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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주부들..남편 회사가면 곗돈 찾아서..
  • 위험한 주부들..남편 회사가면 곗돈 찾아서..
  • [조선일보 제공] ‘도박 게이트’는 평범한 사람들을 파멸시켰다. 골목마다 합법의 간판을 달고 등장한 성인오락실. 산뜻한 외관에 화려한 애니메이션 장식은 보통사람을 유혹했다. 남편을 출근시킨 주부, 한 잔 걸친 샐러리맨, 독서실에 다니는 학생들이 호기심에 문을 열었고, 빠른 속도로 망가졌다. 도박중독자 수 300여만명(국가정보원 보고서). 18세 이상 성인 10명 중 한 명꼴이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도박기계를 주택가 골목길로 끌어들인 ‘전국의 도박장화’는 건전한 시민을 파괴했다. 경계 없이 들어선 도박장은 건실한 생활인과 도박중독자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도박에 손댄 이후 모든 게 망가졌어요.”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주부 김모(53)씨. 김씨는 현재 이혼소송 중이다. 평범한 주부 김씨는 2년 만에 도박중독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2004년,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성인오락실 ‘오션 파라다이스’. 우연히 재미 삼아 들른 게 시작이었다. 처음엔 낮 시간을 이용해 몇 만원씩 베팅하는 수준이었다. 점점 빠져들었다. 밤에도 성인오락실 불빛이 생각났다. “나중엔 남편이 잘 때 밤에 몰래 빠져 나와 몇 판씩 하고 들어갔지요.” 두 달 만에 빚 3000만원을 졌다. 그걸 덮으려다 사채를 2000여만원 끌어다 썼다. 뒤늦게 사실을 안 남편은 주먹까지 휘둘렀다. 김씨는 얻어맞고도 밤에는 어김없이 오락실로 갔다. “남편은 제가 도박하러 다니는 사진을 몰래 찍었어요. ‘중독’이라는 걸 입증하고 이혼도장을 찍겠다는 거죠. 자식들이 알까 봐 제일 두려워요.” 김씨는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지난 1월 한국관광정책연구원 조사 자료. 국내 도박중독자 가운데 17%가 주부였다. 한국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강성군 전문상담원은 “경마나 경륜에 비해 성인오락실은 언제든 열려있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경마 등 다른 게임은 자영업자나 무직자가 많이 하지만, 성인오락실은 주부나 학생, 20·30대 등으로 이용자층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중곡동 성인오락실에서 만난 주부 이모(28)씨. 결혼한 지 4개월밖에 안 된 새댁이다. 회사원인 남편이 출근할 때 뒤따라 외출해 퇴근할 때까지 오락실을 전전하고 있다. “결혼 전부터 성인오락실 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그것 때문에 카드 빚이 꽤 있었는데, 퇴직금으로 메우고 결혼했거든요. 근데 요즘 다시 카드 빚을 지고 있어요.” 지난달에도 현금서비스로 100만원을 찾았다는 이씨. “두렵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요즘은 근처 오락실도 문을 닫아 갈 곳이 마땅치 않아요. 먼 곳까지 원정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면서 그는 취재 기자에게 한마디 했다. “그만큼 중독성이 있으니까 이런 데 얼씬거리지 마세요.” ▲ 골목마다 성인오락실이 들어서면서, 주부들이 도박중독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적잖게 나오고 있다. 최근 ‘도박 게이트’가 터진 이후, 낮 시간에 들른 서울의 한 ‘바다이야기’ 게임장에서도 주부들의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서울 노원구 당고개 근처 ‘바다이야기’에서 만난 주부 채모(46)씨. 친구 7명과 함께 왔다고 했다. 모두 중계동 은행사거리, 상계3동, 공릉동에 사는 주부들. 낮 시간을 이용해 자주 들른다고 했다. “여기 오려고 석 달 동안 계를 부어서 100만원을 들고 왔어요. 예전에 날린 돈이 아깝기도 하고…주변에선 50만~100만원씩 들고 와서 따던데.” 이들 중 가장 연장자인 주부 박모(60·노원구 공릉동)씨는 6개월 전부터 거의 매일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메달이 떨어져 내리는 게 천장 위로 아른거려.” 도박중독은 재발률이 높다. 50대 중반의 주부 이모씨의 사례다. 2003년쯤 ‘하우스’(도박업장) 도박에 빠져 6000만원의 빚을 졌다. 그는 가족들의 소개로 도박중독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이씨는 1년 전 다시 ‘바다이야기’에 중독됐고, 빚은 1억원으로 늘었다. 안타까운 가족들이 다시 병원에 들러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묻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도박중독클리닉 신영철 교수는 “남성들은 승부욕 때문에 도박자체를 즐기는 데 반해 여성들은 우울하거나 현실도피 등 정서적인 이유로 도박에 많이 빠진다”며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일단 발병하면 빠져 나오기 어려운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권소현의 일상탈출)⑥아우슈비츠행 기차
  • (권소현의 일상탈출)⑥아우슈비츠행 기차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기차여행은 낭만적이다. 그러나 인도에서의 기차여행은 고행이다. 그저 MP3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상상을 했다면 기차를 타는 순간 내리고 싶어질 것이다. 처음 인도 기차를 탔던 것은 아그라에서 고락뿌르까지 가는 15시간 짜리였다. 15시간 정도면 내겐 가뿐하다. 오히려 하룻밤을 보내기에는 우중충한 싸구려 게스트하우스보다는 기차의 침대칸이 더 낫다는 생각도 한다. 작은 아그라포트역 1번 플랫폼에 쪼그리고 앉아서 기차를 기다렸다. 출발시간보다 한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 덕에 지붕에 몇 개 안 달려 있는 선풍기 바로 아래에 운 좋게 자리를 잡았다. 거미줄에 먼지까지 잔뜩 엉켜 있는데다 요란한 소음을 내면서 돌아갔지만 푹푹 찌는 날씨에 살짝 불어오는 선풍기 바람이 고마울 정도다. ▲ 아그라포트역에서 고락뿌르행 기차를 탔다. 정차하는 동안 인도인은 기차에서 내려 느긋하게 화장실을 다녀오고 짜이를 사먹는다.출발시각 밤 9시50분, 플랫폼은 점점 사람들로 채워지고 인도인들은 선풍기 바람을 조금이라도 쐬보겠다고 슬그머니 밀고 들어온다. 밤 10시를 넘기고 11시가 다 되가는 데도 들어올 기미를 보이지 않던 기차는 11시가 넘어서야 경적을 울려대며 모습을 드러냈다. 갑자기 플랫폼이 부산스러워진다. 짐꾼들은 자기 몸의 두배, 세배나 되는 짐을 부지런히 나르고 승객들은 자신이 탈 객차를 찾느라 우왕좌왕이다. 플랫폼에 들어오는 기차 모양새를 보니 거의 인간 나르는 화물차 수준이다. 문마다 아슬아슬하게 사람들이 매달려 있고 내부를 들여다보니 사람들로 꽉 차 있다. 몸이 딱 얼어붙었다. 저 기차를 과연 탈 수 있을까. 쌀 가마니 같은 배낭을 둘러 메고 기차에 올랐다. 복도는 거의 입석표를 산 인도인들에 의해 점거당해서 한발짝 앞으로 움직이는게 무척 힘들다. ▲ 아우슈비츠로 가는 기차가 이렇게 생겼을까. 시트는 낡아서 여기저기 뜯어져 있고 침대는 녹슨 쇠사슬로 연결돼 있다.이들을 제치고 어렵사리 좌석을 찾았다. 분명히 내 자리가 맞는데 누군가가 앉아있다. 그것도 5~6명이 다닥 다닥 붙어서 말이다. 한 사람이 누워서 잘 침대석이라 길기는 했지만 성인 남자 5~6명이 앉기에는 아주 좁은 자리인데다 거긴 분명히 내 자리였다. 앞에 서서 객차 번호와 좌석번호, 그리고 기차표를 번갈아가면서 확인했다. 그 사이 내 자리에 앉아있는 인도인들의 시선은 일제히 이 낯선 이방인들에게 집중됐다. 제발 이 자리 주인이 아니었으면 하는 표정이다. 표를 보여주니 그래도 순순히 일어난다. 한국인 여자 4명이 그렇게 먼저 앉아있던 인도인들을 몰아내고 자리에 앉았다. 인도 기차의 침대칸은 상층, 중층, 하층 등 3개의 침대가 있고 한 컴파트먼트에 6개의 침대석이 있다. 복도 건너편에는 가로로 2층 침대가 있다. 유럽의 기차처럼 문을 닫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칸막이도 없고 모든 공간은 트여있다. 주변에는 모두 인도인. 특히 검은 피부에 흰 눈만 보이는 인도인 투성이다. 역시 이번에도 원숭이 구경났다. 자리를 비켜주기는 했지만 먼저 탄 인도인들이 구석구석 짐을 구겨 넣어놓은 상태라 배낭 놓을 자리조차 없다. 바닥에는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벽에는 바퀴벌레가 아무렇지 않게 기어 다닌다. 인도 바퀴벌레는 정말 엄지손가락보다 더 큰데다 도통 사람을 무서워하는 눈치가 아니다. 한국에서였다면 바퀴벌레의 출현과 동시에 앰뷸런스 사이렌 버금가는 괴성을 질러댔겠지만 이미 인도 도착 몇 일만에 이 정도는 충격축에 끼지도 않을 만큼 면역력을 길렀다. 정말 그대로 돌아서 내리고 싶었다. 아우슈비츠로 끌려가는 유태인들을 가득 태운 기차가 이랬을까 싶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찜통이고 천장에서 돌아가는 선풍기도 뜨거운 바람을 쏟아낸다. 그런데 인도인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한 침대석에 두 명이 서로 엇갈려 누워 자기도 하고 살 맞대고 포개어 앉아있기도 한다. 일단 앉아서 가기로 하고 배낭을 의자 끝에 놓아 복도로부터 바리케이트를 만든 다음 나란히 앉아 발을 건너편 의자에 쭉 뻗었다. 기차는 덜컥 거리면서 아그라포트역을 천천히 빠져나갔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니 창을 통해 바람이 들어온다. 선풍기 바람보다는 낫긴 한데 먼지까지 같이 들어와 끈적끈적한 몸에 딱딱 붙는다. 한 남자가 눈치를 한참 보다 끝에 조금 걸쳐 앉아도 되냐고 묻는다. 가차없이 '노! 노노노'라고 답하고 애써 모른 척 한다. 자리 한구석을 허용하면 인도인들이 하나둘씩 몰려들게 뻔하기 때문이다. 졸음이 점점 쏟아진다. 이제 각자 침대석을 만들어 어찌 됐든 잠을 청해보기로 했다. 등받이를 올려 3층 침대칸에 붙어있는 체인으로 고정시키면 2층 침대석이 만들어진다. ▲ 옆 사람과 철사망을 사이에 두고 마주봐야 하는 3층 침대석 풍경3층 침대석으로 기어올라가 누웠다. 천장이 바로 눈 앞이다. 그런데 몸을 옆으로 돌리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부동자세로 자게 생겼다. 돌렸다가는 바로 옆 컴파트먼트의 같은 층 침대에 누워있는 시커먼 인도 남자와 철사로 된 망을 사이에 두고 불과 10cm 간격으로 얼굴을 마주하게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큰 배낭은 기둥에 체인으로 둘러 자물쇠로 잠그고 작은 배낭은 베게 삼아 누웠다. 그러다가 스스르 잠이 든 모양이다. 중간중간 흐르는 땀 때문에 깨서 물티슈로 닦고 또 잠이 들고.. 기차는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 고락뿌르에 도착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에어컨 나오는 게스트하우스로 가자고 외쳐댔다. 기대에 부풀었던 첫번째 인도 기차여행은 이렇게 고강도 극기훈련으로 끝났다. 인도에 카스트 제도가 있듯 기차에도 등급이 있다. 크게 에어컨이 있는 칸과 없는 칸으로 나뉘고 에어컨 기차는 다시 1등칸, 2등칸, 3등칸으로 분류된다. 에어컨 없는 기차는 침대칸(SL)과 소나 염소도 같이 탄다는 2등석이 있다. 처음에 뭣도 모르고 배낭여행객들이 주로 탄다는 SL을 끊었다. 혹서기에 인도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크게 생각치 않았던 탓이다. 고락뿌르행 기차를 탄 이후로는 다시 기차를 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이 결심을 지킬 수가 없었다. 인도에서 기차만큼 각 도시 곳곳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철도망이 단일 회사인 인디아 레일웨이즈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곳이 인도다. 철도의 길이는 거의 6300km에 달하고 역은 7000개나 된다. 인디아 레일웨이즈 직원수는 154만명으로 세계 최대의 고용주이기도 하다. 매일 1만1000개의 기차가 운행되며 매일 1300만명의 승객이 기차를 이용한다. ▲ 에어컨 없는 기차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을 맞는 재미가 쏠쏠하다.콜카타에서 바라나시로 이동키로 하고 기차를 제외한 다른 교통수단을 알아봤다. 버스는 아예 없고 비행기는 델리까지 갔다가 갈아타고 다시 온 길을 돌아와야 하는 복잡한 노선이다. 어쩔 수 없이 또 기차를 탔다. 대신 이번에는 에어컨 기차를 타기로 했다. 에어컨 3등칸 가격이 SL에 비해 3배 정도 비쌌으니까 비싼 값을 하겠지 싶었다. 정말 에어컨 기차는 사뭇 달랐다. 추울 정도로 에어컨이 나오는데다 기차 내부도 비교적 깨끗하다. 타자마자 깨끗한 시트와 베게를 나눠준다. 바퀴벌레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새끼손가락 마디 하나 크기 정도여서 귀엽다는 생각까지 든다. 기차값이 비싸서 그런지 타는 승객들도 어느정도 수준이 있어 보인다. 하얀 피부에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중산층들이 대부분이라 안심이 된다. 그 이후로 나는 기차여행을 즐기게 됐다. 물론 무조건 에어컨 칸으로 끊었다. 일단 타면 시트를 깔고 배낭을 머리맡에 놓아 누워 잘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기차가 출발하면 책도 보고 일기도 쓰고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졸리면 잠을 청하고, 자다가 깨면 기차타기 전에 왕창 사두었던 음식을 먹으며 또 책을 보거나 일기를 쓴다. ▲ 침대 기차에 누워 곤히 잠든 인도 할아버지. 이 할아버지도 기차여행을 즐기고 있는 듯 했다.이 시간만큼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았다.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하면 좀 거창한가. 아뭏튼 이렇게라면 20시간 30시간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에어컨 기차는 창문이 짙게 썬팅돼 있어서 바깥 풍경을 맘껏 즐길 수 없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이게 인도 냄새구나 하고 느낄 수도 없다는게 아쉬웠다. 다음에는 겨울에 인도를 찾아 더위의 방해를 받지 않고 SL등급을 타보리라.
2006.08.25 I 권소현 기자
지친 몸과 마음의 건강 찾을 수 있을까
  • 지친 몸과 마음의 건강 찾을 수 있을까
  • [조선일보 제공]“나는 우선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지금 돈으로 한 오만 원쯤 생기기도 하는 생활을 사랑한다. 그러면은 그 돈으로 청량리 위생병원에 낡은 몸을 입원시키고 싶다. 나는 깨끗한 침대에 누웠다가 하루에 한 두 번씩 덥고 깨끗한 물로 목욕을 하고 싶다.”(피천득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 중). ▲ 꽃마을 경주한방병원은 초대형 한옥에 자리잡고 있다. 볕 좋은 날에는 뜰에서 약재도 구경할 수 있다.병은 싫지만 깨끗한 병실에 그저 조용히 누워 책이나 읽고 싶은 마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한방 치료 + 유적지 답사’에 먹여주고 재워주는 ‘헬스 투어’를 운영하는 ‘꽃마을경주한방병원’과 울산시 울주군 ‘초락당’으로 떠났다. 효도 여행도 할 겸, 팔순 할머니도 모시고 갔다. 두 곳 다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원이 보건관광사업체로 지정됐던 곳이다. 다음은 ‘기자’라고 밝히지 않고 지난 19~21일 체험한 내용이다. ▲ 200년 전에 지었다는 정자 `백련서사`. 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해 있던 중 초락당으로 옮겨졌다고 한다.꽃마을경주한방병원 서울서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경주역에 도착하니 낮 12시 8분. 택시 타고 탑동 꽃마을 한방병원까지 3600원이 나왔다. 1500평 규모 한옥이다. 직원 식당에서 점심 먹고 거대한 캡슐처럼 생긴 맥반석 찜질기에 들어갔다. 태풍 ‘우쿵’ 때문에 비가 퍼붓던 날이라 뜨끈하게 몸을 지지니 좋다(머리 대는 쪽에 깐 수건이나 맥반석을 덮은 천 등은 사람이 들락거릴 때 마다 바꾸지는 않는다. 다들 기계 속에서 조금씩 땀을 흘리고 나올 텐데, ‘깔끔 떠는’ 여성들은 싫어할지 모르겠다). 이어 피 뽑고(간기능 검사 등), 초음파 검사를 했다. 평생 혈액형 모르고 살던 할머니가 “무슨 형인지 궁금하다”고 해서 그 검사도 추가로 했다. ▲ 맥반석찜질기혈압을 재고 기본 상담을 한 다음 손, 발의 ‘침 자리’를 금속으로 콕콕 찍으며 내장 기관을 살피는 경락기능검사, 볼펜처럼 생긴 바늘로 손가락 끝을 찔러 피를 뽑는 생혈액 검사, 홍채 검사를 거쳤다. 이어 스트레스 진단, 말초혈관 탄력성 검사가 이어졌다. 둘 다 컴퓨터 앞에 5~10분 남짓 앉아 있으면 끝. 잠시 후 원장 선생님과의 상담 시간. ‘소음인이다’, ‘속이 냉 하다’, ‘너무 슬프고, 너무 좋고 등 격한 감정에 좀 느리게 반응하라’…. 말씀에 이어 한약(16만원 상당)을 지으라고 했지만 거절하니 더 이상 권하지 않는다. 이어 쑥뜸기를 배에 올려놓고 손과 발에 침을 맞았다. 지압 침대에 누웠다가, 역시 누워서 하는 기계운동 코스까지 마치니 오후 6시. 진료가 끝났다. 저녁은 ‘이풍녀 구로 쌈밥’에서 먹었다(정식 8000원). 숙소인 ‘목화 비지니스 호텔’은 기대 이상이었다. 스탠더드 더블룸(주중 4만원·주말5만원 짜리)은 유리 샤워부스에 해바라기 샤워기를 갖췄고, 새하얗고 빳빳한 시트 깔린 침대와 컴퓨터가 있었다. 다음날 오전 8시50분. 병원 직원이 태우러 왔다. 병원서 아침 먹고 투어에 나섰다. 불국사와 대릉원 산책으로 코스를 잡았다. 왔다 갔다 차편 제공부터 입장료까지 병원측이 부담했다. 병원서 추가 비용 없이 물에 타 마시면 좋다는 ‘가루약’을 챙겨줬다. ●꽃마을경주한방병원은 1박2일 코스가 1인당 9만 5000원(2인1실). 경주 시내 숙박 시설을 잡아 주기 때문에 1인 1실을 원할 경우는 1인당 15만원이다. 입고 간 옷 그대로 입고 진료를 받기 때문에 누웠다 일어났다 하기 편한 옷차림에, 최대한 짐 없이 가는 게 좋다. 천마총, 첨성대가 다 가깝다. 저녁에 안압지(조명이 유명하다)나 연꽃 단지 등을 둘러봐도 좋을 듯 하다. 매주 화요일 휴진. (054)775-6600, www.conmaul.co.kr 초락당 승합차가 경주 기차역, 시외버스터미널 등을 돌며 손님을 픽업한다. 경주에서 차로 30분 내외면 도착한다. 초락당은 예쁘장한 정원, 황토방, 연못, 수몰 지구에서 옮겨온 200년 넘은 정자 등이 들어선 공간이다. 고기 맛 좋다는 ‘봉계숯불구이’ 마을이 바로 옆. 그러나 초락당을 나와서는 별로 구경할 만한 게 없다. 접수 후 잠을 자는 테마방 중 ‘백복령’에 짐을 풀었다. 황토와 약재를 섞어 바른 방. 불을 때기 때문에 훈훈하다. 치유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좀 더워도 참기로 했다. 면으로 된 고무줄 바지와 상의로 갈아입고 오후 3시부터 진료에 들어갔다. 혈압 재고, 체성분 분석기에 올라갔다가 심전도 검사를 받았다. 원장 선생님이 몸을 눌러보고 등에 침을 두 번 놓았다. ‘태음인’이라는 진단과 함께 ‘폐활량을 늘리는 운동을 하라’는 충고를 들었다. 할머니에게는 한약(20만원)을 복용해 보라고 했지만 거절하니 다시 권하진 않았다. 약재목욕(2만원·20분) 시간. 키가 170㎝에 육박한다면, 욕조가 너무 작아 불편할 듯. 이어 전동 침대에 누워 15분간 안마를 받았다. 6시10분 저녁 밥 먹고 휴게실에서 TV를 보고 나니 할 일이 없어 막막하다. ‘아무것도 안 하기’에 자신 없다면, 책이라도 꼭 챙겨가야 한다. 다음날 아침, 콩과 땅콩 갈아 넣은 영양죽 먹고 투어(3시간 정도)에 나섰다. 문화해설사 못지 않게 유적에 대해 박식한 병원 사무장의 설명을 들으며 천전리 각석과 공룡 발자국도 보고, 나무 다리로 늪지대를 건너 반구대 암각화(지금은 물에 잠겨 있다)쪽으로 산책에 나섰다. 여러 번 가본 경주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 여행 온 기분이 확 들었다. ●초락당은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봉계리에 있다. 오후 2시에 시작, 다음날 오후 2시에 끝나는 1박2일코스는 1인당 10만원. 약재 목욕 2만원. 방에 TV나 전화가 없다. 공동 샤워 시설이나 공동 화장실이 불편하지 않는 손님, 찜질방(내부에 거대한 황토한증실이 있다)좋아하는 이들에게 어울린다. 매주 화요일 휴진. (052)264-8001, www.chorakdang.com ‘헬스 투어’ 가보니… 두 군데 모두, 굉장히 친절하고 식사는 깔끔했다. 한방쪽으로도, 투어 쪽으로도 너무 큰 기대를 걸면 실망한다. 이런 저런 검사 결과를 종이에라도 뽑아주면 좋을텐데 (큰 병이 없어서 그랬겠지만)몇 마디 주의사항만 듣는 것으로는 어딘지 좀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노인분들끼리 보내드리기 보다는 여행가는 기분으로 모시고 가는 편이 좋을 듯 하다. 혹시나 건강 염려증에 불을 지필 가능성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이 부실한 환자에게 약을 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용객 입장에선 혹시라도 불만을 느낄 수도 있는 대목. 거절하면, 두 군데 모두 부담스럽게 강요하지 않았다. ‘헬스 투어’라고 해서 특급 호텔의 메디컬 스파 같은 시설을 상상하면 실망할 지 모른다.
  • [밀착취재] 바다이야기 게임장의 24시간... 1시간에 10만원 ''꿀꺽''
  • [오마이뉴스 제공] 전국이 때아닌 파란 물결에 휩싸였다. 시원한 바닷물 배경에 물고기떼가 헤엄치는 간판. 언뜻 보면 횟집처럼 보이는 '바다이야기'로 2006년 여름 대한민국은 포위당했다. 도심, 주택가, 대학가, 초등학교 앞 골목, 농촌까지 바다이야기는 깊게 뿌리를 내렸다. 2004년 12월, 바다이야기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누구도 이처럼 큰 인기를 거두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전국에 흩어져 있는 1만5000여 곳의 성인오락실 중 바다이야기는 무려 70%를 장악했다. 전국의 편의점수(9000개)와 맞먹는 규모다. 바다이야기 판매, 유통 업체인 지코프라임은 지난해 매출액 1215억원, 순이익 160억원의 경이적인 실적을 올려 최근에는 코스닥에 입성하기도 했다. 21일 오전 7시부터 이튿날인 22일 새벽 2시까지 <오마이뉴스> 취재진은 시간대별로 동작구, 서대문구, 종로구에 위치한 바다이야기 게임장 표정을 살펴봤다. 바다이야기로 세상이 시끌벅적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게임기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도박에 빠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른 아침 남들 출근할 시간에 게임장을 나서 사우나로 향하는 이들. 점심을 적당히 때우고 게임장에 올인하는 직장인들. 2, 3차 회식이 이어지면서 이곳을 횟집으로 착각하고 들어오는 취객들. 동트기 전 새벽, 가진 돈을 전부 탕진하고 택시비가 없어 짝을 지어 택시를 타고 가는 이들. 대학생은 물론 심지어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이들까지도 바다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한 마디로 '도박공화국'이 따로 없었다. [오전 8시] 남들 출근할 때 우린 사우나로 월요일인 21일 오전 8시 서울 동작구의 한 바다이야기 게임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희뿌연 담배연기에 '턱' 하고 숨부터 막혀왔다. 밖에서 바라다본 '파란색 간판' 못지않게, 게임장 안의 풍경 또한 파란색 일색이었다. 50여 대의 게임기 모니터에서는 연신 파란 바다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대개 출근 준비를 하거나, 출근길에 오를 시간이지만 이곳에서 밤을 샌 이들에겐 지금이 '퇴근' 시간이다. 또 24시간 영업을 하는 게임장의 경우에는 종업원들이 청소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곳 손님들은 주변의 사람들과 안면을 트고, 같이 사우나를 가거나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기도 한다.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 근처에 살며 노동일을 하고 있다는 김아무개(39)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37번 게임기하고 46번에서 오늘 고래가 터졌어요. 밤에 다시 오면 가급적 그쪽은 피해서 게임을 하는 게 좋아요. 확률상 한 번 터진 곳에서 다시 터지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지난달까지 막노동일을 하다가 지금은 무직이라는 40대 중반의 한 손님은 "어젯밤 8시쯤 들어와 꼬박 12시간을 하고 나서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 30만원쯤 잃었을까. 막판에 거북이들이 둥둥 떠다녔는데, 밑천이 바닥나서.(게임기에 거북이가 나오면 고래가 나올 확률이 높음을 예시하는 것)" 이제 "어디로 갈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가긴 뭘, 이 앞 사우나서 잠깐 눈 좀 붙이고 다시 와야지"라고 짧게 답했다. [낮 12시] 라면으로 점심 때운 직장인들 속속 들어와 바다이야기 게임은 기본적으로 1만원부터 시작된다. 1만원을 넣으면 100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 한 번당 100원씩 빠진다. 보통 1게임에 걸리는 시간은 4초 남짓. 1만원이면 6~7분 정도가 소요된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매번 버튼을 누르기가 지겨워 시작 버튼 위에 라이터를 올려놓아 자동으로 게임이 계속되도록 했다. 낮 12시가 넘어서자 말쑥하니 양복을 차려입은 이들이 속속 게임장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사발면 등으로 점심식사를 간단히 해결하고, 점심시간 내내 바다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이들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들어오기 위해 애를 썼다. 게임기마다 확률이 달라 이른바 '잘 터지는 곳'을 얻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노량진역 인근의 한 기업에 다닌다는 손님은 "화투, 포커, 경마는 환한 대낮에 들어가기가 꺼려지지만 바다이야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또 구멍가게처럼 게임장이 많다 보니 어디서든 별 어려움 없이 드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업주 입장에서 보면 이들이야 말로 '보배' 같은 우량 손님이다.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게임을 하다보니 1명이 여러 대를 동시에 사용하기 때문. 보통 한 사람 당 평균 3대의 게임기를 돌린다. 이 경우 한 시간 남짓 하다보면 50만원을 잃는 것은 기본이다. 이곳에서 만난 회사원 고아무개씨는 "예전엔 점심을 먹고 당구장으로 가는 직장인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성인오락실을 찾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며 "일부는 게임에 빠져들어서 오후 근무 시간에 늦게 들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후 4시] 대학가 젊은이들도 도박중독에 빠져 오후 4시 이번에는 대학교가 밀집돼 있는 신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촌 유흥가 주변에만 성인오락실이 줄잡아 50여 곳이 들어서 있다. 바다이야기는 이곳에서도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바다이야기는 젊은이들마저 도박 중독으로 끌어들였다. 대학생 차림의 한 손님은 "파란색 모니터를 비롯해 디자인이나 분위기가 게임방에 온 것 같고 젊은 감각에 딱 맞다"며 "지금껏 성인오락실 하면 떠오르는 어두컴컴하고 칙칙한 분위기는 바다이야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바다이야기는 대학생들 손에서 처음 나왔다. 이 게임기의 핵심인 확률 프로그램을 만든 이들은 서울대 전기공학부 학생들. 기자도 종잣돈 5만원을 들고 이들 틈에서 직접 '실습'에 나섰다. 옆자리 손님에게 "처음 해보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대뜸 "처음 하는 거면 하지 마쇼"라는 대답이 날아왔다. 그는 "나야 이미 '망가진' 상태지만 처음 하는 거라면 극구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그곳 종업원의 도움을 받아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돈을 넣기만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기계가 전부 알아서 해준다. 한 번 게임할 때마다 시작 버튼을 새로 눌러야 하지만 이마저 시작 버튼 위에 라이터를 올려놔 '오토화' 시켰다. 종잣돈 5만원을 전부 탕진하는데 걸린 시간은 채 1시간이 안됐다. 손에 쥔 거라곤 달랑 5000원짜리 상품권 한 장. 게임장 밖 한쪽에 마련된 상품권 교환소에서 수수료(장당 500원)를 떼고 4500원을 챙겨 나왔다. 대학가 주변 바다이야기에는 종종 등록금을 게임에 쏟아 부어 모두 잃고 난 뒤 부모 몰래 휴학을 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도박 중독자들의 자발적 치료모임인 한국 단(斷)도박모임 사이트(http://dandobak.co.kr)에는 등록금을 포함해 수천만원을 날린 대학생들의 '바다에 빠진 이야기'가 줄줄이 올라와 있다. [밤 10시] 취객들, 횟집으로 착각하고 들어와 밤 10시 취재진은 종로3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게임장은 다시 활기를 뗬다. 보통 하룻밤을 꼬박 이 곳에서 새우는 이들이 바다이야기로 '출근'을 하는 시간도 이맘때다. 이 시간에 오는 이들은 대부분 '꾼'들이 많아 보통 한 명 당 3~4대의 게임기를 돌린다. '꾼'들 사이에는 보통 잘 '터지기'로 유명한 게임장이 어느 곳인지 안다. 종로3가에 위치한 이곳도 그 중 하나다. '취재비' 10만원 가운데 남은 5만원으로 다시 '실습'에 들어갔다. 한 20분쯤 모니터를 보고 있으려니 옆자리 와이셔츠 차림의 한 손님의 게임에서 '잭팟'을 알리는 팡파르가 터졌다. '런던보이스'의 '할렘 디자이어'(Harlem Desire)가 흘러 나왔다. 빈민가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이 노래와 게임장 풍경은 묘하게 닮아 있었다. 이날 오전부터 줄곧 게임장에 있으면서 처음 듣는 팡파르였다. 이 손님의 경우 상어가 나왔다. 고래가 나오면 50만~300만원 정도를 딸 수 있지만 상어가 나오면 당첨금은 뚝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승률조차 채 10%를 넘지 않는다. 결국 대박을 터뜨릴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 손님이 서너대의 게임기를 독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밤 11시가 넘어서자 일부 취객이 횟집으로 착각하고 들어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이렇게 횟집으로 착각하고 들어왔다가 처음 발을 들여놓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해준다. 한 손님은 "친구들과 2차로 술 한 잔 하려다 간판에 그려진 바다와 물고기를 보고 횟집인 줄 착각하고 들어온 적이 있다"며 "들어온 김에 한 게임 한다는 게 1시간 만에 50만원을 따면서 이곳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100원 베팅으로 5000원짜리 상품권 100장을 손에 거머쥔 적이 있다"며 "당시 기분은 마치 월척을 낚았을 때의 느낌"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 '손맛'이 이 손님을 바다이야기에서 놓아주지 않았다. [새벽 2시] "택시 같이 타고 가실 분 없나요?" 밤 12시를 넘기자 여기저기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이들 대부분은 몇 시간 째 고래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다. 바다이야기로 세상이 온통 시끄럽지만 이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낮 시간대 손님들이 10만원 안팎을 판돈 삼아 게임을 즐기는 부류가 많다면, 이 시간대에 남아 있는 이들은 대부분 뭉칫돈을 손에 쥐고 눈에 핏발을 세운 도박중독증 손님들이다. 새벽 2시가 넘어서자 손님의 절반 이상이 빠져나갔다. 지금도 남아 있는 이들이 '진짜 꾼중의 꾼'이다. 이때가 되면 게임장 주변에서 손님들끼리 짝을 맞춰 택시를 잡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주로 종로와 강남 일대의 바다이야기 같은 성인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웬만한 이들은 택시비까지 털어 게임비로 탕진한 터. 택시비를 줄이기 위해 여러 손님들이 돈을 갹출해 택시를 함께 타고 서로의 목적지에서 내린다. 게임장 문을 나서는 한 손님을 슬쩍 잡아 세웠다. "오늘 좀 벌이가 좋았냐"는 질문에 그는 대답은 않고 연신 침만 내뱉었다. 상품권을 교환하러 가는 길에 비교적 '길게' 이 손님과 얘기를 나눴다. "끊으려고 무척 노력도 많이 했지. 한 보름간 발길을 끊은 적도 있었어. 그런데 밤만 되면 ('잭팟'을 알리는) 팡파르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에 고래와 상어떼가 아른거리고. 결국 다시 이곳으로 발걸음을 하게 됐어." 바다이야기의 24시간은 이렇게 계속 돌아갔다.
무심코 들렀다 집날리고 실직… 자살까지
  • 무심코 들렀다 집날리고 실직… 자살까지
  • [조선일보 제공] “몇 번이나 다시 설 수 있도록 가족들이 도와줬는데 결국 자멸하고 말았다. …나를 이렇게 만든 이 세상의 모든 성인오락실은 없어져야 한다.” 손모(38)씨는 지난 13일 5살 난 딸과 아내를 남겨둔 채 부산 동래구 금정산 기슭에서 나무에 목을 맸다. 손씨의 유서는 파멸된 자기 인생에 대한 회한(悔恨)과 주택가로 파고든 성인오락실에 대한 저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건설현장에서 노동일을 하던 손씨는 2년 전 성인오락실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1억여 원의 빚을 졌다. 손씨는 올 초부터는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에서 성인오락기가 돌아가는 모습이 보이고, 술만 마시면 자신도 모르게 성인오락실을 찾아가는 ‘중독’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손씨는 매달 받는 급여 200여 만원은 물론 카드 빚, 사채까지 끌어다가 성인오락실에서 탕진했다. 급기야는 월세보증금마저 날리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극한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스스로 이런 고통스런 현실에서 도망치는 길밖에 없었다. 지난 6월 16일 천안시 목천읍의 주택가 골목에서는 동맥을 절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주부 양모(41)씨가 발견됐다. 양씨는 재미 삼아 찾아간 성인 PC방에서 도박에 중독돼 카드 빚과 주변 사람들에게 빌린 돈까지 합쳐 9000여만 원을 날렸다. 양씨는 유서에 “아이들 볼 면목도 없고, 당신 얼굴 쳐다볼 수가 없다. 도박중독자와 살면서 고생만 하고….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이 모든 게 무너지는구나”라고 마지막 글을 남겼다.&nbsp;▲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상품권 교환점 앞. 중년의 한 남자가 근처 성인오락실에서 게임을 한 뒤 상품권을 돈으로 바꾸려고 기다리고 있다.골목 골목 파고 든 성인오락실 1만4000여 곳과 성인 PC방 4000여 곳은 대한민국을 ‘도박 공화국’으로 만들며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다. 가정이 파탄나고, 파산과 실직, 자살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급속히 퍼져가고 있다. 한나라당 김양수(金陽秀)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넘겨받아 20일 공개한 ‘성인오락실·성인PC방 단속 결과’에 따르면 무허가, 경품 기준 위반 등으로 2002년에는 4864명이 적발됐지만, 작년에는 두 배가 넘는 1만16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지난 6월 5일부터 7월 4일까지 한 달 동안 실시된 사행성 PC방 단속에서는 업주를 포함해 실제 도박을 한 사람까지 1만2065명이 검거됐다. 이 중 482명은 구속됐다. ‘도박 게이트’ 의혹을 받고 있는 사행성 도박게임과 경품용 상품권 사용이 허용되면서, 도박 광풍(狂風)이 불었고, 여기에 빠져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도박 범죄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도박 광풍은 위조 지폐 유통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목포와 대구 성인오락실에서 1만원권 위조지폐가 900여 장 발견됐다. 위조 지폐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성인오락실의 오락기용으로 만든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바다이야기’ 오락기 역시 위폐를 정밀하게 구별하지 못한다. 경찰 관계자는 “동네마다 있는 성인오락실은 근본적으로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지금은 동네마다 정선 카지노가 몇 개씩 들어서 평범한 서민들까지 도박중독자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노란 미소, 그대 얼굴도 활짝 피었습니다
  • 노란 미소, 그대 얼굴도 활짝 피었습니다
  • [조선일보 제공] “해바라기야, 넌 안 뜨겁니. 이 뜨거운 날에도 빤히 해를 바라보고 있게.” 산 안의 널따란 들판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어린아이뿐 아니라 피서 길에 해바라기 축제장을 찾은 노인들까지도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저 보니까 안 덥죠? 어휴, 너희들은 얼굴이 땀으로 팍 젖었는데 덥지도 않니 그렇게 뛰어다니게-.’ 키꺽다리 해바라기는 따가운 햇살에 얼굴 찡그린 노인들이 안쓰러운지 햇살을 가려주려고 커다란 꽃을 더욱 커다랗게 펼쳤다. 꽃길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숨 고를 틈을 주려는지 꽃밭에서 노는 메뚜기와 여치를 바깥으로 내몰았다. 그러자 아이들은 풀잎에 올라앉은 메뚜기를 향해 살금살금 다가갔다. “와~, 잡았다~.” “에이, 난 놓쳤잖아.” 태백 고원자생식물원 ‘해바라기 축제’ 태백 고원자생식물원(원장 김남표)에서 8월 30일까지 푸른 들녘이 온통 노란빛으로 빛나는 해바라기 축제가 열린다. 식물원이 위치한 ‘구와우(九臥牛)’ 지역은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소 아홉 마리가 배불리 먹고 누워 있는 형상이라는 길지(吉地). 그 안에 12만평 넓이로 조성된 식물원 중 5만평의 꽃밭이 해바라기로 환하게 빛나고 있다. 다른 야생화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연보랏빛 배초향, 연 붉은빛의 홑왕원추리, 보랏빛 꽃창포 등, 탐방로 변의 여름꽃들이 저마다 화려한 색조와 세련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고지대답게 산비장이, 참취와 같은 가을꽃도 눈에 띄었다. 숲길에서 잠시 땀을 식히며 걷다가 원두막 쉼터를 지나 산등성이를 향해 오르는 사이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등성이가 점점 다가왔다. 구와우 일대도 한눈에 들어왔다. 쇠등처럼 부드러운 산사면은 온통 노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 고원자생식물원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갈라지는 삼수령(피재) 아래, 해발 800~900m 높이의 분지 12만평에 사라져 가는 우리 꽃 300여 종이 자라고 있는 곳이다. 해바라기·야생화 탐방로를 둘러보는 데는 약 1시간 30분 걸린다. 해바라기 축제 기간 중 사진전·그림전·야생화 및 분경 전시, 목각 체험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김남표 원장은 “가장 쉽게 접하면서도 가장 천시 여기는 해바라기를 제대로 키워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해보자는 뜻에서 축제를 마련하게 되었다”며 “올해는 음력 7월 윤달 때문에 평년에 비해 개화기는 20일쯤 늦어 8월 20일 전후가 절정을 이룰 것”이라 말했다.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홈페이지 www.guwow.co.kr, (033)553-9707. ● 명소 & 명산 평균 해발 650m의 높이로 한여름에도 모기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시원하다는 태백에는 태백산을 비롯, 명소가 많이 있다. 검룡소(儉龍沼)는 서해 강화만에 이르기까지 514.4㎞ 길이의 한강 발원지. 하루 2000t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물이 콸콸 솟는 샘과 그 아래 바위 암반을 따라 이어지는 바위골이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600~700m 길이의 낙엽송 숲길은 건강하고 신선한 숲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산책로로 이름 높다. 고원자생식물원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삼수령을 넘어 하장 방향으로 약 5㎞ 가면 검룡소 입구 푯말이 보인다. 여기서 좌회전, 6.5㎞ 더 들어서야 한다. 검룡소를 찾은 김에 대덕산(1307.1m) 산행도 해보자. 보름 간격으로 새로운 야생화가 만발하는 초원 정상은 조망도 뛰어나 강원 내륙의 명산과 명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검룡소 자연생태계보존지역 감시초소~검룡소 갈림목~분주령골~분주령~대덕산 정상~초원 능선~분주령골~감시초소 산행은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탐방 및 야생화 문의는 ‘숲 해설가’ 김부래씨(011-9919-3267). 태백시 화전동에 있는 용연굴(龍淵窟)은 한여름의 무더위를 잊을 수 있는 곳이다. 1억5000만년 전에서 3억년 사이에 형성되었다는 석회동굴로 각종 석순과 종유석이 즐비하다. 입장료 어른 35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 1500원. 주차료 승용차 2000원. 관리소 (033)553-8584. ● 드라이브 코스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을 빠져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시내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자동차전용도로를 올라탄다. 영월읍을 지나 구도로로 내려선 이후 태백에 이르기까지 곡선과 공사 구간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태백시내에 들어서기 전 좌측 35번 국도를 따라 3㎞쯤 올라가면 도로 오른쪽에 해바라기 축제장 안내판이 보인다. 영동고속도로 방면에서는 진부 나들목~59번 국도~나전 삼거리~42번 국도~임계~35번 국도를 따라 접근한다. 삼수령(피재)을 넘어 2㎞쯤 내려서면 도로 왼쪽에 안내판이 보인다. 동해안 방면에서는 삼척~38번 국도~태백~35번 국도를 따라 접근하는 게 길이 덜 험하다. 문의 태백시외버스터미널(033-552-3100), 태백역(033-553-7788), 태백개인택시(033-552-4747). ● 맛집(지역번호 033) 태백 고원자생식물원에서는 행사기간 중 음식점을 운영한다. 해바라기 산야초 비빔밥(7000원), 산야초전·메밀전(각 5000원)을 차린다. 행사장 입구의 ‘구와우 순두부’(552-7124)는 순두부(5000원), 감자전(5000원), 동동주(5000원)가 주메뉴. 태백한우는 값에 비해 맛 좋기로 이름나 있다. ‘동영식당’(581-4570, 1인분 200g 2만1000원), ‘태성실비’(552-5287, 1인분 250g 2만1000원), ‘한우마을’(552-5349, 1인분 250g 2만1000원)추천. ‘너와집’(553-4669)은 너와지붕의 한옥에서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집이다. 너와정식 1만5000원부터, 쌈밥정식 8000원, 갈비찜정식 2만원. 모두 2인부터 주문가능. ● 숙박 태백고원자연휴양림(582-7440, forest.taebaek.go.kr)과 태백산민박촌(553-7460, minbak.taebaek.go.kr)은 인기 있지만, 휴가철에는 예약이 쉽지 않다. 영월군 상동읍 장산콘도미니엄(www.jangsancondo.com, 378-5550)은 백두대간 상의 어평재(화방재)와 만항재 사이 해발 1200m 고지에 위치해 쾌적하면서도 조망이 뛰어나다.
  • 환율 하락후 극심한 정체..`외인 주식 순매수 전환`(오전)
  • [이데일리 이승우기자] 환율이 960원대 초반으로 떨어진 이후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달러/엔 환율이 크게 내렸지만 오히려 달러/원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 참가자들 사이에서 눈치 보기가 극심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7일 오전 11시23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20원 하락한 962원을 기록하고 있다.생산자물가(PPI)에 이어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CPI)도 예상치를 밑돌면서 금리인상 재개 가능성이 누그러 들었다. 이로 인해 달러 가치는 크게 내려 전날 116엔대에 있던 달러/엔 환율은 이날 115엔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달러/엔 환율 하락 영향으로 달러/원 환율도 하락 출발했고 이 사이 과매수(롱) 포지션이 정리되면서 낙폭이 커지기도 했다. 그러나 960원 지지에 대한 믿음이 강화되면서 추가 손절매도(롱스탑)는 자제됐고 이후 횡보장이 연출되고 있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장 초반에 롱스탑이 좀 나오면서 하락했지만 960원이 잘 지켜지고 있다"며 "아직 청산되지 않은 과매수 물량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960원 지지될 것이라는 기대에 일단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지만 장 마감을 앞두고 혹은 주말을 앞두고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이로 인한 환율 하락압력에 대한 가늠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순매도 기조가 마무리됐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며, 급등 상황에서의 일시적인 사자세라고 평가하는 쪽이 우세한 눈치다. 이시각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44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15.62엔을 기록하고 있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831원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2006.08.17 I 이승우 기자
“남자 만날땐 아직 20대… 후회없는 30대 보내고 싶어”
  • “남자 만날땐 아직 20대… 후회없는 30대 보내고 싶어”
  • [조선일보 제공]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갔음에도, 15일 저녁 가회동의 공기는 여전히 숨이 막혔다. 여전히 지치지 않는 불볕 더위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녀의 한편으론 솔직하고 한편으론 고민 많은 대답이 더 큰 이유였는지는 또렷하지 않다. 고현정을 만난 이유는 데뷔 16년만의 영화 출연(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연인’·31일 개봉)과 새 미니시리즈 ‘여우야 뭐하니’(MBC 9월20일 방송예정) 때문이었지만, 그녀는 연기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89년 데뷔 이후 영화는 처음이다. ‘영화배우 고현정’으로서의 소회랄까. ▲드라마와는 다를 거라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했는데, 정말 잘 모르겠다. 연기 자체는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 주 ‘여우야 뭐하니’ 촬영을 시작하다 보니, 이번 영화에서 내가 얼마나 힘을 다 써버렸는지 알겠더라. 드라마 첫 장면이 우는 연기였는데, 2~3시간이나 분위기를 잡아주었는데도 못 울었다. 우는 연기만큼은 그래도 자신이 있었는데. ―연기는 그렇다 치고, 시스템 차이는 어떻던가? ▲뭐랄까, 방송은 친정이고 영화는 시댁 같은 느낌? 영화는 사람들이 예의 바르게 대해주지만 마음을 확 열어서는 안될 것 같더라. 드라마는 아직 주먹구구도 있지만 편안하고. 영화쪽은 요구하는 게 가차없다. 진검승부를 하지 않으면 봐주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홍상수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 중에 가장 스타다. ‘희생’에 가까운 개런티를 받고 출연했다는데. ▲배우, 스태프들이 돈을 다 받으면 제작비가 30억원이 훌쩍 넘어가는 영화지만, 실제로는 그 절반 정도에 찍은 영화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법 아닌가. 서로 최선의 선택을 한 거다. ―스타 고현정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부담스럽지 않나. 인터넷 댓글 같은 것을 보면 우호적인 것보다 상처받을 만한 댓글이 상당히 많더라. ▲나는 솔직히 그 분들 관심이 고마운 편이다. 다시 복귀한다고 했을 때(2004년 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었는데, 지금은 무슨 기사가 나가도 여덟, 아홉개밖에 없더라. (웃음) 섭섭하다. ―사는 얘기로 좀 넘어가보자.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을 원하나? ▲(잠깐 고민하다) 폼만 안 잡으면 된다. ―영화 ‘해변의 여인’에서는 “하룻밤이면 어때”를 외치는 싱어송 라이터,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도 3류 에로잡지의 섹스 칼럼 쓰는 기자다. 기존의 청순하고 눈물 많던 고현정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 아닌가. ▲솔직히 그냥 겉옷만 갈아입은 느낌이다. 설정만 그렇지. ‘두려움 없는 사랑’이나 ‘모래시계’에서도 다 있었던 이미지다. ―작가주의 감독의 대표적 이름인 홍상수와 첫 영화를 했다. 배우로서 ‘안쓰는 근육’을 쓸 수 있다는 기대도 했을 텐데. ▲홍 감독님 영화는, 연극처럼 한 신 한 신 ‘통’으로 가는 순간이 많은데, 그 때 중간에 대사를 까먹으면 순발력으로 가야 한다. 그러면 그 때까지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가 바로 증명된다. 마치 내가 중간 성적표를 받는 느낌이랄까. 그건 굉장한 재미였다. 그렇게 해내는 순간이 오면 감독님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느낌이랄까, 성취감이 상당했다. ―모든 여배우들이 벌벌 떤다는 홍상수 감독의 ‘여관 베드신’은 걱정 안했나. ▲촬영 전에 내가 감독님께 그랬다. ‘옷을 안 벗겠다는 게 아니고, 힘겨루기도 아니다. 단순히 벗었는지 벗지 않았는지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위트 있게 한 방 먹일 수 있을까가 중요한 것 아니냐’고. 그럴 수 있다면 노출이나 수위가 관계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안 벗는 게 낫겠다고. 감독님도 이젠 벗기는 거 진력났다고 하시더라. ―다 찍고나니 관객들을 한 방 먹일 수 있을 것 같은가? ▲(부끄러운 웃음을 지으며) 아유…. ―가장 성취감을 느낀 순간은. ▲나도 몰랐던 습관인데, 내 연기가 스스로 맘에 들면 (표정을 지어 보이며) 혀를 이용해서 볼을 볼록하게 만드나 보다. 그 순간을 감독님께서 보시고, 그 얘기를 하시더라. 나의 그런 속마음이 드러난 동작과 감독님의 OK 사인이 일치한 것을 발견할 때마다 행복했다. ―이제 서른이 훌쩍 넘었다. 지금도 20대라고 착각할 때와, 이제는 30대라고 인정할 때는. ▲남자들을 만날 때면 아직도 20대라는 착각을 한다.(웃음) 30대는…, 너무 싫고 너무 좋은 그런 순간들이 점차 줄어든다. 알고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느낌. 사실 이런 두루뭉실한 감정이 싫은데, 나이를 먹은 거겠지. 나는 20대에 너무 조숙해서 즐기고 싶었던 것들, 원했던 것들을 모두 참으며 지냈던 것 같다. 40대에 들어서서 또다시 지나간 30대를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요즘 ‘현정’이라는 이름이 있어야 재벌과 인연을 맺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농담까지 있다. 노현정씨가 현대가에 시집간다는 뉴스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미소를 지으며) 제가 사실 ‘상상플러스’를 열심히 봤다. 이번 영화 홍보할 때 이 프로그램에 나가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노현정씨가 휘두르는 ‘깔때기’를 꼭 한 번 맞아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삼성가와의 인연이 있던 사람으로서, 노현정씨 같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런 말씀 믿어주실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이랑 결혼할 때, 재벌과 관련된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다. 그저 처음 제대로 해보는 연애가 정말 좋았다. 내가 연예인이고 그 사람이 돈많은 사람이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결혼생활을 하니 두 사람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두 가문이 서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쉽지 않은 일들이 계속 생겼다. 노현정씨는 이름이 ‘노’(No)현정인 만큼 저처럼 되지 않고 멋지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씨는 정용진씨와 2003년 이혼했다) ―100% 가정이다. 재능 있지만 변태인 작가주의 예술감독과 인간성 좋은 조폭 코미디 흥행 감독의 작품 중에서 하나만 고른다면. ▲당연히 전자다. 폼 나지 않는가. ―아까 폼 재는 남자는 싫다면서. ▲영화니까. 현실에서 폼 재는 남자와 어떻게 사나.
  • 스왑금리 큰 폭 하락..`커브는 눕고 있다`
  • [이데일리 황은재기자] 스왑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해 스왑커브 플레트닝이 심화됐다. RS 1년물과 10년물 금리차는 15bp 수준으로 전날에 비해 6bp 가량 좁혀졌다. 양호한 수급 여건, 정책금리 불확실성 해소 등 커브 플레트닝에 강하게 베팅하는 모습이다.11일 산업은행이 고시한 비드/오퍼 중간값을 기준으로 이자율스왑(IRS) 1년물은 2bp 내린 4.62%, 2년물과 7년물은 각각 6bp 하락한 4.56%, 4.70%. 3년물과 5년물은 5bp 떨어진 4.57%, 4.63%, 4년물이 4bp 내린 4.60%, 10년물은 8bp나 떨어져 4.77%로 마감했다. 통화스왑(CRS)은 전 영역에 걸쳐 고른 금리하락세를 보였다. 1년물과 4년물이 4bp 하락한 4.38%, 4.42%, 2년물과 3년물, 5년물이 각각 5bp 내린 4.35%, 4.37%, 4.56%였다. 7년물과 10년물은 각각 6bp, 7bp 내린 4.53%, 4.60%로 고시됐다. 중단기물에서는 네가티브 캐리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과 IRS 7년테너는 4.70%로 같았고 그 이하 구간에서는 역전현상을 보였다. 8월 금리인상으로 사실상 연내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란 인식이 확산됐고, 수급 역시 양호해 일드커브 플레트닝에 무게를 두는 거래가 많았다.이날 IRS에서는 5년을 페이하고 10년을 리시브하는 스프레드 거래가 많았다. 시중은행 스왑딜러는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를 요인들이 현재로서는 많지 않다. 기간물간 스프레드가 축소되긴 했지만 커브 플레트닝 기대가 지속되는 만큼 리시브 압력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이어 "금리인상 이후 스왑금리 상승을 예상해 페이했던 곳에서 급한 포지션 돌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스왑딜러는 "1년테너의 비드는 이해가 하지만 2년과 3년의 리시브는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미국쪽 커브를 보며 거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단기물을 페이하고 현물채권을 사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관측됐다. 크로스는 선물환 매도 영향으로 단기물 리시브 압력이 가중됐다. 1년과 2년테너의 거래가 많았다. 베이시스 거래에서는 3년 5년 10년 거래가 눈에 띄었다. 또 구조화채권 헤지와 관련된 리시브 수요도 꾸준한 것으로 관측됐다. 한 시중은행 스왑딜러는 "외국인들의 국채선물 매수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여부에 따라 시장 강세 정도를 판단해볼 수 있겠지만 현 재 상황은 이례적인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6.08.11 I 황은재 기자
  • [보험, 이거 아세요?] 뺑소니사고 3~4주 진단 나오면…
  • [조선일보 제공] 교통사고를 냈을 때 가해자는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될까? 사망사고일 때는 벌금형이 되는 경우가 드물고 거의 대부분 정식 재판을 받아 실형이 선고되거나 집행유예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피해자 유족과 원만하게 합의되거나 충분한 금액을 공탁하면 집행유예가 될 가능성이 높고, 합의나 공탁도 없으면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망사고일 때도 피해자 과실이 아주 큰 경우 예컨대 피해자가 늦은 밤에 술에 취해 넓은 차도에 누워 있거나 육교 바로 아래에서 무단 횡단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과실을 60~70% 정도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불구속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벌금 700만~1000만원 정도 선고받을 수도 있다. 뺑소니 사고는 부상 뺑소니와 사망 뺑소니로 나눌 수 있는데, 사망 뺑소니는 벌금형이 없고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진다. 정상 참작을 하더라도 제일 가벼운 처벌이 징역 2년 6월이고, 합의가 안되면 집행유예되기는 어렵다. 부상 뺑소니는 2002년부터는 벌금형(500만~3000만원) 조항이 들어 갔기에 피해자가 많이 다치지 않은 경우라면 벌금형도 가능하다. 뺑소니사고에서 피해자가 3~4주의 비교적 가벼운 진단을 받으면 벌금 500만원 정도로 끝날 수 있겠지만, 5~6주 이상 진단을 받으면 재판을 받는다. 이때 집행유예가 보통이고 합의나 공탁이 안되면 징역 8월~1년 정도의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위와 같은 사망사고와 뺑소니사고보다 더 자주 일어나는 건 중앙선 침범이나 과속(제한 속도 20㎞/h 초과) 등 10대 중과실로 인한 부상사고이다.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10대 중과실 사고에 해당될 때는 형사 처벌 대상이다. 피해자 진단이 무겁지 않을 때(대체로 8주 이하)는 형사 합의나 공탁 없이도 처음부터 불구속으로 조사받고 벌금형으로 끝나는 게 보통이다. 이 경우 벌금액수는 피해자 진단 1주당 30만원이 보통이고, 10대 중과실 사유가 여러 개 겹친 경우는 1주당 50만원씩 계산되기도 한다. 하지만 피해자 진단이 8~10주 이상인 경우에는 형사 합의나 공탁 여부에 따라 벌금형이 가능할 수 있고, 집행유예 또는 금고8월~1년이 선고될 수 있다.
  • (가치투자)적정한 금리란?
  •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금리는 높은 것이 좋은가 아니면 낮은 것이 좋은가? 누가 이 질문을 던진다면 약간 바보같은 사람들은 낮은 것이 좋다고 대답할 것이다. 또는 높은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머리가 좀 돌아가는 약삭빠른 사람들은 적당한 것이 좋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 적당한 것이 좋다. 그럼 이제 그 사람에게 물어보자. 지금 적당한 금리는 얼마인지 말이다. 도대체 적당한 금리의 수준을 알 수는 있는 것일까? 더 약삭빠른 사람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 수준을 미리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금리 수준이 적당해진 그때가 오면 적정 금리를 알 수 있다고.실제로 이 대답은 그린스펀이 미국 중앙은행의 의장으로 있으면서 금리를 올리던 시기 즉 2004년 여름에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그가 도망가면서 흘린 대답이다. 정말 그린스펀은 행운의 사나이다. 만약 지금 그가 계속 중앙은행의 의장이라면 그에게 물어보고 싶다. 지금이 그때냐고? 과연 그가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정말 궁금하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는다. 지금의 미국 연방기금금리 5.25%가 적정한 수준인지 아닌지에 대한 물음에 그가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린스펀이 의장으로 있던 시절인 2003년~2004년에 미국 연방기금금리는 1%였다. 그러면 그때 그린스펀은 그 금리를 적정금리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때가 오면 알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이비 교주가 연상된 것은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미국 연방기금 금리는 낮으면 1%, 높으면 13%까지 올라갔다. 이중에서 과연 어떤 금리가 적정금리일까? 다른 모든 제품은 시장에서 결정되는데 왜 하필이면 연방기금금리만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골방에서 비밀스럽게 결정하는 것일까? 시장은 바보들의 모임이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은 천재이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바보들의 모임인 시장의 기능을 그토록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이렇게 보면 금리는 거의 언제나 높거나 또는 낮다고 보아야 한다. 높은 수준에서 낮아지기도 하고, 낮은 수준에서 높아지기도 한다. 그럼 금리가 높은 것과 낮은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먼저 금리가 높다는 것은 구성원들이나 그 나라 경제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먼저 좋은 측면을 보자. 금리가 높으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야 한다.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마치 한국 축구 대표 선수들이 실제 이상의 혹독한 환경에서 훈련을 한다는 말과 같다. 이렇게 하면 외국과의 게임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나 개인은 높은 금리가 주는 부담을 흡수하기 위해서 열심히 그리고 효율적으로 일은 한다는 말이다.그러나 금리가 높은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금리가 높으면 돈을 가진 사람이 돈을 빌리는 사람보다 유리하다. 금리가 높으면 소위 돈을 가진 사람이 그 돈으로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이자만으로 살아간다. 돈을 빌린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면 돈을 빌려준 사람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이렇게 번 돈의 일부를 가지고 가버린다.이제 금리가 낮은 것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자. 금리가 낮다는 것은 사회가 돈을 낭비한다는 말이 된다. 별로 전망이 좋지 않은 사업에도 그냥 뛰어들고, 빌린 돈으로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사기도 한다. 이렇게 낮은 금리에 익숙해지면 체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환경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여기에 대응하지 못한다. 링거를 꽂은 채 병원에 눕게 된다.금리가 낮은 것이 좋은 측면을 가지기도 한다. 좋은 투자 아이디어가 있으나 돈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사람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렇게 미래를 위해 모험을 하는 사회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사회다. 금리 수준이 높고 낮은 것에 위와 같은 장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금리 수준이 조금 높은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지금의 통화체제는 정부가 또는 중앙은행이 마음먹은 대로 통화를 찍어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한 나라 경제에 어려움이 생기면 기본적으로는 고생을 해서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한다. 모두가 이렇게 한다. 대학 입시생도 그렇게 하고, 직장인도 그렇게 하고, 군인도 그렇게 하고….그런데 정부는 이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경제의 어려움을 돈을 풀어서 해결하려고 한다. 어려움이 해결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돈을 풀어서, 즉 금리를 낮추어서 문제를 풀어가거나 금리를 낮추어서 소비를 늘리고 생산능력이 올라가면 모두들 자신의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생각하며 스스로 부자가 된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때가 되면 자신의 본래 실력이 드러난다.중앙은행이 말로는 적정금리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한 나라 경제에 문제가 생길수록 낮은 금리는 더욱 문제가 된다. 그 나라 경제가 부채에 의존할수록 낮은 금리는 더욱 문제가 된다. 빚이 많은 사람에게 금리를 낮추어 주면 빚은 늘어나고, 그 사람은 더욱 금리가 낮아야 견딜 수 있다.몸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약에 의존하면 할수록 그 사람은 약에 길들여지고, 약의 부작용까지 감당해야 한다. 힘이 들더라도 자신의 체력으로 몸을 정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음식도 조심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한다. 즉 금리의 수준을 조금 높게 유지해야 한다.비록 누군가가 나를 보고 게으른 금리 생활자를 옹호한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낮은 금리보다는 약간 높은 금리를 좋아한다.[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블로그 http://blog.empas.com/sazuha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
2006.08.07 I 하상주 기자
  • ''나서면 찜통·누우면 열대야'' 밤낮없는 더위
  • [노컷뉴스 제공] 30도가 넘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물놀이 사고가 잇따르는 등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1일 35.9도로 전국 최고 기온을 기록했던 경북 의성은 2일도 35.7도를 기록했다. 또 포항 35.5도, 대구 35.2도, 서울 32도 등으로 평년 기온을 2~3도 웃돌았다.이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불쾌지수도 높았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의 절반 정도의 사람이 불쾌감을 느낄 정도인 불쾌지수 80을 훌쩍 넘겼다.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각지에서 사고가 잇따랐다.경기도 포천시 영중면 영평천에서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던 고등학생 1학년생인 17살 노모군과 친구 이모군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경북 청도군 각북면 오산리 대동골 계곡에서 장모씨(20)가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던 중 물에 빠져 숨졌다.또 충북 옥천군 군서면 장용산휴양림 내 하천에서 대전 모 초등학교 4학년 전모군이 수심이 깊은 곳에 빠져 있는 것을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목숨을 잃었다.무더위로인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정부의 대책도 강화되고 있다.소방방재청은 최근 발령한 물놀이 안전사고 주의보를 한 단계 상향해서 오는 15일까지 경보를 발령한다고 밝혔다.보건복지부도 노인들의 안전 대책을 세우는 등 폭염대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달 중순 후반까지는 무더위로 인한 고생이 계속될 것 전망이다. 뜨겁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아직 강하기 때문이다.2일 밤에도 잠들기 어려운 열대야현상이 내륙 곳곳에서 빚어질 전망이다.3일도 중,북부내륙지방에 낮 한때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겠지만 폭염은 계속되겠다.전국의 낮 최고기온은 30도에서 35도로 2일과 비슷하겠다.이같은 폭염과 열대야는 이달 중순 후반까지 이어지다가 하순부터는 기압골이 자주 통과하면서 더위의 기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 채권가격 하락..`콜금리 어디로 튈지 모른다`(마감)
  •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2일 채권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한국은행 콜금리 결정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날 급등이 과도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2일 장외시장에서 3년만기 국고채 6-3호는 2bp 상승한 4.81%, 5년만기 국고채 6-2호는 2bp 오른 4.88%에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10년물 5-4호는 전날보다 2bp 높은 4.99%에 팔자 호가가 나왔다. 이날 채권시장은 약세로 출발해 장 중 특별한 움직임이 없이 횡보했다. 장 막판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좁혔을 뿐이다. 거래량도 많지 않았다. 채권시장에는 최근 가격이 계속해서 높아진 데다 장단기 채권금리 간의 스프레드가 많이 좁혀졌다는 인식이 짙어졌다. 특히 한국은행의 8월 콜금리 인상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이 매매 심리를 묶어놨다. 콜금리에 대해 인상론과 동결론이 팽팽하게 맞선 결과다. 전날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은 예상치를 밑돌며 동결론에 힘을 실어주는 듯 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스탠스를 버리지 않았다는 관측이 여전히 우세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집값 안정을 위해 과잉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은 것도 인상론을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수익률은 국고 3년이 1bp 상승한 4.80%, 국고 5년이 1bp 상승한 4.87%을 기록했고, 국고 10년은 1bp 오른 4.98%을 기록했다. 국고 20년은 전날과 같은 5.12%를 기록했다.장내시장에서는 7100억원 어치가 거래됐다. 국고 3년이 2000억원, 5년이 4200억원, 10년이 9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국채선물 가격도 소폭 하락했다. 3년만기 국채선물 9월물은 전날보다 3틱 내린 108.75로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은 2만5932계약. 외국인이 2204계약 순매수했고, 은행이 2675계약 순매도했다. ◇금통위 결과 보기 전에는… 시장참가자들은 다음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결정을 확인할 때까지는 일단 관망하며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최완석 새마을금고연합회 채권운용팀 차장은 "요즘 시장에서는 `채권 시장이 모두 누워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브로커도 누워있고, 매니저도 누워있고, 여기에 일드커브도 누워있다는 뜻"이라며 "그만큼 관망세가 짙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 차장은 "다음주 금통위까지는 별다른 재료가 없다"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8월 콜금리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의견은 인상론과 동결론이 비슷한 비율로 맞서고 있는 상황. 이데일리가 이날 경제 전문가 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명이 이달 콜금리 인상을 전망한 반면 5명은 동결을 점쳤다. ◇ 미국 고용지표를 확인하자 채권시장은 미국 시간으로 오는 4일에 발표되는 고용통계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 고용통계를 통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또 이를 통해 한국은행의 콜금리 결정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투신권 채권운용 담당자는 "미국에 고용통계가 나오면 FOMC의 금리 인상 여부가 가늠이 되고 미국 시장은 이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국내 시장도 이 영향을 받아 다음주 초부터 위든 아래로든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물사 관계자는 "금통위 전에 시장에 방향성을 줄만한 재료는 미국 고용통계와 FOMC 정도"며 "미국의 경기둔화가 확인되고 금리가 동결된다면, 한국은행도 콜금리 결정에 있어서 일부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6.08.02 I 피용익 기자
(클릭! 새책)사랑싸움도 경제학이라고?
  • (클릭! 새책)사랑싸움도 경제학이라고?
  • [이데일리 전설리기자] 경제학 이론이 대형 할인마트 계산대의 긴 줄이 짧은 줄보다 더 빨리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까? B품 청바지를 사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동통신사가 공짜 휴대폰을 주는 이유를? 새책 `일상의 경제학`은 경제학이 도표와 각종 수식으로 가득한 머리 아픈 학문이라는 편견을 버리라고 말한다. 자본주의를 사는 현대인들은 매순간 경제학자처럼 행동하면서도 스스로 경제학자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 나을까, 조깅하는 것이 나을까? 커피를 마실까, 녹차를 마실까? 지하철을 탈까, 택시를 탈까?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그 결정을 통해 최고의 만족을 얻으려고 하며, 매순간 이익을 계산한다. 사실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인간의 행위에는 경제학적 계산이 깔려 있다. 심지어 남녀 간의 연애에서 밀고 당기기를 할 때조차 경제학적 전략이 깔려 있다면 너무 삭막할까?책은 연애 뿐만 아니라 쇼핑, 학업 등 누구나 일상에서 경험하는 에피소드를 동원해 경제학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에피소드마다 삽입된 만화도 볼거리.저자 하노 벡은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경제 전문 에디터로 `일요 경제학자`라는 경제 칼럼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책은 그 칼럼을 엮은 것. 박희라 옮김. 더난출판. 1만2000원.
2006.07.31 I 전설리 기자
한국영화 “밋밋한 건 못참아!”
  • 한국영화 “밋밋한 건 못참아!”
  • [조선일보 제공] 요즘 한국 영화, 대단히 직설적이다. 과거엔 순화시켜 표현했던 욕들을 날 것 그대로 가감 없이 속사포처럼 쏟아내는가 하면(‘아치와 씨팍’), 시종일관 감정의 톤을 높여 극일과 민족주의를 노골적으로 부르짖기도 한다(‘한반도’). 원조교제·동성애·사디즘·마조히즘 등 금기시됐던 성 묘사를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내기도 하고(‘다세포 소녀’. 8월10일 개봉), 아예 ‘닭살 커플’임을 표방한 남녀 고교생은 시내 한 복판에 누워 키스하기를 서슴지 않는다(‘사랑하니까, 괜찮아’, 8월17일 개봉). 약혼녀 있는 남자에게 “나, 아저씨 꼬시러 왔어”라고 말하는 여자(‘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9월 개봉)나 “사랑은 게임”이라며 “날 한번 꼬셔봐”라고 말하는 남자(‘미스터 로빈 꼬시기’, 10월 개봉)나 노골적이기는 마찬가지다. ▲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사랑하니까, 괜찮아’‘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다세포소녀’‘아치와 씨팍’‘한반도’.◆제목부터 세고 강렬하게 충무로의 직설화법은 영화 제목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이미 개봉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음란서생’ ‘달콤, 살벌한 연인’ ‘생, 날선생’ ‘구타 유발자들’부터 곧 개봉할 ‘예의 없는 것들’ ‘누가 그녀와 잤을까’ ‘사랑 따윈 필요 없어’ ‘미친 그녀들’ ‘오래된 애인 정리하는 법’ ‘쏜다’ 등은 모두 ‘살벌’ ‘구타’ ‘따위’ ‘미친’ 같은 강렬한 어휘를 쓰거나 긴 문장으로 주제를 직접 설명하는 제목들이다. ‘각설탕’ ‘미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처럼 살짝 속내를 감추고 은유법을 쓴 제목도 여전히 있긴 하지만, 대세는 “직설적이고 자극적으로!”이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원래 ‘보고 싶은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시나리오가 완성됐지만, 촬영 후 마케팅 전략에 따라 제목이 바뀐 경우. 이 영화 홍보를 맡고 있는 에이엠시네마 한지선 팀장은 “처음 제목이 너무 구식인 것 같아 ‘연애’를 전면으로 끌어내 화두로 삼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쟁 격화되고, 관객 입맛도 변해 김태성 쇼박스 홍보부장은 “요즘 기획하는 시나리오 중 70%는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영화”라고 했다. 제목부터 캐릭터, 줄거리까지 한국영화가 점점 극단적이고 적나라해지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한국영화 제작편수 증가에 따른 과열경쟁이 한 이유다. 유세은 MK픽처스 마케팅팀장은 “올해 제작되는 한국영화가 100~150편에 이른다. 좀더 돋보이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더 선정적인 제목과 주제를 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관객의 성향 변화도 관련이 있다.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설문조사를 해보면 ‘밋밋하고 지루한 건 못 참겠다’는 반응이 많다. 코미디면 ‘빨리 나를 웃겨라’, 공포면 ‘빨리 나를 무섭게 해봐라’는 태도로 영화를 본다. 그러니 흥행을 목표로 하는 상업영화로선 더 ‘세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대표는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코미디인 반면 가장 위험한 장르는 멜로”라면서 “요즘 관객에게 외면 받고 있는 멜로는 아예 기획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직설적 한국문화와 닮은꼴? 한국 사회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직설화법 문화’와 ‘배설욕구’가 반영됐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 인터넷 문화가 대표적이다. 인터넷 주 사용자는 영화 주관객층(10~30대)과 겹친다. 정수완 동국대 영화영상학부 교수는 “이들은 ‘직설적 언어’와 ‘규범파괴’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그동안 금기시되며 억눌러져 왔던 이슈를 ‘까발림’으로써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해소시켜버리려는 현상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자극적인 영화는 모두 관객동원에 성공할까? 캐릭터와 이야기가 극단적이란 평을 받았던 ‘한반도’는 2주 만에 관객 3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아치와 씨팍’ ‘구타유발자들’ 등은 흥행에 실패했다. ‘파랑주의보’ ‘사랑을 놓치다’ ‘국경의 남쪽’ ‘도마뱀’ 등 서정적인 멜로는 ‘요즘 추세대로’ 흥행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개봉한 멜로 ‘너는 내 운명’은 관객 300만명이라는 호성적을 올렸다. ‘선정성=흥행 성공’의 공식이 늘 성립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칼날 능선 타고 올라선 정상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 칼날 능선 타고 올라선 정상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 [조선일보 제공] 부스럭거렸다. 곁에서 곤히 잠들었던 정승권(46)씨였다. 국내 최고의 클라이머인 그는 출발 시각이 되자 본능적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벌써 선잠에서 깨어 있었다. 희박한 공기 속에서는 잠들 수가 없었다. 머리가 멍했다. 시계의 형광바늘은 새벽 1시 40분을 가리켰다. 우리는 3800m의 고도(高度)에 와 있었다. ▲ `유럽 최고봉` 몽블랑 정상으로 가는 길. 만년설이 칼날처럼 비탈을 이루고 있다. 아침 6시쯤 촬영.우리 일행은 몽블랑 산악열차의 종착역 ‘니 데글’에서 올라왔다. 해발 2000m의 이 역(驛)은 자연의 경계선이었다. 아래로는 평화로운 초록의 구릉이 펼쳐져,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었다. 하지만 그 위로는 잡석(雜石)들의 너덜지대와 하얀 얼음봉우리들이 솟아있었다. 진정 자연을 즐기려면 종착역 아래로 내려가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산악인들은 더 높고 황량한 곳에 욕심 낸다. 단 하루만에 1800m나 고도를 높이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치명적이다. 그것은 급격하게 탈진이나 고소증을 몰고 올 확률이 높다. 중간 지점에서 고소 적응을 위해 하루를 더 묵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일정상 몽블랑(4807m) 등반을 1박 2일로 잡아 놓았다. 배낭끈이 양 어깨를 파고 들었다. 장비를 쑤셔 넣은 배낭은 체중의 절반쯤 되었다. 누른 땀이 흘렀다. 3시간쯤 걸어 계곡을 건너는 순간, 위로부터 요란한 굉음과 함께 낙석들이 쏟아졌다. 쏟아지는 낙석은 어느 쪽으로 구르고 튈지 예측할 수 없다. 이런 낙석에 맞아 바로 얼마 전 우리 여성 산악인이 중상을 입었다. 베이스캠프인 산장을 2시간쯤 앞둔 지점부터는 날 선 바위의 암릉 구간이 계속됐다. 추락 사고의 위험 때문에 동료들은 서로 로프를 묶고 있었다.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헐떡거리며 기어올라간다. 내가 잡은 바위의 모서리에 선혈이 흥건하게 묻어있었다. 어느 앞선 산악인이 또 바위 날에 찍힌 것일까. 7시간 만에 절벽 위 산장에 닿았다. 몽블랑 산장은 한달 전쯤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누울 자리와 먹을 음식이 있다. 산장 관리인은 “밤 8시까지 기다려보라. 혹 올라오지 못한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해가 기울면 고산(高山)은 금방 어둡고 쌀쌀해진다. 우리 일행은 산장 속으로 들어갈 그때를 기다리며 저녁을 준비했다. 맨밥에 반찬은 ‘인스턴트’ 미역국 한 개. 냉동된 삼겹살을 집어넣는 걸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절인 깻잎도 없이, 이걸 먹고 무슨 기운으로 올라가나. 배낭에는 냄새가 역겨운 치즈가 있었다. “구워먹으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그러다가 코펠 뚜껑에 물과 치즈를 녹여 끓이는 스위스 음식 ‘퐁듀’까지 개발했다. 산에 올라가는 이들은 꼭 한번 이 영양만점의 느끼한 요리를 시험해보라. ▲ 몽블랑 산악열차의 종착역 `니 데글`은 해발 2000m. 일반인들은 다시 열차를 타고 내려가지만, 전문산악인들은 여기서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정상 공격의 시각, 선잠에서 깨어난 우리는 빵과 커피로 식사를 때웠다. 뱃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은 산 위로 올라가는 열량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등반의 발걸음을 붙드는 체중 부담이 된다. 산장 위로 눈길이 이어졌다. 어둠과 백색의 공간 사이로 점점(點點)의 헤드랜턴 불빛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우리도 그 어둠 속의 또 다른 어둠이 되어 들어갔다. 고소증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걸을 때마다 뱃속으로 긴 숨을 불어넣고 내쉬었다. 희박한 산소는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나약한 인간들을 눈길 낭떠러지 아래로 사정없이 밀어버린다. 바람은 올라갈수록 거세졌다. 동이 정확하게 언제 텄는지 몰랐다. 어깨 높이로 보이는 주변 산 능선에 검고 붉은 띠가 둘러졌다. 날이 희끔해진 것은 아마 3시간쯤 걸었을 때였다. 길목에서 한 프랑스 친구가 쓰러져 “꺽꺽~” 구토를 하고 있었다. 누런 토사물이 흰 눈으로 스며들었다. 오르는 길은 길고 길었다. 열 걸음 못 가 멈췄고 다시 발걸음을 떼곤 했다. 숨소리는 엔진의 실린더처럼 맹렬하게 분출됐다. 의식의 끝에는 ‘당신은 해왔던 것이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하고 싶은 것을 할 나이는 이제 지났소’라는 말이 맴돌았다. 깎아지른 칼날 능선을 타고 결국 정상에 닿은 시각은 아침 8시 20분이었다. 더 가야 할 줄 알았는데 “여기가 정상”이라고 했다. 눈과 바람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사진 촬영을 한 뒤 멍하게 앉아있다가 내려왔다. 하산 길은 더 길게 느껴졌다. 나는 깨달았다. 얼마 전까지 우리가 어둠 속에서 한줄기 불빛을 따라 숨을 헐떡이며 얼마나 멀리 올라왔는지를, 그리고 높이 오를수록 더 고통스럽게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머리 위의 햇볕은 흰 눈에 반사되면서 우리 몸을 바싹 태웠다. 노출된 양쪽 귀가 끊어질 듯 아팠다. 저녁 7시쯤 우리는 마을로 내려왔고, 다시 안락한 일상을 누릴 수 있었다. 늦은 시각까지 술잔이 돌았다. 이틀 전의 밤과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짧은 몽블랑 등반은 내 기억 속에 남았다. 그런 기억마저 없는 인생을 우리는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샤모니에서 즐기는 법 샤모니에서는 전문등반을 하지 않더라도, 케이블카나 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알프스의 여러 모습을 구경하는 게 가능하다. 1. 유럽에서 가장 큰 빙하(氷河)의 하나를 보려면 ‘몽뗑베르(Montenvers)’ 행 산악열차를 타면 된다. 빙하 속에 얼음 동굴을 만들어 관광코스로 해놓았다. 이곳에서는 그랑조라스와 드뤼봉도 바라볼 수 있다. 2. 몽블랑 가는 코스인 ‘우슈(Houches)’ 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하차한 뒤 산악열차 역인 ‘벨뷔(Bellevue)’로 가면, 트레킹을 하기에 멋진 초원과 구릉이 있다. 3. 케이블카로 브레방(Brevent)으로 올라가면 흰눈의 몽블랑을 마주볼 수 있다. 브레방 기슭 역시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 4. 알프스의 한 봉우리인 ‘에귀이 뒤 미디(Aiguille du Midi)’도 케이블카로 올라갈 수 있으며, 그 위 산장에서의 전망은 일품. 고소로 인해 약간의 현기증을 느낄 수 있다. 샤모니 가는 방법 항공편으로 제네바로 날아가서 열차나 다른 교통편으로 오는 것이 가장 일반적. 국내 여행사 중에는 샤모니를 거쳐가는 유럽 패키지 상품을 파는 데가 있다. 샤모니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알펜로즈’ 산장의 연락처는 (0033)45-053-5153, mbtour@hotmail.com
  • 자연별장서 `별헤는 밤`…`캠핑` 낭만속으로
  • [스포츠월드 제공] 파도소리가 잔잔하게 귓볼을 훑는 충남 태안 몽산포 해변. 어둠이 그들먹한 솔밭에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캠핑을 온 이들이 주고받는 웃음소리다. 삼발이에 걸어놓은 더치 오븐에서는 백숙이 끓고, 테이블에 올려놓은 휘발유 렌턴에서 따뜻한 빛이 난다. 와인잔 부딪치는 소리도 경쾌하다. 바비큐 그릴에는 새우와 소시지가 노릇노릇 익고 있다. 텐트 속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그림자는 거인만큼 크다.캠핑의 계절이다. 산과 바다를 찾아가 자연과 하나되는 시간이다. 캠핑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다. 태초에 인류는 야영지를 옮겨가며 살았다. 볍씨를 뿌려 농경생활을 하기 전까지 수십만년을 그렇게 살았다. 지금도 몽골이나 사막의 유목민들은 하루하루를 떠돌며 텐트에서 생활한다. 리조트와 펜션이 관광지마다 들어찬 요즘도 캠핑은 여전히 인기있는 휴가방식이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만을 갖춘 옛 방식의 캠핑이 아니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본래의 취지는 살리면서도 분위기와 쾌적함도 누릴 수 있는 스타일로 발전했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은 밖에서도 즐겨야 한다’ 취지에 맞게 다양한 캠핑 장비들이 등장했다. 특히 자동차를 이용한 오토캠핑이 대세를 이루면서 이동의 편리함이 보장되자 부피와 규모에 구애받지 않는 장비들이 등장했다. 캠핑 장비는 몇개나 될까. 텐트 버너 침낭 코펠이면 준비끝? 아니다. 캠핑전도사를 자처하는 콜맨코리아 김영란부장에 따르면 필수장비는 15종, 추가 장비는 30종 내외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기본적인 준비에 불과하다. 캠핑의 멋과 운치를 살려주는 데코레이션 기능이 강한 장비까지 합치면 100여종이 넘는다. 그럼 어디까지가 필요할까. 캠핑 마니아로 가는 길은 ‘모두’다. 한가지씩 차근차근 준비해 집에 걸맞는 수준으로 갖추는 거다. 캠핑은 집과는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니아들이 꼽는 캠핑의 즐거움은 ‘소리’다. 한달에 한두번은 캠핑을 간다는 김범수(38)씨는 텐트 속에서 듣는 자연의 소리 만큼 큰 즐거움은 없다고 말한다. “텐트 속에 있으면 자연의 모든 소리가 찾아옵니다. 풀벌레 우는 소리, 잔가지를 건드리고 가는 바람 소리, 싸락눈 나리는 소리. 이 모든 소리가 내가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또 텐트 속에 누워 별이나 달을 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자연과 동화되고 정서적 안정감을 심어줍니다.”휘발유 렌턴을 환하게 밝혀 놓은 캠핑지에서 음식을 나누며 야영을 하는 일은 캠퍼들이 꿈꾸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좌) 삼발이에 걸어 놓은 더치 오븐.캠핑의 최적기는 여름이 아니다. 다만 한국의 ‘휴가시계’가 7∼8월에 고정되어 있어 이 때 많이 떠난다. 캠핑 마니아들은 6월과 9∼10월 초순을 최적기로 꼽는다. 이 때는 모기 등의 공격을 피할 수 있고, 침남만 있으면 따뜻한 잠자리가 보장된다.캠핑 마니아를 위한 동호회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동호회에 속한 이들은 진정한 캠핑을 누리고 싶은 이들이다. 이들은 한겨울에도 텐트 속에서 야영을 한다. 또 이들은 장비욕심이 대단하다. 하나를 가지면 다른 하나를 갖고 싶은 게 캠퍼들의 본능이라고 말한다. 고작해야 1년에 한두번 캠핑을 가는 이들에게 고가의 캠핑 장비는 사치다. 그러나 진정한 캠퍼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낭만을 위한 필수조건들이다. 7~8인용 텐트 네식구 딱●캠핑도구▲침실잠을 자는 공간이다. 비가 오거나 날이 궂을 때는 놀이나 책 읽기 등을 할 수 있다. 비에 안전하고 태양의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곳에 마련한다. 텐트=4인 가족 기준 250x250x180㎝는 돼야 편안하다. 7∼8인용이 라 하더라도 실재는 4인에게 적당하다. 방수·통기성·UV 코팅·모기장이 체크 포인트. 폴은 소재에 따라 가격과 무게 차이가 많다. 매트=바닥으로부터의 냉기 차단 및 방수에 필요하다. 편안한 잠자리를 위한 필수품이다. 특히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는 매트 없으면 고생한다.침낭=여름·봄가을·겨울용으로 나뉜다. 겨울에 캠핑을 갈 게 아니라면 여름과 봄가을에 모두 쓸 수 있는 것이 좋다. 오리털 침낭은 비싸지만 제값을 한다.추가장비=야영침대·이너매트(텐트 내부에 전체적으로 깔아 습기를 차단)·텐트 라이트(텐트 속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렌턴)·텐트팬(내부 공기순환 효과)·미니 테이블·베개 등.▲리빙룸음식을 준비하고 식사를 하는 공간이다. 여럿이 어울려 술을 마시거나 대화를 하는 공간으로 여름철 캠핑의 핵심이다.타프=사방이 탁 트인 그늘막이다. 햇빛을 차단하고 비를 막아준다. 비가 올 경우 조리 공간으로 활용한다. 최근에는 모기장으로 만들어진 것도 출시됐다. 가급적 대형 사이즈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테이블=음식을 올려놓고 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텐트 속에 쭈그려 앉아 먹는 것에 비해 쾌적함의 차원이 다르다. 테이블과 의자가 한 세트로 되어 있는 콤팩트형도 있다. 하지만 등받이가 편안한 개별의자가 한결 여유롭다. 랜턴=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캠핑의 필수품이다. 특히 휘발유 랜턴은 고가이지만 따뜻한 빛과 휘발유 타는 소리가 캠핑의 참멋을 선사한다. 충분히 밝은 제품을 사야 실용적이다. 추가장비=테이블보·컵홀더(의자프레임에 부착하여 사용)·퍼스널랙(의자프레임에 부착하여 책 등을 보관)·랜턴용 라이터·테이블용 건전지 랜턴·휘발유·연료 케이스(연료·심지·라이터·기타 부속을 함께 보관) 등.▲주방캠핑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인 음식을 조리하는 공간이다. 텐트 속에 쭈그려 앉아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촌스럽다. 장비만 제대로 갖추면 실내 주방을 옮겨 놓은 것처럼 쾌적하게 꾸밀 수 있다. 키친 테이블=입식주방의 기본이다. 그 위에 버너를 설치하고 랜턴을 걸어 음식을 준비한다. 가볍고 콤팩트한 알루미늄 재질의 키친 테이블이 좋다. 버너=가족용이라면 투버너가 좋다. 국과 밥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 아이스박스=음식재료를 보관하는 데 필수다. 음식은 하드쿨러에, 음료수는 소프트 쿨러가 좋다. 뜨거운 여름날 차가운 맥주 한잔도 쿨러가 있어야 가능하다.코펠=밥과 찌게를 끓이는 냄비 종합세트다. 백숙 등 부피가 큰 요리를 하기 위해 7∼8인용 이상을 장만하는게 좋다. 인원이 적으면 속에 있는 것만 가져갈 수도 있다. 코팅 정도와 재질, 두께 등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추가장비=쿨러·물통·더치오븐과 삼각대(캠핑요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아이템)·그릴(꼬치요리)·테이블 웨어 세트(식기세트)·쿨러 스탠드·다용도 스탠드(물통을 올려놓고 사용하면 편리)·포컬레이터(야외용 커피메이커)·도마·수저세트·꼬치용 스큐어·그릴용 브러쉬 등. 캠핑카 '럭셔리 야영' 강추!송지호 카라반파크 개방‘캠핑카에서 분위기 좀 내볼까.’카라반클럽코리아(www.caravanpark.co.kr)는 강원도 고성군 송지호 해수욕장 내에 카라반파크(사진)를 개장했다. 이 파크는 캠핑용 카라반 25대를 설치해 일반인들도 카라반을 체험할 수 있게 했고, 카라반을 소유한 오너들에게도 개방한다.카라반 파크는 캠핑용 트레일러 바로 옆에 차량을 주차하고 카라반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텐트를 이용한 캠핑에 비해 안전하고 편리한 것이 특징. 카라반은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대중화됐으며 이름난 관광지에는 카라반 캠퍼를 위한 전용 캠프장이 운영된다. 송지호 카라반파크에 설치된 카라반은 내부에 에어컨·TV·냉장고· 침대 등이 설치돼 있다. 전기시설과 개수대 등이 파크 내에 설치되어 있어 전원 플러그만 꽂으면 내 집처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 . 송지호 카라반파크는 해변에 자리하고 있어 수영복을 입은 채 오갈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또 파크 이용자 외에는 출입을 제한해 쾌적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이용료는 1일 9만∼13만원. (02)517-4691 가볼만한 캠핑장지역캠핑장특징연락처서울난지캠핑장상암동 한강시민공원에 위치. 시외로 나가는 번거로움 없이 캠핑의 즐거움을 즐길 수 있음. 매점이 있어 편리하지만 비싼 편. 캠핑장 곁에 인라인스케이트·자전거·농구 등 스포츠시설 있음.한강공원난지캠핑장(02-304-0233www.nanjicamping.co.kr)강원도춘천고슴도치섬춘천 의암호에 위치. 캠핑장에 잔디가 깔려 있음. 의암호에서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어 놀거리 풍부. 화장실과 개수대는 개선의 여지 있음.(033)254-7650www.iwido.com강원도오대산 소금강 자동차 야영장강릉시 연곡면에 위치. 약 1200명 수용 규모. 만물상 산행과 구룡폭포 산행 가능. 주문진항 25분 거리. 화장실·샤워실·개수대 시설 좋음.오대산국립공원 소금강 분소(033-661-4161)강원도치악산 금대리 야영장원주시 판부면에 위치. 텐트 60동, 차량 60대 수용 규모. 남대봉까지 왕복 5시간30분 산행 코스 있음. 금대계곡에서 물놀이 가능.치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033-763-5232)충북속리산 화양계곡 야영장괴산군 청천면에 위치. 텐트 40동 수용 규모. 야영장 곁에 화양구곡 위치.(043) 832-4347충남청포대 해수욕장태안군 남면 청포대 송림 속에 텐트 설치. 해산물을 살 수 있는 포구 가까이 있음. 여름철 성수기는 개수대 및 샤워시설 이용 편리. 비수기는 시설 이용 여부 확인 필요.태안군청 문화관광과(041-670-2544)전북덕유산국립공원 야영장무주군 설천면에 위치. 70대 주차가능. 사계절 이용 가능함. 7∼8월에는 전기시설 이용 가능. 편의시설 완비. 덕유산 산행과 무주리조트, 금강 래프팅 이용가능.덕유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063-322-3174)전북방화동 가족휴양촌장수군 장계면에 위치. 캠핑장이 넓고 주변 경관 뛰어남. 논개사당과 지지계곡, 동화댐 등이 볼거리.방화동가족휴양촌관리소(063-350-2562)전북지리산 달궁 야영장남원시 산내면에 위치. 텐트 250동 수용 규모. 단체 행사할 수 있는 원형공연장 있음. 뱀사골(5분)과 성삼재(20분) 지척에 위치. 폭우시 주의 필요.지리산북부관리사무소(063-625-8911)전남내장산 백양사 야영장장성군 북하면 백양사 입구에 위치. 텐트 70동 규모. 홍길동 생가·방장산휴양림·담양 대나무박물관과 소쇄원, 담양온천이 주변에 있음내장산국립공원남부사무소(061-392-7288)경북주왕산국립공원 상의 캠핑장청송군 부동면에 위치. 텐트 100동 수용 규모. 본래 오토캠핑장은 아니지만 비수기나 이용객이 많지 않을 경우 캠프 사이트까지 차를 가지고 갈 수 있음. 삼폭포 산행(왕복 3시간)을 비롯해 주변에 솔기온천 있음. 편의시설 양호.주왕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054-873-0014)
(최광수의 치카치카 치아건강)사랑니는 꼭 빼야 하나요?
  • (최광수의 치카치카 치아건강)사랑니는 꼭 빼야 하나요?
  • [이데일리 최광수 칼럼니스트] 사랑니는 입안 제일 뒤쪽에 있는 큰어금니입니다. 보통 ‘사랑을 알 만한 나이’인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나와서 영어로는 Wisdom tooth 라고도 하고 한자로는 智齒라고 합니다. 원시시대에 인류는 날고기나 가공되지 않은 질기고 단단한 음식을 그대로 씹어 먹어야 했으므로 턱뼈가 발달해 사랑니가 날 공간이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불을 발견하고 조리된 음식을 먹게 됨에 따라 턱뼈는 점점 작아지게 됐습니다.&nbsp;패스트 푸드나 무른 음식을 즐겨먹는 현대에 와서는 턱 주변의 근육도 작아지고 턱뼈도 작아져 사랑니가 날 공간이 부족해 대부분 똑바로 나오지 못하고 기울어져서 일부분만 노출되거나 아예 나오지도 못하고 턱뼈에 파묻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니는 모두 4개가 있지만 점점 퇴화하는 조직이므로 원래부터 하나도 없거나 1-3개만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본인의 사랑니를 확인해 보고 싶으면 거울을 보고 입을 크게 벌려 십자가 모양으로 위 아래 좌 우 사분할로 나눠보세요.&nbsp;앞니 2개 ,송곳니 1개, 작은어금니 2개, 큰어금니 2개가 있고 그 뒤에 또 다른 치아가 있다면 그것이 사랑니입니다. 사랑니가 똑바로 나와서 제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잇솔질이 잘 되는 경우에는 굳이 사랑니를 빼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사랑니는 잇솔질이 잘 되지 않는 위치에 있거나 기울어져&nbsp;정상적인 관리가 되지 않아 썩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빼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기울어져 나오거나 비정상적 위치에 있는 사랑니를 그냥 놔 둠으로써 생기는 문제점은 *사랑니 자체가 썩기 쉽습니다. *사랑니와 그 앞의 어금니 사이에 음식물이 잘 끼어서 입냄새의 원인이 됩니다. *잇솔질이 잘 되지 않으므로 잇몸이 붓고 침이나 음식물을 삼키기가 어렵게 됩니다. *앞쪽 치아들이 사랑니 때문에 비뚤어 질수 있습니다. *사랑니 앞에 있는 어금니를 파고 들면서 썩게 만들 수 있습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낭종, 종양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입을 다물때 사랑니가 다른 치아보다 먼저 닿아서 교합에 문제를 일으켜 턱관절이 안 좋아 질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랑니는 큰 기능은 못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므로 발치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기울어져 있거나 누워 있는 사랑니를 뽑는 과정은 똑바로 서 있는 다른 치아들을 뽑는 것처럼 그리 쉬운 과정은 아닙니다. 사랑니의 몸통 부분이 앞니에 걸려 있거나 잇몸에 의해 덮여 있는 경우에는 잇몸을 절개해야 하고 치아도 잘라서 조각으로 나눠 뽑아야 합니다. 그래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며칠동안 약간의 통증이 있을 수 있고 볼이 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치과의사의 지시하에 발치후 주의사항을 잘 지키고 얼음찜질을 충분히 해주면 붓는 것도 훨씬 덜하고 며칠만 지나면 통증도 거의 없어지고 한 달 정도면 사랑니가 빠진 공간도 거의 아물게 됩니다. 그러니 사랑니 주변의 잇몸이 자주 붓거나 썩어 있는 경우에는 뽑을 때 너무 아플까봐 걱정만 하면서 치과방문을 미루지&nbsp;말고 치과 방사선 촬영을 하고 검사를 받은 후 편안한 마음으로 뽑으세요. 최광수 원장(위드미 치과의원)
2006.07.27 I 최광수 기자
소녀들이 사라진 곳, 바람만이 홀로 세월을 여닫는다
  • [세계영화기행]소녀들이 사라진 곳, 바람만이 홀로 세월을 여닫는다
  • ▲ `행잉록의 소풍`에서 여학생들이 억압적인 교육을 받는 학교로 등장했던 마틴데일 홀. 여기서의 하룻밤은 어둠과 적막이 뼈에 스며드는 듯한 경험이다.[애들레이드(호주)=조선일보 제공] 소녀들이 사라졌다. 하늘과 땅 사이. 희박한 대기 속으로. 아무 흔적도 없이. 1900년 2월 14일의 오후. 행잉록이란 산에 소풍 갔던 길이었다. 호주의 아득한 산과 들판 그리고 고택(古宅). 그들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행잉록의 소풍’엔 마력 같은 게 있었다. 신비만 남겨두고 설명은 거세한 영화. 실종의 모티브가 그 영화의 전부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강력히 사로잡혔다. 다 보고 나니 꼭 촬영지에 가고 싶었다. 기회는 십수년 만에 찾아왔다. 호주를 생각하니 그 영화가 떠올랐다. 지도를 샅샅이 뒤졌다. 여러 차례 전화도 걸고 이메일도 썼다. 어서 신비의 공간에 발을 딛고 싶었다. 호주 남쪽 해안 도시 애들레이드. 공항에서 예약해둔 차에 올랐다. 첫 목적지는 마틴데일 홀. 애들레이드 북쪽 160㎞ 지점에 있었다. 잔뜩 흐렸다. 낮인데도 어두컴컴했다. 도시를 벗어나자 폭우까지 쏟아졌다. 거센 바람이 비를 포말로 갈아 날렸다. 뿌연 세상 속 구비구비 끝없이 이어진 길. 현실감이 사라졌다. 달릴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것 같았다. 차를 몰던 토니가 씩 웃었다. “으스스하죠?” 그렇긴 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이건 몽환적인 세계로 가는 여정이니까. 극중 학교로 나온 마틴데일 홀에 닿았다. 2층 석조 건물이 솟구치듯 나타났다. 반경 5㎞ 안에 인가라곤 없었다. 여학생들이 유폐되듯 기숙했던 곳. 여기서 교육은 억압의 동의어였다. 현관에 매달린 종을 흔들었다. 집 관리인 트레이시가 웃으며 맞았다. 대저택은 우아했다. 그리고 왠지 스산했다. 홀을 가로질러 정면의 계단을 올랐다. 하필 모두 열세 개.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인상적이었다. 2층에서 아래층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마틴데일 홀은 1880년에 건립됐다. 호기롭게 지은 사람은 스물한 살 청년.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직후였다. 그러나 왕자 같은 생활은 딱 10년이었다. 서른을 넘기자마자 사치로 파산했다. 흔히 서구의 고택들은 관람객만 받는다. 그러나 이곳은 운영방식이 독특했다. 옛 모습 그대로인 방에서 묵을 수 있었다. 객실은 모두 10개. 예약한 대로 ‘화이트룸’으로 갔다. 이 영화 첫 장면을 찍은 곳. 바로 극중 주인공 미란다의 방이었다. 높은 천장과 빛 바랜 벽지. 라디에이터 외엔 모두 낡은 고가구였다. 세월을 느끼는 감각은 후각이었다. 1층에 틀어놓은 음악이 갑자기 멈췄다. 어느새 비도 그쳤다. 열린 창문으로 긴 그림자가 넘어왔다. 천장에서 전등이 목 매듯 달려 흔들렸다. 늦은 오후였고 기이한 정적이었다. 아래에서 징이 울렸다. 적막 속 징소리는 원을 그리며 퍼졌다. 그리곤 벽에 부딪쳐 허물어졌다. 저녁이 준비됐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트레이시가 요리한 저녁을 먹었다. 부부인 수지와 스티븐 그리고 나. 손님은 딱 셋이었다. 부부는 자상한 얼굴로 말을 붙여왔다. 그러면서 그들끼리는 종종 쏘아붙였다. 영락없이 오래 산 부부의 모습이었다. 식사는 훌륭했다. 대화도 즐거웠다. 하지만 말은 가끔씩 끊어졌다. 그러면 침묵이 바로 목덜미를 눌렀다. 일을 마친 트레이시는 바깥 별채로 갔다. 스티븐 부부가 피곤하다며 일어섰다. 혼자 남아 커피를 마셨다. 잔에 담긴 그늘이 목구멍으로 흘러갔다. 넓은 실내엔 조명이 거의 없었다. 계단 위 작은 전등 하나가 고작이었다. 어둡지 않은 침묵은 감미롭다. 수다스런 어둠은 즐겁다. 허나 침묵과 손잡은 어둠은 전혀 달랐다. 그림자처럼 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내 발자국 소리가 허리를 타고 올라왔다. 복도에 걸린 초상화들이 눈을 굴렸다. 옥상으로 향하는 좁은 계단을 올랐다. 미란다의 친구 사라가 최후를 맞은 곳. 칠흑 속 계단 끝을 손으로 더듬었다. 차가운 자물쇠가 만져졌다. 사라는 함께 실종되지 못해 절망했다. 증발하지 못한 그녀는 추락을 택했다. 닫힌 세계 저 너머에서. 침실로 돌아와 누웠다. 낡은 나무 문은 닫히지 않았다. 대신 내내 삐걱대며 세월을 여닫았다. 날이 밝으면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아침 해가 다시 떠오르긴 할까. 잠들지 않고도 수십차례 꿈을 꿨다. 좁은 폐곡선 위에서 영원히 맴도는 느낌. 아래층 괘종시계가 무겁게 네 번 울렸다. ▲ 1.아래에서 올려다 본 행잉록은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위압적이었다. 2.낮에도 괴괴한 분위기가 감도는 마틴데일 홀. 3. `행잉록의 소풍` 에서 사라진 소녀들.멜버른을 벗어나 북쪽으로 달리길 한 시간. 우드엔드 근처에 행잉록이 있었다. 입구의 바위엔 작은 글귀가 새겨졌다. “미스터리를 체험하세요.” 호주에서 ‘행잉록의 소풍’은 고전이었다. 이 영화가 개봉된 것은 30여년 전. 허나 사람들은 여전히 행잉록을 찾았다. 매점에서 스콘(Scone)과 라임 주스를 챙겼다. 영화 사진을 곁들인 원작 소설도 샀다. 그렇게 ‘소풍’ 준비를 마쳤다. 행잉록은 사실 그리 높지 않았다. 해발 711m였으니까. 그러나 바위로만 이뤄져 위압적이었다. 이름대로 바위가 곳곳에 매달려 있었다. 온통 세상으로 쏟아질 듯 주저하며. 화산활동이 빚은 조면암이 산을 이뤘다. 암석들은 엉겨붙어 굴과 길을 만들었다. 바위 사이를 누비다 보면 곧 길을 잃었다. 주위가 금세 어두워졌다. 빛을 가리기엔 구름 한 점으로 충분하다. 정상에 우뚝 선 바위에 올랐다. 저 멀리 작은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적막은 비명(悲鳴)까지 삼킬 것 같았다. 극중 이곳을 찾은 청년의 외침을 삼켰듯. 그 모든 사건과 세상사의 비밀까지. 침묵은 거기서 가능한 단 하나 일이었다. 산 아래에선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정상엔 아무도 없었다. 날씨는 을씨년스럽고 바위는 차가웠다. 암석에 누우니 폐 대신 피부가 호흡했다. 산에선 촉각이 시각을 지배했다. 가끔 새가 날았다. 바람이 불면 작은 숲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러나 돌은 내내 침묵했다. 돌은 무심했다. 스콘을 먹고 주스를 마셨다. 책도 꺼내 이리저리 들췄다. 할 일은 금방 바닥났다. 소풍은 끝났다. 그렇지만 내려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모든 출구는 다른 곳의 입구이다. 우리는 꿈꾸는 것이 아니라 꿈꾸어진다. 증발의 유혹은 질겼다. 나누고 또 나눈 삶을 대기에 흩뜨리고 싶은. 먼저 사라진 소녀들 생각은 더 이상 없었다. 삶이라는 신비. 무(無)라는 신비. 무엇일까. 어딜까. 그저. 또. ‘행잉록의 소풍’(Picnic At Hanging Rock·1975)은… 많은 영화 마니아들이 전율로 기억하는 걸작이다. ‘트루먼 쇼’ ‘죽은 시인의 사회’로 유명한 호주 출신 피터 위어 감독은 서른한살 때 45만달러의 저예산으로 이 시대극을 신비롭고 우아하게 연출해 호주인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국민영화로 만들었다.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지만 내내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으스스한 긴장을 잃지 않는 개성 넘치는 스릴러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억압적 환경 속에서 신부 수업을 받아오던 여학생들이 모처럼 행잉록이란 곳으로 소풍을 간다. 떠날 때부터 이상한 조짐을 보였던 미란다를 비롯해 세 소녀가 흔적도 없이 실종되고 찾아나선 여교사까지 없어진다. 함께 소풍을 갔던 소녀들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서지만 도무지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여행수첩= ‘행잉록의 소풍’ 주요 촬영지는 극중 학교로 나온 마틴데일 홀과 행잉록 국립공원을 들 수 있다.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 외진 곳에 있는 마틴데일 홀에 가려면 사전에 인터넷 홈페이지(martindalehall.com)를 통해 미리 교통-숙박 정보를 파악하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126년된 이 우아한 대저택에서 숙박까지 하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마틴데일 홀에 가기 전 애들레이드와 캥거루 섬에서 2-3일 관광을 겸할 수 있다. 행잉록 국립공원은 멜버른에서 차로 1시간 걸리는 우드엔드 근처에 있다. 영화를 보고 찾아가면 독특한 풍광으로 극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교육과 문화의 도시 멜버른 구경을 마치면 절경의 해안길이 이어지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꼭 한 번 들러볼 만 하다.
(일상탈출)①여행을 떠나요..인도 `나마스떼`
  • (일상탈출)①여행을 떠나요..인도 `나마스떼`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TV광고에서는&nbsp;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합니다.&nbsp;그런데 마음대로 떠날 수 있는 샐러리맨이 얼마나 되겠습니까.&nbsp;탈출하고 싶은 마음 굴뚝이지만&nbsp;실상은 일상에서&nbsp;한발짝 떼기조차 여간 힘든&nbsp;게 아닙니다.&nbsp;물론 예외도 일부 있습니다. 경제부 권소현 기자는 떠나고 싶으면 일단 저지르고&nbsp;본답니다.&nbsp;얼마전에도 사고(?)를 쳤습니다.&nbsp;권기자의 이유있는 사고, `인도-네팔-티벳 여행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두고 보세요. 인도에서 돌아오면 아마 가부좌를 틀고 공중에 둥둥 떠다닐지도 몰라요" 왜 하필 인도냐는 질문에 농담으로 던진 말이지만, 무작정 인도로 떠나겠다고 마음먹은 데에는 어떤 환상 같은 게&nbsp;있었다. 해질녘 갠지스 강가에서 명상에 잠겨있는 늙은 사두, 경건하게 물에 꽃을 띄워보내며 기도를 하는 여인, 새벽 인디아 게이트 앞 메이단에서 요가를 하며 심신을 단련하는 요기...왠지 인도인들은 모두 철학자이고 인생을 초탈한 사람들일 것 같았다. 머릿속에는 오쇼 라즈니쉬, 스리 오로빈드, 푼자 바바와 같은 이름들이 떠다녔다. 시인 류시화씨처럼 훌륭한 스승을 만나 만트라(깨달음)를 전수받는 행운도 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문득 인생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를 풀 수 있는 답을 찾겠다며 델리행 비행기를 탔다. 그러나 인도는 결코 답을 주지 않았다. 인도 대륙을 헤집고 다니는 내내 "아~이건 아냐"를 중얼거렸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고통스러운 극기훈련에 가까웠다. ▲ 한낮의 푸쉬카르, 노점상인이 누더기 천으로 그늘을 만들어 낮잠을 자고 있다. 누가 훔쳐가든 말든..40도를 넘나드는 더위에 땀은 비오는듯 흘렀다. 어두운 색 옷이라도 입으면, 땀에 젖었다 마르면서 그 소금기로 하얀 무늬가 생길 정도였다. 경주라도 하듯 도로를 내달리는 구식 자동차와 오토릭샤는 끊임없이 경적을 울려대고 그 뒤로 남는 매케한 매연은 오감을 자극한다. 길거리 곳곳에는 쓰레기가 널려져 있고 아무도 치우지 않는다. 문도 없는 공중화장실 때문에 거리는 지린내로 진동하고 바닥에는 거리를 활보하는 소들이 이곳저곳에 소똥을 한바가지씩 싸놓는다. 멀쩡한 음식을 먹고도 배탈이 나 몇 일 설사로 고생하는 것은 다반사고 빈대와 벼룩떼의 습격으로 온몸을 벅벅 긁고 다녀야 했다. 체력은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 ▲ 푸쉬카르에서 아이를 안고 한참동안 팔찌를 고르던 여인인생을 초탈했을 것만 같은 인도인들도 생각과는 달랐다. 어쩌면 저리도 비참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밑바닥 인생들이 바글댔다.쓰레기통을 뒤져 음식 찌꺼기를 먹는 노인, 비쩍 마른 아이를 둘이나 길바닥에 눕혀 두고 구걸하던 앳된 여인, 비를 흠뻑 맞은채 잘린 팔과 다리를 끊임 없이 흔들면서 노래하던 남자, 생계를 위해 돈벌이에 나선 아이들...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려왔다. 그러다가도 이방인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 인도인들로 금새 짜증이 밀려온다. 호기심 많은 인도인들은 끊임없이 다가와 뭔가를 묻고, 뭔가를 요구했다. '나마스떼' 하면서 두손 모아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는게 인도식 인사법이라는데 공손은 커녕 껄렁이며 능글맞은 목소리로 귀 뒤에 대고 낮게 '나마스떼~' 하는 남자들 투성이다. 몇 번 사기를 당하고 가방을 도둑맞은 이후에는 어디서나 신경을 곤두세웠다. 기차에서건 버스에서건 가방을 꼭 부둥켜안고 주위의 모든 인도인을 경계했다.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는 커녕 어떻게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길까를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 때문에 뉴델리 공항을 이륙하는 비행기 안에서 어느 여행보다 깊은 안도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드디어 힘들었던, 많이 아팠던 여행이 끝나는구나. 그리고 3~4년 내에 다시 이 징그러운 인도를 찾지는 않을거라 다짐했다. 10년쯤 지나서 인도가 많이 바뀐다면 그때는 모르겠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돌아온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자꾸 인도가 머릿속을 맴돈다. `박시시`(보시)를 외치며 집요하게 따라다니던 코흘리개 아이들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거리에 나서면 금방이라도 릭샤왈라들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할로 마담, 릭샤?'하고 말을 걸것만 같다. 귀찮게 집적거리는 인도인이 아니라 아무데나 길게 누워서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는 여유있는 이들이 먼저 떠오른다. ▲ 올드델리 빠하르간지 어느 건물 문간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던 노인떠들썩하고 정신없는 볼리우드 영화 한편을 본 느낌이다. 인도인들처럼 영화에 몰입해 스크린 속의 배우와 함께 춤추고 노래하고, 또 같이 슬퍼하고 기뻐하다 보니 어느덧 영화는 끝났다. 영화관 밖으로 나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흔들어놓은 영화는 여전히 머리속에 남아 맴돌고 있다.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의 반응은 두가지다. 뭐에 홀린듯 인도를 또 찾거나, 아니면 학을 떼고 다시는 인도를 가지 않겠다는 극단의 반응. 그러나 인도를 또 찾는 사람들도 인도가 너무 좋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곳으로 끌어당기는 강력한 마력 같은 게 있다고 한다. 보면 볼수록, 느끼면 느낄 수록 빠져드는 나라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인도를 다녀간 많은 여행자들이 쏟아낸 책이 서점 한켠에 가득 쌓여있고 계속해서 인도를 찾는 이들이 이어지고 있다. 겨우 40일여일간의 여행으로 인도의 마력에 빠져든걸까.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과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일들이 일어나는 곳, 그래서 인도를 생각하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인도를 다시 찾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인도를 떠났지만 지금 당장 인도로 가라고 비행기표를 안겨준다면 군말 없이 짐을 싸서 갈 것이다. 이번엔 가이드북 없이 사진기도 놓고 가련다. 그래야 인도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날이 올거라 기대하며 오늘도 '인도! 나마스떼!'&nbsp;
2006.07.21 I 권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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