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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aily리포트)부실한 공적자금 논란 `유감`
  • [edaily]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발표된 뒤로 공적자금을 놓고 연일 말들이 많습니다. "마구 퍼주고 마구 빼먹었다"는 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엄청난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예민하지 않을 수 없겠죠. 하지만 안근모 기자는 이런 논란 마저도 부실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합니다. `무책임한 공무원들 앞잡이 노릇이나 한다`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쓴 반성문이랍니다. "공적(公的)자금이 아니라, 공적(空的)자금이다" 어느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구사한 수사입니다. 당연히 신문지면의 `말말말`코너에 그 의원의 이름과 함께 소개됐습니다. 지난 10월말까지 지원된 공적자금은 모두 150조6000억원에 달하는 데, 1년반 동안의 정부 살림살이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돈이 헛되이(空) 쓰였다는 뜻이겠죠. 요즘의 논란도 대개 이런 식입니다. 논란이라기보다는 비난 일색입니다. 어느나라는 공적자금 전액을 회수했다는데, 우리는 절반도 못 거둘 것 같아 빚더미에 앉게 생겼다는 지적도 잇따릅니다. 어디다 퍼부어 버렸는지도 모를 그놈의 공적자금이란 것 때문에 나라가 거덜날 지경이랍니다. 어느 연구소가 추산하기로는 그렇게 날린 돈이 모두 139조원이랍니다. 한 집에 1000만원씩 돌아가는 정도이니 분통터지지 않을 사람이 없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참으렵니다. 공적자금 덕분에 1000만원 정도의 세금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제 가정이 유지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이 영문도 없이 돈 줄을 끊어버리고, 금리를 따지지 않겠다면서 온종일 길바닥을 헤매도 직원들 월급줄 돈조차 구하지 못하던 시절을 `그놈의` 공적자금 덕에 넘겼습니다. 애써 모은 예금을 한 번에 날릴 뻔 했다가 `그놈의` 공적자금 덕에 돌려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끊겼던 월급이 다시 나와 애들 학원 보내고, 외식도 하고, 낡은 TV도 새 것으로 바꾸고, 전셋값 올려줄 돈도 마련했을 겁니다. 많은 분들은 여유도 생겨서 주식투자도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들 가정을 건사할 수 있었습니다. 주가가 700선으로 치받아 오르고, 경기는 바닥을 탈출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국가신용등급이 올라서 외국돈을 빌릴때 이자를 덜 물게 됐다고도 합니다. 무너진 둑을 그렇게 되쌓고 그 안에서 모두들 애쓴 덕입니다. 좀 더 고상하게 표현하면 139조원이란 비용을 들여서 얻은 수익입니다. 수익이 얼마인지를 비용만큼 똑부러지게 추산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는데, 장기적으로 60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금융연구원)가 있긴 하답니다. 그렇게 얻은 수익인데도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양 제쳐두고, 비용만 따지며 자괴감에 빠지자는 건 옳지 않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에 있습니까. 물론 139조원만큼이나 쓰지 않았을 수 있었을 겁니다. 부실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눈먼 돈 빼먹고 도망간 경우도 있고, 내 돈 아니라고 쉽게 퍼준 사례도 있을 겁니다.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합니다. 잘잘못을 가리고 단 한 푼이라도 더 돌려 받도록 노력도 해야겠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습니다. 더 거둬 들이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앞으로 덜 쓰도록 하는 일입니다. 급하게 빚을 낸 돈을 앞으로 10∼20년 뒤로 미뤄 갚을 수 밖에 없는 마당에 우리 후세들이 이자 한 푼이라도 덜 내도록 해야할 것 아닙니까. 돈 많이 썼다고 화내고, 투자(?)한 돈 반토막도 못건지게 됐다고 공박은 하면서도 앞으로 덜 쓸 궁리는 왜 게을리 하는 것일까요. 과거의 잘못을 앞길의 방향타로 삼자는 것은 좋습니다만, 과거를 너무 폄하해서도 안된다고 봅니다. 여론과 정보를 중개한답시고 매일 글을 쓰는 저부터 반성할 일입니다.
2001.12.05 I 안근모 기자
  • LG전자, 美가전수요호조 수혜-삼성모닝미팅
  • [edaily] 다음은 27일 삼성증권의 모닝미팅 뉴스속보 내용입니다. [목표주가 변경] * 삼성SDI : 6개월 목표주가 73,000원으로 상향조정; 투자의견 BUY 유지 - 당사는 삼성SDI에 대한 6개월 목표주가를 73,000원으로 상향 조정하는데, 이는 ① 대형 CRT 가격 안정과 최종수요자들의 수요회복 등 영업환경의 추가 개선이 기대되고, ②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에 기인함. 당사 신규 목표주가는 동사의 2002년 P/E 6.3배, FV/EBITDA 3.9배, P/B 1.1배를 적용한 값임. 최근 동사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출회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사는 동사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유지하며,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경우 매수에 참여할 것을 권유함. - 동사의 4/4분기 실적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인데, ① STN- LCD 매출량이경영진의 계획을 지속적으로 상회하고 있고, ② TFT- LCD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으며 (15인치 패널가격은 지난 2개월간 15달러 상승했으며, 12월 중에는 추가로 5달러정도의 상승이 예상됨), 이로 인하여 CDT가격 또한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③ LCD 모니터 제조업체들이 최종수요 회복을 누리고 있어 (12월 출하량이 예상보다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됨), CRT 모니터에 대한 수요 또한 회복될 것으로 보이고, ④ 제품구성의 추가 개선이 예상되기 때문임 (동사 경영진은 평면 CRT 매출 비중이 29.3%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 -2/4분기 및 3/4분기에는 각각 19.0%와 22.4%). - 최근의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동사는 여전히 2002년 P/E 5.2배 및 FV/EBITDA 3.3배에 거래되고 있어, 지난 7년간 최저 Valuation 평균 대비 각각 24.2%와 14.0% 할인되어 있음. [뉴스코멘트] * 외국증권사의 동남아시아 철수와 한국 증시 비중확대의 시사점 - AWSJ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최근 외국증권사들이 아시아지역 business를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음. 특히 시장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철수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 특징임. 최근 Merrill Lynch의 필리핀사무소가 매각된데 이어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철수를 고려하고 있으며, WI Carr 역시 아시아brokerage업무를 전격 폐쇄하였으며, HSBC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사무소를 폐쇄하고 태국사무소는 크게 축소하였으며, ABN- Amro는 일본사무소를 폐쇄한데 이어 아시아팀 역시 크게 축소하는 조치를취했음. - 이는 외국증권사들이 거래비중이 작아 수익성이 좋지 않은 동남아시아에서 철수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거래비중이 커 수익성이 좋은 한국과 대만, 홍콩 등에 business를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됨.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가들은 동남아시아 증시의 비중 축소분을 동북아 증시의 비중확대를 통해 전체 아시아 비중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 - 올들어 10월까지 Emerging Market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총 129억달러에 달하고 있는데 이중 한국(40.3억달러)과 대만(54.9억달러)에서의 순매수 규모는 95.2억달러로 EM 전체의 무려73.4%에 달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음. MSCI비중이 각국 증시에서 Market Cap이 큰 종목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증시에서 유동성이 높고 종목별 Market Cap이 상대적으로 큰 한국과 대만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됨. * 전일 미국시장 동향 - INTEL : 경기회복으로 이득을 볼 첫번째 회사들 중 하나로 손꼽히면서 동사를 비롯한 반도체주들이 상승세를 보이며 동사의 주가는 이날 2.6% 상승함. 또한 대만 최대의 파운드리업체인 TSMC가 연간 순이익 예상치를 상향조정함에 따라 반도체주들의 상승에 촉매 역할을 함. - LUCENT TECHNOLOGY : 영업상의 뚜렷한 회복이 없는 가운데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이유로 투자의견 하향이 잇따르면서 동사의 주가는 4.2% 하락함. 이날 네트워킹 주들은 약세를 보임. * 다시 보조금 관련 과징금 부과 : 이동통신사업자들에 중립적, 단말기업종에 부정적 - 어제 통신위원회는 이동전화 4사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해 87억원 (SK텔레콤, SK신세기 44억원, KTF 29억원, LG텔레콤 1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음. 이는 10월 이동통신가입자수가 대폭 늘면서 예상되었던 사안이나 벌금규모가 꾸준히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통부의 단말기 보조금 규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엿볼 수 있으며 따라서 사업자들이 향후 관례적인 간접보조금 지급을 재개하는 것은 점점 부담스러워질 것으로 판단됨. - 따라서 향후 가입자 증가 추세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어 부정적이나 이는 마케팅비용 감소라는 양면성이 있기에 이동통신산업에 중립적인 뉴스임. 한편 8월에서 10월까지 133만~134만대/月 선을 유지했던 내수 단말기 시장은 향후 전월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따라서 단말기 제조업체들에게는 부정적인 뉴스임. * 미국 추수감사절 시즌에 PC, DVD 판매 강세 -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미국 추수감사절 쇼핑시즌에 PC, DVD 판매가 강세를 보였다고 보도함, 이는 당사의 뉴욕지점에서 느끼는 체감경기와도 일치. 이러한 현상은 美테러사태 이후 미국인들이 여행을 자제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디지털가전 중특히 DVD플레이어 등 엔터테인먼트용 Hard IT제품에 대한 소비지출이 많아지고 있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여짐. PC의 경우, Windows XP효과라고 보기보다는 대리점에서의 초저가 할인판매에 의한 물량증가라고 보는 견해가 많음. - 최근 미국의 가정용 디지털가전 수요강세에 혜택을 받는 국내업체는 다음과 같음 : o LG전자, 삼성전자 : 광디스크드라이브 세계 M/S 1위, 2위 o 대덕GDS : 디지털TV, DVD플레어 등의 PCB를 공급 o 모아텍 : DVD용 스테핑모터 공급 o 월드텔레콤 : DVD용 광픽업 공급 * 전자화폐 결제시 부가세 감면은 전자화폐 보급에 긍정적 - 국내 신문보도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 전자화폐로 대금을 결제받을 경우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전자화폐 결제액의 2% (최대 5백만원까지)를 부가가치세에서 감면해 주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높은 것으로 알려짐. - 동 뉴스는 향후 전자화폐가 현재의 온라인 거래와 교통카드 위주에서 일반 가맹점으로 확산(보급)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며, 전자화폐 사업자 및 단말기 및 시스템 공급업체에도 긍정적임. 현재 스마트카드형 전자화폐 사업자는 K- Cash(비등록), MYbi(비등록), A- Cash(비등록), 네트워크형 전자화폐 사업자는 이코인, 사이버캐시(비등록) 등이 있으며, 스마트카드형 전자화폐 단말기(시스템)및 카드 제조업체로는 케이비티(BUY) 등이 있음. * 기획예산처, 내년SOC예산 60~80% 조기배정 - 전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건설경기부양을 위해 내년 SOC예산의 60~80%를 상반기에 조기배정하기로 하였음. 이에 따라 건교부도 내년도 사업비 14.9조 중 80%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하였음. 만일 예산집행 및 발주가 조기에 이루어질 경우, 건설사들의수주난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임. 한편,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은 대통령 선거 및 지방선거, 월드컵게임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내년도 예산을 증액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으나, 이는 진념 재경경제부 장관의 SOC예산 5조원 증액 발언과는 큰 대조를 보임. 건설업에 대한 중립을 유지함. * 미 기업 인간배아 복제 성공 : 국내 바이오주와 무관하나 심리적으로 긍정적 영향 예상 - 미국의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러지(ACT) 사가 인간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함. 이는 미국 정부 차원에서 규제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생긴 "법의 공백"을 이용, 민간기업인 동사가 발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대단한 업적이라 볼 수는 없으며 윤리적인 문제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됨. 미국에서는 더 이상의 배아복제는 금지하고 이미 생산된 배아줄기세포만을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마련중임. 미국이 생명과학연구의 선도적 위치 유지를 위해 약간의 윤리성을 희생하고 상업성을 보장하는 반면, 유럽지역은 아직 규제가 강력한 편임. 국내에서도 "생명윤리기본법"을 마련중에 있음. 배아줄기세포는 아직 특정 기관으로 분화되기 이전의 세포로, 예를 들면, 죽은 뇌세포에 이식하면 뇌세포가 재생되게 할 수 있기도 함. - 국내와 해외 기술격차가 크지는 않은 편이나, 아직 기초적인 동물실험 수준에 머물러 있어 배아줄기세포 기술이 실제로 응용되려면 윤리적 문제는 물론, 유전자 치료보다 더 오랜 10년 이상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됨. 국내에 등록된 바이오 기업들은 동 기술과는 무관하나(코스닥 바이오벤처등록기준이 연구개발형 기업의 등록이 어렵게 되어 있음) 심리적으로 국내 바이오주에 대한 홍보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함.
2001.11.27 I 김현동 기자
  • (이진우의 FX칼럼)지금 이 대목에서 바라는 바는..
  • [edaily] 설마하던 1290원이 허무하게 깨지고 장 마감 전 기어이 1285원까지 찍은 목요일(11월 8일) 저녁에 평소 롱마인드를 고수해 오던 후배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형, 축하해요. 오늘 많이 버셨죠?"... 지난 주 칼럼에서 강하게 "숏(달러매도)"을 주장했던 것을 기억하고 전화를 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터지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이 장에서 크게 벌지를 못해 너무 아쉽다. 수익은 시장에 대한 뷰(view)만 좋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타이밍(timing)도 적절해야 하나보다."라고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필자같은 스팟 딜러야 "오늘 못 번 것 내일 벌자."라고 자위할 수도 있으나 큰 포지션을 들고 있는 기업체들이나 역외세력들이라면 어느덧 고민스런 대목에 이르렀습니다. 박스권의 레벨이 낮아진 것에 불과한 것인지, 본격적인 환율하락 추세로 진입하는 초기 단계인지가 이제 또 며칠 간 풀어 나가야 할 과제이겠죠? 환율에 대한 필자의 뷰는 이미 지난 주에 밝혔습니다. 또 뭔가를 써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 잘 정리는 안 되지만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사항을 짚어 볼까 합니다. 바라기는 본 칼럼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론 등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을 이데일리에서 마련해 주었으면 합니다만... ◆시장이 죽어 버리고 나니...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선물·옵션거래는 그다지 낯선 분야가 아니다. 과거 주식 현물시장에서 보유주식의 가격이 올라야만 돈을 벌 수 있던 시절과 비교하면 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항상 이렇게 얘기하는 데에 함정이 있다. 그 만큼 잃을 기회도 늘어난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주식을 예로 들면 현물시장은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괴로워 할 수 있어 그나마 덜 외로운 시장이다. 증시가 활황이면 우선 투자자들이 행복하고 증권회사 직원들이 즐거우며 기업체들도 신명이 난다. 물론 식당이나 술집 등도 때 아닌 호황을 누릴 수 있다. 증시가 연일 꼬꾸라지는 시절이라면 "난 무슨 종목 잡았다가 얼마 터졌어." 하는 얘기로 서로를 위로(?) 할 수 있고, 여의도의 대부분 직장인들이 시무룩한 얼굴로 거리를 다니며 술집들도 썰렁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선물 옵션시장은 이른바 "제로 섬 게임(Zero-sum game)"이 펼쳐지는 곳이다. 누군가가 1억원을 벌었으면 어디선가 1억원을 잃은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이라는 얘기인데 거래에 수반되는 수수료를 감안한다면 엄밀하게 얘기해서 "네거티브 섬 게임(Negative-sum game)"이라는 표현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각설하고, 지난 11월 2일 부산 선물거래소에서는 은행권의 달러/원 선물·옵션 트레이더들을 초청하여 최근 극도로 거래가 침체 된 달러/원 선물거래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수수료를 인하해 볼 것인가, 개장 및 폐장시간을 조절해 볼 것인가, 지금 한 계약당 미화 5만불로 정해진 거래단위를 변경해 볼 것인가 등등 웬만하면 생각해 볼 수 있는 사안들은 다 건드려 보았지만 Spot(현물)시장이 죽어버린 상태에서 Futures(선물)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논의한다는 자체가 어찌 보면 무의미한 일이었다. 참고로 그 때 개진된 의견들을 조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수료의 인하문제이다. 현재 법인의 경우 20전, 개인의 경우 32전의 매매차익을 남기면 수수료와 "똔똔"이 된다. 포지션을 이월하여 전일 종가대비 갭 업이나 갭 다운으로 승부를 거는 경우가 아니라면 최근처럼 일중 변동폭이 1원 50전에도 채 못 미치는 날이 많을 때에는 그야말로 수수료 건지기가 힘든 상품이니 누가 거래를 하겠는가 하는 얘기다. KOFEX(한국선물거래소)에서 달러/원 선물시장을 조금이라도 더 활기있게 운영해 보고자 한다면 진지하게 고려해 볼 사항이긴 하나 필자의 견해로는 수수료 문제는 지엽적이다. 요즘 한창 달아오른 국채선물 시장을 보라. 장이 출렁거리고 방향성도 있고 원하는 레벨에서 어느 때라도 사고 팔 수 있다 보니 수수료 비싸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변동성이 큰 시장이라 리스크도 크지만 그만큼 언제라도 복구할 수 있다는 생각 (착각이라고 하면 너무 모진 얘기인가?)에 연일 그야말로 벌떼같이 투자자들이 달라붙고 있다. 둘째, 개장 및 폐장시간의 조절문제이다. 그 날 나온 의견 중에는 달러/원 선물시장을 여타 선물시장과 마찬가지로 오전 9시에 개장하여 현물시장 개장 전 30분 동안 선물시세가 현물가격의 Indicator 역할을 감당하게 하면 어떨까 하는 내용과 현물시장 폐장 이후 30분 정도 선물시장이 더 운영되는 방안도 언급이 되었다. 그 얘기는 최근 서울의 수급이나 전일 종가와 턱없이 벌어진 채 형성되는 역외선물환(NDF) 시세를 선물시장을 통해 조정해 보자는 의도와 현물시장 마감까지 채 정리되지 못한 포지션을 선물시장을 통해 헤지 해 두거나 청산할 수 있게끔 하자는 의도로 해석되는데, 필자의 견해로는 현재와 같이 유동성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에 앞서 개장되면 오히려 불순한(?) 세력들이 장난치기에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오히려 현물시장을 증시나 채권시장처럼 오전 9시에 개장하여 점심시간 휴장 없이 오후 3시에 함께 마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필자는 가져 본다. 업체나 은행권 딜러들 할 것 없이 오후 들어 3시 무렵까지는 아예 거래의욕을 상실해 버린 최근의 현실을 고려해 보아도 그렇고, 달러/엔의 경우 동경시장 마감 직전과 유럽시장 개장 무렵에 20~30 pips나마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잦은데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이러한 장 막판 달러/엔 움직임을 노린 짧은 롱플레이가 성행한지도 이미 오래 되었다.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해 보면 국제외환시장의 두목급인 뉴요커(New-Yorker)들이 동경이나 유럽에서의 달러/엔 움직임을 반전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달러/엔의 큰 방향을 꿰뚫고 있는 자라 하더라도 서울에서는 막판 30분 내지 한 시간 동안의 속임수(?)에 번번이 당할 때가 많다. 셋째, 선물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자기거래에 나서서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달러/원 선물거래에서 기관들이 적극적일 수 없는 이유는 시장 내에 물량이 충분하지 못하여 원하는 가격에서 원하는 만큼 제 때 포지션을 잡을 수 없을 뿐더러 특히 손절매를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아주 황당해진다는 점이다. 손님들이 지급하는 수수료 수입으로 굴러가는 선물회사들이 수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라도(?) 활발하게 자기거래에 임하며 시장을 살릴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 외에도 현재의 1계약당 5만불로 설정된 계약단위를 절반으로 줄이거나 두 배로 늘이는 방안 등도 거론되었지만 일장일단이 있어 보이며, 결국 최근 몇 개월간 지속되었듯이 시장이 좁은 박스권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장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백약(百藥)이 무효(無效)가 아닌가 하는 정도로 마무리 되었다. ◆시장이 왜 이토록 죽어 버렸는가?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지난 여름 이후 장세에서 외환당국이 지나치게 잦은 시장개입에 나섬으로써 시장이 이렇게 되어 버렸다고 얘기한다. 일리있는 주장이라고 본다. 5월 하순과 6월 초순 두 차례에 걸쳐 1277원대가 지지된 뒤 환율이 1314.50원까지 올라섰던 점은 수긍이 가는 레벨이고 시기였지만 8월 하순에 다시금 펼쳐진 1280원 하향돌파가 막혔던 점은 순전히 당국의 환율관리(?) 때문이었고, 그 후유증(?)은 지난 9월에 엔화 환율이 121.50에서 116엔대로 급락하는 동안에도 달러/원은 오히려 상승하는 현상으로 나타났었다.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들은 환율이 빠질 만한 주변여건 하에서도 환율이 좀처럼 빠지지 않는 것은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롱포지션 보유세력들이 정석 플레이에 따른 손절매에 나서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가기 때문이며, 이러한 나쁜 버릇은 당국이 조장했다고 툴툴거린다. 반면 당국의 입장에서는 억울하다는 분위기이다. 국책은행도 거래업체의 요구에 따라 시장에서 달러를 살 수도 있고 내다 팔 수도 있는 것인데, 환율을 출렁거리게 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국내 은행권 딜러들이 걸핏하면 당국 탓에다 국책은행 타령으로 비겁한 변명을 둘러대며 최근 정체장세를 진단하려 든다는 것이다. 이 또한 일리있는 이야기다. 그 동안 재료에 굶주려 왔던 시장이 수요일(11월 7일)에는 한 바탕 춤을 출 만한 여건이 무르익었음에도 전일 대비 3원 하락에 일중 거래량 17억 3700만불에 그쳤다. 혼자 몇 억불씩 한다는 큰 손 몇 군데 빼고 나면 웬만한 은행의 딜러들은 그냥 하루 종일 스크린만 쳐다보고 집에 갔다는 얘기가 된다. 남 탓 할 것도 없을 뿐더러 뭘 고민하기에도 부끄러운 규모와 수준의 시장인 셈이다.(그러나 그 재료들의 위력은 결국 그 다음날인 목요일에 위력을 발휘하였고, 필자는 한 템포 늦게 움직인 시장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막상 목요일에는 들고 있는 숏포지션도 없이 허무하게 꺼지는 환율을 쳐다보기만 했다. 1290원이 무너질 때에야 거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랬다손 치더라도 1288원의 붕괴 시점에서는 그 동안 거품 물고 외쳐 온 자신의 뷰대로 달러매도에 나섰어야 했건만 그 동안 하도 일중 바닥 근처에서 매도에 나서다 혼난 경험이 많은지라 어물거리다 그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시장도 잘 읽어야 하지만 타이밍이 적절해야 하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밀어 부칠 수 있는 용기 또한 트레이딩에서는 필수요건인 듯 하다). 다음으로 살펴 볼 것은 최근 몇 개월간은 달러를 사기에도 내다 팔기에도 마땅치 않은 시기였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분명 눈에 띄는 뉴스나 재료들은 달러공급이 달러수요를 능가하고 있다. 그래서 포지션을 숏으로 유지하면 막상 기대했던 물량공급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달러 롱에 대한 소신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은 펀더멘털의 개선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달러를 팔지 않겠다는 뷰를 버릴 수 없었다. 금리인하라는 재료로 올라서는 뉴욕증시나 돈의 힘으로 불붙기 시작한 여의도 주가도 미덥지 못했던 것이다. ◆마침내 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하긴 했는데... 거의 식물인간이나 다름없었던 시장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6일의 미국 금리인하 이후 국제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달러/엔은 120엔의 지지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이고 대만달러, 태국 바트 등 아시아권 통화들도 달러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유로화는 다소 불투명하다. ECB(유럽중앙은행)이 FRB의 금리인하에 호응하여 11월 8일에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하하여 3.25%까지 낮추었음에도 최근 며칠간의 달러대비 강세가 주춤하는 기미이다.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의 국가들 경제가 비실거리고 있는 점이 마음에 걸리는 것일 게다. 거기에다 ECB의 50b.p. 금리인하를 예측하여 유로 롱포지션을 잡았다가 금리인하 발표 후 오히려 푹 꺼져버린 유로화로 인해 국제외환시장에는 시체가 즐비하다고 한다). 일본 재무성의 구로다 재무관은 금요일 아침에 영낙없이 구두개입에 나서고 있다. 최근의 환율 움직임이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기분이 안 좋은데 자꾸 신경 건드리면 또 시장개입에 나서겠다는 투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이 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렇게 오류를 범한 시장참여자들이 나중에 돈으로 때우면 될 터인데, 구로다 재무관을 비롯한 일본 관료들의 자상한 배려(?)가 눈물겹게 고맙다. 필자가 대학 때 생산관리 과목 수강 중 "예측(Forecasting)"이라는 단원을 강의하기 시작하면서 교수님이 툭 던지셨던 말씀이 기억 난다. "예측은 틀리기 위해 하는 것이다!"... 시장에 몸 담고 사고 팔고를 반복하면서 필자는 정말 "예측"이라는 것의 허구성을 유감없이 발견한다. 독자 여러분들도 공감하시리라. 증권사에서 추천하는 종목들이 제대로 오른 적이 있었으며, 대세상승기 초입이라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주식을 사서 재미 본 적 있었던가? 환율만 해도 그렇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공습을 시작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고 유가는 불안해질 것이다라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막상 전쟁(전쟁 맞나?)이 시작되고 나니 달러는 떨어지고 유가 또한 OPEC의 감산조치에도 불구하고 연일 최저치를 경신해 나가고 있다. 금년 초부터 미국 경기가 하반기에 접어들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 했던 경제전문가(?)들은 테러사건을 핑계 삼아 내년에나 기대해 보자로 전망을 수정하고, 이름 깨나 알려진 외국의 투자은행이나 증권사들은 1280원의 하향돌파 여부로 고민하는 서울 외환시장에 원화가 지나치게 고평가 되어있다느니 곧 1320~1340원을 보게 될 것이라는 등 그들의 꼬인 포지션 털어내기에 필요한 코멘트를 남발하며 손님(?)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무슨 장황설인가 하면... 필자는 제발 시장을 그대로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펀더멘털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시장이 불 붙었다고, 환율이 빠진다고, 그러한 무모한 시장 움직임이 걱정된다고 힘 있는 모처에서 또 무슨 "지침"을 내려 줘야 할 것 같다고 오버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과하게 오른 주가라면 빠질 수 밖에 없고 지나치게 빠진 환율이라면 결국 되 튀어 오를 수 밖에 없다. 일이십원 환율이 움직일 때 마다 당국이 뭐라 하지 않을까 시장참여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운다는 것은 한 마디로 넌센스다. 그 동안 온실에서 지내며 체력이 극도로 약해진 외환시장이 모처럼 찬 바람 부는 초겨울 들판으로 마실을 나왔다. 물 가에 세워 놓은 애 쳐다보듯 하지말고 한 번 믿고 맡겨 둘 만한 시점이 아닌지? ...
2001.11.09 I 이진우 기자
  • (사이버패트롤)인터넷과 증권범죄
  • [edaily][편집자 주] 증권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증권거래법의 기본 바탕도 투자자보호로 함축된다. 그러나 불공정거래의 적발은 근절되기보다 오히려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만큼 시장의 건전성은 크게 훼손되고 있다. 공정한 시장 만들기는 특정한 기관이나 몇몇 사람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감독당국은 물론 증권 유관기관과 투자자 등 시장참여자 모두의 지혜를 모으는 과정을 요구하고 있다. edaily는 이와 관련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한국증권거래소에 재직중인 이상복 변호사의 글을 매주 목요일 싣는다. 이 변호사는 제38회 사법고시에 합격, 변호사가 된 후 현재 증권거래소에서 근무중이며 인터넷 증권사기 등 불공정거래를 직접 관찰하면서 예방 제도를 연구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변호사로 꼽히고 있다. 저서로는 "인터넷 증권사기"가 있다. 독자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을 확신한다. ◇인터넷 혁명인가? 거품인가 인터넷은 우리 증권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의 놀라운 변화는 향후 세계의 증권시장이 어떻게 변모해 갈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주식을 공모하게 되었고, 증권거래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은 지리적인 국경이 없는 그 특성상 머지 않은 미래에 각 국의 증권시장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사이버거래량은 전체의 70% 내외로 가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향후 한국의 증권시장이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사이버화가 가속화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인터넷 기업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닷컴 기업의 미래는 보장된 것처럼 보였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늘의 현상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 증권시장에서 벤처기업이 승승장구하는 것도 다 인터넷 거품 때문이라고 말하곤 하였다. 하지만 필자는 인터넷에 거품이 끼어 있었고, 이제는 거품이 걷힌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에게 거품이 끼어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필자부터 인터넷 시대의 도래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기에 너무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는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인터넷은 그 장점과 단점을 노출시키면서 증권시장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증권범죄의 역사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각기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개인은 개인의 역사를, 조직이나 단체는 그 나름대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범죄 또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이미 우리가 어린 시절의 역사에서도 배운 바 있다. 이미 고조선 시대에 살인이나 상해 절도 등을 규율하려는 나름대로의 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증권시장에서의 증권범죄도 나름대로 그 유래를 가지고 있다. 증권시장의 역사가 앞선 나라들에 비하여 그 역사가 일천한 우리 증권시장에서는 별로 긴 범죄의 역사가 아니지만, 영국에서는 이미 1679년에 주가조작을 퇴치하기 위한 법을 제정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지난 1830년대에는 프랑스 은행가가 무지한 투자자들을 이용해 자신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에 관한 고급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전보기사에게 뇌물을 준 것도 또다른 범죄사의 한 단면이다. 그런데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주식을 공모하는 경우를 이용한 주식공모사기, 주가조작과 내부자거래의 피해자가 많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 시기부터는 증권시장의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전신기술이 증권시장에서의 매도주문과 매수주문을 내는데 사용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범죄자들은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노련함을 보였던 것이다. ◇인터넷과 증권범죄 얼핏 보게되면 인터넷이 증권범죄와 무슨 관계가 있을 수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범죄라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어느 범죄나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서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명의 이기가 처음 등장하였을 때 이것을 나쁜 방향으로 악용하여 범죄에 활용하는 자들은 대부분 범죄에 성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쁜 꾀를 쓰는 경우는 항상 선견지명이 있어 앞서 가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은 투자자들이 모든 종류의 투자권유를 믿게 만드는 공동체와 신뢰의 문화를 촉진시켰다. 또한 인터넷은 범죄자들이 범법행위를 하기 용이한 새로운 수단도 제공했다. 인터넷이 활용되는 몇 가지 이유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터넷은 사용하기가 쉽다. 자신의 집에서 단지 마우스를 클릭함으로써 편리하게 범죄음모를 꾸밀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익명성과 가명성이다. 범죄자들은 익명 또는 가명으로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적발 또한 어려운 것이다. 셋째, 대량으로 메일을 쉽게 발송할 수 있다. 전화나 종전의 우편 같은 통신수단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메일, 웹사이트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과 통신을 하면서 속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침에 출근해서 이메일을 열어 보면 정체불명의 스팸메일이 우리의 이메일을 장식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짐작해 볼 수 있다. 넷째, 인터넷은 국경이 없다는 점이다. 범죄자가 세계 어느 곳에 있던지 간에 신속하게 범죄의 실행을 시작할 수 있고, 국경이 없는 관계상 세계를 무대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하여 현재 인터넷상에서는 증권범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 국의 규제당국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하여 많은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각종의 범죄에 대한 대응책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모든 범죄에 대한 대처방안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인터넷 증권범죄에 대한 대응방안은 당국이 여러 측면에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범죄가 발생한 후에 범죄자를 적발하는 사후의 방안보다는 사전에 투자자와 증권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더 나아가 증권시장에 대한 당국의 엄격한 자세가 필요하다.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대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그 어떠한 희생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당국은 어떤 측면에서 시장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하는가. 투자자는 어떻게 하면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가. 또 증권사와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은 시장과 투자자에 대하여 어떤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가의 측면에서 새로운 윤리장전이라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는 증권시장에서 범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의 중요성 및 투자자 등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국가차원에서 역설한 바 있다. 따라서 증권범죄에 대한 소개와 증권산업에 종사하는 자들에 대한 제언을 이 자리를 빌어 해 나가기로 하였다. 또한 인터넷의 등장이 가져다 준 변화들도 앞으로 본격 소개되어질 것이다.
2001.11.08 I 이상복 기자
  • 8월 전세가 2.5%급등..8월기준 86년이후 최고-주택은행
  • [edaily]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8월 주택매매와 전세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7일 나타났다. 주택매매가격은 전달보다 1.9%가 올라 올들어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고 전세가격은 2.5%나 급상승, 86년이후 8월 상승률로는 최고를 기록했다. 7월에도 주택매매가와 전세가격은 각각 연중최고, 86년이후 최고치였지만 8월에는 전달의 상승률을 크게 앞지르며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7월말 발표된 정부의 전월세 안정대책과 부동산 투기조짐 지역에 대한 특별조사 방침에도 불구하고 8월 주택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이사철 전세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택은행이 28개 도시 3260개 부동산중개업소를 상대로 실시한 `도시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대비 1.9%가 상승했다. 지역별로 서울은 2.6%, 광역시는 1.8%, 중소도시는 1.4%의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내에서도 강북은 2.0%상승에 그친 반면 강남은 3.3%가 올라 차이를 보였다. 주택유형별로는 단독주택과 연립은 1.0%, 1.5% 상승에 그쳤지만 아파트는 2.6%나 상승했고 규모별로는 대형(단독·연립 39평이상, 아파트 29평이상)과 중형은 1.2%, 1.6%씩 상승한 반면 소형(19평이하)은 2.6%가 올랐다. 주택은행은 "주택자금대출을 이용하여 내집마련에 나선 실수요자가 증가했고 임대목적의 수요도 늘어 올들어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면서 "주택 규모별로는 소형평형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가격은 가을 이사철 수요증가와 저금리로 인한 전세의 월세전환이 확산되면서 수급불균형이 심화, 전월대비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은행은 이같은 상승률은 도시주택가격 동향조사가 시작된 1986년이후 8월의 상승률로는 최고치라고 밝혔다. 전세가격도 서울이 2.8%, 아파트 2.7%, 소형 2.8% 등으로 나타나 서울지역 소형 아파트가 전세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전세의 월세전환 요구율은 서울과 수도권이 각각 40.2%, 40.8%에 달했고 월세전환 계약률은 서울 22.1%, 수도권 21.9%로 조사됐다. 6월까지 주택매매와 전세가격은 0.8%, 0.9%씩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7월로 접어들면서 주택매매가는 1.2%, 전세가는 1.5%로 크게 뛰어 여름철 비수기 상승률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었다. 올들어 8월까지 도시전체의 주택매매가는 6.4%, 전세가는 12.7%가 상승했고 서울지역의 경우 매매가는 8.8%, 전세가는 15.8%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별표 있음)
2001.09.07 I 조용만 기자
  • 소득세율 10%인하 등 1.9조원 감세-세제개편안
  • [edaily] 내년 봉급생활자와 자영사업자의 세금이 각각 15% 및 12%가량 줄고, 집을 사고 팔때 붙는 세금도 지금보다 다소 줄어든다. 유흥업소에 부과하던 20%세율의 특별소비세도 2년간 유예된다. 이에따라 당장 내년에 국민들이 부담해야할 세금이 1조1000억원 줄어드는 등 내년부터 총 1조9000억원 규모의 감세효과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경제부는 3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을 마련, 이달 정기국회에 조세특례제한법, 소득세법, 법인세법, 인지세법 등 4개 세법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먼저 봉급생활자와 자영사업자의 소득세율을 현행보다 10% 내리고 3000만원 이하의 봉급생활자의 근로소득공제율을 확대해 중산층이하 근로자의 세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봉급생활자 1020만명 가운데 세금을 납부하는 550만명이 내년에 부담해야할 세금은 올해보다 1인당 평균 22만원 가량 줄게되고, 자영업자 340만명 가운데 세금을 내는 140만명의 경우도 1인당 평균 37만원 가량의 세금을 덜 내게 된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그동안 고세율 다감면 구조로 운용돼 오던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감면대상을 줄이는 대신 세율을 낮춤으로써 종합소득세와 동일한 세율을 갖추게 된다. 하향조정된 부동산 양도소득세율은 9~36%로 현행 20~40%에서 평균 23% 가량 인하됐다. 주식양도소득세율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대주주의 1년미만 단기보유주식 양도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30% 단일 세율로 과세된다. 한편 인하여부를 놓고 정·재계간에 말이 많았던 법인세율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정부는 다만 법인의 부동산 양도차익에 대해 15% 부과하던 특별부가세를 폐지했다. 또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돕기 위해 배당하지 않고 사내에 유보한 초과유보소득에 대한 과세를 없앴다. 기업간의 합병, 현물출자 등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제상의 장애 요인을 제거해 세금때문에 합병·분할등의 구조조정을 꺼렸던 기업들의 고충을 해소키로 했다. 이 밖에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차이를 축소해 기업의 세무조정부담을 완화함으로써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키로 했다. 180개에 달하던 세금 감면규정도 크게 다듬어졌다. 정부는 넓은 세입기반을 확충하고 과세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180개 감면규정 가운데 `기관투자자의 창투조합 등 출자에 대한 주식양도차익 비과세`제도를 비롯해 43개 규정을 폐지하고 16개 규정은 축소키로 했다. 그러나 연구개발 투자 등 성장잠재력 배양에 필요한 감면과 중산·서민층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저축감면등은 현행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이밖에 유흥업소에 부과하던 특별소비세 20%가 2년간 면제되고, 부동산 양도 때 등기전에 양도소득세를 신고하는 제도는 폐지된다. 인지세 과세체계도 개인간 작성하는 문서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고, 전화신청서에 대한 인지세 1000원이 신설되는 등 일부 항목이 다듬어졌다.
2001.09.03 I 오상용 기자
  • (르뽀)DVD로 영화보고 PC방에서 밤새 게임②..연길 젊은이들
  • [edaily=연길 권소현기자] 밤 12시,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PC방에서 중고생들이 게임과 인터넷을 즐기고 있다. PC방에는 빈 자리가 거의 없다. 한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 연길의 한 PC방 모습이다. 최근 2년사이 연변에는 컴퓨터 보급률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왠만한 중산층 가정에 586이상의 PC 한대씩은 기본이다. 또 초고속인터넷을 설치하는 가정도 많다. 이곳에서도 네트워크는 이들을 묶어주는 새로운 네트워크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길림성 연길시 공안국에 근무하는 한휘씨는 "학생이 있는 집에는 대부분 컴퓨터가 있습니다. 또 HDSL이나 ADSL 등의 초고속인터넷을 깔아 인터넷이 많이 보편화돼 있는 상태죠.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이메일을 많이 활용하는 편입니다" 한휘씨는 @hanmail.net으로 끝나는 이메일 주소를 적어주며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는 연락할 때는 한국 포탈에서 제공하는 이메일을 사용합니다. 또 한국 사이트를 통해 사회, 경제, 정치 등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얻고 있죠"고 말한다. 이같은 인터넷 열풍은 연길 시내에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PC방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연변 과기대에서 차로 달려 10분 거리에 있는 연길 시내에 들어서자 거의 두집 건너 "인터넷 망파"라고 쓰여있는 간판을 볼 수 있다.연변판 인터넷 PC방이다. 지난해부터 PC방이 생기기 시작해 연길 시내에만 110여개가 있다. 연변 과기대 국제무역부에 재학중인 리련선양은 "요즘 이 곳에서는 PC방이 인기입니다. 주로 고등학생들이 PC방을 이용하는데 남자들은 주로 온라인 게임을 즐기고 여자들은 BBS 에 들어가거나 채팅을 하죠"라며 최근 한껏 고조된 인터넷에 대한 관심에 대해 설명한다. "ICQ라는 메신저 아세요? 중국판 QQ가 있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쓰는 것이라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할 때 주로 이 메신저를 씁니다"라고 덧붙인다. 연변 PC방도 한국처럼 시간제로 운영된다. 시간당 2원(원화 약 320원)이며 한국처럼 밤 9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정액제로 10원(원화 약 1600원)을 받고 있다. 연길시의 가장 큰 서점인 신화서점에서도 이같은 컴퓨터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1층 입구를 들어서자 DVD 및 CD코너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영화와 백과사전,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종류의 DVD를 구비해 놓고 있다. 이 서점에는 무인화상감시시스템(DVR)을 설치해놓았다는 안내문도 있다. 연변 과기대 기숙사에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도 흔한 장면이다. 스피커를 따로 연결하기 때문에 모니터가 약간 작은 것을 빼놓고는 사운드나 화질 면에서 비디오에 비해 손색없다. 이동통신도 IT 열풍을 타고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연길은 한참 호출기(삐삐)에서 핸드폰으로 세대교체 중이다. 핸드폰도 한국의 것에 결코 뒤처지지 않을만큼 작고 세련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할부로라도 핸드폰을 장만하고 싶어하는게 요즘 연변 사람들이다. 연길 시내에 100m 거리마다 핸드폰 대리점이 있을 정도로 성업중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학진학을 앞두고 있는 리연옥양은 "어른들은 대부분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만해도 한반 50명 중 절반 이상은 핸드폰을 갖고 있어요"라며 조만간 핸드폰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한다. 연변 과기대 2학년에 재학중인 윤정양은 "한국에 보도되는 연길의 모습이 대부분 뒷골목의 판자촌,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한 가족의 모습 등 일부분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길이 아주 낙후된 곳인 줄 알고 왔다가 실제로 이곳 상황을 알고 놀라는 한국인들을 많이 봤습니다. 빈부의 격차가 심해서 극단적인 모습을 같이 갖고 있기는 하지만 연길시는 IT산업에 있어서 한참 성장하고 있는 도시라는 점은 분명합니다"라고 강조한다.
2001.07.30 I 권소현 기자
  • 현명한 소비를 위한 여섯 가지 자기 문답법 - WSJ
  • [edaily] 시장에서 가격흥정으로 실랑이를 벌이고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계산하고 세금 고지서를 들고 전자계산기를 두드리는 것 등은 모두 궁극적으로 돈을 모으고 절약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여섯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라고 권하고 있다. 과연 나는 현명한 소비자인가. ▲ 나는 돈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가. 돈을 모으려면 소비를 줄이는 것은 당연지사지만 지출 내역을 일일이 기록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다. 대신 신용카드를 집에 두고 다니되 현금결제를 시작해보라. ▲ 나는 고정비용을 파악하고 있는가. 가구별로 핸드폰 사용료, 케이블TV 시청료, 인터넷 접속료 등 항상 고정적으로 계속 지출되는 소소한 비용들이 있는 법이다. 주택유지비도 그 중 하나다. 이를 줄이고 대신 매달 적금을 붓는 것도 좋은 방편이다. ▲ 나는 똑똑한 소비자인가. 쿠폰을 사용해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은 새 차를 구입하고 항공권을 발매하는 비용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작은 규모다. 큰 금액의 소비에서 절약하는 방도를 찾는 것이 현명한 소비자다. ▲ 나는 자신의 돈의 효용을 잘 알고 있는가. 개인마다 욕구가 달라 소비의 효용 역시 같을 수 없다. 큰 금액으로 한 번 큰 지출을 하는 것과 작은 금액으로 여러 번 소비하는 것 중 어느 것이 각자에게 더 만족스러운지 판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나는 소비의 대가를 알고 있는가. 저축의 대가는 가치의 증대다. 꼭 은행예금이 아니더라도 세금을 내고 연금을 붓는 일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복지의 일부가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소비의 대가는 정반대다. 신용카드 연체라도 하는 날에는 은행금리의 몇 배가 되는 이자를 물어야 하는데다 만약 카드 대금을 완납했다해도 그에 대한 이자는 고스란히 남는 법이다. ▲ 나는 내 자녀에게 현명한 소비습관을 교육하고 있는가. 초등학생이건 중고생이건 반드시 돈에 대해 좋은 습관을 들여야만 한다. 그렇지 못했을 때 결국 그 손해는 부모 몫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2001.07.02 I 박소연 기자
  •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⑮지동현 조흥은행 상무(하)
  • [edaily]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주인공은 조흥은행의 지동현 상무 입니다. (인터뷰 중편에서 이어짐) -은행경영을 전공하셨으니까 이 질문을 드려야겠습니다. 채권투자를 포함, 은행이 자산운용을 하는 것이 너무 주먹구구 식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조흥은행을 포함해 큰 은행들이 수 조원씩 채권투자를 하면서도 이코노미스트 하나 두지않는다는 사실은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딜러들의 동물적 감각이나 외부의 리포트에 의존한다는 것은 너무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옳은 지적입니다. 문제점이 많아요. 딜러들이 이코노미스트와 스트레티지스트의 역할을 겸비하고 있다는 건 좋은 현상이 아니죠. 지속성도 떨어지고. 현재 그런 역할을 담당할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내부에서 인재를 키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는데 그 일을 안 하려고 해서 문제에요. 몇몇 직원들에게 이미 "한 번 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는데 다들 거절했거든요. 물론 은행 경영연구소에 이코노미스트들이 있어서 거시변수는 대충 파악하고 있습니다. 스트레티지스트의 역할은 트레이더를 관리하는 차장급이 맡고 있는데 직접 트레이딩을 안 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트레이딩을 하지않고 전략을 짠다는 건 어렵죠. 저는 스트레티지스트도 딜링을 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물론 딜러들처럼 적극적으로 가담할 수는 없겠지만 고유 계좌를 가지고 운용실적을 비교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내부에서 키우려니 대부분 관리자급이라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권유는 계속 하지만 잘 안되네요. 앞으로 그 자리에 앉는 사람에게는 스트레티지스트의 역할을 맞길 겁니다. 더 전문화 시켜야죠. -은행 자산운용에서 의사결정 구조를 체계화시킨 이론은 없습니까. ▲물론 있습니다. Optimal Asset Allocation 이죠. 자산이 100억이라면 대출, 채권, 주식 등등에 각각 얼마를 할당했을 때 최대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를 연구하는 겁니다. 예전에 은행 컨설팅업무를 맡으면서 그 일을 담당했는데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극도로 까다롭습니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미리 기대수익률을 예측하지만 나중에 나온 결과는 전혀 딴판일 때가 대부분이거든요. 연초에 대충 틀을 정리하는 정도의 작업은 합니다. <”올해는 목표달성 못합니다"> -미래에셋투신 김경록 대표께서 "우리나라 기관들이 자산운용을 하면서 위험관리 체계를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직급에 맞는 권한과 책임을 질 수 있는 운용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셨거든요. ▲저도 동의합니다. 그동안 한국 은행들은 거기에 대해 전혀 대비를 안 했어요. 우리 은행도 제가 와서 그나마 첫 걸음을 디뎠다고 봅니다. -입행 후 4개월이 지났는데요. 소감이 어떻습니까. 일차적인 목표는 물론 목표수익률 달성이겠군요. ▲저는 목표수익률 달성 못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위행장과 똑같은 말씀을 하시죠?(웃음) -아니 그건 무슨 말입니까. 하하 ▲제가 몇 번 "올해는 목표달성 못하겠습니다"라고 보고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아니 이제 5~6월인데 벌써부터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나?"고 하시길래 "애초에 목표가 불합리하게 설정됐는데 어떻게 맞춥니까"라고 대답했습니다. 선진국 은행들은 애당초 목표라는 것이 없다고 덧붙여서 말입니다. 목표를 설정해주면 리스크관리가 전혀 안돼요. 그걸 맞추려고 아둥바둥하다보면 지를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러다가 손해나면 누가 타격을 입습니까. 결국 행장께서 책임지셔야 하는 건데요. "목표를 안 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시장의 벤치마크 수익률과 비슷한 성과를 내면 잘 한 겁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행장께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지금까지 충분히 잘했으니까 벌어놓은 거 까먹지는 말라고 하시더군요. 벌써부터 못한다고 아무데나 얘기하지 말라면서요.(웃음) -학교나 연구소에만 계시다가 본격적인 조직생활은 처음 하시는데...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관리합니까. ▲제 밑에 300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저만 쳐다보고 있는거죠. 제가 조직생활을 한 적은 없지만 나름대로 "어떻게 하면 좋은 비즈니스맨이 될까" 하는 생각은 늘 가져왔습니다. 입행 후 처음 한 달동안 직원들과 일대일로 식사할 기회를 자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세 가지 메시지를 전달했죠. "본부장으로서 내가 해야할 역할은 첫째, 우리 본부에 부여된 목표이익을 달성하는 거다. 실제업무는 여러분들이 하는 거니까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주는 것이 둘째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국내은행에 CFO제도가 없지만 앞으로는 분명히 생길거니까 여러분들이 그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어떤 식으로든 뒷받침을 해주겠다." "뒷받침을 하려면 내가 알아야 해줄 수 있으니 여러분들이 무엇을 잘 하는지 확실하게 알려달라. 우리 열심히 해보자"고 말했습니다. 메일이든 직접방문이든 방법은 아무래도 좋으니 나에게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해라. 내 방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이죠.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도 안 왔어요.(웃음) 그래서 제가 생각을 바꿨습니다. 캐주얼한 상태에서 한 사람씩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은행도 하나의 기업인데 기업가치를 높이는 사람이 최고의 은행장이죠.”> -은행장이 꿈이라고 하셨는데 바람직한 은행장 상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은행경영 전략에 대한 소신도 듣고 싶군요. ▲금융연구원에 있을 때부터 "내 꿈은 금융연구원장이나 은행장 둘 중의 하나다" 라고 말하곤 했어요. 조흥은행에 와서도 몇 번 말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고운 눈초리로 안 보더군요.(웃음) "당신한테 좋을 거 하나도 없다. 왜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거부감과 경계심리가 일어나게 만드느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거죠. 그렇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그 후 오히려 그런 말을 더 많이 합니다. 하하 바람직한 은행장 상이야 뻔한 거 아닙니까. 은행도 하나의 기업인데 기업가치를 높이는 사람이 최고의 은행장이죠. 누가 은행의 가치를 어떻게 증폭시키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고객을 통해서" 라고 대답할 겁니다. 고객이 "내가 저 은행과 거래하면 도움이 된다. 나에게 득이 된다"고 믿음을 가져주고 실제로도 그렇게 돼야합니다. 그러면 고객과 우리 은행의 가치가 동시에 올라갈 수 있어요. 이게 바로 value creation(가치창조) 입니다. 우선 value를 만들어내고 그 다음 고객과 은행이 적당한 수준에서 생성된 가치를 나눠가지는 거죠. 상품이든 서비스든 끊임없이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개발해야 합니다. 저는 적어도 value 가 무엇인지는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value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value creation을 이뤄낼 수 있겠습니까. 저는 경험도 일천하고 실제로 value 를 창조하지도 못했지만 이론적으로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조금 더 유리하지 않나 생각해요. -가벼운 얘기를 좀 하죠. 결혼은 언제 하셨나요. ▲85년에 했습니다. 공부 마치기 전에요. 필라델피아는 저에게 참 의미있는 도시입니다. 거기서 공부했고, 집사람을 만나서 결혼도 하고 아들도 낳았으니 말입니다. 아내도 저처럼 필라델피아에 온 유학생이었어요. 당시 저녁밥을 같이 지어먹곤 하다가 결혼까지 골인했죠. -부인은 현재 무슨 일을 하십니까. ▲집사람의 전공은 사회학인데 그중에서도 인구통계 쪽을 공부했습니다. 학위를 받고 귀국해서는 통계청에서 근무했구요. 통계청이 대전으로 이사가는 바람에 그만두고 현재는 화려한 백수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사실 더 다닐 생각이 있었으면 통계청 서울사무소에 남을 수도 있었는데 본인이 공무원생활은 싫다고 하더군요. (지동현 상무 약력) -58년 출생(본적 서울) -77년 보성고 졸업 -81년 서울대 경영대학 졸업 -86년 5월 펜실베니아대학 경영학석사 -88년 12월 펜실베니아대학 경영학박사 -89년 5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경영대학 부교수 -89년6월~91년5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연구소 책임연구원 -91년6월~2001년 2월 한국금융연구원 -99년4월~2001년2월 조흥은행 사외이사 -2001년2월~ 조흥은행 상무
2001.06.22 I 정명수 기자
  •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⑫김성민 한국은행 팀장(상)
  • [edaily] 한 나라의 중앙은행에 근무한다는 것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이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역사도 굴곡이 많았지만 금융시장의 발달과 함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주인공은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채권시장팀의 김성민 팀장이다. 김 팀장은 외환위기 전후로 공개시장팀에서 지준관리와 통안채 발행을 담당, 시장의 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김 팀장의 눈은 한국은행 고유의 업무와는 별도로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맞춰져 있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정크본드’를 택했을 정도로 채권에 관심이 많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오퍼레이팅의 기법과 타이밍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는 김 팀장은 “우리 채권시장이 발전하고 있지만 좀 더 세련되어져야하고 분석 기법도 다양해져야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시장의 메커니즘을 모르면 안된다. 시장의 머리꼭대기에 올라가 있어야 오퍼레이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김 팀장은 현재 채권시장 동향을 체크하는 부서를 맡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채권시장의 미묘한 움직임까지도 잡아내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금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한은의 통화정책도 채권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김 팀장은 한국은행과 시장의 연결고리로서 통화정책의 기본 자료를 수집하는 셈이다. 채권시장 입장에서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의 당국자이면서 통안채라는 채권을 발행하는 채권공급자다.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주체이면서 게임의 한 당사자인 것이다. 김 팀장은 한은의 ‘입’으로서, 때로는 ‘귀’로서 채권시장과 호흡을 함께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중앙은행은 한 나라 경제의 안방마님과 같다.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의 임무이고, ‘은행의 은행’으로서 금융시장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의 위상이나 통화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독립성 등은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것이 한은 조직의 특성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은맨들은 무엇으로 사는 것일까. 채권맨이면서 한은맨일 수 밖에 없는 김 팀장의 생각을 들어봤다.(김 팀장 약력은 인터뷰 기사 하단 참조) <박사학위를 마치고 은행에 복귀> -한국은행에 입행하신 것은 언제입니까. ▲연세대 경제과를 78년에 졸업하고 나서 바로 입행했습니다. 제가 대학 4년이던 1977년이 단군 이래로 최대의 호황기라고 불리우던 시기였습니다. 기업체들도 사람을 확보하려고 난리들이었죠. 그래서 군대를 가지 않은 상태에서 취직할 곳이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알아보곤 했어요. 그 몇 군데 중 하나가 한국은행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은행은 그 당시에도 군대미필자를 뽑아줬고 78년 1월에 입행할 수 있었어요. 입행 후 2달 정도 다니다가 군대를 갔습니다. 80년 6월에 제대한 다음 2년 정도 근무하고 82년 유학을 떠났습니다. -유학은 한국은행에서 보내준 것이었습니까. ▲아닙니다. 제가 사비를 들여서 갔습니다. 한국은행은 휴직만 시켜줬는데 한은으로서는 경비를 절약할 수도 있고 나중에 학위를 가진 인력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 아쉬울 게 없는 거죠. 유학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도 많습니다.(웃음) -학위는 언제 끝마치셨나요. ▲일단 브라운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경제학 공부가 재미없어지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서 텍사스공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88년 8월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경영학에서는 재무관리 부분을 공부했어요. -학위를 할 경우 은행 내의 직위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하군요. ▲중간입니다. 우대해주는 것도 아니고 홀대하는 것도 아닌 중간대우에요. 제가 82~88년까지 6년 동안 자리를 비웠는데 그 사이 제 입사동기들은 3번에 걸쳐 승급을 했습니다. 저는 86년 12월에 승진한 것으로 의제됐다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아까도 말씀하셨듯 학위를 받고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어떻게 돌아오셨는지. 다른 이유가 있었나요? ▲사실 당시 미국에서 경영학 교수들의 대우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살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한국은행도 괜찮은 직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은행에 돌아와서 이것저것 일을 해보니 재미가 느껴졌어요. <"한국은행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했으니까 채권을 공부한 것”>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뭡니까. ▲미국 정크본드 시장에 관한 겁니다.(웃음) -유학시절부터 채권시장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셨군요.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한국은행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했으니까 채권을 공부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논문을 쓰기직전 페이퍼를 써 보고 기간구조(constructuring) 쪽보다는 default risk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비교우위가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논문준비에 들어가 최대한 빨리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시 저는 논문준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경제학으로 석사까지 받았지만 경영학으로 전공을 바꾸고나니까 마케팅이론부터 이것저것 들어야 할 과목이 한 두가지가 아니더군요. 그래서 남들보다 coursework도 오래 걸렸고 시험 성적도 신통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래 제가 자격시험을 한 번에 붙지 못하고 두 번씩 시험보고 붙는 사람이거든요(웃음). 그래도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87년 12월이 됐고 논문제출은 88년 7월에 했습니다. -미국에서 정크본드가 이슈화됐던 시점이 바로 논문을 준비하시던 무렵이네요. 그렇지만 한국 채권시장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주제를 다루셨군요. ▲정크본드가 한때는 대단한 관심을 불러모았었죠. 제 지도교수가 “주제가 너무 좋으니까 공저로 해서 논문을 보강해서 쓰자”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귀국하고 나서 조금 더 손을 보려고 했는데 이일저일에 치이다보니 그 시기를 놓쳐버렸습니다. 좀 아쉽기도 합니다. -정크본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회사채 시장의 문제해결을 위해 정크본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죠. 총론에서는 맞는 얘기입니다만 기본적인 금융문제 해결이 안 된 상황에서는 미국 정크본드 시장에서도 유동성이 급격이 줄어들게 됩니다. 현재 우리시장이 좋은 상태가 아니니까 이를 잘 살리는 것이 참 어려워요. 묘책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계속적으로 고민해야겠죠. 나름대로 고민은 많이 하고 있습니다.(웃음) 그런데 뾰족한 방법이 나오지않아 괴롭습니다. 하하.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경제나 경영학을 전공할 생각이셨나요? ▲공부에 대해서는 큰 흥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구요. 법학에도 흥미가 있었습니다. 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게 된 건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제 은사 중 한 분께서 “숫자만 많고 공부하기 힘든 경제학하지 말고 좀 실용적인 학문을 하라”고 조언하셨어요. 그 분이 계속적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고 또 미국에 가보니까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교수되는 것 말고는 별로 쓰일 데가 없더군요. -귀국해서 한은에서 맡으신 업무는 무엇이었습니까. ▲지금의 금융제도과에 잠시 있다가 조사 제 1부로 옮겼습니다. 조사부에서는 주로 금리에 관한 논문을 썼었죠. 통화금융과로 갔더니 제가 재무관리를 전공했다는 이유로 기업 자금조달구조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최연종 부총재께서 당시 조사부장을 맡으셨는데 “기업들이 어떻게 자금 조달과 운용을 하고 거기에 따른 문제점이 뭐냐”를 분석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전경련에서 반박 전화를 하더라구요. (웃음) 제가 그 보고서를 좀 부정적으로 썼거든요. 80년대 후반당시에는 경기가 호황이었으니까 기업들이 여유자금을 많이 가지고 있었죠. 제 보고서의 논조는 ‘여유자금이 있으면 그걸로 기업 재무구조 개선에 힘써야지 다른 일 해서는 안 된다’ 뭐 이런 것이었는데 그 쪽에서는 무척 강력하게 반발했어요. “그렇게 무책임하게 쓸 수 있느냐?”고 말이죠. <국제통화기금(IMF)과의 묘한 인연> -채권시장과 직접적으로 접한 것은 언제부터입니까.. ▲93년 이후입니다. 통화금융과 근무가 끝나고 1년 동안 IMF에 가 있었어요. - IMF 근무시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 프로그램에 관여했던 IMF 관리들이 그 당시 모두 제 위에 있었습니다. 당시 저희 국장은 나이스 국장이었고 수석부국장은 아게블리였으니까요. 그 외에도 부국장 중 하나는 현 IMF 아시아국장인 류스케 호리구치고 존 도스워스도 당시 과장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습니까? 재미있는 인연이네요. ▲네. 특이한 인연이죠. 과장이 되고난 다음부터는 시장과 접한 부서에서만 일했어요. 제 스스로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외환위기 와중에서 시장과 밀접한 곳에 있으면서 이를 몸소 겪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경재 전 기업은행장께서 제가 IMF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국제담당 이사셨어요. 그런데 그분이 저보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외환시장 쪽으로 가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국제부 외환시장과에서 조사역과 과장을 하면서 2년을 보냈어요. 그 다음 자금부 시장조사과장을 거쳐서 97년 3월부터 99년 5월까지 공개시장과장으로 근무했습니다. 공개시장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외환위기의 시작부터 진행 과정을 낱낱이 지켜본 셈인데 지금 돌이켜봐도 이때처럼 많이 배운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97년 11월말에 종금사 문제가 터지면서 1주일에 2~3일은 은행에서 잠을 잤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도 퇴근시간이 새벽 3시였으니까 말입니다. 외환위기가 터진 후에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IMF 관리들을 비롯해 S&P 관계자들, 심지어는 헤지펀드 사람들까지도 만났어요. 그 전에 만났을 때는 별볼일 없던 사람들도 외환위기를 겪고 나니까 거물로 둔갑하는 경우마저 있었습니다. 한번은 한국에 있는 미국의 유명한 헤지펀드 관계자를 만났는데 그 다음날 신문을 보니까 그 사람이 저를 만난 다음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면담을 했다는 기사가 실렸더군요. 그 사람이 나중에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가 됐습니다. (인터뷰 중편으로 이어짐)
2001.05.25 I 정명수 기자
  •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⑧김윤모 하나증권 기업본부장(상)
  • [edaily] 채권 펀드매니저와 브로커는 미우나 고우나 얼굴을 맞대고, 전화로 숨소리를 함께 해야하는 관계다. 펀드매니저를 야구의 투수에 비유한다면 브로커는 포수다. 포수의 리드가 좋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투수도 빛을 볼 수 없다.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주인공은 하나증권 기업금융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윤모 이사다. 하나증권 기업금융본부는 회사채, ABS 등 발행업무와 채권중개 분야에서 1년 반만에 업계 수위를 차지, 급부상한 브로커 하우스다. 김 이사는 하나은행에서 잘 나가는 ‘뱅커’였지만 과감하게 브로커로 변신, 여의도에 안착한 대표적인 ‘명동맨’이다. 은행원에서 증권사 직원으로, 그것도 폐쇄적이라는 채권판의 브로커로 변신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은행시절 신탁부에 오래 있어서 채권시장에 지인이 많고 전혀 낯설지는 않았어요. 제가 채권딜러였을 때 브로커로서 저를 응대했던 분들중 딜러가 되신 분들도 많구요. 지금은 제가 브로커고 그분들이 딜러죠. 입장이 바뀌었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 되죠.” 김 이사는 은행시절에도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새로운 채권에 투자하는데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하나은행의 해외DR 발행실무를 맡았을 때는 가격 협상의 기법을 익히기 위해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를 이잡듯 뒤지고 다녔다. 자산유동화법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신탁적 양도”라는 방법으로 매출채권을 유동화시키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하나증권 브로커팀을 이끌면서도 신용도가 높고 성장성도 있지만 시장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회사채, 카드채 등을 발굴해 손수 기업IR까지 해가며 채권발행을 성공시켰다. 김 이사는 “단순히 호가나 불러주고 딜러들 의견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브로커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며 “브로커일수록 공부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내야한다”고 말했다. “투수에서 포수로, 딜러에서 브로커로” 김 이사의 변신 과정, ‘명동맨’의 ‘여의도 이주기’를 들어봤다.(김 이사 약력은 인터뷰 하편 기사 하단참조) -통계학을 전공하셨네요.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79학번으로 입학했습니다. 통계학이란 학문이 너무 어려워서 대학시절에는 딴전을 많이 피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의사를 하면 훨씬 잘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건강에 관심이 매우 많은 편입니다. 한약이나 한방체질에도 남다른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집안에 의사가 계신가요. ▲가족 중에는 없습니다. 저희는 집안은 교육자 집안입니다. 조부때부터 3대째 교육자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친께서는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을 하셨죠. 한때 세칭 부산에서 제일 잘나가는 과외선생님이시기도 했습니다. 하하. 현재 형님 중 한 분도 교직에 계십니다. -그럼 어떤 기회에 건강, 의학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겁니까. ▲그건 아마 타고난 것 같습니다. 아주 어릴적부터 흥미를 가졌으니까요. <비즈니스 맨의 꿈이 뱅커로> -대학교 시절의 꿈은 뭐였습니까. ▲상대쪽을 다니다보니 자연스레 비즈니스 맨의 꿈을 키웠습니다. 실제로 대학졸업 후 처음에는 모 그룹사 공채에 합격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인생이라는 것이 꼭 생각한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더군요. 제가 형님이 세 분인데 대한항공에서 근무하시는 형님께서 “그룹일이라는 것은 너무 힘들고 비전도 별로 없다. 금융계로 진출하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셨어요. 그래서 군대가기 전에 조흥은행에 입사했습니다. -그 때가 언제였나요. ▲83년이었습니다. 지금 서울역 엘지빌딩에 있었죠. 그당시 은행은 무척 경직되고 위계질서가 엄격한 분위기였습니다. 처음 입행해서는 외환 네고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한번은 다른 그룹사 직원과 우리 여직원사이에 싸움이 붙었어요. 대기업의 위세가 대단하던 때니까 그 그룹쪽에서 강력한 반발을 하고 저희 직원들은 큰 야단을 듣고…난리도 아니었죠. 그런데 사실 우리 여직원들은 순서에 맞게 일을 처리했을 뿐이었거든요. 그래서 차장에게 항의를 했죠. “여직원들은 사실 잘못한 것이 없다” 고 말입니다. 그 일로 차장과 크게 말다툼을 벌였는데 그때 ‘은행 일은 내 적성에 맞지 않다. 다른 직장을 찾아봐야겠다’ 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그리고 군대를 다녀와서 새 직장을 구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IBM같은 외국기업들이 매우 인기가 높은 직장이었어요. 그래서 Bank of America와 국내 기업이 합작해서 만든 한미은행이 괜찮겠다 싶더군요. 외국계 기업의 문화를 지니고 있는데다 급여수준도 상당히 높았고… 바로 추천을 받아서 어플라이를 했습니다. 다섯명을 뽑는데 경쟁률이 몇십대 일일 정도로 무척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때 저희 담당임원이 김진만 전 한빛은행장이셨죠. 지금은 상상하기 힘드시겠지만 86년 당시 은행권에서 그렇게 자유로운 분위기를 지닌 곳은 아무데도 없었습니다. 자유복을 입고 회사 안에서 머그컵을 들고 돌아다니고 외국TV에서 본 것처럼 책상에 걸터앉아 회의도 하고… 이 모든 것이 당시로선 파격이었던거죠. 사실 조흥은행에서는 채 1년도 안되는 기간을 근무했기 때문에 첫 직장은 한미은행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미은행에서의 생활은 ▲그때 김진만 행장께서 상무로 재직중이셨는데 저를 좋게 봐주시고 많은 배려를 해주셨어요. 특진도 세 번 정도 했습니다. 입사때부터 기업금융 쪽 일을 주로 했습니다. -그럼 어떤 계기로 한국투자금융 전환설립사무국으로 이직하게 되었습니까. ▲ 한국투자금융은 하나은행의 전신입니다. 처음에 제의를 받고 무척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한미은행에서의 생활도 괜찮았고 옮겨간 직장이 잘된다는 보장을 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술을 한잔 먹고 집에 들어가서 집사람과 얘기를 나눴죠. 저희 집사람은 말수가 적은 편입니다. 몇가지 물어보더라구요. -그게 뭡니까. ▲승진기회와 월급을 어디가 많이 주냐는 것이었습니다. 하하. 그래서 새 직장이 더 많다고 답했더니 그럼 그 쪽으로 옮기는 것이 당연하지 않냐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반문했죠. 여기서는 김진만 행장께서 나를 좋게 봐주시고 잘 돌봐주시는데 새 직장에 가면 그런게 다 없어지지 않느냐고. 집사람 말이 “그 분이 당신과 평생 같이 살기라도 하느냐. 언젠가는 홀로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모든 것을 명확히 해주더군요. 이직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집사람은 직장 옮겨서 좋을지 안 좋을 지에 관해서 점을 보러가겠다고 하더라구요. 점장이 왈 “승진을 하거나 좋은 곳으로 갈 운명” 이라고 말했다더군요. 그당시 한미은행에서 막 대리로 승진했을 때라 또다시 승진하지는 않을 것 같고 그럼 좋은 데로 갈 운명인가보다 생각했죠. 제 친한 친구들 7명에게도 일일이 물어봤더니 다들 옮기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를 해주더군요. <여신, 외환, 신탁, 기획… 은행의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하나은행으로 옮긴 다음에는 어떤 일을 했습니까. ▲91년 하나은행으로 이직하고 나서는 온갖 일을 두루두루 다 했습니다. 본점영업부여신, LC, 외환, 신탁운용, 기획, 결산 등등이죠. 영업부 차장으로 승진한 후에는 30대 그룹 여신 외환업무나 기관섭외 및 마케팅 담당으로 일했습니다. 주로 영업쪽 일을 많이 하다보니 하루는 행장께서 “영업만 해서는 클 수 없다. 이제는 종합기획일을 좀 해봐라”고 하시더군요. 그 후 종합기획 주무과장으로 발령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기획쪽으로 가게 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행장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이사 한 분께 “영업하는 사람을 기획으로 가라고 하시는 말씀은 회사를 그만두라는 것 아닙니까”라고 항의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기획일을 담당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도움이 되고요. -하나은행에서 이직 제의를 받았을 때 유학을 보내준다는 등의 조건들도 있었다면서요. 이행이 됐습니까.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죠. 하하. 승진은 빨리 했습니다만 일을 정말 많이 시키더군요.(웃음) 일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일요일에도 집에 거의 못갔을 정도였으니까요. 하나은행 영업부 차장시절에 신상품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해외DR 발행 이야기 좀 들려주시죠. ▲금융권에서 저희보다 먼저 해외DR을 발행한 건 장기신용은행 뿐이었습니다. 그게 96년이었는데 실패했죠. 그때 김영삼 정부가 중소기업지원 명목으로 한시적으로 금융권 해외DR 발행을 허용했던 때였습니다. 장기신용은행이 실패할 무렵 저희는 한참 로드쇼(road show: 유가증권을 발행하려는 회사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설명회. 주요 국제 금융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진행된다. 유가증권 발행시에 실시하므로 일반적 기업설명회인 IR과는 구분된다)를 진행중이었습니다. 제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준도 못됐고 그때 국제부는 현 하나은행 국제부 임원이신 최종석 상무께서 맡고 계셨습니다. 해외DR 발행의 경우 은행마다 발행 담당팀이 달랐어요. 국제부에서 맡는 곳도 있었고 다른 팀에서도 했는데 하여간 서로들 하려고 난리였습니다. 로드쇼라는 것이 해외에서 진행되는 것이라 재미도 있고 보람도 느낄 수 있는 일이잖습니까. 하나은행에서 해외DR 발행과 관련된 팀은 국제부와 저희 종합기획부였는데 저희는 서로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일이 워낙 많으니까요. 의견차도 있었구요. 결국 저보고 그 일을 맡으라고 위에서 말씀하시더군요. 제가 “왜 가야합니까?” 라고 질문했더니 “영어는 잘 못해도 담판을 잘짓는 당신 같은 사람이 제격이다”라고 하시더군요.(웃음) 가격 프라이싱을 해본 사람이 가야된다는 논리였죠. 그래서 한달동안 6개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장들을 저녁마다 만났습니다.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해외DR 발행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자문을 구했어요. 하루도 거르지않고 저녁마다 2시간씩 강행군을 해서 대충 결론을 내렸습니다. 공통된 답은 “동서양 문화는 다르지만 결국 DR 발행도 일종의 기싸움이다” 였어요. 흥정에서 밀리면 진다는 거죠. 그래서 하나은행이 프리미엄을 받아야 되는 이유에 관한 논리를 마련하고 마음의 준비를 가다듬었습니다. 그런데 장기신용은행이 실패를 하고 돌아오고 나니까 사람들이 별 기대를 안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아무튼 해외로 날아갔습니다. 저희는 주간사를 메릴린치나 골드만삭스 같은 큰 회사로 하지않고 조그만 회사로 선정했었어요. 양자가 세계적인 회사긴 하지만 일단 로드쇼가 시작되면 주간사는 발행자편이 아니고 투자자편으로 돌아서거든요. 그래야 투자자들에게 계속 채권을 계속 팔아먹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동방페레그린증권과 현대증권 등에 주간사 업무를 맡겼습니다. 당시 페레그린 증권이 동양을 잘 이해하는 하우스이기도 했으니까요. 그 후 협상테이블에 앉아 프라이싱을 하는데 1%밖에 못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는 그 가격에는 도저히 발행못한다”고 말하고서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그 후 재협상에 돌입해서 3%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가격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애초목표는 10%였거든요. 또 다시 지루한 협상이 시작되고 마지막 즈음에 제가 말했습니다. “서로 양보하자. 정 안되면 너희 CEO와 우리 CEO가 담판을 지으면 될 것 아니냐. 난 10%를 생각하고 왔으니 3% 양보하겠다. 너희도 3% 양보해라” 라고요. 그래서 6%로 합의를 봤습니다. 딜을 끝내고나서 하루정도 뒷마무리 작업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저희는 그런 것 없이 일사천리로 일을 마쳤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 해외DR 발행이 그룹증자로 이어지면서 많은 분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 후에도 발행에 실패한 곳도 더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무슨 업무를 맡으셨나요. ▲외환위기가 발생할 당시 장기금융전략팀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주된 업무는 금융권 얼라이언스 준비, 증권회사 진출업무였고 후에 종금사 합병업무도 맡았었습니다. 종금사 합병때는 비밀작업들도 많이 했습니다. 6개월동안 숨어 지내다시피하면서 성사를 위해 노력했죠. 위에서 “모 종금” 이라고 한마디 하시면 일주일 만에 작업을 추진하느라 백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자료정리 및 재평가 작업만으로도 눈코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인터뷰 중편으로 이어짐)
2001.04.27 I 정명수 기자
  • (화제)구자경 LG명예회장, 77회 생일맞아 - 근황은?
  • [edaily]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지난 25일 77회 생일인 희수를 맞았다. 구 명예회장은 이날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가족, 친지, 전ㆍ현직 회장ㆍ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희수연을 가졌다고 LG측이 밝혔다. 특히 지난해 희수를 맞았던 부인 하정임 여사도 이날 구 명예회장과 함께 희수연 상을 받아 60년 해로의 기쁨을 같이하고 각별한 부부애를 과시했다. 구본무 회장은 가족을 대표한 인사말을 통해 "아버님께서 워낙 소탈하셔서 이런 자리를 갖는 것 조차 마다하셨으나, 아버님과 오랜 세월 고락을 함께 하신 어른들을 모시고 기쁨과 정을 나누게 해드리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에서 조촐한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구 명예회장은 답사를 통해 "그룹회장에서 물러난지 7년이 되어가는데 사업생각은 잊고 오로지 공익재단이나 종중의 일만 보고 있자니 좋은 일만 하는 재미가 만만찮다"며 만족해했다. 구 명예회장은 이어 "지난 60년 동안 일생의 반려로서 묵묵히 내조해준 집사람에게 정말 고맙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평생 가슴에 품고 키워오면서도 쑥스러워서 차마 못했던 고백을 이렇게 하고나니 가슴이 후련하다"며 각별한 부부애를 과시했다. 그는 "선친이 이루고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시켜온 LG가 앞으로도 영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분들이 변함없이 도와줄 것"을 당부하며 LG임직원들에게 "동지"라는 표현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편 LG에 따르면 구 명예회장은 은퇴후 충남 성환의 연암축산원예대학 농장에 내려가 버섯연구 등에 전념하고 있다. 다만 매주 월요일에는 여의도 LG트윈타워로 출근, LG연암문화재단, LG복지재단, 연암학원 등에서 전개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과 문화사업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일주일중 일요일과 월요일을 빼고는 주로 충남 성환의 연암축산원예대학의 농장에 머물면서 은퇴 이후 새롭게 시작한 버섯연구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평범한 자연인으로 돌아간 상태. 일주일에 두번 정도 골프를 치면서 건강관리를 하고 한달에 한번씩 옛날 임원들과, 또 한번씩은 단오회 멤버들과 골프를 한다. 단오날 결성되었다고 해서 이름지어진 단오회는 구인회 창업회장시절부터 평소 가깝게 지내온 두산, 경방 등 그룹 회장들과의 모임이 친목모임으로 발전된 것. 구 명예회장은 또 능성 구씨 대중회장을 7년째 맡고 있는데 이 일에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 한편 구 명예회장이 은퇴 후 관심을 갖게된 버섯재배는 어렸을 적부터 갖고 있던 농작물 재배에 대한 관심과 난, 장미 재배에 기울였던 흥미가 자연스레 버섯으로 옮겨간 것. 직접적인 동기는 은퇴 후 연암축산원예대학 생물배양과에서 버섯의 조직배양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우리나라에 버섯농장은 여럿 있지만 종균을 배양하는 곳이 없다는 말을 이 일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는 연암축산원예대학의 농장에 머물며 실험실에서 실험하기도 하고, 대학교수들과 점심이나 저녁을 함께 하면서 버섯품종개발에 대한 토론을 밤늦게까지 하기도 한다.
2001.04.26 I 문주용 기자
  • "닷컴CEO, 성장보다 수익성 제고해야"-이베이 멕휘트먼 사장
  • [edaily] 올초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의 최대주주가 된 세계적인 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의 CEO 멕 휘트먼 사장은 28일 오전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베이의 브랜드 이미지와 노하우, 그리고 옥션의 기술과 경영능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밝혔다. 멕 휘트먼 사장은 이를통해 옥션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휘트먼 사장은 또 "닷컴 경영자에게 중요한 것은 성장보다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건전한 비지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 그리고 글로벌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멕 휘트먼 사장과의 일문일답. -오프라인 경력과 온라인 경력이 모두 있는데, 두 사업간 차이는 무엇이라고 느꼈는가. ▲사실 차이점보다는 유사점이 더 많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한달내에 내려도 됐던 의사결정들이 이제는 일주일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구경제(오프라인)에서는 5개년 계획을 세웠다면, 이제는 분기마다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나스닥과 코스닥에서 대부분의 닷컴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대한 견해 및 전망은. ▲어려운 시기인 것은 맞다. 그러나 아직도 인터넷 경제는 "유아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좀더 적절한 사업모델을 창출하고 이를 전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위기는 너무 기업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경제에 대해 나는 아직 낙관하고 있다. -이베이는 한국에 앞서 호주, 캐나다, 일본 시장 등에 진출했다. 다른 시장과 한국 시장을 비교한다면 어떠한가. 그리고 글로벌 전략은 어떤 것인가. ▲우리는 이베이가 글로벌 경매/트레이드 플랫폼이라고 본다. 앞으로 전세계 모든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상호 거래가 가능해 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글로벌 전략이라면 전자상거래 매출이 가장 많은 곳부터 진출하는 것이다. 한국시장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한국이 아시아 2위의 인터넷 국가이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도 많은 관심을 갖고 인터넷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성장에 따라 다른 국가에도 추후 계속해서 진출할 계획이다. 북미 및 유럽 시장 진출도 우리에게 중요하다. 독일에서는 사이트를 인수했고, 직접 사이트를 오픈하기도 했다. 프랑스, 이태리, 벨기에, 영국 등에서도 활동을 늘려갈 것이다. 결국은 전자상거래가 진행되고 있는 모든 국가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베이-옥션의 아시아 진출 전략은. ▲옥션과의 파트너쉽에 대해서는 매우 만족한다. 경영진도 매우 훌륭하다. 옥션의 위치는 이베이의 아시아 진출에 매우 중요하며, 전략적 제휴 등 여러 방법을 계획하고 있다. 추후 구체화될 것이다. -양사간 협상과정에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나. ▲특별한 일화는 없었다. 이베이 본사에서 옥션을 초대했고, 비전 및 경영방침에 대해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았다. 두 기업간 유사성이 아주 많았다. 그러나 옥션은 만만한 협상상대는 아니었지만, 특별히 난점은 없었다. -양사 결합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가. ▲한국의 300만 옥션 회원들이 이베이의 글로벌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옥션 회원들은 한국어 접속이 쉬우므로 옥션 사이트에 접속해 이베이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옥션의 기술 플랫폼과 경영진, 매매보호장치 등 기술에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를 배우려 하고 있다. (옥션 이금룡사장) 어떻게 하면 전세계 국민들이 쉽고 편하게 상거래를 할 수 있고,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하느냐는 것이 우리의 관심이다. 최근 이베이와 공동으로 마릴린 몬로 소장품 경매를 시도해 보았을때 이용자들은 "옥션을 통해 이베이에 쉽게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으로 전세계 이베이 사이트가 공동으로 경매를 진행하면서 글로벌 커뮤니티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옥션이 국내 최대 경매업체인 것은 사실이지만, 수익구조는 취약하다. 이를 개선할 전략을 말해달라. ▲이베이와 옥션의 사업모델은 상당히 유사하다. 초기에는 적자가 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절대 회원수를 확보하게 되면서 판매자들에게 수수료를 부가,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다. 나는 이금룡 사장이 이러한 성장성과 수익성을 잘 조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금룡) 3년이 안된 회사로서 성장과 수익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가져갈까 하는 것은 경영자의 큰 고민이다. 작년까지 옥션은 회사를 알리기 위한 광고 및 투자가 주류를 이뤘다. 온라인에서 마켓리더가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 지난해 1.8% 수수료에서 현재 3.5%대로수수료를 높였다. 우리는 계속해서 오프라인 업체들과 제휴함으로써 온-오프라인 결합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마켓리더로서의 위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는 일정 크리티컬 매쓰가 지나면 수익이 급증하는 "수확체증의 법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베이는 초기부터 6%대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에서는 경매나 중고품 거래가 보편화되어 있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다. ▲미국은 문화적으로 경매 및 중고품 매매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옥션은 경매문화 정착을 위해 많은 투자가 불가피했다고 본다. 양사는 이베이의 브랜드 이미지와 노하우, 옥션의 기술 등을 결합, 시너지를 낼 것이며, 옥션은 곧 수익성이 훌륭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파트너 회사를 정하는 관건은 무엇이었는가. 또 구조조정 계획은 없는가. ▲실효성 있고 건전한 비지니스 모델이 관건이다. 이베이와 옥션은 이 부분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구조조정의 경우 옥션의 경영진이 훌륭하게 경영하고 있으므로 인원감축 및 조직변화를 굳이 가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 2005년까지 30억달러 규모로 성장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우리는 오히려 적극적인 고용계획을 갖고 있다. -닷컴기업의 경영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제일 중요한 것은 현재 내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가 건전한 사업계획을 토대로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고객가치창출이 가능해야한다. 또 수익창출이 가능한 길을 걸어야 한다. 즉, 비용보다 수익이 많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개념없이 시작한 닷컴기업이 많다. 또 닷컴기업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장하겠다는, 다시말해 질보다 양을 중요시하는 태도를 갖고 있는데, 이는 안된다. 성장보다는 수익성을 위해 어떤 길을 가야할 지를 경영자가 잘 선택해야 한다. 인터넷은 "글로벌 매체"이며, 승자는 "글로벌한 족적"을 남기게 될 것이다. 인터넷의 특징은 어느나라 누구라도 언제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저렴한 비용에. 따라서 장기적으로 살아 남으려면 글로벌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로 이런 표현이 있다. "씨를 뿌린 다음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씨를 뿌리고, 다음날 바로 수익이 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인내심을 갖고 나무를 기대하고 씨를 뿌리는 것이며, 이 씨가 옥션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에서는 맹렬여성인 자신이 가정에서는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는지. ▲직장과 가정생활의 조화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나는 아들이 둘 있는데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크게 잘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서로 희생해야 되는 부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운이 좋아서, 신경외과 의사인 남편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이렇게 해외출장을 가면 남편이 집에 남아서 가정을 돌봤다. 또 아들들을 위해 이베이 사이트도 자주 사용하고 있다. 포켓 몬스터 스티커나 낚시대 등을 많이 구입했고, 팔기도 했다. 이사시 가구도 팔았다. 직접 인터넷 경매를 해 보니, 콜로라도라는 매우 작은 동네에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베이를 통해 전국을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물건을 팔 수 있었다.
2001.03.28 I 김윤경 기자
  •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②김용범 삼성투신 본부장(상)
  • [edaily]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주인공은 삼성투신운용의 김용범 채권운용본부장이다. 그는 이번 삼성그룹 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했는데 금융그룹내에서 30대 임원으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화려한 경력에 어울리지 않게(?)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했다. 그는 13조원의 채권투자자금을 때로는 세련되게 때로는 야수처럼 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투신이 대우채 문제로 휘청거리던 99년 겨울, 그는 안정적인 외국계 은행(CSFB)을 박차고 나와 삼성투신으로 왔다. 김 본부장은 “그 때 부하직원들하고 술을 엄청나게 먹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술과 말과 논리로 펀드매니저들을 단련시켰다. 그 결과 삼성투신운용은 지난해 매일경제신문이 선정한 펀드수익률 1위 투신사에 등극했다. “투자의 요체는 갈등관리라고 생각합니다. 공포와 탐욕 사이의 전쟁이죠. 시장의 컨센서스(consensus)를 따라가면 절대로 초과수익을 낼 수 없습니다. 펀드운용은 치열하게 해야죠.” 태사자의 품성과 하이에나같은 근성 부하직원들은 그를 “태사자”라고 부른다. 채권을 살 때와 팔 때, 선이 분명해 마치 "사자" 같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훌륭한 펀드매니저는 하이에나 같은 근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임원이 됐지만 펀드딜링은 계속할 것”이라며 “남들이 생각하지 않은 것, 시장과 다르게 생각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이 공개한 그의 운용전략과 최근 시장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했다.(약력은 인터뷰 하편 기사하단 참조) -인터뷰가 처음이신가요? ▲처음은 아닌데 말을 잘 못하는 편이라서 좀 긴장됩니다. 애널리스트와 이코노미스트는 말을 논리정연하게 해야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만 저같이 딜링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할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시장상황에서 전화로 매매하다보면 존칭이나 안부인사의 생략은 물론 대부분의 용어를 줄여서 말하게 되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기도 하구요. 욕도 많이 합니다. 그래서 거칠다는 말도 많이 듣지만 어쩔수 없습니다. -그럼 부하직원에게도..(웃음) ▲그렇게는 안합니다. 인격적으로 모욕감을 주는 말이야 하겠습니까. 사물에 대한 표현을 거칠게 하면 되는 걸요. 예를 들어 “야 X같이 이것 밖에 못해오냐” 이렇게요. -본부장님께서 속된말로 표현할 때 현재 "주무르는" 돈은 얼마나 됩니까? ▲15조입니다. "펀드규모에 따라 행동방식이 달라야" -돈의 규모를 인식하시나요? ▲물론입니다. 듀레이션을 맞출 때, 시장에서 빠져나오고 싶은데 제가 컷하면 시장이 휘청거려서 그렇게 못할 때 등등. 그럴 때는 인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 이 돈이 참 많구나" 라구요. -삼성투신이 시장에 본의아니게 임팩트를 몇 번 줬는데요. ▲시가평가 펀드가 8조원 정도로 크다보니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것이지,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대한생명에서 주식운용할 때, CSFB에 있을 때, 또 삼성으로 옮기면서 펀드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텐데요. 운용태도나 마음가짐이 달라지던가요? ▲대한생명에서는 주식으로 1800억원 정도를 운영했습니다. 그때가 89`90년이었는데 장이 좋아서 별 부담은 없었어요. 저는 모멘텀 플레이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펀드규모에 대한 느낌은 별로 없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시장참가자들과 교류가 많지 않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연합을 한다고도 하지만. 저희는 그 약속을 지킬 자신이 없기에 그렇게는 안합니다. CSFB에서는 채권을 담당했습니다. 당시 채권 운용규모가 2조원 정도였는데, 지금 삼성투신에서보다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는 오히려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다 팔면 그만이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제가 팔고 싶다고 해서 팔 수도 없고, 팔아도 돈 자체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볼륨이 너무 커서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사이즈가 커지면 적응기간이 당연히 필요한 겁니다. 작년에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제 생각엔 4조 정도면 적당한 운용범위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면 시장의 조그만 파동에서도 먹을 수가 있죠. 수익을 내기 위해선 될 수 있으면 조그만 일들은 무시하고 신경쓰지 않는 편입니다. -지난해 매경에서 선정한 수익율 1위 펀드가 됐는데..1등을 유지하는 것도 많이 어렵겠습니다 ▲원해 저희가 의도했던 건 1등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잘했다기보다 다른 쪽에서 못했다고 하는게 맞겠죠. 7위 안에만 들면 된다고 봤습니다. 올해도 목표로 하는 수익률 범위 자체는 별로 넓지 않습니다. 올해 채권시장 한 방향으로 가기 어렵다 -올해 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움직일 계획이십니까? ▲금리가 올라갈 때는 장사가 없습니다. 규모를 많이 줄이고, 금리변동에 알맞은 상품 비율을 높이고...그 방법밖엔 없다고 보면 됩니다. -작년처럼 금리가 한 방향으로 가지는 못한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습니다. 아마 그렇게 못할 겁니다. 작년보다 시장의 변동성도 훨씬 커졌기때문에 한방향으로는 안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거느리는 펀드매니저가 모두 몇 명입니까? ▲저를 포함해서 11명입니다. 저도 직접 딜링을 합니다. "투자의 요체는 갈등관리" -후배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합니까? 개개인마다 특성이 다를텐데 ‘이런 스타일이 펀드매니저에 적합하다’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부하직원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시장과 가까이있다가 멀어지다가 하는 등의 조절을 잘하는 사람이죠. 마인드컨트롤을 잘해야한다고 할까요. 투자의 요체는 갈등관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자신을 조절하지 못하면 안 됩니다. 개개인의 성향이나 특성은 그 다음 요소죠. -최근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1위가 펀드매니저였는데. ▲잘 몰라서 그러는 거겠죠. 사실 이 직업은 참 거지같은 직업이기도 해요.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솔직하게 표현해서 돈 많이 주는 것 외에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습니다. (웃음) -그렇지만 10년 넘게 펀드매니저를 했다는 것은 다른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능력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웃음) 매력적인 부분도 물론 있습니다. 남들 신경써가며 하기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죠. 한국적인 상황에선 능력과 관계없는 요소가 지나치게 많이 개입됩니다. 결국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건데 서양인들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뚜렷해집니다. 물론 인간사에서 정치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7:3이나 8:2 정도로 일에 우선 순위를 둡니다. 반면 우리는 그렇지 않죠. 잘 아시겠지만 자신의 일이 성과가 측정가능하거나 수치가 명확한 일이 아니라면 정치적인 행동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직업은 그런 게 별로 없습니다. 자기가 뛰어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까요. 또 생각하는 것을 바로바로 옮길 수가 있고 시장에 의해 즉시 평가받으니까 지루하지 않습니다. "공포와 탐욕 사이의 전쟁" -갈등관리의 중요성을 주장했는데 본인이 갈등관리를 잘하지 못한 경험은 없습니까? ▲자주 느낍니다. 굉장히 많이.(웃음) 최근의 예를 들자면 1월달에 많이 먹었는데 줄이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못해서 손해를 입었죠. 항상 아주 나쁜 상황일 때 여기서 그만두지 않으면 더 나빠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일을 경험으로 자주 체득해야만 합니다. IMF 때도 롱 포지션을 취해서 많은 수익을 내고 상황을 접었더니 내가 먹은 것의 2배 이상이나 더 가더군요. 갈등관리라는 말을 왜 했는지 궁금하십니까? 트레이딩이나 투자는 달리 표현하면 공포와 탐욕 사이의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공포감이 많으면 지를 때 못 질러서 못 먹고, 겁이 너무 없으면 한 순간에 죽을 수가 있습니다. 양자의 균형을 잘 맞춰야하는데 그게 무척 어렵죠.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나오는 “히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거기서 알 파치노가 형사로 나오는데 재혼한 부인과 늘 사이가 안 좋습니다. 자기가 어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지 부인과 대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바깥에서 무슨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기분이 망가져서 집에 들어왔는데 부인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말을 안해주냐? 우리는 그런 것을 나누지 못하기 때문에 점점 멀어진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합니다. 그 때 알 파치노가 “형사라는 직업은 불안이라는 것을 가슴에 넣고 살아야만 한다. 그게 우리를 예민하고 날이 서게 만든다.” 라고 하더군요. 그걸 보면서 ‘아 내 직업과 정말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심적인 평안을 원하면 이 직업을 택하면 안됩니다. 박동치는 불안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면 그만둬야죠. 외환위기때 공포감 잊혀지지 않아 -가장 불안하고 공포스러웠던 때가 언제입니까? ▲외환위기 때. 그 때는 상황이 마치 “신들의 풍차”처럼 느껴지더군요. 정말 무서웠습니다. 속으로 ‘나도 자식 놓고 살아야하는데 어떻게 사나’ 하는 생각 많이 했습니다. -시장 컨센서스대로 가면 항상 진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못 이깁니다. 제 경우엔 통계적으로 결과를 내보진 않았지만 심리적으로 제일 불안한 상황에서 질렀을 때 결과가 가장 좋았습니다. 다 나쁘다고 할 때는 들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사주는 사람이 생깁니다. 하지만 좋을 때는 다 들고 있어요. 그 사람들이 언젠가는 팔아야만 하는 데 누가 그걸 사주겠습니까. -시장과 반대로 베팅해서 기분좋게 딴 경험이 있습니까? ▲몇 번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는 습관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작년 상반기만 해도 우리 애널이나 이코노미스트들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점차 채권수익률이 올라간다’ 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습니까? 정반대였습니다. 시장과 반대로 생각해본다 -단순히 시장이 그랬으니까 반대로 가진 않았을텐데요. ▲두 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우선 경기회복에 대한 속임수가 있었죠. 99년 경제상황의 베이스가 워낙 나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많은 회의를 가졌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겁니다. 작년에 은행대출이 무척 늘어났는데 개인비중은 30%도 채 안됐습니다. 기업들 대출은 부채비율을 줄이는 데 사용됐기에 자금 트래픽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운용전략을 짜는 일은 얼마나 자주 하나요? ▲매주 합니다. 어떨 때는 매일하죠. 시장이 워낙 자주 변하니까 그럴수 밖에 없습니다. 매일 아침 7시에 모두 모여서 의견을 나눕니다. 펀드매니저와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 스트래티지스트까지 모두 얘기합니다. -회의 분위기는요? ▲말을 안하면 제가 할당시킵니다. 투자란 건 그렇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에 따라 보는 견해가 다르죠.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어렵고 온갖 말이 다 나오지만, 실은 간단합니다. 이 가격에서 살 거냐, 팔 거냐, 가만있을 거냐.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택하면 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말하는 방법도 중요합니다. 제가 선호하는 방법은 두괄식입니다. 결론 뭐, 가격 얼마, 종목 무엇. 이렇게 말하면 끝입니다. 사실 전 아주 편한 입장이에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다 듣고 나서 마지막에 말 한마디 하면 되니까요.(웃음) -시장이 급변해서 시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딜러들이 많은데요.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모를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를 수는 있어도 정한 방향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정한 방향은 장중에 바로 평가가 납니다. 맞든 틀리든 간에 말이죠. -그럼 틀렸을 때는 어떻게 방향을 수정합니까? ▲시장에 관해 모르겠다는 느낌이 든 건 세 번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입장은 취해야하니까 부하들보고 “질러” 라고 소리쳤었습니다. 두 번 맞고 한 번은 박살났습니다. -현재의 위치에 오기까지 영향을 준 상사가 있습니까? ▲CSFB에 근무할 때 앤드류 입겐넌즈라는 상사가 있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고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 판단력이 대단히 뛰어났어요. 호주사람이었는데 영연방권에서는 경제분야에 고졸출신들이 많습니다. 존 메이저 전 총리도 고졸출신이죠. 그들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머리가 잘 돌아갈 때의 젊은 사람을 데려다 트레이딩을 시킵니다. 아주 효과적이죠. 이 앤드류 입겐넌즈라는 사람은 남들이 뭐라 건 자신의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일은 안합니다. 남들이 다 아니라해도 자기가 따져봐서 말이 되면 밀고 나가는거에요. 그가 주장했던 것이 “남들이 다 좋다고 할 때가 가장 나쁠 때” 라는 말인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런 사람이 아까 언급한 공포감을 잘 조절하는 사람의 예인가요? ▲그렇습니다. 심리적으로 편안할때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입장을 취할 때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는 절대로 먹을 수 없습니다. (인터뷰 하편으로 이어짐)
2001.03.16 I 정명수 기자
  •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①오석태 씨티은행 부장(상)
  • [edaily]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금리가 급등하면서 정책당국자들은 서둘러 시장을 안정시키기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는 주식시장이나 외환위기를 통해 상식이 풍부해진 외환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은 아직도 상당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은 전체규모가 300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채권시장은 한 나라의 경제지표중 가장 중요한 금리를 결정한다. 이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각 기관에서 특별히(?) 훈련받은 정예 요원들이다. edaily는 “300조를 움직이는” 채권시장의 중요 인물들을 찾아 거래경험과 철학, 운용중 겪었던 재미있는 경험 등을 들어보는 연속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주 “300조를 움직이는 사람”으로는 지난해말과 올해초 “경기경착륙”과 “V자형 회복”을 가장 먼저 주장,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씨티은행의 오석태 부장이다.(약력은 기사하단 참조) 오 부장은 채권시장에 몇 안되는 전문 이코노미스트로서 서울대 경제학과을 수석으로 입학하고 하바드에서 수학한 “수재형”경제분석가중 한명이다. 그는 통상적인 애널리스트들과 달리 단순한 경제전망에 그치지않고 경제현상과 경제정책에 대해 주관적이고 직설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채권 이코노미스트로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또 다른 희망이 있습니까. ▲이코노미스트를 70세까지 하는 것입니다. -직업인으로서 이코노미스트가 아니라..일종의 비전 같은 것을 여쭤본 것인데요. ▲새로운 비전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여유가 없습니다. 평일날은 일에 치여서 살고 있고 게다가 요즘엔 아침에 헬스클럽 다닌답시고 6시에 집에서 나와요. 그게 일과입니다. 어차피 이코노미스트라는 게 정년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는 이 일을 오래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전에 어디 기관에서 세미나를 하고 오셨다면서요. 그 얘기좀 해주시죠. ▲우리 경제 상황이나 현장 분위기가 미국에 의해 이끌려가는게 사실입니다. 저는 진정한 구조조정은 미국에서 독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선언을 하려니까 산업생산지수도 안 좋게 나오고 미국 경제가 돌아가는 상황도 많이 안 좋다는게 문제입니다. 지금 방향 제시를 해주어야 하는데 V자 모양이 확실한 것도 아니니 6개월 후에 금리가 4.5%다 뭐다 하는 게 무슨 필요가 있겠나 싶습니다. 전 6개월이나 12개월 전망 따위는 믿지도 않습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6개월 후의 전망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중요한 건 지금 당장의 방향이 뭐냐하는 것이지요. 과감하게 말하자면 "한국경제는 올해 하반기에도 반등없다" 라고 말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게 잘 안됩니다. 왜냐하면 확인이 안 되니까요. "V자 회복은 전망이 아니라 희망이다" -V자 회복에 대해서는 전망이 아니라 일종의 희망사항이라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지금 문제는 한국경제가 아니라 미국이 흔들린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쓰러지면 한국은 없습니다. 미국이 어떻게 되느냐가 지금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입니다. 지난 5년 동안 미국의 초과성장을 이끌어 온 건 결국은 IT산업입니다. 그런데 이게 흔들리고 있어요. IT가 무너지면 전 세계경제는 없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어떤 부분이 취약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금융시장이 그린스펀의 말 한마디에 목 매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스닥이 하루에 4-5%씩 내렸다 올랐다 하는데 이건 정상이 아니거든요. 한국은 주가가 1월에 많이 올랐을 때도 "이걸로는 안된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인데 미국은 이나마도 없지 않습니까. -시티그룹의 미국경제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습니까. ▲나름대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긴 합니다. 처음에는 시티도 부정적으로 보긴 했는데 그 다음 다른데서도 다 그런 식으로 따라오고...그러니 차마 "미국 경제 올해 내년 별볼일 없다" 라고 하기가 어려운 것이죠. 게다가 내가 봐도 미국 사람이 미국 경제에 대해서 그렇게 부정적으로 쓰는 것이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전에 씨티은행이라는 기관이 한국 금융 시장에서 일정한 롤이 정해져있어서 리서치 페이퍼가 제약받는 부분도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좋을 수도 있습니다. 내부자가 하나는 있어야 하니까요. 한국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제 위치가 무척 특별합니다. 저는 외국기관에서 일하지만 한국인이고 그래서 “외국기관이 한국을 좋게 본다” 라는 점이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런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매주 리포트를 쓰셔야하는데요. 부담이 되시죠. ▲쓰다가 쓰다가 안되면 “이번주에 아무것도 없다" 라고 보내면 그만인데 그럴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도 기자들처럼 다음 리포트를 뭘로 써야할지 늘 고민합니다.(웃음) 사실 생각이야 많지만 그걸 일일이 다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사실 인플레이션, 인구증가율, 자본축적 이미 이 세개 그래프가 꺾였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금리를 끌어내린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채권수익률 급락 이유있다 -지금까지 채권시장이 이유있는 강세장이라는 의미인가요. ▲예. 사실 지금 아무도 작년 올해초 금리가 떨어진 이유를 말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코스닥거품처럼 쉽게 꺼지는 것도 아니고. 금리가 내려갔다는 사실의 70-80%는 (펀더멘털로) 인정을 해줘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연초 랠리는 좀 과하지 않나 싶어요. 미국이 변수이기는 하지만. 만약 2월에도 경제가 안 살아난다면 좀 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써야합니다. -리포트를 쓰실 때 여러가지 경제지표를 참고하실 텐데요. 무엇을 주로 보십니까. ▲저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지표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숫자의 오류 가능성이 너무 높아요. 일례로 산업생산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이상인데 이것으로 진정한 산업생산을 평가할 수는 없죠. 미국처럼 다양한 데이터를 모두 봅니다. 남들이 잘 안보는 고용지표도 참고하구요. 저는 어떤 지표를 보느냐보다는 그 지표의 이면에 숨겨진 진짜 뜻이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애널리스트라는 것이 한쪽이 약하다고 하면 연쇄적으로 약하다고 하는 군중심리 같은 것이 있는데요. ▲그런 묘한 심리가 있습니다. 한 쪽에서 나쁘다고 쓰고 뒤따라서 또 쓰고 그러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마저도 "아닌가" 하고 갸우뚱하게 되고 그래서 상승작용을 일으키죠.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 애널리스트들이 기술주에 대해 누가누가 더 나쁘게 보나 하고 경쟁하는 것입니다. 이제 내성이 생길만도 한데. 그 사람들은 아마 70달러 하던 시스코가 10달러가 돼도 직성이 안 풀린 듯 합니다. 이미 닷컴들은 다 맛이 간 상태고 남아있는 것도 거의 없어서 지금 그 쪽에서는 그런 주식들을 “ex-블루칩” 이라 부릅니다. 예전에 잘 나갔지만 지금은 애물단지에 불과하다는 의미죠. 물론 IBM, GE 등 진짜 블루칩들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한 때 뉴블루칩이라 불리며 미 경제의 상승을 주도했던 선마이크로시스템즈 같은 기업들의 주가가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는데도 아직 PER가 높다는 게 미국의 문제죠.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습니까. ▲수정은 언제든지 될 수 있습니다. 원래 V자 회복 전망은 성장률에 기인한건데 비관적 시나리오로 보면 2% 대로 간다는 전망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일부 국내 증권사에서는 성장률이 2.8%까지 내려간다고 강한 어조로 썼지만. 저도 물론 그렇게 할 수는 있습니다. 홍콩에 있는 아시아리서치팀 보스한테 "까짓거 성장률 2%대 라고 쓸까요" 라고 물었더니 "네가 나설 필요 없다. 어차피 안 좋다는 거 다 알고 있는데 적당히 깎아라"라고 하더군요. 나와있는 수치나 싸이클상으로 보면 올해 하반기쯤에는 반등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반기에는 V자 회복이 있을 것이다라고 쓴 겁니다. 한국에서는 이제까지 V자 회복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구조조정보다 경기부양이 우선이다" -지금까지 써낸 리포트는 제목 등이 무척 강렬해서 마치 주식쪽에 있던 “스티브 마빈”을 연상시킨다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뭐가 그렇게 강렬하죠?(웃음) -시장이 기억하는 문제작이 2편이나 있지 않습니까. “하드랜딩”과 “V자회복”. 두가지 주제 모두 오부장께서 먼저 언급한 것 아닌가요. ▲앞뒤말이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V자 회복이 되려면 하드랜딩이 앞서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하죠. 골이 깊어야 산도 높아지는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지난해말에는 분명 하드랜딩을 이야기하셨는데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걸 안 하면 시장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과 둘째는 정부에게 신경 좀 쓰라는 의미였죠.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도 모르고 그 때 정부는 구조조정(restructuring)이니 뭐니 한다며 거기에만 신경쓰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restructuring”이라는 말을 무척 싫어합니다. -왜 그렇죠? ▲restructuring이라는 게 말이 쉽죠. 한 꺼풀만 벗겨서 "대체 restructuring이 뭐냐" 고 물어보면 사람마다 다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경제학을 배운 사람인데 경제학 교과서에는 restructuring이라는 단어를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어요. 지금 노조는 구조조정 결사반대를 외치고, 정부는 구조조정 해야한다고 난리고, 외국 사람들은 한국은 구조조정이 안 돼서 문제라고 하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닙니까. 그럼 이게 대체 뭐냐는 말이죠. 시티 내부적으로는 restructuring에 대해 경기반등의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restructuring이 안돼서 “너희는 꽝이다”라는 건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고 오히려 우리는 경기가 반등했을 때 restructuring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restructuring을 제대로 안 할 바에는 경기부양이라도 하라는 거죠. 근데 그걸 못하니...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라는 식은 곤란하다는 겁니다. -손놓고 있지만 말고 뭔가 해야한다는 뜻입니까. ▲물론입니다. 사실 경기부양책을 쓰면 국내에서는 체감하기 힘들지 몰라도 외국투자자들은 더 좋아해요. 그 단적인 예가 일본이죠. 자기들이 다 일본주식 사 놨는데 주식 값이 올라야 할 거 아닙니까. 사실 외국인들이 무척 이중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중요한 건 성장이지 구조조정이 아닙니다. 자기가 투자한 돈이 아깝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건 수익성(earnings)인 것 같네요. ▲earning이든 뭐든 무엇보다도 기업경기전망(Business outlook)이 밝아야만 합니다. 그래야 earning도 나오게 되죠. 사람 자르는 식의 구조조정은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 한국은 사람을 많이 자르기도 했고.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 -오부장께서 쓰신 “경기부양을 선택하라”는 보고서는 edaily내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경기부양이든 구조조정이든 둘 중 하나는 해야하는데 하려면 경기부양을 해야한다는 내용을 보고 씨티가 정부를 도와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혹시 그 보고서 이후 정부측에서 만나자는 제의는 없었나요? ▲전혀 없었어요.(웃음) 기본적으로 씨티에서도 현대전자 문제에 깊이 관여했기 때문에 다른 이들이 다 나쁘다, 쓰러진다 말할 때 우리까지 그러면 안된다는 건 있을 수 있죠. 그렇게 하면 완전히 숨 넘어가는 사람에게 칼 꽂는거 아닙니까. 어떻게 보면 씨티에서 정부보다 먼저 현대전자가 괜찮다고 판단한 거죠. 사실상의 경기부양 효과를 일으켜 사람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단기적이지만 일조를 했다고 봅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에요 그린스펀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쏠리는 이유말입니다. 지금 당장의 금리인하가 큰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안정감을 얻고 싶은 심리죠. -다른 이코노미스트들과 교류가 있습니까. ▲없어요. 저는 제 직업을 청기와장수같다고 생각합니다. 교류할 시간도 없고, 사실 주식시장의 애널들을 보면 서로에 대해서 경쟁심리도 많이 느끼는 것 같은데 그런 건 별로 없어요. -하바드에서 공부할 때 전공분야는 뭐였습니까. ▲거시경제, 특히 소비 관련을 공부했습니다. 소비가 무엇에 의해서 결정되느냐 같은 주제로. 박사학위를 끝내지는 못했어요. -유학을 하게 된 동기는 뭐였습니까. 고등학교때부터 대학졸업때까지 수석을 놓친 적이 거의없다고 들었는데요. ▲학력고사 수석이라고 알려져 있을 뿐이에요. 그거 말고는 뭐...원래는 이과쪽을 지망하려했습니다. 아버님이 서울대 법대를 나오셔서 공무원 생활을 하셨는데 공무원 생활이라는게 빤해서 어머니가 힘들어하셨어요. 아버님을 보면서 법대갈 생각은 추호도 안했죠. 공무원은 돈 못 번다는 생각이 뼈속 깊이 박혀 있어서. 나중에 보니까 서울대 법대가 무척 좋은 학교더라구요.(웃음) 자연계로 가려니 아버님이 과학자해서는 한국에서 출세하기 힘들다고 극구 말리시고, 솔직히 지금 철들고 나니까 아버님의 그 말씀이 공감이 갑니다. 그래서 전공을 결정하려고 보니 남는 건 경제학밖에 없었어요. 요즘에야 젊은 사람들이 생각이 바뀌어서 경영학과도 많이 가지만 우리 때만 해도 문과생들이 택할 수 있는 과는 법대, 그게 싫으면 경제학이었으니까요. 그래서 학교 졸업하고 보니 뭔가 허전했습니다. 바로 취직하기도 그렇고, 다른 친구들처럼 고시 볼 마음도 없고, 그래서 유학을 선택했죠. "자네는 교수될 것 같지는 않은데" -대학시절에도 역시 공부를 잘 했다던데 교수님들의 주목도 많이 받았겠어요. 어떤 분들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습니까. ▲정운찬 교수님, 한승수 교수님 등이죠. 뭐 맨날 일등만 한 건 아니었고 성적은 그런대로 잘 나온 편이었어요. 어쨌든 주목을 받고 장도에 오르긴 했는데 한승수 교수님이 악수하면서 그러시더라구요. 그 때 막 비서실장 하시고 주목을 많이 받으시던 때인데 그분이 그러셨어요. "자네는 교수될 것 같지는 않은데...뭔지는 모르지만 무척 재미있는 일 할 것 같구만" 이라고. -유학생활은 어땠나요? ▲가서 공부를 따라가는 건 사실 어렵지 않았어요. 그러다 중간에 군대 문제가 걸려있어 다시 한국에 들어와 입대했죠. 군대에 갔을 때 사수가 하버드 MBA를 나온 사람이었습니다. 그 선배가 투자은행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 가서 이코노미스트라는 걸 하면 별로 하는 것 없이 돈도 많이 준다고 하더라구요. 가뜩이나 교수는 싫고 뭐 딴 거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그런 것도 있나 싶었죠. 교수만 해야하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일이 생긴거죠. 군대 마치고 돌아갔더니 2년의 공백기간 때문인지 공부가 잘 안됐어요. 논문도 잘 안 써지고. 박사 수료까지는 논문만 남았었는데 이 논문 쓴다는 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게다가 지도교수라는 사람이 "너는 박사하는 것 보다 딴 거 하는게 더 맞을 것 같다" 고 말하더군요. 그 말은 즉 "너는 여기 적당하지 않으니 딴 데가서 딴 길 알아봐라" 이거죠. 그래서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한국에 들어가고 보자. 연봉 천만원을 받더라도 들어가서 일 하는게 낫지 여기선 폐인되겠다" 라는 생각에 귀국했습니다. 그 때 우연찮게 지금 삼성증권 상무로 계시는 박진회 상무를 만나 씨티은행 입사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게 언제죠 ▲96년이죠. 그리고 97년 말에 IMF가 터지면서 이코노미스트로서의 눈을 뜨게 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뭐 이코노미스트라는 것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98년부터 현장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실전 경험이 풍부해야 -학위를 목전에 두고 귀국했는데 거기에 대해 일말의 미련이나 후회는 없습니까. ▲없어요. 현장에서 배우는 게 거기서 허송세월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 계통의 사람들 보면 박사학위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어요. 박사학위 소지자들은 대부분 IMF나 세계은행에서 커리어를 쌓고 돈 벌겠다고 투자은행쪽으로 발길을 돌린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 얘기들어보니 IMF나 세계은행도 거의 제2의 재경부나 마찬가지더라구요. 상당히 관료적인 조직이라 연줄이 중요하고 위로 올라가는 거 바늘구멍 뚫기보다 힘들고. 그러니 연봉 몇 십만불 주는 투자은행에 오는 거죠. 박사학위 목전에서 관둔 나같은 사람도 무척 많아요. 따지고 보면 그린스펀도 나랑 똑같은 경우죠. 나중에 뉴욕대에서 박사학위를 주긴 했지만. 우리 리서치 헤드도 박사학위가 없습니다.(웃음) 내가 대학교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면 모르겠는데 그럴 맘도 겨를도 없고...그냥 이거 70세까지 할 생각입니다. -학문으로서 경제학을 택한 것은 만족하십니까. ▲경제학 이론과 금융시장에서 이코노미스트가 봐야할 것은 전혀 별개입니다. 경제학원론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는 첨단을 달리는 실무 현장에서 결론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죠. 경제는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대학에서 배운 건 오직 그거 하나죠. 저는 정말로 이코노미스트가 연예인이랑 같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자산운용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까. ▲아직은 이코노미스트로 할 일이 남았기에 그런 생각 없습니다. 전혀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닌데. 글쎄...만일 하게 된다면 스트레티지스트 정도? 이렇게 해라 저저렇게 해라 전략을 제시해주고 실무는 밑에 있는 사람들이 하고, 그런 방식으로 한다면 모르죠. 내가 직접 한다? 우선 나이가 걸려요. 대부분의 딜러가 30대 초반이 아닙니까. 30대 후반 40대 초반 돼서 오면 누가 받아줄까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내은행에서 일할 생각도 있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그쪽은 경험이 없어서. 사실 글로벌 리서치조직의 일원으로 있다는 것이 아직 제게는 많은 이득이 됩니다. 배울점도 훨씬 많고. 저를 씨티에 입사하게 만든 박 상무께선 그런 고민 끝에 회사를 옮기셨습니다. 물론 저도 그 분이 삼성증권으로 옮길 때 하셨던 고민을 할 때가 오겠죠.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데이터를 의심하고 숨겨진 의미를 찾아라" -다른 이코노미스트들과 자신의 차별점이랄까 장점은 무어라고 보십니까. ▲앞서 말했듯이 숫자를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잘은 모르지만 결과물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데이타가 나오면 우선 의심을 해봐야하는데 배운 이론이라던가 과거 경험이라던가 그런데 얽매여서 단순하게 생각한다” 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로서의 한국의 프로페션은 내가 만든다" 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이코노미스트는 무조건 극단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고. 수없이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수많은 리포트를 써내는데 극단적으로 쓰지 않으면 누가 그걸 읽어주겠습니까. -리포트를 쓰면서 생긴 에피소드는 없나요? ▲인터넷이 발달한 후 이코노미스트들의 리포트를 쉽게 쉽게 받아보는 건 좋은데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부담이 됩니다. 저번에도 이 정도면 조정을 받을 것 같다고 썼더니 딜러가 전화해 "오부장. 그런거 쓸거면 미리 얘기나 해주고 쓰지. 어제 채권 샀는데 어떡하라구" 라고 하더라구요. 그거 말고는 글쎄? 아마 옛날에 쓴 리포트 지금 읽으면 부끄러워서 못 볼겁니다. (인터뷰 하편으로 이어짐.)
2001.03.10 I 정명수 기자
  •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성과와 향후 과제(금융부문)
  • "위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성과와 향후 과제" 요약(금융부문)-차백인 박사 Ⅰ. 서 론 ― 급변하는 국제금융환경 속에서 미래 한국 금융의 비전은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을 구축하여 실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할 수 있으며 국제경쟁력을 갖추어 아시아에서의 중추적 국제금융센터로 발전하는 것임. -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① 금융시장의 기능 제고 ②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 ③ 금융하부구조의 구축 ④ 금융의 국제화 추진 등이 핵심과제임. ― 본 고는 2차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현 시점에서 그동안의 개혁과정의 성과를 점검하고, 비전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에 비추어 향후 개선해야 할 점들을 점검함. Ⅱ. 성 과 1. 구조조정 가. 금융구조조정 ― 금융기관의 경쟁력 회복과 부실금융기관의 퇴출을 중심으로 한 1차 금융구조조정과 잠재부실 정리와 미래지향적 개혁을 통한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둔 2차 금융구조조정이 진행 -금융구조조정은 금융시장의 자금중개기능 회복을 통해 실물경제 회복과 대외신인도 회복에 기여 -부실금융기관 퇴출 및 이해당사자간 손실분담원칙 적용 등을 통해 시장규율이 정립 -고위험·고수익 금융상품을 선호하던 시장참여자의 의식이 안전성·내실 중심으로 변화하고, 금융기관간 차별화가 진전됨에 따라 시장원리에 따른 금융산업의 자발적 재편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 -부실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여 금융기관이 채권자로서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여건을 조성 나. 기업구조조정 ― 지난 30여년간 성장과정에서 누적된 부실을 해소하고 우리경제의 새로운 성장활로를 기업차원에서 모색하기 위해 기업개혁 5+3 원칙을 확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추진 -계열사간 상호채무보증 해소이 성공적으로 완수되고, 전반적인 기업재무구조가 상당히 개선되어 기업부실화 위험이 위기초기에 비해 현저히 감소 -그러나 아직 재무손익구조가 취약하여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상당수 존재하므로 기업지배구조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제도를 보완하고 집행할 필요 -특히 기업개혁 3대 추가과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추진하고, 상시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 2. 금융시장의 기능 제고 가. 금융시장의 안정 1) 저금리 기조의 정착 ― 외환위기 이후 20%를 상회하던 시장금리가 98년 상반기부터 급속히 안정되기 시작하여 저금리 기조가 정착 -반면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신용위험에 대한 평가 및 가격기능이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여 일부 우량기업을 제외한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거래가 위축 2) 금융시장의 구조변화 ― 외환위기 이후 국내금융시장을 은행중심형 체제에서 시장중심형 체제(market-based system)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 -금융시장의 전이과정에서 나타나는 상황에 대해 단기적인 시장보정 대책과 함께 직접금융시장의 하부구조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중장기적 시장기능 활성화 정책을 실시할 필요 3) 기업금융 지원대책 ― 자금난이 가중된 중견, 중소기업의 회사채 차환발행을 위한 Primary-CBO제도 및 은행대출담보부증권(CLO)제도가 도입 -동 제도들은 극도로 위축되었던 2000년 하반기 자금시장의 시장보정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여 회사채의 차환발행이 여의치 않았던 중견,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완화 ― 회사채 발행규모가 많고 집중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의 회사채 차환발행이 여의치 않음에 따라 "회사채 신속인수 방안"이 2001년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직접금융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시장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으로 판단 4) 예금부분보장제도 및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의 도입 ― 2001년부터 보호한도를 5천만원으로 하는 예금부분보장제도 와 그동안 재도입이 유보되었던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를 시행 -금융기관간 급격한 예금이동 및 금융시장의 불안 증대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2001년 2월 현재 동 제도들은 별다른 부작용 없이 성공적으로 정착된 것으로 평가 나. 자본시장의 활성화 1) 자본시장의 양적 성장 ― 지난 3년 간 주식·채권시장은 규모 면에서 크게 성장 -주식·채권시장의 성장 및 금융시장의 증권화 진전에 따라 기업의 자금조달에 있어서 직접금융시장의 비중이 증가 -향후 양적 성장에 걸 맞는 질적 성장, 즉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시 및 처벌 강화, 효율적인 공시체제 구축, 기업회계제도 개선 등을 통해 매매거래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을 경주 2) 외국인투자 증대 ―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 -시가총액대비 외국인 상장주식보유비율도 1998년 18.6%, 1999년 21.9%, 2000년 30.1%로 지속적으로 증가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잔고는 1997년말 2,094억원에 불과하였지만 2000년말 6,921억원을 기록 3) 채권시장 하부구조의 개선 및 국채시장의 활성화 ― 국채시장 육성, 발행 및 유통시장 활성화, 채권수요기반 확충, 시장인프라 개선 등 채권시장구조 선진화방안을 추진 -채권시가평가제도가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채권중개회사 및 채권전문평가기관이 도입되었으며, 채권발행절차가 간소화 -국채전문딜러제도가 도입되어 국채의 안정적인 지표금리 형성과 시장의 유동성 제고에 기여 4) 상품의 다양화 ― 뮤추얼펀드 등 다양한 간접투자 상품 도입, 유가증권 간접투자 촉진, 각종 제도 정비 등을 통해 투자자 선택의 폭이 확대 -최근 개방형 뮤추얼펀드가 허용되고 증권사의 랩어카운트가 도입되는 등 간접투자상품이 다양화되고 투자기회가 확대 -MBS, CBO, Primary-CBO, CLO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담보부채권(ABS)제도가 도입되어 기업과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창구가 다양화 5) 파생상품시장의 활성화 ― 국내파생상품시장은 거래량 기준으로 주가지수선물이 세계 3위, 주가지수옵션은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비약적으로 성장 -한국 증권거래소의 주가지수선물과 주가지수옵션 거래량은 2000년중 1997년 대비 각각 6배와 43배 성장 -향후 선물회사와 선물거래소의 재무상태 개선 및 시장수요기반의 확대 등을 통해 선물거래를 활성화하고, 장외파생금융거래 취급기관에 대한 철저한 사후감독 체계를 확립할 필요 3.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 가. 금융기관의 대형화 ― 국제금융환경의 급격한 변화추세에 따라 국내 금융산업 내에서도 대형화를 바탕으로 한 산업개편 노력이 가시화 -은행 합병과정을 통해 상위 은행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으며, 향후에도 대형화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 -금융지주회사의 도입으로 단기적으로는 부실채권정리 및 자본확충을, 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내 자회사간 합병, 지주회사간 자회사 합병, 지주회사간 합병, spin-off 등 선진형태의 원활한 구조조정 효과가 예상 -은행 대형화를 통해 금리, 수수료 등의 가격 결정과 신상품개발에 있어서 은행산업을 선도하는 소수의 대형은행 혹은 은행지주회사가 형성될 전망 나. 금융기관의 경영효율성 제고 1) 금융산업의 겸업화 확대 ― 국제적인 겸업화추세에 따라 국내에서도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면서 금융수요자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금융권간 업무제휴가 확대 -"금융회사의 업무위탁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각 개별업법에서 규정하는 핵심업무를 제외한 상호업무제휴가 가능 -향후 금융지주회사 도입에 따라 겸업화는 더욱 확대될 전망 2) 생산성 및 수익성 제고 ― 금융구조조정을 통해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정리 및 인력구조조정이 진행되어 금융기관의 수익성 및 생산성이 향상 -신속한 금융기관 부실채권 감축을 위해 대손상각에 대한 손금인정기준을 대폭 간소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 -향후 금융기관의 수익성 향상을 위해서는 부실여신의 감축 외에 선진금융기법 활용 등을 통한 수익기반 확충이 필요 3) 위험관리능력 제고 ― 금융권별 위험관리 모범규준이 제정됨에 따라 개별 금융기관은 이를 토대로 위험관리체계 구축 노력을 경주 -대부분의 은행에서 개별위험의 관리를 통한 종합위험관리 시스템 구축이 진행 중이며, 비은행금융기관은 1999∼2003년까지 5년간에 걸쳐 권역별 특성에 맞는 위험관리체계를 구축 -향후 금융기관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종합위험관리시스템의 지속적인 보완·개선 작업이 필요 4) 신용평가능력 향상 ― 은행의 여신관행 혁신방안이 추진 -차주의 신용등급에 바탕을 둔 신용평가모형 개발, 심사역합의체 도입, Loan Review제도 강화, 관련 전산시스템과 내부 인력·조직 개편 등 하부구조 정비를 추진 -신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이 도입되어 금융기관이 신용등급을 차주의 미래채무상환 능력에 의해 결정 4. 금융하부구조 개선 가. 금융감독의 전문성 강화 1) 금융감독기관 통합 ― 금융기관의 고유업무 영역이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감독기구의 통합은 권역별 감독기능을 향상시키고, 유기적이고 신속한 구조조정 추진에 기여 -감독규정 통합과 금융감독기법의 개선 및 선진화가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 -금융감독기능의 지나친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정책관련기관간 정보교류 확대 및 협의장치를 마련할 필요성 증대 2) 건전성감독 강화 ― 적기시정조치제도가 전 금융권에서 개선되거나 새로 도입되어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촉진 -아울러 대손충당금 및 채권상각준비금 적립기준이 강화되고,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을 도입 -FLC 도입은 은행들이 미래위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 3) 규제완화 및 감독의 선진화 ― 시장친화적이고 수요자위주의 금융감독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금융감독규정 정비 및 규제개혁 추진방안이 마련되어 시행 -이 방식으로부터 최소규제와 시장참가자에 의한 자율적인 감시체제가 중시되는 시장중심형 감독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 나. 내부통제제도 개선 및 책임경영체제 확립 1) 내부통제제도 개선 ― 경영측면에서 위험 및 수익성이 동시에 강조됨에 따라 성과지표에 기초한 위험 담당부서 위주의 내부통제가 강조되기 시작 - 금융기관별로 「조기경보시스템」을 개발하여 위험관리와 내부통제를 유기적으로 연결 -향후 주요 의사결정에서 하부조직의 의견이 제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와 사규위반을 사전적으로 방지하는 예방적 내부통제시스템을 구비할 필요 2) 회계제도의 개선 ―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회계제도는 제도적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어 기업의 투명성이 크게 제고 -시가주의 회계원칙 강화, 감사보수 결정체계 자율화, 자율감리(peer review)제도 도입, 결합재무제표 도입 등으로 대기업집단의 경영투명성이 제고 -향후 회계정보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회계정보의 생산자(기업), 소비자(금융회사 및 투자자), 감사자(회계사)간의 견제와 균형관계 정립이 요망 3) 경영효율성 제고 ― 국제모범경영(International Best Practices)이 금융기관의 경영개선 핵심분야에 대해 적용되어 경영기준으로 정착중 -은행의 경우 선진은행에서와 같이 여신심사에서 RM (relationship manager)을 도입하고, 보수체계에 있어서도 차별화된 보수결정 방식을 적극적으로 확대 4) 지배구조 개선 ― 국내 금융기관들도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구성, 감사위원회제도 도입 등 국제적 기준에 맞은 지배구조를 갖춤 -새로운 지배구조의 효율적 작동을 위해 정기적으로 이사회 기능 및 이사 성과에 대한 자체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를 재구성할 필요 5) 책임경영체제 도입 ― 이사회와 경영진의 역할 구분, 정부소유 기관 경영진에 대한 평가를 위한 경영개선협약 체결 등을 통해 책임경영체제 도입을 위한 각종 제도적 개선이 진행 -스톡옵션의 활성화, 사업본부제 도입, 적대적 M&A 허용, 소액 주주의 권리 강화 등 진행 ― 향후 책임경영체제를 견실히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가격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 -금융기관들이 예대금리 등을 결정할 때, 위험관리와 같은 경영정보시스템의 지원 하에 적정하게 금리가 정해질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할 필요 5. 금융의 국제화 ― 국제금융환경 변화 속에서 외환위기 이후 국내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본시장 개방과 외환자유화가 적극적으로 추진 -주식·채권시장을 지속적으로 개방하고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 규모는 외환위기 이후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 -외환자유화는 절차적 규제장치에 힘입어 당초 우려되었던 자산도피성 거액자금의 이탈이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순조롭게 정착 -자본시장 개방과 외환자유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대외신인도를 높여 원활한 외자유입을 촉진하였으며, 선진투자기법의 도입 등을 통해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 ― 향후 금융의 국제화는 국내금융기관의 대외경쟁력을 제고하고 금융시스템의 하부구조를 개선·선진화함으로써 국제금융센터로 발전해나가는 방향으로 추진 Ⅲ. 향후 실천과제 ― 금융·기업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국내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향상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 추진되어야 할 실천과제들은 ① 기업구조조정의 지속적 추진, ② 금융구조조정의 지속적 추진, ③ 공적자금의 원활한 회수, ④ 금융관련 법·제도의 선진화, 그리고 ⑤ 시장기능의 활성화 등으로 요약 1. 기업구조조정의 지속적 추진 ― 기업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시장에 내재된 불안요인을 제거 - 그동안의 부채비율 감축 등 재무구조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업의 재무 레버리지가 국제수준과 비교하여 추가적인 개선의 여지가 많음. - 기업가치의 불확실성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조속한 사후관리 조치와 부실기업의 조기퇴출 촉진 등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을 조기에 마무리 2. 금융구조조정의 지속적 추진 ― 시장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금융기관은 자본확충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부실채권을 조기에 정리 -금융기관은 자산건전성 기준을 보다 보수적으로 운영하여 부실에 대한 조기경보체제를 갖추는 한편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사후조치를 조속히 시행 -부실채권을 조기에 매각·상각하여 재무제표에 부실금액을 정확히 반영하고, 이에 따른 유동성을 확보하여 수익성 증대로 연결 3. 공적자금의 원활한 회수 ― 금융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기투입된 공적자금을 적기에 그리고 최대한 회수 -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통해 공적자금 투입 및 회수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이를 적기에 시행하여 구조조정 과정에서 손실 최소화 및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노력을 경주 -부실금융기관 및 부실기업의 대주주 및 관련자를 대상으로 손실에 대한 구상권을 강화하고 불법·부당행위를 엄중 문책 4. 금융관련 법·제도의 선진화 ― 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확충하고 지원하기 위해 관련 법·제도를 선진화 -적대적 M&A, leveraged buy-out(LBO), 자산유동화 등과 관련된 법·제도를 정비하여 구조조정을 가속화 -법률서비스의 질적 제고를 위해 법률서비스 채널을 다양화 5. 시장기능의 활성화 ― 기업자금수요가 직·간접금융시장을 통해 원활히 충족되기 위해서는 금융상품의 위험도에 적합한 가격책정과 직접금융시장 투자상품의 수익성 및 신뢰성 회복이 선결과제 -금융기관은 거래기업 및 금융상품의 위험수준에 적합한 가격체계를 형성하여 적정한 수준의 예대마진 및 수수료 체계를 구축 -기업공시제도 강화, 회계제도 개선, 신용정보 유통의 활성화, 신용평가제도의 선진화 등 금융인프라를 더 한층 확충 Ⅳ. 맺음말 ― 금융개혁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 금융시스템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원리와 관행에 비추어 왜곡 없이 작동되며, 개별 금융기관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활동하는 해외 금융기관들에 견주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임. ― 그 동안의 금융개혁 과정에서 많은 성과를 이룬 것이 사실이며, 다른 한편으로 선진금융시스템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개선의 여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 ― 미래의 우리 금융산업의 모습은 당연히 현 금융구조조정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향후의 국제금융환경 변화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있음.
2001.02.23 I 김병수 기자
  • "주택마련서 자녀교육비 마련으로 저축목적 변화"
  • 서민들의 저축 목적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유지해 온 "주택마련"에서 "자녀교육비 마련" 쪽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변화는 주택보급률 상승과 거주개념 확대 등이 주원인으로 꼽히지만,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사교육비 부담 증가와도 맞물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택은행은 31일 2000년 주택금융 수요실태 조사결과 저축목적 항목에서 내집마련(19.5%)이 자녀교육비 마련(20.1%)보다 후순위로 밀렸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는 주택은행이 주택금융 수요실태조사를 실시한 1973년 이래 처음이다. 주택은행은 내집마련 저축목적의 경우 92년 이후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92년 44.2%, 95년 32.6%, 98년 26.0%에 이어 2000년에는 19.5%로 20% 이하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연령별로는 20~30대는 "주택마련", 40대는 "자녀교육비 마련" 50대는 "노후 및 여가생활"을 위해 저축목적의 우선 순위를 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 후 처음으로 내집을 마련하기까지 평균 소요기간은 6.8년이고 이 기간동안 평균 3.8회의 이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가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출퇴근여건, 자녀교육 등으로 20.1%는 다른 주택에 세를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2년이내에 기존 주택을 구입했거나 또는 신규 분양받은 가구의 주택구입 가격은 평균 1억748만원이고, 이들 주택의 평균시가는 1억1480만원으로 주택 구입후 가격이 다소 상승했다. 무주택 전세가구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3504만원(서울 4246만원)이며, 이중 2961만원은 전거주지 전세금, 저축금 등 자기자금으로 조달하고 543만원은 주택은행 대출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구입을 위해 주택은행으로부터 융자받은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집마련에 소요된 총비용은 1억340만원이며, 이중 자기자금은 6940만원이고 3400만원은 은행 대출금 등으로 충당됐다. 고객들은 월평균 30만7000원을 대출금 상환에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구입자는 이사시 주요 고려사항으로 "주택지로서의 환경", "자녀의 교육여건", "교통여건" 순으로 응답한 반면 전세 희망가구는 "자녀의 교육여건"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자가 희망가구와는 다른 성향을 보였다. 주택형태에 대해선 전 연령층에 걸쳐 아파트거주 희망가구가 늘어 66.4%에 달하고 있으며, 단독주택 선호는 98년 39.2%, 99년 30.5%, 2000년 26.0%로 점차 낮아졌다. 거주 희망주택의 평균 가격은 1억862만원이며, 이중 5152만원을 상환기간 11.6년의 대출로 충당하기를 희망했다. 현재 및 장래소득을 감안한 대출상환금의 월별 한계부담액은 44만1000원으로 응답했다. 가구 월소득에 대한 대출상환금의 한계부담율은 20.6%로 조사됐다. 이번 주택은행의 2000년 주택금융 수요실태조사는 전국 13개 도시 총 2000가구(융자가구 800, 비융자가구 1200)을 대상으로 2000년 10월 12일부터 11월 11일까지 이뤄졌다. 주택은행의 이 통계는 정부승인통계로 인정받고 있다.
2001.01.31 I 김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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