보비대칭에 의한 시장 붕괴가 발생해 시장참여자 모두 손해를 보고 시장이 붕괴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이러한 암호화폐시장 상황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등장한 방법이 거래소공개(Initial Exchange Offering, IEO)다. IEO는 ICO와 달리 한 거래소를 상장 대상 시장 겸 상장 주관사로 삼아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자신들의 토큰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방법이다. 즉 장래에 거래소 상장을 전제로 하는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에 백서만 보고 투자하는 것이 ICO인 반면 IEO는 이미 발행까지 완료된 블록체인 토큰을 한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상장을 하는 동시에 그 거래소가 해당 토큰의 매각 주관사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IEO를 추진하는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는 백서 공개와 함께 블록체인 토큰 기술에 대한 외부 감사 보고서 등을 상장과 매각을 주관하는 거래소에 제공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자신들에 대한 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다.물론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거래소와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의 공모를 언급할 수 있다. 즉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와 거래소가 담합해 투자자들을 속이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다. 이는 시장 입장에서도 신뢰를 붕괴시키는 최악의 경우인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간단한 게임이론을 통해 이 상황이 발생하기 힘듦을 증명할 수 있다. 게임이론에서 협력이 중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상대방을 배신하는 경우는 흔히 `죄수의 딜레마`로 불리워진다. 즉 상호 협력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을 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신뢰할 수 없기에 먼저 배신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 결과적으로 모두의 이익을 감소시키는 일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이런 죄수의 딜레마처럼 한 참여자가 다른 참여자를 배반함으로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는 1회 게임으로 한정된다. 단 한 번만 게임이 이뤄지기에 상대방을 배반하고 자기 이익을 극대화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상황이 한정반복게임이고 상대방이 나를 속이는 것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면 간단한 역진귀납법(backward induction)을 통해 내가 먼저 상대방을 속이는 것이 이익임을 알 수 있고 이 경우는 상대방도 마찬가지이기에 시장이 성립할 수 없다. 무한반복게임의 경우에는 게임이 계속 반복되기에 상대방이 배신을 하면 나도 배신을 할 수 있고 이는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팃포탯(tit-for-tat,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의 사용이 가능하고 평판도 중요해진다. 그렇기에 배신보다는 협력을 선택하는 것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된다.IEO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거래소나 이를 진행하는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가 이를 일회성 게임으로 생각한다면 투자자를 속이거나 배반할 유인이 있다. 이는 특히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에서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는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조달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이 강하게 나타난 시장이 ICO다. 하지만 IEO는 거래소가 관여하여 상장과 토큰 판매를 책임지고 있는데, 투자자들과 신뢰를 형성하여 지속적인 시장 참여가 장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거래소의 경우에는 투자자를 속이거나 배반할 유인이 없다. 시장에 거래소가 하나밖에 없다면 상황은 또 다르겠지만 여러 거래소가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를 속이는 것은 투자자가 다른 거래소로 이동하도록 만들어 자신의 장래 이익을 감소시키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거래소 간 이러한 신뢰 형성의 문제 덕분에 IEO는 ICO 보다 더 투명하고 효율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물론 이러한 투명하고 효율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서 IEO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투자 정보 공개 및 공시 등에 있어 시장 참여자 모두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는 공정한 절차와 이를 수행하는데 있어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 등 신뢰할 수 있는 외부기관 참여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분명 현재 시장 상황은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에 호의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영국에서 철도 버블이 꺼진 이후에 오히려 철도 산업이 활성화되었고 닷컴 버블이 꺼진 이후에 오히려 현재까지 이어지는 IT 기업을 발견할 수 있음을 상기해 본다면 이런 상황이 오히려 블록체인 토큰 스타트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그 시작은 투명하고 효율적인 자금 조달을 통한 시장과의 신뢰 형성이다. 아직은 투명성과 신뢰성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이를 보완한다면 IEO는 암호화페시장에 활력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자금 조달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8.11.20 I 이정훈 기자
공정한 암호화폐시장을 만들려면
  • [정재웅의 블토경]공정한 암호화폐시장을 만들려면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암호화폐시장은 복잡하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포함해 1600종이 넘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토큰이 현재 거래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거래되는 시장도 여러 국가인데다 한 국가 내에서도 여러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들 거래소 역시 암호화폐로만 매매가 가능한 거래소가 있는가 하면 법정화폐로 거래가 가능한 거래소도 있다. 이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암호화폐시장의 현재 모습은 통화에 준하는 역할을 하는 금융자산으로서 기능하고자 하는 혹은 자체 생태계에서 지급결제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시장으로서 적합하지 못하다.바람직한 시장이 무엇인지 먼저 간단하게 이론적으로 생각해보자. 수요와 공급이 양 측면 모두에서 풍부하게 존재해 그 어느 쪽의 참여자도 단독으로 가격을 결정하면 안된다. 즉 수요자와 공급자는 모두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 수용자여야 한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가격 수용자라는 것은 이 시장이 독과점이 없는 경쟁시장임을 의미한다. 시장에서의 거래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시장 참여자들은 정보를 자유롭게 취득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투명한 거래 과정과 이에 관련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한 규칙이 있어야 하고 정부는 이러한 규칙의 집행자로서 기능해야 한다. 물론 시장실패가 일어날 경우 정부가 개입할 수 있지만 그러한 개입은 최소한으로 유지돼야 한다. 정부의 빈번한 개입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를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암호화폐시장은 과연 이러한 이상적인 시장 모습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일단 수요와 공급이 양 측면에서 모두 풍부하게 존재하고 있는지 부터가 의문이다. 대다수 암호화폐의 가격이 횡보하고 있는 현재 시장 상황은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시장 참여가 활발하지 않음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기관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은 암호화폐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대다수 시장 참여자는 개인투자자이므로 투자 규모가 작기에 시장 가격의 수용자 조건을 만족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특성이 풍부한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의 미비를 상쇄시켜줄 수는 없다. 게다가 암호화폐시장 정보와 거래 과정 역시 투명하지 못하다. 이와 같은 암호화폐시장의 문제점은 바람직한 규제와 개입을 언급하기에 앞서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다.시장이 투명하지 못해 정보 비대칭 상황이 벌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우리는 그 모습을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의 1970년 논문인 `레몬 시장(Market for Lemons)`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 애컬로프는 중고차시장을 예로 들면서 투명하지 못하고 정보가 비대칭인 시장 문제를 설명한다. 시장에 상태가 상, 중, 하인 세 대의 중고차가 존재하고 각 차량의 가격은 300달러, 200달러, 100달러다. 중고차 수요자는 차량의 상태는 알 수 없고 가격만 알 수 있는 반면 중고차 딜러는 차량의 상태도 알고 있다. 즉 이 시장은 정보 비대칭시장이다. 중고차 수요자가 가격만 정보로 사용하는 상황에서 세 중고차의 평균 가격은 200달러가 된다. 그렇다면 수요자는 평균 가격보다 비싼, 상태가 제일 좋은 300달러 차량을 선택지에서 제외한다. 그 경우 시장의 평균 가격은 150달러가 되고 역시 200달러 차량이 제외된다. 결과적으로 정보가 비대칭한 시장에서 정보를 적게 가진 시장 참여자는 가장 나쁜 재화 혹은 서비스를 선택하게 되고(역선택, Adverse Selection), 그 결과 이 시장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붕괴된다. 암호화폐시장 역시 정보 비대칭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일단 투자자에 대한 KYC 절차를 거친 이후에는 지갑 주소로만 거래자를 판별하기에 부당 내부자 거래 같은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적발이 쉽지 않다. 이에 더해 암호화폐시장은 공시제도 같은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는 규제도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투자자들 역시 자신이 투자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백서나 이러한 백서를 리뷰하는 소수의 영향력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언스트앤영(EY)이 지난 10월21일 발행한 ICO 실태보고서에서 언급한, 2017년 한 해 동안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프로젝트의 84%가 여전히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암호화폐시장의 문제를 적확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보 비대칭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선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에 투명한 공시를 강제하는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 투명한 공시제도는 프로젝트에게는 자신들이 추진하는 업무를 더 잘 하는 유인을 부여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각 프로젝트와 이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성 있는 분석과 정보 제공 역시 이루어져야 한다. 게다가 이러한 정보 제공은 암호화폐시장의 매력성과도 연결된다. 즉 암호화폐시장이 성장하고 매력적이면 기존 금융회사들이 이 시장에 진입해 프로젝트와 시장에 대한 분석 및 정보 제공을 할테지만 암호화폐시장이 현재처럼 침체돼 있을 경우 이는 요원한데 이러한 정보의 미비는 다시 상술한 역선택 문제로 인해 시장 매력을 저하시킨다. 즉 이 문제의 해결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이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업계 자체적인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 즉 외부의 강제가 없더라도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하고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의 분석을 제공해서 정부 비대칭을 해소하고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분명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이미 한 차례 버블이 지나가 답보 상태에 있는 암호화폐 업계에 있어서 이는 더욱 어렵다. 그렇지만 암호화폐와 그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보 비대칭의 해결과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 방법만이 제대로 된 프로젝트에게 자금을 공급하고 투자자를 유인해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2018.11.13 I 이정훈 기자
기업가정신 가로막는 암호화폐 규제 공백
  • [정재웅의 블토경]기업가정신 가로막는 암호화폐 규제 공백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올 1월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고 이후 현재까지 국내 암호화폐시장은 최초화폐공개(ICO)를 비롯한 암호화폐 관련 활동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 혹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암호화폐 업계는 ICO 등 활동이 활발한 싱가포르 혹은 몰타에 법인을 두고 활동을 하게 됐다. 이러한 현지 법인을 통한 암호화폐업계의 활동은 국내에서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다.시카고대 경제학 교수이자 기업가정신과 기업 이론의 선구자 중 한 명인 프랭크 나이트(Frank Knight)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본질에 대해 “기업 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불확실성(Uncertainty)를 감내하는 기업가의 노력” 이라 정의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혼동되어 쓰이곤 하는 불확실성(Uncertainty) 과 위험(Risk) 을 경제학에서는 엄밀하게 구별해서 사용한다. 즉 위험은 발생하는 사건과 그 사건의 확률까지 아는 것인 반면 불확실성은 발생하는 사건은 알 수 있지만 그 확률은 알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주식시장에서 가격 상승과 하락은 우리가 그 사건과 발생 확률을 미뤄 짐작할 수 있기에 위험이 되지만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는 위기가 언젠가 온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구체적인 확률은 알 수 없기에 불확실성이 된다.기업 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가(Entrepreneur)가 창업을 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그 사업에 수반되는 여러 사건들, 예를 들어 자본 조달, 신기술 개발, 시장 개척 등, 을 알고는 있지만,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확률은 알 수 없기에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하나의 모험(venture)이 된다. 기업가가 창업부터 시작해서 기업을 성장시키는 일련의 과정에 있어 초기를 벤처기업이라 하는 것도 아마 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독립 당시 아프리카 가나와 비슷한 수준의 1인당 국내총생산을 가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을 현재의 세계 10위권 경제로 성장시킨 동력 역시 일정 부분 정부의 공헌과 그에 따르는 정경유착 등의 부작용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은 자본과 기술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감내한 기업가정신의 발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시 말해 기업가정신의 발현은 기업가의 문제이지만, 그것이 발현되고 발전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은 정부의 문제다. 위험과 불확실성을 감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최근 열린 ABF(Asia Blockchain & Fintech) in Seoul 행사에 참석한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전 총리는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과의 대담에서 이스라엘이 세계 최고의 혁신 국가가 될 수 있었던 원인에 대해 “이스라엘이 가진 스타트업과 혁신의 본질은 역으로 이스라엘이 천연자원도 없고 인구도 부족하기에 유일하게 가능한 것은 오직 혁신이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사회안전망 확충과 함께 지속적인 고용과 경제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창업되고 성장해야 하며 이러한 창업과 성장의 원동력은 기업가정신의 발현이다. 이와 같은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위해서는 기업 활동도 한 주권 국가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이상 정부 혹은 의회의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바람직한 제도의 확충과 적정한 규제가 필수적이다. 제도와 규제는 한편으로는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수단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확실성과 위험을 적정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한국은 현재 스타트업 전반에 대한 제도와 규제가 미비한 상황이며 블록체인업계는 이에 더 나아가 아예 제도와 규제가 미비한 상황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지만 한국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업들의 성장에 더해 이러한 성장을 자극하고 기존 시장 참여자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시장의 미비한 부분에서 혁신을 만드는 스타트업이 더 증가하고, 이를 통한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성장의 기반은 적절한 제도와 규제의 마련이다.그렇다면 적정 수준의 규제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 영국 금융사의 권위자 중 한 명인 옥스포드 대학교 퀸스 칼리지의 피터 스퍼퍼드(Peter Spufford) 교수는 2013년 겨울 한 세미나에서 “영국이 글로벌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가벼운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했기 때문(light regulation, but firmly enforced)”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와 반대로 엄격한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로는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은 요원하다.분명 지난 1년 동안 블록체인 토큰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계는 지나치게 변동성이 심했고 이러한 변동성 장세를 노린 시장참여자들의 투기적 활동도 심했다. 그리고 제도와 규제가 미비한 헛점을 노린, 얼마전 이슈가 된 신일골드코인같은 사기 프로젝트도 증가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블록체인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관련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서울이나 제주도 같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일회성 정책보다는 정부와 의회 차원에서의 적절한 제도와 규제의 마련이 우선이다. 적절한 제도와 규제 위에서 기업가정신이 발현될 수 있다.
2018.11.06 I 이정훈 기자
블록체인 토큰에 경제학이 필요한 이유
  • [정재웅의 블토경]블록체인 토큰에 경제학이 필요한 이유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2017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암호화폐 시장은 급격한 가격 변동을 겪었다. 암호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의 경우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작년 12월16일에는 역사상 최고가인 1만9497.4달러를 기록했지만, 10개월 후인 올해 10월25일 현재 6476.2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이러한 높은 가격 변동성은 암호화폐시장의 리스크가 높음을 보여준다. 금융시장에 있어 리스크는 곧 가격 변동성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주식시장 폭락과는 반대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은 안정적인 가격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암호화폐가 안정적인 자산이 아니라 역으로 암호화폐시장의 투자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었음을 보여준다.그렇다면 상술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높은 역사적 가격 변동성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분명 사토시 나카모토가 백서를 통해 밝힌 비트코인의 비전은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개인 간 송금 및 지급결제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가치를 지닌 화폐에 준하는 매개체를 제시하는 것이었지만 현재 모습은 사토시 나카모토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비록 지금은 자본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된 경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높은 변동성은 암호화폐가 지닌 약점 중 하나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에서 한국이 이미 경험한 바 있듯이 화폐의 높은 변동성은 나쁜 신호다.그렇다면 왜 화폐의 높은 변동성은 나쁜 신호인가. 한 경제 체제 내에서 화폐는 다음과 같은 네 기능을 수행한다.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 교환의 매개, 그리고 국가 지불의 수단. 화폐를 통해 우리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측정하고, 현재의 부를 미래로 이전하며, 재화와 서비스를 거래하고, 국가에 세금을 납부한다. 이러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화폐는 중앙은행에 의해 발행되고, 정부와 중앙은행은 화폐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단순히 정부와 중앙은행이 발행해서 법정화폐를 신뢰하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발행에 더해 가치 안정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법정화폐를 신뢰하고 사용한다. 만약 이러한 가치 안정이 보장되지 않으면 법정화폐를 사용할 유인이 없다. 역사적인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법정 화폐가 그 좋은 예다.문제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는 이러한 가치 안정을 보장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백서에 총 발행량은 2100만 코인으로 제한하며 각 코인이 미세하게 작은 단위로 나뉘어질 수 있다는 기술적 측면의 설명은 제시했지만 왜 코인 발행량은 제한되어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각 코인이 미세하게 작은 단위로 나뉘어지는지, 그리고 코인의 구체적 사용과 그 가치 안정 메커니즘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이더리움을 비롯한 그 이후 발행된 블록체인 토큰들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가치 안정화에 대한 설명이 없는 암호화폐는 미래 가치 상승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혹은 장차 법정화폐를 대신할 수 있으리라는 사람들의 기대로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고 그 기대가 변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물론 폴 새뮤엘슨이나 루카스 앤 스토키 같은 경제학자들은 그들의 연구에서 화폐는 자체 가치가 없지만 그 화폐가 공급하는 미래 유동성의 그림자 가격의 현재가치가 곧 화폐의 가치가 되기 때문에 화폐 가격에는 근본적으로 거품이 존재할 수 없다는 이론을 전개한 바 있다. 이러한 연구에 근거해서 본다면 암호화폐 가격은 사람들이 장차 그 암호화폐가 미래에 공급할 것이라 예상하는 유동성의 그림자 가격의 현재 가치이기 때문에 거품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학 이론도 암호화폐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사람들의 기대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있으나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암호화폐의 높은 가격 변동은 암호화폐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부분적으로 통화 역할을 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는 동시에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는 투자자산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법정화폐 경제에서도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에 대한 투자 혹은 시세차익을 노린 핫머니 등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암호화폐시장에서는 이러한 투자자들의 행동이 더 일반적이고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차이는 화폐 가치 안정화 노력을 하는 권위있는 중앙기관 없이 시장 참여자들 간 자율적인 합의에 가치 안정화가 이루어지는 암호화폐 특유의 탈중앙화가 큰 이유가 될 것이다.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암호화폐시장에 경제학 논리를 적용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권위있는 중앙기관이 없다는 사실은 역으로 그만큼 세심하게 시장참여자들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인할 경제학적 이론이 필요함을 증명한다. 1996년 윌리엄 비커리와 제임스 밀리스는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바람직한 행동 유인에 대한 연구`에 대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암호화폐 시장 역시 정보가 비대칭한 시장임을 고려한다면, 이들의 연구를 적용하여 시장 참여자들의 바람직한 행동을 유인하는 메커니즘을 설계할 수 있고, 그렇다면 이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을 제어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는 곧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를 대신하지는 못할지언정 적어도 현실 경제에서 법정화폐와 공존하며 하나의 보조적인 지급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암호화폐시장의 문제는 내재적인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격 변동성을 통제하고 시장참여자들의 바람직한 행동을 유인할 권위있는 중앙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암호화폐에 경제학 이론의 적용이 필요한 이유가 생긴다. 암호화폐시장이야말로 경제학 이론의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18.10.30 I 이정훈 기자
법정화폐와 공존 가능한 블록체인 토큰
  • [정재웅의 블토경]법정화폐와 공존 가능한 블록체인 토큰
  • 암호화폐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고 정부 규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시킨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와 그 생태계가 작동하게 만드는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길잡이가 절실합니다. 이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해외송금 프로젝트인 레밋(Remit)을 이끌고 있는 정재웅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수석 토큰 이코노미스트가 들려주는 칼럼 `블(록체인)토(큰)경(제)`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정재웅 레밋 CFO] 지난 9월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안정적인 암호화폐는 신화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했다. 그에 의하면 담보로 뒷받침되든, 그렇지않든 현재 발행되는 안정적인 암호화폐는 환율에 대한 투기적 공격 혹은 환율을 방어하고자 하는 신흥국 중앙은행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허상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런 안정적인 암호화폐에 대한 믿음은 신화에 불과할까.주권국가의 시스템 안에서 살고 보호받으며 세금을 납부하는 이상 우리는 법정화폐를 벗어나 생활할 수는 없다. 아이켄그린과 달리 미네소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경제학자 나라야나 코컬라코타는 1998년 논문에서 한 경제 체제 내에서 발생하는 경제활동을 모두 기록할 수 있다면 그 기록의 상계를 통해 거래를 청산할 수 있기에 화폐가 필요없지만 이러한 모든 경제활동의 기록이 불가능하기에 이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화폐라고 말한 바 있다. 즉 코컬라코타에 의하면 `화폐는 기억(Money is Memory)`이다.이러한 기억으로서 화폐는 곧 블록체인 기술과도 연관된다. 비잔틴 장군의 문제를 해결해 네트워크에서 해킹이나 위조가 힘든 블록체인 특성상 한 경제체제 내의 모든 활동을 지워지지 않는 형태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스웨덴 중앙은행 보고서에 나오는, 모든 국민이 중앙은행에 계좌를 갖도록 만드는 프로젝트를 상기하지 않더라도 블록체인 기술은 기록과 그 기록을 이용한 지급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에 더해 우리가 고려할 것은 리버스 ICO(암호화폐공개)다. 플랫폼을 만드는 ICO와 달리 디앱(dApp)을 만들어 오프라인에서 영위되던 사업을 블록체인과 연결하는 리버스 ICO의 목적은 현행 법정화폐를 대신하는 보편적인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암호화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영역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블록체인 토큰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블록체인 토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블록체인 토큰의 작동 매커니즘에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적용하는 토큰 이코노미도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미 제한된 생태계에서 화폐 역할을 대신하는 토큰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사례를 여러 차례 봐왔다. 지금은 없어진 버스 토큰부터 문화 상품권이나 백화점 상품권이 그 예다. 이러한 버스 토큰이나 문화 상품권이나 백화점 상품권 역시 안정적인 가치를 지니며 한 경제체제 내에서 기능하고 있다. 법정화폐를 대신하는 암호화폐는 신화가 맞다. 주권국가의 체제 내에서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 교환의 매개, 그리고 국가 지불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법정화폐 역할을 대신하는 암호화폐는 존재할 수 없으며 만약 존재한다면 그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암호화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현재 수많은 블록체인 토큰 스타트업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암호화폐가 아니라 제한된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 토큰이다. 이러한 블록체인 토큰은 그 경제학적 메커니즘만 잘 설계하고 신뢰성 있게 운영된다면 안정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 예를 우리는 바로 위에서 보았다.그렇다면 역으로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법정화폐를 대신하는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암호화폐가 아니라 제한된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안정적으로 기능하는 블록체인 토큰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자본을 조달한다면, 그게 과연 기존 스타트업의 자본 조달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그 차이점은 바로 블록체인에 기술에 있다. 기존 메커니즘은 신뢰할 수 있는 중간 매개자가 반드시 있어야 했다. 즉 계약 체결이나 대금 지급결제 등 사업의 각 영역에 있어 신뢰를 형성하고 계약의 이행을 책임지는 매개자가 있어야 했고 이러한 매개자를 찾는 행위 혹은 이러한 매개자를 두고 거래를 하는 행위는 거래비용을 증가시켰다. 블록체인 기술은 신뢰할 수 있는 중간 매개자 없이 거래가 체결되기에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아이켄그린의 안정적인 암호화폐에 대한 비판은 분명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상당수 블록체인 토큰 프로젝트의 목적은 법정화폐를 대신하는 안정적인 암호화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체 생태계 내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블록체인 토큰을 만드는 일이고 이는 위에서 말한대로 상품권 혹은 토큰과 유사하다. 즉 법정화폐와 블록체인 토큰은 얼마든지 공존이 가능하다. 물론 블록체인 토큰의 존재로 인해 거래비용은 더 낮아질테고 이는 분명 진보라고 할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더글러스 노스의 저서 `경제사에서의 구조와 변화(Structure and Change in Economic History)`에 따르면 인류 역사의 발전은 거래비용을 절감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블록체인 역시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8.10.17 I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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