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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은 주식허용…이명박은 신탁해야
- [조선일보 제공] 행정자치부 산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는 19일, 올해 처음 실시된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의 대상이 된 1급 이상 고위공직자 (574명)와 국회의원(54명)의 28%인 161명에 대해 “보유 주식이 직무와 관련이 있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3000만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1급 이상의 공직자와 국회의원 등이 백지신탁제 적용 대상이다. 대상이 된 고위공직자의 28%인 161명(국회의원의 40.7%인 22명)이 주식을 처분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또 현대중공업 대주주 중 한사람인 정몽준 의원은 ‘주식 보유 가능’ 판정을 받은 반면, 이명박 서울시장은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정몽준 의원 주식 보유 허용돼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무소속) 의원은 직무관련성이 없어 주식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심사위측은 “정 의원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이라 직접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정 의원은 현대중공업 주식 820만주(신고가 3078억원)와 한겨레신문 주식 2000주를 보유하고 있다.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이 보유 중인 아들의 출판사 주식도 ‘업무 연관성 없음’ 판정을 받았다. 건교위 소속인 열린우리당 주승용(화성산업 주식 1억2000만원), 한나라당 김태환(국민은행 주식 등), 교육위 소속인 열린우리당 구논회(기아차 주식 4만여 주), 농해수위 열린우리당 한광원(삼성중공업 주식 1억2000만원) 의원도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반면 이명박 서울시장은 직무관련성이 인정돼 백지신탁 대상에 포함됐다. 이 시장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산업개발 주식 등 3100여만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진대제 열린우리당 경기지사 후보는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문광위 소속인 열린우리당 강혜숙 의원도 미디어 관련 주식에 대해, 이계안(재경위) 의원은 한겨레신문 주식 3000주에 대해 업무연관성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열린우리당 박영선(재경위), 김현미(정무위), 한나라당 주호영(예결위), 윤건영(재경위) 의원도 백지신탁 대상에 포함됐다.직무관련성이 있다는 판정을 받아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의원들은 대부분 국회 재경·정무·예결위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경제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직무관련성을 포괄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다.◆판정기준은기업 및 경제 관련 정보에 대한 사전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와,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판정 기준이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법부는 백지신탁 대상자 전원이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그러나 심사위는 대통령과 광역단체장은 주식 보유 자체를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 시·도지사는 포괄적 직무 관련성이 적용되는 만큼,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방의원이 보유한 건설회사·요식업체·택시업체 주식은 대거 직무연관성 판정을 받았다.
- 한명숙과 장상은 이렇게 달랐다
- [오마이뉴스 제공] 장상, 장대환, 김석수, 고건, 이해찬….2002년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실시된 이후 청문회를 거쳐 국무총리에 임명되거나 '서리' 딱지를 떼지 못한 사람은 총 5명. 여성으로는 두 번째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받고 있는 한명숙 지명자까지 포함하면 총 6명이다. 후보자를 향한 야당 의원들의 공세, 재산과 도덕성 등 후보자의 과거 행적이 낱낱이 드러나는 것이 청문회의 풍경이다. 하지만 17일부터 이틀간 국회에서 열린 한 지명자에 대한 청문회는 '대체로 무난하다' 못해 '밋밋하다'는 평까지 들었지만 기자의 눈길을 끈 세 가지가 있었다. 1. 복잡한 숫자가 없었다항상 '억' 소리가 났던 청문회. 후보자들이 갖고 있던 땅이나 주택 등의 가격이다. 청빈한 공무원의 삶을 강조하려는 후보자와 혹시나 가려진 것은 없나 냄새를 맡는 야당 의원들 사이에는 항상 억대 규모의 재산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한 지명자의 청문회에는 억대는커녕 만원짜리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한 지명자가 가진 것 없이 살았다는 것. 여당 의원들이 한 지명자에 대해 "서울에 자기 집과 땅을 한 번도 가져본 적도 없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한 사실도 없다"(박영선 의원), "인사 청문회를 일곱 번 해봤지만, 땅 한 평 없는 후보는 처음"(최재천 의원) 등의 탄식이 나올 정도였다. 한 지명자는 청문회 전 자료제출을 통해 본인 명의로 된 경기도 고양시 마두동 32평 아파트 전세금 1억6000만원 등 2억1000만원의 재산과 3000만원의 채무 내용을 공개했지만, 청문회장에서는 재산과 관련해 거의 언급이 없었다.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요구에 한 지명자는 "평생 사회의 소외자에게 관심을 갖고 살았다"면서 "공직에 들어와 상층에 많은 사람과 접했지만 서민과 비슷한 생활을 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2. "여성들한테 이렇게 환영받기는 처음이네"(웃음) 이번 청문회에서 후보자 검증을 위해 한 지명자를 공격해야 했던 야당 의원들은 적잖이 방청석의 눈치를 봐야했다. 방청석의 과반이 '여성운동의 대모'인 한 지명자의 청문회를 지켜보겠다고 나온 여성들이었기 때문.여성부장관직을 비롯해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 공동대표 등 여성운동에 잔뼈가 굵은 한 지명자이다 보니 여성단체 관계자 10여명이 응원차 방문한 것이다. 남윤인순·정현백 여성연합 공동대표, 박인혜 여성의전화연합 상임대표 등과 김희선·이미경 열린우리당 여성 의원들이 각각 방청석과 한 지명자의 뒷좌석에 앉아있었다. 청문회가 시작하기 전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이들은 유재건 인사청문특별위원장이 회의장에 들어서자 일어나 악수를 건넸고 유 위원장은 "여성들한테 이렇게 환영받기는 처음이네"라며 웃어보였다. 이들은 17일 오전 청문회가 마친 뒤 지명자에게 "애썼다"며 악수를 건넸고, 이후에도 이들은 "오늘 오후에 내가 (방청하러) 오겠다", "내일 오전에 와달라"는 등 다음날(18일) 방청을 위한 작전을 짰다. 18일 오전 청문회가 끝난 뒤에는 한 지명자에게 날을 세웠던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에게 "살살 좀 하지 그러셨냐"며 농담 섞인 압박을 했다. 10여명의 여성 방청객이 청문회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장상 전 국무총리 서리가 있었다. 장 전 총리 서리는 지난 2002년 부동산 투기 논란, 아들의 국적 의혹 등으로 인해 여야의 임명 동의 부결에 부딪혔던 인물로, 현재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 지명자가 신임 총리로 거론되자 언론은 장 전 총리 서리와 한 지명자의 공통분모를 찾았다. 두 명이 이북 출신인 점(장 전 총리 서리-평북 용천, 한 지명자-평남 평양)과 이화여대 선후배 사이라는 점, 학계와 재야에서 각각 '대모' 역할을 하는 점 등이다. 하지만 17일 한 지명자의 청문회장을 찾은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장 전 총리 서리와 한 지명자는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남윤인순 공동대표는 한 지명자의 차별성에 대해 ▲민주화 운동가 출신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할 만한 능력 ▲여성부·환경부장관 등 풍부한 행정 경험 등을 꼽았고, 정현백 공동대표는 "(장 전 총리 서리에게 제기된) 의혹의 진위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기 전에는 지지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3. "후보자님, 여기 한 번 봐주십시오"청문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문건이다. 자칫 폭로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스타가 된 의원들도 적지 않다. 준비한 문건과 함께 후보자를 향한 날카로운 눈빛은 카메라 기자들의 좋은 모델이 되기 때문에, 의원들의 언론 데뷔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사전에 준비한 문건이나 게시판을 꺼내며 포문을 여는 의원들의 말. "후보자님, 여기 한 번 봐주십시오."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는 이런 장면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청문회 중간에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일이 많지 않았다는 뜻이다. 18일 열린 청문회에서는 김재원·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이 준비한 북한 관련 비디오, 박형준 의원이 준비한 '화려한 약속-우울한 성과'라는 제목의 참여정부의 공약에 대한 게시물에 그쳤다. 대신 한 지명자의 업무 능력을 떠보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퀴즈형 질문'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될 때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이냐"(주호영 의원),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은 무엇이냐", "북한 노동당 규약을 읽어본 적 있나, 몇 번 개정되었는지 아느냐", "NLL이 무슨 뜻이냐"(김정훈 의원), "박근혜 대표에 대해 한 마디로 요약해달라"(진수희 의원) 등 일문일답용 질문이 쏟아졌다. 갑작스런 질문에 한 지명자는 당황한 표정을 짓자 김정훈 의원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 맞느냐"며 다그쳤다. 18일 청문회 도중 총리실 관계자들이 '커닝 페이퍼'를 한 지명자에게 건네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 "뒤에 앉은 분이 너무 자주 답변을 대신 써주는 것은 한 지명자의 능력을 검증하는 데 부담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그럼 밀실에서 시험을 쳐서 1등은 대통령하고, 2등은 국무총리 시켜라"며 맞받아쳤다.
- 정치-언론 '공짜 밥·술' 추적기
- [오마이뉴스 제공] "기자에게 사준 밥·술값은 노터치"양당, 대변인단 식대만 1억원 넘어 ① 1회 조찬 287만원도 정치인과 기자가 만나 밥 먹고 술 먹는데 쓰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같은 질문에 대한 정치인과 기자의 답변은 각각 달랐다. "바다와 같다."대변인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정치인이 기자들과 만나는데) 욕심을 부리자면 한도 끝도 없다"며 액수의 범위를 '바다'에 비유했다. "모른다."기자들의 답변은 대체로 이랬다. 밥집과 술집을 선택한 것도, 비용을 부담한 것도 취재원 쪽이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가 새삼스레, 어쩌면 해묵은 기자들과 취재원의 접대 관행을 취재하기로 결심한 것은 '최연희 한나라당 사무총장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불거진 부적절한 식사·음주관행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이 있고 나서다.여론은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해 '성추행'과 동시에 '부적절한 접대 관행'을 지적했지만, 후자에 대해선 별다른 추적 보도가 없었다. "다 한 통속 아니냐"며 언론의 자기검열을 꼬집는 논평도 많았다.이참에 <오마이뉴스>는 정치인·기자 접대비의 실상과 규모를 파악하고자 했다. 우선 데이터 수집을 위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2005년 회계보고서와 비례대표 49명, 각 지역별로 지역구 의원 10명을 엄선해 후원금 지출내역서를 살펴봤다.지난해 장부상 대변인단 식대 : 열린우리당 1억2055만원·한나라당 1억5800만원일단 가장 확실한 건 대변인 쪽이다(당대표와 사무총장의 지출 비용은 두번째 기사 참조). 대변인을 비롯해 부대변인, 대변인 행정실 관계자들의 지출은 기자들과 관계된 게 대부분이다. 식비, 회식비, 간식비 등이다.당대표나 사무총장의 경우 각사 반장(출입처 대표기자) 모임이나 상견례 등 '굵직한 모임'에 나타나지만, '작은 모임'을 일상적으로 하는 대변인들이 기자들과 만나서 쓰는 비용은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범위였다.우선 총액을 비교하자면, 열린우리당이 대변인단(부총장 포함) 식대로 작년 한해 1억2055만원 가량을 썼다. 한나라당의 대변인단이 쓴 액수는 그보다 조금 많은 1억5800만원이었다.부적절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2004년 연말 당시 박영선 대변인은 공보활동비 명목으로 중앙·경향·연합 3개사에 총 100만원 문화상품권을 돌렸다. 또한 지난해 6월 모 부대변인은 방송사 기자들과의 노래주점에서 뒤풀이 비용으로 34만6천원을 청구했다.한나라당의 경우, 박근혜 대표가 기자들에게 격려금이나 경조사비 등을 지원한 사례도 상당수였다. 작년 5월 중국 방문시 특파원 격려금으로 100만원을 썼고, 기자들의 경조사에는 꼬박꼬박 50만원씩을 부조했다. 양당 대표를 통털어 박근혜 대표가 중국 방문시 수행기자단과의 조찬식대(조어대 국빈관)로 287만원을 쓴 것이 1회 간담회로는 최고액이었다.대변인 활동비는 300만원, 그러나 턱없이 부족하다대변인에게는 양당 모두 300만원의 활동비가 지원된다. 때에 따라서는 추가 경비를 청구하기도 하지만 드문 예다. 사실 300만원은 이들의 지출 규모로 봤을 때 턱없는 액수다. "대변인 노릇 제대로 하려면 한 달에 1천만원은 든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한 열린우리당 전직 대변인은 "매달 500만원은 세비 등 개인 비용으로 충당했다"고 말했다.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은 부족분을 후원금(정치자금)으로 보탠 경우다. 2005년 전 의원이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지출 내역서에 따르면, 한 해 '기자간담회' 명목으로 40여 차례의 식대를 지출했고 그 액수는 650만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전병헌 대변인은 "정치자금으로 써도 되는지 몰랐다"며 개인 카드로 충당했다고 말한다.현직 대변인의 비교도 흥미롭다. 취임 한달째인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10개 언론사를 상대로 한 500여만원은 쓴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게 적정수준인 것 같다"면서도 "이보다 더 적게는 못쓸 것 같다, 앞으로 이보다 더 나올까 걱정이다(웃음)"라고 말한다. 우 대변인 역시 추가비용은 사비로 충당하고 있었다.이계진 대변인은 당에서 지원받는 300만원 이상은 아예 쓰지 않는다. "민원을 받지 않고 세비로만 정치하겠다"며 후원회도 조직하지 않은 이 대변인의 경우, 당대표와 사무총장의 기자간담회 자리에 끼는 '더부살이'로 기자들을 만나거나 10만원 안팎의 소액 오찬으로 버티고 있다. 이 대변인은 "개인 재산이 있기는 하지만 노후를 위해 쓸 돈인데…"라며 사비 털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간혹 2차를 가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도망가는' 쪽을 택한다.초선의원, 한달동안 작심하고 20개 언론사 돌았더니... 600만원개별 의원이 기자들에게 쓰는 돈도 상당하다. 물론 편차는 있다. 이는 "기자들과 정치인의 진솔한 대화의 자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인식에서 "기자들과는 가급적 만나지 않는 게 상수다, 말 실수로 사고난다"는 인식차에서 기인한다.비례대표인 한 초선의원은 지난달 작심하고 인터넷 3개사를 포함해 방송·일간지·통신사 등 20개사와 술을 곁들인 식사를 했다. 오찬의 경우엔 20~30만원, 만찬의 경우엔 술(소주·맥주)값이 보태지면서 40~50만원 정도가 들었다. 평균 30만원으로 치면 한달새 600만원을 기자들과의 밥값, 술값으로 쓴 셈이다. 한달 의원 세비와 맞먹는 액수다.이 의원의 경우 대부분 '사비'로 지불했고 몇 건의 경우만 후원금에서 정책간담회, 혹은 기자간담회 명목으로 청구해 썼다. 따라서 각 의원들이 해당 선관위에 신고한 회계보고서에는 이같은 비용이 제대로 드러나 있지 않다.이런 전제로 기자와의 식대를 명시한 경우만 살펴보면, 비례대표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한 의원은 민주당의 김종인 의원. 김 의원은 지난 한해 31차례 '기자오찬 식대'로 880만원 가량을 썼다. 서상기 한나라당 의원은 17차례 '기자간담회' 명목으로 520만원 가량을 지출했다.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당의장 하절기 활동 관련', '금산법 개정방향 관련' 이라는 '목적'을 명기하고 기자간담회를 12차례(230만원) 가졌다. 전여옥 의원은 한 회 기자간담회 비용으로 90만원 상당액을 지출하기도 했다.민주노동당은 어떨까?이는 한 명을 제외하고 8명 의원 전원이 비례대표인 민주노동당과 대조되는 실태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회계장부는 타당 의원들에 비해 몇 배 두꺼웠지만('성실신고' 했다는 방증이다), 기자간담회 항목은 물론 그와 유사하다고 의심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상대적으로 기자들과 접촉 빈도가 가장 많다고 알려진 노회찬 의원의 경우, 작년 한해 총 5차례 기자들과 식사자리를 가졌다. 보통 한 번에 대여섯 명이 모이는데, 10만원 안팎의 식대를 노 의원이 지불하면 호프집에서 먹는 2차는 기자 쪽에서 냈다고 한다. 민주노동당이니까 가능한 '상례'인지 모른다.후원금의 대부분을 '출장비'로 쓴 단병호 의원도 급할 때는 기자들을 만났다. 작년 연말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 긴장이 높아질 즈음 3차례에 걸쳐 기자간담회를 갖고 46만원 상당을 지출했다.지역구 의원들의 경우 기자간담회 비용을 명시한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혐의'는 짙다. 정책개발비나 정책자문비 혹은 일반 식비 등 두루뭉수리하게 적은 지출내역은 선관위의 '실사'가 필요한 대목이다.총리 내정자인 한명숙 의원(고양·일산갑)은 작년 한 해 18차례에 걸쳐 480만원의 비용을 기자간담회 명목으로 썼다."기자한테 쓴 거면 선관위도·언론사도 문제삼지 않는다"모 정당의 감사를 지낸 바 있는 한 공인회계사는 "한 언론사와의 식비로 30만원을 쓴 경우가 있었는데 영수증은 '인쇄비용'으로 청구되어 있었다"며 "왜 그런지 담당자에게 물으니 단란주점에서 먹은 건데 주인이 자신의 형이 운영하는 인쇄소의 영수증을 대신 끊어준 경우였다"고 말했다.또 이 회계사는 "중앙당이 쓴 접대비 중에 기자들에게 쓴 게 70%는 되는 것 같더라"며 "왜 이렇게 많냐고 물으니까, 기자한테 쓴 거면 선관위에서도 뭐라고 하지 않고 기자들도 문제삼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한 당직자의 '기막힌 답변'을 전했다.고백컨대 국회의원들이 지출한 기자들과의 밥값, 술값의 규모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했다. 곳곳에 숨어 있었다. 중앙당 재정 곳곳, 의원들의 후원금 곳곳, 그리고 의원들의 뒷주머니 등 다방면에서 지출돼 왔다.한나라당의 한 주요당직자는 "매달 사비로 쓰는 밥값이 1천만원을 넘는다"며 "그 중 기자들에게 절반이 지출된다"고 말한다. 지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선거 기간, 모 당의장 후보의 캠프에서 지원활동을 한 한 의원은 기자들 접대비로 18개사를 돌며 360만원을 썼다고 한다. 이런 의원들의 '빵꾸'난 카드를 메우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보좌관들도 여럿 된다.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기자 접대비에 대한 정치인들의 인식의 편차는 컸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니냐"고 말하는 정치인도 있었고, "차제에 '보이지 않는' 정치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취재진에게 연중 캠페인을 당부하기도 했다. 또 살림살이가 빠듯한 한 주요 당직자는 접대비 때문에 '고민'이라면서도 "이런 말 쓰지 마라, 기자들이 부담스러워 안 만나려고 한다"고 걱정했다.'뒷주머니' 없는 부대변인들은 어쩌나 지인이 주는 용돈으로 충당... 발상의 전환 필요한 때 각 당에는 대변인을 보좌하는 부대변인들이 있다. 이들은 또 상근(유급)과 비상근(무급)으로 나뉘는데, 열린우리당의 경우 각각 100만원 또는 200만원의 활동비를 지원받지만 한나라당은 그나마도 없다. 박근혜 대표가 한번 외유로 1억5천만원을 쓰는 것과 대조되는 현실이다. 이계진 대변인은 "부대변인들에게 자신의 활동비라도 나눠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고 말한다.당 저간의 사정에 밝은 부대변인의 경우 대변인이 커버하지 못하는 '틈새'를 지원한다. 또 기자들 민심을 청취해 당에 전하기도 한다. 또 '예비 정치인'으로서 기자들과의 교류에 적극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 역시 기자들에게 쓰는 술값, 밥값이 꽤 된다.열린우리당의 한 상근 부대변인은 "당에서 주는 활동비로는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며 "매달 그 두 배를 지출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부족분은 지연·학연을 매개로 한 선배, 지인들이 찔러주는 용돈이나 월급을 턴다.그나마 '스폰서'가 없는 경우엔 눈물겹다. 한나라당 대변인실 한 관계자는 "돈 없을 때는 기자들이 소주 한잔 하자고 하면 약속 있다고 둘러댄다"고 말한다.20년 가까이 정당 생활을 해온 한 부대변인은 "한때 대변인이나 대변인 행정실장은 요직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안 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과거 '밀실정치' 시절엔 당에서 지원하는 대변인 활동비가 수천만원대에 이르기도 했다고 한다.모범사례도 있다.한 '돈 없는' 부대변인은 국회 식당에서 2천원짜리 식사를 하고 대변인실에서 공짜 커피를 탄 뒤 의원동산에서 얘기를 나눈다며 '발상의 전환'을 충고한다. 아울러 의원들과 기자들의 술자리 관행에 대해 "▲호텔에서 먹을 이유가 없다 ▲일식집에서 일인당 6~7만원짜리 식사할 이유도 없다 ▲칸막이 있는 술집, 이른바 까페에서 양주 먹을 이유는 더더욱 없다"고 꼬집었다. 한번 만나면 대체 비용이 얼마나 들까 지난 2월 24일 금요일, 한나라당과 <동아일보>의 상견례. 장소는 서울 광화문의 M한정식전문점.이 곳은 식사도우미가 배석하는 이른바 '요정식' 한정식당이다. 가령 4명의 식사자리라면 좌우에서 두 명의 도우미가 앞접시에 음식을 놔주고 술을 따르며 함께 마시기도 한다. 이 날 도우미는 주로 음식을 날랐지만, 양측 대표가 떠나고 난 뒤 10여명이 자리를 옮긴 지하노래방의 도우미는 적극적으로 흥을 돋궜다. 동원된 도우미는 1·2차 각각 3명, 2명.비용은 얼마나 들었을까? 이 식당에는 '메뉴판'이랄 게 없다. 저녁식사는 무조건 7만원짜리 코스, 그리고 '서버(식사도우미)' 비용이 7만원 추가된다. 식당 측이 취재진에게 공개한 양주 가격은 국산이 15만원, 발렌타인 17년산이 25만원. 맥주는 한 병당 5천원이다. 계산을 해보자. 한나라당의 한 주요당직자는 "1차에서 6병, 2차에서 3병 들어갔다고 하더라"며 소문을 전했고, 이계진 대변인은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정확하게 기억하진 못했다. 이 대변인은 "내가 마신 폭탄주(양주+맥주)는 서너 잔이었다"고 말했고, <동아> 쪽 한 참석자는 "1차에서 술에 취할 정도로 마시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전했다.적게 잡아 양주 3병에 각 20만원이라고 치면 60만원, 맥주 30병을 보태면 15만원. 1차 술값만 75만원. 종합해보면 1차 식사자리에서만 최소 200여 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2차에서도 역시 폭탄주가 돌았다고 하니 술값은 더 늘어난다.한달 전 '과거'에 대한 설명이 길어졌다. 그 때 그 사건을 다시금 들춰내는 것은 정당의 대표와 언론사의 편집국이 참석하는 대규모의 상견례 자리에서 쓰이는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해서다. 이날 비용은 한나라당에서 부담했고, 최연희 당시 사무총장이 결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계진 대변인은 말했다. 한나라당은 <동아> 뿐만 아니라 이미 유력 일간지 세 곳과 상견례 회동을 가졌고, 방송사들과도 자리를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간지와는 중식 레스토랑에서 가졌지만 2차 술자리를 이어가지는 않았고, 가장 최근 상견례를 한 방송사는 여의도 모 횟집에서 식사를 한 뒤 2차를 갔지만 방송사 쪽에서 비용을 부담했다는 후문이다. 열린우리당도 예외는 아니다. 규모와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언론사와의 상견례 혹은 술자리를 갖는다. 2005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의 경우 작년 한해 당대표와 사무총장의 식대 총액은 1억3천만원이었고, 한나라당은 2억3천만원으로 좀더 많았다. 당에선 대표와 사무총장에게 활동비로 법인카드를 제공한다. 이 중 기자들과의 밥값, 술값으로 지출된 게 얼마인지는 추산이 불가능하다. 회계장부에 누구와 먹었는지는 기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당직자들은 최소 1/3 정도는 되지 않겠냐고 말한다.이 역시 전부는 아니다. 당대표와 사무총장이 '사비'로 쓰는 경우도 상당하다. 가령 한나라당의 경우 사무총장을 지낸 한 의원은 개인 비용으로 매달 1천만원 이상은 썼다고 귀띔했다. 김무성 전 사무총장은 한달 500만원씩 지원되는 활동비도 마다했다. 당 형편을 고려해서다.사비를 동원해야 하는 건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다. 매달 7천만원 가량 적자인 중앙당 재정 형편에 손을 내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열린우리당은 각 의원들에게 매달 당비 50만원씩을 의무적으로 납부토록 하고 있다. 사실 기자들과의 접대관행에서 거대 양당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한 열린우리당 당직자의 "우리가 그 M한정식집에 갔으면 절반으로 확 줄었을 거다, 우리는 '소폭(소주+맥주)'이니까"라는 우스개소리에서 별다른 인식차가 없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최연희 사무총장 성추행' 사건이 터지자 여론은 '정언유착'의 가능성을 꼬집었지만 정치권은 '관행'이라는 인식이다.열린우리당 한 전직 대변인은 "사고(성추행)가 나서 그렇지 늘상 있어온 회식 자리 아닌가"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고, 한나라당 한 전직 사무총장은 "기자들이 정보보고 올리는 걸로 어떻게 다 아나, 편집국장도 한번씩 취재원을 만나 직접 얘기를 듣는 자리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기자정신은 '술정신'일까 '맨정신'일까 [탐사기획] 정치-언론 '공짜 밥·술' 추적기 ③ 국회를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선 다양한 모임이 있다. 반장(출입처 대표기자) 모임부터 말진(막내)기자·사진기자·방송기자·여기자 모임 등. 최근엔 인터넷기자 모임도 생겼다. 이 외에도 학연·지연에 따라 다양한 모임들이 구성된다. 심지어 '00에 사는 싱글 남기자 모임'이라는 식의 거주지가 같고 처지가 비슷한 기자들끼리도 뭉친다. 이토록 별의별 공통분모를 동원해 모임을 만드는 것은 소속사 차원을 넘어 취재원과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해서다. 가령 반장모임에서 당대표를 초청해 오찬을 하거나 여기자모임에서 한 당직자를 호출해 만찬을 하는 식이다. 기자들 쪽에서 정치인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의원이나 당직자 쪽에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많다. 술자리에서 일용할 양식을 찾는 기자들정치부 기자들은 '일용할 양식'을 위해 정치인을 찾아 헤맨다. 기자에게 양식이란 '정보'다. 때문에 시간 외 근무를 마다 않고, 몸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저녁 술자리를 약속한다. 많을 땐 일주일 내내, 적어도 두세 차례는 저녁 모임이 있는 게 정치부 기자들에겐 예사다. 그렇다고 금방 끝나나? '깔끔하게' 반주를 곁들인 저녁식사만 하면 밤 10시를 전후한 시각에 끝나지만, 많은 경우 자정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2차를 간 경우다. '소폭'이든 '양폭'이든 폭탄주 돌리기도 필수항목이다.정상적인 근무시간에 정치인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의원회관을 돌며 정치인을 만나는(이를 '마와리 돈다'고 한다) 것으로 모자라,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정치인을 찾아 밤거리를 헤매는 것이 기자의 숙명임을 자처한다.그 저변에는 주요당직자회의, 대변인의 논평, 인터뷰 등 공식적인 취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오프'(비공개) 정보와 상대의 감춰진 속내를 알아내고, 그 과정에서 취재원과 친밀감을 쌓아 신뢰를 형성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특히 속보성 외에도 그물같은 인적 취재망을 통해 보다 정확한 분석과 전망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정치기사의 특성상, '비공식 자리'가 기자들의 또다른 취재현장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밥과 술이 넘어가도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탐색전은 팽팽하다. 청와대 비서관들과 기자들이 식사나 술자리를 할 때는 '긴장!' '긴장!' 구호를 외칠 정도라고 하니.여기서 '폭탄주 불가피론'도 나온다. 폭탄주를 먹지 못하는 한 전직 대변인은 "폭탄주는 상대의 이성을 무장해제시켜 지인의 입장에서 대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기 몸 망가지더라도 취재를 한다는 직업의식 때문이지, 맛으로 먹겠냐"고 기자 입장에 섰다. 한 정치부 여기자도 "정치부 기자에게 위염은 기본"이라며 "낮에 들은 정보와 밥자리, 술자리에서의 정보는 분명히 다르다"고 말한다. 따라서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술 문화를) 바꾸지 않은 한 기자들이 먼저 거부할 수는 없다"고 항변한다.한 일간지 남자기자는 "정치부에 와서 10㎏이 불었다"고 한다. 술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술자리에) 어울리지 않고있는데 바보된 느낌"이라며 정보 풀에서 배제된 듯한 불안감을 토로했다.기자윤리강령, 너무 먼 그대?기자의 감시와 견제가 공식, 비공식을 넘나들며 이뤄질 수밖에 없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비공식 루트가 발달한 한국사회에선 비공식 현장은 기자의 중요한 취재처다. 문제는 비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정화 노력이다. 우선 공짜 접대 관행.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발표한 언론인 자정선언문(2001년)에는 기자의 청렴 의무로 "취재와 관련된 식사와 음주에 대해 본인이 직접 비용을 지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KBS는 지난 2003년 PD의 가족동반 외유파문이 터진 뒤 대국민 사과문과 함께 윤리강령을 선포하면서 "직무관련자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와 향응 등의 대접을 받지 않는다"고 다짐했다.기자들의 향응과 접대 파문이 일 때마다 언론사는 윤리강령을 다지며 자정을 선언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장호순 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는 "일단 사회적으로 그래선 안된다는 원칙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문제가 남았다"고 지적한다.그런 점에서 장 교수는 "기자 개인보다 경영자, 즉 언론사주의 윤리의식이 더 문제"라고 말한다. 기자가 식대를 제 돈으로 낼 수 있도록 제반 경비를 사측에서 부담해야 하지만 그런 곳은 아직 소수이기 때문이다. KBS의 경우 접대금지 윤리강령을 발표하면서 예산지원와 법인카드 사용 의무화 등 제도적 장치를 지원해 실천의지를 보였다. "2차도 취재현장" - "매우 후진적 발상"또다른 문제는 이른바 '2차 문화'다. 무자비하게 폭탄주가 돌거나 요란한 노래방에서 집단적인 혼혈의식을 경험하는 것. 기자들의 몸이 상하는 시점이기도 하다.의견은 엇갈린다. 일반적으로 넓게 퍼져 있는 한국사회 술문화의 특성상 "2차도 취재현장"이라는 불가피론에 대해 "술좋아하는 사람들의 자기합리화"라는 반박논리가 맞선다. 장 교수는 전자의 논리에 대해 "매우 후진적 발상"이라고 일갈한다. "소수가 권력을 독점해 여론형성이 안되고 방석집이나 비밀요정에서 파벌과 인맥을 통해 정보 거래가 이뤄진 시대라면 술자리 역시 주요 취재현장이지만, 지금은 다르다. 권력이 대중으로 옮아갔다. 국민이 정치권을 압박하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시대다.따라서 정치인들에게 국민들이 보는 앞으로 나오라고 압박해야 하는 게 기자의 역할이다. 그런데 되려 언론이 과거의 기준을 요구하는 꼴이다. 정치의 의사결정 과정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그런 시대 탓인지, 김소희 <한겨레21> 기자처럼 "상식과 가치관에 반하는 술자리에서 몇마디 얻어듣느니 기꺼이 낙종을 택하겠다"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기자도 나오고 있다. 또한 작년 한해 5차례 기자들과 식사를 했다는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술자리보다는 기자들과 자주 티타임을 갖는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 의원실로 찾아오는 기자들과 30분~1시간씩 부담없이 의견을 교환한다. 새삼스럽지만, 기자가 제공하는 정보의 기준은 정확성과 진정성. 기자의 생명은 '맨정신'인 셈이다.
- 금산법, 재경소위 본격논의..이달중 처리 힘들듯
-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으로 작년말 정기국회 회기내 재경위에서 다루지지도 못했던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이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국회 재경위는 16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금융 및 경제와 관련된 주요 법안들을 논의하는 가운데 정부와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이 각각 발의한 금산법 개정안을 처음으로 다루기로 했다. 이날 소위에서 열린우리당은 지난해말 정책의총에서 결정된대로 삼성생명의 초과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고 삼성카드에는 일정 유예기간후 지분을 처분토록 하는 분리대응안을 관철시킬 방침이다.의총에서 여당 모든 의원들이 분리대응안에 찬성한 것은 아니지만, 권고적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대체로 당론을 존중해 재경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금융·경제법안심사소위에 소속된 열린우리당 의원중 박영선, 이계안, 정덕구, 우제창 의원은 이같은 분리대응안을 내세울 생각이지만, 당초부터 정부안을 지지했던 김종률 의원 등이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우리당에서는 분리대응안에 대해 모두 찬성할 것이며, 입장이 다소 다르긴 해도 여당이 추진하는 일에 정부가 반대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정부가 여당안을 수용키로 했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당정 모두 `터무니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정부는 당초 제출안 법안대로 의결권 제한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금산법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소위 참여 의원들이 정부안을 지지하는 쪽으로 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여 여당안과 한바탕 논리 대결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그밖에도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삼성생명과 카드의 초과지분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려야 한다"며 열린우리당안에 동조하고 있는 반면 소위 멤버는 아니지만, 삼성생명과 카드 모두 강제처분을 주장하고 있는 심상정 민노당 의원도 부담스러운 존재다.특히 이번 재경위 소위에 앞서 삼성그룹에서 `공정거래법 헌법소원을 취하하고 금산법 개정안을 국회 결정대로 수용키로` 함에 따라 눈치볼 상대가 없어진 정치인들로서는 활발한 논리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다만 최근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금-산분리 원칙 재검토` 발언과 관련, 일부 위원들은 금산법과 금-산분리 원칙을 연계해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개정안 자체에 대한 심도깊은 검토는 어려울 전망이다.또한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재경위 법안심사소위는 16일과 17일 단 이틀 뿐이어서 사실상 금산법 개정안 처리는 4월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소비자단체소송제, 정부案보다 대폭 강화된다
-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오는 2008년부터 도입될 소비자단체소송제가 당초 정부원안보다 대폭 강화된 내용을 담을 전망이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단체의 범위가 크게 확대되는데다 집단소송제의 핵심인 손해배상청구를 부분적으로 도입해 절충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이에 따른 정치권, 재계, 시민단체 등의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국회 재경위는 6일 오후 금융·경제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소비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한 결과, 이같이 의견을 모으고 앞으로 열릴 소위에서 단계적으로 의결키로 했다. 당초 심사소위는 지난 회의에서 정부측 입장을 적극적으로 수용, 초기 재계의 부담이나 남소 우려 등을 고려해 소비자집단소송 대신에 단체소송제를 도입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이날 상황은 급반전됐다. 소비자집단소송제 도입을 주장하는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소비자단체소송제를 원하는 재경부 주장의 논리적 모순을 꼬집고 집단소송제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이상민 의원은 "어차피 제품의 위해를 입증하기 위해 기업에게 강제로 조사권을 가질 수 없는 우리 현실에서 단체소송제를 도입해봐야 개인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보다 나아질 게 없다"며 "단체소송제의 핵심인 일괄분쟁조정이나 행위중지 등은 현 소비자단체 등에서도 이미 하고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은 해당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라며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하며 단체소송제를 도입할 경우에도 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들의 피해를 걱정하는데, 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인 만큼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고 초기에는 글로벌 마켓을 가지고 있거나 매출이나 자산규모가 큰 대기업에 한정적으로 실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경부 조원동 경제정책국장은 "세계적으로도 집단소송제를 도입한 국가는 미국 뿐이고 유럽의 경우 단체소송제를 도입하더라도 손해배상 청구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단체소송제로 우선 한 발 진전한 후 차후 여건을 보면서 집단소송제 도입을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맞섰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과 한나라당 이혜훈, 김애실, 김양수 의원 등은 "이처럼 단계적으로 실시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도입해도 기업에 부담이 없을 것이며 재경부 논리에 설득력이 없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분위기가 단체소송제에서 집단소송제로 치우치자 소위원장을 맡은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과 열린우리당 정덕구 의원이 중재자로 나서 절충을 시도했다.최경환 의원은 "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단체를 13곳으로 한정한 정부안은 제도 도입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하고 "소송제기 가능단체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조 국장은 회원수가 1만명 이상인 비영리 법인단체 300곳으로 단체소송 제기 가능단체를 확대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최 의원은 "일단 이렇게 다소 강화된 정부의 단체소송제에 대해 다음 회의에서 우선적으로 가결시킨 후 이상민 의원 등이 주장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법안에 포함시킬지에 대해 논의해 표결하자"고 제시했다. 이와 관련, 박영선 의원은 "단체소송제를 도입하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사례를 엄격하게 제한해 포함시키거나 유예기간을 두고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는 등 절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수 의원도 "해외시장이 있거나 기업규모가 큰 대기업 등에는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영세하거나 취약한 기업에는 단체소송제를 도입하는 등 양분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 (어디與? 국회野!)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11월24일 아침, 싸늘하게 초겨울 하늘을 뒤덮은 어두움이 슬그머니 사라질 무렵 시계바늘은 8시30분을 향해가고 있다. 아침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국회내 곳곳에 흩어져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하나 둘 정책의총이 열리기로 돼 있는 국회 2층 예결위원회 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계단 아래에서부터 의원들이 속속 모습을 나타내자 이미 회의장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한 무리의 기자들이 의원들에게 우르르 달려 들며 질문공세를 퍼붓는다. "오늘 금산법 문제가 어떻게 결정될 것 같습니까?" "단일안으로 상정된 분리대응안에 찬성하실 겁니까?"맨 앞장 서던 한 의원은 귀찮다는 듯 기자들 사이를 헤집고 길을 만든다. 그 뒤를 따르던 의원들은 "의원들 생각이 다 다르니 제가 뭐라고 얘기하기는…" "이따 봅시다" 이런 식으로 즉답을 피하며 앞선 의원의 꽁무니를 재빠르게 따라간다. 금산법 개정과 관련된 당론을 결정하기 위한 열린우리당의 정책의총은 이렇게 언론의 지대한 관심과 의원들의 눈치보기로 그 시작을 알린다. 뭐니뭐니해도 이날의 핵심은 `삼성`이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두 금융기관의 초과지분을 어떻게 해소하도록 하느냐에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도, 그에 따라 의원들의 눈치보기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라.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정책의총을 시작할 때까지 120여명의 열린우리당 의원중 90명도 채 참석하지 않고 있다. 관심이 없는 건가, 이보다 더 중요한 일정이 있는 건가.회의장 내 분위기도 좀 어색하다. "오늘 꼭 당론을 정해야 합니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저 한 쪽에 있는 의원은 "오늘 논의하는 게 그 금산법인가 뭔가하는 그 문제인가?"라며 관심없다는 듯 한마디 내뱉는다. 마침 낯이 익은 열린우리당 한 당직자를 붙잡고 묻는다. "여당 내에서 금산법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다들 알고 있진 않나봐요?" 했더니 대뜸 "이 자리에 와서야 금산법이 뭔지 공부하는 의원도 있을 걸요"하며 대꾸한다. 장난치는 걸까.어쨌거나 예정된 회의 시각을 넘겨 8시40분이 되자 사회를 맡은 문석호 제3정조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자, 그럼 정책의총을 시작하겠습니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기자들이 바삐 자리를 잡는다.회의가 시작되자 정세균 당의장이 연단에 나와 모두발언을 시작한다. 작심하고 나온 듯, 금산법을 비롯한 정책적인 현안에 대해 속히 당론을 정해야 한다며 느슨한 자세로 앉아있는 의원들을 겨냥한다. "제가 국회에 들어온지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동안 보면 당론과 다르게 행동해서 잘된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논의과정에서는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한번 당론이 확정되면 의견이 모두 통일돼야 합니다"음절을 하나씩 끊어 힘을 실어내는 정 의장의 발언에서는 그동안 온건한 이미지의 그에게서 볼 수 없었던 위압감마저 느껴진다. 장내가 다소 숙연해지자 문석호 위원장은 기자들을 회의장 밖으로 내보낸다. 정책의총은 그동안 안건에 따라 회의 전체가 공개되기도 했지만, 발언 자체가 의원의 정체성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금산법 문제인 만큼 공개하기 꺼리는 속내를 기자들도 잘 안다.기자와 카메라 등이 사라지면서 장내를 정리하고 공식적인 일정에 들어간다. 먼저 문 위원장의 소개를 받고 채수찬 의원이 앞으로 나와 오늘 상정된 단일안의 내용과 채택 배경, 당위성 등을 간략하게 보고한다. 단일안은 삼성생명에는 의결권만 제한하고 삼성카드에는 자율적으로 일정기간 내에 초과지분을 해소토록 하자는 절충안으로, 최근 이틀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의원들에게 설명하고도 100% 설득하지 못했던 내용이다.오전 10시부터 상임위에 참석해야 하는 의원들부터 나서서 빨리 반대토론부터 하자고 요구한다. 단일안 얘기는 충분히 들었으니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는 뜻이다. 제일 먼저 김혁규 의원이 나선다.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에 불필요한 규제나 강제조건이 만들어져서는 안됩니다" 금산법에 대해 직접 언급은 안해도 의결권만 제한하자는 정부안에 찬성하고 있구나 하는 정도는 누구나 알 수 있다. 정무위 소속 오제세 의원이 마이크를 이어받으면서 "정부가 이미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에서 정부안과 다른 별개안을 당에서 낸다면 기업이나 국민이 잘한다고 평가해줄 수 있겠습니까"라며 단일안에 다시 반대하고 나선다. 이처럼 분위기가 `온건론`쪽으로 흐르자 진보진영에 속한 이인영 의원이 못참겠다는 듯 나선다. 당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이 문제는 당의 정체성과 연관된 만큼 원칙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장내가 다소 술렁거린다. 의원들이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부분을 이 의원이 정확하게 찌른 탓이리라. 곧바로 김종률 의원이 나서 "금산법 개정이 당의 개혁성과 정체성 문제로 비화된 것은 문제입니다. 헌법과 시장의 원칙에 부합되도록 결정해야 합니다"라며 진화에 나선다. 이쯤 되자 강경론을 주장하는 쪽과 온건론을 주장하는 쪽에서 일부 의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하고 싶은대로 하십쇼"라며 한 의원이 회의장을 떠난다. 여기저기서 자리를 떠나는 의원들이 눈에 띈다. 회의장 문이 빼곡히 열리자 밖에 널부러져 있던 십여명의 기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든다. "의원님, 지금 분위기 어때요?" "어느 쪽이 우세합니까?" 질문들도 덩달아 물밀듯 들이닥친다. 각자 성향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당의 단일안대로 가겠죠"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너무 팽팽합니다. 오늘 결론내기 어렵지 않을까요?"라는 답도 있다. 심지어 "알아서 하라지요 뭐" 퉁명스러운 반응도 있다. 이렇게 의원들이 자리를 뜨자 이제 기자들의 관심은 회의장에 몇명이나 남았는가로 모아진다. 소속의원 절반 이상이 참석해야만 당론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당직자 한 사람이 문쪽으로 나오자 기자들이 붙잡고 몇명이나 남았는지 묻는다. 이 사람 "100명은 됩니다"라고 말한다. 이러면 당론을 정하는데 아무 문제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무리 계산해도 87명으로 시작한 회의에서 수십명이 나갔는데 100명이라니. 그때 회의장을 나서는 한 의원에게 물으니 "30~40명 되나?" 이런다. 당직자의 말은 거짓말이다. 괘씸하긴 해도 회의 시작한지 벌써 두 시간 가까이 되니 그만큼 마음이 급하다는 거니 이해할 만하다. 그러고보니 당직자 여럿이 밖으로 나와 의원들에게 핸드폰을 친다. 당론을 정해야 하니 당장 회의장으로 오란다. 정세균 의장까지 밖으로 나와 떠나려는 의원들을 붙잡는다. "아. 이렇게 가면 어떡하나? 오늘은 꼭 당론을 정해야 한다니깐" 그러나 정 의장의 얘기를 못들은 건지, 무시하는 건지 그대로 떠나는 의원들도 있다. 상황이 이러니 장내에서는 단일안을 채택하고자 힘쓰는 의원들이 비로소 앞에 나선다. 정부안대로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줄 것이고, 박영선 의원안으로는 과도하고 위헌소지도 있으니 절충안으로 가자는 간곡한 설득에 다름 아니다.그러나 교통정리는 안된다. 회의 시작 2시간 반이 돼가는데 다시 토론을 하겠다는 의원들이 발언권을 요구하고 있다. 정세균 당의장의 표정이 굳어진다. 정 의장이 연단으로 다시 나선다. 대뜸 정리발언을 하겠다고 한다. 이대로 두면 오늘도 당론을 정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으니 의장의 권한으로 당론을 확정짓겠다는 뜻이라 의원들도 소리를 죽인다."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당정협의를 했다곤 해도 제대로 심도있는 협의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부분은 반드시 시정하고 뜯어고쳐야 하겠습니다..(중략) 삼성은 우리에게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누가 삼성이 잘못되도록 하려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삼성같은 기업일수록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적용돼야 합니다. 슈퍼스타가 룰을 지키지 않고 어떻게 공정한 경쟁이 되겠습니까? 삼성만 예외가 돼선 안됩니다..(중략)다만 당론을 정하는데 있어서 기본 원칙과 함께 입법 가능성도 높이고 현실적으로 그러한 원칙을 관철시킬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분리대응안으로 당론을 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눈치없는 의원들이라도 다 알 법하다. 당을 이끄는 의장으로서 얼마나 이 문제를 고심해왔고 판단하기 힘들었는지를. `법 해석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자꾸 삼성과 관련해 개혁성을 문제삼고 있으니 빨리 해결해야 겠다 싶다. 그러나 기업을 옹호하는 쪽이나 법을 중시하는 쪽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 이런 고민의 해답이라는 것을. 그래선지 장내가 숙연해지면서 불거져 나오던 개별 목소리가 쏘옥 수그러든다. 그러나 참석 의원수가 너무 적어 당론으로는 정하지 못하고 권고적 당론으로만 채택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이 못내 아쉬운 지도부다. 회의장을 나서면서 지도부에서는 강경파 의원들을 붙잡는다. "권고적 당론이지만, 오늘 충분한 토론이 있었으니 당론과 같은 효력이 있는 거죠. 그러니 언론에는 가급적 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입단속을 하겠다는 뜻인데, 입장을 잘 아니 강경파 의원들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권고적 당론이라는 결론을 들은 기자들이 이들 의원을 타깃으로 붙잡고 늘어진다. 그러나 이들은 기자들이 바라던 `딴소리`는 하지 않는다. "에잇, 이게 다야?" 툴툴거리는 소리와 함께 맥빠진 기자들도 뿔뿔히 흩어지며 이렇게 두 시간반 또는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된 정책의총의 막은 내린다.그러나 회의장을 떠나는 한 의원의 얘기만 귓전에 남는다. "권고적 당론이니 나중에 상임위에서 의원들이 어떤 입장을 내세울지 누가 알겠습니까? 더구나 야당들 설득하는 게 더 어려울 텐데요"
- 與 금산법 당론..국회통과 쉽지않다
-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열린우리당이 삼성에 대해 분리대응하는 안을 금산법 개정과 관련한 권고적 당론으로 확정하며 정기국회 내 입법을 위한 한 고비를 넘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당내 첨예한 의견 차이를 일단 무마했지만, `부당한 소급적용`이라는 한나라당, `삼성 봐주기`라는 민주노동당 등 새로운 적에 대항해야 한다. 그렇다고 당내 입장 차이까지 봉합될지도 자신할 수 없는 만큼 이번 회기내에 법 개정을 마치려는 정부 여당의 목표에 자칫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나라 "소급입법 안돼"-민노 "삼성봐주기 안돼" 반발간신히 열린우리당이 당론을 확정함에 따라 이제 금산법 개정의 공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재경위로 넘어갔다. 재경위에서도 열린우리당의 당론확정 과정에서 제기됐던 소급입법이나 재계 위축 등의 문제와 삼성을 봐주기 위해 원칙을 버렸다는 비판 등이 동일하게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결과를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우선, 재경위 위원장직을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삼성생명의 초과지분은 인정하되 삼성카드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정부안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혜훈 이종구 의원 등을 중심으로 금산분리 자체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삼성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국민여론을 감안해 정부안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심지어 재경부까지도 "금산법 개정은 국회에서 논의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은근히 한나라당이 제동을 걸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반면 `삼성생명과 카드에 대해 모두 2년간의 유예기간을 준 후 강제처분토록 해야한다`는 입법안을 발의한 민노당은 박영선 의원안보다 더욱 강력한 제재를 원하고 있다. 특히 민노당은 삼성에 대한 금산법 적용문제를 당의 정체성 논란으로 유도하면서 열린우리당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을 긁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상대만 바뀐 셈이지 당정간에, 당내에서 지리하게 진행해온 공방을 또다시 원점에서부터 시작해야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당론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당내 반발도 무시못해..회기내 처리 `안갯속`이같은 두 야당의 거친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권고적 당론으로 채택한 분리대응안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힘을 실어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당내 반발조차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열린우리당 재경위 소속 의원들의 주장을 보면 누구 하나 분리대응안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 의원 입법안을 발의한 당사자인 박영선 의원부터 송영길, 이계안, 유시민, 이상민 의원 등은 삼성생명과 카드에 대해 공히 자율적이건, 강제적이건 위반지분을 해소하기를 원하고 있다.또 설령 당론인 분리대응안에 따르더라도 의결권 제한의 범위를 확대해 법적 실효성을 높이거나 자율해소 대신 강제처분을 바라고 있어 어떤 경우이든 간에 당론에 손을 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종률, 박병석 의원 등은 헌법의 기본정신과 시장기능 중시 등을 이유로 삼성카드에 의결권만 제한하는 정부안을 지지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처럼 최종 입법여부를 결정하게 될 재경위에서는 정부와 여당, 야당 등 입장을 달리하는 여러 주체들이 복잡하게 얽혀 여당 당론확정보다 더욱 힘든 과정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연내에 금산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이 물 건너가지 않았느냐는 부정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실제 세제개편안이나 내년도 예산안, 비정규직 법안, 부동산 후속입법 등 각종 법안 처리에 있어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지원사격을 받아야할 열린우리당으로서는 금산법 처리를 위해 교환할 만한 `카드`가 없어 보인다.다만 여당이 당내 정체성을 되찾고 정책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정기국회에서 입법활동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재경위 25명중 12명이라는 표의 우위를 이용해 강행 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與 금산법 `어정쩡한 당론`..절충 혹은 타협
-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에 금산법 개정안을 어떻게 소급 적용할지를 놓고 장기간 끌어온 열린우리당의 당론화 작업이 `권고적 당론` 형태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당론화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은 원칙을 앞세우면서도 현실 앞에 타협하는 어정쩡한 자세를 보인 것은 물론 당내 의견수렴 과정도 지도부의 일방통행으로 흘러 향후 정책활동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어정쩡한 당론..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표류`삼성생명의 위법한 삼성전자 지분 취득에 대해서는 의결권만 제한하고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초과지분에 대해서는 일정 유예기간 후 자율 해소토록 하되 실행되지 않을 때에는 강제처분 명령을 내리자는 분리대응안이 여당의 당론으로 확정됐다. 이같은 분리대응안은 애초 삼성카드에만 의결권을 제한하자는 정부안과 두 회사에 대해 강제처분 명령을 내리자는 박영선 의원 발의안을 절충한 것.말이 좋아 절충안이지, 사실 따지고 보면 금산법 개정 논란이 한창일 때 청와대에서 제시했던 대안을 대체로 수용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당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24일 열린 정책의총에서도 정부안을 지지하는 의원들과 박영선 의원안을 지지하는 등 양 극단에 있는 상당수 의원들이 이같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정부안을 지지한 김종률 의원은 "이 사안을 당의 개혁성과 정체성 문제로 비화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며 여당이 여론에 이끌려 분리대응안으로 가는 것을 경계했다. 반면 박영선 의원안을 지지한 이인영 의원은 "이미 외부에서는 이 사안을 당 정체성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금산법의 기본 입법 취지에 비춰봤을 때 원칙에 입각해 봐야하며 그럼 점에서 분리대응안은 원안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결국 열린우리당은 원칙적인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자칫 위헌소지가 있지 않나, 정부와 재계, 야당 등의 반발이 있지 않나, 정기국회를 통과할 수 있나 등 여러 현실적인 점들을 함께 고려한 셈. 이같은 고민은 정세균 당의장의 최종 발언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정 의장은 "삼성은 매우 자랑스러운 기업이며 우리 국민 누가 삼성을 잘못되도록 하고 싶겠느냐"며 "그러나 삼성과 같은 초일류 기업이 룰을 지키지 않고 어떻게 공정한 경쟁이 되고 시장경제가 올바로 작동되겠는가"하고 되물었다.그러면서도 "입법 가능성을 높이고 현실적으로 그런 원칙을 관철시켜 나갈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의 자세인 만큼 분리대응안이 가장 타당하지 않나 싶다"며 타협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과거 종합부동산세법 제정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이 국민적 반발이나 야당과의 타협 가능성 등을 감안해 당초 정부안을 완화시키면서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린 사례를 보면 어정쩡한 타협안이 기업은 물론 정부, 국민들 모두에게 외면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당론수렴도 `일방통행`..당론이탈 가능성도 높아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것은 금산법 개정과 관련해 당내 이견이 워낙 분분하다보니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다소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 물론 궁지에 몰린 지도부로서는 금산법 개정문제가 `삼성`이라는 특정기업의 문제인양 비춰지는 부분이 부담이었고, 그에 따라 조기에 매듭을 짓고자 하는 의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었다. 지난 22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정책위를 중심으로 분리대응안을 단일안으로 잠정 결정했지만, 그로부터 하루가 더 지난 23일까지도 단일안 내용이 개별의원들에게 충분히 숙지되지 않았고 정책의총에 단일안으로 상정될 만큼 의견 수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책의총에서도 "당 지도부가 이런 방식으로 당론을 만드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상당수 의원들에 의해 제기됐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수가 많지 않았고 차라리 당론 확정을 늦추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권고적 당론으로 결정하는데에도 어려움이 따랐지만, 정세균 의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종용이 크게 작용했다. 당초 87명의 의원들이 의총에 출석했지만 논의과정에서 이탈이 심해 한때 20~30명만 남는 사태가 발생했고 정세균 의장은 "다들 이렇게 가면 어떻게 당론을 정하느냐.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당론을 정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결국 당직자들이 회의장 밖으로 나와 외부에 있는 의원들을 전화로 다시 불러들이는 촌극을 빚으면서 권고적 당론이나마 결정할 수 있었다. 개별의원의 의견에 위임하는 권고적 당론임을 의식한 듯 당내에서는 분리대응안 이외의 발언에 대한 입막음에 나서고 있지만, 이런 모습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불편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정 의장은 "당이 특정 입장을 정하고 나서 이와 다르게 발언하고 행동하는 의원들치고 잘되는 의원을 본 적이 없다"며 "당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당소속 의원들의 입장은 통일돼야할 것"이라고 압력을 넣었다. 문석호 제3정조위원장도 "오늘 당 의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청취되고 서로 의견을 모은 만큼 권고적 당론이라도 사실상 강제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산법 개정안을 다룰 재경위에 속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중 박영선, 송영길, 이계안 의원 등이 원칙대응론을 주장해온 만큼 법안심사 과정에서 당내 이탈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