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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엠비셔스' 최종회서 댄서 21명 선발…대중평가 시작
-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Mnet ‘비 엠비셔스’ 최종회에서 총 21명의 댄서들이 프로젝트 댄스 크루 ‘엠비셔스’의 최종 크루원이 되기 위한 관문인 대중 평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31일 방송된 ‘비 엠비셔스’ 최종회에서는 리스펙과 노 리스펙 댄서들의 자존심을 건 일대일 대결이 이어졌다.아이돌 그룹 펜타곤의 메인 댄서 키노는 상대로 지목한 단의 취약점을 공략해 안무를 만들었지만, 단이 빠른 속도로 동작을 따라 하며 안무를 습득하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SMF 안무 창작 대결과 프리스타일 배틀에서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안무 창작 능력을 인정받은 키노가 엔트리 멤버에 이름을 올렸다.Mnet ‘비 엠비셔스’(사진=Mnet)이어진 대결에서은 안무가들인 진우와 변용석이 맞붙었다. 두 사람은 극과 극의 성향을 보이며 대결에 임했고, 프리스타일 배틀에서도 서로 다른 스타일을 선보였다. 하지만 변용석은 아쉽게도 SMF 안무 대결에서 연이은 실수를 해 진우가 IN을 받았다. 걸리시 장르로 맞붙은 배승윤은 상대인 아인을 견제하며 플로어 안무와 트월킹 등을 추가해 걸리시 동작이 많은 안무를 만들었다. 배승윤은 “더 이상 알려줄 수 없다”며 견제했고, 아인은 이를 악물고 연습을 거듭했다. 결과는 “테크닉이 좋다”는 평을 받은 배승윤이 IN을 받았다.주 장르가 힙합인 타잔은 팝핑은 잘하지만 안무는 취약할 것 같다는 이유로 티렉스맨을 상대로 지목했다. 티렉스맨은 SMF 안무 대결에서 전략대로 시작하자마자 팝핑 프리스타일을 선보였다. 타잔은 그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안무를 끝까지 열심히 이어나갔다. 부드러우면서 에너지도 있는 동작을 보여준 타잔이 IN을 받았다.같은 크루에서 활동하다 헤어진 트렌디락과 오바디의 사제간 대결도 관심이 집중됐다. 춤 선이 비슷한 두 사람은 마치 한 팀인 것 같은 안무를 선보였다. 마스터들의 긴 논의 끝에 IN을 받은 오바디는 안무 창작에서 자신을 배려해준 트렌디락에게 미안함을 전했다.신흥 배틀 강자 유쿤과 안무 마스터 쿠마신이 다음 대결을 이었다. 과거 쿠마신에게 수업을 들은 적 있는 유쿤이었지만, 이번 대결에서는 유쿤이 쿠마신에게 안무를 가르쳐 주며 위치가 바뀌었다. 두 사람 중 “스피드와 힘, 유연함이 멋있었다”는 평을 받은 유쿤이 IN을 받았다. ‘다크비’ 리드 댄서 해리준과 ‘JxR’의 메인 댄서 출신 백진이 맞붙은 아이돌 선후배 대결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작과 동시에 안무를 놓친 백진에 비해 “밸런스와 습득력이 좋다”는 평을 받은 해리준이 IN을 받았다.이호원과 댄스 신 루키 주키의 대결도 관심을 모았다. 이호원은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안무를 만들었고, 연습부터 SMF 안무에 힘을 다 써버린 주키는 프리스타일 즉흥에서 제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끝까지 여유 있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이호원이 IN을 받았다. 몽골에서 온 댄서 야마카시와 1세대 레전드 팝핑 거장 크레이지쿄의 대결도 이어졌다. 빠르고 정확한 동작으로 안무를 소화한 야마카시와 프리스타일 배틀에서 레전드다운 완벽한 무대를 보여준 크레이지쿄의 대결을 본 뒤, 마스터들은 힘든 결정 끝에 야마카시에게 IN을 줬다.마지막으로 리스펙을 받은 씨즈는 마지막 남은 노 리스펙 댄서 오천을 지목했다. 오천은 씨즈의 안무를 바로 카피하며 자신감을 보였고, 두 사람은 마치 한 팀 같은 퍼포먼스로 마스터들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오천은 원작자처럼 잘 소화해냈다는 평을 받으며 엔트리 멤버에 올랐다.12년차 팝핑댄서 릴씨는 로건을 상대로 자신만의 특기를 넣은 안무를 완성했지만 리허설에서 실수를 하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본 대결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실수없이 무대를 마쳤다. 주 동작인 팝핑으로 압도한 릴씨가 IN을 받았다.텃팅 최강자 투탓과 힙합 댄서 비글의 대결은 시작부터 화려한 텃팅 안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려운 장르로 대결을 펼친 두 사람은 모두 OUT을 받아 충격을 안겼다. 마지막으로 진과 노태현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기싸움을 보였다. 진의 안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바꾼 노태현은 SMF 안무 대결 중간에 살짝 실수했지만 흐름을 되찾아 본 실력을 보여줬고, 결국 노태현이 IN을 받았다.일대일 평가가 종료된 후 대중 평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댄서는 총 17명이었다. 3명의 자리가 비어있는 상황에서 아웃을 받은 댄서들 중 마스터들이 심사숙고 끝에 브라더빈, 단, 비글을 추가 합격자로 결정했다. 마스터들은 신중한 논의 끝에 독보적인 실력을 보여준 댄서 1명을 엔트리에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마스터들은 “크루 안에서 필요한 히든카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트렌디락을 대중 평가 엔트리에 포함시켰고, 예상 밖의 결과에 트렌디락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모든 미션이 마무리된 후 ‘비 엠비셔스’에 참가한 댄서들은 “선의의 경쟁 속에서 서로 든든한 동료가 될 수 있어서 좋았고, 끈끈한 무언가를 느꼈다”며 “좋은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프로젝트 댄스 크루 ‘엠비셔스’의 최종 크루원이 될 총 8명의 댄서를 뽑는 대중 평가가 시작됐다. 대중 평가는 4일 오후 11시 59분까지 진행된다. 공식 채널 ‘더 춤’에서 각 21인의 댄스 비디오를 시청한 후 ‘좋아요’를 누르면 된다. 댄스 비디오의 ‘좋아요’ 수와 조회수가 반영된 대중 평가 점수와, 크루 선발 위원회의 점수를 합산해 최종 8명이 ‘엠비셔스’ 크루로 ‘스맨파’에 합류하게 된다. 다음주 화요일(7일) 부터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춤추게 만들 ‘뚝딱이의 역습’이 방송된다.
- NFT와 경쟁서 이길 병기, 라스코 동굴벽화에 숨겨뒀다
-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서 연 히토 슈타이얼 개인전 ‘데이터의 바다’에 나온 ‘야성적 충동’(2022) 중 설치 일부. 구석기시대 라코스벽화를 옮겨놓은 듯한 동굴에 특수센서를 장착한 신비로운 식물을 줄줄이 매달아뒀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1세기 인류가 어찌 살았는지 알 수 있는 건 외계인뿐 아닐까. 지구 내 디지털 기록은 전자파로 다 파괴될 거고, 의도치 않게 외계로 송출해버린 데이터가 지층을 쌓듯 전파로 쌓여 외계인만 읽을 역사로 기록될 거니까.” 잠깐 공간이 헷갈렸다. 미술관에서 들을 얘기가 아니다 싶었으니까. 맞다. 여기까지라면 미술가보단 인문학자라는 게 나을 수 있다. 실제 철학박사(오스트리아 빈 미술아카데미)인 작가라니 말이다. 정치와 예술의 경계를 폴짝폴짝 뛰어넘으며 자본·기술·사회문제를 아우르는 미디어 대작을 연달아 꺼내놨던 거다. 미디어아티스트 히토 슈타이얼(56). 독일 뮌헨에서 태어난 일본계 독일인이다. 영상·영화작품 제작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이는, 이젠 난다긴다는 거장들을 다 제치고 세계적인 영상·미디어작가로 주저없이 꼽힌다. 그럼에도 여전히 실체가 안 잡힌다면 이 경력을 참고해도 될 듯하다. 영국의 미술전문지 ‘아트리뷰’가 해마다 미술인을 대상으로 선정한 ‘세계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서 1위를 찍은 기록 말이다. 5년 전(2017) 순위지만 어쩌다 한 번은 아니다. 2013년 69위로 100위권에 진입한 뒤 47위(2014), 18위(2015), 7위(2016)로 겅중겅중 뛰어올라 기어이 1위에 닿은 거니까. 이후로도 10위 안팎에 계속 머무는 중이다. 어쨌든 대중보다 줄세우기에 능숙한 전문가들의 판단이 그랬다. 작가 히토 슈타이얼이 ‘데이터의 바다’ 전에 내놓은 자신의 작품 ‘헬 예 위 퍽 다이’(Hell Yeah We Fuck Die·2016) 사이에 섰다. 배경이 된 작품은 2010년부터 5년 동안 빌보트 차트 노래 제목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영단어를 뽑아 타이틀로 삼았다. 모니터 안에 도는 3채널 영상은 재난현장에 인명구조를 위해 투입될 휴머노이드 로봇이 발길질을 당하며 훈련을 받는 모습을 담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바로 그 작업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꾸려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서울관에 꾸민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전이다. 미디어영상·설치·오브제 등 23점만으로 서울관 4개의 전시실을 채울 만큼, 규모가 남다른 굵직굵직한 대형작품을 들여놨다. 작품의 규모만도 아니다. 자신의 논문(2016) 제목에서 따왔다는 전시명 ‘데이터의 바다’를 마치 ‘거대이슈의 바다’처럼 펼친 화두의 규모도 만만치 않다. 지구적 재난과 전쟁, 글로벌 유동성, 독점자본주의에서 튕겨나간 독점디지털기술, 신계급사회를 만든 빅데이터. 여기에 보이지 않는 힘의 싸움터가 된 ‘자본과 결탁한 미술관’까지. 기술은 물론 철학·세계관까지 꾹꾹 채워넣은 ‘역대급’ 미디어아트라고 할까. 히토 슈타이얼이 스스로 작품 속에 들어간 ‘미션완료: 벨란시지’(2019). 조르지 가고 가고시츠, 밀로스 트라킬로비치가 공동으로 저술·제작한 렉처 퍼포먼스 영상이다. 벨란사지는 명품브랜드 ‘발렌시아가 방식’을 의미.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리고, 자유시장이데올로기, 포퓰리즘 등을 반영하며 정치권과 패션계를 넘나드는 ‘무기화된 데이터 알고리즘’으로 봤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세계 독보적 미디어아티스트가 연 아시아 최초 개인전 아시아에서 여는 슈타이얼의 첫 개인전이다. 개막에 맞춰 서울로 날아온 그이는 “아시아 첫 개인전으로 왜 한국을 선택했느냐”고 묻자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한국이 날 선택한 것”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이 그랬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슈타이얼의 전시를 유치하려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2017년 뉴미디어 기획전 ‘역사를 몸으로 쓰다’ 전이 첫 만남이었다. 당시 슈타이얼은 20분짜리 미디어영상 ‘경호원들’(2012·단채널 HD 비디오)을 내놨는데, 그때 강렬한 인상으로 이듬해 개인전 계약을 성사시켰던 거다. 그 과정에서 ‘한국적 주제의 신작을 의뢰할 계획’을 공식화하기도 했더랬다. 이후 팬데믹으로 전시와 더불어 ‘한국적 신작’이 의도만큼 리드미컬하게 진행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이때 미술관에선 슈타이얼의 작품 ‘유동성 주식회사’(2014·단채널 HD 비디오&설치)를 구입해 소장하기에 이른다. 이번 전시에 나온 ‘유동성 주식회사’가 바로 그 작품이다. 금융·자본·데이터·사람이 미친 듯이 오가는 현상을 물로 표현한 작품에는, 세계경제위기 탓에 투자자문가에서 격투기 선수·해설가로 변신할 수밖에 없던 실존인물을 등장시키는데. 복면을 쓰고 날씨예보처럼 경제예보를 해대는 해설자 뒤론 ‘다우존스 하락’을 기상이변으로 풀어낸 세계지도가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 히토 슈타이얼의 ‘유동성 주식회사’(2014) 중 일부. 금융·자본·데이터·사람이 끊임없이 오가는 현상을 물의 이미지로 표현한 영상·설치작품이다. 세계경제위기 탓에 투자자문가에서 격투기 선수·해설가로 변신할 수밖에 없던 실존인물이 복면을 쓰고 나서 “공격하고 방어하는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유동적 금융시장이 격투기 시합과 다를 게 없다”고 설파하는 중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혹시 슈타이얼의 예전 작품 ‘경호원들’을 기억한다면 이번 전시작들에 대한 이해가 훨씬 수월할 수 있다. 경호원을 세워 전쟁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 듯한 미술관에서 ‘코드화한 전쟁’을 역설적으로 전개했던 작품은 미술관에 스민 사회불안·통제, 나아가 ‘전쟁 같은 평화’까지 암시했더랬다. 이번에도 유사한 배경이 보인다. 특히 18분짜리 미디어영상 ‘소셜심’(2020·단채널 HD 비디오). ‘소셜 시뮬레이션’의 줄임말로 타이틀로 단 작품은 팬데믹으로 혼란스러워진 사회상황, 예술창작의 조건, 변화하는 동시대 미술관의 위상 등을 다뤘는데, 그 두 편 중 사회문제에 집중한 한 편에 등장시킨 인물들 역시 정복차림의 경찰관·군인인 거다. 다른 점이라면 실물 대신 무수한 아바타를 동원해 비디오게임하듯 대중시위를 진압하는 그들의 행위를 화려한 춤으로 표현했다는 거랄까. 이들 아바타를 두고 슈타이얼은 “팬데믹이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모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히토 슈타이얼의 ‘소셜심’(2020) 중 한 장면. 18분짜리 미디어영상으로 제작한 작품은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불안 상황을 대중시위에 동원된 경찰관·군인의 아바타로 고조시키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히토 슈타이얼의 미디어영상 ‘소셜심’(2020) 중 한 장면. 경찰과 시위대 아바타에게 현란한 춤을 입힌 역동적 움직임이 마치 비디오게임 속에 들어선 듯하다. 이들의 춤은 팬데믹 이후 퍼지기 시작한 대중시위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군인의 행위를 번안한 일종의 사회적 안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구석기부터 메타버스까지 아우른 ‘야성적 충동’ 첫 공개기대작은 ‘야성적 충동’(2022·단채널 HD 비디오 & 설치)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제작지원하고 세계서 처음 공개하는 작품은, 24분짜리 영상도 모자라 특수센서가 달린 식물이 자라나는 환경을 3채널로 설치하기까지 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스페인 작은 산골마을에 사는 양치기를 촬영하던 리얼리티TV쇼가 팬데믹으로 방송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동물격투기’를 메타버스 제작으로 대체하게 된다. 그러곤 가상세계에서 동물이 죽어나갈 때마다 NFT를 발행하는 이벤트까지 곁들였는데. 종국에 NFT 적자생존경쟁에까지 내몰리게 된 양치기는, 구석기시대 라스코벽화를 옮겨다 놓은 듯한 동굴에서 그들만이 가진 이종간 상호교류의 힘을 불러오기로 한다. 바로 박테리아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에 코드화돼 있는 ‘치즈코인’이다. 양치기 신변에 생긴 변화를 디지털기술로 체감케 한 이 대작은, 결국 관람객을 이끌고 긴 동굴을 걷게 하며 메타버스·NFT와의 경쟁에서 무기가 될 ‘절대신비’를 더듬게 한다. 히토 슈타이얼의 ‘야성적 충동’(2022) 중 설치 일부. 구석기시대 라코스벽화를 옮겨놓은 듯한 동굴에 특수센서를 장착한 신비로운 식물을 줄줄이 매달아뒀다. 영국 경제학자 존 매이너드 케인스를 인용(1936)한 작품명은, 인간의 감정·탐욕·야망 두려움으로 통제할 수 없는 시장이 미친 듯 날뛰는 현상을 지적한 그 의미 그대로를 가져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작품명 ‘야성적 충동’은 영국 경제학자 존 매이너드 케인스를 인용(1936)했단다. 인간의 감정·탐욕·야망 두려움으로 통제할 수 없는 시장이 미친 듯 날뛰는 현상을 지적한 그 대목에서 나왔더랬다. 결국 작가는 86년 전이나 지금이나 ‘야생화한 자본주의’로는 다를 게 없다는 얘기를 이렇게 장구하게 꺼내놓은 거다. 사실 말보단 관람이다. 한 가지 팁이라면, 작가 스스로도 말했듯, 전시작에 교묘히 아니면 대놓고 심어놓은 난해한 주제를 일일이 따져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생각과 철학이 일치하든, 현란한 미디어아트쇼가 시선을 사로잡든, 눈과 마음에 담을 작품 한 점에라도 기꺼이 빠져들면 된다는 얘기다. 20분 넘기는 것쯤은 가뿐한 미디어영상들 앞에는 작가가 작품의 연장선에서 배치했든, 미술관이 배려했든 ‘푹 파묻혀 앉을 곳’을 여럿 만들어뒀다. 전시는 9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서 연 개인전 ‘데이터의 바다’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은 히토 슈타이얼이 전시장 입구의 벽면을 장식한 포스터 앞에 섰다. 전시에는 미디어영상·설치·오브제 등 23점만으로 서울관 4개의 전시실을 채울 만큼, 규모가 남다른 굵직굵직한 대형작품을 들여놨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팔리면 하루장사 끝…70억짜리 리히텐슈타인 띄운 '아트부산'[아트&머니]
- ‘아트부산 2022’가 5월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부산 수영구 벡스코에서 열린다. 지난해 350억원 매출로 ‘사상 최대’를 쓴 데 이어 올해는 6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미국 그레이갤러리서 품고 날아올 로이 리히텐슈티인의 회화 ‘퍼플 레인지’(1966·오른쪽)가 가장 비싼 작품으로 출품한다(사진=아트부산).[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5월에는 부산이다. 미술품을 한자리에 꺼내놓고 한바탕 북적이며 팔고사는 ‘큰장’. 국내 3대 아트페어 중 순서상 두 번째인 ‘아트부산 2022’가 다음 타자로 흥행타선에 나선다. 3월에 여는 ‘화랑미술제’가 한 해 돌아갈 미술시장을 가늠하는 ‘간을 보는’ 자리라면, 5월의 아트부산은 그 해 미술시장의 판도를 확정하는 ‘양념을 투하하는’ 자리쯤 된다. 게다가 ‘부산’이란 장소가 특별하다. 서울에만 집중되는 미술품 향유를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아트페어가 단순히 미술품을 매매하는 기능만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어쨌든 시장이란 데는 무엇보다 ‘진기한 구경거리’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지 않은가. 한 바퀴 둘러보면 전부는 아니라 해도 ‘핵심’은 눈에 들어오게 돼 있다. 아트페어라면 마땅히 요즘 미술계를 달구는 트렌드, 뜨고 있는 신작작가, 날개를 단 중견작가의 새로운 작업 등등이 잡힌다. 게다가 해외갤러리·화랑이 참여하는 ‘국제아트페어’라면 그 영역을 나라 밖 동향으로까지 넓힐 수가 있다. 물론 한국 미술시장에 먹힐 작가·작품을 1순위로 따지긴 할 테지만. 지난해 5월에 연 ‘아트부산 2021’ 전경. 나흘간 관람객 8만여명이 다녀가고 미술품 350억원어치를 팔아 ‘역대급 성적’을 냈더랬다(사진=아트부산).그래서 규모로 밀어붙일 건 아니지만 아트페어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한방이 또 그 규모다. 이달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부산 수영구 벡스코에서 예고한 ‘아트부산 2022’는 21개 나라서 오는 134개 갤러리의 참여로 판을 키운다. 국내서는 101개 갤러리가, 해외서는 33개 갤러리가 부스를 차린다. 변원경 아트부산 대표는 “올해 참가하는 갤러리 중 국내 19개, 해외 21개 갤러리는 ‘아트부산’에는 첫 상륙”이라고 귀띔했다. 12일 첫날과 13일 오전, 14일 오전에는 VVIP(1200명)와 VIP(4500명) 관람객을, 13일 오후와 14일 오후, 15일은 하루종일 일반관람객을 맞는다. ◇지난해 두 배 매출 기대…관람객 10만명, 판매액 600억원 지난해 5월 열린 ‘아트부산 2021’은 나흘간 관람객 8만여명, 작품판매액 350억원으로 ‘역대급 성적’을 냈더랬다. 10회 동안 이어왔던 아트부산의 성과 중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던 터다. 11회째인 올해는 예상치를 두 배 높여 잡았다. “관람객 10만명, 작품판매액 600억원 등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의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만큼 대충 넘길 일이 아니란 데 의견을 모은 듯하다. 덕분에 ‘특별한 볼거리’가 늘었다. 지난해 10개로 준비했던 ‘특별전’을 올해는 14개로 확장해 꾸민다. 사실 아트페어 주최측의 수익은 참여 갤러리들에게, 준비한 부스를 얼마나 많이 임대하느냐에 달렸다. 때문에 특별전은 일종의 ‘서비스 영역’이 된다. 굳이 서비스 영역을 이처럼 늘린 데는 관람객 규모를 의식한, ‘하루치 장사에 연연하는 게 아닌 내일까지 내다보겠다’는 의지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 거다. ‘아트부산 2022’에서 꾸밀 14개의 특별전 중 하나에 걸릴 김보희의 ‘투워즈’(Towards·2021). 갤러리바톤에서 내놓을 작품은 가로세로 194×520㎝에 달한다(사진=갤러리바톤).◇국내외 134개 갤러리 ‘주력 작가·작품’ 들고나와 134개 갤러리가 ‘저마다 미는 작가의 작품’ 수천점을 꺼내놓는 자리라 관람객 입장에선 사전정보가 필수다. 주요 출품작을 미리 알고 움직이는 게 드넓은 장소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일도 줄일 뿐더러, 이번에 놓치면 언제 다시 볼지 기약할 수 없는 작품을 알뜰히 챙겨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올해 아트부산의 국빈급 대접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받을 듯하다. ‘퍼플 레인지’(Purple Range·1966)가 뜬다. 미국 그레이갤러리가 품고 날아올 작품의 가격은 575만달러(약 70억원) 상당. 그레이갤러리는 리히텐슈타인 외에도 대형작가인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등을 전속으로 둔 화랑이다. 아시아미술시장에는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그래선지 들고 나올 작품들이 만만치 않다. 아트부산 2022’에 출품하는 중국작가 아이웨이웨이의 ‘조디악·원숭이’(Zodiac·Monkey·2018·115×115㎝ 레고브릭스). 홍콩 탕컨템포러리아트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자오자오의 회화작품 등과 함께 내놓는다(사진=탕컨템포러리아트).오스트리아의 타데우스로팍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회화 ‘욕실이 딸린 조용한 객실’(2021)과 앤터니 곰리의 조각 ‘SPAN’(2021)을 공수해온다. 홍콩의 탕컨템포러리아트에선 중국은 물론 국내서도 인기가 높은 중국작가 자오자오와 아이웨이웨이의 회화작품(자오자오 ‘하늘’ 2021, 아이웨이웨이 ‘조디악·원숭이’ 2018)을 내놓는다. 국내 유수 갤러리도 각기 전략작품을 들고 나선다. 국제갤러리는 최근 개인전으로 시장을 선점한 스위스의 우고 론디노네와 한국의 이희준을, 학고재갤러리는 한국의 백남준과 스웨덴의 안드레아스 에릭슨을 대표작가로 뽑았다. 또 갤러리현대는 이승택, 우손갤러리는 최병소, 리안갤러리는 이건용·남춘모, 더페이지갤러리는 영국의 필립 콜버트 등을 ‘얼굴’로 내세운다. ‘아트부산 2022’에 출품하는 이건용의 ‘바디스케이프 76-1-2022’(2022·91×117㎝). 국내 리안갤러리 부스에 걸릴 작가의 신작이다(사진=리안갤러리).전체적으로는 ‘젊은 풍광’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MZ세대 컬렉터를 업고 기획력·실험성으로 승부하는 영 갤러리들이 대거 참여한 덕이다. 갤럴리스탠, 갤러리기체, 실린더, 에이라운지, 디스위켄드룸, 스페이스윌링앤딜링 등이 부산에서도 MZ세대를 불러모을 예감에 들떠 있다. ◇8.7m 호크니 작품 특별전에…NFT 프로그램 신설도 역시 특별전 감상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리히텐슈타인을 들인 그레이갤러리가 또 한 명의 거장 호크니의 대형작품을 긴 부스 한 면에 채우는 것으로 분위기를 잡는다. 가로길이가 8.7m에 달하는 ‘전시풍경’(Pictures at an Exhibition·2018)이란 작품이다. 독일의 페레스프로젝트는 오스틴 리의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으로, 국내의 갤러리바톤은 김보희의 5m 대작회화 ‘투워즈’(2021)로 특별전을 장식한다. 이외에도 미국의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과 백남준을 비롯해 강이연·이상수·강재원 등이 특별전을 꾸밀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아트부산 2022’에서 꾸밀 14개의 특별전 중 하나에 걸릴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풍경’(Pictures at an Exhibition·2018). 가로세로 870×270㎝의 대작이 그레이갤러리 긴 부스 한 면을 채울 예정이다(사진=아트부산).지난해까지 ‘없던 장면’이라면 NFT 프로그램이 꼽힌다. “관람객이 NFT 아트를 이해하고 체험하도록 했다”는 목적에다가, 공모전을 통해 선별한 작가들이 앞장서 NFT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얹어줬다. 국내 NFT 플랫폼인 그라운드엑스와 협업해 선별했다는 작가 4인의 작품을 아트부산 기간 중 ‘NFT 부스’에서 전시한다. 예술성, 심미성, 대중성, 매체적합성, 디지털완성도 등 5가지 기준으로 뽑았다는데, 작가·작품을 공개하진 않아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 [대선잡설] 3월 9일 그날 이후
-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네거티브의, 네거티브에 의한, 네거티브를 위한 대선이다.” 이상한 대선이다. 아무도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3월 9일 대선 이후를 걱정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20대 대선이 D-16일 앞으로 다가왔다.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고민은 없다. 정책·비전 경쟁은 실종된 지 오래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파급효과다. “뽑을 사람이 없다. 허경영에게 한표를” 유권자들의 냉소는 이미 선을 넘었다. 여야 유력후보 모두 ‘오십보백보’다. 포용과 통합보다는 적대적 대결을 부추긴다. “공짜 점심은 없다”드러난 네거티브보다 더 큰 문제는 ‘묻지마 공약’이다. 안되면 말고 식이다. 재정 여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퍼주기다. 대한민국은 달러를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여야가 따로 없다. 한마디로 ‘내로남불’이다. 내가 하면 정책이고 남이 하면 포퓰리즘이다. 공약수준도 문제다. 시대정신을 담아낼 국가적 비전은 아예 없다. 여야 모두 ‘소확행·심쿵’ 공약에 지나치게 심취했다. 대선이 아닌 구청장 선거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전과 4범, 무속주술, 히틀러, 패륜, 배신자, 폭탄주 중독자, 기생충, ….”선거라는 합법적 전쟁이지만 20대 대선은 금도를 넘어섰다. 인물 대결도 비전 경쟁도 사라졌다. 사생결단식의 진영대결이다. “전과 4범을 어떻게 뽑나” vs “무속에 휘둘리는 배신자를 어떻게 뽑나” 난장판이 따로 없다. 증오와 분노의 언어가 난무한다.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닌 과정에 대한 승복이라는데. 이대로 가면 대선 이후는 ‘안봐도 비디오’ 수준이다. 승자를 향한 축하와 패자를 향한 위로를 발붙일 곳이 없다. 누가 당선증을 받아도 후폭풍은 불가피하다.“대선불복의 역사와 부정선거 프레임”편파판정이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듯 난장판 대선은 대선 이후의 후폭풍을 잉태한다. 2002년·2012년 대선에서 나타난 대선불복 역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 국민통합은 난망이다. 사회경제적 갈등과 비용은 계산조차 힘들다. 박빙 승부일수록 철지난 부정선거 프레임이 고개를 들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선관위조차 ‘공범’이라는 의심에 시달린다. 최악의 경우 승자는 정치보복의 칼을 휘두르고, 패자는 감옥에 가야 할 수도 있다. “식물대통령의 시대”새 정부 출범 이후도 문제다. 100일간의 허니문은 없다. 대선 이후 곧바로 지방선거가 이어진다. 대선 승자는 ‘상처뿐인 영광’이다. 패자의 발목잡기는 예정된 수순이다. 더구나 제1야당이 승리하면 극단적인 여소야대를 피할 수 없다. 인사청문회도 분수령이다. 조국청문회 수준의 사생결단이면 낙마자가 속출한다. 참여정부 시절 장관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이명박·박근혜·문재인정부 모두 조각 과정에서 적잖은 낙마자가 발생했다. 늦으면 여름이 지나서야 새 정부의 완전체 내각이 만들어질 수 있다. 국민의 절반을 적으로 돌리는 선거운동은 식물대통령의 지름길이다.
- [카드뉴스]'주기자' '허블리' 뛰어넘는 SNL코리아 레전드 코너는?
- '풍자 코미디', 그리고 호스트에 따라 매회 다른 재미를 주는 콘텐츠로 탄탄한 매니아층을 갖고 있는 SNL코리아.2011년부터 2018년까지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다 지난 해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에서 새롭게 시작했어요.최근에는 '주현영 인턴기자' 를 비롯해 배우 신혜선, 허성태의 인터넷 밈 패러디 등이 큰 인기를 끌면서 "SNL이 돌아왔다" 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데요.SNL의 팬 또는 입문자를 위한 SNL코리아 레전드 TOP5를 뽑아봤습니다. △극한직업 매니저(시즌 4~5)'유병재'가 연예인 매니저로 활동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 페이크 다큐입니다.연예인의 이중적인 모습과 여기에 고통받는 유병재의 모습이 대비되며 웃음과 짠함을 동시에 자아냈는데요.당시 SNL 제작진으로 있던 유병재는 극한직업 출연 이후 방송인으로 꾸준히 활약하고 있기도 하죠.손담비, 문희준, 신성우 편 주목! △조별과제, 알바 잔혹사(시즌 4, 5)대학생, 사회초년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문제를 코미디 스릴러로 풀어낸 시리즈.혼자 조별 과제를 떠 맡게 된 조장, 사장의 '갑질' 대상이 된 알바생은 각자의 방법으로 통쾌하게 복수하는데요.현실에서는 차마 못했던 일이라 '내 속이 다 시원하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상속자들 국가별 패러디(시즌 6)'상속자들이 중국 드라마였다면?'중국, 일본 미국 등 국가별 드라마들의 특징을 살려서 패러디한 영상이죠.개그우먼 강유미의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은 '한본어'가 특히 압권인데요.건축학개론, 응답하라 1994 해외판도 있으니 이어서 시청 필수! △이하늬 뮤직비디오 영상"헤이 모두들 안녕, 내가 누군지 아늬?" 배우 '이하늬' 하면 떠오르는 유행어죠.중독성 넘치는 노래도 노래지만 레드카펫 위에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끝내 '전신깁스'를 하게 된 이하늬, 그리고 이 모든 해프닝은 이하늬를 견제한 '이한위' 배우의 설계였다는 반전 결말로 시청자들을 빵 터지게 했어요. △'3분' 시리즈(시즌7~9)패키지를 3분 동안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그에 맞는 여동생, 남친, 여친을 만들 수 있다는 '병맛' 콘셉트의 코너입니다.가령 '사람냄새' 나는 여동생은 털털하지만 오빠에게 발냄새를 맡아보게 하는 등 특이 행동을 보이죠.높은 인기로 세 시즌에 걸쳐 방송됐습니다.아이오아이, 레드벨벳 등 여러 아이돌이 활약했어요. 이번 주말엔 SNL 다시보기 어때요? 지금까지 스냅타임이었습니다!
- 뇌사상태서 LCD 수술로 회생…백남준 '다다익선' 깨우다
- 불이 완전히 꺼지기 직전인 2018년의 ‘다다익선’(왼쪽)과 불이 다시 켜진 2022년의 ‘다다익선’. 4년 전 ‘누전에 따른 화재·폭발 위험’이란 진단을 받고 전면 상영중단한 백남준의 ‘다다익선’(1988)이 올해 하반기 재가동을 목표로 수리·복원을 마무리하는 시험운전 중이다(사진=이데일리DB·국립현대미술관).[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설마 갈아 끼울 브라운관 모니터는 있겠지?” “몇개 없다고? 그럼 어찌 복원할 건데?” “삼성이 수백대 제공했다며. 더 내달라고 해봐. 만들어달라든지.” “LED·LCD, 요즘 좋은 거 많잖아. 수명도 길다는데 이참에 싹 바꾸자.” “그렇게 복원하곤 원작이라 하겠어? 작가 의도는 무시하는 거야?” “원형대로 브라운관? 그게 좋은 걸 누가 모르나. 그러다 또 고장 나면 그땐 어쩔 건데?” “다 시끄럽고. 차라리 장렬히 전사시키자. 그것도 의미가 있어.” 높이 18.5m, 기단부 지름 11m의 계단식 원형 총 8단 영상탑을 차곡차곡 타고 오른 텔레비전 브라운관. 하늘이 열린 날(개천절·10월 3일)에서 따왔다는 1003대의 ‘배가 불룩한’ 모니터의 집합체. 1986년 제작에 들어가 1988년 완성·설치한 뒤 30여년 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을 지켜온 무게 16t의 거대한 상징.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1932∼2006)의 ‘다다익선’ 얘기다. 그 16t의 존재감이 어느 날 난상토론의 테마로 산산이 부서질 거라곤, 시대를 앞선 선구자 백남준이라도 짐작이나 했겠나. 그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겠느냐고 했더랬다. ‘다다익선’이라고. 그런데 너무 많았던 건가. ‘과유불급’이 돼버렸으니 말이다. 몸에 붙인 모니터만 많은 줄 알았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백남준의 ‘다다익선’. 2015년 브라운관 모니터 320대를 갈아 끼우는 대대적인 보수작업 직후의 모습이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설치 14년께 이상신호가 잡혔다. 껌벅껌벅하던 모니터를 중고로 갈아 끼우며 버텼지만 결국 하나둘 멈추더니 급기야 ‘누전에 따른 화재·폭발 위험’ 진단까지 내려졌다. 그러니 어쩌겠나. 스위치를 내릴 수밖에. 2018년 2월의 일이다. 회복도 불가능하고 수술도 어려운 ‘뇌사상태’로 들어선 거다. 무늬만 비디오아트로. 결국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단 판단이 뒤늦게 내려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는 수리·복원에 들어가 3년 내 회생시켜 보겠다”고 선언한 거다. 스위치 오프 이후 1년 7개월 만인 2019년 9월이다. 하지만 그 일이 수월하겠나. 그랬다면 진작에 해결했겠지. 당장 수리·복원을 앞두고 벌어진 화려한 갑론을박은 바로 그때의 일이다. 하지만 사실이 그랬다. ‘아무나 한마디씩’인 듯하지만 그 안에 심란한 우려부터 포기가 안 되는 기대까지 다 들었던 거다. 1987년의 백남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다다익선’ 설치를 구상하던 때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결국 1003대 중 268대, 브라운관 모니터서 LCD로 교체 그 ‘다다익선’에 다시 불이 켜졌다. ‘뇌사’ 판정 4년 만이고, 30억원 예산을 뽑아 대대적 수리·복원에 착수한 지 2년 5개월여 만이다. 완전한 부활은 아직 아니다. 숨이 돌아온 것은 확인했고 ‘길게’ 활동하는 데 무리가 없는지 살펴보는 단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2주간 하루에 2시간씩 시험운전을 끝냈고, 7일부터 18일까지는 4시간으로 늘린다”고 전했다. 이후 21일부터 내달 4일까지 6시간, 이어 7일부터 18일까지 8시간을 가동해보면서 1차 점검 완료. 앞으로 이런 시험운전을 2차례 더 진행한단다. ‘다다익선’은 백남준의 작품 중 최대 규모.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제작했으며 6인치 60대, 10인치 552대, 14인치 93대, 20인치 103대, 25인치 195대 등 1003대의 모니터를 비디오탑처럼 쌓은 구조다. 그러나 태생적 한계를 품었으니 ‘브라운관 모니터의 수명’. 전문가들은 10년 남짓이라 말했더랬다. 그럼에도 지난 30년간 중고를 찾아 땜질하는 식으로 억지수명을 연장해왔던 거다. 번번이 마지막이란 경고가 붙었던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불 켜진 1988년의 ‘다다익선’(왼쪽)과 불 꺼진 2013년의 ‘다다익선’. 1988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설치된 이후 30년을 ‘버텨온’ 백남준의 ‘다다익선’의 역사는 수없이 멈춰 선 브라운관 모니터와 씨름해온 수리·복원사이기도 하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이데일리DB).‘다다익선’의 노후화 문제는 2002년 본격화했다. 화재가 나 가동을 중단하고 이듬해인 2003년 설치 15년 만에 모니터를 전면교체하며 상황을 무마했다. 반응 없는 모니터가 50%를 넘겼던 터. 처음 설치 때 모니터를 전량 지원했던 삼성전자가 470대를 내놓고, 부품을 구하러 청계천 황학시장부터 아프리카까지 헤집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검정 브라운관을 은회색으로 바꾼 것도 그때다. 당시는 백남준이 타계하기 전이라 협의가 수월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멀쩡했나. 그렇지 않다. 2010년 244대, 2012년 79대, 2013년 100대, 2014년 98대를 수리하고 교체하는 작업은 계속됐다. 그러다가 2015년 3분의 1이 또 멈춰 섰고 320대를 갈아 끼워야만 했다. LED·LCD 얘기가 스멀스멀 삐져나왔지만, 이때는 백남준이 작고한 뒤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2018년 2월, 결국 ‘완전 멈춤’에까지 이른 거다. 상단부에서 누전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한 직후였다. ◇불안한 보존·복원이지만 ‘백남준 90주년’ 축제는 축제 그렇다면 이번 수리·복원은 어떻게 진행했을까. 결국 LCD란 칼을 들이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003대 중 손상된 브라운관 모니터 735대를 수리했고, 상단의 6인치 10인치 중 268대를 평면디스플레이(LCD)로 제작·교체했다”고 했다. 모니터의 27%를 ‘불룩이’에서 ‘납작이’로 바꿨다는 뜻이다. 2년 5개월 전 “200년, 300년이 지나도 작품의 시대성을 유지하는 게 미술관의 임무”라며 “원형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했던, 자못 비장했던 의지도 ‘바닥난’ 중고모니터 앞에선 꺾어야 했던 거다. 시험운전 중인 2022년의 ‘다다익선’. 2020년 9월부터 시작한 대대적인 수리·복원의 마무리 점검단계다. 1003대 모니터 중 735대 브라운관 모니터를 수리하고 268대를 LCD로 제작·교체했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올해는 백남준이 태어난 지 90주년. ‘다다익선’은 그 마중물이 됐다. 시험운전으로 운을 뗐고 하반기 재가동으로 야무지게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비록 남은 735대 브라운관 모니터를 안고 가는 불안한 새출발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 맞춰 국립현대미술관은 두 전시를 계획했다. 6∼11월 ‘백남준 아카이브’ 전이 하나. ‘다다익선’ 설치부터 보존·복원의 역사를, 오마주한 현대작가들과 함께 입체적으로 구성한다. 11월부터는 ‘백남준 효과’ 전이다. 이때쯤 온전히 불 밝힐 ‘다다익선’을 계기로 1990년대 중·후반 활동한 ‘백남준 후예’들의 활약을 꺼내놓는다. 한 해 내내 축제같은 특별전을 이어가는 곳은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다. 백남준이 발표한 음반 타이틀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1977)를 아예 선언으로 내걸었다. 포문은 내달 3일부터 6개월간 이어갈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 전이 연다. 백남준 예술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10가지 순간을 2000년대 대표작 중심으로 되짚어간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칭기즈칸의 복권’(1993)도 나온다. 백남준의 ‘칭기즈칸의 복권’(1993). ‘백남준 탄생 90주년’인 올해 백남준아트센터가 한 해 내내 이어갈 특별전 중 내달 3일부터 여는 ‘아방가르드는 당당하다’ 전에 나온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품이다(사진=백남준아트센터).‘완벽한 최후의 1초: 백남준 교향곡 제2번’(3. 24∼6. 19) 전은 백남준의 예술적 시원을 더듬는다는 의의가 있다. 백남준이 작곡한 두 번째 교향곡인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1961)을 국내 최초로 시연한다. 그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연주되지 못한 곡이란다. 서울시립미술관이 백남준아트센터와 손을 잡고 11월 서소문본관에 띄우는 ‘백남준 탄생 90주년 기념전: 서울랩소디’도 있다. 백남준의 글쓰기와 미디어작품을 통해 그이가 가진 예술의 시적 속성을 들여다보겠다는 특별한 테마를 정해뒀다.
- '방과후 설렘', 12일 글로벌 투표 시작… "최애를 뽑아주세요"
- (사진=펑키스튜디오)[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MBC 글로벌 걸그룹 프로젝트 ‘방과후 설렘’이 첫 번째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다.데뷔와 동시에 빌보드 차트인에 도전할 글로벌 걸그룹 ‘방과후 설렘’이 오는 12일 오후 7시 20분부터 83명의 연습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를 시작한다. 1차 투표는 ‘방과후 설렘’ 네이버 콘텐츠 홈과 ‘리얼라이브’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매일 1회씩, 학년 무관 총 7명의 연습생에게 투표할 수 있다. ‘방과후 설렘’은 프리퀄 방송인 ‘등교전 망설임’ 마지막 회 종영에 맞춰 첫 투표를 시작할 예정이다.‘방과후 설렘’ 투표에 활용되는 네이버 콘텐츠 홈은 ‘방과후 설렘’의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다. 해당 사이트에는 투표를 위한 ‘보트(VOTE)’ 카테고리뿐만 아니라, ‘스튜던트(STUDENT)’, ‘비디오(VIDEO)’ 창도 함께 있어, 연습생들이 현재까지 공개했던 프로필 사진을 포함해, 음악방송 무대와 개인 자기소개 영상, 방과후 설렘 프리퀄 ‘등교전 망설임’ 방송영상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해당 사이트를 활용해 국내 케이팝 팬들은 네이버 아이디만 있으면, 편리하게 자신이 원하는 연습생에게 투표 할 수 있다.앞서 ‘방과후 설렘’은 어플리케이션 ‘리얼라이브’를 통해 투표를 진행한다고 알린 바 있다. 이번 투표는 ‘리얼라이브’와 네이버 콘텐츠 홈에서 동시에 진행, 국내외 팬들은 자신이 원하는 플랫폼에서 자신의 ‘최애’를 뽑을 수 있다. 또한 ‘방과후 설렘’은 가수 옥주현, 권유리, 댄서 아이키, (여자)아이들 소연까지, 연습생들이 음악적 역량을 키울 수 있게 전폭 지원하는 프로듀서 역을 맡는 담임선생님 녹화 현장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방과후 설렘’은 오는 28일 MBC에서 첫 방송된다.
- 포디리플레이 "360도 영상기술로 스포츠 현장 생생함 전달"(인터뷰)
- 포디리플레이 이상윤 운영본부 COO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포디리플레이. 사진=포디리플레이 제공[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4차원 특수 영상 제작 기업인 포디리플레이(4DREPLAY)는 지난 달 29일 개최된 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대한민국 스포츠산업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스포츠산업 발전에 공헌한 우수 기업, 단체 등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개최하는 시상식이다.포디리플레이는 영상 기술 적용 범위를 스포츠 중계 영역에만 국한하지 않고 비디오 판독(VAR),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교육 등으로 확장해 스포츠 융·복합 기술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대통령상 수상 영예를 안았다.한국에서 창업한 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포디리플레이는 스포츠 중계에 최적화된 하이라이트 영상 제작 기술과 스포츠 종목별 특화된 영상 분석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전 세계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포디리플레이의 주요 기술은 360도 타임 슬라이스(Time-slice) 영상 솔루션 ‘4D리플레이’와 세계 최초 5G 기반 다(多)시점 실감 미디어 솔루션 ‘4D라이브’다. 고화질의 실감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사용된다. 현장의 느낌을 화면을 통해 전달하고, 경기 장면을 개인이 직접 선택하며 즐기는 시청환경을 구현해 스포츠와 IT 융복합 기술의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최근에는 메이저리그(MLB),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골프(PGA) 등 전 세계 스포츠 경기에서 소개되면서 K-영상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무관중으로 치러진 2020 도쿄올림픽에는 태권도 등 50여 개 세부종목에 360도 영상기술을 적용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이상윤 포디리플레이 운영본부 COO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실제 세계에서 할 수 없는 시간 컨트롤을 영상에서나마 전지적인 관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4D리플레이 기술의 특징이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IT와 스포츠를 융합하는 업체들이 더 조명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아울러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컨텐츠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각도에서 중계화면을 선택해 볼 수 있고 거기에 추가 정보까지 추출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며 “지금까지 다른 나라 기술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우리나라 기술을 가지고 비디오 플랫폼 시장을 혁신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다음은 이상윤 포디리플레이 운영본부 COO와 일문일답. -포디리플레이라는 회사에 대해 소개해달라.△영화 매트릭스가 2001년에 나왔다. 당시 세계관 등이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지금 딱 떠오르는 장면은 한 네 컷 정도 나오는 타임슬라이스 기법 장면이다. 시간이 멈춘 상태로 하면 360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명 타임 슬라이스 포토그래피라고 해서 학문적으로는 약 100년 전부터 나왔던 기법이다. 그 부분을 디지털화하고 당시 형제였던 워쇼스키 자매가 대중화시키면서 영화 기술 쪽에서 이정표를 세웠다. 이후에는 영화는 물론 CF 등에서도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당시 저와 저희 대표님을 비롯해 몇 명이 창업하기 전에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는데 우연하게도 카메라 관련 개발 일을 했다. 카메라를 가지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마침 그 당시 ‘홈런배틀’이라는 야구게임이 있었는데 타격하는 순간 360도 화면을 보여주는 특징이 있었다. 게임이다 보니 마음대로 앵글 조절을 할 수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타임 슬라이스 기법을 실제 경기에서 적용하면 게임과 같은 효과가 나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고민을 하게 됐다. 그것이 시작이 돼서 창업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야구 중계 하이라이트 때 초고속 카메라나 레일 카메라처럼 하나의 효과로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방송 파워가 점점 모바일이나 뉴미디어 쪽으로 옮겨가게 됐다. 그전까지는 우리가 여러 각도에서 찍은 영상 가운데 하나만 뽑으면 나머지 영상은 버려야 했다. 그런데 그 나머지 영상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통신에서 모든 카메라 영상을 시청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제공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4D리플레이 영상 기술의 특징은 무엇인가.△지금까지 방송이 기술적으로는 굉장히 많은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시청자가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현장에 카메라가 여러 대 있지만 그 카메라가 보여주는 화면을 내 마음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영상 선택권은 여전히 방송사에서 가지고 있다. PD가 보여주고 싶은 영상을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것이다. 만드는 사람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보고 싶은 영상을 직접 선택해서 볼 수 있도록 하면 방송의 패러다임이 많이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기존 방송용 솔루션을 개선해서 모바일용 솔루션으로 바꿨는데 감사하게도 한국에서 5G가 처음 서비스되면서 통신사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5G 서비스가 시작됐는데 정작 이를 체감할만한 킬러 콘텐츠가 없었다. 우리는 기존 통신에서 하지 못했던 고품질의 대용량 실감 콘텐츠 이다 보니까 잘 맞아 떨어졌다. 그렇게 한국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5G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같은 요구가 있었던 다른 해외 통신사에서도 저희한테 연락이 와서 확대가 된 것이다.- 이번에 대한민국 스포츠 산업대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기술을 인정받고 있고 미래기술로 주목받고 있다는 뜻일텐데 이번 수상의 의미를 소개한다면.△저희가 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상을 받게 돼 감사드린다. 우리나라 스포츠 중계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메이저리그 본고장에서 우리 KBO리그가 중계된다거나 이런 것들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가 이번에 상을 받았던 것은 스포츠와 IT를 접목하려는 회사가 많지 않다는 점과 회사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이 맞아 떨어진 것 같다. 5G, 제4차 산업혁명 등 국가에서 나아가는 방향과 스포츠를 융합하려는 노력이 맞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통적인 스포츠 산업 업체들이 관심받는 것도 좋지만 이번 수상을 계기로 IT와 스포츠를 융합하는 업체들이 더 조명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도 너무 큰 상을 받게 돼 몸 둘 바를 모르겠다.-포디리플레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흔히 생각하는 4D는 극장에서 의자가 움직이고 바람 불고, 물 뿌려주고 그런 것을 생각한다. 원칙적인 의미에서 그것은 4D가 아니다. 원래 4D는 점, 선, 면의 3D에서 시간 개념이 들어간다. 그래서 타임 슬라이스라는 기법 자체가 4D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다. 사람이 점, 선, 면, 입체를 만드는데 실제 세계에서 할 수 없는 것이 시간 컨트롤이다. 실제에서는 하지 못하지만 영상에서나마 전지적인 관점에서 시간 컨트롤을 할 수 있다. 사람은 같은 시간에 서로 다른 방향을 볼 수 없다. 그것을 영상화해서 내가 마음대로 여기도 보고 저기도 보여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스포츠에서 그 니즈가 가장 컸다. 그래서 스포츠에 가장 먼저 적용이 돼 여러 가지 글로벌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돌 공연이나 뮤지컬 등에도 도입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본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 우리 솔루션이 활용되기도 했다. 영상과 관련된 모든 분야로 넓게 확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스포츠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이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예를 들어 콘서트 같은 경우 아이돌이 여러 명 나온다. 그룹 전체를 좋아하는 경우도 있지만 멤버 개인을 좋아하는 팬들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멤버를 더 가까이 잘 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예를 들어 5명의 멤버가 5분 동안 노래를 부를 때 1분씩 정확히 시간을 나누면 문제가 없는데 누구는 30초만 나오고 누구는 1분 30초 나오면 나중에 팬클럽에서 ‘왜 특정 멤버는 미워하나요’라고 난리가 난다. 그런데 이 멤버에게 가까이 있는 카메라를 직접 선택해서 보게 되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최근 콘서트나 예능 등에서 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TV 방송과 모바일을 연동해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기획하고 있다.-태권도 생중계 경기에 그래픽, 음향 등 게임적인 효과를 넣어 방송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그같은 아이디어의 출발은 무엇인가.△사람들이 컴퓨터 게임 ‘철권’은 재밌어하는데 실제 격투인 태권도는 재미없다고 한다. 똑같은 격투인데 왜 차이가 날까 생각했다. 요새 MZ세대들은 화려하고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에 더 관심을 갖고 열광한다. 그런 점을 착안해 밋밋한 화면에 뭔가 재미있는 것을 꾸며주면 많이 보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전 회사를 다닐 때 현실 중계 화면에다 게이밍 효과를 넣는 것이 재미있겠다 생각했다. 마침 지금 대표님이 회사를 창업했고 몇 년 뒤 내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현재 4D리플레이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스포츠 분야는 어떤 것이 있나△일단 야구와 골프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프로야구에서 사용된다. 미국의 경우 메이저리그 야구, 아이스하키. 농구 등에서 이 기술이 도입됐다. 그밖에도 종합격투기 UFC와 두바이에서 열린 크리켓 대회도 우리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올림픽의 경우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시작했고 도쿄올림픽에선 평창 때보다 3배 정도 규모가 더 커졌다. 앞으로 프로스포츠와 대형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두 축으로 크게 나눠서 진행을 할 계획이다.-해외 방송사나 스포츠 단체가 4D리플레이 기술을 처음 접했을때 반응이 어땠고 어떤 얘기를 많이 했나.△처음 소개할 때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직접 보여주기 전까지는 ‘거짓말하네’ , ‘이게 어떻게 돼’ 이런 반응이 더 많았다. 외국의 글로벌 대기업도 어렵다는 기술을 한국의 조그만 회사가 얘기하니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정말 너네 기술 맞아?, ’너네 정말 할 수 있어?‘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우리가 어떤 일을 도전할 때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안된다‘, ’불가능하다‘, ’해본적 있냐‘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믿지 않아서 우리 직원들이 직접 설치하고 보여주니까 다음부터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정말 되냐‘라고 물었던 사람들이 ’정말 되네‘라고 말이 달라졌다. ’안된다‘고 하신 분들은 걱정해서 한 얘기겠지만 우리는 그냥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아무것도 없이 의지와 열정만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해외에 나가 부딪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회사에서 평가하기에 현재 해외에서 유의미한 수익이나 성과가 나고 있는가.△우선 매출과 투자로 구분을 해 볼 수 있다. 매출의 경우 한국에서는 물론 일본의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와도 계약을 한 상태다. 또한 캐나다 통신사인 벨 캐나다와도 손을 잡고 NBA 농구나 NHL 아이스 하키 중계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축구리그인 메이저리그 사커와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고 미국 프로골프 PGA에도 우리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우리는 국내 매출보다 해외 매출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아직 파고들 수 있는 분야가 훨씬 많다고 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공연도 잘 만들고 있다. 뛰어난 아이돌도 많은데 그들을 담을 수 있는 방송 기술은 아직 많지 않다. 그 기술마저 우리가 가져온다고 하면 문화도 선진국이고 문화를 만드는 기술도 선진국이 되는 진짜 문화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그런 쪽에서 우리가 희망을 갖고 진행하고 있다.-태권도 경기 중계를 마치 격투 게임처럼 구현하는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 돼있나.△아직 생중계에서 그 기능이 적용되지는 않는데 올해까지 생중계에서도 그 기능을 넣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12월 초에 세계태권도연맹과 함께 소규모 대회를 주최해서 그런 효과를 적용한 중계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는 단계를 나눠서 진행하고 있다. 일단 1단계는 보는 즐거움, 예를 들면 어떤 부위를 공격했을 때 그것이 확 터지는 시원한 느낌을 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직 심판의 판정 기준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내년 상반기 정도 되면 정확도가 높아지는 버전이 나올 예정이다. 내년 말에는 타격의 정확도나 강도 등 기술적인 분석도 가능한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추후에 심판 판정의 기준이 되는 그런 수준까지도 중계 기술을 통해 가능하게 될까.△태권도에도 심판 판독 비디오가 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도 결국 심판이 영상을 눈으로 보면서 판독한다. 그런데 우리가 준비하려는 것은 그 정확도를 더 높이려는 것이다. 세계태권도연맹과도 그런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 비디오 판독요원의 눈을 정확히 보정해줄 수 있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요새 화두가 되는 인공지능이라든지 머신러닝 같은 기술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고 관련 인력들도 충원하고 있다.-앞으로 포디리플레이의 향후 포부를 밝혀달라.△저희 대표님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대한민국 솔루션 스타트업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가 팝송을 듣고 자랐는데 이제는 반대로 세계가 한국 것을 보고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유튜브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세계인들이 보는 우리의 비디오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현재 준비 중이다. 우리 회사만이 가진 기술적인 장점들을 적용할 생각이다. 사용 범위가 굉장히 다양할 것이라고 본다. 유튜브는 방송을 그대로 그냥 인터넷으로 옮긴 것이다. 그것도 편집자인 크리에이터가 보여주는 장면만 계속 보는 것이다. 우리는 내가 보고 싶은 화면을 바로 찾아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활용한 비디오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또한 공연이나 교육 분야 등 사업 영역을 다양화하고 기술적인 단위도 점점 높여가려고 진행하고 있다.-앞으로 포디리플레이사의 콘텐츠를 기대하는 소비자나 시청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스포츠를 즐기시는 분들, 또한 개인 콘텐츠를 만드시는 분들에게 더 친숙한 솔루션으로 다가가려고 플랫폼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상상만 했던 것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된다. 카메라 한 대로 찍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카메라 화면을 볼 수 있고 거기에 추가 정보까지 추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지금까지는 다른 나라 기술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우리나라 기술을 가지고 비디오 플랫폼을 혁신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면 곧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4D라이브 기술로 표현한 프로야구 경기 화면. 사진=포디리플레이 제공4D리플레이 기술로 표현한 프로야구 경기 화면. 사진=포디리플레이 제공4D리플레이 및 4D라이브 기술 구현을 위해 경기장에 설치된 카메라들. 사진=포디리플레이 제공태권도 경기장에 설치된 4D라이브 솔루션. 사진=포디리플레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