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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을 준비하다
  • 상품을 준비하다
  • [이데일리 EFN 강동완기자] 시장은 변하고 고객은 새로운 것을 원한다.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대응해서 새로운 아이템이 출현하는 것은 시대정신의 한 단면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문을 연 벨기에 맥주전문점 벨고의 업종개발 단계부터 오픈까지의 과정에 얽힌 숨은 이야기를 창업개발연구원 유재수 원장을 통해 들어본다.(편집자주) 필자가 처음 맛을 본 벨기에 맥주는 악마라는 별명을 가진 듀벨이었다. 왜 하필이면 맛있는 맥주를 악마라고 했을까? 향긋한 호프향과 깊고 풍부한 과일향, 쌉쌀한 끝맛이 조화를 이루는 이 전설적인 맥주의 이름으로 과연 어울린단 말인가? 벨기에 맥주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악마’ 정도는 약과에 불과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탄(Satan)이나 급사를 뜻하는 모르쉬 비트(Mort Subite), 알콜중독자의 환각증상을 의미하는 델리리움 트레멘스(Delirium tremens), 단두대를 뜻하는 길로틴(La Gillotine) 등 참혹한(?) 이름의 맥주들이 베스트셀러 대열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었다. 컨설팅 진행하는 6개월 사이에 개인적으로 감당하기 버거운 악재들이 몰려오기도 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나 할까. 이런 개인적인 악재는 이율배반적으로 벨기에에서 지상최고의 맥주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중첩되어 벨기에 맥주에 대한 애정을 증폭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우리의 경상북도 크기의 작은 나라인 벨기에는 유럽의 강대국들로부터 침략을 받아보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로 전쟁과 피지배의 고통을 겪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세계 3대 전쟁 가운데, 워털루 전쟁과 2차대전 중 벌지 전투의 전장이 사용되었으니 그 고통이 오죽했겠는가? 지금도 남과 북이 다른 언어로 나누어져 심심하면 어르렁거리며 싸우는 모습이 해외뉴스로 뜨곤 한다. 하지만 벨기에인들은 이런 고난과 역경을 잘도 견디어내며 화합을 이끌어내는데 특별한 기술을 발휘한다. 아마도 벨기에인들이 맥주에 대한 자부심과 축제를 좋아하는 낙천적인 성격에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벨기에 맥주 전문점의 개발이 결정된 시점부터 맥주수입에 대한 준비를 진행했다. 벨기에 맥주 전문점에서 핵심 상품은 벨기에 맥주이기 때문에 상품선정은 매우 중요했다. 벨기에 대사관에 공문을 보내 사업계획을 설명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벨기에 신사 한명을 소개해 주었다. 피터 반 오스타 씨가 그 사람이었다. 피터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작성해 놓은 벨기에 맥주에 대한 방대한 콘텐츠가 말해주듯이 맥주 수출업자라기 보다는 벨기에 맥주 홍보대사와 같은 인상을 풍겨주었다. 벨기에 맥주를 선정하고 수입절차를 밝는 과정에 여러차례 만나 벨기에 맥주를 놓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피터씨는 수도원맥주인 레페 브라운을 즐거운 마셨고, 아직 수입되지 않는 맥주 중에는 안트워프의 향토맥주인 데코닝크와 트라피스트 맥주인 웨스트말을 즐긴다고 말했다. 120개가 넘는 양조장에서 800여종의 맥주를 가운데 우리고객들에게 좋아할 만한 맥주를 선정한다는 것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피터 씨는 국제적인 명성은 대단하지만 신맛 때문에 일본에서 성공하지 못한 칸티옹 계열의 람빅 맥주 등의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여주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벨고에서는 트라피스트 맥주를 비롯해서 벨지안 밀맥주, 수도원 맥주, 야생 체리와 바나나를 넣어 만든 람빅맥주 등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를 갖추게 되었다. 상품의 다른 한 축인 메뉴개발은 우리 회사 메뉴개발팀이 장기간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로 큰 무리없이 진행하였다. 벨고 메뉴 개발의 핵심내용은 비즈니스 컨셉 만들기 부분에서도 설명한 바 있듯이 우리 고객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다시말해서 홍합요리 등 벨기에 요리를 포함시키지만, 크게 의존하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요리와 전통적으로 맥주와 어울리는 핑거 푸드(Finger food)를 세분하여 적절하게 구성하는 방향으로 메뉴개발을 완료했다. [문의] 한국창업개발연구원 (02)501-2001
2008.06.18 I 강동완 기자
인제 ‘연화동계곡’ 꼭꼭 숨은 청정자연
  • 인제 ‘연화동계곡’ 꼭꼭 숨은 청정자연
  • [경향닷컴 제공] 연화동계곡은 강원도 인제군 서북쪽 끄트머리에 숨어 있다. 간성으로 이어지는 46번 국도를 따라간다. 백담사 입구를 지나 용대삼거리에서 진부령으로 향하는 이 길은 계류를 사이에 두고 백두대간 연봉이 굽이굽이 이어진 풍광이 그림 같다. 매봉산(해발 1271m) 품에 안긴 연화동계곡은 용대자연휴양림을 끼고 있다. 산동백이 마지막 꽃을 털어낸 이즈음 녹음이 들어앉은 나무마다 초록이 싱그럽다. 미시령터널이 뚫리면서 인적 또한 뜸해 청정자연 속에서 오롯이 하룻밤을 보내기에 딱 좋은 곳이다. ▲ 소(沼)와 작은 폭포가 끝없이 이어진 계곡은 산으로 치달을수록 물소리가 세차진다. 숲에 모습을 감춘 계곡은 수줍은 새색시처럼 쉽사리 자태를 드러내지 않는다. 용대삼거리 좌측 용대교를 건너 진부령방향으로 3㎞쯤 가면 용대자연휴양림 표지판이 나온다. 왼쪽 연화교를 건너면 계곡 입구. 주차장 맞은편에 연화동전적비가 눈길을 끈다. 전적비는 1996년 북한 잠수함 침투사건 당시 이곳에서 전사한 3명의 국군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 계곡을 품고 있는 매봉산은 정상에서 설악산과 향로봉을 조망할 수 있는 육산이다. 산이 높아 골이 깊고 공기도 신선하다. 연화동은 연꽃이 물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계곡은 설악산과 마주하고 있지만 금강산 자락에 속한다. 매봉이 칠절봉을 거쳐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금강산 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휴양림 입구 매표소를 지나면 비포장 길이다. 계곡을 따라가는 길은 차가 다닐 정도로 넓고 평탄하고 완만하다. ▲ 연화동전적비.좌측 산자락에는 잘생긴 소나무가 우뚝우뚝 들어섰다. 입구를 지나면 곧바로 오른쪽에 제1야영장이 계곡에 붙어 있다. 현재 정비 중이다. 여기서 조금 더 오르면 몽골텐트촌과 오토캠핑장이 이어진다. 오토캠핑장은 계류를 건너간다. 캠핑장으로 들어서자 이미 서너 개의 텐트가 진을 치고 야영 중이다. 이곳 계곡은 폭이 넓어 물놀이하기에 좋다. 물은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맑아 순간 빠져들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오토캠핑장을 나와 연화교를 건너면 산카페와 곰두리산장을 만난다. 모두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물이다. 산카페 앞으로 돌탑을 세운 성황당이 앙증맞고 아름드리 소나무가 하늘로 치솟은 모습이 장쾌하다. 곰두리산장 앞에 이르자 순간 하늘이 열리고 시야가 확 트인다. 연화동계곡 중 가장 폭이 넓은 곳이다. 시멘트로 둑을 만들어 물을 모아 놨다. 한 야영객이 고무보트를 타고 한가로이 노를 젓고 있다. 그 모습이 짙푸른 계곡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다. ▲ 계곡 중 풍광이 가장 좋다는 제3야영장. 이른 새벽 이곳을 찾은 한 야영객이 간이의자에 앉아 경치를 만끽하고 있다.여기서 다리 하나를 더 건너면 좌측에 산림경영문화실과 산림문화휴양관이 들어서 있고 맞은편에 제2·3야영장을 만들어 놨다. 제3야영장은 계곡 야영장 중 풍치가 가장 좋은 곳. 이보다 더 좋은 곳도 많지만 그런 곳은 골이 깊어 내려가는 길이 만만찮다. 계곡은 우거진 숲에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늘마저 숲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 백두대간 종주 중 잠깐 짬을 내어 왔다는 전성진씨(39)는 “사람의 손때가 덜 묻어 한적하고 여유로운 것이 연화동계곡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면 다시 한번 찾을 생각”이라고 자랑한다. 제3야영장을 지나자 꽃길이 반긴다. 아카시아꽃이 마지막 꽃을 털어 길바닥을 수놓았다. 군락을 이룬 새하얀 박꽃(산동백)도 가지 끝에 매달려 가는 봄을 아쉬워한다. 이곳을 지나면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공터가 나온다. 찻길은 여기까지. 휴양림 입구에서부터 3㎞ 거리다. 차를 놓고 걸어서 간다. 정자를 조금 지나자 오른편 산비탈을 따라 벌통이 늘어서 있다. 토봉원이다. 계곡에서 연화민박을 운영하는 김군선씨(69)가 벌을 치고 있다. 10년 전 이곳에 들어와 토종닭을 팔다 토종꿀로 업종을 바꿨다. 토종꿀은 1년에 한번 10월을 전후해 거둬들인다고 한다. 벌초작업에 한창인 김씨는 “계곡과 매봉산에 야생화가 지천이라 꿀이 실하고 맛도 좋아 해마다 최상품을 건진다”며 “작년엔 비가 잦아 수확이 시원찮았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날씨가 좋은 편”이라며 내심 흐뭇해한다. 소(沼)와 작은 폭포가 번갈아 이어진 계곡은 산으로 오를수록 물소리가 세차진다. 사철 물이 마르지 않고 수량도 풍부하다. 매봉산과 칠절봉(해발 1172m) 자락에서 흘러내린 물이 이곳에서 합수해 흐르기 때문이다. 공터에서 1㎞쯤 가면 계곡 끝자락. 등산로 외에 더 이상 갈 길이 없다. 칠절봉을 지나 출입금지 지역인 향로봉 가는 길은 지뢰밭이다. 아쉬운 마음에 먼발치서 바라본 계곡은 바위 위로 부서지며 내뿜는 물보라와 청량한 물소리가 아련하다. 계곡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매봉산 산행을 다녀올 만하다. 등산로는 산림경영문화실과 제4야영장 쪽에서 출발한다. 정상까지 편도 2시간30분 걸린다. 정상에 서면 설악산 영봉과 향로봉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돌아오는 길, 바위틈을 따라 말없이 흐르는 개울물을 보니 이내 상념에 잠긴다. 발밑으로 흐르는 청정수는 세상의 티끌까지 씻어주고 계곡 사이로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에 세속의 찌든 때가 쓸려간다. ▲찾아가는 길:서울→양평·홍천→44번 국도→인제·원통 방향→한계 삼거리(민예관광단지)→46번국도 미시령방향→십이선녀탕 입구→백담사 입구→용대삼거리→좌측 진부령 방향 3㎞→용대자연휴양림 연화동계곡 ▲주변 볼거리:연화동계곡에서 진부령을 넘어가면 거진·화진포해수욕장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또 미시령터널을 거쳐 속초까지도 30분밖에 걸리지 않아 설악산과 동해바다를 둘러볼 만하다. 이외에 백담사, 12선녀탕, 내린천, 대승폭포, 만해마을, 도적소폭포, 번지점프장, 장수대, 하늘벽 등 ▲맛집:인근에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음식점 많다. 용바위식당(033-462-4080), 진부령식당(033-462-1877), 미식당(033-462-4860), 백담순두부(033-462-9395), 백담가든(033-462-3225) 등 ▲숙박:연화동계곡은 휴양림을 끼고 있어 산림문화휴양관을 비롯해 숲속의 집, 펜션, 민박, 야영장, 오토캠핑장 등 각종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단, 규모가 크지 않아 예약하는 것이 좋다. ▲문의:인제군청 문화관광과(033-460-2081), 휴양림 관리사무소(033-462-5031) - 예술혼 살아 숨쉬는 ‘창작 발전소’ - ▲ 내설악 한계리에 자리한 예술인 마을은 인제의 또 다른 명소. 예술에 대한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기 위해 역전 노장이 모인 창작발전소다.인제군 북면 한계1리에 자리한 ‘내설악 예술인 마을’은 말 그대로 예술인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지난해 10주년 기념 전시회를 열었으니 이곳에 터를 잡은 지도 벌써 11년째. 서양화가 강명순을 비롯해 김종상, 나정태, 강인석, 김정모 등이 주축이 돼 1997년 문을 열었다. 소설가 이외수도 화천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이곳에 머물렀던 창립 멤버다. 명당산 자락의 품에 안긴 마을은 1만9834.8㎡(6000평) 규모. 최초 설립 당시 회원 1인당 991.74㎡(300평)씩 부지를 매입해 곳곳에 작업실을 만들었다. 현재 이곳에서 작품활동 중인 예술인은 20여명. 예술에 대한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기 위해 모여든 역전 노장들이다. 서양화, 동양화, 서예, 도예, 조각, 목공예, 사진 등 분야도 제각각. 주민에게 강의와 소소한 체험거리를 제공해주고 인근 군부대를 찾아 예술을 가르치기도 한다. 마을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예촌갤러리. 토속음식점을 겸한 갤러리와 박성균바둑연구실이 아래위층으로 꾸며졌다. 회원의 작품감상은 물론 주방장의 맛깔스러운 손맛이 담긴 향토음식이 별미. 2층 바둑연구실에서 자연을 벗 삼아 두는 바둑은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언덕에 자리한 전통찻집 ‘화동골’도 예술적이다. 강인석씨가 운영하는 찻집은 각종 예술품을 감상하며 차를 즐기는 맛이 쏠쏠하다. 각자의 전공에 걸맞게 꾸며진 작업실도 볼거리. ‘예술’을 접하기에 딱 좋은 독특함이 번뜩이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 튀지 않는 소박함이 고향집을 찾은 듯 정겹다. 예술인 마을 김정모 총무는 “지난 10년은 예술활동을 펼치기 위한 터전을 마련하는데 시간을 보냈다면 앞으로는 주민과 관광객을 위해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하루빨리 미술관이 건립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예술 장르가 한곳에서 소통하는 마을은 예술가의 삶터이자 창작발전소인 셈. 여름밤 별빛이 유독 아름답다. 어둠이 내리면 비 오듯 쏟아지는 별빛에 세상 시름이 녹아든다. (033)461-1152
"5월이면 전라도는 철쭉으로 물든다"
  • "5월이면 전라도는 철쭉으로 물든다"
  •  [노컷뉴스 제공] 전라남도 보성 일림산과 장흥 제암산의 등성이에는 벌써 철쭉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달 말에서 5월초쯤 철쭉이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쭉은 진달래와 마찬가지로 주로 산기슭에 군락을 이루고 있어 산행과 함께 꽃구경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철쭉축제가 이어지는 5월초 산행을 겸해 가볼만한 남도의 유명한 철쭉 군락지들을 소개한다. ◇장흥 제암산 철쭉 장흥군 장동면 하산리에 자리하고 있는 제암산(807m)의 볼거리는 산악인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 남도제일의 자생 철쭉이다. 수만명의 산행객과 사진작가들이 이 철쭉을 보기 위해 제암산을 찾는데 올해도 벌써부터 산행객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자산 하단부터 시작되는 자생철쭉은 사자산 등성이와 제암산 정상을 지나 장동면 큰산에 이르기까지 총6km 길이에 폭이 길게는 200m에서 짧게는 50m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사자산 미봉~간재3거리~곰재산~곰재를 잇는 능선이 제암산의 유명한 철쭉 군락지다. 남해의 훈풍 속에 화려하게 피어난 진분홍빛 철쭉 길 20만㎡의 너른 땅에 소나무 몇 그루를 빼고는 잡목하나 없는 철쭉 꽃이 계속 이어진다. 제암산 철쭉은 자생철쭉으로 유난히 밑둥이 크고 사람의 머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키가 크다. 다른 곳보다 꽃이 큼직하고 진분홍과 연분홍이 섞여 기막힌 색깔의 조화를 이룬다. 보성 일림산과 연계 산행도 가능하다. 매년 이맘때 쯤이면 제암산 철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5월3일부터 2일간 철쭉제례, 철쭉선아 선발대회, 풍물 한마당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된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토요시장도 볼거리이며 장흥 한우고기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문의)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860-0224 ◇보성 일림산 철쭉 보성군 웅치면과 장흥군 안양면 경계에 자리하고 있는 일림산(626.8m)은 전국 최대의 철쭉 군락지다. 규모가 자그만치 400만㎡에 이른다. 제암산과~사자산으로 연결되는 군락의 길이도 12Km에 달한다. 일림산 철쭉도 키가 크고 해풍을 맞고자라 철쭉꽃 색깔이 붉고 선명하다. 키가 큰 철쭉꽃 군락을 걷노라면 마치 철쭉꽃 터널을 걷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보성군이 해마다 다향제를 여는데 올해는 5월 3일부터 4일간 다향제 행사 기간 중 일림산 철쭉제를 갖고 산신제, 가족등반대회, 녹차떡 나눔 행사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한다. 산행코스로는 주로 철쭉제 행사장인 용추폭포와 장흥군 안양면 해안가를 기점으로 이루어진다. 산행 후 보성차밭을 구경하고 해수녹차탕에서 피로를 풀고 싱싱한 바지락회를 즐길 수 있다. 문의)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061-850-5223 ◇해남 흑석산 철쭉 해남군 계곡면과 학산면에 소재한 해남 흑석산(650m)은 호남에서도 손꼽히는 철쭉 명산이다. 자연휴양림이 위치한 흑석산은 북으로 가학산~별매산 줄기와 이어져 있는데 매년 이맘때면 산등성이의 철쭉꽃 붉은 풍광이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철쭉이 뛰어난 산이다. 산행은 남서릉을 따라 정상인 깃대봉을 오른다음 바람재~가리재를 거쳐 다시 휴양림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5월 3일부터 2일간 흑석산 철쭉대제전이 열려 오래자랑, 산신제, 등반대회 등이 열린다. 산행후 산채비빔밥으로 허기를 달랜뒤 휴양림에서 하루를 묵어가면 좋을 듯 싶다. 문의) 해남군청 문화관광과 530-5919 ◇광양 백운산 철쭉 광양시 옥룡면 등 3개면에 걸쳐있는 백운산(1,218m)은 이맘때면 매봉~정상~형제봉에 이르는 주능선 20Km 전구간과 정상 억불봉 6Km구간에 피어나는 철쭉과 갖가지 야생화들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백운산 주능선에 서면 광양만과 섬진강, 강건너 지리산의 모든 능선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5월 3일부터 이틀동안 옥곡면에서 국사봉 철쭉제가 열려 경로잔치, 축하쇼, 산상음악회 등이 진행된다. 3개면에 걸쳐 있어 등산로도 많지만 주요 등반길은 광양시 옥룡면 백운산수련관~억불봉~상백운암~백운산~병암계곡~진틀~백운산 수련관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산행 뒤에는 광양의 별미인 숯불고기로 허기를 달래고 휴양림에서 1박하는 것도 좋겠다. 문의) 광양시청 문화홍보담당관실 797-2712 ◇화순 안양산, 백아산 철쭉 화순군 이서면과 화순읍 경계에 위치한 안양산(853m)은 신록이 물드는 산릉 전체에 넓고 긴 분홍 주단을 펼친 듯한 장관이 연출된다. 산행기점인 안양산 자연휴양림 둔병재에서 정상까지는 약2㎞ 거리로, 30분쯤 지나 펼쳐지는 철쭉밭이 정상 북서쪽 안부까지 이어진다. 휴양림~정상 왕복 산행(3시간)이 가장 인기 있다. 또한 북면 수리에 위치한 백아산(810m) 철쭉도 절경이다. 백아산 탐방은 남동쪽의 백아산 자연휴양림, 북서쪽의 백아산 관광목장 두 군데를 기점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5월 3일 백아산에서는 북면 청년회 주관으로 철쭉제와 위령제를 지낸다. 두 산 모두 인근에 휴양림이 있는데 산행 후 화순온천에서 피로를 풀거나 이곳의 별미인 흑염소탕으로 허기를 달래고 휴양림에서 1박하는 것도 좋다. 문의) 화순군청 문화관광과 061-370-1224 ▶ 관련기사 ◀☞세금 0%·맛 100% 와인, 홍콩에서 즐겨라☞신주쿠역엔 크레페집이… 또 어느역 맛집이 궁금하세요?☞여기 정말 중국 맞아?
'적중률 100%'...방송가 흥행 코드 베스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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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해피선데이-1박2일', '무한도전', '일밤 우리 결혼했어요', '온 에어', '엄마가 뿔났다' 등최근 방송가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최근 방송가에서 소위 먹히는 흥행코드를 꼽는다면 단연 ‘리얼리티’가 첫 손에 꼽힌다.  요즘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20%가 넘는 시청률로 예능프로그램의 선두를 지키고 있는 MBC ‘무한도전’이 그렇고 ‘무한도전’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KBS ‘해피 선데이-1박2일’의 근간에도 ‘꾸미지 않은 생짜’ 리얼리티 코드가 숨겨져 있다. 하지만 리얼리티만 방송가의 흥행코드로 숨어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 이면에는 ‘리얼리티’외에도 공통점으로 묶을 수 있는 ‘흥행코드’들이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다. 리얼리티를 포함한 최근 방송가의 흥행코드를 10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1. 리얼리티(Reality)  우리말로 하면 진짜, 가공하지 않은 날 것이란 의미다. 이제는 스포츠 경기에서나 바라던 각본 없는 드라마를 예능프로그램에서 원한다. 시청자들은 대본을 맞춘 상태에서 작위적인 웃음이나 정형화된 이야기가 아닌 연예인 본연의 생생한 모습을 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에 따른 우연적이면서도 극적인 사건에 환호한다. 리얼리티가 방송가 흥행키워드로 부상하게 된 원동력은 단연 MBC ‘무한도전’이다. 애초 ‘무모한 도전’으로 기획되었던 ‘무한도전’은 여섯 명의 멤버들이 몸으로 부딪히고 깨지면서 실제상황 속에 다양한 성격들을 보여주며 예능프로그램의 주류로 부상했다. 멤버들은 비가 철철 내리는 날씨에 농촌에 가서 모내기를 하며 논두렁을 온몸으로 뒹굴었고 3개월간 맹연습 끝에 실제 스포츠댄스대회에 정식 출전해 전문선수들과 실력을 겨룬 뒤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무한도전’이 성공하자 KBS 2TV '해피 선데이’는 1박2일 팀을 꾸려 강호동을 필두로 견공 상근이 까지 일곱 멤버들을 무작정 1박2일간 떠나보냈다. 초반 ‘무한도전’의 아류작이란 비판을 받았지만 ‘야생버라이어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1박2일’은 ‘무한도전’의 최고 도전자로 부상했다. ‘1박2일’은 ‘무한도전’이 소홀히 한 ‘생존의 리얼리티’를 시청자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체감온도 영하 30도의 야산에서 텐트를 치고 잠들었고 강풍이 몰아치는 남해의 섬에서 어부 아저씨가 주는 회 한 점에 서로의 인간성을 바닥까지 보여줬다. 그 과정에 픽션이나 허구내지 대본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 방송가 관계자들은 이러한 리얼리티가 “예능프로그램의 흥행코드로 자리 잡았고 당분간 대세임에는 틀림없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2. 캐릭터(Character)  그리스어에 어원이 있는 ‘캐릭터’는 애초 조각에 새겨진 모양이란 말에서 비롯됐다. 이후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개성을 뜻하는 말로 통용된 ‘캐릭터’는 최근 리얼리티와 더불어 방송가 흥행코드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무한도전’을 성공가도로 이끈 양대 축이 바로 리얼리티와 캐릭터였다. 각본 없이 부딪히는 리얼리티가 ‘무한도전’의 육수였다면 여섯 명의 멤버들이 가진 캐릭터는 무한도전의 갖은 양념이었다. 그 양념들은 저마다 조화를 이뤄 ‘무한도전’ 고유의 재미를 만들어 냈다. ‘무한도전’의 성공에 대해 연출을 맡은 김태호PD는 “6명의 각기 다른 캐릭터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캐릭터 구축이 방송프로그램의 관건이 되자 연예인들은 각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하지만 캐릭터는 단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시청자들 역시 캐릭터에 익숙해지기까지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최근 폐지설이 논의 되고 있는 한 예능프로그램의 PD는 “캐릭터 구축이 최근 예능프로그램 성공의 관건으로 부상했다”며 “그러나 하나의 캐릭터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시청률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힌다”고 아쉬워했다. 3. 스타 패밀리(Star family) 시청자들은 스타보다 스타와 함께 살고 있는 그의 가족들을 더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스타의 가족을 통해 스타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타의 가족을 보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 앞에서는 마치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 지는 스타들이지만 자신들의 가족들 앞에서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스타와 시청자와의 정서적 거리가 좁혀지는 순간이다. 시청자들은 스타를 아들과 딸, 동생과 형 내지 오빠와 누나로 여기는 그의 가족들의 모습에 묘한 동질성을 느낀다. 게다가 피는 속이지 못한다고 하던가? 스타를 만들어낸 집안은 그 나름대로 차별화된 분위기가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하하의 어머니인 김옥정씨다. 김옥정 씨는 네티즌들에게 ‘융드옥정’이란 별명과 함께 코미디언 버금가는 유머감각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최근 SBS 음악프로그램 ‘김정은의 초콜릿’ MC를 맡은 김정은은 자신의 여동생을 프로그램의 플롯 연주자로 등장시켜 화제가 됐다. 김정은 여동생의 미모가 언니 못지않아 시청자들의 관심을 더 모았기 때문이다. 김구라의 아들 김동현 군은 스타 패밀리의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다. 김동현 군은 이미 아버지와 함께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해 시청률 상승을 이끌어냈다. 시청자들의 관심에 가장 민감한 CF업계는 결국 김구라와 아들 동현 군을 모델로 불러냈고 결국 부자는 이동통신사의 CF에 출연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4. 프로페셔널(Professional)  낌새는 간간히 감지됐다. 시간을 과거로 돌려보면 드라마 ‘파일럿’이 그랬고 ‘변호사들’도 시도했던 것이다. 지난해 초반 장안의 화제가 됐던 ‘하얀 거탑’도 같은 맥락이었다. ‘외과의사 봉달희’도 전문직의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전문직업인의 모습이 드라마의 흥행코드로 다시 한번 부상했다. 방송가의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던 MBC '뉴 하트’는 흉부외과 의사들의 모습과 병원내의 여러 가지 권력관계를 보여주며 전문직 드라마의 또 다른 유형을 제시해 시청률 30%를 넘었다. ‘뉴 하트’에 이어 최근 수목극 시청률 1위로 떠오른 SBS '온 에어‘ 역시 드라마 작가와 방송국 PD, 톱스타 배우와 그의 매니저 등 평범한 샐러리맨이 아닌 전문직업인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전문직 드라마의 바람은 사실 할리우드 인기드라마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드라마들은 전문직의 다양한 세계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소재와 표현의 영역을 확장했고 시청자들을 매혹시켰다. 미드로 인해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은 한국 드라마의 기본틀을 이루고 있는 삼각관계와 출생의 비밀을 식상해하기 시작했고 보다 수준 높은 드라마의 제작 원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5. 릴레이션십(Relationship)  최근 예능프로그램의 숨은 흥행코드 중에 하나는 고정 출연자들 간의 ‘관계’를 부각시키며 그 안에서의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1박2일’의 경우 견공 상근이와 은초딩 은지원 사이에는 다른 멤버들이 끼어들 틈이 없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견공 상근이가 유독 은지원에게만 각별한(?)애정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뜨고 있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코너는 네 커플을 가상으로 결혼시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엿보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은 사람사이의 가장 사적인 관계라 할 수 있는 결혼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졸지에 부부가 된 네 커플들의 각자 나름대로 관계 맺기 과정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아매고 있다. 공중파 예능국의 한 PD는 “최근 사람들은 예능프로그램 안에서 고정 출연자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심이 많다”며 “일회적인 관계가 아닌 지속된 만남 속에서 서로간의 관계가 달라지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 스토리에 시청자들이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6. 마더(Mother)  주말연속극 가운데 시청률 상위권을 접수하고 있는 KBS 2TV ‘엄마가 뿔났다’와 SBS ‘조강지처클럽’ 및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MBC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까지 드라마의 중심은 ‘엄마’들이 차지하고 있다. 드라마 속 엄마들은 과거 한국 드라마가 그려낸 전형적인 어머니상과는 거리가 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자식들에게 서운함을 감추지 않으며 바람피는 남편에 대한 구체적인 복수를 꿈꾼다. 이혼의 아픔을 감내하고 홀로서기를 감행하며 남편과 별거 중이라도 새로운 사랑을 꿈꾸기도 한다. 그 와중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지’하며 번민하기도 한다. 최근 드라마 속 엄마들은 이처럼 이 시대의 엄마들의 속내를 다양한 각도에서 비추며 엄마를 한 명의 여자로, 인생을 살아가는 한 명의 주체로 묘사되고 있다. 더 이상 드라마 속 엄마들은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구박당하거나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지 않는다. 그런 엄마들의 모습 속에 주부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끼고 채널을 고정시킨다. 7. 퓨전(Fusion)  시대와 배경만 과거일 뿐 극의 전개나 대사는 현대극과 별다르지 않았다. 현대와 과거가 혼합된 퓨전장르는 KBS 2TV 드라마 ‘쾌도 홍길동’을 통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사실 ‘쾌도 홍길동’은 시청률 지표상 히트드라마는 아니다. 최고 시청률이 16% 정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 KBS 수목드라마가 대게 한 자릿수 시청률에서 고전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KBS의 입장에서는 ‘쾌도 홍길동’은 선전한 드라마이자 히트 드라마임에 분명하다. 그 배경에는 퓨전이라는 코드가 숨어있다. ‘쾌도 홍길동’은 ‘환상의 커플’의 대본을 쓴 홍미란 홍정은 작가가 코믹사극을 표방하며 현대극과 사극을 뒤섞은 퓨전사극임을 표방했다. 강지환이 분한 홍길동은 선글라스를 쓰고 파마머리로 조선의 하늘을 날아다녔고 인물들 간에는 현대극에서나 들을 법한 대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젊은 시청자들은 이런 ‘쾌도 홍길동’의 시도에 환호를 보냈고 마니아를 자처했다. 사극의 퓨전코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SBS가 이준기를 주인공으로 내새워 준비하고 있는 ‘일지매’ 역시 퓨전사극을 표방했기 때문이다. 일지매로 분한 이준기 또한 쾌도 홍길동의 강지환처럼 도포자락과 상투머리에서 벗어나 독특한 스타일의 ‘일지매’를 보여줄 예정이다. 8. 파트너십(Partnership)  SBS 드라마 ‘온 에어’는 ‘파리의 연인’과 ‘프라하의 연인’, ‘연인’ 등의 드라마로 SBS의 시청률을 주도했던 신우철 PD와 김은숙 작가가 다시 한 번 손을 잡고 만든 작품이다. 신 PD와 김 작가는 이처럼 여러 작품을 통해 파트너십을 이어오며 ‘온 에어’에서도 찰떡궁합을 과시중이다. KBS 주말연속극 ‘엄마가 뿔났다’ 또한 정을영 PD와 김수현 작가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다. 정 PD와 김 작가 역시 방송가에서 파트너십이 공고한 관계로 유명하다. 정 PD와 김 작가는 그동안 ‘목욕탕집 남자들’, ‘불꽃’, ‘부모님 전상서’, ‘내 남자의 여자’ 등 숱한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추며 시청률의 마법을 부렸다. 이 밖에 ‘컨츄리 꼬꼬’를 통해 파트너 십을 검증받은 탁재훈과 신정환 역시 최근 ‘해피선데이-불후의 명곡’과 ‘상상플러스 시즌2’에서 활약 중이거나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유재석과 김원희 역시 MBC 예능프로그램 ‘놀러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고 있으며 유재석과 박명수는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 시즌3’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9. 서브타이틀(Subtitle)  자막이 극장을 뛰쳐나와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리얼리티와 캐릭터의 강조가 예능프로그램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차별화를 위해 각 프로그램마다 고유의 자막 만들기에 애를 쓰고 있어서다. 자막은 단순히 프로그램에 대한 부연설명 차원을 떠나 출연자들의 개성과 캐릭터를 상징하기도 하며 때로는 텔레비전 화면을 만화처럼 만들어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는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는 관용어구를 실제 화면과 자막으로 보여주는 파격을 선보였고 ‘황금어장-라디오 스타’는 김구라의 독설에 상처받는 김국진의 속마음을 말 풍선 자막으로 보여줬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의 견공 상근이의 마음 역시 자막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자막이라는 뜻 외에 부제라는 의미인 서브타이틀 역시 방송가의 흥행코드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예능프로그램 내 개별 코너에 붙인 부제를 중요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릎팍 도사’와 ‘라디오 스타’,‘1박 2일’,‘불후의 명곡’,‘기승사’ 등 예능프로그램 안의 단독 코너들이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자막과 부제 모두 흥행코드로 뜨고 있는 것이다. 10. 리플(Reply) 인터넷 게시판에 달리는 댓글을 통칭하는 리플은 총 세 가지 종류가 있다. 험담과 욕설로 도배된 ‘악플’, 칭찬과 격려의 내용이 쓰인 ‘선플’ 그리고 악플과 선플이 존재하지 않는 ‘무플’이다.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시청자들의 리플에 일희일비 한다. 악플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선플에 힘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기운이 빠지는 것은 무플이다. 따라서 예능프로그램 출연진들은 리플을 이끌어내고자 종종 자극적인(?)내용을 말하거나 혹은 네티즌들에게 읍소를 한다. 리플 자체가 화제가 되고 그것이 뉴스로 만들어지며 결국 프로그램의 흥행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능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이 내용 나가면 악플이 달리겠죠”라던가 “무플이 더 괴로워요”라며 시청자들에게 은근히 리플 달기를 종용(?)한다. ‘무한도전’의 노홍철은 최근 ‘명박이 형님’에게 전화를 하겠다며 호들갑을 떠는 와중에도 “악플을 달지 말아달라”고 리플을 염두에 두는 발언을 했다. 방송국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인터넷 게시판의 리플에 민감한 편이다”며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보면 시청자들의 리플을 유도하는 멘트나 논란거리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리플이 많은 프로그램이 리플이 없는 프로그램보다 '흥행'에 성공한 경우가 많아서다.▶ 관련기사 ◀☞[흥행의 법칙③]스크린 대박 공식 10가지..."모든 법칙은 깨진다"☞[흥행의 법칙ⓛ]'일렉트로니카' '탈신비'...가요계 흥행 십계명☞[윤PD의 연예시대③] 섹시보단 솔직해야...'쿨걸' 뜬다☞[윤PD의 연예시대②] 서바이벌형 얼굴없는 가수 뜬다☞[윤PD의 연예시대①] 대중문화계 진화된 '3B코드'가 뜬다
2008.04.01 I 김용운 기자
자전거 타고 97.7km ''동막리에서의 1박2일''
  • 자전거 타고 97.7km ''동막리에서의 1박2일''
  • [노컷뉴스 제공] 강호동, 김C, 이수근, 은지원, MC몽, 이승기가 펼치는 좌충우돌 여행기 '1박2일'이 일요일 오후 간판 오락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매주 새로운 야생에서 6명의 연예인이 선사하는, 소탈함 그 이상의 설정없는 해프닝을 통해 천연의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본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묘미라 하겠다.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재밌겠다' '나도 떠나봐?' 하고 생각하던 시청자 대부분은, 그러나 정작 주말이 되면 결국 방콕을 선택하고 본방송에 이어 재방송 분까지 섭렵하는 것으로 별볼일 없는 주말의 착잡함을 애써 외면한다. 왜 구경만 하는가? 1박2일의 주인공이 되는 건 어렵지 않은데! TV가 아닌,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놓고 그저 구미가 당기는 곳으로, 혼자라도 좋고 함께여도 좋을 주말여행을 떠나보자. ‘웰컴 투 동막’ 자전거 타고 97.7km 토요일 아침 8시, 전날 숙취야 이틀간 여행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볍게 무시하고 하룻밤 자는 일정이니 배낭 또한 가볍게 챙겨 집을 나섰다. 여행의 목적지는 강화군 화도면 동막해수욕장,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여행은 길이 선사하는 예기치 못한 만남에 묘미가 있지만, ‘어디를 가느냐’ ‘누구와 함께인가’ 그리고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서도 그 맛이 크게 달라진다. 강화도는 이미 익숙한 코스지만 자전거로는 처음이라, 금요일에 받아 뱃속에 품은 새 카메라 만큼이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출발지는 오목교역 안양천 합수부. 9시 정각 기다리고 있던 일행 3명과 합류하여 이른 아침 한강변의 상쾌한 바람과 햇살을 음미하며 방화대교까지 질주, 방화동 한강시민공원에서 토끼굴을 통과해 도로 코스로 접어들었다. 이어 개화산역으로 이동해 공항대로에서 우회전, 48번 국도를 타고 김포시에 진입한 때가 오전 10시 30분경. 뱃속이 비어 엔진인 두 다리에 힘이 빠지니 일단 김포시내로 들어가 늦은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국도로 들어와 초지대교를 넘었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물론, 차로 라이딩을 할 때는 선두의 수신호와 더불어 교통신호에 주의를 기울여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국도에서는 라이더 한명한명이 대열을 따라갈 것인가, 멈춰설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똑바로 하고 신속히 움직이는 것이 필수다. 초보의 경우, 섣부른 의욕으로 홀로 라이딩을 시도하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한다. 초지대교를 넘어섰을 때가 정오 무렵. 휴식을 취할 겸 인근의 초지진에 들렀다. 사적 제 225호인 초지진은 1866년 병인양요 때는 프랑스 함대와, 1871년에는 美 아시아함대, 1875년에는 일본 함대와의 잇단 세 번의 격전지로, 마지막 일본 군함 운요호와의 포격전 때 생긴 포탄 흔적이 성축과 노송에 아직까지 남아있다. 매점 한켠에 세워진 안내판에서 강화도내 지리를 확인하고 다시 출발. 땅의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거름내 진동하는 논밭과 서해 특유의 갯벌과 갈대밭을 번갈아 지나치며 발길을 잡는 풍경 앞에선 원하는 만큼 머물고, 목이 마르면 자그만 시골 점빵서 얼음과자를 사먹으며 놀 듯 5시간여를 달린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강화에서 가장 큰 모래톱을 자랑하는,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손꼽히는 동막해수욕장의 물빠진 갯벌은 한낮 햇살조각을 가득 보듬어 안고선 이른 봄 관광객을 반기고 있었다. 기분 좋아 한잔, 풍경 좋아 한잔, 인심 좋아 또 한잔… 여행의 '성공' 여부는 볼거리 만큼 먹거리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좋은 풍경 속에 혀를 감동케하는 음식이 함께 하면 그만한 금상첨화가 흔치 않다. 미리 예약해둔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히 세안을 한 뒤 해변가에 늘어선 음식점으로 향했다. ‘조개구기를 먹으면 전어가 공짜’라는 입간판에 혹하여 망설임없이 들어선 '바다마을' 횟집. 온가족이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듯 앳된 남자아이들이 써빙을 하고, 부부인 듯한 남녀는 메뉴추천과 음식장만을 했다. 아직 이른 오후였지만, 65km를 달려온 여행자에게 무엇이 걸림돌이 되겠는가! 숯불 위에서 ‘쩍- 쩍-’ 입 벌리는 조개를 초장에 살풋 찍어 시원한 술 한잔 털어놓고 씹어먹는 그 맛이란…. 홍합탕은 기본, 키조개 참조개 비단조개 석굴에 노릇노릇 구워진 전어 네 마리까지 뚝딱 해치우고는 "양이 적다"는 서울 사람 농 몇 마디에 한손 가득 서비스 조개를 철판에 내려놓으시는 주인 아저씨 인심에 기분 좋아 소주 한 병 추가. 그렇게 일단 기분좋게 배를 채우고 밖으로 나섰는데 아직 어둠의 기미조차 보이질 않아 마치 '시간 속을 달리는' 마코트가 된 듯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콧노래 흥얼거리며 자갈밭 위 대숲 벤취에 앉아 석양 물드는 해변가 정취를 만끽, 취기인지 용기인지 모를 엉뚱하고 대범한 포즈로 사진도 찍고, 애틋한 옛기억 더듬다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 본격적인 저녁만찬을 위해 숙소로 이동했다. 해변가에서 꽤 떨어져있고, 주변의 세련되고 아기자기한 펜션에 비해 다소 초라해보이는 곳이지만 희끗한 턱수염이 멋진 아저씨와 다소 고집스러운 표정에 통통한 체구의 아줌마 부부가 숙소의 유일한 손님들을 맞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고맙고 정겨웠다. 주인 아저씨가 노련한 손놀림으로 참숯을 벌겋게 달궈 마당 좌측에 마련된 천막 속 드럼통을 채우고, 금새 달궈진 철판 위에 돼지고기가 올려졌다. 매점서 급조한 쌈장에 야채, 냉동육이 전부였지만 무엇이 작용했는지 며칠 전 먹은 꽃등심 맛이 저리 가라다. 게다가 필요한 건 매점서 구입해야 한다며 까칠함을 보였던 아주머니가 독에서 갓 꺼내다준 김치는 입 안에서 아삭거리며 시원한 감칠맛이 그만이다. 결국 다음날 반찬하라며 주신 김치는 양이 지나쳐 라면과 함께 몰래 버리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먹어도 먹어도 취하지 않는 술에 둥실 떠오른 기분이 좋아 어둠내린 바닷가로 걸어내려갔다. 하늘에 뜬 별들이 반가워 화답하는 차원에서 폭죽을 하나 쏘아올리고, 가사 모르는 어눌한 노래나마 한 명이 시작하면 나머지가 따라하고, 끝나면 다음 사람이 또 시작하는 돌림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그렇게 깊어가는 밤을 지켜보았다. '깔딱고개' 업힐 20km…길이 삶을 말해주다 자정이 훨씬 넘어 잠이 들었건만 조금의 숙취도 피로감도 없이 눈이 떠진 건 새벽 6시경. 다른 일행들도 이미 잠에서 깨어 있었지만 모처럼의 여유가 달가운 듯 따끈한 온돌방에서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가슴에 품고 수십 킬로를 함께 달려온 카메라와 함께 새벽길 다시 바다로 나섰다. 전날보다 쌀쌀한 날씨에 물안개 머금은 새벽의 해변가는 고즈넉한 동시에 처연했다. 전날 조개구이를 먹었던 곳까지 걸어갔다 숙소로 돌아와 세수를 하고 아침식사를 했다. 밥을 하느냐, 계란을 넣느냐로 잠시 실랑이를 벌이다, 더 바랄 것 없는 만찬을 즐겼던 터라 라면으로 간단히 속을 풀기로 했다. 떠날 때쯤엔 자전거 타며 먹을 초콜릿까지 챙겨줄 만큼 살가운 사이가 돼버린 주인 내외와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이틀째 여정 시작. 아주머니는 "가다보면 큰 언덕 두 개를 만날 것"이라며 만만치 않은 섬 지리를 귀띔해주었다. 온 몸을 파고드는 한기에 페달질에 박차를 가하고 얼마 못가 업힐 구간을 만났다. 오르막길을 하나 넘으면 어김없이 힘 안 들이고 공짜로 내려갈 수 있는 내리막길이 나왔고, 그렇게 오르고내리고를 반복하다 드디어 엄청난 높이와 길이의 언덕길을 만났다. 교통표지판 대로라면 10도 경사에 불과하지만, 그 길이 수킬로 미터에 더군다나 자전거로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말이지 숨이 '깔딱' 넘어가길 몇 번을 반복하고도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끌바'(자전거를 끌고 올라감)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게다가 코너를 돌면 끝날 거라 믿었던 오르막길이 그 뒤로 다시 같은 길이 만큼 이어진 것을 발견했을 때의 당혹감이란. 숨을 헉헉거리며 머리가 얼얼해질 만큼 사력을 다해 언덕 끝에 오르자, 강화도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뵈는 절경과 함께 올라온 높이 만큼의 내리막길이 시원하게 뻗어져있었다. 이렇듯 여행 속에서 만나는 '길'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겸손하게 삶의 진실을 알려준다. 올라가면 결국 내려올 수밖에 없고, 시작되는 것은 언제나 끝이 나며, 무엇보다 숨이 목전까지 차서 무릎을 꿇고 싶을 때도, 아무런 노력 없이 그저 시원한 내리막길을 달릴 때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으며, 매번 그 다음 순간을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길을 걷고 또 걷다보면 왜 우리네 어머니가, 평생 땅만 일궈온 농꾼이 그리도 지혜롭고 강인할 수 있는 지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간다. 언제 끝날 지 모를 업힐과 다운힐을 반복하다보니 어느덧 마니산 입구 근처에 다다랐다. 그리고 순식간에 속도계는 20km를 더해 총 라이딩 거리 85km를 기록하고 있었다. 전날 여파에 단시간의 맹라이딩에 일행 모두가 지쳐, 서울까지 왕복 라이딩 하는 것이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삶이 그렇듯 여행도 절대 무리해서 이로울 것이 없는 법. 마침 우리가 '멈출 것인가, 계속 갈 것인가'를 논의하던 느티나무 정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촌으로 가는 직행 버스 터미널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전거 네 대를 실을 수 있는 버스를 타야 했던지라 점심식사를 하고도 한 시간여를 더 기다려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꾀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 여정이었기에, 자전거로 완주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은 없었다. 멀지 않은 날에 다시 도전하고, 언젠가 반드시 성공할 것을 알기에. 다시 일상으로…'서울도 가끔은 괜찮은 도시' 버스에 오르자마자 차창 안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의 온기와 남은 65km를 차에 의지할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에 일행 모두 단잠에 빠져들었고, 눈을 떴을 땐 어느새 신촌 근처였다. 터미널에 내려 다시 서강대교로 진입, 여의도를 지나 첫 집합장소였던 안양천 합수부에 도착. 각자 밀린 빨래를 비롯해 정리 못한 일과를 위해 간단한 기념촬영을 하고 해산했다. 마지막 남은 거리를 홀로 달려 집까지 도착했을 때 1박2일간 자전거 위에서 질주한 거리는 총 97.7km였다! 하루 만에 다시 보는 서울,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 헤르만헤세가 상상한, 뻔뻔한 건축가들에 의해 지어진 창문도 없고 유리로 된 건물로 가득한 엽기적인 도시지만 잠시 떠났다 돌아와 보니 김현철의 노랫말처럼 서울도 왠지 괜찮은 도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1박2일을 보고 또 보며 '나도 저들과 같았으면' 하는 당신, 바로 지금 인터넷도 좋고 지도도 좋으니 대한민국 산천 어디로든 떠날 계획을 세워라. 그리고 주말이 되면 가벼운 심신으로 그 길로 여행을 시작하면 그만이다! ▶ 관련기사 ◀☞일본 전통여관 료칸 ''한명은 안 받습니다?''☞기노사키 온천을 찾다☞대청호 스치는 바람결에 그리움이 묻어있네
 그리운 스프링캠프 립서비스
  • [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14(끝)] 그리운 스프링캠프 립서비스
  • ▲ 박찬호[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가 일제히 문을 열었습니다. 스프링캠프는 한 해 농사의 시작, 씨를 뿌리는 봄입니다. 그래서 그 테마도 단연 ‘희망’입니다. 구단주에서부터 저 말단의 이름없는 유니폼을 입고 캠프 이 곳 저 곳을 뛰어다녀야 하는 루키에 이르기까지 기대와 꿈으로 가득 찹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또 다시 새 출발이고, 또 다른 시작인데요. 몸은 조금 고달플지 몰라도 일 년 중 가장 편한 마음으로 야구를 하고, 땀을 흘리고, 야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아마 이맘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다못해 지난 가을을 꼴찌로 마감한 팀에 조차도 아직 가능성의 푸른 바다는 저 멀리서 손짓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스프링캠프서는 매일 ‘말의 성찬’이 차려집니다. 칭찬 일색, 기대 만발, 의욕의 언어들이 따듯한 봄 기운 속에 아지랑이처럼 자욱하게 피어오릅니다. 그리고 그 말에 프런트는 프런트대로, 감독은 감독대로, 코치들은 코치들대로,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모두 흠뻑 취해버리고 맙니다. ‘지난 겨울 우리가 얼마나 전력 보강을 알차게 해놓았는데요. 당연히 기대가 크지요’, ‘저 선수요? 올해 제가 10승 보장합니다. 보장하고 말구요’, 심지어 ‘제 말이 틀리면 손에 장을 지지겠습니다’, ‘내가 올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가 되는데 두고 보십시오. 구단이 시즌 내로 다년 계약을 제시하나 안하나.’ 스프링캠프에서 떠도는 말은 그렇게 ‘중독된 언어’이고, 일방으로 ‘취해버린 말’이기에 위험성도 다분히 내포합니다.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술병에 든 술이 쓰디 쓴 독주인지, 달디 단 감로주인지 전혀 알 수 없듯이 말입니다. 스프링캠프의 술병에 든 가장 독한 말은 무엇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달착지근한 말입니다. 바로 립 서비스(Lip service)입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시계바늘을 1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당시 뉴욕 신문들에 따르면 윌리 랜돌프 메츠 감독은 박찬호에 대해 “훈련 자세가 제일 마음에 든다”며 투수 중에서 제일 먼저 꼽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조 메이든 탬파베이 감독은 또 어땠나요. 아예 서재응을 제3 선발로 공표했습니다. 또 이 팀의 앤드루 프리드먼 단장은 초청 선수인 최희섭과 유제국을 두고 “결코 몸값이 싸서가 아니라 과거의 성적과 가능성을 보고 데려온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말은 액면 그대로 현실이 됐나요? 박찬호와 계약 당시 오마 미나야 메츠 단장은 “우리 팀에 와서 제 3선발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스프링캠프 첫 일성으로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FA시장에서 대어급 선수들을 놓쳤지만 아직 실탄은 충분하다. 트레이드를 통해 확정되지 않은 선발 세 자리를 보강하는 작업을 계속 벌여 나가겠다.” 그렇습니다. 립 서비스는 립 서비스대로 하면서 그 밑에선 오리처럼 끊임없이 물질을 하고 주판알을 튕기는 게 메이저리그의 셈법인 것입니다. ‘중독된 언어의 성찬’에 현혹될 필요도 없거니와 도취될 이유도 없습니다. 그저 듣기 좋으라 한 말이려니 하고 넘기면 족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입에 발린 말이라도 올해는 더욱 더 듣고싶은 까닭은 어째서인가요?▶ 관련기사 ◀☞[한들의 친구 야구]산타나, 사이토, 케이시 ‘연봉은 history’☞[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10] 보라스의 '박찬호 해고'☞[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9] 울고 간 천재, 야생마, 방랑자들☞[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8] 최희섭의 마지막 계약☞[한들의 친구 야구]클레멘스-실링 일그러진 백인 영웅
2008.02.20 I 한들 기자
산타나, 사이토, 케이시 ‘연봉은 history’
  • [한들의 친구 야구]산타나, 사이토, 케이시 ‘연봉은 history’
  • ▲ 산타나 [로이터/뉴시스][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올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빈곤으로 여느 해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습니다. 구단들은 FA보다는 계약 만료를 한 두 해 앞둔 선수들과의 연장 계약에 주력했습니다. 넘쳐나는 돈을 가치가 떨어지는 현재에 투자하기보다 앞당겨 미래에 쏟아 부은 것입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외계인’ 요한 산타나의 계약이었는데요. 미네소타가 올 시즌 후 FA가 되는 그를 겨우내 이리저리 넣다 뺐다를 반복하다가 뉴욕 메츠와 트레이드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메츠도 72시간의 협상 시한이 모자라 2시간을 연장한 끝에 간신히 계약을 마쳤습니다. 쟁점은 시간이었습니다. 당초 미네소타가 4년 8000만 달러를 제시했다가 퇴짜를 맞았습니다. 메츠도 계약 기간을 놓고 산고를 겪었습니다. 산타나가 7년 보장을 요구한 반면 메츠는 개런티 5년에 2년 옵션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양측은 1년씩을 양보하고 7년째 산타나가 일정 성적을 채울 경우 2500만 달러의 옵션이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선(총액 1억3635만 달러)에서 타협했습니다. 산타나는 평균 연봉이 2290만 달러에서 2050만 달러로 깎였지만 안정적인 미래를 선택했습니다. 메츠도 기간을 연장해준 대신 그만큼 돈을 보전했습니다. 오는 3월13일 미국 나이로 29세가 되는 산타나는 이제 34세가 되는 2013년까지 매년 20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을 꼬박꼬박 받습니다. LA 다저스의 마무리 사이토 다카하시의 계약은 산타나와는 거꾸로 구단이 미래 가치를 매긴 경우였습니다. 사이토는 200만 달러에 사인했는데요. 지난해보다 100%가 뛰었지만 헐값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이토는 2006년 6승2패 24세이브, 지난해 2승1패 39세이브로 뛰어난 성적을 올렸습니다. 사이토가 빅리그 평균 연봉에도 훨씬 못 미치는 계약을 한데는 아직 FA는커녕 연봉조정신청 자격이 있는 풀타임 3년을 채우지 못한 이유가 큽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구단이 책정한 미래 가치였습니다. 계약 다음날 만 38세가 된 그는 올시즌도 시험대입니다. 무작정 태평양을 건너온 그의 맹활약에 대해 샌디에이고 브라이언 자일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선수, 우리가 몇 년이나 봤다고요? 아직 잘 모르잖아요.” 사이토는 밥먹듯한 연투로 부상의 위험을 달고 사는 피곤한 마무리 투수이면서 하루가 다른 노장이기도 합니다. 다저스가 선뜻 뭉칫돈을 안겨줄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의 조건을 다 갖췄습니다. 디트로이트에서 FA로 풀리며 보스턴으로 이적한 좌타자 션 케이시(34)의 계약은 연봉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정의였습니다. 지난해 400만 달러를 받았던 케이시는 320만 달러나 깎인 80만 달러에 사인했는데요. 지난해 성적은 143경기에 출장, 타율 2할9푼6리로 나쁜 게 아니었습니다. 11년간 5번이나 3할을 때리며 신시내티 시절엔 박찬호를 잘 두들겨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케이시가 웬만한 2년차 선수의 연봉밖에 받을 수 없었던 이유는 왜인가요? 무엇보다 강타자들이 즐비한 포지션인 1루수로서 장타율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4홈런 등 3년 연속 한 자리 수 홈런에 60타점을 밑돌았습니다. 또 한번도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하질 못했습니다. 이는 세이버매트리션의 대부 빌 제임스를 고문으로 모시고 있는 테오 엡스틴 보스턴 단장에겐 엄청난 감점 요인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결국 엡스틴은 당초 70만 달러에서 최종적으로 10만 달러를 더 올려주는 ‘횡재’ 계약을 끌어냈습니다. 거기엔 데뷔 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보지 못한, ‘사람 좋은’ 케이시의 백업요원도 좋으니 보스턴서 뛰고싶다는 열망도 손뼉을 마주쳤습니다. 선수의 연봉엔 그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말 그대로 ‘history’입니다. 산타나, 사이토, 케이시의 계약을 통해 에누리 없이 재확인됐습니다. ▶ 관련기사 ◀☞[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10] 보라스의 '박찬호 해고'☞[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9] 울고 간 천재, 야생마, 방랑자들☞[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8] 최희섭의 마지막 계약☞[한들의 친구 야구]클레멘스-실링 일그러진 백인 영웅☞[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7] 김병현이 서재응 같았다면...
2008.02.19 I 한들 기자
  • [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13 ] 한국 에이전트의 우울한 초상
  • [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영화나 드라마로 치면 메이저리그 오프 시즌의 주인공은 누구인가요? 구단 단장과 선수 에이전트입니다. 한 겨울 이들의 만남에서부터 헤어짐은 한 편 영화의 줄거리와 어슷비슷합니다. 팽팽한 긴장과 갈등 줄다리기가 있고 파국이 있는가 하면 해피 엔딩도 있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느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 에이전트들의 활약상입니다. 스캇 보라스 같은 수퍼스타는 아닐지라도 조연급 정도는 있었으면 하는데 언감생심입니다. 엑스트라급도 없습니다. 물론 이는 선수와 뗄래야 뗄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씨가 말라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 자원의 고갈,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선수들의 부진과 귀국, 미국 거물 에이전트로의 줄줄이 이탈 등등. 그러나 그동안 브로커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 에이전트의 후진성도 결코 작지 않은 원인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업자득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6년 12월 최희섭의 에이전트가 직접 언론에 발표한 탬파베이와의 황당한(?) 계약은 그 저급한 현실을 에누리없이 보여준 비근한 사례였습니다. 당시 그는 2년간 총 195만 달러에 스플릿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스플릿 계약이란 최희섭이 메이저리그에 머물면 전액을 다 받고 마이너리그에 떨어지면 대폭 삭감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최희섭의 계약은 대전제가 있어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대전제란 바로 논-로스터 인바이티(Non-roster invitee)라는 것입니다. 이는 말 그대로 40인 로스터에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스프링캠프에 초청하는 선수를 이릅니다. 곧 스프링캠프에 들어와서 시범 경기를 통해 테스트를 치른 연후에야 구단이 정식 계약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입니다. 부상 전력이 있는 선수, 하루가 다른 노장 선수 등 검증 또는 확인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선수들에게 구단이 요구하는 절차에 불과합니다. 실질적으로 계약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보장되지 않아 계약으로써 큰 의미가 없는 탓입니다. 오프시즌에서 구단을 못 찾은 모든 선수가 논 로스터 인바이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최희섭의 계약은 진실이 아닌 과장이고 잘못된 포장이었습니다. '손으로 하늘을 가리고' '눈 가리고 아웅한' 측면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포장은 에이전트로서 번지수를 제대로 찾지 못했기에 그렇습니다. 선수에 대한 포장은 매스컴을 상대로 할 게 아니라 구단을 겨눠야 하는 것입니다. 보라스가 겨울만 되면 왜 열 일 제쳐놓고 NASA(항공우주국)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동원해서 선수별로 책 한권은 족히 되고도 남을 파일을 내놓겠습니까. 또 기왕 논로스터 인바이티라면 스프링캠프까지는 아직 여러달이나 남았는데 뭐 대단한 건수라도 올렸다고 그렇게 계약을 서둘렀는지요? 오히려 실낱같이 남아 있는 가능성을 찾기 위한 수고를 일찌감치 포기한 처사가 아니었을까요. 계약이랍시고 발표하면서 오히려 에이전트 자신을 포장하려는 의도가 더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최희섭의 에인전트는 그 몇 년 전 서재응, 김병현과 수수료 등 돈을 놓고 미국 법정까지 간 에이전트에 비하면 양반이었습니다. 이 분쟁은 뉴욕 언론에 대서특필 돼 망신살이 뻗치기도 했는데요. 문제의 인물은 메이저리그에 등록된 정식 에이전트도 아니고, 그 훨씬 이전부터 미국 언론엔 '대리인'으로 표기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엔 에이전트로 널리 알려져 있었고, 스스로 그렇게 행세도 했습니다. 선수의 에이전트가 아닌, 에이전트의 선수인 현실. 돈이 되려는 순간 한국 에이전트의 품을 떠나려는 선수들의 행태를 '배신 때리기'라고만 몰아붙일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12] 최희섭과 트레이시, 그리고 노부나가☞[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11] 박찬호의 집나간 ‘후광 효과’☞[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10] 보라스의 '박찬호 해고'☞[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9] 울고 간 천재, 야생마, 방랑자들☞[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8] 최희섭의 마지막 계약
2008.02.18 I 한들 기자
 보라스의 '박찬호 해고'
  • [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10] 보라스의 '박찬호 해고'
  •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8년 전 겨울이었습니다. 겨울 오후의 을씨년스러운 햇빛이 걸어오는 세 사람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웠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그림자는 함께 포개져 있었고 고개를 잔뜩 숙인 한 사람의 그림자는 뒤처져 무겁게 끌리고 있었습니다. 당시 낙양의 지가를 올리던 박찬호가 한국인 에이전트 스티브 김에서 '수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품으로 떠난다는 소식을 발표하던 그 날이었습니다. 스티브의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찬호는 "이제 스티브 형이 보라스씨와 함께 나를 위해 공동 에이전트로 일하게 됐다"고 힘줘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외적으로만 형식상 공동 에이전트였지, 내용적으로 스티브는 자신의 가장 큰 고객을 위해 본연의 업무를 할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것으로써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의 한인 선수-에이전트의 궁합은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해 이맘 때 박찬호는 보라스와 전격 결별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또 하나의 수퍼 에이전트 제프 보리스를 찾아갔습니다. 박찬호는 이번엔 베벌리힐스의 보리스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라스와 헤어지게 된 이유를 밝혔습니다. "마음 편히 일을 맡기기가 힘들어졌다. 구체적인 것은 밝히고 싶지 않다." 박찬호가 스티브에서 보라스로 다시 보리스로 에이전트를 옮겨가는 과정은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해 공교롭습니다. 박찬호는 스티브와 보라스를 모두 스스로 해고했습니다. 발표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들어가면 묘한 '전이(轉移)'가 발생합니다. 스티브에서 보라스로 간 것은 내용적으로도 해고의 모양새를 갖췄습니다. 당시 '블루칩' 박찬호에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가장 큰 목표를 눈앞에 두고 더욱 경험 많고 강력한 대리인이 절실했습니다. 하지만 라스트 네임이 '아' 발음 하나 다른 보리스로 옮겨간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밝혔듯이 보라스한테 홀대를 받은 게 역력한 탓입니다. 바로 '보라스 사단 내에서 소외'입니다. 보라스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당시도 바쁘기 짝이 없는 오프시즌이었습니다.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배리 지토 등 '빅딜' 고객들이 수두룩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박찬호는 뒷전이었고 스프링캠프를 보름여도 채 안남겨둔 시점에 이르도록 미계약자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박찬호는 보라스를 해고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로부터 잘렸다고 보는 게 더 진실입니다. 에이전트의 지극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할 선수가 전혀 그렇지 못하다면 이미 고객의 지위는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박찬호는 에이전트를 해고했던 선수에서 바로 에이전트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그래서 버림받는 보통 선수가 돼버린 것이었습니다. 조영남이 젊은 시절 불러서 히트를 쳤던 팝송이 있습니다. 그룹 C.C.R의 프라우드 메리(Proud Mary)를 번안한 노래 제목이 아마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이었던가요? 정말 삶은 돌고 도나 봅니다. 박찬호가 스티브에서 보라스로 다시 보리스로 에이전트를 옮겨다니는 모습이 영락없이 물레방아 인생의 뒷면입니다. 다만 세월의 흐름은 누구도 피해갈 수가 없어 주객만 뒤바뀌었을 따름입니다. ▶ 관련기사 ◀☞[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9] 울고 간 천재, 야생마, 방랑자들☞[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8] 최희섭의 마지막 계약☞[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7] 김병현이 서재응 같았다면...☞[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6] 동방서 온 ‘기인’ 구대성☞[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5] 통쾌, 유쾌, 상쾌 고추장볼
2008.02.15 I 한들 기자
벌써, 수줍게 고개 내민 가을 야생화
  • 벌써, 수줍게 고개 내민 가을 야생화
  • [조선일보 제공] 고산지대에 오르니 귀가 먹먹하게 느껴진다. 휴대전화조차 터지지 않는다. 이 곳은 해발 800~1000m의 산자락에 위치한 숲, 청태산(靑太山) 숲체원.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과 평창군 봉평면·방림면 경계에 있는 숲 체험 시설이다. 해발고도가 높아 기온이 낮다 보니 8월이면 가을이 오고, 봄에도 설경을 볼 수 있다는 이 곳에서 미리 가을 야생화를 만나고 왔다.  ▲ 청태산에 조성된 나무경사길 "휠체어 테크로드". 노약자도 산 정상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미리 만나는 가을 꽃 9월에나 핀다는 꽃이 벌써 한창이다. 꽃잎을 떨구고 열매를 맺는 야생화도 있다. 숲체원의 입구에서 ‘야생화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초입, 모싯대가 기다리고 있다. 모싯대는 9월에 피는 초롱 모양의 야생화. 흔히 해발 700~800m 높이의 고산지대에서 피는데, 꽃망울이 터지면 꼭 부끄럼을 타는 소녀처럼 고개를 떨군다. 그래서 높은 산에 올라 모싯대를 바라보면 고개를 숙인 뒷모습만 보인다. ▲ 밑들이메뚜기동자꽃도 수줍음이 많기로 치면 만만치 않다. 동자승(童子僧)이 한 겨울에 주지스님을 기다리다가 추위에 동사(凍死)한 뒤, 무덤가에 꽃으로 다시 환생했다는 전설을 지닌 꽃이다. 해사한 주황색 얼굴을 감춘 채 땅만 바라보고 있다. 뒤에서 바라보면 모싯대와 마찬가지로 꽃의 목덜미만 보인다. 반면, 큰 도둑놈의 갈고리는 악착같은 매력이 있는 풀. 벌써 꽃은 지고 열매가 매달리기 시작했다. 콩 꼬투리처럼 생긴 열매에 붙은 잔 가시가 있어, 사람의 옷이나 짐승의 털에 잘 달라붙는다. 멀리 도망쳐서라도 살아남기 위한 ‘도둑놈’의 생존전략이라 하겠다. 참나물은 지금 청태산 산기슭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가을 야생화. 이름처럼 먹을 수 있다. 잎을 비비면 향긋한 내가 난다. 여러 개의 우산이 달린 모양으로, 자잘한 하얀꽃들이 한데 뭉쳐 피어난다. 참취는 ‘취나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식물이다. 잎에서 나는 향이 워낙 달콤한 탓에 껄끄러운 털을 온 몸에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손을 잘 탄다. 10월까지 피는 가을 꽃이다. ▲ 팔랑나비늦가을에나 피는 자줏빛의 바디나물도 청태산에선 이미 제철을 만났다. 뿌리가 약재로 쓰였던 식물. 흰색으로 피는 꽃도 있는데, ‘흰꽃바디나물’이라고 불린다. 노루오줌과 배초향은 벌써 지기 시작했다. 노루오줌은 긴 원뿔모양의 꽃이 한 쪽으로 꼬부라져, 농악대들이 쓰던 고깔 모양이다. 줄기를 흔들면 오줌냄새가 난다는 속설이 있긴 한데, 실제로 맡아봤다는 이는 별로 없다. 배초향은 여러 송이의 잔 꽃이 모두 각자 다른 방향으로 피어 있다. 민트처럼 향기가 독특해 과거엔 생선 비린내를 없애는데 쓰였단다. 숨어있는 단풍취도 찾아보자. 깊은 산 그늘진 곳을 좋아하는 이 식물은 밤 하늘 위에서 온 몸으로 피고 지는 불꽃을 닮았다. 흩어지는 불꽃놀이를 연상하는 꽃이 또 있다. 바로 산비장이. 줄기와 가지 끝에 달린 대롱 위에서 보랏빛 꽃잎이 폭발하듯 피어난다. 비슷하게 생긴 고리엉겅퀴도 청태산 중턱 곳곳에 있다. 흔히 ‘곤드레’라 불리는 식물의 꽃으로, 특유의 연한 향기가 가을 정취를 자극한다. 이끼와 고사리 청태산은 습지가 많은 산이다. 이끼와 고사리를 비롯한 각종 양치식물이 지천에 널려 있다. 에서 숲 해설을 도와준 김영희씨의 설명이 재미있다. 김씨는 “예전에 태조 이성계가 이 곳에서 푸른 이끼가 깔린 커다란 바위를 발견하고 ‘크고 푸른 산’이란 뜻의 ‘청태산’이란 이름을 붙여줬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일부 학자들은 바위에 깔린 이끼에 주목해서, ‘청태산(靑太山)’의 ‘태(太)’를 ‘이끼태(苔)’로 고쳐서 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 곳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끼는 털깃털이끼. 솔방울이 여러 개 달린 모양으로, 카펫처럼 숲에 넓게 퍼져 자라는 게 특징이다. 고사리의 종류도 다양하다. 응달고사리는 잎의 가장자리가 다른 고사리보다 약간 넓고 밋밋해 보인다. 십자고사리는 첫째 잎조각이 길게 발달해 십자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 잎이 유난히 작은 참새발고사리도 찾아볼 것. 다른 고사리보다 섬세하게 생겨서 비교적 구분하기 쉽다. 사라져가는 습지식물 중의 하나인 도깨비 부채도 있다. 크고 둥근 잎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야생초이지만, 최근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돼 다른 곳에선 쉽게 볼 수 없다. ‘고사리원’에 있는 속새도 빼놓지 말자. 바늘을 여러 개 꽂아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요맘때가 되면 끝에 큰 혹처럼 생긴 포자가 매달렸다가 바람에 날려 번식을 시작한다. 숲체원에서 쉬어가기 9월 5일부터 모든 탐방로를 개방한다. 현재는 공사를 마친 1~3번 탐방로에서 제한적으로 손님을 받고 있다. 숲을 바로 앞에 두고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숙박시설도 마련돼 있다. 가족이나 개인, 단체손님 모두 받는다. 15평짜리 통나무방이 성수기엔 하룻밤에 5만5000원, 비수기엔 4만5000원이다. 20명 이상의 단체손님의 경우, 미리 신청하면 숲 해설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숲을 둘러볼 수도 있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둔내IC로 들어서서 둔내 방면으로 1㎞를 올라온다. 면 소재지에 들어서기 전 나오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2㎞정도 가면 다시 사거리가 나온다. 직진해서 6㎞정도 달리면 왼쪽에 삽교 쉼터가 있다. 오른쪽 고속도로 건너편으로 간다. 둔내 유스호스텔 쪽으로 직진하면 오른쪽에 ‘청태산 자연휴양림’이 나오고, 이를 지나쳐서 영동1터널 쪽으로 올라오면 ‘숲체원’이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간판이 보인다. 문의 (033)340-6300, 숲체원 홈페이지 www.soop21.kr
 Jose, 그가 내게 건네 준 마지막 싸인볼(上)
  • [명예기자석] Jose, 그가 내게 건네 준 마지막 싸인볼(上)
  • ▲ 호세 [&#45703;;스][이데일리 SPN 고남욱 명예기자] 1999년 10월 17일 -“It ain't over till it's over'”1999년 10월 17일의 사직야구장. 롯데 자이언츠는 '가을에도 야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직야구장을 가득 메운 3만 부산 갈매기들의 표정에는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9회 초까지 3-5로 뒤진 상황. 9회 말 원정팀 삼성의 마운드 위에는 잘생긴 얼굴에 미끈한 체격을 지닌 광주출신 남자가 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임창용(31). 그는 홈플레이트 위에서 먹이를 사냥하는 코브라처럼 타자들의 방망이를 향해 달려드는 '뱀 직구'로 언제나 뒷문이 불안했던 삼성에서 수호신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임창용은 동향출신의 선동렬(44, 현 삼성라이온즈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롯데에게 늘 패배라는 끔찍한 선물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안겨다 주었다. 관중들의 일부는 패배를 확신한 듯 서서히 야구장을 빠져나가고 있었고 TV 중계가 있었다면, "정규방송 관계로 중계를 중단합니다."라는 얼토 당토 않은 변명이 설득력을 가질 만큼 사직 구장 분위기는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9회말 1사 1-2루의 상황. 홈런이 나와야만 경기를 이길 수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검은 피부에 근육으로 다져진 야생마를 연상케 하는 남자가 타석에 들어섰다."호세, 한 방 치라!" 사직을 가득 메운 3만의 갈매기들이 애절하게 외치며 그에게 기를 불어넣었다. "딱!" 그 남자는 임창용의 바깥쪽 꽉 찬 코스의 직구를 받아쳐 사직구장의 좌측 스탠드 위에 꽂아 넣었다. 호세가 프로야구 당대 최강의 마무리를 침몰시키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순간 삼성과 롯데선수들의 머릿속엔 모두 이 글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AGAIN 1984'. 또한 이 홈런은 호세가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 가운데 하나로 꼽기도 한다.Gigantes Attack, 거신병의 공습1984년 한국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롯데 자이언츠는 삼성 라이온즈에게 비해&nbsp;객관적인 전력에서&nbsp;그들의 팀명인 거인이 아닌 ‘난쟁이’라는 수모에 가까운 평으로&nbsp;인식됐다. 그러나 170cm의 ‘자이언츠’ 최동원(49, 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은 한국프로야구라는 정글에서 제왕으로 군림하던 사자들을 수면제 없이 잠재워버렸다. 그는 ‘야구는 투수놀음’이란 야구격언이 ‘비유법’이기도하지만 때론 ‘직유법’이 되기도 한다는&nbsp;것을 입증하였다. 그렇게 그는 당시 구도(球都) 부산에 한국시리즈 우승트로피를 가져다주었다.그리고 1999년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 야구전문가들은 15년 전 한국시리즈를 회상하며 머릿속으로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었다. 바뀐 것은 금테안경의 최동원 대신, 검은 갈매기 호세가 버티고 있다는&nbsp;것 뿐이었다.1999년 당시 삼성의 주력선수들을 살펴보면 말 그대로 탄성 그 자체였다. 약관 23세 나이에 54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며 한국프로야구에서 50홈런이란 신기원을 일궈낸 홈런타자 이승엽(31)을 필두로 그들의 뒤를 받치는 ‘소리 없는 강자’ 김한수(36)와 정경배(33, 현 SK 와이번스). 후반기에서만큼은 최고의 외국인 선수 중에 한명이라고 평가받던 찰스 스미스(38), 양준혁과 쌍벽을 이루는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교타자 중 한명인 김기태(38·현 SK 와이번스 코치). 롯데에서 트레이드 된 후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 붓는 듯 활약을 보여주던 김종훈(35).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임에도 ‘주머니 속의 송곳’같은 활약을 선보이던 김태균(36. 현 SK 와이번스)까지. 이 타선은 굳이 기록지를 일일이 들춰보지 않더라도, 타 팀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하지만 삼성은 타선의 힘이 약해서 프로야구 출범한지 18년이 되도록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이 절대 아니었다. 문제는 투수력이었다. 삼성의 자랑거리였던 특급투수들은 페넌트레이스 내내 믿음을 안겨다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포스트 시즌 마운드 위에 오르면 거짓말처럼 패전행진을 기록했다. 특히 경기를 마무리하러 나왔다가 역전패를 당한 기억들은 더욱 더 쓰라렸다. 어떤 이들은 삼성이 페넌트레이스에서 주축투수들을 지나치게 혹사해서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프로원년이었던 1982년 OB 베어스의 에이스 박철순(54,전 두산 베어스)을 시작으로 삼성을 상대했던 상대팀들의 에이스들 역시 혹사당한 어깨를 안고 마운드위에 오르긴 마찬가지였다.이 당시 단장을 거쳐 삼성 라이온즈의 사장자리에 올랐던 전수신(67·삼성 라이온즈 전 사장)씨는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선 리그 최강의 마무리투수 영입이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는 1998년 겨울, 칼을 뽑아 들었다. 삼성의 프랜차이즈인 스타이자 ‘푸른 피가 흐르는 사나이’ 양준혁(38)을 당대 최강의 마무리 투수 해태 타이거즈 임창용과 트레이드 시킨 것이다. 곽채진(34, 당시 삼성 라이온즈)과 황두성(31, 현대 유니콘즈)이라는 최고구속 150km까지 던지는 두 명의 투수 유망주와 협상테이블 밑으로 오간 수십억 원의 ‘언더 머니’는 전수신 사장을 비롯한 삼성 구단의 우승을 향한 열망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게끔 하는 대목이었다.단지 삼성의 ‘우승 콤플렉스’만은 아니었다. 임창용은 그 당시 최고구속 153km까지 나오며 홈플레이트 근처에서의 움직임이 대단히 좋은 '뱀 직구'와 타자들의 눈앞에서 날카로운 각을 이루며 떨어지는 140km의 초고속 슬라이더를 던지는 23살의 앞날이 창창한 청년이었다. 더욱 매력적인 점은 그가 본격적인 풀타임 마무리를 시작한지 2시즌밖에 안 되는 싱싱한 어깨를 지닌 투수였다는 점이었다. 거기에 1998년 12월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드림팀 1’의 일원으로 금메달리스트가 되어 병역이란 족쇄에서 풀린 그는 말 그대로 ‘날개달린 호랑이’ 그 차체였다.삼성 팬들은 선동렬에게 막히며 패배의 아픔을 겪던 기억을 임창용을 통해 상대팀들에게 고스란히 안겨다주는 쾌감을 경험했다. ‘푸른 피가 흐르는 사나이’ 양준혁을 떠나보낸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지만 양준혁이 떠났음에도 여전한 위력을 자랑하는 ‘살인타선’과 임창용의 엄청난 페이스의 구원행진은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호세의 한방이 그들의 기대를 무너트려버린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 임창용의 공이 가장 치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그것을 내 마음 먹은 대로 보냈을 뿐이다.” (펠릭스 호세, 1999년 10월 1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 오프 5차전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경기 직후 전문가들의 인터뷰에서도 임창용의 공은 절대 실투가 아니었다라고 언급할 만큼 바깥쪽에 꽉 찬 볼이었지만, 호세는 여지없이 그 공을 넘겨버렸다. 이 타구 한방으로 삼성쪽으로 기울던 시리즈의 무게 추를 롯데 쪽으로 돌려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정말 ‘기적’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나오는 줄 알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호세는 최종전까지 혈투를 펼쳤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는 삼성 선발 노장진(33, 전 롯데자이언츠)의 '돌직구'를 백스크린으로 넘겨버렸다. 호세는 대구구장에 지는 석양을 감상하며 유유히 베이스를 돌았다. 이 경기에서 일부 성난 대구 팬들이 던진 물병을 맞고 흥분하여 관중석으로 방망이를 날리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일으켰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또 다시 포스트시즌에서 삼성의 패배를 봐야만 하는 것에 대한 분풀이였는지도 모른다. 이때부터 이 선수는 롯데 팬들에게 '호세 장군' 혹은 '호세 형님'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결국 호세가 불러일으킨 후폭풍은 엄청났다. 서정환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경질(52,현 기아 타이거즈)됐고 임창용은 큰 충격에 시달렸다. 호세가 출국당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던 삼성 라이온즈와의 1999년 플레이오프는 그렇게 끝이 났다. 당시 팀 내 구심점은 마해영 박정태였지만, 호세는 일반 외국인 선수들에게 보여 지는 분위기와는 무언가 다른 팀 리더로서의 면이 항상 내재되어 있었다. 롯데가 마침표를 찍는 순간에는 언제나 호세가 있었다. 생물학적으로 존재할까라고 의구심을 품던 검은 갈매기 한마리가 1999년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호세의 리더로서의 면모에 대해 1999시즌 당시 롯데의 주축투수였던 박석진(35)은 이렇게 회상한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때 나는 내 기대치에 못 미치는 피칭을 해서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호세가 나에게 와서 말을 건냈다. "너는 우리 팀의 에이스다. 지금 점수를 줬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내가 나가서 너를 웃게 해주겠다. 에이스는 어느 순간에도 자존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다독거려줬다.“ 결국 박석진이 눈물을 흘리며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되는 순간 그의 옆에는 호세가 있었다. 어메이징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던 1999년 가을. 그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호세는 특별함 그 이상이었다.Felix Jose, 1999년 가을 티켓은 그가 들고 있었다.1999년 시범경기였다. 근육질의 한 선수가 커피포트에서 끓어오르는 증기처럼 씩씩대면서 덕아웃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내 그 증기는 웃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왜 도루를 시도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그는 그렇게 답했다.“시범 경기는 말 그대로 내 자신을 시험하기 위한 무대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시도해봐야 하는 것은 내게 당연하다. 루상에서 내가 움직인다는 것을 상대 투수들이 인지했으면 좋다. 확률을 늘린다는 것, 그것은 내게 야구의 유쾌함을 주기에 충분하다.(웃음)”시범경기에서 펠릭스 호세는 자신의 좋지 않은 무릎을 어루만지며, 도루를 감행했다. 타고난 재능을 갖춘 선수이면서 동시에 항상 노력하는 선수이기에 상대팀 코칭스태프들은 하나같이 호세가 타석에&nbsp;들어서면 분주해졌다. 몸쪽으로 절대 붙이지 말고 코너워크 위주로 바깥쪽에 걸치게 하는 공을 던지라고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그런 전략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호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지의 강인함을 더욱 표출하기 위해 배트를 길게 잡았다.특히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손혁(34)의 완전히 제구가 된 바깥쪽 공을 당겨 우중간 스탠드 상단에 우겨넣는 모습은 호세의 1999년 몰고 올 폭풍이 더 거세질 것을 예고한 타구였다. 단순히 힘을 바탕으로 타구를 날리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컨택을 바탕으로 하기에, 투수들이 호세를 상대하기에 꺼려할 수밖에 없던 시즌은 시작되었던 것이다.그렇게 호세가 가세함으로 인해서 1992년 강병철 감독(61,&nbsp;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우승하던, 소총으로 이루어진 타선은 어느 정도 자취를 감췄다.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그렇게 갈망하던 정교한 대포가 1999년 타석으로 오게 된 것이다. 마해영(37,&nbsp;LG 트윈스)이 입단했을 때도 기대했었고, 임수혁(38, 전 롯데 자이언츠)이 타선에 가세했을 때에도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실현시켜 준 선수는 호세였다.1999년 호세의 모습을 보면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라는 인기시트콤의 제목에서 따온 <웬만해선 호세를 막을 수 없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한해였다. 1999년 돌풍이라는 평을 받으며 승률 2위로 두각을 나타내던 롯데는 호세가 가세하기 전인 1997년과 1998년에는 2년 연속으로 순위표의 맨 아랫줄에 랭크 돼 있었다. 타고투저가 심하다던 1999년이었지만 타율 0.327(9위)·36홈런(5위)·122타점(2위). 장타율 0.636(4위). 기록에서 보이지 않는 킬러 본능과 팀 공헌도는 당시 언론에 보도된 대로 수치로 판단되지 않는 그 이상이었다. 호세는 소총군단 이미지가 강했던 롯데의 오랜 갈증을 단번에 씻어주었다. 1999년 호세의 기록은 롯데 타자 역사상 최고의 기록이기도 하였다. 이렇게 1999년은 그가 한국의 야구팬들에게 조금 다른 느낌의 방법으로 인사하던 바로 그 해였다. 호세의 매력에 빠진 롯데 팬들은 그와 함께 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그라운드에서 솔루션만 제시해줄 뿐이었다.<사진-장원석,이준열,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2007.06.05 I 고남욱 기자
세계서 가장 비싼 ''루왁커피''…고양이 ''응가''로 만든다고?
  • 세계서 가장 비싼 ''루왁커피''…고양이 ''응가''로 만든다고?
  • [조선일보 제공] 세 치 혀를 위하는 즐거움, 식도락(食道樂)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세계적으로 희귀한 ‘루왁커피’(luwak coffee)가 최근 국내에 소개됐다. 루왁커피가 다소 ‘충격적인’ 것은 먼저 엄청난 가격 때문. 커피원두 50g 한 봉지가 무려 65만원. 커피 한 잔에 커피원두 3.5~4g이 들어가므로, 루왁 커피 한 잔에 4만5000~5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루왁커피 12%와 다른 아라비카 커피원두를 블렌딩한 ‘루왁-T10’은 100g 한 봉지에 15만원. 100% 루왁커피에 비하면 무척 저렴하지만, 이 역시 싼 값은 아니다. 루왁커피를 들여온 김광림 ‘토나커피’ 사장은 “루왁커피는 연간 생산량이 800㎏에 불과한데, 그나마 추정치라 정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루왁커피가 귀하고 비싼 건, 엽기적이랄만큼 독특한 생산과정 덕분이다. 여기서 ‘무슨 커피가 그리 비싸냐’고 놀란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당황한다. 루왁커피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슬라웨시·자바 지방에 사는 야생 긴꼬리 사향고양이 루왁(paradoxurus hermaphroditus)의 배설물로 만든다. 루왁은 커피나무에서 빨갛게 익은 커피열매를 따 먹는다. 소화되지 않은 커피씨가 배설물에 섞여 나온다. 이 커피씨를 골라내 얇은 은회색 속껍질을 벗겨낸 다음, 물로 씻어 햇빛에 말린 뒤 로스팅하면(볶으면) 루왁커피가 된다. 이렇게까지 해가며 커피를 마셔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루왁커피를 높이 평가하는 커피 마니아들은 “깊고 부드럽고 은은하며 독특하다”고 루왁커피의 맛과 향을 묘사한다. 루왁커피가 이처럼 훌륭한 풍미를 갖게 되는 첫 번째 이유는 원재료인 커피원두가 다른 커피보다 우수하다고 한다. 흔히 벌레 먹거나 새가 쪼아먹은 과일이 가장 달고 맛있다고들 한다. 루왁도 짐승이니 본능적으로 가장 잘 익은 커피열매를 골라 먹었을 것이고, 가장 잘 익은 열매에서 나온 커피원두도 품질이 우수할 것이란 추정이다. 또 루왁 몸속을 통과하면서 침이나 위액과 섞인 커피원두가 발효돼 독특한 맛과 향을 품게 된다는 주장이다. 루왁커피를 롯데백화점에서 열렸던 무료 시음행사에서 맛봤다. 진하게 우린 보리차 정도의 농도와 색이었다. 커피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쓰고 떫은 맛이 적으면서 신맛이 강했다. 그런데 삼키고 난 다음에도 커피 맛과 향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았다. 최고급 커피로 쳐주는 ‘블루 마운틴’과 전체적으로 느낌이 비슷했다. 한 잔에 5만원 주고도 아깝지 않은 맛인지는 의문이다. 토나커피 웹사이트(www. tonacofee.com)에는 루왁의 생태, 습성 등에 대한 정보가 있다.
“애들은 가라, 우리가 인생이다, 음악이 인생이다”
  • “애들은 가라, 우리가 인생이다, 음악이 인생이다”
  • [조선일보 제공] ‘음악이 있는 길 위의 인생’들은 소멸한 그 지점에 진저리 나도록 붉은 꽃송이들을 던져놓고 사라진다 슬픔을 모르는 글라디올러스 같은. 1 음악이 인생이다 빗줄기 수묵처럼 번져올 때 차 안에서 홀로 라이 쿠더의 음악을 듣는 것은 위험하다. 빗물에 튀기는 그의 기타소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던 아픈 추억들을 불러다 주고 말 것이기에. 그 위에, 삶은 유한한 것이며 모든 놓쳐버린 것들에 대한 후회와 회한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는 시간이 곧 올 것이라는 예감까지 얹어 줄 것이기에. 그러나 햇살이 명주이불처럼 낭창낭창할 때라면 그의 기타소리는 마음의 주름까지 펴줄 것이다. 그러기에 라이 쿠더는 천생 사시사철 햇빛 환한 쿠바에서라야 제 맛이 난다. ▲ 푸른 나무, 밝은 태양, 맑은 하늘 그리고 청옥빛 카리브…. 쿠바인의 낙천성은 이런 자연의 영향도 크다.빔 벤더스는 또 누구인가. 하얀 날개가 아니라 우중충한 코트를 입은 음울한 표정의 사내가 온몸으로 읊은 ‘베를린 천사의 시(詩)’를 우리에게 들려주었던 사람이 아니던가. 빔 벤더스는 이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에서 그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주제인 ‘길 위의 인생’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다른 것이 하나 있다. ‘음악이 있는 길 위의 인생’이다. 길 위의 인생들은 너나없이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정지된 시간 속으로 하얗게 바스러지며 소멸해간다. 그러나 ‘음악이 있는 길 위의 인생’들은 소멸한 그 지점에 진저리 나도록 붉은 꽃송이들을 던져놓고 사라진다. 슬픔을 모르는 글라디올러스 같은. 라이 쿠더와 빔 벤더스. 애초에 이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부에나비스타는 몰랐을 것이며 언젠가 화면 속의 저곳을 찾아가 저 가수들의 열기와 체온이 느껴지는 바로 그 장소에 앉아 노래를 들어보고야 말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태양을 삼키러 그들이 온다.” 흡사 스타 축구선수들의 월드컵 출장기사 같은 ‘부에나비스타’의 이 광고문구에 실소하던 나도 막상 무대 위의 표범 같고 야생말 같은 노인들의 공연을 보면서는 그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태양처럼 뜨거운 노장들은 온몸으로 이렇게 말한다. “애들은 가라. 우리가 인생이다. 음악이 인생이다.” 2 음악이 양식이다 쿠바에는 거지가 없다는 알도의 거짓말은 차라리 사랑스러울 정도. 걷다 보면 거리와 광장에서 불쑥 손을 내미는 노인이나 아이들을 무시로 만난다. 어쩌면 알도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 듯 환히 웃거나 혹은 무슨 말인가를 열심히 재잘거리며 친밀함을 보이는 아이들, 낯선 이에게 빈손을 내밀면서도 온몸으로 낙천성을 발산하는 그 아이들에게 ‘거지’라는 말은 아무래도 모독이다. 대체 무엇이 저들의 영혼을 무너지지 않게 하는가, 탁함이라곤 없는 맑은 눈빛을 간직하게 하는가, 배꼽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환한 미소와 기쁨의 기운을 발산하게 하는가. 아무래도 저 리듬이다. 광장이나 골목 할 것 없이 환청처럼 밀려왔다 사라지곤 하는 저 타악기 마라카스의 리듬. 귀와 피부 속으로 스물스물 스며들어와 핏줄을 타고 흐르면서 단숨에 아드레날린이라도 주사한 듯 심장박동을 팽팽하게 당겨 일으키는 저 북소리. 아련하면서도 저릿한 그 자장(磁場) 속으로 들어서면 그 누구라도 현실의 크고 작은 결핍쯤이야, 존재란 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답고 달콤한 것이거늘, 하며 가슴 속에서 간지럼처럼 퍼져나가는 행복감과 충만감에 푹 잠겨버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nbsp;▲ 찬찬찬…. 석양이 되면 골목과 거리에 넘치는 밴드와 음악소리. 그중에는 부에나비스타로 귀에 익은 ‘찬찬’도 있다.손(son). 룸바(rumba). 과히라(guajira) 그리고 쿠반 재즈…. 아프리카 음악의 전통 속에 라틴아메리카의 숨결이 섞인 그 개성적인 음악들이야말로 수많은 이방인을 취하게 할 뿐 아니라 그들 자신의 가난과 슬픔을 이겨내게 하는 힘이다. 허물어질 듯 가까스로 버티고 서있는, 차라리 유머러스 해 보이는 엉뚱한 색깔이 칠해져 있는 담벼락 아래 희미한 불빛을 따라 걷다 보면 그 불빛 아래 모여 앉아있는 사람들, 파랗게 불을 켠 눈으로 여행자를 탐색하는 윤기 자르르한 야생고양이의 실루엣, 나와 풍경 사이로 흘러가는 노래들, 찬 찬, 관타나메라…. 앤티크 박물관에서 끄집어내온 듯 낡았지만 묘한 매력을 풍기는 자동차와 마호가니빛 피부의 쿠바인들 사이로 걷다 보면 레몬을 짜 넣은 얼음물 한 잔이 환장할 만큼 그리워지는데, 그 끈적임과 더위와 갈증 사이로 한 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살갗을 애무하는 노래, 노래들. 3 밤의 나시오날 호텔 부에나비스타를 말하며 흥분하는 내게 알도는 ‘그쯤이야’하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지만 사실은 그 사람들과 나를 만나게 해줄 자신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들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너스레 끝에 알도는 어깨를 으쓱하며, 꼭 그 사람들을 만나고 싶으면 아무래도 다음에 다시 한 번 오는 게 좋겠다며 슬쩍 말끝을 흐렸으니. 암스테르담에서의 데뷔공연으로 꿈같은 환호와 열광의 중심에 서게 된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은 이후 카네기홀의 공연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순회공연으로 아바나를 오래 비우게 된다. 나 역시 그들을 꼭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낮에는 이발사로 일하며 밤에만 클럽에서 노래를 불렀던 콩파 세군도, 마치 연인의 몸을 어루만지듯 피아노를 다루던 천재적인 피아니스트 루벤 곤잘레스, 구두를 닦다 ‘발견되어’ 클럽으로 끌려와 노래를 불렀고 70세가 넘어서야 그래미상 신인상을 수상한 이브라힘 페레르. 화면 속으로 날 빨아들였던 그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지 않은가. 알도의 말처럼, 부에나비스타라는 이름만 남았을 뿐, 그들은 쿠바의 많은 뮤지션 중의 하나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 나시오날!’을 외친다. 1930년대 영화 속에서 본 듯한, 너무나 낡은 소련제 빨간 택시. 쿠바에선 시간과 역사가 뒤섞인다. 피카소의 그림처럼 두 개의 얼굴을 보이며 울고 또 웃는다. 알도. 짐작과는 늘 다른 일이 일어나는 게 여행이고, 그리고 인생이지.
  • [Cool한 여행지]④디날리 국립공원
  • [스포츠월드 제공] 디날리국립공원 여행자 안내소에서 2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이 버스는 디날리국립공원으로 가는 캠퍼를 위한 전용버스다. 최종 목적지인 원더호수(Wonder Lake) 캠핑장까지는 6시간 거리. 시작부터 끝까지 비포장인 험로다. 그러나 여행자들은 디날리의 품으로 든다는 생각에 고달픈 여정에도 표정은 밝다. 캠퍼 버스에 탄 이들은 시애틀에서 온 의사 일행 4명을 포함해 모두 7명. 이 가운데 2명은 중간에 내리고, 다시 몇 명이 버스에 올랐다. 디날리국립공원 안에서는 어디서나 캠퍼 버스를 얻어 탈 수 있고, 내릴 수 있다. 캠퍼들은 걷다 지치면 버스를 세우면 된다. 아니 세우지 않아도 큼지막한 배낭을 메고 걷고 있으면 버스가 먼저 서고, 운전자가 ‘태워 줄까’ 묻는다.원더호수로 가는 길은 마치 야생동물을 찾아 나선 사파리 투어와 같다. 야생동물들이 수십 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심심할만하면 한 마리씩 나타나 지루함을 덜어준다. 처음 모습을 내민 것은 산양이다. 이 녀석들은 수목 한계선 위의 가파른 산비탈에서 놀기 때문에 눈을 부릅뜨지 않으면 보기 어렵다. 캐러부(북미산 순록)나 ‘땅다람쥐’ 등은 그나마 모습을 자주 드러내는 편이다. 세이블 패스(Sable Pass)를 지나면 곰의 땅이다. 녀석들은 때로 길을 막고 차량을 막는 황홀한 풍경을 연출한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터클라 강가나 숲을 따라 거니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디날리에는 300마리의 회색곰이 산다고 한다. 제 아무리 불행한 여행자라 해도 오가는 길에 최소한 몇 번은 볼 수가 있다. 폴리크롬전망대(Polychrome Point)에서 엘리슨 여행자안내소로 이르는 길은 몇 개의 고개를 넘으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수십 길 낭떠러지 위로 아슬아슬하게 길이 걸려 있기도 하고, 앞으로 가야할 길이 장쾌하게 펼쳐진 곳도 있다. 그 길을 따라 곡예를 하듯 지나거나 흙먼지 속으로 아스라이 멀어지는 버스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만하다. 원더호수를 찾아가는 여행자들은 모두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5m)를 보고 싶어 한다. 제 아무리 수백 마리의 곰이 나타난다 해도 매킨리를 한 번 본 것과 바꿀 수 없다. 그러나 매킨리는 일년의 대부분이 구름에 가려 있다. 설령 모습을 드러낸다 하더라도 잠시 뿐이라 한눈을 팔고 나면 금새 구름에 휘감기기 일쑤다. 원더호수 캠핑장은 아름답다. 캠핑장은 매킨리 강으로 부드럽게 흘러내린 고원의 중턱에 자리를 잡았다. 로마의 원형경기장처럼 반원형을 그리며 펼쳐진 캠핑장은 하나같이 매킨리를 바라보게 돼 있다. 어느 자리에서건 눈만 들면 매킨리와 마주한다. 여행자들은 이곳에 며칠씩 머물며 ‘매킨리 바’로 트레킹을 하거나 모기와 씨름하면서 매킨리가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린다. 매킨리가 속한 전체 산군을 디날리라 부른다. ‘디날리’는 이곳 원주민어로 ‘큰 하나’라는 뜻. 디날리 산군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인 매킨리는 25대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다. 1917년 주봉의 이름을 따서 매킨리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가 1972년 디날리국립공원으로 바꿨다. 디날리국립공원으로 드는 길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땅다람쥐.폴리크롬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디날리의 산군을 바라보는 관광객들.원더호수 캠핑장에서 트레일을 따라 ‘매킨리 바’까지 갔다 돌아오는 트레커 뒤로 흰눈을 이고 있는 디날리 산군이 보인다.한국 산악인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 산은 히말라야 산군의 고봉에 비하면 높이는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북극에 가까워 산소가 희박하고 날씨가 변화무쌍해 등반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초등한 고상돈도 이 산을 등반하다 숨졌다. 원더호수 캠핑장에 머무는 이들은 하나같이 찾는 곳이 있다. ‘매킨리 바’ 트레킹이다. 캠핑장에서 매킨리강까지 8㎞에 이르는 툰드라 산책 코스다. 사실 ‘매킨리 바’는 원더호수 캠핑장 주변에 마련된 유일한 트레킹 코스다. 캠퍼들은 이 길을 거닐며 블루베리나 버섯, 툰드라의 여름꽃을 찾아본다. 여름철에는 백야 현상으로 자정이 가까워도 밖이 훤하다. 이 때문에 트레킹 행렬은 오후 늦게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캠퍼들의 마음은 항상 한 곳에 붙밖아 있다. 바로 매킨리와 마주하는 것이다.일반차량 출입금지… 다양한 셔틀버스로 대신여행객 취향에 맞추어 세가지 종류 준비얼굴만 보호할 수 있는 모기장을 쓴 여행자. 디날리국립공원을 여행하기란 쉽지 않다. 일반 차량은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 1974년 앵커리지와 패어뱅스를 잇는 하이웨이가 개통되면서 관광객이 몰려들자 국립공원측에서 공원 안으로 드는 차량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 대신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셔틀버스가 비포장 외길을 따라 오간다. 공원을 순환하는 셔틀버스는 크게 3가지. 하나는 운전사 겸 가이드가 딸린 투어다. 커피와 빵을 비롯한 간단한 요기도 제공한다. 원더호수 캠핑장까지 갔다오는 투어는 12시간이 소요된다. 비용은 100달러를 호가한다. 당일 여행객을 위해 5시간·9시간·12시간 등 목적지에 따라 셔틀버스가 운행되기도 한다. 이 버스는 가이드와 먹을거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마지막은 캠퍼를 위한 버스다. 이 버스는 야영장을 순회하며 캠퍼를 실어 나른다. 어디서나 내릴 수 있고, 또 어디서나 탈 수 있다. 목적지에 따라 운행시간이 조금씩 다르지만 가장 먼 곳까지는 하루에 4번 운행된다. 요금은 가는 거리에 상관없이 일정(23달러)하다. 공원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몇 번이고 이용할 수 있다. 디날리국립공원 안에는 6곳쯤의 야영장이 있다. 이곳을 이용하려면 여행자안내소에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그러나 원더호수캠핑장처럼 인기가 좋은 곳은 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야영장을 예약하지 않을 경우 공원 내에서의 야영은 금지된다. 야영장 주변에는 툰드라를 산책할 수 있는 트레일이 만들어져 있다. 이 트레일을 제외한 다른 곳을 간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단서가 하나 있다. 본인의 안전은 본인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툰드라에서 길을 잃거나 혹은 곰을 만나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더라도 그것은 본인의 책임이다. 그런 연유로 대부분의 여행자는 정해진 트레일을 따라 간다.디날리국립공원은 여름에는 모기의 천국이 된다. 모기장을 쓰지 않고는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입 속으로 달려들고 눈꺼풀에 달라붙어 사정없이 피를 빨아댄다. 따라서 야영을 하려면 모기를 퇴치할 수 있는 만반의 대책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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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이 부른다]클릭! 이상품 ①휴식파
  • [스포츠월드 제공]&nbsp;&nbsp;산·바다·휴식 공존하는 보석섬,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 황홀한 석양의 섬.’ 말레이시아 코타 키나발루의 뜻이다. 서울에서 5시간의 비행으로 찾아가는 이 섬은 휴식을 위해 준비된 보석같은 섬이다. 야생의 자연과 문명이 공존하는 이 섬에는 동남아 최고봉 키나발루산(4095m)이 있어 산행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기도 하다. 또 에메랄드 빛의 바다는 다이버들의 최종 목적지로 불리기도 한다. 공항에서 10분, 다운타운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수트라 하버 리조트는 코타 키나발루의 리조트 가운데 손꼽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남지나해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해 전망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수트라 하버 리조트는 화려하고 웅장한 목조 건물 내부에 총 456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각 객실은 발코니가 있어 키나발루 산과 바다풍경을 즐길 수 있다. 리조트 내에 27홀의 골프 코스가 있고, 야간에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게 자랑이다. 또 천연재료를 이용한 허브 마사지와 스파 테라피를 즐길 수 있는 만다라 스파도 이 리조트의 품격을 높여준다. 스노쿨링·제트스키·요트 등 다양한 해양 레포츠는 기본이다. 이외에도 비즈니스센터와 해변용품, 골프용품, 시가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상점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호도투어(www.hodotour.com)는 전일정 노팁 3박5일 수트라 하버 리조트 상품을 내놨다. 전일정 호텔 및 항공·여행자보험·현지공항세·전쟁보험료·유료 할증료 포함해 129만9000∼184만9000원이다. (02)753-8530 에메랄드바다 허니문 꿈의 여행, 클럽메드 몰디브 카니 ▲ 클럽메드 몰디브 카니의 칵테일 바.스리랑카 남서쪽 인도양에 떠 있는 섬나라 몰디브. 이곳은 비취빛 바다와 산호초 사이를 유유히 유영하는 열대어, 무성한 야자나무와 백설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백사장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허니무너들에게는 꿈의 여행지로 불린다. 몰디브 카니섬에 있는 클럽메드 몰디브 카니는 지난 12월 리노베이션을 거쳐 고품격 리조트로 거듭났다. 카니 빌리지는 클럽메드가 추진 중인 ‘뉴 페이스 오브 클럽메드’(클럽메드의 각종 시설과 서비스를 고급화·다양화시키는 혁신작업)의 첫번째 수혜자다. 카니 빌리지는 탁 트인 아일랜드 스타일의 건물에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장하는 테라스를 갖춘 별장 스타일의 자쿠지 비치 빌라, 인도양 위에 떠 있는 섬 하나를 독차지하는 라군 스위트 등의 숙박시설을 갖춰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매 식사 때마다 200여가지의 음식이 나오는 뷔페도 카니 빌리지의 자랑이다. 또 라군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칸두 레스토랑은 예술적인 테이블 셋팅과 즉석요리로 디너 정찬을 즐길 수 있다. 리조트 어디서나 음료와 맥주, 와인을 원하는 만큼 제공한다. 클럽메드의 모든 레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시설도 추가 비용없이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카약, 세일링, 스노클링, 윈드서핑 등 자신이 원하는 모든 레포츠를 원없이 즐길 수 있다. 클럽메드(www.clubmed.co.kr)는 9월21일까지 최대 40만원이 할인된 패키지를 내놨다. 4박5일은 168만9000원, 5박6일은 177만5000원이다. 또 이 달 31일까지 예약하고 9∼10월에 출발하는 4박 이상의 패키지를 예약한 허니무너에게는 객실 타입에 무관하게 1박을 무료로 제공한다. (02)3452-0123 스노쿨링·스킨 스쿠버 레저천국, 팔라우 ▲ 소금을 펼쳐놓은 듯한 팔라우의 해변.‘바다의 정원으로 떠나는 휴식.’ 남태평양 괌 서남쪽에 자리한 팔라우는 해양 전문가들이 꼽는 세계 최고의 바다다. 팔라우는 바벨디웁이라는 큰섬과 작지만 중심이 되는 코롤섬을 위시해 350여개의 섬으로 구성됐다. 팔라우의 섬들은 저마다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버섯·낙타·거북이·코끼리 등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어 섬 사이를 누비는 크루즈투어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팔라우는 눈에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팔라우의 아름다움은 물속에 있다. 해양전문가들이 세계 최고의 바다로 꼽은 것은 물속의 다양한 산호초다. 얕은 바다에서는 스노클링을, 깊은 바다에서는 스킨 스쿠버를 하며 바닷속 세상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환상적이다. 특히 락 아일랜드 투어가 백미다. 정성스럽게 가꾸어 놓은 분재처럼 생긴 70여개의 섬이 35㎞에 달하는 긴 띠를 이루고 있다. 섬의 하단부에는 석회동굴도 있다. 이곳에서 크루즈를 즐긴 후 무인도의 해변에서 바비큐 파티도 벌인다. 팔라우는 한국과 시차가 없다. 또 아시아나 전세기로 4시간30분이 닿을 수 있다. 하나투어(www.hanatour.com)는 ‘팔라우 5일과 6일’ 상품을 내놨다. 8월 24일까지 매주 목요일(4박5일)과 일요일(5박6일)에 출발하는 이 상품은 99만9000∼139만원. 7월까지는 동반자 30만원 할인, 선착순 20명 가격 할인 제공 등 다양한 행사도 벌인다. 1577-1233 투명바다·스파·시푸드 오감 넘실, 푸껫 PIC 라구나리조트 ▲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서있는 푸껫의 바다.2004년 쓰나미로 초토화됐던 태국 푸껫. 그러나 지금은 그 아픔을 딛고 다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대부분의 리조트는 이노베이션을 거쳐 새로운 리조트로 거듭났다. 그 가운데 하나가 PIC라구나리조트다. 푸껫 다운타운에서 25분 거리에 위치한 PIC라구나리조트는 방타오만의 열대 호수와 안다만해를 사이에 둔 2만5000여평의 광대한 부지를 자랑한다. 푸껫에서 손꼽는 귀족적인 리조트 가운데 하나로 품격이 느껴지는 건축물과 본능적으로 둘만의 공간을 찾는 허니무너를 위한 프라이빗 공간을 가지고 있다. 또 태국하면 떠오르는 마사지와 이국적인 호화로운 스파 시스템도 자랑이다. PIC라구나리조트의 객실 수는 251개. 룸은 스위트와 수페리어, 패밀리, 디럭스 4개 등급. 모든 객실에서 라군과 워터파크,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저마다 다른 테마로 꾸며진 4개의 레스토랑과 두 개의 카페는 미각과 분위기를 돋궈준다. ‘테마디너파티’는 매일 저녁 주제가 다른 공연과 뷔페가 마련된다. ‘림 탈라이 타이’는 라군의 전경이 한눈에 드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태국 전통 일품 요리와 시푸드가 자랑이다. ‘안다만 풀 비스트로’는 안다만의 석양을 바라보며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곳이다. 이밖에도 카약·세일링·윈드서핑·워터 슬라이드·수중 배구 등 30가지 이상의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이 리조트만의 자랑이다. 씨에프랑스(www.ciefrance.com)는 매주 일요일 출발하는 3박5일 상품을 20일까지 87만9000원에 판매한다. 이 상품은 스페셜 디너 만찬 1회, 레포츠 무료 이용 등을 포함해 현지에서 별도 추가비용이 없는 전 일정 노팁 상품이다. <관련기사> [여름이 부른다]클릭! 이상품 ②실속파 [여름이 부른다]클릭! 이상품 ③학습파
  • 유럽 가금류업계, `AI 공포`에 울상
  •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최근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H5N1형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해 유럽 가금류 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보도했다. 작년 가을 전세계적인 `AI 공포`로 타격을 입은 뒤 소폭이나마 회복됐던 매출이 또다시 감소하고 있다.지난 주말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 AI 감염사례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슬로베니아에서는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백조가 발견돼, 당국이 추가 조사에 나섰다. 또 이탈리아 푸글리아, 칼라브리아, 시실리 등에서도 AI에 감염된 야생 백조들이 발견됐다. AI 공포가 유럽을 강타하면서, 유럽 농가들은 가금류 판매 감소에 또다시 몸살을 앓게 됐다. FT는 각국 보건 당국이 AI 확산을 막기위해 강경 조치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두려움과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 한 해 가금류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가금류 조합의 스타브로스 클라나키스 대변인은 "가금류 판매가 작년 10월 90% 급감한 이후 현재까지 절반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이번 사고로 이미 지난 주말 가금류 판매가 크게 주는 등, 이미 위기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식음료 소매업 무역 조합인 FCD는 AI 확산이 소비자 수요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작년 10월 20% 가량 감소했던 가금류 매출이 12월들어 회복됐으나, 1월에 AI 우려로 다시 10% 줄었다고 밝혔다. 영국 가금류 위원회 회장인 피터 브래드넉은 "이탈리아에서 AI에 감염된 죽은 야생 백조가 발견됐다는 소식은 업계에서 결코 환영할 수 없는 뉴스"라며 회복세를 나타내던 가금류 판매가 또다시 타격에 입게될 것을 우려했다.
2006.02.14 I 김경인 기자
  • 중국 또 조류독감… 아시아 초긴장
  • [조선일보 제공] 13억명의 인구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금류, 낙후한 보건 시스템을 보유한 중국에 조류독감이 또다시 발생, 아시아를 긴장케 하고 있다.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9일 내몽골자치구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 외곽의 텅자잉(騰家營)촌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해 가금류 약 2600마리가 살처분됐다고 보도했다. 후허하오터는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북서쪽으로 불과 670㎞ 떨어진 곳이다.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중국에서는 모두 4건의 조류독감이 발생했으나, 발생 지역은 칭하이(靑海)성, 시짱(西藏)자치구, 신장(新疆)자치구 등 모두 서부 외진 곳이었다. 이 때문에 베이징 바로 위 내몽골자치구에서 발병 사실이 확인된 것은 조류독감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될 징조가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동부 연안의 중국 최대도시 상하이(上海)시도 19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조류독감 상설 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장기적인 대응태세에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동에서 경험했듯, 중국은 공중위생과 보건 상태가 극히 열악하며 전염병 통제를 위한 행정 투명성도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중국은 최근에도 야생조류에서 추출한 조류독감 바이러스 샘플의 공개를 거부, 세계보건기구(WHO)의 강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한편 탁신 시나왓 태국 총리는 올 들어 태국에서 처음으로 조류독감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20일 밝혔다. 태국은 지난해 조류독감으로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앞서 러시아 농업부는 19일 모스크바 남부지방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5N1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례는 유럽에 가까운 우랄산맥 서쪽 러시아에서 발생한 첫 발병 사례이다.
  • (정해근의 국제금융단상)6월의 양귀비
  • [edaily] 지난 월요일은 조용한 날이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의 간판스타인 뉴욕과 런던이 각각의 휴일로 문을 닫았으니 다른 나라 어디에선들 시장을 움직일 건더기를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현충일(The Memorial Day)과 영국의 Spring (Banking) Holiday가 바로 월요일이었습니다. 이제 오늘부터 우리도 가정의 달 5월을 접고 호국보훈의 달인 6월로 넘어갑니다. ‘와! 벌써 거의 반년이 다 되어 가다니...’가 아니라 ‘어 아직도 7개월씩이나 남았잖아...’라고 마음의 자세를 바꿔 달아야 한다는 개그 아닌 개그를 할만큼 여유롭지도 못하고 평안하지도 않은 지쳐가는 매일의 삶 속에서 새로운 달을 맞이한다는 느낌만 허술하게 다가오는 것이 진정한 속내일지 모릅니다. 하여튼 미국의 현충일과 다가오는 6월의 호국보훈의 달을 바라보며 전 막연히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Poppy... 웬 양귀비꽃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영국생활을 하다보면 가을을 지나 어둑어둑 겨울로 들어설 즈음이 되면 길거리 행인들 가슴에 하나둘 빨간 종이로 만든 poppy를 달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고, 기차역이나 펍 근처, 시장통 언저리에서 늙수그레한 노인네 들이 poppy꽃을 바구니에 담아 몇푼에 팔고 있는 것으로 보게 됩니다. 어떤 노인네는 그럴싸한 군복에 훈장 몇 개를 가슴에 달고 군모를 쓰고 Poppy를 팔지요. 그런 광경을 보면 나도 저걸 사서 가슴에 붙이고 다녀야 하나 하고 고민한 적이 여러번 있었을 정도로 가을이 깊어가는 시기의 빨간 poppy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영국의 현충일은 11월 11일 제 1차세계대전 종전일 근처의 일요일로 정하고 그날은 11시 정각에 영국의사당의 거대한 시계 빅벤의 종소리를 시작으로 웨스터민스터사원의 앞 정원에 꽂혀있는 수많은 작은 십자가와 poppy꽃더미 사이에서 엄숙한 추모제가 시작됩니다. 영국 군대의 모든 부대들의 엠불럼과 죽은 병사들의 이름이 적힌 작은 십자가와 poppy... 어느 부대는 엄청 빼곡하게 십자가가 들어선 반면 어느 부대는 아예 커다란 십자가와 poppy화환으로 로 대체한 곳도 있고... 그 길을 걸어가다보면 그 작은 상징들 하나하나가 젊고 싱싱하고 멋진 군인들의 삶이자 죽음이었음을 잊을 정도로 엄숙해집니다. 전쟁과 죽음과 삶에 대한 영국사람들의 의식이 어딘지 달라 보이고 그 죽음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은 다시 시장통의 한켠에 서있는 전사자기념비나 교회 벽에 걸려있는 교인 가족(주로 젊은 청년들) 중의 전사자명단을 새긴 동판들을 보면서 다시 머릿속 깊이 박힙니다. 그리고 6월의 화사한 햇볕 속에 들판을 수놓듯 피어오르는 빨간 poppy의 모습은 절로 마음을 흥분시킵니다. 1차세계대전중 프랑스 플로렌스 지방에서의 치열한 독일군과의 전투에서 숨져간 병사들의 시체 사이사이로 피어오른 빨간 poppy 군락의 모습은 그 꽃들이 마치 병사들이 흘린 피의 화신이자 애국심의 발로인 것처럼 여기고 그 넋들을 기념한 것처럼 poppy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순간은 묘한 상념에 젖게 만듭니다. 다시 피어오르는 경제전쟁의 시대에서도 어김없이 전사자가 나오고 전쟁의 파고는 높아가고 있습니다. 어제 미국과 영국이 조용한 가운데에도 중국은 또 하나의 5월 마지막 주 대공세를 단행했습니다. 섬유전쟁!! 사실은 무역전쟁의 한 전투이자 환율전쟁의 대리전이자 미국이 그렇게도 부르짓는 국제 불균형 해소 전쟁의 국지전이기도 할 것입니다. 지난 13일 지리한 환율절상과 무역불균형 해소를 요구하다 지친 미국이 먼저 중국산 의류 몇가지에 자국산업 보호를 핑계로 수입쿼타를 부과했고 다시 18일에도 몇 개 품목을 더하여 추가 수입쿼타를 부과 적용하였습니다. 미국의 경제부진이 미국의 무역수지 악화에 있고 이는 국제균형을 무시하고 자국경제만을 생각하는 악동 중국 위안화의 부적절한 환율수준과 중국의 사활을 건 수출정책 때문이라는 구실로 본때를 보여주자는 의도가 강하게 담긴 조치였습니다. 우선 한방을 얻어 맞은 중국으로서는 움츠러드는 자세를 취했지요. 점잖게 수출관세를 올려(0~0.3%에서 0.5~4%로) 해당품목들의 수출 억제를 시도하겠다는 제스쳐를 했음에도 미국 내의 분위기가 가당치도 않은 수준이라고 떠들어대고 미 상무장관의 중국방문을 통한 추가 수입쿼타 발동문제를 꺼내자 어제 한판 붙자는 식으로 나선 것입니다. 아예 78개 섬유제품에 대한 수출관세를 없애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할테면 해보자는 것이지요. 어차피 WTO에 가입해 수입쿼타제도가 무명무실한 만큼 말로 안되면 실력으로 붙자는 것입니다. 싼가격에 물건을 못 만드는 것은 미국내의 사정이지 싸게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중국의 문제는 아니란 배짱입니다. 결국은 경쟁력의 문제인데...싸움의 요체는 그 경쟁력의 발원이 인위적인 환율이냐 아니면 시장변수인 인건비등의 기타요인이냐는 것입니다. 아무튼 전쟁은 끊이지 않고 와중에 의식있는 병사든 순진한 민간인이든, 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자나 노동자든 간에 지는 쪽은 죽음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빨간 poppy가 가득핀 초원에 쓰러져 썩어가는 전사자들처럼 말입니다. 전쟁의 강도가 세지면 위안화 절상폭에 대한 논의도 약해질 것이고 가뜩이나 시원챦은 유럽 상황에 맞물려 달러의 강세는 어느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연유가 아마도 오늘 엔화의 약세에 힘입은 원화의 약세 분위기일 것입니다.(유로1.2390, 엔108.25, 원1007.7) 사실 유럽에서 붉은 양귀비는 그저 야생초이자 화초인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그 획일적인 마약법인가 해서 양귀비류는 전부 재배 금지종으로 분류되었다는 해석이라 연간해서는 poppy 꽃을 보기 힘듭니다. 사실 붉은 양귀비는 아편생산이 거의 되지 않고 흰색의 양귀비(white opium poppy)가 진짜 마약의 재료인데도 말입니다. 이젠 보기 힘든 빨간 poppy 대신에 담장을 붉게 물들인 빨간색의 넝쿨장미로 감상을 대신해야겠습니다. 전쟁과 6월의 붉은 피를... (대우증권 트레이딩 영업본부장)
2005.06.01 I 정해근 기자
  • `2005년 세계경제 10대 서프라이즈`
  • [edaily 오상용기자] 2005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어떤 행보를 그릴 것인가. 4일 모건스탠리의 유명 이코노미스트 바이런 위엔은 `미국 투자전략` 보고서를 통해 올 한해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을 엄습할 10대 충격을 예언했다. 위엔은 10가지 서프라이즈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33%로 예상됐지만, 자신은 현실화 가능성이 50%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단언했다. 위엔은 "유가는 배럴당 30달러~60달러대를 넘나들며 불안한 모습을 지속하고, 중국은 환율제도 변경을 거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일본 경제는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지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제2의 러시아 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측했다.다음은 위엔이 예언한 2005년 금융시장을 강타할 10대 충격이다. 위엔은 지난해에도 오사마 빈 라덴의 생포,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및 딕 체니 부통령 사임 등 10가지를 예측했으나 이중 2-3가지만 적중했다. ◇유가 변동성 지속..배럴당 30달러~60달러 국제유가는 올 한해 가장 변동성이 큰 상품이 될 것이다. 유가(서부텍사스산중질유 기준)는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진 후, 수급 불균형과 수송차질로 60달러선까지 치솟을 것이다. 미국의 전략비축유 감축 가능성은 전혀 없다. 다만, 알래스카 야생보호구역의 유전발굴 계획은 미 의회를 통과할 것이다. ◇달러 급락할 것..달러/엔 85엔까지 하락 달러는 하락세를 지속한다. 하락 속도는 시장의 기대와는 반대로 급락세가 불가피하다. 부시 행정부는 표면적으로 강달러 정책을 지지하겠지만, 환율은 외환시장의 결정에 맡겨둘 것이다. 결국 달러/엔 환율은 85엔까지 하락(달러 약세)하고, 유로/달러 환율도 1.5달러에 달할 것이다. 유럽과 일본은 엔과 유로화 급등을 제어하기 위해 `제2의 루브르협정`을 미국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루브르협정은 지난 87년 플라자협정 후 달러가치가 급락하자, 선진 5개국이 파리 모여 달러가치 회복을 위해 체결한 협정이다. 올 한해 달러 약세가 지속되겠지만, 미국의 무역적자는 줄지 않고 더 확대될 것이다. ◇하반기 미 국채 수익률 6.0% 도달 올 하반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6.0%까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겠다. 이는 달러 약세로 인해 일본과 중국이 미 국채 매수를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완만한 수준을 유지하고 경기 과열양상도 고개를 들지 않겠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행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올 연말 연준리의 기준금리 목표치는 현행 2.25%에서 4.25%로 올라설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도 "너무 오랜 기간 저금리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것이다. ◇미 증시 횡보세..S&P보합으로 마감 지난 2년간 강세를 보였던 미국 증시는 방향성을 상실하겠다. 미국 증시는 연준리의 금리 인상과 ▲투자자들의 과도한 낙관론 ▲지정학적 긴장감 지속 ▲달러 하락 ▲한계에 달한 민간 소비 등에 시시각각 반응하며 등락을 거듭하겠다. S&P500지수는 기업실적 개선과 미국경제의 견조세에도 보합세로 올 한해를 마감할 것이다. ◇중국 환율제 개혁 거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국 정부의 고정환율제 변경은 연내 실현이 힘들겠다. 교역상대국의 거센 압력에도 중국 정부는 위안화 변동제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경제 안정과 고용 증대, 개혁 지속 등을 내세워 바스켓통화제의 도입도 거부할 것이다. 올해 중국 경제는 서부지역 개발에 힘입어 9%대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다. 중국발 상품·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멈추지 않겠다. ◇日경기 다시 뒷걸음..닛케이 1만선으로 하락 일본 경제는 다시 뒷걸음을 치겠다. 엔화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중국 수출이 일본 경제 성장세를 더 이상 떠받치기는 힘들 것이다. 일본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닛케이225 지수는 다시 1만선으로 떨어질 것이다. ◇제2의 러시아 혁명..푸틴 정부 몰락 러시아 푸틴정부는 `제2의 러시아 혁명`으로 몰락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대선을 둘러싼 온갖 비리가 폭로되고 민중들의 분노는 제2의 러시아 혁명을 촉발할 것이다. 결국 푸틴은 권좌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다. 러시아 경제는 침체되고 루블화 가치도 떨어져 주식시장의 주요지수는 25% 급락할 것이다. ◇에너지 업종 강세 지속 올 미국 증시에서 석유·가스 등 에너지 관련 업종이 높은 상승세를 나타내겠다. 석탄업종 역시 석탄 수요 증가세로 상승폭이 두드러지겠다. ◇곡물 흉작..가격 급등 옥수수와 콩 등 곡물가격은 급등세를 타겠다. 지난해 흉작에 이어 올 여름 냉해와 기온 급등 등 이상기후로 작황이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시정부, 사회보장제도 개혁 무위에 그쳐 조지 W.부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회보장제도 개혁은 무위에 그치겠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높은 전환 비용과 불확실한 효과를 들어 부분적인 사회보장제도 민영화를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집단소송제도는 지금보다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2005.01.04 I 오상용 기자
  • 이유없는 보안관찰 기간연장 `위법`
  • [edaily 공희정기자]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13년이 넘는 수감 생활에 이어 4년여간의 보안감찰을 받아 왔던 `야생초 편지`의 저자 황대권씨가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강신욱 대법관)는 7일 황대권씨가 보안관찰 기간 연장을 취소해 달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보안관찰처분 기간갱신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안관찰 처분을 내리거나 기간 갱신하기 위해서는 대상자가 해당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이유가 필요하다"며 "황씨의 범죄 사안이 중대하고 출소 후의 기간이 짧다 하더라도 그것이 재범 위험성을 인정할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황씨가 출소후 보안관찰 해당범죄와 관련된 구체적 활동을 했다는 증거가 없고, 원고가 복역중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면서 단식하긴 했으나 이는 헌법상 보장된 권한이라는 점 등에 비춰 보안관찰 갱신처분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98년 8월 가석방된 황씨는 보안관찰 처분이 끝나갈 무렵인 작년 4월 "출소후 활동 등에 비춰 재범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보안관찰 기간이 연장되자 소송을 냈다.
2004.06.07 I 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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