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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섣부른 보조금은 지방소멸에 역효과…특화산업 키워 자생력 길러줘야"[ESF2024]
- [이데일리 최연두 김형욱 기자]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현금성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지원이 아닌, 규제 완화를 통해 지역사회가 특화 산업을 더 잘 키울 수 있도록 자생력을 길러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하타 다츠오 아시아성장연구소(AGI) 이사장하타 다츠오 일본 아시아성장연구소(AGI) 이사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경제적 관점에서 시장 실패가 일어나지 않는 한 정부가 불필요하게 나서서 개입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와의 정책 공유를 통해 상호 성장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AGI를 설립한 그는 오는 6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참석, 지방소멸 해법을 주제로 발표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내 민간 정책 연구기관인 정책평가연구원(PERI)과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한·일 정책 연구 교류를 본격화하고 있다.◇“규제 완화로 지역경제 살릴 수 있어”지방소멸에 대응해 현금성 재정을 투입하는 대신 지역 특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건 일본의 경험에서 나온 그의 경험적 주장이다. 일본은 이미 2006년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를 마주했고, 이는 곧 지방소멸로 이어졌다. 일할 청년들이 사라지고 그나마 남은 이들 모두 도심으로 이동하자 아키타현, 시마네현, 고치현 등 무수한 지역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일본 정부는 지역발전을 위해 수조엔(수십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여전히 지방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방소멸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타 이사장은 특히 일본 정부가 현재도 지역 발전을 위해 운용 중인 지방창생추진교부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 효과가 미미한데다 엉뚱한 데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교부금은 지역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출되고 있다”면서 “낭비적인 지출의 전형적인 예”라고 지적했다.하타 다츠오 AGI 이사장이 지난 9일 이데일리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그는 대신 아베 신조 정부(2012~2020년) 때 시작한 규제 개혁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바람직한 정책 사례로 꼽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3년 ‘아베노믹스 전략특구’를 제안, 일본 현지 10여개 지역을 국가전략특구로 지정해 기업 투자를 가로막아 온 각종 규제를 풀었다. 이를 통해 농업, 관광, 의료 등 지역별 산업 경쟁력을 높였다는 게 하타 이사장의 설명이다.이는 역시 지방소멸에 직면한 한국에 시사하는 점이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해 2000년대 초부터 지역상생발전기금,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등 여러 기금을 운영해 왔지만, 그 실효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이 많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기업과 지자체가 손잡고 규제 해소를 통해 지역 투자를 활성화하는 기회발전특구 조성을 시작했지만 이제 시작 단계다.그는 “이러한 실험적 규제 완화는 지역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당시 농업특구로 지정된 효고현 야부시의 사례를 공유했다. 일본은 농업이 핵심 산업인 일부 지역들에서 농업법인 설립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는 외부 기업과의 경쟁을 원치 않았던 일본 각지의 농부들이 배수진을 친 결과다. 야부시가 해당 대표 지역 중 하나다. 과거에는 야부시에 농업법인을 세우려면 기업 출자한도 규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규제 특구로 선정된 야부시가 직접 나서 농업법인 설립의 장벽을 낮추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기업의 투자한도를 자본금 총액 기존 ‘50% 미만’으로 끌어올렸다. 또 농사 짓는 사람 한 명을 임원으로 두면 법인 설립이 가능해졌다. 여러 농업법인이 생겼을 뿐 아니라 외부에서 청년층도 대거 유입됐다. 2020년 기준 야부시에서 운영되는 농업 경영체(농업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개인이나 법인)는 총 800개나 된다.◇ “기업들의 정년 연장, 강요 말아야”하타 이사장은 인구 소멸 대응 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 우려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도 정부의 직접 개입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사람들이 더 오래 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법적 정년을 연장하는 건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지적이다.그는 “일본에선 기업이 근로자를 정년까지 해고할 수 없는 종신고용제도가 잘 지켜지고 있지만 이 제도가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방해하고 더 나은 인재를 고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며 “여기서 정년을 더 연장한다면 기업이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까지 더 오래 일하도록 만들어 신규 채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일본은 1994년 60세를 법적 정년으로 정하고 기업의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초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이를 늘리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법적 정년 연장보다는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편이 효율적이리란 게 하타 이사장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일본 기업의 정년은 60세가 대부분(66.4%)이지만, 기업이 자체적으로 65세까지 늘린 곳도 23.5%에 이르며 그 비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하타 이사장은 “정부가 법적 정년을 정해 민간기업에 맞출 것은 강요해서는 안된다”며 “정년은 각 기업이 스스로 결정하고 정부는 각 기업이 스스로 정한 운영 방침을 잘 지키는지 점검하고 확인하는 역할에 그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는 더 나아가 기업이 자율적으로 근로자를 좀 더 자유롭게 해고하고 채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타 이사장은 “능력이 부족한 임직원을 쉽게 해고할 수 없는 현 제도 아래에선 기업들은 젊은 층 채용을 늘리려 할 뿐 퇴직자 채용은 꺼릴 것”이라며 “제도를 뜯어고쳐 무능한 퇴직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된다면 기꺼이 퇴직자를 다시 뽑을 수 있는 유인이 된다”고 말했다. ◇ 하타 이사장은일본 오사카대와 국립정책대학원에서 명예 교수로 재직 중인 재정 전문가. 1965년 일본 국제기독교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미 존스 홉킨스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정부 조세 위원회 전문가 위원을 비롯, 주택·토지 위원장, 전기가스 감시위원회 창립 의장 등을 거쳤으며 일본 경제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 큰손 연기금, 삼전·하이닉스 팔고 장바구니 담은 종목은
-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국내 증시 큰 손인 연기금이 이달 들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거 매도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선보인 상황에서도 연기금이 ‘팔자’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이들이 차익 실현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에 SK하이닉스의 주가가 20만원을 돌파하는 등 수혜가 이어지자, 엔비디아를 통한 상승 모멘텀이 어느 정도 일단락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또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연기금의 ‘팔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연기금이 반도체 대장주 대신 담고 있는 종목에 관심이 쏠린다. 연기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운 자리에 앞으로 업황이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조선, 스마트폰 부품주 등을 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엔비디아 모멘텀 소멸…반도체株 덜어낸 연기금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5월2~24일) 연기금은 국내 증시에서 1조 711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기금의 매도가 집중된 종목은 반도체주다. 연기금의 순매도 1위와 2위는 각각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로 집계됐다. 순매도 금액은 삼성전자가 4980억원, SK하이닉스가 861억원이다. 이미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에 대한 기대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연기금의 차익 실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후 연기금의 매도 폭이 커지며 시장에서는 당분간 이들의 상승을 기대할 재료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매도 규모를 더 키웠다.◇반도체 덜고 업황 개선주 담는다…조선·애플 부품주 ‘쏙’연기금은 반도체주를 매도한 자리에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을 대거 매수해 채웠다. 연기금의 이달 순매수 1위는 선박 수리 및 사후관리 전문 업체인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으로 나타났다. 순매수 금액은 1725억원에 이른다. 순매수 2위도 조선주인 HD현대중공업(329180)으로, 총 625억원을 담았다.. 증권가에서는 연기금이 조선주 매수에 주력하는 배경으로 조선업황 개선을 손꼽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 잔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신조선가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조선주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어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주잔고 증가 사이클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으며, 신조선가 상승을 감안하면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잔고는 질적으로도 개선되고 있다”며 “국내 조선사들은 약 3년 정도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기금의 순매수 3위 종목은 에이피알(278470)로 집계됐다. 연기금은 에이피알을 545억원 순매수했다. 에이피알은 미용기기와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K뷰티 인기에 힘입어 해외 수출 증가 전망이 밝아 순매수 상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순매수 4위는 LG이노텍(011070)이다. 순매수 금액은 495억원 규모다. LG이노텍은 애플의 아이폰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로, 애플이 하반기 첫 인공지능(AI) 아이폰을 출시하면 수혜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되며 연기금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 5위는 한화솔루션(009830)으로, 402억원 담았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업체로 미국의 대(對)중국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전망 역시 연기금의 투심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 태양광 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점도 한화솔루션에는 긍정적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이 먼저 나서서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실제 움직임이 포착되면 현재 공격적인 가격 경쟁과 과잉 재고로 고전하는 태양광 업황의 방향성이 의미 있게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억’ 소리 나는 PGA 투어…한 대회당 최대 2000만원 지출[스포츠&머니]
-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AP/뉴시스)[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프로 골퍼들은 독립적인 기업체다. 이동·숙박 등 경비를 개인의 상금, 계약금 등으로 지출해야 한다.미국 골프 전문매체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한 선수는 항공편에 평균 800 달러(약 109만원), 숙박비에 3200 달러(약 438만원), 캐디 주급으로 1만 달러(약 1368만원)를 지불한다. PGA 투어 선수들은 기본 캐디 주급 2000 달러(약 274만원) 외에 우승하면 상금의 10%를 보너스로 지급하고 상위 10위 내에 들면 9%, 컷을 통과하면 8%를 제공한다.스윙 코치와 트레이너도 늘 동행한다. 이들의 주급도 2000 달러(약 274만원)씩이다.선수들은 세금도 내야 한다. 미국에서 연방 소득세 최고 세율은 37%나 된다. 대회가 열리는 주에서는 7%의 세율이 더 붙는다. 영국이나 호주는 세율이 훨씬 더 높다. 대부분의 투어 선수들이 소득세 0%인 플로리다, 네바다, 텍사스주에 사는 이유다.식비는 200 달러(약 27만원)다. 연회비 100 달러(약 14만원)와 입회비 100 달러(약 14만원), 라커룸 이용료 50 달러(약 7만원) 등은 별도다.골프다이제스트는 소득세까지 모두 포함하면 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선수들은 일주일에 6만200 달러(약 8235만원)를 지출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리고 있는 PGA 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서 30위 안에 들어야 본전을 뽑는 수준이다.소득세를 제외해도 일주일에 1만6000 달러(약 2189만원) 가량이 지갑에서 빠져나간다. PGA 투어 선수들 사이에서 “상금을 많이 벌어도 절반은 세금으로 빠져나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다행인 건 PGA 투어에서 활동하면 차량을 매주 무료로 지원받는다는 것이다.1년에 30개 대회에 출전한다고 치면 소득세를 제외하고도 6억원의 경비가 든다. 세금을 포함하면 지출 비용은 더더욱 늘어난다. PGA 투어 상금 규모가 워낙 커졌지만 이 경비가 부담되는 선수들도 있다. 골프다이제스트는 “PGA 투어 선수들이 40대에도 열심히 투어 생활을 하는 이유는 투어 생활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정상급 A 선수는 한 대회당 5000 달러(약 660만원) 정도를 지출한다. 선수 본인과 캐디, 가족 한 명의 항공, 렌트카, 숙박, 식사 등을 모두 포함한 금액이다. 개인 매니저, 트레이너, 물리 치료사, 코치 등의 인건비와 이동 거리, 지역에 따른 숙박, 항공료를 모두 더하면 1년에 3억원 정도 경비를 쓴다. 국내 투어 선수들도 투어 생활을 하면서 1년에 1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 한승수, 빗속 혈투 끝에 KPGA 통산 3승..KB금융 챔피언십 'V샷'
- 한승수가 26일 경기 이천시 블랙스톤 골프클럽에서 열린 KPGA 투어 KB금융 리브 챔피언십 마지막 날 4라운드 1번홀에서 힘차게 티샷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여주(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재미교포 한승수(38·하나금융그룹)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KB금융 리브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에서 우중혈투 끝에 극적으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한승수는 26일 경기 이천시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에 보기 3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정상에 올랐다. 시즌 첫 승이자 지난해 6월 코오롱 한국오픈에 이어 11개월 만에 KPGA 투어 통산 3승째다.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주한 한승수는 아마추어 시절엔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이상 미국)이 세운 시즌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던 유망주였다. 2002년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가 주관하는 5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우즈와 미켈슨이 세웠던 시즌 4승을 뛰어넘었다. 2009년 프로로 전향한 그는 PGA 투어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하면서 중국 그리고 아시안투어에서 투어 활동을 이어갔고, 2014년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로 진출했다. 화려했던 아마추어 시절과 달리 프로에서 크게 두각을 내지 못했다. 이후 2015년 KPGA 투어로 활동 영역을 옮기며 한국과 일본 그리고 아시안투어를 병행했다.오랜 프로 생활에도 불구하고 우승이 없었던 한승수는 2017년 JGTO 카시오월드 오픈에서 기다렸던 첫 승을 신고했다. KPGA 투어에선 2020년 LG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거뒀고 지난해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으로 5억원의 상금과 메이저 대회 디오픈 출전권을 모두 받았다.이번 우승도 순탄치는 않았다. 3라운드에서만 5언더파 67타를 때려내며 2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일 경기에 나선 한승수는 11번홀까지 2타를 잃어 선두를 내주기도 했다. 이후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면서 분위기를 다시 바꿨다. 1타 차 선두로 앞서 나간 한승수는 이어진 15번(파5) 그리고 16번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챙겨 다시 2타 차 선두로 여유를 되찾았다.이번 대회에선 재미있는 기록도 나왔다. 그동안 5회 연속 역전 우승자가 탄생했던 이 대회 전통이 한승수 우승으로 깨졌다. 2018년 처음 열려 올해 6회째 맞는 KB금융 리브 챔피언십에선 역대 우승자가 모두 마지막 날 역전으로 트로피를 가져갔다. 2018년 1회 대회에선 맹동섭이 1타 차 역전 우승해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2019년 서형석이 3타 차 뒤집기 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고 2021년 대회에선 문경준이 1타 차 역전 우승, 2022년 양지호 그리고 지난해 김동민도 모두 역전으로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린 한승수는 마지막까지 1위 자리를 지키면서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또 올해 열린 KPGA 투어 7개 대회에선 모두 새로운 얼굴이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록도 만들어졌다. 개막전 윤상필(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을 시작으로 고군택(KPGA 파운더스컵), 임성재(우리금융 챔피언십), 김홍택(GS칼텍스 매경오픈), 김찬우(KPGA 클래식), 최경주(SK텔레콤 오픈)에 이어 한승수가 7번째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한승수 쪽으로 우승의 추가 기울기 시작한 뒤로는 순위 경쟁이 대혼전을 보였다. 오후 2시30분께부터 비가 내리면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경기를 치르면서 샷 실수를 연발하는 선수가 속출했다. 경기 중에는 일부 홀의 그린에 물이 차 경기위원들이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는 진풍경도 연출됐다.공동 2위였던 김민규는 18번홀(파5)에서 티샷을 OB 구역을 날리면서 보기를 해 이태희와 함께 공동 3위(8언더파 280타)에 만족했고, 공동 5위를 지켜온 방두환은 마지막 홀에서 티샷을 두 차례나 실수한 끝에 쿼드러플 보기를 적어내 공동 17위(3언더파 285타)까지 추락했다. 김연섭은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2위(10언더파 278타)를 지켰다.
- ‘153전 154기’ 배소현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우승 트로피를”(종합)
- 배소현이 26일 열린 KLPGA 투어 E1 채리티오픈에서 우승한 뒤 동료들로부터 꽃잎 세례를 받고 있다.(사진=KLPGA 제공)[여주(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이 트로피를 바치고 싶다.”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154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배소현(31)의 소감이다.배소현은 26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E1 채리티오픈(총상금 9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이븐파를 쳐, 최종 합계 9언더파 207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박도영(28)을 3타 차로 따돌린 배소현은 정규투어 154번째 출전 대회에서 생애 첫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우승 상금은 1억 6200만 원이다.골프 관계자들은 배소현을 두고 입을 모아 ‘악바리 근성이 강하다’고 이야기한다. 한 관계자는 “배소현은 원래 허리가 좋지 않아 허리 근육 강화를 위해 코어 운동을 해야 했다. 웬만한 선수들도 기피할 만큼 힘든 운동인데 배소현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을 정도”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6년간 2부 투어서 눈물 젖은 빵…‘악바리 근성’으로 버텨1993년생인 배소현의 선수 생활은 순탄치가 않았다. 2011년 프로로 전향했지만 1부 투어인 KLPGA 투어에는 2017년에야 입성했다. 그 사이 그는 2, 3부를 오가며 눈물 젖은 빵을 먹었다. KLPGA 투어 데뷔 동기인 박민지(1998년생), 장은수(1997년생), 김수지(1996년생)는 배소현보다 한참 어렸다. 그 정도로 배소현의 데뷔는 늦은 편이었다.KLPGA 투어에서도 험난한 생활은 이어졌다. 첫 2년간은 49개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한 채 시드를 잃었고 결국 2019년 드림투어로 돌아가야 했다. 절치부심한 배소현은 2020년 정규투어에 복귀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상금랭킹 40위-29위-35위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적을 냈다. 8년 차인 올해 고대하던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이날 경기는 마치 배소현의 골프 인생을 축소해 놓은 듯했다. 초반에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배소현은 전반에 2타를 잃으며 11번홀(파4)까지 칩인 이글을 포함해 6타를 줄인 박도영에게 선두를 내줬다.배소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박도영이 13번홀(파4)부터 16번홀(파3)까지 4홀 연속 보기를 기록하며 급격히 흔들렸다. 그 사이 배소현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배소현은 거센 비가 쏟아지던 16번홀(파3)에서 6.4m 버디를 잡은 뒤 17번홀(파4)에서 10.7m 버디 퍼트를 떨어뜨리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배소현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다. 배소현의 아버지 배원용 씨는 골프 국가대표 코치 출신으로, 배소현이 정규투어에 올라온 뒤 2년 동안 캐디백을 메고 함께 투어 생활을 했다. 이후 투병하다가 2019년 10월 세상을 떠났다.그는 “아빠에게 골프를 처음 배웠다. 2부 투어를 뛰면서 저도 저를 믿지 못하는 순간이 많았는데 아빠는 늘 저를 믿어주셨다”며 “그런 아빠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직접 하지 못해서 아쉽다.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또 배소현은 “같은 팀에서 배우는 박현경, 김수지가 모두 US 여자오픈에 출전한다. 나도 많이 경험하고 나를 테스트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며 “나는 새로운 경험에서 힘을 얻는 사람이다. 골프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박민지, 장하나 제치고 통산 상금 1위 ‘등극’박민지는 이날 대회에서 최종 합계 5언더파 211타를 기록해 공동 3위로 마쳤다. 상금 4612만 5,000원을 받은 박민지는 통산 상금 57억 9778만 3,448원을 기록, 이 부문 종전 1위인 장하나(57억 7049만 2,684원)를 제쳤다. 장하나가 통산 상금 1위에서 내려온 건 2018년 4월 29일 이후 2219일(6년 27일) 만이다.박민지는 2021년과 2022년 내리 6승씩을 따내는 등 KLPGA 투어 통산 18승을 기록, 국내 투어에서 활동하는 현역 선수 중 최다승을 보유하고 있다.그는 통산 상금 1위가 된 것에 대해 “목표로 삼았던 기록이 아니라 크게 의미를 두진 않았지만, 이 기록 가장 윗자리에 내 이름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신지애, 고(故) 구옥희의 최다승(20승) 기록 경신을 노리는 박민지는 “20승을 거두면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이 맞는다면 또 다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그 변화가 어떤 것인지는 20승을 거뒀을 때 얘기하겠다”고 예고했다.우승 트로피를 든 배소현(사진=KLPGA 제공)
- “강형욱, 욕 안한다고? 녹취 파일있다”…전 직원들 재반박
-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폭언·메신저 감시 등 직장 내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가 지난 24일 해명 방송을 한 가운데 전 직원들과의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강형욱의 보듬TV’ 영상 캡처)26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날 보듬컴퍼니 전 직원 A씨 등은 강 대표 부부의 55분간 이뤄진 해명 방송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PPT 문서를 작성했다. 이 문서에는 논란이 됐던 CCTV 감시 및 폭언 메신저 감시 등에 대해 “의혹은 모두 사실”이라고 반박하는 내용이 담겼다.앞서 강 대표는 사무실 안 CCTV에 대해 “개가 우리를 물 수도 있고 도난이나 외부인 침입이 있을 수도 있어 수십 대 설치했다”며 CCTV는 직원 감시 용도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그러나 전 직원들은 “2014~2015년 사무직만 있었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빌라에 1대, 2015~2017년 잠원동 빌딩 7층 사무실에도 9대가 있었다”며 “잠원동 지하 1층에 훈련사들이 있고, 옆 건물 빌라에서 마케팅 업무만 해서 강아지가 오지 않는 일반 사무실이었는데도 CCTV가 있었다”고 주장했다.이어 “도난 방지, 외부인 확인이 목적이었다면 현관에 CCTV를 설치해야 하는데, 7층 사무실엔 CCTV를 감시용으로 두고 출고용 택배를 쌓아두는 현관엔 예전부터 있던 가짜가 달려 있었다”고 반박했다. 강 대표가 훈련사들에게 ‘기어나가라’, ‘숨 쉴 가치가 없다’ 등의 폭언을 했다는 의혹에 “욕도 잘 하지 않는다”고 한 해명에 대해서는 녹취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전 직원 A씨는 “강 대표가 훈련사를 방으로 불러 ‘기어나가라, 너는 숨 쉬는 것도 아깝다’고 20분 넘게 소리 지르는 걸 직접 들었다”며 “수년이 흘렀지만, 그때 트라우마를 여전히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강형욱의 보듬TV’ 영상 캡처)또 강 대표의 아내 수잔 이사가 사내 메신저를 감시하게 된 배경으로 ‘남혐’ 단어를 쓰고 6~7개월 된 아들을 욕했다는 데 대해 전 직원들은 “남혐 단어는 여성 직원들이 먼저 쓴 게 아니라 강 대표가 ‘여자들은 애를 많이 낳아야 해’ 같은 말을 자주 해서 메신저로 대화하다 남자 직원이 ‘한남’ 등 이런 말을 했고, 여기에 동조·수긍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들 욕을 해서 눈이 돌았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강 대표는 미워했어도 아들은 미워한 적 없다”며 “매우 아끼고 귀여워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강 대표의) 해명 방송은 해명이 아니라 문제 삼은 직원들에 대한 마녀사냥 이었다”며 “이제라도 사과하길 바란 내 잘못”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강 대표의 갑질 의혹은 전 직장에 대해 후기를 남길 수 있는 구인‧구직 앱 잡플래닛에 남긴 전 직원들의 후기가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전 직원들은 앱과 JTBC ‘사건반장’ 등을 통해 “퇴사 후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 “CCTV 9대로 직원들을 감시하고, 메신저를 검열했다”, “퇴사 급여로 9760원을 받았다”, “명절 선물로 배변봉투에 담은 스팸 6개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후 강 대표는 유튜브 채널 ‘강형욱의 보듬TV’를 통해 “억측과 비방, 허위 사실은 멈춰달라”며 “제게 부족한 부분이 있거나 섭섭함을 느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싶다”고 밝혔다.다만 “여기서 일했던 이들을 위해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도 할 계획”이라는 의지도 전했다.강 대표의 해명 이후 박훈 변호사가 무료 변론을 차저한 바, 보듬컴퍼니에 재직했던 직원들은 박 변호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접촉해 형사 고소 등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최악의 21대 국회…역대 최저 법안처리율 ‘오명’
-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여야의 극한 대치로 몸살을 앓았던 제21대 국회가 역대 최저 법안처리율로 ‘무능한 국회’라는 오명을 쓸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 재의요구권(거부권)과 법안 폐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민생 법안을 외면한 결과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9일을 끝으로 4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21대 국회에서 2만5847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 중에서 9455건이 처리(부결·폐기 등 포함)돼 법안 처리율은 36.6%를 기록했다. 이는 동물국회라는 비판을 받으며 역대 최악으로 꼽힌 20대 국회(37.9%)보다 낮은 수준이다. 앞서 21대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 180석(더불어민주당 163+더불어시민당 17)으로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한 반면 미래통합당은 103석(미래통합당 84+미래한국당19)을 얻는데 그쳤다. 이에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여야가 극렬한 대치를 보였던 부동산3법,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등이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됐다.지난 2022년 3·9 대통령선거로 여야가 바뀌었지만 극한 대치는 더욱 심화됐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 들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방송3법 등을 강행 처리했으며, 이에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거부권으로 맞서며 폐기 법안이 잇따랐다.여야가 쟁점 법안을 둘러싸고 대치를 벌이는 동안 국회에서 잠자는 민생 법안은 갈수록 늘었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산업계와 민생에 직결된 1만6300여개 법안은 모두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8일 채 해병 특검법 재의결이 예고된 상황에서 여야가 재격돌하면서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협의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폐기되는 민생 법안은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다. 이 법은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의 상속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 심사한 이후로는 공식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본회의 직전 마지막 단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산업계 숙원인 고준위방폐물법, 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도 폐기 갈림길에 서 있다. 다만 고준위방폐물법은 정부·여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고준위법에 대해선 (본회의 개최를 위한) 의사일정 협의 가능성이 아직 열려 있다”며 “이미 여야 합의가 이뤄졌지만 야당이 다른 법을 함께 통과시키자는 입장이라 남은 21대 국회에서 협상의 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국가적 재난 상황인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한 육아·돌봄 법안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현재 부모가 한 자녀당 각각 1년씩 모두 2년을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을 1년6개월씩 최대 3년까지 보장한 남녀고용평등법 등 모성보호 3법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돼 있지만, 지난해 12월 이후로는 다른 현안에 밀려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위기임산부 지원을 위한 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안도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외에도 대형마트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온라인 법률 플랫폼이 대한변호사협회의 과도한 규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내용의 일명 로톡법(변호사법 개정안) 등도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것으로 예상된다.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가결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국회에서 광장으로, 정치적 보폭 넓히는 김동연
-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 최근 보이고 있는 행보가 심상치 않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정치적 외연을 확장하는 그의 보폭이 빨리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접촉면을 기성 정치인들에만 그치치 않고 일반 유권자가 절대 다수인 광장으로도 뻗어나가면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25일 서울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통과 대회’에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김동연 경기도지사 페이스북)26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지난 24일 밤 경기도지사 옛 공관인 도담소에 경기지역 총선 당선인을 초청 △반도체 특별법 제정 △RE100 3법 제·개정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 제정 등 경기도와 관련된 ‘경제 3법’ 국회 통과에 힘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이날 간담회에는 전체 60명 당선인 중 민주당 33명, 국민의힘 3명, 개혁신당 1명 등 37명이 참석했다. 김 지사는 “우리 법은 개별산단 지원 체계로 돼 있어 반도체 집적화 지원에 상당한 한계가 있다”며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반도체특별법,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는 경기도와 대한민국 RE100에 대한 RE100 3법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기북부특별자치도 특별법 추진을 하고 있고, 이미 북부의 많은 의원님들께서 동조해주고 계시다”며 이에 대한 지원도 당부했다.‘반도체 특별법’은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지원, 기업 집중입주, 인력확보, 신재생에너지 확충 등을 위한 반도체 특구 지정 △수도권 규제 완화 △팹리스 및 중견·중소기업 지원 △반도체 생태계 기금 조성 등의 내용을 말한다. 현행법은 개별 산업단지 지원으로 반도체 집적화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경기도의 설명이다.RE100 3법은 △RE100 국가 실현을 위한 ‘신재생에너지법’ 개정 △농촌 RE100 실현을 위한 ‘영농형태양광지원법률(가칭)’ 제정 △산업단지 RE100 실현을 위한 ‘산업집적법’ 개정을 말한다.지난 24일 오후 도담소 대연회장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경기도 당선인 초청 간담회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경기도 국회의원 당선인, 경기도 부지사 및 관계 공무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경기도)김동연 지사는 국회의원 당선인과 만찬 다음날인 25일 서울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 대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규탄에 목소리를 보태기도 했다. 지난 2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통령께서는 정말 관련이 없습니까. 거부권행사는 방탄용 직권남용”이라며 “수사를 막을 수는 있어도 국민 저항을 막을 순 없다”라고 비판한 데 이어 야권 지지자들이 주축이 된 집회에 나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그는 집회 참석 당일에도 SNS에서 “채상병 특검 통과! 국민의 명령”이라는 글과 참석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김 지사의 이 같은 행보에는 이번 총선을 거쳐 재편되는 민주당내에서 정치적 선명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지난 대선 때 새로운물결이라는 신생 정당을 창당했다가 민주당으로 합류했기 때문에 당내 세력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보수·진보 언론을 막론하고 야권 차기 지도자로 이재명 대표 ‘원톱 체제’에서 김동연 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도 포커스가 맞춰지며 이 같은 시류에 편승하기 위한 행보로도 읽힌다.한편, 김 지사는 지난 17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4월 광역자치단체장 지지 확대지수(E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지사는 133.6점을 기록, 관련 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8월 이후 21개월째 1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 확대지수는 선거 득표율(김동연 지사는 49.1%)을 기준으로 단체장에 대한 월별 긍정 평가 증감 여부를 수치화한 것이다. 지수가 100을 넘어가면 임기 초 대비 지지층이 확대됐다는 의미이며 반대의 경우는 지지층이 축소됐음을 의미한다.광역단체장 긍정평가 부문에서도 김동연 지사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6%로 전월 대비 6.5%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순위도 3월 4위에서 4월 2위로 올랐다해당 조사는 리얼미터가 유무선 임의전화걸기 자동응답방식으로 3월 28~30일, 4월 26일~5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만3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광역단체별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 응답률은 2.4%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 정은보 "밸류업 확대 위해 추가 인센티브 검토"[일문일답]
-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추가 인센티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배당소득세 분리과세와 법인세 세액공제 등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센티브 외 방안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다. 정 이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자본시장 레벨업을 위한 핵심전략 발표’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현재 발표됐거나 거론되고 있는 인센티브 외에 앞으로도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거래소 나름대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이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을 위해 필요한 ‘가이드라인 및 해설서 최종안’을 발표했으며 오는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이를 시행할 예정이다. 정 이사장은 “인센티브가 필요하고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적으로 인센티브 내용들을 검토하고 추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거래소 나름의 인센티브 발굴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다음은 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4일 한국거래소 서울본부에서 ‘기업 밸류업, 자본시장 레밸업’을 위한 한국거래소 핵심전략‘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거래소)-‘밸류업 가이드 라인’의 골자는 자율성이고, 기업들이 따라줘야 이번 제도가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을 텐데 거래소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기업의 밸류업을 해나가는 것의 의미는 기업 자체의 노력과 더불어 성공적인 투자와 성장 잠재력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규제가 도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율성 기반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원칙으로 채택했다. 자율성의 근거 한다고 하면, 단기 효율만 나타내고, 장기적인 실효성을 만들어내기 어렵지 않겠냐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시장 압력이나 동종업계의 피어 프레셔를 통해 장기적으로 우리 자본시장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훨씬 더 성공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자본시장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충분히 자율성과 인센티브를 통해서도 효과적인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도쿄와 뉴욕에서 ‘K-밸류업 글로벌 로드쇼’를 열었는데 현지 반응은 어땠는지, 추가적인 홍보 계획은 있는지 듣고싶다.△ 많은 기관 투자가들이 한국시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중국에 투자한 자금들이 회수하는 과정에 있다. 중국으로부터 회수된 자금을 어느 지역에 투자할지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도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1분기 지수가 크게 상승했는데 거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자금의 유입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밸류업 프로그램은 중국 시장으로부터 회수되는 자금이 한국에 투자하게끔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주주친화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외국인 기관 투자자들이 신뢰를 갖고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평가가 있다. 또한,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도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 있는 자가 나서서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수요들도 꽤 있었다. 이것 또한 현재 검토하고 있다. -현재 ‘밸류업 지수’ 등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구성될 것인지, 또한, 좀비 기업을 기장에서 퇴출할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게 있는지 듣고 싶다. △벨류업 인덱스 개발 관련해서 곧 발표할 계획이고, 3~4분기, 9월 정도쯤에 인덱스 지수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들어지면 자산운용사나 관련 기관들이 펀드를 만들고, 만들어진 펀드들로 기업들에 투자하는 즉, 기업 전체적인 가치 평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에 대한 상장지수펀드(ETF)도 만들어지게 될 것이고, 연말 정도면 구체적인 투자 펀드들이 조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좀비 기업과 관련해서는 자본시장 상장된 기업 2600개 정도 되는데 다른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많은 숫자다. 미국의 나스닥 기업 수는 5500개인데 미국이 우리보다 15배 큰 시장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 상장 기업은 많은 편에 속한다. 좀비 기업이 시장에서 존재하게 되면 투자 자금들이 계속 묶여 있을 것이다. 퇴출당한다면 그 자금들이 다른 대안 투자로 전환될 수 있다. 원칙에 입각한 퇴출이 결국 밸류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좀비 기업 퇴출 관련해서 제도 개선을 위해 검토를 시작했고, 필요하다면 용역 발주를 하고,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 당국과도 협의를 해 나갈 예정이다.-비트코인 등 ETF 쪽으로 자금이 쏠리면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들해질 가능성이 있다. 거래소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가산자산 투자 등에 대한 정부의 스탠스는 명확하다. 가상 자산이 우리 금융 또는 거래소에 취급되고 투자되는 것은 현재할 수 없게 돼 있다. 그 이유는 한가지라고 생각하는데 가상자산의 경우 기본적으로 수익 가치를 측정하기 현재로서 어렵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수익 가치 평가 모델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가상자산은 결국 투기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고, 추후에 가상자산에 대한 사회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평가 모델이 나온다면 금융거래 등에서 취급과 투자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가상자산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결국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의 결정 과정에 문제고 거래소는 거기에 대해서는 관여하기 어렵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이 질적으로 잘 시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데 이사회 참여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사회가 이번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도록 강제하기는 어려울 텐데 △밸류업 공시는 기업의 최상위 의사결정체 중 하나인 이사회의 결정과 이해가 선행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주주친화적 결정들이 이사회 통해 결정되고 공시되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당국이 그런 과정에서 세제 당국에서의 인센티브에 더해 거래소 나름대로의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현재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문 공시 지원 등이다. 인센티브가 필요하고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추가적으로 인센티브 내용을 검토하고 추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사회에 대한 지원·안내도 마찬가지로 상시적으로 전담 부서와 인력을 통해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불법공매도 적발 시스템과 공매도 재개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어떤 방식으로 공매도 적발 전산 시스템 구축하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거래소 3개 기관이 맡은바 자기 역할을 해나가면 최종적인 정책이 결정될 것이라고 본다. 한국거래소 해야 할 역할은 시장에서 불법 공매도 관련 얼마나 안정적이고 빨리, 불법 공매도를 탐지해 내느냐 그 역할이 중요하다. 중앙 점검 시스템을 만드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는 말씀을 드린다.
- [이우석의 식사] 춘궁기 오뉴월의 아픈 기억 구황작물
-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 소장] 분명히 춘오뉴월(春五六月)은 계절의 여왕으로 불릴 만하다. 볕도 바람도 적당하다. 체육대회와 소풍 등 나들이를 떠나는 이들도 많다. 더위도 벌레도 덜하니 야외활동하기도 딱 좋다. 불과 반세기 전인 1960년대만 해도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당시 5~6월은 연중 가장 괴로운 시기였다. 넘어가기 어렵다는 보릿고개가 딱 지금이었던 까닭이다. 전해 가을에 수확한 양식은 바닥났고, 올 초 심어 놓은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 서민들은 끼니를 챙기기도 어려웠다. 전북 곡성 토란탕◇굶주림을 때우던 구황식품, 건강식으로 환영받다고구마와 감자는 과거 구황식품이었지만 요즘은 별미로 먹는다. 사진은 전국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해남 고구마빵과 춘천 감자빵‘험한 고개를 넘는 것처럼 힘들다’고 해 붙은 이름이 보릿고개다. 한자로는 맥령기(麥嶺期) 또는 가난한 봄이라 춘궁기(春窮期)라고도 한다. 지금이야 푸른 청보리밭을 보면 좋지만 예전에는 미칠 노릇이었다. 쌀은 떨어졌는데 아직 시퍼렇기만 한 보리 싹을 바라만 봐야 했으니 속이 터질 만도 했다. 이때 굶주림을 때우는 음식을 모두 일러 ‘구황작물’(救荒作物)이라 통칭했다. 돼지감자(뚱딴지), 감자, 도토리, 고구마, 메밀, 콩, 옥수수, 토란, 칡, 마, 조, 피, 기장 등이 해당하는데 꼭 봄날 거두지 않아도 미리 저장해 놓고 보릿고개에 대비할 수 있어 ‘비황작물’(備荒作物)이라고도 한다.죄다 거친 탄수화물 위주지만 요즘은 오히려 쌀보다 다양한 영양소가 많다고 해 외려 현대인들의 건강식으로 환영받는 작물들이다. 이마저 없으면 산나물과 나무뿌리, 나무껍질도 끓여 먹었다. 이때는 작물은 아니니 구황식품이라 했다.과거 농민들이 수탈과 기근을 견디지 못하고 난을 일으켜 낫과 호미를 들었을 때, 쫄쫄 굶은 농민들이 그나마 보리밥이라도 먹으며 지냈던 부잣집 머슴들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구황작물이 오히려 몸에 좋았기 때문’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현대에 들어선 쌀보다 더 비싼 값을 쳐주는 구황작물이 많다. 차조나 메밀만 해도 확연히 그렇다.구황작물로서 효용은 재배 기간이 짧고, 저장성이 좋은 것이어야 한다. 게다가 주식인 쌀과 보리를 경작해야 하는 논밭을 점유하지 않고 밭두렁이나 야산에 심어도 잘 자라야 한다. 산에서 캐 오면 더 좋다. 금세 자라는 순무나 콩, 감자, 옥수수 등이 대표적이다. 주식으로 먹어도 될 만큼 활용도가 높고 많은 수확량 등 경작 효율이 높다. 쌀보다 병충해나 가뭄 등에 잘 견디는 작물도 많다.옛날에는 보리나 쌀농사가 실패할 것 같으면 황급히 감자나 메밀을 심어 다가올 기근 위기에 대비했다고 한다. 마와 칡을 캐 먹고 도토리를 주워다 묵을 쑤어 먹었다. 칡은 특유의 단맛과 효능 덕에 요즘엔 약재나 건강보조식품으로 많이 쓰이지만 그야말로 구황에 좋은 초근(草根)이었다(실제 나무로 분류한다).먹을 것이 떨어지면 산에 올라가 칡뿌리를 캐다가 갈분(葛粉)떡을 만들어 허기를 달랬다. 비만 오면 무럭무럭 자라니 칡마저 떨어질 걱정은 덜했다. 참고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갈등(葛藤)이란 말 역시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힌 형상에서 나왔다. 현대에 들어선 향도 좋고 몸(간)에도 좋다니 칡 녹말을 내 칡칼국수를 만들어 별미로 먹는다.도토리는 전 세계에서 거의 한국인만 먹는다. 상수리나무 열매지만 외국에선 견과류에 속하지 않는다. 심지어 다양한 식재료를 쓰는 중국에도 도토리 음식이 드물다. 다람쥐와 이베리코 흑돼지 그리고 한국인만 열심히 먹는다. 우리는 도토리 녹말을 가져다 묵을 쑨다. 이 또한 별미다. 특히 요즘 같은 산행 시즌에는 산 아래 주막에서 막걸리에 도토리묵 한 접시를 먹는 일도 흔하다.남미 대륙 안데스가 원산지인 고구마는 1763년 일본에 다녀온 조선통신사 조엄이 가져온 이래, 구황작물로 자리를 잡았다.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고구마는 동래(부산) 영도에서 시배한 후 전국으로 퍼졌다(영도에는 조내기 고구마 기념관이 있다).‘달콤한 마’라 해서 감저(甘藷)로 불리다 감자에 이름을 빼앗겼다. 들여올 당시 일본 이름(고코이모·孝行藷)을 음차해 고구마가 됐다. 그냥 먹어도 맛이 좋아 처음엔 그저 삶아 먹었지만 보릿고개에 대비해 말려 놓았다가 빼때기죽을 끓여 먹는 등 일 년 내내 비상식량 역할을 했다.밀이 들어오며 구황 역할 대신 기호품 위상을 차지한 이후로 고구마는 튀김, 맛탕(拔絲), 당면, 냉면, 심지어 소주도 만드는 등 다양한 용도의 식재료로 쓰이고 있다. 뿌리뿐 아니라 고구마순도 맛좋은 반찬 역할을 한다.해바라기씨도 구황식품 중 하나였다◇구황의 아이콘 ‘감자’, 세계를 구하다임진왜란 이후 국내에 들어온 감자는 이내 강력한 구황작물로 자리매김했다. 재배 기간이 짧고, 추운 기후와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니 이만한 대체품이 없었다(심지어 SF영화 ‘마션’에선 화성에서도 경작하는 작물로 나온다).게다가 덩이줄기라 감자꽃이 피지 않아도 바로 열리고, 다 익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생장 중에도 필요할 때 캐서 먹으면 되니 정말 활용도 높은 구황작물이다. 영양도 많다. 기아를 면할 정도로 열량이 높고 필수 아미노산도 들었다. 도입 이후 순식간에 식탁을 점령했다.역시 안데스 출신인 감자는 서양에서도 그 활약이 뛰어났다. 그래서인지 현재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재배하는 작물이 됐다. 농업 기술이 혁신되기 전, 기근을 빈번히 겪는 것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탈의 영향으로 기근의 피해가 심화된 역사도 세계적으로 적잖다. 이때 감자가 나타나 구황의 아이콘 역할을 했다.대표적인 것이 아일랜드 대기근(The Great Famine)이다. 1847년부터 1852년까지 일어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아사(餓死) 사태를 말한다. 영국의 밀 수탈에 신음하던 아일랜드에선 감자를 먹고 살았는데 갑자기 감자 역병이 돌아 그야말로 씨가 말랐다. 약 100만 명의 아일랜드인이 굶어 죽고 그만큼의 국민이 터전을 버리고 이민길에 올랐다. 약 800만 명의 인구 중 4분의 1이 이때 기근으로 증발한 셈이다.강원도 음식으로 인기있는 감자전당시만 해도 유럽에선 감자를 ‘악마의 과일’이라 해서 잘 먹지 않았지만, 영국인 지주에게 밀과 가축을 모두 빼앗긴 아일랜드 소작농들은 그나마 빨리 크고 효율이 좋은 감자를 심어 끼니를 이어 나갔다. 감자는 구황 효능이 높았지만 신대륙으로부터 흘러든 역병이 돌아 모두 썩어 버려 갑자기 먹을 것이 사라진 것이다.게다가 영국 정부가 난민에 대한 구호를 중단하는 바람에 식물 뿌리와 잎사귀, 심지어 해조류(Irish Moss)까지 뜯어 먹으며 버텼지만, 재앙을 피해 가지 못했다.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고 살아남은 이들은 터전을 버리고 신대륙 행 배에 올랐다. 현재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이민 민족(약 4000만 명)이 아일랜드 인이다. 성씨가 맥(Mc)이나 오(O)로 시작하면 틀림없다. 영국에 대한 증오심으로 무장한 이들은 독립전쟁 당시 미군으로 활약하며 혁혁한 성과를 남겼다. 구황의 실패가 낳은 역사다.열량 과잉의 시대인 요즘 세상에 구황은 없지만 식욕 부진이 큰일이다. 토란탕이며 도토리묵, 메밀국수, 칡칼국수, 고구마죽 등은 이젠 굶어 죽을까 봐 먹는 음식이 아니다.과거 목숨을 살렸던 구황식품들이 별미로 나서 입맛을 살리고 있다. 마침 하지(夏至)가 다가온다. 하지감자가 유명하다. 포슬포슬한 하지감자가 나오면 덧없는 식욕의 보릿고개도, 입맛의 ‘구황’도 비로소 끝을 보일테다.무로 만든 무케이크는 홍콩인들의 구황음식으로 출발했다◇맛집▶감자탕 = 일미집. 서울 용산고 앞에서 70년 동안 감자탕 백반으로 입맛을 사로잡아 온 노포다. 돼지 척추뼈를 오래 끓여서 감자와 함께 먹는 경기, 강원도식 음식이다. 척추뼈는 은근히 먹을 것이 많다. 담백한 살을 발라 먹고 뽀얀 국물에 밥을 말아 고소한 감자와 함께 먹으면 맛도 좋고 든든하다. 얼핏 캔 참치 살처럼 느껴지는 척추 사이 살점은 돼지 어느 부위보다 진한 풍미를 낸다. 서울 용산구 후암로 1-1. 일미집 감자탕▶토란탕 = 순한한우명품관. 매끄럽고 촉촉한 식감의 토란은 과거 구황작물이었지만 요즘은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식재료다. 특히 일본에서 좋아한다. 토란의 본고장 곡성에선 토란과 들깨를 함께 끓여 낸 토란탕을 먹을 수 있다. 곡성 장터에 있는 이 집은 소고기 육수에 들깻가루, 토란을 듬뿍 넣은 걸쭉한 탕으로 입소문을 탄 집이다. 국물은 고소하고 토란은 입천장에 혀를 밀어 으깰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다. 곡성군 곡성읍 곡성로 856. 곡성 토란탕▶칡국수 = 동굴칡국수. 고씨동굴 앞에 위치한 이 집은 강원 토속메뉴 칡국수로 소문난 집이다. 반죽에 칡 전분을 넣어 굵은 면발이 씹을수록 쫄깃하다. 멸치와 해초 육수에 다양한 채소를 얹고 칡 전분을 섞은 국수를 말아 낸다. 매콤한 양념장을 곁들이면 시원한 육수에 포인트를 준다. 아삭한 채소는 매끈한 면발과는 달리 씹는 맛을 책임진다. 칡비빔국수도 있고 감자전과 감자떡도 파니 영락없는 구황식품 전문점이다. 영월군 김삿갓면 영월동로 1121-10. 칡전분을 섞어 양을 늘린 영월 동굴칡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