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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한양' 나주…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고도 속으로 [여행]
- 나주읍성의 북문에 해당하는 북망문(北望門).[나주(전남)=글·사진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조선 후기에 전남 나주에서 낸 세금 규모는 전국 1위였다. 가히 나라를 먹여 살린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역사적 인물도 나주를 주목했다. 후고구려를 세우고 왕이 된 궁예는 왕건에게 나주 일대를 점령하라는 임무를 맡겼다. 호남평야의 곡창지대에서 나오는 군량미를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영산강을 통해 국내는 물론 중국과 해상무역이 가능한 지리적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삼국시대 때부터 곡창지대로 풍요를 누리던 그 풍족함은 나주시 곳곳에 묻어 있으며 볼거리, 먹거리 측면에서도 다른 지역에 뒤지지 않는 매력을 뽐내고 있다. ◇ 발길 닿는 곳마다 전통 숨 쉬는 나주나주 금성관의 정문인 망화루와 주요 관광지를 다니는 전동 인력거.처음 나주를 찾은 이들은 오래된 건물이 많은 것에 놀라곤 한다. 나주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약 천년 간 전남의 중심지로 이름을 날렸으니 당연한 일이다. 고려 성종은 983년에 전국의 핵심 12개 지역에 행정구역인 목(牧)을 설치하고 관리를 파견해 다스렸는데, 전남의 곳간으로 불렸던 나주도 포함됐다. 이후 나주목은 1895년 행정구역이 개편될 때까지 전남의 행정·경제·군사 부문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나주에 성곽, 관아, 객사 등 주요 건축물이 즐비한 이유다.가볼 만한 주요 명소가 많지만 전동 인력거를 타면 고민이 해결된다. 걷기엔 부담스러운 거리를 카트로 이동해 발이 편하고, 주요 지점에서는 주민 해설사의 해박한 지식을 들을 수 있다.직접 운전대를 잡은 이명규 나주읍성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전동 인력거 투어를 8년째 진행하고 있는데 이제는 지역 대표 체험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며 “마을 토박이들이 라이더로 활동하는데 저랑 일부 주민은 무보수로 일한다”며 웃었다.예로부터 ‘작은 한양’으로 불린 나주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나주읍성이다. 객사, 동헌 등을 두루 갖춘 성곽으로 둘레가 3.7㎞에 달하며 한양 도성처럼 동서남북에 4대문(동점문, 영금문, 남고문, 북망문)도 만들었다. 전라도 지역을 지키는 중요한 방어기지로 쓰였던 나주읍성은 일제강점기 때 성문은 철거되고, 성벽이 크게 훼손됐다. 카트를 몰던 이명규 이사장은 북망문에서 일행을 내려준 뒤 복원 과정에 관해 설명했다.“나주읍성의 4대문 복원은 1993년 시작해 2018년에 북망문을 끝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지금 보시는 북망문 오른쪽은 옛날 성벽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고, 다른 부분은 문헌 기록을 참고해 복원해서 예전 위상을 되살렸습니다.”조선시대 객사 건축물 중 가장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금성관.나주읍성 내 주요 시설로는 금성관이 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중후한 금성관의 외관을 직접 보면 생각보다 큰 규모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조선시대 객사 건축물 중 금성관이 가장 웅장한데 궁궐의 정전을 연상케 할 정도다. 금성관 앞 넓은 공간에 서자 어디선가 풍악이 울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카트에 함께 탄 동행자는 “궁궐 같아서 그런지 외국 사신을 위한 대형 연회가 벌어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성관은 고려시대에 나주를 찾은 관리나 외국 사신들이 머물다 가는 객사로 쓰였다. 조선시대에는 왕의 초상을 대신하는 전패를 봉안해 중앙정부의 권위를 드러내는 시설이자 지방궁궐로 위엄을 떨쳤다.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현장이었으나 지금은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나주정미소다시 이동하던 카트는 붉은색 건축물 앞에 섰다. 오래된 카페처럼 보이지만 일제의 쌀 수탈이 이뤄졌던 나주정미소다. 호남의 넓은 평야에서 수확된 기름진 쌀을 보관하던 장소로 어마어마한 양의 곡식이 이곳을 거쳐 일본으로 넘어갔다. 시대가 변하면서 기능을 상실한 나주정미소는 지난해 다시 문을 열었다. 예전 정미소의 골조를 그대로 보존한 리모델링을 통해 카페, 주민교류거점센터, 공연장, 전시관 등이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나주읍성 투어를 진행하는 전동 인력거는 금성관 주차장에서 매주 토·일요일, 공휴일에 운영된다. 나주 순교자 기념성당을 비롯해 나주향교와 영금문 등 시내 문화유산 및 근대산업시설을 해설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이용요금은 카트 1대당 3만 5000원으로 최대 4명이 탈 수 있고, 요금 중 5000원은 지역상품권으로 되돌려준다. ◇영산강의 영광을 다시 만나는 황포돛배영산강을 오가는 황포돛배영산강을 가로지르는 황포돛배는 나주 관광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과거 영산강 물길을 이용해 쌀, 소금, 홍어 등 온갖 물자를 실어 나르던 황포돛배는 육로 교통이 발달하면서 사라졌다가 복원 사업을 통해 2009년부터 운항을 재개했다. 영산포를 출발해 천연염색박물관까지 10㎞를 왕복하는 코스로 약 50분이 소요되며, 시원한 바람을 쐬며 유유자적하게 뱃놀이와 관광을 즐길 수 있어 나주 방문객의 인기 코스로 떠올랐다. 백호 임제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백호문학관’ (사진=한국관광공사)황포돛배를 타면 방송을 통해 역사와 다양한 설화를 들으면서 영산강을 탐방할 수 있다. 조선 중기에 재기 넘치는 글로 찬사를 받았던 나주 출신 백호 임제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백호 문학관’도 배에서 보인다. 당대의 풍운아였던 백호는 평안도 도사로 부임해 가는 길에 송도의 황진이 묘에 들러 술잔을 올리고 추도시를 읊었다가 파직당한 인물이다. 도사의 신분으로 천한 기생에게 제를 올렸다는 것이 당시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용납되지 않았던 탓이다. “취하면 노래하고, 깨면 비웃으니 세상이 싫어하네”라는 시를 지은 그의 호방함과 풍류를 백호문학관에서 만날 수 있다. 1939년에 지어진 ‘3917마중’의 목서원나주의 또 다른 관광자원은 ‘3917마중’이다. 1939년에 지어진 목서원을 비롯해 허름하지만 보존 가치가 높은 고택 7채를 인수해 전문가들의 고증을 거쳐 꼼꼼하게 복원을 진행한 시설이다. 이름에는 ‘1939년 나주의 근대문화를 2017년에 다시 맞이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한옥 숙박, 카페, 공연 공간 등을 아우른 3917마중은 지역 문화와 로컬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한마당이기도 하다. 운이 좋다면 유명 인사를 만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대한민국 16대 조리명장 안유성 쉐프의 사인회와 강연이 이곳에서 열려 화제가 됐다.‘3917마중’을 찾은 대한민국 16대 조리명장 안유성 쉐프
- 후원사 이름 없는 특별한 골프대회..기업 홍보보다 나눔이 먼저
- 17일부터 강원도 양양군 설해원에서 막을 올린 KPGA 투어 더채리티 클래식2024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개막에 앞서 주최사가 제공하는 박카스를 들고 우승트로피 앞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유빈, 고군택, 김민규, 박상현, 김홍택, 허인회. (사진=KPGA)[양양(강원)=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기부금만 13억 원 이상.’17일부터 강원도 양양군 설해원(파72)에서 막을 올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더채리티 클래식’은 이름부터가 특별하다. ‘모두의 채리티’라는 슬로건과 함께 주최사, 선수, 갤러리 그리고 골프장이 함께 기부를 실천하고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취지로 올해 처음 시작했다. 이런 골프대회는 국내에서 처음이다.프로골프대회의 명칭에는 대회의 성격이 담겨 있다. ‘오픈’(Open)은 프로골퍼는 물론 아마추어 선수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프로 최강자를 가린다는 의미의 ‘챔피언십(Championships)’, 주최사가 초청하는 방식의 ‘인비테이셔널(Invittaional)’, 프로와 아마추어 유명인사 등이 참여해 축제처럼 열리는 ‘셀러브리티(Celebrity)’ 혹은 ‘프로암(PRO-AM)’ 등이 있다.‘클래식(Classic)’은 대회의 전통과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주최사인 동아쏘시오그룹이 ‘더채리티 클래식’으로 대회 명칭을 사용한 이유엔 기부 문화를 만들어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나흘 동안 열리는 이번 대회 총상금은 10억 원이다. 주최사인 동아쏘시오그룹은 총상금과 같은 금액인 10억 원을 기부한다. 선수는 상금의 10%를 기부하고, 대회 코스인 설해원에서도 1억 원을 지역 사회 기부금을 내놨다.기부 문화를 확산하고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의미는 시작과 함께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개막 사전 행사로 동아쏘시오그룹 임직원과 프로암 참석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선수의 애장품 경매를 통해 수천만 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대회 관계자에 따르면, 사전 행사에서 동아쏘시오그룹이 후원하는 박상현이 경기 중에 사용한 스코티 카메론 서클T 퍼터와 KPGA 투어 상금과 대상 1위 장유빈이 지난 6월 군산CC 오픈 최종일 11언더파를 치며 역전 우승할 당시 사용한 퍼터, 김민규와 한국오픈 최종일에 입었던 옷과 레전드 골퍼 최상호가 사용한 드라이버 등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금액에 낙찰돼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기부금을 모았다.갤러리의 기부 참여도 시작했다. 이번 대회는 전 라운드 무료입장한다. 대신 갤러리가 일정 금액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면 전액을 나눔 성금으로 쓴다. 17일 시작한 대회 첫날 오전 10시께까지 200명이 넘는 갤러리가 경기장을 찾아 기부금을 냈다. 골프대회를 통해 모금한 성금 전액은 소아암,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 치료비로 쓸 예정이다.동아쏘시오그룹은 프로골프와 오랜 인연이 있다. 1976년 동아제약이 국내 최초 민간기업 후원대회로 ‘오란씨 오픈 골프선수권대회’를 개최했다. 오란씨 오픈은 제품명을 대회 명칭으로 사용한 국내 최초의 프로골프대회였고, 오란씨 오픈의 성공으로 그 뒤 많은 기업이 골프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했다.동아쏘시오그룹 관계자는 “이번 대회를 통해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나누며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뜻깊은 스포츠 이벤트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며 “한국 프로골프 최초의 스폰서 대회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던 ‘오란씨 오픈’에 이어 ‘더채리티 클래식’도 해가 갈수록 권위와 전통을 갖춘 대회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주최사도 선수도 갤러리도 모두가 행복한 골프의 시작이다.박상현이 더채리티 클래식 기부 행사로 진행된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KPGA)
- '임찬규-에르난데스 완벽계투' LG, 삼성에 벼랑 끝 반격...PO 1승 2패
- 17일 잠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회초 LG 선발 투수 임찬규가 교체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17일 잠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8회초 2사 1, 2루 LG 에르난데스가 삼성 디아즈를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임찬규-에르난데스가 벼랑 끝에 몰렸던 LG트윈스를 구했다.LG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 임찬규와 구원 에르난데스의 완벽 계투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앞서 대구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각각 10실점을 내주며 완패했던 LG는 이날 승리로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지만 역스윕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역대 5전 3선승제 플레이오프 역사상 2패 뒤 3연패 역스윕은 총 3번 있었다. 1996년 현대유니콘스가 쌍방울레이더스를 상대로 첫 번째 기록을 세웠고 2009년 SK와이번스가 두산베어스와 대결에서 두 번째 역스윔을 이뤘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시즌 KT위즈가 NC다이노스를 상대로 2패 뒤 3연승을 달성했다.14점, 15점이 났던 지난 1, 2차전과 달리 이날 나온 득점은 5회말 LG 공격에서 나온 단 1점뿐이었다. 그리고 그 1점이 두 팀의 희비를 갈랐다.LG는 5회말 선두타자 박동원이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이어 박해민의 희생번트와 문성주의 중전안타로 만든 1사 1, 3루 기회에서 홍창기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귀중한 득점을 올렸다.LG의 승리는 마운드의 승리였다. LG 선발 임찬규는 불붙은 삼성 타선을 상대로 5⅓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임찬규에 이어 1-0으로 앞선 6회초 1사 후 등판한 에르난데스는 3⅔이닝을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고 1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임찬규는 삼진 4개, 에르난데스는 삼진 5개를 잡으면서 LG를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삼성도 선발 황동재가 3이닝 1피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이어 등판한 구원투수들도 제 몫을 해냈다. 하지만 5회말에 내준 1실점이 끝내 삼성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삼성과 LG는 18일 잠실구장에서 PO 4차전을 치른다. 삼성은 1차전 선발 등판 후 나흘 쉬고 마운드에 오르는 대니 레예스, LG는 지난 9일 KT와 준 PO 4차전 이후 8일 쉬고 등판하는 디트릭 엔스가 선발로 나선다.
- 사법정책자문위 "법관 전보 순환근무 최소화…재판 집중 환경 조성 필요"
-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재판 지연 등 사법부가 당면한 과제의 해결책을 검토하는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법관의 원칙적 사무 분담 기간이 장기화된 점을 고려해 법관 전보인사는 권역 내 순환근무를 최소화하는 등 장기화된 사무분담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건의를 냈다. 지난 6월 12일 조희대 대법원장과 권오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제3기 위촉장 수여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대법원)17일 대법원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이날 제5차 회의를 개최하고 △법관 전보인사 주기 개편 방안 △권역별 선발 등 법원공무원 임용제도 개선방안 등 두 가지 안건에 대한 건의문을 채택했다.우선 법관 전보인사 주기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재판의 연속성을 확보해 충실한 심리를 도모하면서 법관이 재판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자문위는 “최근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향후 최소 법조경력 5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를 법관으로 임용하게 된 점을 고려해 다양한 법조경력자가 법관으로 임용돼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재판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법조일원화 제도 시행 후 임용된 법관에게 적합한 인사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문위는 “법관의 원칙적 사무분담기간이 장기화된 점을 고려해 심리와 판결의 주체가 가급적 일치돼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법관의 전보인사는 권역 내 순환근무를 최소화하는 등 장기화된 사무분담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법조일원화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전면적 법조일원화 시행 후 임용된 법관에 대해서 생애 주기와 권역별 인력수급 사정 등을 고려해 전보인사의 기준, 주기 등 순환근무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적정한 권역별 근무기간을 확보하고 재판의 연속성과 법관 사이의 형평을 제고하는 것일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권역별 선발 등 법원공무원 임용제도 개선과 관련해서 자문위는 “법원공무원의 직무의욕을 고취하고 수도권과 지방 소재 법원에 경력별로 균형잡힌 인적 구성을 갖추고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현행 법원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문위는 “현행 전국 모집 방식의 법원공무원 9급 신규 임용제도는 수도권 근무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사회현상과 결부돼 지방 소재 법원에 배치되는 신규 임용자들의 새로운 환경에의 부적응, 교통 및 생활비 부담 증가 등으로 인한 근무 의욕 저하, 단기간 지역 근무 후 수도권 전출 등의 문제가 야기됐다”며 “이는 지방 소재 법원의 업무 공백, 지역 사법서비스의 질적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방권 소재 법원에 장기간 근속할 법원공무원을 확보해 현행 제도에서 나타난 비연고지 근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동시에 종전 지역구분모집 당시 나타난 합격선 및 임용시기편차 등의 문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현행 전국모집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지역구분모집 방식을 일정 부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선발예정인원을 산정하고, 지역구분모집을 통한 신규임용자의 적정한 전보기간 제한, 1대1 전보원칙의 확립 등 과거에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을 함께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법정책자문위는 법원조직법에 명시된 자문기구로, 대법원장이 내놓은 안건을 심의하고 그 결과를 대법원장에게 건의한다. 위원장은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총회 의장을 맡았던 권오곤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가 맡았고 김영화 한국일보 편집국장,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이경춘·조현욱·차병직 변호사, 전원열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원으로 활동한다.제6차 회의는 오는 11월 13일 오후 2시에 개최된다.
- 공식석상 나선 한강 "계속 책 속에서 독자들 만날 것"[전문]
-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하고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소설가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후 처음으로 나선 공식석상에서 이 같이 언급했다. 한강은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 포니정재단(이사장 정몽규)으로부터 포니정 혁신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는 포니정재단 설립자인 정몽규 이사장, 고(故) 정세영 HDC그룹(前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부인 박영자 여사, 수상자인 한강 등이 참석했다. 정몽규 포니정재단 이사장은 “한강 작가는 1990년대 초반 문단에 등장한 이후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독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다”며 “언어와 소재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매번 새로운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감정의 진폭을 불러일으키는 한강 작가의 문학적 혁신과 도전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강은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제가 작품활동을 한 지 꼭 삼십 년이 되는 해”라면서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제 소설을 만나주신 독자들께, 편집자와 출판사들에, 동료 작가들께, 그리고 늘 지켜봐 준 가족에게 감사를 전한다. 또한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포니정 혁신상은 현대자동차 설립자인 정세영 HDC그룹(前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애칭인 ‘포니 정’(PONY 鄭)에서 이름을 따 지난 2006년 제정된 상이다. 혁신적인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상금 2억 원과 상패를 수여한다. 다음은 한강의 수상 소감 전문이다.원래 이틀 전으로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진행했다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걸음하지 않으셨어도 되고, 이 자리를 준비하신 분들께도 이만큼 폐가 되지 않았을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렇게 찾아와주셨으니, 허락해 주신다면 수상소감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간략하게나마, 아마도 궁금해하셨을 말씀들을 취재진 여러분께 잠시 드리겠습니다.노벨 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에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에야 현실감이 들었습니다. 무척 기쁘고 감사한 일이어서, 그날 밤 조용히 자축을 하였습니다. 그후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를 해주셨습니다. 그토록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한편으로 이후 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 걱정해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세심히 살펴주신 마음들에도 감사드립니다.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랍니다.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지금은 올 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보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시점을 스스로 예측하면 늘 틀리곤 했기에, 정확한 시기를 확정 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마지막으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는 저와 연결되는 통로를 통일하여서 모든 혼란과 수고, 제 주변 사람들의 부담을 없애고자 합니다. 제가 출간한 책들에 관련된 일들은 판권을 가진 해당 출판사에 부탁드리고, 그 카테고리에 잡히지 않는 모든 일들은 문학동네 담담 편집자의 이메일로 창구를 일원화하겠으니 부디 참고 부탁드립니다.이제, 이 자리를 위해 준비해온 수상소감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저는 술을 못 마십니다.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비롯한 모든 카페인도 끊었습니다. 좋아했던 여행도 이제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저는,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 사람입니다. 대신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읽어도 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좋은 책들을 놓치지 않고 읽으려 시도하지만,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합니다.그렇게 담담한 일상 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입니다. 아직 쓰지 않은 소설의 윤곽을 상상하고, 떠오르는 대로 조금 써보기도 하고, 쓰는 분량보다 지운 분량이 많을 만큼 지우기도 하고, 제가 쓰려는 인물들을 알아가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설을 막상 쓰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길을 잃기도 하고, 모퉁이를 돌아 예상치 못한 곳으로 들어설 때 스스로 놀라게도 되지만, 먼 길을 우회해 마침내 완성을 위해 나아갈 때의 기쁨은 큽니다. 저는 1994년 1월에 첫 소설을 발표했으니, 올해는 그렇게 글을 써온 지 꼭 삼십년이 되는 해입니다.이상한 일은, 지난 삼십년 동안 제가 나름으로 성실히 살아내려 애썼던 현실의 삶을 돌아보면 마치 한줌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 짧게 느껴지는 반면, 글을 쓰며 보낸 시간은 마치 삼십년의 곱절은 되는 듯 길게, 전류가 흐르는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약 한 달 뒤에 저는 만 54세가 됩니다. 통설에 따라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세에서 60세라고 가정한다면 6년이 남은 셈입니다. 물론 70세, 80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그것은 여러 모로 행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니, 일단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세 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 쓰다 보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 6년 동안 다른 쓰고 싶은 책들이 생각나, 어쩌면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세 권씩 앞에 밀려 있는 상상 속 책들을 생각하다 제대로 죽지도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말입니다.다만 그 과정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잃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아보고 싶습니다.지난 삼십년의 시간 동안 저의 책들과 연결되어주신 소중한 문학 독자들께, 어려움 속에서 문학 출판을 이어가고 계시는 모든 출판계 종사자 여러분과 서점인들께, 그리고 동료, 선후배 작가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다정한 인사를 건넵니다. 저를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분들과 포니정재단의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