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5,715건
- `2015년 바이오산업 세계 7위권 육성`
- [이데일리 김기성기자] 정부과 재계가 세포치료제 및 맞춤의약 시대를 맞이해 한국의 바이오산업을 생산 오는 2015년 세계 7위권으로 육성한다는 야심찬 비전을 제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산업자원부는 14일 `제3차 바이오 이그제큐티브 포럼(Bio Executive Forum)`을 열고 "바이오산업을 포스트-IT시대의 국민경제 성장엔진으로 육성, 2015년 생산 6조원, 수출 25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산자부는 이같은 비전 달성를 위해 향후 10년간 매년 2000억원씩 총 2조원의 예산을 바이오산업 연구개발(R&D) 지원과 인프라 구축에 투자키로 했다. 또 산업화 가능 핵심기술 선점, 선진 수준의 인프라 구축,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바이오지원 제도의 정비를 통해 ▲미래 바이오시장 선점 ▲조기 수출 산업화 ▲개방형 성장 전략 추구 ▲최적 기업 환경의 조성 등 4대 정책 목표를 달성해 나가기로 했다. 조건호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포럼에서“급변하는 시대적 변화속에서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올바른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산자부와 전경련이 이같은 내용의 2015년 산업발전전략을 수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의 현황과 발전방향`이라는 주제 발표에 나선 서울대 강성근 교수는 “현재까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병의 유형, 성별, 연령에 무관한 환자 맞춤형의 줄기세포를 개발하고, 줄기세포 개발에 사용되는 난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2013년에는 신경계, 당뇨, 심장 간 등의 모든 세포에 대한 세포치료가 가능하고, 2015년께는 개인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의학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오 이그제큐티브 포럼` 좌장인 양흥준 LG생명과학 사장은 기조 연설을 통해 "국내 신약개발 프로젝트가 36개 기업, 출시 제품 11개를 포함해 품목이 115개에 이르고, 줄기세포와 임상시험 연구 등에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등 국내 바이오산업의 역량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 산업계의 영세성으로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으며 정부 R&D 투자 예산(2004년 6.5억달러)은 미국(300억달러 이상)의 2.2%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향후 바이오산업의 차세대 성장동력화를 위해서는 산업계는 R&D투자 확대를 통한 신약 파이프라인의 구축과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구조조정, 해외 전략적 제휴의 강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BT분야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신약 가격제한 등 신약개발 투자를 저해하는 환경을 시급히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제프리 오(Jeffrey Oh) 미국 `SMART Bioscience`사 대표는 바이오업계에서 퍼져있는 잘못된 인식을 비판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성공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유사의약품(Me-too drug)의 경우 위험이 적고 개발도 쉬우며, 바이오산업이 단지 IT산업의 연장선상에 있으고 슈퍼스타급의 과학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하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자금력의 한계는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고, 일부 슈퍼스타급 과학자보다는 R&D, 비즈니스, 기업공개, 마케팅, 법률상의 규제 등에 대한 기업 전략의 조화와 건전한 경영구조가 더욱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 유사의약품 개발로 실패의 위험을 줄이려다 기업 R&D가 `진부화`되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글로벌 제약기업(Big Pharma) 매출의 30%가 바이오텍(Biotech)기업으로부터 라이센스한 신약들로부터 이뤄질 정도로 전략적 제휴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강조했다. 또 성공적인 전략적 제휴를 위해서는 글로벌 제약기업이 관심을 가질 만한 혁신적인 연구개발과 함께 연구개발 단계상의 위험 비용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남성도 골다공증 공포?...사망률은 여성보다 더 높아
- [노컷뉴스 제공] 평소 건강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살아온 60세의 김모씨. 외출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가 내리다 넘어졌는데 이때 땅바닥에 부딪친 엉치뼈(대퇴부) 부위에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골다공증에 의한 대퇴부 골절이었다. "골다공증 여성 전용병 아니다" 평소 골다공증은 여성들에게나 있는 것으로 알았던 김씨는 자신의 병명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을지대학병원 내분비내과 이성규 교수의 도움말로 남성 골다공증에 대해 알아본다.흔히 뼈에 구멍이 생긴다는 ‘골다공증’은 주로 여성들에게만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일반적인 사실과는 달리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 압박골절 환자의 10%, 대퇴부 골절환자의 30%가 남성이다.또 이같은 남성 골다공증의 빈도는 증가 추세이고 특히 골절에 의한 사망률과 골절 후의 신체장애 비율 등은 여성에 비해 남성이 오히려 높다. 남성 골다공증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 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을지대학병원 내분비내과 이성규 교수 ⓒ2005 HelloDD.com 30대 중반부터 골량 감소 시작우리의 뼈는 태어날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끊임없이 골 흡수와 골 생성을 반복하는 역동적인 조직이다. 약 20~30세까지는 골 흡수보다 골 생성이 많아 골량이 증가하여 골량을 최대로 획득하게 되지만 대략 30대 중반 이후부터는 골 생성보다는 골 흡수가 많아져 남녀 모두에서 골량이 감소되기 시작한다. 여성의 경우는 폐경이 되면서 골 흡수 속도가 증가하여, 급속히 골량이 감소된다. 반면에 남성의 경우는 여성보다 최대 골량이 높을 뿐만 아니라, 최대 골량 획득도 더 늦게까지 일어난다. 또한 여성들이 폐경 후 겪게 되는 급격한 골 소실도 없어, 골다공증이 여성보다는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남성 골다공증의 원인은 여성처럼 폐경과 이에 따른 호르몬의 부족에서 비롯된 1차적인 원인이기보다는 지나친 흡연, 음주, 다이어트, 운동부족 등의 잘못된 생활습관, 성선기능저하증, 류마티스 관절염, 만성염증성 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 갑상샘과 부갑상샘의 질환, 당뇨병, 골수를 침범하는 혈액질환, 소화기 질환에 의한 흡수장애, 스테로이드호르몬이나 제산제와 같은 약물남용 등의 2차적인 원인에 의한 것과 원인불명인 것이 대부분이다. 을지대학병원 내분비내과 이성규 교수는 “남성 골다공증은 2차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골밀도 측정에 의한 골다공증의 존재여부 뿐만 아니라 2차성 원인이 될 수 있는 질환을 문진과 진찰, 정확한 검사를 통하여 찾아내어 이를 치료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남성 골다공증치료에 대한 만족할 만한 연구는 아직 없어남성 골다공증의 치료에 대한 연구는 여성 골다공증의 치료에 대한 연구와 비교했을 때 만족할 만한 연구는 아직 없다. 때문에 현재 남성 골다공증의 치료는 여성 골다공증 치료를 위해 개발된 약제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 ‘칼시토닌’, ‘부갑상샘호르몬’ 등을 남성에게서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는 골다공증에 의한 키의 감소를 방지하고, 대퇴부와 척추의 골밀도를 개선시키며 새로운 골절을 예방할 수 있는 약제로 알려져 있다.또 성장호르몬이나 부갑상샘호르몬 제제는 뼈를 만드는 세포를 자극하여 골밀도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이 가운데 성장호르몬은 치료 12개월 정도면 골밀도를 높이고, 관절과 골절 부위의 근육을 늘리는 장점도 있다.골다공증 환자, 평소 뒤로 걷는 운동은 금물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세가 기울어져 있으면, 뼈가 한 쪽으로만 압력을 받게 되어, 쉽게 손상되고, 통증까지도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자세는 가슴과 어깨와 허리를 꼿꼿이 편 상태를 항상 유지하고,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는 의자 뒤에 엉덩이를 바싹 붙인 자세다. 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운동으로는 중력을 받는 체중부하 운동인 등산, 걷기, 조깅, 춤, 에어로빅 등이다. 특히 걷기 운동이 좋은데 그 강도는 땀이 내의에 배어 나오고 숨이 약간 차며 근육에 약간의 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로 일주일에 3~4회, 하루 20~30분 정도가 좋으며 운동은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하는 것이 좋다. 햇볕은 피부에서 비타민 D를 만들어 내어 칼슘 생성과 흡수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간혹 걷기 운동시 뒤로 걷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금기사항이다. 뒤로 걸을 경우 시야 확보에 문제가 생기게 때문에 넘어지게 되면 곧바로 골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요통이 있는 경우에는 윗몸 일으키기, 무거운 것 들기, 급격하게 몸을 숙이는 것 등의 운동은 금해야 하며, 평소 무릎 관절통이 있는 경우는 무릎을 꿇는 자세의 걸레질이나, 경사가 심한 곳을 오르거나, 갑자기 앉았다가 일어나는 등의 행동을 피해야 한다. 남성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는 운동과 더불어 적절한 양의 칼슘(30세~50세까지는 하루 1,000mg, 그 이후에는 1,200mg)과 비타민 D(하루 400~800 단위)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성인의 평균 칼슘 섭취량은 하루 약 500mg 전후이므로, 칼슘 약제로는 약 500~700mg 정도만 보충하면 된다. 또한 올바른 식습관도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이 교수는 “적절한 체중은 체중 부하 효과 등으로 뼈에 좋은 영향을 미치므로 골다공증의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칼슘 섭취만 너무 고집하지 말고, 적절한 양의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술과 오랜 흡연은 뼈를 만드는 세포인 조골세포의 증식과 기능을 억제하며, 뼈를 갉아먹는 파골세포의 활동을 증가시켜 뼈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흡연과 과음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 (윤영환의 크레딧스토리)금융위기와 잘못된 게임의 법칙
- [edaily] 3년 만기 BBB등급 회사채 발행금리가 4% 초반에 이르렀다. 봇물을 이루고 있는 신용등급 상승러시에 취해 발행기업의 생뚱맞은 신용등급 상승 전망까지도 모두 금리에 미리 반영하는 그런 상황이다. 요즘 시장의 무보증채 금리는 은행의 담보대출금리를 하회한다. 절대로 자연스러울 수 없는 현상이다. 흡사 야구장에서 핸드볼 점수를 보는 기분이다.
투수가 줄줄이 홈런을 얻어맞아 두 자리 수의 점수대가 매일 기록된다고 해보자. 처음에는 좀 재미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더 이상 야구경기가 아니다. 그냥 내버려두면 선수들은 의욕을 잃고, 관중들은 더 이상 야구장을 찾지 않을 것이다. 살아 남으려면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 경기장이 문제라면 외야 담장과 마운드를 높여야 하고, 규칙이 문제라면 방망이의 규격을 규제하고 스트라이크 존을 확대해야 한다.
◇ 카드위기의 반면교사
모든 금융위기의 뒤에는 잘못된 게임의 규칙이 있다. 가장 가까운 카드위기만 해도 규칙의 오류를 적어도 열 가지는 열거할 수 있겠다. 그 중에 요즘 상황에서 반면교사가 될만한 것 한 가지만 거론해보자.
바로 머니마켓펀드(MMF)다. 카드위기 이전부터 MMF는 말이 많은 상품이었다. 몇 번이나 위태위태한 고비가 있었지만 제도 개선은 매번 미봉책에 그쳤다. 현실적인 이해관계 때문이다. 명백한 불찰이 확인되지 않는 상태에서 기득권을 가진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안기는 제도변경은 어렵다. 금융위기나 사고가 금융시장 발전의 계기가 되는 이유다.
흔히 카드위기 원인을 카드사의 방만한 경영과 SK글로벌 충격으로 설명하지만 중요한 연결고리가 하나 더 있다. 금융시장 측면에서 보면 카드위기를 촉발한 것은 MMF의 붕괴였다. 카드회사의 방만한 경영은 이미 02년 4분기부터 수습단계에 접어들고 있었고, 03년 초에는 연착륙(soft landing)에 대한 기대로 사상 최저수준의 발행금리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그랬던 것이 불과 한 달 만에 SK글로벌이라는 신용사건에 MMF가 무너지면서 채권환매 ‘쓰나미’를 만난 것이다.
만일 MMF가 ‘냄비’가 아니라 ‘강화된 시스템’이었다면 상황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실제로 장부가 펀드인MMF와는 달리 시가형 펀드는 카드채 환매열풍으로부터 어느 정도 비켜있었다. 조금 양보해서 만일 MMF가 카드위기 직전에 그처럼 급성장하지만 않았더라도 03년 카드위기의 역사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먼저 완만한 성장추세를 유지하던 MMF가 02년 4분기 급성장세로 돌아선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02년 여름까지만 해도 투신사들은 운용할 채권을 구하지 못해 MMF가입을 거절하는 상황이었다. 갑자기 시장에 채권이 쏟아졌다. 카드채권(CP 포함)이었다. 나중에야 밝혀진 것이지만 은행의 카드채권이 채권시장으로 대거 옮겨 온 것이었다.
당국은 02년 하반기에 두 차례에 걸쳐 동일인여신한도 기준을 강화한다. 카드회사에 대한 은행의 과도한 위험노출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MMF제도개선은 방치하고 은행의 자산 건전화에만 무게를 둠으로써, 오히려 당국이 MMF의 이상비대화를 조장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당국은 카드위기 이후에야 뒤늦게 MMF제도정비에 나선다. 03년 10월 MMF제도개선을 통해 신용등급 기준을 높이고 동일인 자산 편입기준을 강화한다. 사실상 신용위기로부터 상당부분 단절되었다는 판단이다. 만일 이를 02년에만 시행했더라도 02년 4분기의 MMF 이상비대화는 상당부분 제어되었을 것이다.
금융은 사실 돈의 흐름과 제도적 틀(관습 포함), 그리고 이에 대한 지식이 전부다. 시중자금의 흐름에 따라 가격이 만들어진다. 시장의 가격기능이 어떤 이유로 정상 작동하지 않을 때 비극은 시작된다. 비극을 막고 싶다면 시장의 가격기능을 방해하는 제도적 취약성부터 손 보아야 한다.
카드위기 직전 은행에서 직접금융시장으로 카드채권이 대거 이동하면서 채권시장에 카드채는 차고 넘쳤다. 그런데 카드채의 시장가격은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블랙박스 CP와 블랙홀 MMF의 마술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시장은 과연 어떤 마술에 걸려있을까?
◇ 리테일 시장 개척시대
03년의 카드위기와 04년의 ‘국지적 신용경색’ 와중에 리테일의 회사채 수요기반이 크게 확대되었다. 실증 자료는 없으나 회사채 유통상황을 감안해서, 리테일 시장규모는 대략 10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회사채시장 전체로 보면 10% 남짓의 수준이지만, 특정 등급에서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좌우하는 엄청난 규모다. 03년만 해도 한두 개 증권사가 이 시장을 경영했지만 이제는 증권사의 태반이 리테일 시장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용상황이 안정되고 회사채 시장이 확실히 공급자 우위구조로 돌아서면서 리테일 채권의 성격도 변하고 있다. 한동안 건설관련 PF 등이 공백을 채웠고, 이제는 산업은행 등의 울타리에서나 관리되던 ‘부담스러운 채권’으로까지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간단히 평가하기는 어렵다. 회사채 수요기반의 확대, 더욱이 고위험고수익 시장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분명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리테일 시장의 대략 8할 정도가 신용위험 관리체제도 미흡하고 충격 흡수도 어려운 소형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지금 리테일 시장의 풍경은 금리수준을 맞추기 위해 기꺼이 추가적인 신용위험을 감수하는 인상이다. 지금 이대로 방치하면 머지 않아 크지도 않은 신용사건에 산산이 무너지면서 위기의 발화점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어쩐지 카드위기 직전의 MMF를 다시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시스템 비효율과 도덕적 해이는 무디스(Moody’s)가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설명하는 두 가지 요소다. 그런데 최근의 우리시장에서는 바로 이것들이 리테일 시장을 키운 성장동력이 되었다.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것은 역사의 발전 법칙이다. 하지만 시장의 실패에 따른 반사적 성과에 머물면 곧 승자의 재앙에 빠진다. 성공의 착근을 위해서는 새로운 질서를 세워야 한다.
바로 지금이 기회와 위기의 갈림길이라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정책의 역할이 긴요하다. 시급히 적절한 감독 및 규제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제대로 실태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실태파악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문제의식도 감지하기 어려운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 회사채 발행절차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최근의 회사채시장이 극단적인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수요확대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설비투자 부진과 투자재원의 내부조달 확대에 원인을 돌린다. 하지만 원인은 그것 만이 아니다. 공급기반의 확대, 다시 말해 새로운 발행자의 참여가 부진하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면 기존의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었다면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그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회사채시장에 새로이 진입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회사채시장은 신참자에게 그다지 녹녹하지 않다.
이때 크게 힘이 되는 것이 바로 주간사의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회사채시장에 ‘주간사는 없다’. 물론 명목상의 주간사는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대표 인수기관일 뿐이다. 인수관련업무 이외에는 사실상 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연히 주식발행이나 해외채권발행과 달리 주간사 수수료도 전혀 없다.
주간사는 발행업체에 적절한 상품을 소개하고 재무정책을 자문하며, 투자자를 위한 신용분석 업무를 수행하고, 발행과정에서 자금조달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 가격을 조성하고 인수단을 구성한다. 우리 회사채 발행절차에서는 앞쪽의 가치 향상단계는 없고, 그저 주어진 신용등급에 따른 거래만 있을 뿐이다. 농수산시장의 경매 시스템도 이보다는 체계적이다.
과거의 보증채 시장에나 적합했던 약식 발행절차지만 이를 고수하려는 목소리도 있다. 발행기업의 부담확대를 우려하는 것이다. 2주짜리 약식절차가 8주로 길어져서, 기업실사가 실제화되고 기업설명회가 의무화되면서, 주간사가 심부름꾼에서 훈수꾼으로 바뀌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발행기업의 가장 큰 비용은 금융시장의 불신과 변동성이다. 발행절차의 정상화에 따른 신뢰 제고와 변동성 완화는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규 참여자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 예전 회사채시장을 블루오션으로 지켜낸 주인공은 정책부문(policy bank)의 적극적 개입이었다. 2000년 회사채시장 활성화 조치의 근간이다. 그러나 이는 영양부족 상태에서나 적합한 정책이다. 지금의 회사채시장은 영양과잉으로 성인병 징후를 보이고 있다. 지금 단계에서 블루오션으로 가는 항로의 희망봉은 발행절차의 정상화다. 또한 그것이 투자은행업무의 활성화를 여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당국은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채권 발행절차 단순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같은 방향에서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회사채시장 활성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우량중소기업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충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당뇨환자에게는 설탕물을 먹이기 보다 조금은 힘들더라도 운동을 시키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정책이 아니던가?
◇ 위기 전야의 기시감(Déjà vu)을 넘어서
회사채시장 상황이 03년 초와 너무 흡사하다. 금리가 그렇고 ‘부담스러운 채권’의 이동이 그렇다. 그러나 위기의 방아쇠(trigger)보다는 시장의 비정상적인 긴장(unusual strains)에 더 큰 관심을 두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위기의 재림을 설파하며 호들갑부터 떨 필요는 없다. 우리경제의 성장단계를 감안하면 회사채시장의 미래는 여전히 밝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세 성장의 과정에서도 조심해야 할 국면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눈 앞의 홈런 퍼레이드에 너무 취하지 말고, 더욱 경계하며 새로운 질서 구축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윤영환/굿모닝신한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위원/Credit analy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