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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카 국회 공청회 입장차만 재확인
- [edaily 김수연기자] 서로 양보도 없었고 타협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10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방카슈랑스 관련 공청회는 은행과 보험권의 입장차만 또 한번 확인하는 `뻔한` 자리가 됐다.
이날 토론회는 방카슈랑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성황을 이뤘다. 300여명이 토론을 지켜보러 왔고 모친상으로 불참한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을 대신해 행사를 주관한 박영선 의원을 비롯해 우리당 신학용, 이상경 의원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등도 모습을 보였다. 또 보험업계 CEO 몇명과 생·손보협회장 등도 모습을 보였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신수식 고려대 교수는 "새 시장이 창출될 수 없는 자동차보험은 방카슈랑스에서 제외하고, 모집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경우 엄격한 처벌 조항이 우선 마련돼야한다"등의 주장을 펼쳤다.
신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10여분씩 의견을 개진한 토론자들 사이에서는 특히 `방카슈랑스로 인한 보험료 인하 효과`가 쟁점이 됐다.
은행 측은 사업비 비중이 적은 상품이 1단계 방카슈랑스에서 시행돼 보험료 인하 효과가 미미했으며 보험료 인하는 은행이 아닌 보험사 탓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반면 생·손보 측은 은행이 수수료를 높게 받으려 해 인하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또 보험 측은 `시행연기`또는 `자동차 보험 등 일부 상품은 2단계 확대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거듭 주장했다.
◇신수식 고려대 교수= 신 교수는 "방카슈랑스 도입은 보험시장 확대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신규시장 창출에 기여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면서 "이런 의미에서 의무보험 성격을 갖는 자동차보험은 2단계 확대실시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카슈랑스의 단계적 도입에 대해 "과거 국내 보험역사를 보면 힘센 대리점들이 횡포를 부리고 부작용을 낳았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은행이 이같은 힘센 대리점이 돼 과거사를 재연할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정책당국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신 교수는 "방카슈랑스 도입 및 확대를 논의하면서 보험소비자와 보험대리점의 이해를 소홀히 한 것은 정책실수였다"고 지적하면서 2단계 확대시행 논의에서 이같은 과오를 바로잡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정책이 기존 설계사 및 대리점조직의 붕괴와 동요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며, 그 대안의 하나로 개인보장성보험은 설계사와 대리점이 맡고, 은행은 단체보장성보험을 팔도록 칸막이를 나누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한편 방카슈랑스 시행 1년에 대해서는 "은행의 판매 실적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폭발적이었으며 모집질서의 문란과 가격인하 효과가 없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평가했다. 또 보험모집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엄격한 처벌 조항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 교수는 보험사들에도 일침을 가했다. 보험회사마다 방카슈랑스에 대한 입장이 다르고 이중적 태도를 취하기도 해 약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봉희 은행연합회 상무 = 강봉희 상무는 1년 시행해 보고 보험료 인하 효과를 논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강 상무는 "1단계 방카슈랑스는 수수료 비중이 적은 저축성 상품 위주였고, 이에 따라 사업비 절감 효과가 미미해서 보험료 인하 효과가 작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2단계 확대 대상이 되는 보장성보험 상품들은 사업비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가시적인 보험료 인하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강 상무는 "은행은 보험 뿐만 아니라 투신사 상품인 MMF, 증권사의 ELS 등도 엄청나게 팔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이들이 생존 문제 등을 거론하지는 않는다"며 보험권에 볼멘 소리를 했다.
또 "보험료를 인하하고 모든 보험상품을 통제하는 것은 보험사"라면서 "이런데도 마치 은행이 보험료를 인하하지 않는 것 처럼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주장했다.
◇박한철 생명보험협회 상무 = 박 상무는 "은행이 밀어부치기식 판매로 보험에 올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초 방카류상스 도입을 논의했을 때는 은행이 이렇게 밀어부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
또 박 상무는 "행과 보험사간의 경쟁은 헤비급과 플라이급의 경기"라고 말했다. 규모 등에 있어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
박 상무는 "은행은 상반기 3조6천억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는데 그중 방카슈랑스 부분은 1180억으로 이는 3% 밖에 안된다" 면서 "은행 순익이 3% 확대되는 동안 보험사는 1급장해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분쟁 발생 여지가 많은 보장성 보험은 기존 설계사와 대리점이 취급하고, 저축성 보험만 은행이 판매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결론으로 "보험 판매에서 공정거래질서가 확보된 이후로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을 연기하고, 이같은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확대 시행 자체를 재검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민 손해보험협회 이사 = 김 이사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에서 방카슈랑스가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보험료 인하 효과에 대해서는 "자동차 보험은 이미 직판시장에 나와 있고 요율자유화 이후 거의 최저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 추가 인하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 "자동차보험은 계약자 뿐 아니라 제 3자인 피해자 역시 고려해야 하는 특성이 있어 부실판매가 되면 보험 소비자 뿐만 아니라 사고 피해자도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이사는 "이미 시행을 했으니 계속 가야 한다는 논리는 위험하다"면서 "시행해가며 보완하자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단계별로 시행하는데 10년씩 걸렸다"면서 "시행을 연기해 시간을 주면 보험사는 그동안 장기 자동차 보험, 환급형 자동차 보험 등 경쟁력 갖춘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섭 보험대리점협회장 = 김 협회장은 당초 방카슈랑스 도입을 논의하면서 대리점과 모집인들을 논의에서 소외시킨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정부 당국자들이 방카슈랑스 도입을 논의했을 때 이미 퇴출되었어야 할 부실 보험사는 걱정하면서 30만 조직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검토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외국자본에 의존한 은행 때문에 30만 모집인 조직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방카슈랑스 법안은 악법이다.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종원 YMCA 실장 = 신 실장은 "방카슈랑스는 은행과 보험사만의 영역 뿐만이 아닌, 소비자이익 측면이 적극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실장은 "1단계 시행 결과 소비자측면에서 가격인하 효과가 적고 불완전판매 문제 등이 드러나는 등 실망스러왔다"면서 "보장성보험 및 자동차보험의 판매를 일정 기간 동안 연기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꺾기 등 부작용방지를 위한 제도 보완후 확대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국장 = 정 국장은 제 2 금융권은 감독과 정책 측면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국장은 "이에 따라 방카슈랑스 2단계 확대에 앞서 일정기간 보류를 통해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점검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서명 참가" 우리당 의원들 "사실은..."
- [오마이뉴스 제공] 국회의원 91명의 서명 참여로 활기를 띄던 파병재검토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의 서명의원 상당수가 "파병철회"가 아니라 원론적인 의미의 "재검토"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11일 확인됐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내 흐름이 파병불가피론으로 정리되는 반면, 정부는 파병준비를 서두르고 있어 원내 파병재검토 논의는 자칫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공산이 커졌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조영길 국방부 장관과 권안도 국방부 정책실장 등을 초청한 가운데 의원총회를 가졌다. 파병을 둘러싼 격론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날 의총에서는 파병철회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박영선 원내대변인은 "12명의 발언이 이어졌지만, 언론에서 눈여겨볼 만한 파병철회의 목소리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의총은 파병재검토 서명에 참여했던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다소 맥이 풀린 분위기로 흘러갔다.
"재검토" 서명에 참여했던 조정식 의원은 "재검토 서명은 철회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 중요한 외교현안을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었다"고 설명했고, 이근식 의원은 파병재검토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명단에 포함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는 후문.
두 차례의 이라크 방문으로 파병철회의 소신을 굳힌 송영길 의원이 "이 문제는 진지하게 논의됐으면 좋겠다"는 원론적인 언급에 머물렀고, 서명을 주도했던 유승희 의원도 "이번 서명은 파병 철회를 위한 게 아니라 재검토 논의를 진지하게 논의해보자는 수위였다.
파병과 관련된 검토위원회를 국회내에 구성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며 자세를 낮추었다. 파병재검토 서명이 정치권내에서 본격적인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예상이 어긋나는 순간이었다.
회의장 밖에서도 파병철회론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문석호 의원은 "보내지 말자는 게 아니고, 파병시기를 명분에 맞게 조정하자는 게 주류였다. 16대에서 내려진 결정을 17대에서 뒤집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고, 문학진 의원도 "17대 의원들이 16대 국회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파병이 결정됐는지 모르니 한번 검토해보자는 차원에서 서명에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김원웅 의원이 "미국이 가라는 곳은 다 가고...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미국 말 잘 듣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목소리를 냈지만, 뚜렷한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파병재검토 서명에 참여한 의원들 상당수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 가운데 국회내 논의가 정부 결정을 현실적으로 뒤집기 힘든 상황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파병철회의 소신을 가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10∼20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대세를 장악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김영춘 의원은 "소신만 갖고 정치할 수 있나? 책임감을 가져야한다"고 동료의원들의 행동을 질타했고, 원혜영 의원은 "파병재검토를 순수하게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서명에 참여하는 것이 너무 한쪽으로 해석될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지난 2월 추가파병안 국회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임종석, 유시민 의원이 파병불가피론으로 선회한 것도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한다.
파병철회파 의원들은 급한 대로 "파병중단 권고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야 원구성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며 관련 상임위(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집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당내 파병논의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당내 국민통합실천위원회(위원장 이미경 의원)도 달리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 실천위원회는 14일 오전 파병반대국민행동 간부들과의 좌담회를 준비하고 있지만, 원외의 파병철회론이 원내로 확산되길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신기남 의장은 "17대 국회에 개혁성향의 신인의원들이 많이 들어와서 이런 논의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이라크 사태도 많이 진정되고 있는데, 파병을 철회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상황을 정리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다음주 초에 파병철회론을 펴는 의원들과 대화를 좀더 나눈 뒤 17, 18일경 소집되는 의총에서 최종당론을 확정하게 된다.
한편, 권안도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날 의총에서 "내주중 NSC 상임위에서 파병지역을 최종 확정하며, 8월중 파병 부대의 현지 전개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정부의 파병계획이 급물살을 타고 있음을 내비쳤다.
- "2000㏄ 국회" 첫등원 의원들 중형차 많고 검은색 탈피
- [조선일보 제공] ‘에쿠스, 체어맨 등 검정 최고급 세단들이 줄지어 서면, 조수석에 앉아 있던 수행 비서들이 쏜살같이 뛰어 나와 뒷문을 열고, 감청색 양복을 입은 중년의 의원들이 차례차례 내린다.’ 국회가 열리면 국회의사당 현관 앞에서 보던 판에 박힌 ‘비디오’였다. 그러나 17대 국회가 시작된 31일, 여의도 정치 1번지의 모습은 많이 변했다.
우선 차량들이 많이 바뀌었다. 이날까지 국회에 등록한 의원들의 차량 170여대 중에는 SM5, 소나타 등 중형차량이 70대로 가장 많았다. 의원 차량의 상징이었던 최고급 세단은 60대 가량으로 3분의 1 수준이었다. 1500㏄급 아반떼, 크레도스, 시에로 등 소형차, 심지어 유행이 지나 단종된 차량들까지 눈에 띄었다. 쏘렌토, 렉스턴 등 레저용 차량이 특히 많아져 34대에 이르렀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전여옥 대변인,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 등 상당수 의원들은 리스(장기임대)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민노당 권영길 대표는 구형 쏘나타 승용차, 단병호 의원은 밴형 차량을 등록했고, 강기갑 의원은 차량이 없어 등록하지 않았다. 흰색이나 자주색 계통의 차량들이 많이 눈에 띄었고, 의원들은 스스로 차문을 열고 내렸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감청색 점퍼를 입고 등원했다.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우리 편 국회의원이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라며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민노당 의원들은 의원회관에서 일반용 엘리베이터를 한참이나 기다리다 한 보좌관이 “저기 의원용이라고 쓴 엘리베이터가 있네요…”라고 하자 그쪽으로 향하기도 했다.
의원 사무실의 명패도 ‘한글시대’로 바뀌고 있다. 299명의 의원 중 11%인 35명만 한자 명패를 썼고, 나머지 264명은 모두 한글로 달았다.
- 우리당 초선의원 `박관용 환영사` 집단 불참
- [오마이뉴스 제공] "반평생 국회에 있으면서 반쪽 국회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는데... 이런 모습 안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17대 초선의원 연찬회에서 환영사를 한 후 행사장을 나서는 박관용 국회의장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취재진들이 소감을 물었지만, 굳은 표정의 박 의장은 이 말만을 남기고 검정색 관용차에 올라탔다.
기념관 밖에서 박 의장의 연설이 끝나길 기다리던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20여명은 싸늘한 표정으로 박 의장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의장님, 자업자득이네요" "말년에 스타일 구기셨습니다"라는 말들이 새어 나왔지만, 박 의장의 귀에까지 들리지는 않았다.
김현미 열린우리당 당선자가 처음 제안한 "박관용 연설 보이콧"은 전날 언론보도를 통해 이심전심으로 당내에 동조세력을 확산시켰다. 그 결과, 108명의 당 소속 당선자중 72%에 달하는 78명이 박 의장이 연설하는 동안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박 의장은 10여분간 연설을 하는 동안 "대통령과 국회가 상호 견제하는 시스템을 가질 때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다"고 역설했지만 탄핵이나 보이콧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박 의장은 "토론문화가 정착돼서 의견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국민이 권위주의적 국회를 용납하지 않는다. 초선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박 의장이 연설을 하는 동안 열린우리당에서 강창일 백원우 우상호 최규성 등 재야파 의원들이 대거 불참했고, 김재홍 박명광 박영선 조성래 등 비례대표 당선자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염동연 서갑원 이광재 등 이른바 친노그룹 당선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일찌감치 행사장에 나타난 장향숙 당선자는 "존경받지 못할 행동을 한 사람은 존경할 필요가 없다. 네티즌들사이에 누가 자리를 지키는 지 지켜보겠다는 의견들이 많더라"며 막상 연설이 시작될 때는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김형주 당선자는 "답답한 얘기를 들을 필요가 있나? 오늘 저녁에는 국회의장 주최 리셉션이 있는데, 그곳에도 가지 말자는 의견들이 있다"며 냉랭한 분위기를 전했다.
권선택 변재일 서재관 안병엽 등 관료·전문가출신들은 보이콧에 응하지 않고 박 의장의 연설을 경청했지만,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정치권의 대선배인 국회의장에게 너무 하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 이름을 기사에 넣지는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하는 당선자도 있었다.
김선미 당선자는 전날까지 보이콧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가 막판에 마음을 바꾼 케이스. 전날까지 "처음부터 의장의 환영사는 안 들을 생각이었다"고 말한 김 당선자는 행사장에 와서는 "탄핵은 국민들이 이미 심판하지 않았나?"며 의장 연설을 경청했다.
행사장을 찾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당선자들은 열린우리당 초선들의 보이콧에 불쾌하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탄핵철회론을 제시했던 3선의 김문수 의원은 이번에는 원내총무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그러나 김 의원은 "그쪽은 그쪽대로 우리는 우리 식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지 않겠냐?"며 퉁명스런 표정을 지었다.
박세일 당선자는 "헌법기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다. 국회가 내린 개별적인 결정에 반대할 수는 있어도 헌법기관 대표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일로 인해 국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갈등의 소지가 생기는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비온 다음에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과도기에 일어난 일이니 상생의 정치를 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제시했다.
민주당 손봉숙 당선자는 "내가 한 일도 아니고, 16대 국회에서 한 일인데... 싸우면서 17대 국회를 시작하고 싶지 않다"고 안스러워 했다.
총선 전에는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던 민주노동당은 노회찬 사무총장을 제외한 9명의 당선자들이 전원 참석했다. 취재진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권영길 대표는 "내게 그런 걸 묻지 말라"고 애써 논평을 거절했지만, "필요한 대응은 해야겠지만, 굳이 의장 연설과 연결할 필요가 있나? (심상정)" "우리는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연락받은 것도 없는데... (강기갑)"라는 당선자들의 반응이 나왔다.
민주노동당이 연설 보이콧에 응하지 않은 데에는 ▲ 열린우리당과 공식적으로 공조할 사안이 아니고 ▲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의 흐름에 편승할 경우 "여당 2중대"로 공격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초로 아이디어를 낸 김현미 당선자는 박 의장이 떠난 후 15분 정도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좀 늦었네요"라고 너스레를 떤 김 당선자는 "의장주최 리셉션에는 갈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연히 안 가죠"라고 잘라 말했다.
박 의장이 연설하는 동안 행사장을 지키지 않은 열린우리당 초선의원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불참자(78명) : 강기정 강성종 강창일 강혜숙 구논회 김교흥 김기석 김낙순 김동철 김명자 김영주 김재윤 김재홍 김종률 김태년 김혁규 김현미 김형주 노영민 노웅래 문학진 민병두 박명광 박상돈 박영선 박찬석 백원우 복기왕 서갑원 선병렬 신중식 신학용 양승조 염동연 오시덕 우상호 우원식 우제창 유승희 유필우 윤원호 윤호중 이경숙 이광재 이광철 이기우 이목희 이상경 이상락 이시종 이영호 이원영 이은영 이인영 이철우 이화영 임종인 장경수 장복심 장향숙 정덕구 정봉주 정성호 정청래 조경태 조성래 조정식 주승용 지병문 채수찬 최규성 최규식 최성 최재성 최재천 최철국 한병도 홍미영
참석자(30명) : 강길부 권선택 김맹곤 김선미 김우남 김진표 김춘진 노현송 문병호 박기춘 박홍수 변재일 서재관 심재덕 안민석 안병엽 양형일 오제세 우윤근 우제항 유기홍 이계안 이근식 이상민 전병헌 정의용 제종길 조성태 한광원 홍창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