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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탄 나르던 그길 '하늘길' 되다…강원 정선
  • [여행] 석탄 나르던 그길 '하늘길' 되다…강원 정선
  • 강원 정선 하늘길의 한 지점서 만나는 화절령. 예부터 정선을 질러가는 교통의 중심지다. 봄철이면 진달래·철쭉이 만발해 행인이나 나무꾼이 꽃을 꺾어간다고 해 ‘꽃꺾이재’ ‘화절치’라고도 불렀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운탄고도(雲坦高道).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고원의 길’이란 뜻이다. 석탄을 나르던 길이 명품 트레킹 코스가 되면서 붙은 이름이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의 하이원리조트를 둘러싼 백운산 정상에 펼쳐져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발 1100m가 넘는 고지에 위치하면서도 평평하게 난 산길이다. 이곳에서 멀리 보이는 백두대간의 능선은 한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운탄고도의 또 다른 이름은 ‘하늘길’이다. 쇠락하는 석탄산업의 대책으로 1998년 강원랜드가 탄생했고, 강원랜드의 대표 브랜드 하이원리조트는 운탄고도를 관광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하늘길’을 만들었다. 임도를 가르는 오솔길에는 계단이 생겼고 곳곳에 표지판이 섰다. ◇탄가루 날리던 운탄길의 화려한 변신운탄고도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석탄을 나르던 옛길’(運炭古道). 멀지 않은 옛날 정선·영월·태백지역 탄광에서 나오는 석탄은 산업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에너지였고 연탄은 국민생활의 필수품이었다. 1957년 함백역이 개통한 후 탄광에서 역까지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2000여명의 국토건설단이 삽과 곡괭이, 그리고 눈물로 40㎞의 길을 냈다. 전성기에는 석탄을 실은 제무시(GMC) 트럭이 검은 탄가루를 날리며 산자락을 내달렸다. 그러다가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탄광들이 폐광하면서 이 길도 제 소임을 다했다. 하늘길은 산책코스와 등산코스로 나뉜다. 10여개의 코스를 갖춰 자신의 체력에 맞는 길을 택하면 된다. 15분짜리 산책코스부터 3시간 이상 걸리는 트레킹코스도 있다. 하이원리조트에서 출발한다면 마운틴콘도에서 하늘마중길·도롱이연못·낙엽송길을 거쳐 전망대와 하이원CC에 이르는 ‘9.4㎞ 3시간 코스’와 밸리콘도에서 출발해 무릉도원길·백운산(마천봉)·산철쭉길·마운틴탑(고산식물원)·도롱이연못을 거쳐 하늘마중길과 마운틴콘도에 이르는 ‘10.4㎞ 4시간 코스’가 인기다. 만항재(1330m)에서 화절령을 거쳐 새비재(조비치)까지 이어지는 전체 하늘길은 40㎞에 육박한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하루에 이 코스를 모두 걷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화절령 구간까지는 비교적 완만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다. 하늘길의 트레킹코스에서 마운틴콘도로 내려오는 길.하늘길 코스에는 수많은 계곡이 있지만 대부분 물이 흐르지 않는다. 땅 아래 거미줄같이 얽힌 갱도를 통해 물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작은 저수지 같은 것이 나오는데 폐광 침출수 정화시설이다. 코스 후반부는 약간의 경사가 있어 살짝 땀을 흘려야 한다. 바위로 만든 강이 흐르는 듯 보이는 테일러스 지형(화산암으로 이뤄진 거대한 암석 봉우리가 빙하기를 거치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동안 균열이 생겨 만들어진 지형)이 이 구간의 특징이라 트레킹화나 등산화를 챙기는 것이 안전하다. 밀양의 얼음골과 태백산 당골의 돌무지 계곡과 비슷하다. 하늘길의 트레킹코스에서 마운틴콘도로 내려오는 길.◇걸으면 힐링이 된다 이번에 다녀온 코스는 마운틴탑에서 산죽길을 거쳐 하늘마중길로 돌아내려오는 길이다. 약 5㎞ 정도에 내리막이라 산책하기에 제격인 구간이다. 하이원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마운틴탑까지 올라가 전망대 뒤편에서 코스를 시작한다. 첩첩산중 백두대간 산맥의 장엄함을 뒤로하고 ‘산죽길’로 접어들면 세상은 초록. 오솔길을 따라 계속 내리막이 이어지고 원시림이 뿜어내는 상쾌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에는 임도가 나온다. 화절령이다. 화절령은 예부터 정선을 질러가는 교통의 중심지였다. 봄철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해 행인이나 나무꾼이 꽃을 꺾어가곤 했기 때문에 ‘꽃꺾이재’ ‘화절치’라고도 불렀다. 농촌에서 땔나무를 하는 나무꾼이 이곳에서 꽃 꺾기 내기를 하기도 했는데 여러 종류의 꽃을 먼저 꺾은 사람이 이기는 게 규칙. 놀이에서 진 사람은 이긴 사람에게 나무 한 단씩을 더 해줬다고 한다. 하늘길의 비경으로 꼽히는 도롱이연못.여기까지 왔다면 하늘길의 비경 도롱이연못을 둘러보는 것은 필수다. 산중 깊은 곳의 작은 연못은 1970년대 산허리를 파들어 간 갱도로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생겼다. 연못을 설명하는 안내판에는 광부의 아내에 얽힌 스토리가 적혀 있다. 탄광 사고가 빈번했던 시절 광산노동자인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갱도가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고 탄광으로 달려갔다. 생사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건 탄광이 무너지고 물이 차오르며 생긴 연못. 아내는 그 연못에서 나오는 도롱뇽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며 남편이 무사할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연못의 이름이 ‘도롱이연못’이 됐다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하늘길의 비경으로 꼽히는 도롱이연못.여기서 200m만 더 가면 아롱이연못도 나온다. 아롱이연못을 지나면 하늘마중길이다. 좁은 산길 양옆으로 도열한 듯 이어진 낙엽송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다. 삼나무·편백나무·산죽·상수리나무·주목·소나무 등이 수려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다. 오랜 세월 풍파를 견뎌낸 장수나무가 뿜어내는 다량의 피톤치드에 온몸을 씻어내듯 걷는 길이다. ◇순백의 슬로프에 핀 야생화하이원리조트 스키장슬로프에 만개한 순백의 데이지.하이원리조트는 여름휴가철을 맞아 스키장슬로프에 만개한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는‘야생화투어’를 진행한다. 이즈음 겨울철 하얀 눈으로 덮여 있던 스키장슬로프는 순백의 데이지 등 제철 야생화로 뒤덮인다. 여기서 야생화 감상법은 두 가지. 먼저 카트를 타고 마운틴베이스에서 마운틴탑·밸리허브·마운틴베이스까지 약 9㎞ 구간을 돌아오는 카트투어가 있다. 또 곤돌라를 타고 마운틴탑에서 밸리나 마운틴코스 슬로프 트레킹투어를 하는 리프트투어다. 특히 카트투어에는 자연환경 해설사가 동승해 야생화는 물론 하늘길 운탄고도의 문화와 역사까지 친절히 설명해준다. 야생화투어는 10월 초까지 운영하는데, 카트투어는 성수기(7월 23일~8월 21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그외 기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어른 1만 5000원, 어린이 1만 2000원이다. 리프트투어는 20명 이상 단체를 대상으로 사전예약할 경우 이용할 수 있으며 상행은 제우스 리프트, 하행은 주피터 리프트에 탑승하면 된다. 요금은 카트투어와 같다. 아울러 통합권으로 관광곤돌라+알파인코스터+카트투어 3종 중 2종을 선택할 수 있는 ‘빅 2권’과 3종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빅 3권’을 이용할 수 있다. 통합권은 주중에만 이용할 수 있으며, ‘빅 2권’은 어른 2만 2000원, 어린이 1만 8000원,‘빅 3권’은 어른 2만 5000원, 어린이 2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여행메모그래픽=이데일리 디자인팀△가는길=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제천 나들목으로 빠져나간다. 38번 국도를 타고 영월방면으로 향하면 하이원리조트다. △먹을곳=사북역 근처 한우리 정유식당(033-592-8000)은 최상급 태백한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별미는 된장과 강된장에 비벼 먹는 곤드레비빔밥이다. 하이원리조트의 전통한식당 운암정에서는 여름 별미로 ‘곰취냉면 세트’를 추천한다. 곰취냉면은 곰취 수액을 추출해 반죽과 함께 버무려 만들었다. △잠잘곳=하이원리조트는 본격적인 여름을 맞이해 다양한 호텔·콘도 패키지를 출시했다. 조식 패키지는 13만 9000원에서 24만 9000원. ‘로맨틱 썸머 패키지’은 일정에 따라 21만 9000원에서 25만 9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하이원리조트 스키장슬로프에 만개한 노란 데이지하이원리조트 스키장슬로프에 만개한 야생화.
2016.07.15 I 강경록 기자
 절경에 둘러싸여 청정 바닷속 감상하기
  • [여행] 절경에 둘러싸여 청정 바닷속 감상하기
  • 동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로 꼽히는 강원 삼척 장호항. 맑은 초록빛 바닷물이 특별한 이곳에서 꼭 체험해야 할 것이 청정 바닷속을 감상하는 스노클링이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7번 국도. 강원도 북단 고성에서 속초·양양·강릉·삼척 해변을 잇는 자동차길이다. 길이만 총 240㎞에 달한다. 7번 국도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져 유명세를 치렀다. 하지만 그것도 다 옛말이다. 지금의 7번 국도는 여타 국도와 별반 다를 게 없다. 1989년부터 시작한 4차선 직선화 공사 때문이다. 포구를 돌아가던 길이 직선으로 곧게 펴지면서 여유도 함께 사라졌다. 시간을 얻는 대신 낭만을 버린 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옛 7번 국도 구간을 조금이나마 남겨뒀다는 게다. 포구를 구불구불 돌아가는 곡선의 길이다. 물론 과거에 비해 허전함이 남는다. 그래도 느릿느릿 가다 우연히 만날 아름다움에 가슴 두근거림은 기대해도 좋다. 강원 삼척으로 향한 이유다. ◇해안길 따라 이어진 보석 같은 바다 삼척 옛 7번 국도의 낭만을 느끼려면 동해시와 이웃한 증산해변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애국가의 해돋이 장면으로 유명한 추암의 촛대바위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작은 고개를 넘으면 바다와 이웃한 삼척해변역. 하루 네 차례 강릉역∼동해역∼삼척역을 왕복하는 낭만의 바다열차가 잠시 정차하는 무인역이다. 삼척해변에서 삼척항까지는 새천년해안도로다. 4.6㎞ 해안을 벗한 드라이브코스. 바다와 산을 가로지르는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 해안 절경과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관광도로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었다. 중간중간 차를 멈추고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소망의 탑, 조각공원, 삼척해변 사랑공원 등이 있다. 삼척교에서 2㎞쯤 내려가면 한재를 넘는다. 그 고개 정상이 한재공원인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해변풍경은 가히 압권이다. 한재 밑으로 승공·맹방·덕산 등 송림이 우거진 금빛모래 해변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4㎞ 길이의 맹방해변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와 은수가 파도소리를 녹음하던 맹방해변은 끊임없이 밀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일품이다. 한재공원에서 바라본 맹방해변.장호항은 7번 국도가 숨겨 놓은 보석 같은 어촌마을을 품고 있다. 동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로 꼽히기도 한다. 무엇보다 맑은 초록빛 바닷물과 아담한 항구가 잘 어우러져 있다. 호수처럼 잔잔한 항구에는 고깃배가 그림처럼 떠있고, 붉은색 지붕이 처마를 맞댄 바닷가마을은 그림엽서처럼 이색적이다. 이곳에서 꼭 체험해야 할 것이 투명카누와 청정 바닷속을 감상하는 스노클링이다. 투명카누는 투명한 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했다. 배 아래를 훤히 들여다보며 바다 위를 노닐 수 있는 것이 매우 이색적이다.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타는 법이 쉽고, 위험 요소가 적어 어린이가 체험하는 데에도 부담이 없다. 마을 앞 장호항은 해양레저 체험에 적합한 지리적 조건을 갖췄다. 장호항 앞으로 큰 바위가 진을 치고 있는데 수심도 얕고 파도도 거세지 않아 스노클링에 적합하다. 동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로 꼽히는 강원 삼척 장호항. 맑은 초록빛 바닷물이 특별한 이곳에서 꼭 체험해야 할 것이 청정 바닷속을 감상하는 스노클링이다.남화산 정상에 있는 수로부인헌화공원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헌화가’와 ‘해가’ 속 수로부인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공원이다. 공원에는 수로부인 전설을 토대로 한 다양한 조각과 그림 등이 들어서 있다. 더불어 산책로·데크로드·쉼터 등이 잘 갖추고 있어 탁 트인 동해의 비경을 감상하면서 걷기 좋다. 공원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는 초대형 수로부인상은 높이 10.6m, 가로 15m, 세로 13m, 중량 500t에 달한다. 임원항 방파제 부근에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운행 중이다. 남화산 정상에 있는 수로부인헌화공원.◇관동 제일의 누정 ‘죽서루’7번 국도를 따라 울진 방향으로 조금 가면 삼척교 못 미쳐 오른쪽 시내로 들어가는 38번 국도가 보인다. 이 길을 따라 태백 쪽으로 2㎞가량 들어서면 왼쪽으로 보이는 누각이 죽서루다. ‘성내동 오십천 절벽 위’라는 게 가장 정확한 위치 설명이다. 관동팔경 중 제일 큰 누정이자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일찍이 관동팔경 중 제1경으로 꼽혀 사시사철 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관동팔경 중 가장 큰 누정이자 가장 오래된 건물인 ‘죽서루’.죽서루는 유일하게 바다에 접하지 않고 내륙으로 들어와 앉았다. 그만큼 오십천의 절경이 바다 못지않다는 말이다. 사실 건축시기는 정확하지 않다. 고려 충렬왕 1년(1275년) 이승휴가 벼슬을 버리고 두타산에 숨어 지낼 때 죽서루에 올랐다고 하니 창건 시기는 적어도 그때 또는 그 이전일 테다. 태종 3년(1403년)에 삼척 부사로 재임한 김효선이 한 차례 중건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중건했다. 다만 죽서루란 이름을 얻게 된 것은 누각 동쪽에 죽장사라는 사찰이 있었기 때문이란 이야기만 전해진다. 또 죽죽선이란 명기의 집이 누각 동쪽에 있어 죽서루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관동팔경 중 가장 큰 누정인 죽서루.죽서루가 돋보이는 이유는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죽서루의 규모는 정면 7칸, 측면 2칸. 하지만 측면구조가 남다르다. 북측 면과 남측 면의 칸수가 각각 2칸과 3칸이다. 홀수 칸인 남측 면을 주 출입구로 삼기 위해서라는 게 해설사의 설명. 주변 환경을 최대한 유지하고 지형지물과의 조화를 생각한 건축기법이란 것이다. 이 같은 철학은 기둥만 살펴봐도 잘 나타난다. 누각에는 총 20개의 기둥이 있다. 반면 누각 아래 1층에는 17개의 기둥을 세웠는데 그중 8개는 주춧돌 위에 나머지 9개는 자연석 위에 세웠다. 이 또한 길이가 다 다르다. 특이한 점은 더 있다. 누각으로 오르는 계단이나 사다리 없이 좌우의 자연석을 계단 삼아 오르게 했다. 자연과의 조화를 먼저 생각한 선조의 건축철학을 그대로 담아낸 셈이다. 이러한 역사적·건축학적 가치로 인해 보물 제213호로 지정했다. ◇물과 시간이 빚어낸 ‘대금굴’ 삼척 하면 동굴을 빼놓을 수 없다. 무려 55개의 동굴이 있다. 특히 신기면 대이동굴지대(천연기념물 178호)에 7개가 몰려 있는데 이 중 개방형 동굴은 환선굴과 대금굴이다. 동굴 생성 시기는 고생대(5억 3000만년 전)로 알려져 있다. 대금굴의 비룡폭포. 높이rk 8m에 달한다.2007년 6월 5일 일반인에게 모습을 드러낸 대금굴은 매표소에서 동굴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모노레일을 타고 동굴 입구까지 들어가야 한다. ‘은하철도 대금호’라고 명명한 42인승 모노레일이다. 대금굴 내부는 동양 최고의 동굴이란 환선굴을 능가할 만큼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좀 과장하면 우리나라 모든 석회동굴의 아름다움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듯하다. 2003년 처음 발견한 덕에 아직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았다. 동굴 내부의 커튼형 종유석이 진한 황금색을 띤다고 해서 ‘대금’(大金)이란 이름이 붙었다. 억겁의 시간 동안 감춰왔던 신비로움은 웅장한 소리를 자랑하는 지하폭포에서 시작한다. 대금굴에는 유난히 물이 많다. 지하에 근원을 알 수 없는 많은 물이 흐르고 있다. 그래서 동굴 내부를 둘러보다 보면 크고 작은 폭포와 동굴 호수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오랜 시간 자연이 만든 보물인 종유석, 석순, 석회화 단구, 베이컨시트, 동굴진주, 휴석 등 2차 생성물의 종류와 크기·모양이 매우 다양한 데다 보존상태도 거의 완벽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자연의 조각품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대금굴 내 ‘만물상광장’이라고 불리는 종유석 지역.하이라이트는 ‘만물상광장’이라고 부르는 종유석 지역. 여기에 도착하면 재미난 모양의 석순과 곡석이 가득하다. 마치 다랑논을 닮은 듯한 휴석소와 달걀부침, 표주박, 대나무를 닮은 석순, ‘이곳에는 중력의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의심하게 하는 곡석 등. 이들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상상력은 자연의 상상력에 비해 참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관람로의 끝 부분은 폭 30m, 길이 60m에 달하는 커다란 호수인 ‘천지연’. 백두산의 천지를 닮아서다. 수심 9m인데도 조명이 닿은 바닥의 돌이 선명히 보일 정도로 맑다. 대금굴 마지막 장소인 천지연. 백두산 천지를 닮았다 해서 천지연이다. 동굴은 수중을 통해 다시 이어진다고 한다.관람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하절기 기준). 관람료는 8500원~1만 2000원이다. 삼척시는 동굴보호를 위해 하루 관람인원을 72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관람예약은 인터넷으로만 가능하다. ◇여행메모삼척 시내 명가해물의 대표메뉴인 생선조림.△가는길=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삼척까지 가는 길이 가장 일반적이다. 느릿느릿 달리며 강원 풍경의 진수를 맛보려면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감곡나들목을 나가 38번 국도를 타고 제천·영월·정선·태백을 지나 삼척으로 향할 수 있다. △먹을곳=삼척 시내에 명가해물(033-573-9950)은 생선조림이 유명하다. 정라항 쪽으로는 맛집이 즐비하다. 삼정식당(033-573-3233)은 생태맑은탕과 해물탕으로 소문난 집. 바다횟집(033-574-3543)은 곰치국, 미진횟집(033-572-6679)은 싱싱한 해산물, 대복숯불구이(033-572-3736)는 한우가 맛있다. 동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로 꼽히는 강원 삼척 장호항. 맑은 초록빛 바닷물이 특별한 이곳에서 꼭 체험해야 할 것이 청정 바닷속을 감상하는 스노클링이다.동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로 꼽히는 강원 삼척 장호항. 맑은 초록빛 바닷물이 특별한 이곳에서 꼭 체험해야 할 것이 청정 바닷속을 감상하는 스노클링이다.동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로 꼽히는 강원 삼척 장호항. 맑은 초록빛 바닷물이 특별한 이곳에서 꼭 체험해야 할 것이 투명카누다. 투명한 강화플라스틱으로 제작한 카누를 타고 배 아래를 훤히 들여다보며 바다 위를 노닐 수 있다.남화산 정상에 있는 수로부인헌화공원.남화산 정상에 있는 수로부인헌화공원.대금굴 휴석소. 대금굴 내 물이 흐르는 바닥 위에 작은 호수가 만들어지면서 방해석이 침전해 생성됐다.대금굴 내 커튼형 종유석.대금굴 내 종유석.대금굴 내 막대형 석순.대금굴 내 커튼형 종유석.관동팔경 중 가장 큰 누정인 죽서루.관동팔경 중 가장 큰 누정인 죽서루.남화산 정상에 있는 수로부인헌화공원 엘리베이터. 임원항쪽에서 올라가야 한다.한재공원에서 바라본 맹방해변 레일바이크.
2016.07.08 I 강경록 기자
서울역고가 공사장, 예술 공간으로 변신
  • 서울역고가 공사장, 예술 공간으로 변신
  •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차도에서 인도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인 서울역고가가 지역 젊은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쳐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노후한 상판 철거작업이 진행 중인 서울역고가 공사 현장 가림벽 총 420m에 초록보행길 위를 걷는 다양한 시민들의 발과 서울역 일대를 대표하는 산업과 문화를 소재로 한 공공디자인을 입혀 준공 전까지 전시한다고 31일 밝혔다. 가림벽 디자인은 현대카드, 아모레퍼시픽의 디자인을 총괄한 바 있는 브랜드 디자이너 오준식 대표가 이끄는 디자이너 그룹인 ‘베리스트릿키친(Very Street Kitchen)’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서울역고가의 퇴계로 방면 진출입부에 설치된 가림벽에는 남대문시장을 대표하는 옷과 카메라, 안경이 그려져 있다.이들은 지역주민으로서 공사기간 중 가림벽을 그냥 두는 것보다는 초록보행길과 어울리는 밝은 이미지를 입혀 지역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디자인 재능기부를 서울시에 제안했다.가림벽이 설치되는 구간은 총 3곳으로 서울역 앞 고가 본선(300m)과 고가 양쪽 퇴계로·만리동 방향 진·출입부(각 60m)다. 고가 진·출입부는 지난 달 25일 가림벽 설치를 완료했으며, 본선 부분은 이달 중순 설치될 예정이다. 고가 본선 중 서울역→숭례문 방향은 꽃과 나무가 우거진 보행길을 상징하는 ‘초록색’을 바탕으로, 보행길을 걸어가는 다양한 시민의 ‘발’을 형상화한다.특히 휠체어를 탄 사람의 모습은 ‘무장애 보행환경’을 갖추게 될 서울역고가의 미래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서울역고가 보행길은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최소 2.5m 이상 폭을 확보하고, 고가 진·출입부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턱을 낮추고 점자블럭을 설치할 계획이다.반대 방향인 숭례문→서울역 방향은 과거 이곳을 오갔을 옛 사람들의 모습을 한복자락·가죽·비단·나무·짚 같은 다양한 소재의 전통신발을 통해 표현할 예정이다. 퇴계로와 만리동 진·출입부에 설치된 가림벽(높이 4m, 길이 60m)은 서울역 일대의 산업과 문화를 소재로 삼았다. 퇴계로 쪽 가림벽은 남대문시장의 대표 품목인 아동복, 잡화, 주방용품, 화훼, 안경·액세서리, 카메라를 담았다. 만리동 쪽 가림벽은 봉제산업과 예술인 협동조합, 아트&디자인 스튜디오를 상징하는 재봉틀과 줄자, 가위, 펜과 붓, 페인트 롤러 등으로 꾸며졌다.오준식 대표와 베리스트릿키친의 디자이너들은 “매일 서울역고가를 보면서 생활하는 지역주민으로서 재능기부를 제안하게 됐다”며 “서울역고가 일대가 꽃과 나무가 있는 초록보행길로 변신을 앞둔 만큼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2016.03.31 I 이승현 기자
현대증권, ‘전남 장흥 삼남매’에 새 보금자리 제공
  • 현대증권, ‘전남 장흥 삼남매’에 새 보금자리 제공
  • 지난 23일 전남 장흥에서 열린 주택신축 준공식에서 윤경은 현대증권 윤경은 사장(왼쪽 셋째)과 김성 장흥군수(왼쪽 넷째) 등이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증권 제공)[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전남 장흥의 시골마을에서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는 소식이 전해졌던 어린 삼남매에 온정의 손길이 펼쳐졌다.현대증권(003450)은 지난 23일 전남 장흥군청과 이들 삼남매의 새 보금자리인 주택 준공식을 열었다고 24일 밝혔다.이날 준공식에는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과 김성 장흥군수, 최영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본부장, 최양선 한국국토정보공사 장흥강진지사장 등이 참석했다. 윤경은 사장은 삼남매에게 준비한 후원물품을 전달했다.일명 ‘장흥 삼남매’는 지난해 12월 EBS의 한 사회공헌 열악한 환경이 소개된 바 있다. 윤 사장은 소식을 접하고 장흥군청과 새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주택신축 계획을 추진했다. EBS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후원금 각각 1000만원과 회사가 기부한 2000만원 등 총 4000만원으로 주택을 신축했다.윤 사장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진정한 도움의 손길을 건넬 수 있었던 매우 뜻 깊은 실천이었다”며 “삼남매가 꿈을 잃지 않고 밝게 성장해 주변 이웃에게 도움을 나눌 수 있는 큰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한편 현대증권은 각 지역본부별 ‘able봉사단’을 조직해 지역 내 노인복지회관, 아동센터에서 나눔활동을 벌이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지속 실시하고 있다.▶ 관련기사 ◀☞ [오늘의 M&A공시]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인수 불참 결정”☞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인수 불참 결정”☞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 안한다"
2016.03.24 I 이명철 기자
⑤2016년 주목해야 할 인테리어 트렌드
  • [김향란의 컬러인문학]⑤2016년 주목해야 할 인테리어 트렌드
  • [김향란 삼화페인트 컬러디자인센터장] 색채전문기관인 스웨덴의 NCS AB와 CMG는 올해 인테리어 트렌드로 상반된 감정의 교차 속에서 갈구하게 되는 이상향을 제안한다. 꿈과 현실세계, 차가움과 따뜻함, 알수 없는 미래에 대한 역설과 모순의 키워드로 설명하고, 복잡한 도심의 스트레스는 자연으로 탈피해 극단 속에서 안정감 추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와 지역은 과거처럼 극명하게 구분되지 않고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지역의 전통성 있는 특별함에 대한 매력을 강조한다.색상 측면에서는 강렬하고 진한 색상들과 중립적인 색상이 조화를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전체적으로 짙고 생생한 색상이 공존해 자연스럽게 현재의 혼돈을 반영하고 세계 각지의 지역적 전통이 가미된 다양한 오리엔탈을 부각시키고 있다. 가장 핵심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부분은 전년부터 지속적으로 언급되었던 여성 파워이다. 전 세계적인 흐름을 통해 보여지고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 파키스탄, 17)처럼 강인한 모습의 여성을 비롯해 실제 또는 가상에서 성공을 이룬 수많은 여성들의 단호한 파워가 팔레트에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올해 인테리어 경향의 첫 번째 주제는 ‘적도의 강렬한 에너지(Equatorial & Energetic)’다.도심의 넘쳐나는 인파와 스트레스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자연에 대한 갈망은 도피로 이어지고 자연과의 결합을 더욱 열망하게 된다. 전원풍경의 고요함을 은은하게 담아낸 컬러가 그간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더욱 대담한 지역의 다양성과 자연 그대로를 담아 강렬한 대비를 표현한다.생기발랄한 노랑과 빨강이 강렬한 자몽빛 코랄, 초록빛이 감도는 차분한 하얀톤의 기초와 어우러져 흥미로운 조합을 구성한다. 파랑과 초록이 가미돼 역동적인 대비를 이룬다. 다가오는 브라질올림픽의 영향과 함께 남미, 중앙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 볼 수 있었던 열대지방의 풍경을 담은 생생한 색상과 실내에 열대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그곳을 가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한다. 두번째 주제는 ‘가공되지 않은 소박함(Raw & Atmospheric)’이다. 가공되지 않은 본연의 것에 대한 추구는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어렵고 힘든 상황이 반영된 트렌드다. 갈등과 모순은 전보다 더욱 심해지고 자연의 보이지 않는 힘이 기후 변화 등의 현상들을 더욱 빈번한 이야기 소재로 삼게 된다.변화를 계속하는 자연의 정제되지 않은 아름다움이 자연세계와 인간의 관계를 끊임없이 재정의하고 있는 듯 보인다. 혹독하고 거친 자연 기후가 트렌드에 영향을 미쳐왔고 지속적 상생의 관계는 이어질 것이다.인테리어에서도 꾸미지 않은 듯한 소박함과 오래된 듯한 표면, 녹슨 메탈, 가공하지 않은 원재료 등으로 소재 본연의 느낌을 살리고 이런 우연함의 표면은 살아있는 유기적인 생물을 만들어 인공적인 것과 자연스럽게 블렌딩된다.이 트렌드에서 보여지는 유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관계는 자연 자원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환경적 인식이 강해짐에 따른 결과다. 자연소재를 그대로 사용하기 보다는 합성물질을 활용하여 리사이클된 창의적 방법으로 재현해낸 대체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번째 주제는 ‘신비로운 심연의 향연(Aquatic & Mystifying)’이다.정신없이 복잡하고 바쁜 세상과 연결된 현대인은 평온한 고독을 추구한다. 정신의 향유를 위해 탐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어 미지의 신비로움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고 있다.자연의 방대함과 보이지 않는 곳을 탐험하는 것은 인류에게 있어 긴 시간 흥미의 대상이었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시작으로 토탈리콜 엘리시움, 그래비티, 프로메테우스, 스타트렉 등 우주 공간에 대한 고조된 관심은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로 이어지고, 나아가 과학적 상식을 토대로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마션으로까지 이어졌다. 우주와 수중의 신비로운 스토리를 담은 컬러들이 이 트렌드를 완벽하게 반영하고 칠흑과 같은 블랙은 밝은 빛과의 조합으로 극단적인 대비를 만든다.마지막 주제는 ‘감각적인 여성의 강인함(Rich & Sensual)’이다.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파키스탄의 10대 인권운동가인 말랄라 유사프자이(17)는 탈레반 파격소녀로 11세부터 영국 BBC 방송 블로그를 통해 파키스탄 탈레반의 만행을 고발하고, 살해위협 속에서도 전세계에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했다.여성의 강인함으로 이룬 성취는 높아지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거침없는 성공적 행보에 영향을 주고 있다.여성의 강인함과 자신감을 함께 보여주는 이 테마는 여성스러운 색상에서도 힘이 느껴지도록 섬세한 접근을 한다. 지나치게 소녀적 감성을 피하고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친밀한 따뜻함으로 구성된다. 진한 보라와 어두운 초록의 조합이 강한 의지의 힘을 전달하고 소프트한 더스티 핑크와 밝은 노랑이 더해져 현대적 감성을 자극한다.풍부한 감성을 담아낸 이 트렌드는 메탈의 녹청과 같이 오랜 시간을 버텨오면서 묵은 시간의 디테일을 주는 소재를 활용함으로써 빈티지한 고급스러운 질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2016.03.04 I 박철근 기자
 검은용 용솟음 치듯…태백 검룡소 가는길
  • [e주말] 검은용 용솟음 치듯…태백 검룡소 가는길
  • 검룡소 가는 길은 아이와 함께 걸어도 좋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지난 일 년간의 후회를 털어내고 새 기운을 얻을 수 있는 여행지로 떠나보자. 목적지는 강원도 태백 검룡소다. 한강의 발원지로 일컬어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시작한 물줄기는 장장 514km를 굽이치고 달려 서해안으로 흘러든다. 우리 민족이 한강을 중심으로 역사를 만들어 왔다면 검룡소는 그 역사를 있게 한 시발점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해 첫 여행지로 검룡소만큼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한강 발원지라고 해서 깊은 산 속에 꼭꼭 숨어 있다는 것이 아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평탄한 비포장길을 20여분 걸어가면 닿는다. 피나무, 물푸레나무, 생강나무 등이 울창한 이 길은 아이 손을 잡고 산책삼아 다녀오기에도 좋다. 맑은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이라 지루하지도 않다. 주차장에서 10여 분을 걸으면 세심교다. 세심교를 건너 왼쪽길을 따라 10분 남짓 더 걸으면 검룡소에 닿는다. 예전에는 오대산 우통수가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었지만 1986년 국립지리원의 조사 결과, 검룡소가 오대산 우통수보다 32km쯤 더 먼 것으로 밝혀지면서 공식적으로 검룡소가 한강의 발원지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검룡소의 세찬 물길검룡소는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샘이다. 이곳에서 하루 2~3천톤 가량의 지하수가 석회암반을 뚫고 솟는다. 장마철이면 5천톤까지 뿜어낼 때도 있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법이 없고 수온도 사시사철 섭씨 9도 안팎으로 일정하다. 검룡소 주위 바위는 살얼음이 얼었지만 정작 물길에는 얼음이 보이지 않는다. 이끼들도 초록빛을 간직하고 있다. 더 높은 기슭에 있는 제당궁샘, 고목나무샘, 물구녕석간수 등의 샘물이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모여 이 곳에서 다시 솟아나온다고 한다.검룡소 아래로는 너비 1~2미터로 파인 암반을 따라 20여 미터를 흐르는 와폭이 있다. ‘용틀임폭포’라고도 부르는데 용에 관한 전설도 깃들어 있다. 옛날 서해에 용이 되고자 하는 이무기가 살았는데, 하루는 한강을 따라 하늘에 오르기 위한 여행을 했다. 그래서 도달한 곳이 검룡소. 이무기는 암반을 오르기 위해 지그재그로 몸을 뒤틀었는데, 지금의 와폭은 이무기가 몸부림 친 자국이라는 것이다. 검룡소의 물은 골지천~임계천~조양강을 거쳐 정선 가수리에서 동남천을 만나 동강을 이룬다. 그 뒤에 영월에서 서강과 합류해 남한강이 되고 이후 충주호를 거친 다음,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이 된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검룡소태백 시내에는 낙동강의 발원지도 있다. 4대강 가운데 두 강이 한 고장에서 발원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시내 한 복판에 자리한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시작점이다. 《동국여지승람》, 《척주지》, 《대동지지》등에서 낙동강의 근원지라고 밝혀 놓고 있다. 연못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돼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태백 사람들은 오랜 시간 탄광에 기대어 살았다. 석탄은 태백땅이 태백 사람들에게 내어준 선물이었다. 태백에는 정부가 1989년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을 펴기 전까지 약 50개 광산이 있었다고 한다. 철암은 태백을 대표하는 탄광 마을이다. 지금이야 작은 마을로 전락했지만 한때 인구가 3만에 이르던 큰 마을이었다. 지금은 주민이 1천 명도 채 안되는 마을이지만, 당시 풍경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철암에 들어서면 마음이 스산해진다. 잿빛의 낡은 건물들과 텅빈 거리 그리고 검은빛의 선탄장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풍경은 석탄산업이 한창이던 1970~1980년대에서 멈춘 듯 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마을 한 가운데 자리한 철암역두 선탄장이다. 70여 년의 역사가 녹아 있는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상징이다. 건물에는 아직도 석탄가루가 켜켜이 쌓여 있다. 이 검은 가루가 한때 ‘검은 노다지’로 불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영화 ‘인정사정볼 것 없다’(1999)에서 주인공 안성기와 박중훈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주먹다짐을 벌이는 장면을 촬영하기도했다.선탄장 건너편에는 4~5층 건물들이 당시 모습 그대로 간판을 달고 서 있다. 치킨집도 있고, 봉화식당, 한양다방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영업을 하지 않는다. 대신 철암탄광역사촌으로 재단장해 박물관이며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석탄산업이 활황이던 당시 탄광촌의 모습과 주민 생활상을 살펴보는 일도 흥미롭다.남쪽 신설교에서는 철암천변을 따라 서 있는 탄광촌의 상징물인 ‘까치발 건물’ 11채를 볼 수 있다. 까치발 건물은 주민에 비해 부족한 주거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하천 바닥에 목재 또는 철재로 지지대를 만들어 집을 넓힌 것이다. 물속에 기둥을 박아 세운 수상가옥과 비슷하다고 상상하면 된다. 태백산도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태백석탄박물관에서는 국내 석탄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광물, 화석, 기계장비, 광부들의 생활용품 등 8,700여점의 석탄 관련 유물과 모형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박물관 지하에 위치한 8전시실에는 채탄과정과 지하작업장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지시의 모습, 여러 가지 갱도의 유형 등을 전시하고 있어 광산의 위험성과 광산노동자들의 힘겨운 생활을 느낄수 있게 해준다.석탄에 관한 이모저모를 볼 수 있는 태백석탄박물관태백에는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생대 지층 위에 건립된 고생대 전문박물관으로 고생대 삼엽충, 두족류 및 공룡 화석과 자체 제작한 영상물, 입체 디오라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지하 1층에는 화석 발굴 현장, 화석 탁본, 30억 년 지층 파노라마 등 다양한 주제의 체험전시실도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 가기 전 볼 수 있는 구문소는 황지에서 시작된 물이 태백을 빠져나가며 산자락을 뚫어 커다란 석문(石門)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천연기념물 제 417호다.태백은 여느 산악도시에 견줘 맛집이 많다. 가장 많이 보이는것이 고깃집이다. 태성실비, 경성실비, 시장실비, 현대실비 등 식당이름에 대부분 ‘실비’가 들어가 있는 것도 특징이다. 갈비살, 모듬, 주물럭 등 대부분의 메뉴가 200g에 2만 5000원 선으로 서울 유명 고깃집들보다 훨씬 싸다. 안창살, 치마살, 제비추리 등으로 이뤄진 모듬구이도 좋지만 태백에서는 갈비살을 맛보자. 태백 사람들은 소갈비살을 즐겨 먹는다. 서울에서 먹던 것은 생갈비를 저미고 남는 자투리 갈비살이지만 이곳에선 아예 갈비살 위주로 정형하기 때문에 고기맛이 좋다. 과거 탄을 캐던 지역답게 연탄불로 고기를 굽는데 불향이 깃들어 고소한 맛이 더 진하다. 물닭갈비도 별미다. 볶음식으로 유명한 춘천 닭갈비와 달리 갖은 식재료를 쇠판에 넣고 육수를 부어 끓여낸다. 전골처럼 국물이 자작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역시 광부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겨울이 긴 태백의 기후와도 무관하지 않다.검정콩 수제비는 최근 들어 태백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메뉴다. 들깨 가루를 듬뿍 넣고 검정콩을 간 분말로 반죽한 수제비를 한 숟가락 떠먹다 보면 차가워진 몸이 어느새 따뜻해진다. 검룡소의 물은 골지천~임계천~조양강을 거쳐 정선 가수리에서 동남천을 만나 동강을 이룬다. 그 뒤에 영월에서 서강과 합류해 남한강이 되고 이후 충주호를 거친 다음, 양평 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이 된다.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철암◇여행메모△가는길▷기차= 청량리-태백, 하루 7회 운행, 4시간 40분소요.▷버스= 동서울-태백, 하루 33회(06:00~23:00) 운행, 3시간 10분 소요. 부산 동부터미널?태백, 하루 6회 운행, 5시간 소요. 대구 북부터미널-태백, 하루 11회 운행, 4시간 소요.▷자가용 경부고속도로 신갈분기점→영동고속도로 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영월→태백 △축제 및 행사 정보= 태백산눈축제 : 2016년 1월 22일 ~ 1월 31일, 태백산도립공원 일대, 033-550-2828 http://festival.taebaek.go.kr △주변 볼거리= 매봉산 바람의 언덕, 추전역, 삼수령철암의 까치발집나들이 삼아 다녀오기 좋은 검룡소
2015.12.26 I 강경록 기자
 시리디 시린 겨울바다…그 이름 블루로드
  • [e주말] 시리디 시린 겨울바다…그 이름 블루로드
  • 창포말등대의 해돋이[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쪽빛 바다와 나란히 걷는 명품 트레킹 코스, 영덕 블루로드영덕 블루로드는 짙푸른 동해바다의 희망찬 기운을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다.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688km의 해파랑길 가운데 영덕 구간을 블루로드라고 부른다. 영덕의 가장 남쪽인 대게누리공원에서 강구항,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까지 도보여행을 위한 약 64.6km의 해안길이다. 산길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 바다를 끼고 걷도록 조성돼 시원스레 펼쳐진 동해바다를 마음껏 호흡할 수 있다. 자동차로 빠르게 지나칠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영덕의 숨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블루로드 B코스의 환상적인 바다빛깔블루로드는 모두 4개 코스가 있는데 빛과 바람의 길(A코스)은 강구터미널에서 강구항을 거쳐 산길을 따라 고불봉을 넘어 풍력발전단지를 지나 해맞이공원에 이르는 17.5km로 대부분이 산길이다. 푸른대게의 길(B코스)은 해맞이공원을 지나 석리마을, 대게원조마을, 블루로드다리를 건너 죽도산전망대를 지나 축산항의 영양남씨발상지까지 가는 15km 구간으로 내내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라 풍광이 수려하다. 목은사색의 길(C코스)은 영양남씨발상지를 출발해 대소산봉수대, 목은이색기념관, 괴시리전통마을, 대진해수욕장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17.5km 구간으로 산길, 바닷길이 반씩 섞여 걷는 재미가 있다. 쪽빛파도의 길(D코스)은 영덕과 포항의 경계인 대게누리공원에서 장사해수욕장을 지나 삼사해상공원, 영덕어촌민속전시관을 거쳐 강구터미널까지 이어진 14.1km 구간으로 7번국도와 나란히 걷는다. 노면에 동그라미 속 노란색 화살표 표시를 하거나 블루로드 패찰, 나무 기둥형 길 안내판 등이 곳곳에 있어 길 찾기가 수월하다. 아이 손을 잡고 푸른 바닷길 걸어볼까강구에서 고래불까지 블루로드를 완주하고 각 지역에서 확인 도장을 찍어 가면 완주기념메달을 준다. 블루로드 안내지도에 도장 찍는 곳이 표시되어 있으며, 메달 배부처는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신재생에너지전시관 내 안내소, 병곡면사무소, 강구면사무소 등이다.블루로드의 출발점인 강구항은 영덕 대게의 집산지다. 대게철을 맞아 대게를 실어 나르는 배가 수시로 포구로 들어오느라 항구가 여느 때보다 한층 북적인다. 주말에는 차를 댈 곳이 없을 정도로 방문객이 많다. 주차장 및 공원을 만들기 위해 동광어시장 옆으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항구에 마련된 어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당일 경매 받은 대게와 활어, 해산물이 최고로 싱싱한 상태로 거래된다. 대게는 그대로 아이스박스에 넣어 가거나 바로 쪄서 가져갈 수 있다. A코스의 하이라이트는 풍력발전단지 일대다. 동해바다에서 불어 온 거친 바람이 거대한 바람개비를 돌려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시설이다. 풍력발전기 24기가 바다를 향해 도열한 모습이 장관이다. 해맞이캠핑장 입구, 별반산봉수대, 신재생에너지전시관, 해맞이축구장, 윤선도시비, 월월이청청 조형물, 비행기전시장 등이 줄지어 나온다. 블루로드 길은 축구장 입구 갈림길에서 해맞이공원 방면으로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가야 한다. 갈 길이 바쁘더라도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은 둘러보고 가는 게 좋다. 풍력, 태양열 등 친환경적인 에너지에 관해 체험하며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관 옆에 어린이놀이터 시설이 잘 돼 있고, 바람정원이나 하늘정원에 올라 전망을 감상하기도 좋다. 파도가 철썩이는 석리~경정3리 구간A코스 종점이자 B코스 시작인 해맞이공원은 영덕 일출명소로 꼽힌다. 대게 집게발을 형상화한 창포말등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빨강색이 선명한 위층은 등탑, 중간은 전망대, 아래층은 전망 데크로 구성돼 있다. 해안 절벽 옆으로 이어진 블루로드는 철썩이는 파도와 쪽빛 바다, 바다를 닮아 파랗게 물든 하늘이 삼박자를 이뤄 추위도 잊은 채 마냥 걷게 된다. 해맞이공원 남쪽의 소박한 벽화로 꾸민 대부리와 청어 과메기를 말리는 창포리는 블루로드 코스는 아니지만 일부러 들러볼 만하다. 도로변이나 방파제 등 빈 공간마다 빼곡하게 걸린 오징어도 볼거리다. 블루로드 전 구간에서 가장 풍광이 빼어난 것이 B코스다. 총 15.5km로 성인 걸음으로 5시간 정도 걸린다. 전 구간을 걷기가 힘들다면 30분~1시간이라도 걸어보자. 석리마을 입구에서 경정해수욕장까지 혹은 대게원조마을에서 블루로드 다리까지 하는 식으로 구간을 짧게 나누면 무리하지 않고서도 블루로드의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이들 손을 잡고 걸을 수도 있는 구간이다. 노물리 바닷가에는 해녀상, 석리 바닷가에서는 군인상이 도보여행자를 반긴다.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전망 좋은 벤치나 정자가 있다. 백사장이나 몽돌이 깔린 해변에서 간식을 먹기도 하고, 거친 바윗길이나 솔잎이 깔려 푹신하면서도 미끄러운 솔숲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죽도산전망대가 보이는 해변에 이른다. 백사장 끝에는 초록색 현수교인 블루로드다리가 놓여있다. 둘이서 지나가면 딱 맞을 정도로 폭이 좁은 인도교다. 블루로드 안내지도의 표지를 장식한 것이 바로 블루로드 다리와 죽도산전망대다. 다리를 건너면 전망대까지 이어진 계단이 나온다. 손가락 굵기의 대나무가 산을 빼곡하게 뒤덮고 있어 예로부터 죽도산이라 불린다. 정상의 죽도산전망대는 1층 로비, 2층 전망 데크, 5층 전망대, 6층 기계실, 7층 등탑으로 구성됐는데 5층까지만 개방한다. 전망대에 오르면 축산항 일대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 동해안에서도 아름다운 항구로 손꼽는 축산항은 태백산에서 뻗어 내린 산봉우리가 해안까지 밀려 내려와 항구 남쪽으로는 죽도산이, 북쪽으로는 봉수대가 설치된 대소산이 우뚝하다. 축산항 역시 겨울에는 대게잡이 배가 많이 들어오는데 이곳은 대게보다 물가자미가 더 유명하다. 초장을 넣어 무침회로 먹고 구이, 찜, 식해, 매운탕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아 지갑 걱정없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해마다 5월이면 축산항을 무대로 물가자미축제가 열린다. 축산항을 마지막으로 B코스는 끝나고 대소산봉수대를 향해 C코스가 시작된다. B코스는 푸른대게의 길이다. 푸른 바다를 끼고 가는 길이자, 게 다리가 대나무 줄기처럼 쭉 뻗었다하여 대게라고 처음 부르기 시작했다는 대게원조마을이 있어 푸른대게의 길이다. B코스뿐만 아니라 블루로드 전 구간이 산과 바다, 해안선이 그려낸 환상적인 비경이 곳곳에 박혀있다.해맞이캠핑장의 캡슐하우스◇여행메모△여행코스▷ 블루로드 A코스 / 강구항→해맞이등산로 입구→고불봉→풍력발전단지→해맞이공원, 블루로드 B코스 / 해맞이공원→석리마을→대게원조마을→블루로드다리→축산항▷1박 2일 여행 코스= 강구항→해안도로→신재생에너지전시관→풍력발전단지→해맞이캠핑장(숙박)→블루로드 B코스 걷기(해맞이공원→석리마을→대게원조마을→블루로드다리→축산항)△가는길= ▷버스=서울-영덕,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7회(07:00~18:30) 운행, 약 4시간 20분 소요. 대구-영덕, 하루 12회(09:00~18:10) 운행, 약 2시간 소요. 강구행 완행은 04:30~19:40까지 30분~1시간 간격으로 운행. ▷자가용=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34번 국도 영덕 방면→영덕→7번 국도 강구항 방면/익산포항고속도로 대련IC→영덕 방면→7번 국도→강구교에서 우회전→강구항△주변 볼거리= 목은이색기념관, 영해관광시장, 칠보산자연휴양림, 삼사해상공원, 영덕어촌민속전시관, 인량리전통마을, 차유어촌체험마을, 나라골 보리말 농촌전통테마마을, 영덕 옹기 등주말엔 단체로 찾는 걷기여행자가 많다
2015.12.25 I 강경록 기자
`삼시세끼` 차승원-유해진, 비바람 헤치고 만재도 입성... 첫날부터 `비 쫄딱`
  • `삼시세끼` 차승원-유해진, 비바람 헤치고 만재도 입성... 첫날부터 `비 쫄딱`
  • [이데일리 e뉴스 우원애 기자] 어떤 요리도 뚝딱 차려내는 ‘차줌마’ 차승원과 궂은 일 마다않는 ‘바깥양반’ 유해진의 자급자족 어부라이프, tvN `삼시세끼-어촌편2`가 오늘(9일) 방송된다.눈보라 몰아치는 만재도에서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지 9개월. 차승원과 유해진은 “여름 만재도는 물고기도 잘 잡히고, 굉장히 아름답다”는 제작진의 감언이설에 다시 한 번 만재도행 배에 올랐지만, 첫 날부터 거센 비바람을 만나 쫄딱 젖은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한다.천막을 세워 불을 지피고, 기진맥진 끼니를 해결한 차승원과 유해진은 비오는 여름 밤, 쓸쓸한 툇마루에 앉아 나지막이 인생 이야기를 나누며 <삼시세끼> 특유의 편안함을 전하기도.특히, 차승원은 지난 시즌에 이어 녹슬지 않은 요리 실력으로 미각을 자극한다. 입도 이튿날, 첫 손님 박형식을 맞아 차려낸 ‘물회’는 나영석 PD가 “어촌편 통틀어 극강의 비주얼”로 꼽을 만큼 제작진의 마음마저 앗아갔다는 후문이다.비 온 뒤 맑게 개인 하늘 아래 드러난 만재도의 여름 풍광 역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전망. 파랗게 반짝이는 물빛과 초록색 언덕에 옹기종기 자리잡은 어촌 마을, 폭풍 성장한 산체와 벌이가 아옹다옹 장난치는 모습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오랜 시간을 함께 한 동료이자 친구답게 남다른 궁합을 자랑하며 박형식을 놀릴 전략을 짜는 차승원-유해진의 모습도 웃음 포인트다. 대선배들 앞에 잔뜩 긴장한 박형식은 당황한 채 멍한 표정을 지어 귀여운 막내의 매력을 발산할 것으로 기대된다.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이 외딴 섬 만재도에서 자급자족 어부 라이프를 살아가는 `삼시세끼-어촌편2`는 매주 금요일 밤 9시 45분, tvN에서 방송된다.
2015.10.09 I 우원애 기자
 가을의 속살은 하얗다…오감만족 강원 평창
  • [여행] 가을의 속살은 하얗다…오감만족 강원 평창
  • 강원 평창군 봉평면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무대로 유명하다. 수만평에 이르는 메밀꽃밭과 생애 단 한번 사랑을 나누었던 허생원과 성씨 처녀의 애틋한 소설 속 이야기가 곁들여져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곳이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하얀 메밀꽃이 피었다. 메밀의 붉은 꽃대가 이슬에 젖어 항라적삼처럼 하늘거린다. 시기가 이른 탓에 꽃은 자잘하다. 산허리에 드문드문 핀 메밀꽃은 싸락눈이 온 듯 희끗희끗하다. 열흘쯤 지나면 제대로 만개할 거다. 그래도 제법 풋풋한 향기가 알싸하다. 껑충 큰 노란 마타리꽃이 불쑥 고개를 주억인다. 어느새 사람 키만큼 자란 억새도 바람에 건들거린다. 햐얀 개망초꽃과 노란 달맞이꽃은 지천에 널렸다. 물봉선화는 종종 모여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보랏빛 쑥부쟁이는 이미 기세등등하게 활짝 피었다. 가을이 온 거다. 아침저녁으로 바람도 선선하다. 살갗에 연한 소름이 돋을 정도다. 메밀꽃이 필 무렵 강원 평창군의 풍경이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 인근 식당에서 판매하고 있는 메밀국수와 전병 등의 메밀요리. 한약재료와 과일 등 20여가지 재료로 육수를 내 달콤하면서 감칠맛이 도는 ‘메밀국수’, 메밀싹을 곁들여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은 메밀비빔국수, 메밀묵과 메밀싹에 들기름과 참깨의 조화로 고소한 풍미가 입안을 감싸는 메밀싹묵무침, 엄선한 평창한우의 싱싱한 육회와 메밀싹, 들기름이 조화를 이룬 메밀싹육회, 배추잎을 기본으로 만든 전통방식의 메밀전 등이 별미다.◇메밀꽃 향기 머금어 구수하고 담백한 ‘봉평메밀국수’평창으로 가는 길. 인천과 동해안을 잇는 영동고속도로가 가장 빠른 길이다. 하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완행도로가 된다. 우회도로인 6번 국도는 양평에서 횡성을 지나 평창으로 이어지는 멋진 드라이브길. 팔당댐의 맑은 물을 지나 남한강을 따라 달리다 보면 횡성을 거쳐 해발 1000m 가까운 구불구불 고갯길로 들어선다. 태기산(1261m)을 넘어가는 양두구미재다. 차창을 내리고 달리면 삼림욕장에 들어선 듯한 상쾌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태기산 너머 평창군의 봉평면이 이번 여행지의 목적지다. 먼 길 돌아왔으니 일단 배부터 채우자. 평창은 한우도 유명하지만 이맘때는 역시 메밀요리가 별미다. 이곳 봉평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곳. 특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5일장인 봉평장은 메밀요리가 유명하다. 봉평 최고의 특산물인 메밀국수와 메밀묵 등을 장터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초가을 음식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4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봉평장은 1930년대 전국에서 가장 큰 장터 중 하나였다. 매월 2일과 7일이 되면 오전 7시부터 상인들이 모여든다. 봉평의 메밀과 온갖 약초, 산나물, 잡곡 등이 넘쳐난다. 수수부꾸미 하나 입에 넣고 장터를 기웃댄다. 메밀 모주와 막걸리를 연거푸 들이켜는 어르신이며, 메밀전병과 메밀전을 앞에 놓고 자지러지게 웃어젖히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보자니 시간이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곳에는 크고 작은 메밀국수집이 열댓 곳 있는데 메밀과 감자요리가 주를 이룬다. 원조격인 식당은 ‘현대막국수’ ‘진미막국수’ ‘봉평막국수’ 등. 40년 전부터 봉평장터에서 국수를 말아 팔기 시작했으니 역사와 전통은 인정해줄 만하다. 봉평장 초입의 ‘미가연’은 일반 메밀보다 알갱이가 작은 쓴메밀로 유명하다. 음식 빛깔이 일반메밀보다 조금 더 노릿하다. 묵과 노란 새싹을 들기름에 무쳐낸 메밀싹 묵무침, 메밀싹나물 비빔밥, 메밀싹 육회 등 메밀싹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 봉평장 옆 이효석문학관 앞에도 메밀요리전문점이 늘어서 있다. 그중 ‘메밀마당’은 메밀전병과 메밀전, 메밀만두 등 메밀음식 외에도 쫀득쫀득한 감자송편과 감자전이 맛깔나다. 칠족령전망대에서 바라본 동강의 비경.◇동강이 간직한 최고 비경 ‘칠족령’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가벼운 트레킹으로 가을 숲을 느껴볼 차례. 목적지는 마하리의 백운산 자락의 칠족령이다. 동강의 최고 비경을 간직한 칠족령에 이르려면 미탄면 문희마을을 찾아가야 한다. 미탄면 소재지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백운리 쪽으로 향하다 물길을 따라 우회전해 가다 보면 마하리 어름치마을을 만난다. 민물고기생태관이 들어서 있는 여기서부터 동강을 바짝 옆에 붙이고 달리는 시멘트도로다. 길옆의 강변에는 줄배가 매여 있고, 그 배로 건널 수 있는 강 건너편에는 띄엄띄엄 낡은 집이 들어서 있다. 그 길의 막다른 끝에 문희마을이 있다. 동강의 물길이 푸근하게 내려다보이는 마을이다. 문희마을에서 칠족령까지는 1.8㎞. 등산로는 경사가 급하지 않고 순하디순한 길이어서 어른 걸음으로 40분 정도면 올라간다. 산허리를 감아도는 등산로 오른편의 가파른 비탈 아래로 동강이 흐른다. 워낙 빼곡히 나무가 들어서 있어 등산로 중간에선 좀처럼 물길이 내려다보이지 않는다. 칠족령이란 이름은 고개 건너편 제장마을에서 옻을 굽던 집의 개가 이 고개 마루턱을 넘나들며 발자국을 찍었다고 해서 ‘옻 칠(漆)’자에 ‘발 족(足)’자를 붙여 지었다고 한다. 20여분 쯤 오르자 돌탑이 나온다. 옛날 평창과 영월의 경계로 삼았던 성터의 흔적이다. 여기서 10분 정도 더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칠족령 정상을 넘는 길이고, 오른편은 전망대로 향하는 내리막길이다. 오른편으로 내려가자 까마득한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나무 전망대가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 서자 병풍처럼 둘러친 산맥이 이어지고 그 아래로 물길이 용틀임을 하며 흘러가는 장쾌한 풍광이 펼쳐진다. 평창강이 휘두른 넓은 들판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암산 활공장’.◇평창의 하늘 날다 ‘장암산 패러글라이딩’산행을 마쳤다면 차를 타고 올라 멋지게 굽이치는 평창강의 물줄기와 산줄기를 감상할 차례. 내륙 산간 고지대니 산봉을 감싸고 흐르는 물줄기도 심하게 굽이치는 사행천이 대부분이다. 이 풍경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곳이 평창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암산(836m)이다. 평창읍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미탄면 쪽으로 가다가 노론리 쪽으로 좌회전해 차로 10여분 오르면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인 장암산 전망대에 이른다. 가을철이면 이곳 장암산은 인파로 붐빈다. 대부분이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이다. 장암산 활공장은 국내서 천혜의 비행 환경을 갖춘 곳이다. 조나단 패러글라이딩 스쿨(033-333-2625)의 김동술 대표는 우연히 이곳을 찾았다가 반해 6년 전 아예 귀촌을 했다. 그는 “이·착륙장은 물론 풍광까지 초급자부터 고급자까지 두루 비행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엄지를 세웠다. “하나, 둘, 셋, 뛰엇!” 장비를 착용하고 강사의 구령을 뒤로한 채 낭떠러지로 달릴 때의 짜릿함은 최고다. 막상 땅에서 발이 떨어지고 활공을 시작하면 두려움은 날아가고 초록 세상 위를 부유하는 상쾌함만 남는다. 평온한 마음이 되면 주변으로 눈이 간다. 형형색색의 기구들이 하늘을 수놓는 장관이 펼쳐진다. 평창읍내와 말굽모양으로 휘감아 도는 평창강의 절경이 발아래로 끝없이 이어진다. 시야를 멀리 두자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과 이제 곧 황금빛으로 변해갈 논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10분 전후 하늘에 머무는 탠덤비행(강사와 함께 타는 초급자용 2인 비행)에 드는 비용은 8만원이다. ◇여행메모△가는길=봉평 메밀꽃을 보려면 강릉 방향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면온IC를 나와 봉평면으로 가면 된다. △잠잘곳=평창에는 숙소가 많지 않다.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인근의 리조트를 추천한다. 알펜시아리조트(033-339-9000), 휘닉스파크(033-330-6000), 용평리조트(033-335-5757) 등이 있다. △먹을곳=메밀마을인 봉평에선 현대막국수(033-335-0314), 봉평막국수(033-335-9622) 등이 유명하다. 조금 발품을 팔아 대화면 백조막국수(033-333-2280)를 찾아도 좋다. 인근 주민이 즐겨 찾는 집으로 정통 산골 막국수를 낸다. 대화면 우회도로를 타면 간판이 보인다. △볼거리=4일부터 13일까지 ‘2015 평창 효석문화제’가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가산 이효석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축제다. 올해 주제는 ‘연인과 사랑’. 소설 속 주인공인 허생원과 성씨 처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와 메밀꽃의 꽃말인 연인을 결합해 주제로 정했다. 문화제 기간 동안에는 독서토론회, 보물찾기, 민속놀이, 굴렁쇠 굴리기, 제기차기, 봉숭아 물들이기, 목발집기, 도리깨질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연다. 또 대형 분틀을 이용해 직접 메밀국수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문화제 기간 내내 봉평면 지역 음심점들은 방문객에게 음식값의 10%를, 펜션은 숙박비의 50%를 할인해 준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주무대로 유명하다. 수만평에 이르는 메밀꽃밭과 생애 단 한번 사랑을 나누었던 허생원과 성씨 처녀의 애틋한 소설 속 이야기가 곁들여져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곳이다.평창강이 휘두른 넓은 들판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암산 활공장’.
2015.09.04 I 강경록 기자
 숲을 가르는 청아한 물소리 '직소폭포'
  • [e주말] 숲을 가르는 청아한 물소리 '직소폭포'
  • 부안 직소폭포[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전북 부안의 직소폭포는 찾아가는 길이 명승이다.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속한 아름다운 풍광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계곡과 숲길을 지나면 소가 나오고, 폭포에서 이어지는 단아한 물줄기가 숱한 사연을 만든다. ◇부안의 변산 8경 중 절경 ‘직소폭포’직소폭포는 부안의 변산8경 가운데 절경으로 꼽히는 곳이다. 높이 30m 암벽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한여름이면 청아함을 더한다. 내변산 중심에 자리 잡은 직소폭포는 조선이 낳은 여류 시인 매창 이계생, 촌은 유희경과 함께 부안삼절로 꼽힌다. “직소폭포와 중계계곡을 보지 않고는 변산에 관해 얘기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경을 자랑한다. 폭포로 나서는 길은 호젓하다. 같은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 자락에 터전을 두고 있어도 내소사 가는 길과 모양새가 다르다. 내소사 길이 연중 사람들로 북적거리다면, 직소폭포 길은 한적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내소사 초입이 호객하는 식당으로 떠들썩한 반면, 직소폭포 길은 새소리와 바람 소리가 고요한 동행이 된다. 직소폭포 탐방은 내변산분소에서 시작된다. 직소폭포까지 2.2km. 풍광을 구경하며 쉬엄쉬엄 걸으면 왕복 2시간가량 걸린다. 폭포 앞에 다다르는 몇몇 돌길 외에는 대부분 완만한 코스다. 봉래구곡, 실상사 등 주변 볼거리도 발걸음을 더욱 들뜨게 만든다. 내변산 주차장에서 자연보호헌장탑까지 평지가 이어진다. 길 초입에 만나는 실상사는 담장도 없이 소담스런 자태다. 선인봉 아래 둥지를 튼 사찰은 통일신라 때 초의선사가 창건하고, 조선 양녕대군 때 중창했다고 전해진다. 한국전쟁 당시 소실된 절터에 미륵전과 삼성각만 복원되었다. 실상사에서 다리를 건널 때 만나는 계곡이 봉래구곡이다. 직소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은 분옥담, 선녀탕 등 소를 이루고 이곳으로 흘러내린다. 폭포로 향하는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것도 이곳부터다. 초입에는 내변산의 식생을 살펴볼 수 있는 자연관찰로도 조성되었다. 직소보 풍경◇내변산이 품은 물길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드넓은 직소보가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바람 없는 날에 직소보는 내변산의 빼어난 풍광을 몸 안에 담는다. 관음봉과 초록빛 나무가 안기고, 물속에는 고기들이 헤엄쳐 다닌다. 저수지를 따라 이어지는 데크 길에서 바라보는 직소보의 풍광은 직소폭포 감상의 화려한 ‘워밍업’쯤 된다. 직소폭포는 빼어난 자태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선녀탕과 분옥담이 폭포의 전조를 알려준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은 무심코 흐르지 않고 작은 폭포수 줄기와 함께 탐스러운 소를 만든다. 이곳에서 올려다보면 직소폭포가 암벽 가운데서 물줄기를 쏟아낸다. 물 아래는 푸른 기운이 깃든 웅덩이다. 직소폭포 전망대에서 바라볼 수 있지만, 좁은 산길을 거쳐 폭포 앞까지 다가서야 제맛이다. 폭포는 보고, 듣고, 그 포말이 닿을 것 같은 바위에서 땀을 닦아낼 때 진면목이 전해진다. 직소폭포의 웅덩이는 예부터 ‘실상용추’라 불리기도 했다. 변산 실상마을 주민들은 가뭄이 들면 이 물에 산돼지를 잡아 기우제를 지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직소폭포와 자웅을 겨루는 내변산의 명승지는 내소사다. 직소폭포에서 재백이고개를 넘으면 걸어서도 내소사에 닿을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덕성봉, 옥녀봉을 끼고 도는 숲길이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내소사는 여름이면 초입 전나무 숲길이 싱그럽다. 아름드리 전나무 숲은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600m 남짓 이어지며 땀방울을 식혀준다. 걷고 싶은 아름다운 길에 단골로 오르내리는 길이다. 633년(무왕34)에 혜구 두타스님이 창건한 내소사는 천년 고찰의 기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관음봉을 등지고 자리한 대웅보전은 보물 제 291호로 등재되었다. 해질 무렵 격포해변◇외변산을 대표하는 ‘격포’변산반도국립공원은 산세가 아름다운 내변산과 해안 절경이 빼어난 외변산으로 나뉜다. 숲이 어우러진 폭포와 사찰을 감상했으면 변산의 여름 해안을 둘러볼 차례다. 외변산을 대표하는 명승지는 격포 일대다. 채석강은 바닷물의 침식작용으로 독특한 해안 절벽 지형을 형성한 곳이다. 화강암과 편마암 위에 퇴적암이 성층을 이루며 책을 수만 권 쌓아놓은 듯 물고기 비늘 같은 풍광을 만들어낸다. 중국 당나라 이태백이 즐겨 찾은 채석강과 유사하다고 ‘채석강’이라 이름 붙였으며, 적벽강과 함께 명승 13호로 등재되었다. 물이 들고 날 때를 기다려 바위에 올라서려는 사람들로 늘 번잡하다. 격포해변은 소담스런 풍광이 아름답다. 드넓은 해수욕장은 아니어도 인근의 기암절벽과 아담한 모래 해변이 어우러진다. 해 질 무렵이면 산책 나온 가족과 연인들의 발자국이 해변을 수놓는다. 격포해변 남단에는 격포항이 있는데, 이곳에는 요트 정박장이 마련되었다. 격포항 인근 궁항에서는 여름방학 주말에 요트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변산의 자연과 더불어 예술을 음미하려면 금구원야외조각미술관에 들러본다. 1966년 설립된 사설 조각 공원으로, 여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조각품 100여 점이 인상적인 곳이다. 변산 일대의 여름 별미는 ‘오죽’이다. 부안 앞바다에서 잡은 갑오징어의 먹물로 끓이는 죽인데, 담백한 맛에 영양 가득해 여름 보양식으로 그만이다. 이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이색 음식의 반열에 올라 있다. 채석강 풍경◇여행메모△추천코스= 실상사→직소폭포→내소사→채석강→(숙박)→격포해변→금구원야외조각미술관→곰소염전→개암사△가는길▷버스= 서울-부안,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6회 운행, 약 4시간 소요.▷자동차= 서해안고속도로→부안 IC→30번 국도→내변산로→중계터널△잠잘곳= 베니키아채석강스타힐스호텔(변산면 채석강길, 063-581-9911), 채석리조텔오크빌(변산면 격포로, 063-583-8046), 변산자연휴양림(변산면 변산로, 063-581-9977)△먹을곳= 해변촌(오죽, 변산면 마포로, 063-581-5740), 계화회관(백합 요리, 행안면 변산로, 063-581-0333), 곰소쉼터(젓갈정식, 진서면 청자로, 063-0584-8007)▶ 관련기사 ◀☞ [e주말] 허연 물줄기가 절벽에 핀 꽃 같아라☞ [e주말] 예가 무릉도원이어라…동해 무릉계곡☞ [e주말] "더위? 몰러" 춤추는 계곡…가평 무주채폭포☞ [e주말] 개성파 12개 폭포가 눈물처럼 주르륵☞ [e주말]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여름휴가
2015.08.15 I 강경록 기자
 숲과 정원이 어우러진 야생화 배움터
  • [e주말] 숲과 정원이 어우러진 야생화 배움터
  • 충남 청양의 다양한 색깔의 노루오줌풀[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한여름 더위에도 꽃과 나무는 쉬지 않는다. 해가 길어지는 때에 맞춰 꽃을 피우고,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열매를 맺고, 진 꽃은 흙 속에서 단단하게 몸을 키우며 내년을 기다린다. 꽃 한 송이에 담긴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섭리를 배우고, 그 어여쁜 자태에 미소 짓는 여름 숲과 정원으로 떠나보자. 충남 청양의 고운식물원은 37ha에 이르는 숲 전체가 정원으로 꾸며진 야생화 배움터다. 수종에 따라 식재된 다양한 테마 정원과 야생화가 피고 지는 탐방로를 돌아보며 마음도 식물원의 이름처럼 고운 빛을 닮아가는 공간이다. 1990년 부지를 조성하기 시작해서 25년이 지나며 수목과 꽃 8800여 종으로 알뜰하게 채워졌다. 야생화와 희귀 식물 자원을 보호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설립 취지가 특별하다. 식물과 조경을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 국내외 조경가와 일반 여행자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꾸며진 것도 그 때문이다. 탐방객이 꽃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다양한 야생화와 원예식물을 식재해 정원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선물한다. 붉은 보랏빛 피튜니아와 한련 화분이 가득 매달린 터널을 지나 언덕에 오르면 본격적인 정원 여행이 시작된다. 화사한 여름을 만들어주는 수련원과 습지원, 장미원, 야생화와 어우러진 조각공원, 튤립이 지고 양귀비가 피어난 일년초원, 독특한 꽃모양의 디기탈리스가 자라는 열대수련원과 사계정원이 이어진다. 짙은 초록의 숲이 정원들을 감싸고 있어 신선한 바람도 함께 한다. 정원과 정원을 잇는 길목에는 야생화가 빈자리 없이 햇살을 받고 있다. 노루오줌, 바위취가 더위를 잊게 한다. 잠시 쉬어 가는 공간에서도 꽃 감상이 빠지지 않는다. 서양봉선화라고도 불리는 임파첸스가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고, 방갈로 벤치 옆으로는 푸른 수국이 한창이다.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볼 수 있는 원추리도 반갑다. 발길 닿는 곳, 눈길 가는 곳에서 어김없이 꽃들이 인사를 건네니 탐방객의 걸음은 자꾸 느려진다. 울릉도가 원산지인 섬초롱꽃울창한 숲이 자연스럽게 정원이 되기도 한다. 그늘을 좋아하는 비비추가 여름 숲의 주인공이 되어 푸른 잎사귀를 뽐낸다. 비비추 군락은 연보라색 꽃이 피는 7월이 절정이다. 시원한 숲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도 이어진다. 나무 데크를 따라 걸으며 돌 틈에 자라는 바위취와 인사하고, 부드러운 흙길을 지나며 작은 꽃잎이 모여 피는 분홍조팝을 만난다. 소나무를 감고 올라간 덩굴식물이 원시림을 연상케 하는 숲도 걸어본다. 야생화를 감상하며 쉬어 갈 수 있는 벤치가 곳곳에 있고, 도시락을 먹기 좋은 잔디광장도 마련되었다. 달콤한 오디가 익어가는 쉼터와 아이들이 반가워할 놀이터도 눈에 띈다. 식물원 탐방의 중간쯤 되는 지점에는 멋진 정자가 자리한 전망대정원이 있다. 식물원을 조망하며 땀을 식히는 곳이자, 롤러슬라이드 출발점이 바로 아래 있어 아이들의 걸음이 빨라지는 곳이다. 롤러슬라이드는 식물원 중간지대까지 약 230m를 내려가는 미끄럼틀이다. 미끄럼을 타고 숲 사이를 휘감아 내려가면 어른도 아이처럼 동심으로 돌아간다. 식물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라 즐거운 체험이 있는 친근한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아이디어다. 이용료가 따로 있으며, 롤러슬라이드를 타지 않고 탐방로를 따라 걸어서 내려가도 된다. 식물원 입구에 허브 용품 판매점과 식물 판매점이 있고, 탐방로 중간에는 잠시 쉬며 차를 마시는 카페도 마련되었다. 간단한 도시락과 음료수 반입이 허용되니 준비하면 좋겠다. 식물원 안에 자리한 ‘고운정’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 산채비빔밥, 들깨수제비도 별미다. 숲 해설 프로그램을 상시 진행하지는 않지만, 4인 이상이 요청하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탐방로를 함께 걷고 숲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식물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 2~3시간이 소요되지만, 식물원 안에 마련된 방갈로에서 하룻밤 머물며 여유 있는 야생화 여행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청양목재문화체험장은 목재의 다양함과 쓰임에 대해 알아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목재의 생산?가공 과정과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나무의 특징을 살펴보고, 나무로 만든 오르간, 타악기 등을 직접 연주해볼 수 있다. 1층에 자리한 목공예 체험교실에서는 곤충이나 자동차, 비행기 모형을 만들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칠갑산천문대 스타파크에는 망원경을 통해 우주의 신비를 만나는 흥미로운 시간이 기다린다. 낮에는 주관측실의 굴절망원경을 통해 태양흑점을 관찰하고, 밤에는 보조관측실에서 별자리를 관측한다. 반구형 3단 슬라이딩 시스템을 갖춘 보조관측실과 다양한 보조 망원경이 있어 많은 탐방객이 찾는다. 원형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영상을 보는 천체투영실과 3D 입체 영상을 관람하는 시청각실도 있다. 칠갑산의 동편에 자리한 천장호에 가면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가 있다. 청양의 특산물인 청양고추와 구기자로 꾸며진 207m 출렁다리를 아슬아슬하게 건너면 호수를 따라 짧은 산책로가 이어진다. 칠갑산에 살았다는 황룡과 호랑이의 전설도 만난다. 탐방로에서 만난 바위치◇여행메모△여행코스▷당일= 천장호 출렁다리→고운식물원→청양목재문화체험장▷1박2일= 천장호 출렁다리→고운식물원→칠갑산천문대 스타파크→(숙박)→장승공원→장곡사→청양목재문화체험장 △가는길▷버스= 서울-청양,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6회(07시20분~19시40분) 운행, 약 2시간 1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회(09시30분, 13시, 18시30분 ) 운행, 약 3시간 소요. 청양시외버스터미널 인근 문화체육센터정류장에서 청양-화성 농어촌버스 이용, 고운식물원 정류장 하차, 약 27분 소요.▷자가용= 서천공주고속도로 청양 IC→청양·정산·보령 방면 우회전→신덕삼거리에서 신덕리·와촌리·내촌리 방면 좌회전→천장리 방면 우회전→칠갑산로 따라 약 11.5km 이동→탄정삼거리에서 대천해수욕장·보령 방면 좌회전→대청로 따라 약 2.9km 이동→청송초등학교 앞에서 고운식물원 방면 좌회전→식물원길 따라 약 2.7km 이동→고운식물원△잠잘곳= 호텔칠갑산샬레 (041-942-2000), 방기옥고택(010-6484-8764), 칠갑산자연휴양림(041-940-2428), 칠갑산하황토방(041-943-3232)△먹을곳= 차와싸리골밥(차향밥상, 041-944-2363), 까치내흥부가든(매운탕, 041-943-1640), 다미(돌솥정식, 041-942-7500)△주변 볼거리= 칠갑산도립공원, 장곡사, 장승공원, 지천구곡
2015.07.05 I 강경록 기자
 선운산 숲길에서 숨은 꽃을 만나다
  • [e주말] 선운산 숲길에서 숨은 꽃을 만나다
  • 도솔천의 녹음과 선운사 선운교가 어우러진 풍경[이데일리 강경록 기자]선운사는 꽃으로 이름난 사찰이다. 꽃으로 유명한 사찰이 꽤 있지만, 선운사가 한 수 위다. 이른 봄에는 대웅보전 뒤편의 산자락이 온통 붉다. 1967년 천연기념물 184호로 지정된 동백나무 숲이다. 4월은 선운사 입구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꽃잎이 흩날릴 때는 극락이 따로 없다. 봄꽃에 그치지 않는다. 9월 선운사는 온통 석산(꽃무릇)이다. 붉고 화려한 꽃은 땅 위에 핀 9월의 단풍인 양하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늘 여행객이 북적이니 선운사를 포함한 선운산 일대를 천천히 음미하기 어렵다. 부러 한적한 시기에 찾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선운산 일대를 느긋하게 돌아보기 좋은 때는 6월 초순으로, 사람은 적고 숲이 생기롭다. 그냥 걸음을 내기 무료하다면 야생화나 생태 여행으로 주제를 잡아도 좋다. 동백꽃이나 석산(꽃무릇)에 가린 선운산 풀꽃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봄날에 비해 야생화 수는 적어도 숲이 주는 청량감은 절정이다. 여름 야생화의 독특한 매력도 누려볼 수 있다. 경로는 선운산도립공원 입구에서 도솔암 구간이 무난하다. 왕복 2시간 코스로, 경사가 완만해 걷기 편하고 걸음을 낼수록 숲의 정취가 더한다. 길가의 야생화도 소박한 정감으로 매료한다. 5~6월에 꽃을 피우는 산골무꽃 무리첫걸음은 2008년에 조성한 선운산생태숲이다. 이곳은 자생 숲이라기보다 종전 습지에 조성한 생태 공원에 가깝다. 생태 연못과 습지 사이로 난 데크를 오가며 익숙한 습지 생물을 관찰한다. 이맘때 가장 시선을 끄는 건 보라색 붓꽃과 노랑꽃창포다. 노랑어리연꽃도 슬슬 꽃을 피울 기세다. 선운산생태숲은 꽃만 치자면 6월보다 7월이 다채롭다. 부처꽃, 마타리, 좀비비추 등이 피어나고 습지에는 어리연꽃과 수련 등이 얼굴을 내민다. 도솔천 쪽으로는 천연기념물 367호 고창 삼인리 송악도 진귀한 볼거리다. 송악은 두릅나뭇과에 속하는 덩굴식물로, 뿌리가 바위에 붙어 자란다. 정확한 수령은 알 수 없으나 족히 수백 년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암벽을 기어오르는 푸른 덩어리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고창의 송악은 북방 한계선에 해당해 가치가 특별하다. 본격적인 야생화와 생태 탐방은 선운사매표소를 지나서 시작된다. 도솔천 왼쪽 탐방로를 택한다. 개울에 어린 초록은 선운사와 나란한 오른쪽 길이 낫지만, 숨은 야생화를 만나기에는 숲과 접한 도솔천 왼쪽이 우세하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끈 야생화는 광대수염이다. 그늘진 곳에서 30~60cm로 자라며, 흰색이나 자주색 꽃이 5~6송이 뭉쳐서 핀다. 잎자루와 줄기 사이에 긴 돌기가 광대의 수염을 닮았다. 광대수염과 비슷한 산골무꽃은 연한 보랏빛으로, 꽃술 끝에 나비가 앉은 듯하다. 광대수염과 산골무꽃은 보통 5~6월에 꽃이 피며, 도솔암 가는 길에 가장 흔한 야생화다. 수정란풀도 특이하다. 광합성을 하지 못해 줄기가 투명에 가까운 흰색을 띠며, 꽃 역시 투명한 흰 꽃이 핀다. 썩은 식물의 그 양분에 기생하며, 주로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번식한다. 노란색을 띠는 구상난풀도 있다. 수정란풀은 발견하기 쉽지 않은데, 무리 지어 자라므로 하나가 있으면 주변에 더 있을 확률이 높다. 도솔제쉼터부터는 하천보다 숲이 깊다. 야생화와 더불어 삼림욕의 청쾌함을 만끽하며 걷기에 알맞다. 선운산 산림의 특징이 두드러져 소나무가 많은 침엽수림에서 활엽수림으로 변해간다. 온도가 올라가며 거제, 진도 등 남해에서 자라던 식물도 등장한다. 7~8월에 꽃을 피우는 애기등이 숲의 변화를 대변한다. 참나무나 서어나무, 물푸레나무 등도 늘어난다. 덕분에 여름 숲이 꽤나 울창하다. 길가에는 나무 그늘을 드리워 쉼터도 제공한다. 잠깐 쉬노라면 광릉골무꽃이나 광릉갈퀴가 여름 꽃을 피워 반긴다. 둘 다 광릉에서 처음 발견되었는데, 꽃의 빛깔이나 생김이 다르다. 광릉갈퀴는 붉은 자줏빛이고, 광릉골무꽃은 보랏빛 도는 연한 파란색에 가깝다. 파란빛 도는 흰색의 참꽃마리나 노란색 미나리아재비처럼 앙증맞은 꽃도 있다. 젓가락나물도 작고 노란 꽃이 핀다. 야생화 하면 연상되는 모양새다. 사실 야생화는 일부러 찾지 않으면 발견하기 쉽지 않다. 숲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걷다가 무심코 눈이 맞는 경우가 잦다. 쉬어갈 때 발끝에서 가까운 풀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방법이다. 도솔암 가는 길처럼 넓고 짙은 숲이라면 더욱 그렇다. 자주 쉬며 주변을 살펴볼 일이다. 선운산 야생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선운사로 걸음을 옮긴다. 선운사는 전북의 대표적인 고찰이다. 대웅보전,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 등 보물급 문화재도 여럿이다. 만세루에는 탁자와 다기 세트가 구비되어 무료로 차 한잔 마시며 쉴 수 있다. 7~8월에는 선운사를 찾는 즐거움이 하나 더 있다. 경내의 배롱나무 고목들이 꽃을 피운다. 진분홍 꽃이 고찰의 누각과 어울려 장관이다. 막 꽃망울을 열기 시작한 금난초는 4~6월 사이 꽃이 핀다선운사 하면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가 떠오른다. 선운사 동백꽃과 막걸리 집에 관한 시다. 서정주 시인의 고향이 선운사에서 6~7km 거리다. 현재는 미당시문학관과 미당시문학마을(진마마을)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미당시문학관은 선운초등학교 봉암분교를 개조해 지난 2001년에 개관했다. 미당의 기념품과 유품을 전시하는데, 아름다운 시는 물론 친일 부역의 흔적도 있다. 문학관 옥상은 전망대나 진배없고, 난간에는 미당의 시구가 새겨졌다. 그 위로 스물세 해 서정주 시인을 키운 팔 할의 바람이 분다. 미당시문학관 곁의 미당시문학마을은 ‘대시인의 의자’에서 시작해 마을 곳곳에 시인의 시정(詩情)이 어렸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풍경이다. 맞은편에는 고창국화마을(돋움볕마을)도 있다. 미당의 시 ‘국화 옆에서’를 테마로 꾸민 마을의 벽과 지붕에 국화 그림이 산뜻하다. 마을 여인들의 얼굴도 함께 그려 정겹다. 선운산 생태 여행의 감흥을 잇고 싶다면 운곡 람사르습지를 추천한다. 고창 고인돌공원에서 출발해 습지 일대를 탐방하는 코스다. 운곡 람사르습지는 과거 여러 마을과 경작지가 있던 땅이다. 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를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이 이전했고, 남겨진 땅은 30여 년 동안 스스로 원시 습지를 회복했다. 폭 1m 산책 데크로 돌아볼 수 있는데, 풍요로운 산림과 희귀 동식물이 주는 감흥이 남다르다. 근래 들어 고창에서 가장 각광받는 생태 여행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고인돌공원의 풍경은 보너스다. 선운사 못지않은 생태 여행의 명소로, 조금 무리해서라도 다녀올 만하다. 고창군청 문화관광과 (063)560-2456자연의 복원력을 보여주는 람사르운곡습지◇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힐링 코스 / 선운산생태숲→도솔암 가는 숲길→도솔암→선운사→미당시문학관 , 생태 코스 / 선운산생태숲→도솔암 가는 숲길→도솔암→고창 고인돌공원→운곡 람사르습지▷1박 2일 여행 코스= 선운산생태숲&숲길→도솔암→선운사→미당시문학관→미당시문학마을→고창국화마을→(숙박)→고창 고인돌공원→운곡 람사르습지→고창읍성 △가는길▷버스= 서울-고창,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6회(07:00~19:00) 운행, 3시간 30분 소요. 고창-선운사, 고창공용버스터미널에서 선운사행 농어촌버스 하루 16회(06:40~19:50) 운행, 30분 소요. 고창-선운사, 고창공용버스터미널에서 선운사행 시외버스 하루 4회(09:25~16:35) 운행, 2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고창공용버스터미널 (063)563-3388▷자동차=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 IC→석교교차로 법성포?선운사 방면 좌회전 2.9km→상용터널 진입 후 3.5km→선운사터널 진입 후 2.4km→삼인교차로 선운사 방면 좌회전 1.5km→선운사 주차장△잠잘곳= 넥스텔(고창읍 월암수월길, (063)564-8999 (굿스테이)),힐링카운티(고창읍 석정2로, (063)560-7300, www.huespapension.com (굿스테이)), 선운산관광호텔(아산면 중촌길, (063)561-3377, www.sushotel.com), 선운산유스호스텔(아산면 선운사로, (063)561-3333, www.seonunsan.co.kr)△먹을곳= 조양관(한정식, 고창읍 천변남로, (063)564-2026), 청림정금자할매집(장어구이, 아산면 인천강서길, (063)564-1406), 우진갯벌장어(장어구이, 고창읍 상월1길, (063)564-0101), 미향(바지락정식, 고창읍 모양성로, (063)564-8762) △주변 볼거리= 고창읍성, 문수사, 구시포해수욕장, 하전마을 갯벌체험학습장6월에 꽃을 피우는 미나리아재비광합성을 하지 못해 투명한 흰색의 수정난풀 꽃광합성을 하지 못해 투명한 흰색의 수정난풀 꽃최소한의 탐방로만을 허락하는 운곡람사르습지
2015.06.07 I 강경록 기자
 신선 논 강선계곡에서 만난 천상의 화원
  • [e주말] 신선 논 강선계곡에서 만난 천상의 화원
  • 신선이 머물다 간다하여 이름붙은 강선계곡[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설악산 대청봉과 마주 보는 점봉산(1424m)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존지역이다. 한반도에 자생하는 식물의 북방 한계선과 남방 한계선이 만나는 지점으로,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사람의 발길도 드물어 원시의 생태가 잘 보존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능선에 자리한 곰배령(1164m)은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야생화 천국이다. 점봉산 입산은 금지되지만 강선계곡부터 곰배령까지 약 5km에 생태 탐방 구간이 조성되어 귀하고 아름다운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여름까지 군락을 이루는 투구꽃▲탐방로 따라 이어진 계곡과 숲, 그리고 야생화산림청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강선계곡 입구에 자리한 점봉산생태관리센터로 가면 출입증을 발급받아 탐방을 시작한다. 안내원은 따로 없고 정해진 탐방로를 따라 오르며 계곡과 숲, 야생화를 만난다. 곰배령 정상과 가까운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비교적 완만해서 고운 자태를 뽐내는 야생화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신선이 내려와 놀고 간다는 강선계곡 물소리를 음악 삼아 설레는 발걸음을 옮긴다. 3~4년 만에 한 번 모습을 보인다는 조릿대 꽃이 정원을 이루고, 초여름까지 무리 지어 피는 괴불주머니와 투구 모양을 닮은 투구꽃도 인사를 건넨다. 다른 지역에서는 8월말에서 9월에 꽃을 피우는 투구꽃은 강선계곡의 기후적 특성 때문에 늦봄부터 여름에 꽃을 볼 수 있다.대나무처럼 마디가 있는 속새 군락 사이로 홀아비바람꽃이 귀여운 얼굴을 내민다. 몇 걸음 옮기자 너도바람꽃이 무리 지어 피었다. 장마가 지나면 피기 시작할 박새 군락은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기를 달리하며 피고 지는 수많은 야생화가 계곡 주변의 울창한 숲 속에 서식한다. 펜션이 모여 있는 강선마을을 지나면 계곡은 좁아지고 숲은 더 울창해진다. 점봉산은 흙보다 돌이 많아서 돌무더기가 계곡 주변에 작은 정원을 만든다. 물이 잘 빠지는 돌밭과 계곡의 적절한 습기, 고산지대의 바람이 야생화 서식에 최상의 조건을 제공한다. 꽃이 지고 잎만 남은 야생화부터 이제 막 절정에 들어선 야생화, 여름 개화를 준비하는 야생화가 어우려져 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미나리냉이와 전호, 눈개승마가 환한 얼굴로 반기고, 피나물과 줄딸기가 숲의 그늘을 밝혀준다. 다른 지역에서는 봄에 피는 세잎양지꽃이 계곡의 그늘 속에서 반가운 얼굴을 내밀고 물참대는 초록 이파리에 작고 하얀 꽃잎을 가득 달고 손을 흔든다. 광대수염, 족도리풀, 졸방제비꽃, 뫼제비꽃이 허리를 숙이게 만든다. 어여쁜 개별꽃이 무리 지어 작은 꽃밭을 이루었다. 울창한 침엽수림이 이어지는 탐방로▲정상까지 이어진 싱그러운 초록 세상고도가 천천히 높아지며 모습을 달리하는 숲을 발견하는 것도 흥미롭다. 높이 자란 소나무 군락을 지나기도 하고, 비바람에 쓰러진 나무에 이끼가 자라는 원시의 계곡을 만나기도 한다. 벚꽃같이 하얀 잎을 떨군 귀룽나무와 꽃봉오리를 다부지게 만든 함박꽃나무도 비탈면을 따라 자생한다. 돌 틈마다 자란 관중이 거대한 초록 이파리를 뽐내고, 곰배령 정상에 가까워지면 제법 넓게 군락을 이루어 싱그러운 초록 세상을 보여준다. 금빛 테두리가 독특한 금강애기나리, 꽃잎이 바늘처럼 가는 삿갓나물,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연령초를 만나며 야생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때쯤 경사가 급해지며 머리 위로 하늘이 언뜻언뜻 비치기 시작한다. 바람 소리도 강해진다. 곰배령에 가까워진 것이다. 가파른 탐방로를 오르느라, 주변에 핀 야생화를 살피느라 걸음이 두 배로 느려지는 구간이다. 키 작은 관목 숲을 지나며 하늘이 열리고, 마침내 곰배령의 드넓은 평원이 가슴에 안기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난다. 점봉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작은점봉산의 둥그런 봉우리를 기둥 삼아 펼쳐진 곰배령은 ‘곰이 하늘로 배를 드러내고 누운 형상’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인제의 현리와 진동리, 양양의 서면에서 산나물을 뜯으러 온 아낙네들이 만나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던 곳,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쨍한 햇살에 나물을 널어 말리던 곳이다. 지금은 나무 데크가 깔린 짧은 탐방로 외에는 사람의 발길이 허락되지 않는다. 강선계곡을 오르며 만난 야생화가 한자리에 모이는 평원에서는 아득히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도 볼 수 있다. 곰배령 정상에서는 야생화를 가까이 보는 대신 군락을 감상하며 자연의 경이로움과 이 땅의 소중함을 느낀다. 곰배령 정상의 풍광은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7월부터 가을까지 절정이다. 이 시기에 야생화가 천상의 화원을 만든다. 하루 탐방 인원이 300명으로 제한되고, 오전 9시와 10시, 11시에 탐방객을 들여보내는 등 규칙이 까다롭다. 곰배령에서는 오후 2시까지 탐방을 마치고 하산해야 한다. 3~5시간이 걸리는 왕복 10km 코스인데다, 야생화 감상까지 고려하면 시간 점검이 필수다.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역인 만큼 지정된 탐방로를 지키는 예절은 기본이다. 탐방로에서 만난 고사목방태산자연휴양림은 방태산(1444m)의 울창한 숲과 계곡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탐방지다. 수량이 풍부한 이단폭포를 지나 소나무 숲과 낙엽송림을 잇는 생태관찰로가 조성되어 아이들 손잡고 산책하기 좋다. 우렁찬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머무르는 산림문화휴양관이 멋지고, 캠핑 마니아를 위한 야영 데크도 넉넉하다. 여행길에 방동약수도 들러보자. 톡 쏘는 맛을 내는 탄산과 철분 함량이 높아 소화를 돕고, 위장병에도 효험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맛이 좋고 울창한 숲 속 깊이 파인 암반 사이에서 솟아나는 약수가 신비롭다. 옛날 어느 심마니가 산삼을 캐낸 자리에서 약수가 솟구쳤다는 재미난 이야기도 전해진다. 점봉산생태관리센터(033-463-8166), 방태산자연휴양림. 033-463-8590. ◇여행메모▷당일 여행 코스= 곰배령 생태 체험▷1박 2일 여행 코스= 방동약수→방태산자연휴양림 생태관찰로 탐방→숙박→곰배령 생태 체험△가는길▷버스= 서울-현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회(08:15~17:36) 운행, 약 2시간 10분 소요. 현리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설피밭·꿩바치·밤골 방면 농어촌버스 이용, 진동2리 정류장 하차, 하루 3회 운행(06:20~17:20) 도보 약 3km 거리에 점봉산생태관리센터.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동차= 서울춘천고속도로→동홍천 IC→속초·인제 방면 오른쪽 도로→설악로 따라 약 6km 이동→철정교차로에서 상남·내촌·국군홍천병원 방면 우회전→아홉사리로 따라 약 46km 이동→진방삼거리에서 방동리 방면 우회전→조침령로 따라 약 22km 이동→진동삼거리에서 진동리·양수발전상부댐 방면 좌회전→설피밭길 따라 약 6.5km 이동→곰배령 주차장→도보 153m 거리에 점봉산생태관리센터△잠잘곳= 세쌍둥이네풀꽃세상(기린면 설피밭길, 033-463-2321, www.sulpi.net), 설피밭지수네(기린면 설피밭길, 033-463-0411, www.sulpibat.com), 풍경소리(기린면 설피밭길, 033-463-1209, www.pungkungsori.com)△먹을곳= 고향집(두부 요리, 기린면 조침령로, 033-461-7391, 곰배령끝집(나물전·라면, 기린면 곰배령길, 033)463-0046, www.곰배령끝집.kr), 설피민국(곤드레밥·나물전, 기린면 설피밭길, 033-461-7242), △주변 볼거리= 내린천, 미천골자연휴양림계곡에 기대어 피어난 괴불주머니초여름까지 만날 수 있는 너도바람꽃계곡의 그늘을 밝혀주는 전호독특한 모양의 광대수염개별꽃 무리를 관찰하는 가족나들이객고산지대 수목의 특성을 볼 수 있는 탐방로방태산자연휴양림의 2단 폭포
2015.06.07 I 강경록 기자
'슈퍼맨' 삼둥이 만세, 인어공주 변신 '요염한 자태'
  • '슈퍼맨' 삼둥이 만세, 인어공주 변신 '요염한 자태'
  • ‘슈퍼맨이 돌아왔다’[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대한-민국-만세’ 삼둥이 주연의 ‘만어공주’가 첫 공개된다.24일 KBS2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 79회에서는 ‘천천히 크렴’이 방송된다. 이중 삼둥이는 송일국과 함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삼둥표 ‘만어공주’ 동화책 만들기에 도전해 이목을 집중시킨다.이날 삼둥이는 가장 좋아하는 동화 인어공주를 재해석해 웃음폭탄을 투하했다. 특히 만세는 새빨간 가발에 초록색 인어 지느러미까지 완벽 소화하며 ‘만어공주’로 변신했다. 이어 만세는 요염한 자태로 왕자님을 찾기 위해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스튜디오를 점령, 공주답지 않은 박력을 드러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반면 만어공주를 애타게 만든 왕자 역은 대한이 맡았다. 대한은 싱크로율 100% 동화 속 왕자 비주얼을 뽐내 시선을 모았다. 대한왕자는 적극적으로 호감을 드러내는 만어공주를 단호하게 뿌리치며 스튜디오 밖으로 달아났다. 이어 만세는 매정한 대한왕자를 향해 “왕자님 구해죠요~”라며 간절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현장을 폭소케 만들었다.이어 문어마녀 역을 맡은 민국은 강렬한 핫핑크 가발에 문어발이 달린 옷을 입고 등장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내 민국은 의아한 목소리로 “마녀예요? 문어예요?”라며 궁금증 섞인 질문을 던져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는 후문이다.‘슈퍼맨’ 79회는 24일 오후 4시 50분에 방송된다.▶ 관련기사 ◀☞ 조혜련 "결혼 후 행복지수 100점…남편은 진짜 인생의 반려자"☞ [포토]서예지, 보호본능 일으키는 청순미녀☞ [포토]정려원, 패셔니스타의 슈트패션☞ [포토]조보아, 큰 눈이 매력적인 미녀스타☞ [단독]유승준, 성룡 회사와 2년전 계약만료…새 소속사?
2015.05.23 I 박미애 기자
 봄날 '광한루연가'는 별미를 싣고…남원 광한루원
  • [e주말] 봄날 '광한루연가'는 별미를 싣고…남원 광한루원
  • 남원 바래봉 철쭉[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남원은 춘향의 고향이자 《춘향전》의 발상지다. 마을의 면면 역시 두 사람의 풋풋하고 애틋한 사랑을 닮았다. 봄날에는 ‘남원 춘향제’ ‘지리산 운봉 바래봉 철쭉제’ 등이 열려 한층 풍성하다. 한우와 추어탕, 흑돼지 등 먹거리도 다양해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첫 목적지는 역시 광한루원이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처음 만난 장소로, 광한루원은 광한루가 있는 정원을 부르는 말이다. 《춘향전》의 무대라 귀에 익지만, 눈으로 보기 전에는 그 매력을 알 수 없다. 계절마다 작심한 듯 표정을 바꾸니 한 번 봤다고 모두 아는 것도 아니다. 남문으로 들어서면 푸른 잔디와 완월정이 반긴다. 완월정은 팔작지붕을 인 2층 누각으로, 옛 남원의 남문인 완월루의 이름을 땄다. 춘향제의 주요 행사가 치러지는 무대다. 광한루는 옥황상제의 궁전 광한청허부를 지상에 재현했다. 완월정의 북쪽으로 둘 사이에는 저수지가 있고, 오작교와 방장정, 영주각 등이 삼신산을 이룬다. 물가로는 버드나무 고목이 줄지어 수면 위로 몸을 기울인다. 물에 어린 초록빛이 가히 환상이다. 영주각에서 방장정 남쪽을 바라볼 때 가장 화려하다. 광한루원을 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증거다. 영주각을 지나서는 광한루와 방장정 갈림길이 아름답다. 짧은 구간이지만 그윽한 대숲의 짙은 녹음이 매혹한다. 다리 건너 광한루에는 춘향과 몽룡의 만남을 떠올리며 기념사진 찍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탐스런 장면이 나온다. 광한루를 배경으로 정면에는 삼신산의 방장정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홍예 네 개를 간직한 오작교가 한껏 멋을 뽐낸다. 오작교 위로 오가는 사람들마저 한 폭의 그림이다. 누구인들 그 길에서 5월의 춘향이 되고 싶지 않을까. 남원 오작교광한루원은 눈으로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4~10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7월 셋째 주~8월 제외) 완월정에서 〈광한루원 음악회〉가 열린다. 국립민속국악원 국악연주단원의 풍류 콘서트가 흥겨움을 안긴다. 매주 토?일요일 오후 4시에는 광한루원 경내에서 신관 사또 부임 행차가 있다. 풍자와 해학의 한마당으로 주말 나들이객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5월부터 10월까지 토요일 저녁에는 유료 야간 공연 〈광한루연가 열녀춘향〉이 이색 볼거리를 제공한다. 《춘향전》의 흥취에 깊이 젖어들고 싶다면 요천을 건너 춘향테마파크에 가보자. 걸어서 오갈 만한 거리로, 요천을 가로지르는 섶다리가 새로운 명물로 등장했다. 춘향테마파크는 《춘향전》이 오롯한 주인공이다. 만남, 맹약, 사랑과 이별, 시련, 축제 등 춘향의 일대기로 꾸몄다. 영화 〈춘향뎐〉의 촬영지도 자리한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동헌과 옥사정을 재현한 시련의 장에서 장난스럽게 곤장을 치며 논다. 축제의 장에서는 월요일과 수~금요일에 마당극, 판소리 상설 공연, 판소리 체험 등이 펼쳐진다. 사랑과 이별의 장에는 단심정이 있어 계단을 오른다. 춘향테마파크에서 가장 높은 언덕이라 남원 시내 전경을 조망하기 좋다. 남원 방장정올해 춘향제는 5월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개최한다. 〈세기의 사랑가〉 공연 예술제, ‘이판사판 춤판’ 경연 등을 눈여겨봄 직하다.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를 돌아본 뒤에는 점심을 먹고 쉬어 간다. 남원 시내는 추어탕거리가 유명하다. 남원추어탕이 유명한 건 섬진강 지류의 추어와 운봉 고랭지의 토란대나 시래기가 넉넉한 까닭이다. 시래기와 들깨 가루를 듬뿍 넣고 걸쭉하게 끓인 국물이 특징이다. 한우도 좋다. 가족 여행이라면 춘향테마파크에서 가까운 ‘한우촌웰빙가’도 무난하다. 문을 연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남원 사람들 사이에 알음알음 소문이 났다. 점심 메뉴로는 돌솥밥과 함께 나오는 육회비빔밥이 알맞다. 갓 지은 밥이 입맛을 돋운다. 육회에 거부감이 있다면 익혀서 주문해도 된다. 한정식은 ‘가나안식당’이 지역에서 이름났다. 홍어삼합과 소갈비찜, 도토리묵무침, 가오리찜, 바지락국 등 한 상 넉넉하게 차려 낸다. 크게 치장하지 않아도 음식 하나하나 맛깔스러워, 남도 정식의 손맛을 느껴볼 수 있다.남원 시내를 돌아보고 나면 동쪽 운봉읍으로 향한다. 지리산허브밸리와 바래봉은 자연 그대로 남원의 봄날이다. 바래봉 철쭉은 지리산허브밸리부터 피기 시작해 4월 말에 해발 500m, 5월 10일경에는 8부 능선까지 물들인다. 만개하면 바래봉과 세걸산을 잇는 산등성이가 장관이다. 연분홍 비단 치마가 산을 뒤덮은 듯하다. 지리산허브밸리에서 바래봉까지 왕복 세 시간 코스가 기본이다. 철쭉제 기간에는 지리산허브밸리가 축제 행사장 역할을 한다. 남원은 2005년 9월 지리산 웰빙 허브산업특구로 지정되었다. 그 중심에 지리산허브밸리가 있다. 가족 방문객은 압화 전시관과 카페테리아, 풍차 포토 존을 갖춘 허브테마파크에서 주로 체험한다. 압화 전시관에는 지리산 자생식물 압화를 계절별로 전시한다. 평소 보기 힘든 들꽃을 관찰할 수 있어 유익하다. 조금 긴 산책을 원하면 자생식물생태공원을 이용한다. 지리산허브밸리에서 국악의 성지도 약 5.5km 거리로 지척이다. 남원은 판소리다섯마당 가운데 〈춘향가〉와 〈흥부가〉의 배경이고, 인근 비전마을은 동편제의 가왕 송흥록의 고향이다. 가히 국악의 성지다. 전시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전시?체험실은 1~2층에 자리한다. 우리네 소리 문화와 악기 등을 전시하고, 꽹과리나 소고 같은 전통 악기를 가볍게 연주해볼 수 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하루 두 차례 예약 접수자에 한해 직접 국악기를 만들어보고, 판소리나 풍물 등을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시관 뒤편 언덕에는 국악 선인 묘역이 있어 참배도 가능하다. 인적이 드문 산책로다. 운봉읍까지 왔다면 흑돼지도 빼놓을 수 없다. ‘지리산고원흑돈’에 가면 해발 400~600m 고랭지에서 기른 버크셔 순종 흑돼지를 낸다. 육질이 부드럽고 비계가 쫀득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우리나라 돼지 생산량의 1%가 조금 넘는 양이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삼겹살, 목전지,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 등을 고루 맛볼 수 있는 ‘흑돈 명품 한 마리’가 좋다. 생고기를 꽃처럼 장식해 내는데, 같이 나오는 곰취절임에 싸 먹어도 맛있다. 야외에서 바비큐로 먹을 수도 있다. 천혜의 환경을 발끝으로 확인하고 싶을 때는 지리산둘레길로 여행을 계속한다. 천고마비가 꼭 가을의 이야기일까. 남원은 봄날의 오감이 기꺼운 여행지다. ◇여행메모△가는길= 88고속도로 남원 IC→남원교차로 광한루원 방면 우회전→충정로 1.5km 직진→시청삼거리 춘향테마파크 방면 좌회전→시청로 700m→남원대교사거리 광한루원 방면 우회전→요천로 1.6km 직진 우측→광한루원 △잠잘곳= 마음호텔(063-631-9999), 남원호텔(063-626-3535), 한일파크(063-632-8462), 윈호텔(063-625-1801)△먹을곳= 육회비빔밥은 한우촌웰빙가(063-632-6935), 한우구이는 한우회관(063-625-4777), 한정식은 가나안식당(063-632-5566, 흑돼지구이는 지리산고원흑돈(063-625-3663), 추처탕은 새집추어탕(063-625-2443)△ 축제와 행사 정보 - 제85회 남원 춘향제 : 2015년 5월 22~25일, 광한루원?요천 일원, 063)620-5771, www.chunhyang.org - 제21회 지리산 운봉 바래봉 철쭉제 : 2015년 4월 25일~5월 24일(개화기에 따라 변동 가능), 바래봉 일원, 063)634-0024(운봉읍사무소) △주변 볼거리실상사, 만인의총, 황산대첩비, 가왕 송흥록?국창 박초월 생가, 혼불문학관▶ 관련기사 ◀☞ [e주말] 나들이…왕처럼 하루를 '조선왕가 힐링스힐'☞ [e주말] 나들이…전통민속의 보존 '부천 한옥체험마을'☞ [e주말] 나들이…강가의 로맨스 '북한강 드라이브길'☞ [e주말] 나들이…천하명당서 애절한 사부곡 '융릉.건릉'☞ [e주말] 나들이…온가족 즐거운 '경마공원'
2015.05.02 I 강경록 기자
 지붕없는 미술관 '고흥'의 봄이 무르익다
  • [여행] 지붕없는 미술관 '고흥'의 봄이 무르익다
  • 전남 고흥 외나로도 봉래산에 자리한 삼나무 숲길. 고흥마중길이라 부른다. 이 곳에는 약 100년생 삼나무와 편백나무 9000여 그루가 사철 푸른 모습으로 도열해 있다.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어득한 그늘을 만드는 숲길은 보드라운 흙길이라 걷기에도 좋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이즈음 전남 고흥 땅은 초록으로 가득하다. 고흥 땅 어디에나 구릉을 따라 심어진 마늘이 성성하고 보리밭도 푸름이 더해가고 있다. 길가의 텃밭에 심은 갓에는 마침 내린 봄비가 동글동글 맺혔다. 고흥에서는 어디로 향하든지 이런 초록의 전경으로 가득 차 있다. 시야에 보이는 풍경은 액자에 가둬 두면 그것 그대로 ‘봄의 풍경’이 될 정도다. 그 덕에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도 불리는 고흥 땅, 그중에서도 덜 알려지고 더 그림 같은, 숨어 있는 봄 풍경을 만나보고 왔다. 수도권에서 보면 멀고도 먼 남도 끝자락 여행. 하지만 꽃다운 봄날을 누리는 여정이다. 고흥군은 우주발사전망대 일원에 길이 3㎞의 ‘다랑논 유채꽃 둘레길’과 해발 449m의 우미산 천년의 오솔길에 핀 생강나무꽃과 진달래꽃, 벚꽃길을 연계한 다양한 트레킹 코스를 개발했다.◇바람에 날리는 비단 같은 섬 ‘나로도’ 우주항공도시 고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나로도다. 고흥읍에서 동남쪽으로 36㎞ 떨어진 곳에 있는 외딴 섬. ‘나로호’의 이름도 나로도에서 나왔다. 바다에서 본 섬의 모습이 마치 바람에 날리는 비단 같아서다. 나로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뱃길과 육로를 이용하는 것. 비단 같은 섬은 뱃길로 봐야 한다. 나로도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섬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 다시 나로도항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바다에서 바라본 외나로도의 해안은 땅에서 보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기암절벽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서답바위가 반기고 이어 암초 곡두여가 눈에 들어온다. 맷돌 형상이다. 불쑥 솟은 바위와 벌렁 드러누운 바위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곡두여를 지나면 사자바위와 카멜레온바위, 부처님바우 등이 부채를 펼쳐놓은 듯 줄줄이 이어진다. 이름을 따라 바위를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사자바위를 지나면 우주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봉래산 아래 자리 잡은 모습이 마치 새가 알을 품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천혜의 요새다. 육로의 주요코스는 외나르도다. 나로도는 내나로도와 외나르도로 나뉘는데 고흥에서 나로대교를 지나면 내나로도, 여기서 다시 다리를 건너면 외나로도다. 외나로도가 알려진 것은 우주센터 덕. 하지만 우주센터는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다. 우주센터와 발사대를 기대하고 왔다면 십중팔구 실망하게 마련이다. 관광객은 우주센터 입구나 우주과학관, 나로호 모형 우주선 정도만 들러볼 수 있다. 그렇다고 우주과학관이 실망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전시물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교육적이다. 그럼에도 외나로도를 찾아간 이유는 봉래산 자락을 가득 메운 우람한 삼나무와 편백나무 때문. 우주과학관 앞의 작은 다리에서 오른편으로 난 샛길을 따라 저수지를 지나 10분쯤 오르면 힘찬 삼나무·편백나무숲이 펼쳐진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숲의 수목은 삼나무로 잘 알려졌지만 찬찬히 둘러보니 오히려 편백나무가 더 많이 눈에 띈다. 삼나무와 편백나무는 겨울에도 짙푸른 상록림이지만, 겨울의 어두운 초록은 봄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화사하게 생기를 품는다. 숲이 시작되는 중턱의 돌담들이 서 있는 집터에서 바라보는 숲은 그야말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숲은 맑은 날의 풍광도 좋지만, 비가 내리고 안개가 피어날 때가 가장 아름답다. 일순 안개가 숲을 빨아들였다가 내뿜는 모습에서는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거금도 둘레길에서 바라본 거금대교의 모습.◇고흥반도의 서남쪽 끝 섬 ‘거금도’ 거금도는 남해에 둥둥 떠 있던 외로운 섬이다. 거금도라 불린 이유가 재밌다. 섬에 큰 금맥이 있었다는 것이다. 처녀지나 다름없던 섬마을이 육지로 편입된 것은 2011년. 거금대교가 개통되면서부터다. 면적 65㎦(약 1만 9600평). 육지가 되기 전에는 국내 섬 가운데 10번째로 컸고, 육지와 연결되지 않은 섬 가운데는 제주도와 울릉도 다음으로 컸다. 이제 막 봉인에서 해제된 거금도는 빼어난 풍광과 명소를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다. 거금도에는 고흥의 녹동항 쪽에서 소록도를 딛고 건너간다. 거금대교는 총연장 6.67㎞. 육상구간을 빼면 바다를 건너는 교각구간은 2㎞ 남짓이다. 높이 168m의 주탑 두 개가 케이블로 연결한 상판을 버티고 서 있다. 늘씬하게 잘 생겼다. 다리가 보여주는 조형미만으로도 가 볼 이유는 충분하다. 가장 독특한 건 다리 상판이 2층으로 돼 있다는 점. 2층 상판의 도로 위를 차량이 시원스레 달리고 아래층은 보행자와 자전거가 다닌다. 도로 옆에 보도를 놓은 다른 다리와 뭐가 다를까 싶었는데, 한 층의 다리를 다 차지하고 활보하는 기분은 차량의 소음 속에서 옹색한 보도를 따라 건너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걸으면서 좌우 양쪽의 바다를 다 볼 수 있다. 빤히 건너다보이는 작은 섬인 상화도와 하화도 앞으로 고깃배와 어선, 화물을 실은 상선이 오간다. 배들이 바다 위로 길게 끌고 가는 포말에 햇살이 부딪쳐 반짝인다.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이런 길을 따라 바다를 건너 섬으로 걸어 들어간다. 거금도에 당도하면 먼저 섬을 한 바퀴 도는 해안일주도로에 오르는 게 순서다. 거금대교에서내려서자마자 금산면사무소를 지나면 ‘김일기념관’이 있다. 그 뒤쪽엔 체육관도 있다. 거금도는 1960~70년대 가히 ‘국민적 영웅’이던 프로레슬러 김일의 고향이다. 당시 김일 선수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너나없이 어려웠던 시절, 온 국민은 야비한 반칙을 밥 먹듯이 하는 일본선수를 단번에 때려눕히던 김일의 박치기 한 방에 시름을 잊곤 했다. 섬 안에서 가장 빼어난 곳은 오천항 일대다. 이곳 바다는 제법 번성한 어촌마을의 포구와 그 앞에 떠있는 섬들이 어우러져 그윽한 정취를 빚어낸다. 대취도, 소취도, 모녀도, 독도, 준도…. 고만고만한 섬들은 난대림으로 온통 짙푸르다. 낭만을 이야기하자면 바로 여기를 빼놓을 수 없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거금도 둘레길을 걸어봐도 좋다. 둘레길은 총 7개 구간. 마라톤 코스 42.195㎞와 같은 길이다. 고흥 중산일몰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풍경. 도로변에 위치한 중산일몰전망대 앞으로 우도를 비롯한 크고 작은 섬들이 득량만을 향해 징검다리처럼 뻗어 나간다. 해질녘 붉게 물든 갯벌에서 뻘배에 의지해 꼬막을 채취하는 아낙들은 한 폭의 그림이다.◇여행메모△가는길=호남고속도로 익산 갈림목에서 익산-장수 간 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완주에서 다시 완주-순천 간 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순천에서 내려선 뒤 벌교를 지나면 고흥이다. △잠잘곳=거금도 안에는 괜찮은 숙소들이 꽤 있다. 거금도 한옥민박(061-282-5327)은 바다를 마당으로 둔 운치 있는 한옥이다. 잔디마당 너머로 공룡알 해변을 앞에 두고 있는 하얀파도펜션(061-844-1232)도 추천할 만한 곳이다. △먹을곳=고흥의 먹을거리라면 단연 활어회. 이즈음이 딱 제철인 것이 삼치다. 고흥에서는 삼치를 회로 낸다. 삼치회를 차려내는 식당은 나로도항 일대에 모여 있다. 다도해식당(061-834-5111)이 이 일대에서 제법 알려진 곳. 이외에도 순천식당(061-833-6441), 진미회관(061-833-6615) 등이 있다.△고흥우주항공축제=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박지성 종합운동장에서 ‘고흥우주항공축제’가 열린다. 우주항공시설을 연계한 전국 최고의 우주항공 테마형축제다. 매년 10만명 이상이 찾는 대표적인 과학축제 중 하나. 2004년부터 매년 봄에 개최돼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다. 모형로켓 발사체험, 에어로켓 만들기 체험, 미니로봇체험 등 우주항공 체험행사와 우주항공홍보관, 모터 패러글라이딩 시연, 스페이스 매직쇼, 유등전시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061-830-5305. 거금도 오천항 모습. 이곳 바다에는 제법 번성한 어촌마을의 포구와 그 앞에 떠있는 섬들이 서로 어우러졌다. 남쪽바다의 그윽한 정취를 빚어낸다.벚꽃이 만개한 고흥만 벚꽃길 풍경. 벚꽃길은 고흥만 방조제에서부터 8㎞ 가까이 되는 도로변 양쪽으로 꽃 터널을 이뤘다.벚꽃이 만개한 고흥만 벚꽃길 풍경. 벚꽃길은 고흥만 방조제에서부터 8㎞ 가까이 되는 도로변 양쪽으로 꽃 터널을 이뤘다.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 오르면 호수같이 조용한 바다에 콩을 한줌 쥐었다 휙 뿌려 놓은 듯한 수많은 섬들이 눈앞에 들어온다. 전망대 왼쪽에는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다랑이 밭이 층층이 있어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고흥 우주발사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 한낮의 밝은 빛을 잃고 서서히 사그라드는 낙조가 한편의 서정시를 연출한다.고흥 우주발사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 한낮의 밝은 빛을 잃고 서서히 사그라드는 낙조가 한편의 서정시를 연출한다.고흥 중산일몰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풍경. 도로변에 위치한 중산일몰전망대 앞으로 우도를 비롯한 크고 작은 섬들이 득량만을 향해 징검다리처럼 뻗어 나간다. 해질녘 붉게 물든 갯벌에서 뻘배에 의지해 꼬막을 채취하는 아낙들은 한 폭의 그림이다.거금도는 1960~70년대 가히 ‘국민적 영웅’이었던 프로레슬러 김일의 고향이다. 거금대교를 건너면 금세 금산면사무소를 지나게 된다. 면사무소를 지나자마자 ‘김일기념관’이 있다.전남 고흥 거금도에 있는 김일기념관의 故김일 선생의 동상.거금도 둘레길에서 바라본 한려해상.거금도 둘레길에 조성된 ‘해양낚시공원’나로우주센터 들어서 있는 나로호 발사체 모형.나로우주센터 내부전남 고흥 외나로도의 봉래산(410m)‘고흥마중길’에 놓여진 약 100년생 삼나무와 편백나무 9000여 그루가 사철 푸른 모습으로 도열해 있다. 얼추 100년이 다 된 나무의 둥치가 한 아름이다.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어득한 그늘을 만드는 숲길은 보드라운 흙길이라 걷기에도 좋다.고흥 우주발사전망대에서 바라본 고흥 반도의 모습. 고흥 우주발사전망대 인근에 다랑논 둘레길이 조성돼 있어 상춘객들과 트래킹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우주발사대 모양의 우주발사전망대에서는 나로우주센터 우주발사체장면과 다도해의 아름다운 절경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나로우주센터와 직선으로 17㎞ 거리에 위치해 있다석양이 아름다운 전남 고흥의 형제섬.▶ 관련기사 ◀☞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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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4 I 강경록 기자
化들짝 핀 봄꽃에 춘심도 和르르
  • 化들짝 핀 봄꽃에 춘심도 和르르
  • 화담숲에서 찾아낸 복수초와 산수유꽃, 히어리, 버들강아지꽃.[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말 그대로 ‘성큼’이다. 봄바람이 남녘에서 KTX 고속열차를 탄 듯 빠르게 북상했다. 경기도 일대 봄꽃들은 봄소식을 전할 준비를 서두른다. 때마침 살랑이는 봄바람은 산과 들을 매만진다. 아직 단잠에 빠져 있는 봄꽃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도로변 개나리와 산수유꽃은 노란 얼굴을 살짝 내밀고, 강변의 매화는 나뭇가지마다 힘을 줘 꽃봉오리를 발갛게 달군다. 양지바른 곳 일부 성급한 봄꽃들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꽃잎을 열고 은은한 봄향기를 내뿜는다. 남도에서 밀려드는 봄내음에 한달음에 달려간 곳은 경기도 한복판의 넓은 땅 광주. 광주는 봄마중하면 으레 생각나는 남도보다 가까워 부담도 덜하다. 다행히 차가 안 막히면 서울 도심에서 1시간 이내다. 게다가 남도보다 개화시기가 늦어 시간도 넉넉하다. 꽃구경 끝에 둘러볼 테마박물관도 많다. 자녀와 함께 떠나는 봄맞이 여행지로 제격이다. 경기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에서 우연히 발견한 복수초. 수풀사이로 도드라지게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부끄러운 처녀의 붉은 얼굴과 같다.◇곤지암 화담숲…때이른 봄향기 맡으며 화담(話談)을 성미 급한 봄꽃이 수도권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경기 광주시의 곤지암 화담숲. 곤지암리조트 내 약 76만 330㎡(약 23만평) 면적에 지난해 조성한 생태수목원이다. 총 17개 테마원에 4300여종의 국내 자생식물과 도입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랜 동면을 끝내고 개장했다. 들머리부터 연둣빛 세상. 볕을 받은 여린 이파리들이 눈부시다. 마음까지 연둣빛으로 변하게 하는 봄의 ‘마력’이다. 수풀 사이에서 도드라지게 반짝이는 꽃을 만났다. 다가가 들여다보니 복수초다. 볕 좋은 곳에 노란 복수초가 수줍게 꽃망울을 쳐들고 있다. 복수초는 설날 아침에 핀다고 해 원일초(元日草), 눈 속에서 꽃이 핀다 해 설연화(雪蓮花), 얼음 사이에서 핀다고 해 빙리화(氷里花)로 불린다. 복수초가 피어나면 주변의 눈이 녹아내린다고 해 눈색이꽃, 얼음새꽃이라고도 한다. 사실 이곳 봄꽃들도 정신없긴 마찬가지.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와 버들강아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아직은 이른 산수유꽃도 드문드문 얼굴을 내민다. 지난주 섭씨 20도를 오르내리는 이상기온 탓이다. 기분 좋은 만남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화담숲 탐방에 나선다. 첫걸음은 이끼원. 약 6611㎡(2000여평) 규모로 국내 최대다. 초록색 이끼 원시림을 만나볼 수 있는 곳. 자연형 계곡·폭포·이끼돌·이끼자연석·단풍나무·전나무 등이 가득하다. 조심스레 이끼원을 돌아 약속의 다리로 향한다. 나무데크로 길을 내 걷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나무데크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버들강아지는 살이 오동통하게 올라 뽀얀 뺨을 한껏 부풀렸다. 약속의 다리에선 화담숲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저마다 소원과 연인들의 믿음을 담은 열쇠들이 다리 난간에 줄에 매달려 있다. 산 정상과 이어진 계곡길을 따라 오른다. 정상까진 여러 테마원이 이어진다. 양치식물이 무성한 숲을 이루는 ‘양치식물원’을 비롯해 향기부터 다른 ‘매화원’, 자작나무 수백그루가 하늘을 향해 죽죽 뻗어 눈부심을 만들어내는 ‘자작나무숲’ 등 지루할 틈이 없다. 산책길 사이로는 이제 막 망울을 터트린 산수유꽃과 히어리가 반긴다. 산수유는 연초록의 잎새보다 노란 꽃망울을 먼저 터뜨려 춘정을 일깨우는 봄의 전령사. 노란색 꽃잎 5장이 아래를 향해 달리는 히어리는 때가 일렀는지 살짝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그윽하게 퍼진 향기에 마음이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그 뒤로 시원한 폭포와 멋진 소나무 분재가 어울린 ‘분재원’은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 듯하다. 사람박물관 얼굴에 전시된 다양한 얼굴모양의 조각품. 연극연출가 김정옥 선생이 지난 40여년간 수집한 얼굴들이다.◇각양각색의 얼굴이 주는 교훈 ‘사람박물관 얼굴’‘사람박물관 얼굴’은 남종면 분원리에 있다. 이름처럼 ‘얼굴’이 테마다. 발을 들이면 눈이 먼저 놀란다. 사방천지가 얼굴이다. 문관석, 무관석, 동자석, 선비석 같은 돌사람(석인)은 뒤뜰에 섰다. 나무사람(목인), 도자인형, 가면, 초상화, 무속화, 얼굴사진 등은 전시실 실내에 놓이고 걸렸다. 얼굴마다 표정이 다채롭다. 어떤 것은 활짝 웃고, 어떤 것은 슬피 운다. 화가 치민 듯 험상궂은 얼굴, 무엇이 못마땅한지 잔뜩 찌푸린 얼굴도 있다. 아이의 얼굴은 천진난만하고, 여인의 얼굴은 요염하다. 괴이하게 생긴 것이 있고 절로 미소짓게 만드는 익살스러운 얼굴도 보인다. 얼굴마다 삶의 순간순간이 오롯이 담겼다. 연극연출가 김정옥(84) 선생이 지난 40여년간 수집한 얼굴들이다. 그는 1966년 한국의 대표적 극단인 자유를 창단했다.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까지 지낸 대한민국 연극·예술계의 어른이다. 연극배우의 얼굴사진을 전시실 한쪽 벽을 채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연극인이라면 얼굴표정에 집중되는 표현력에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하다. 얼굴수집에 보인 집착을 이해할 만하다. 찬찬히 얼굴 들여다보는 재미가 은근하다. 10여분만 쳐다보면 표정과 눈빛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한 사람의 얼굴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 각인되나 보다. 희로애락의 순간, 누군가의 얼굴이 반사적으로 퍼뜩 떠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인가 보다. 가슴이 느끼면 여운이 오래간다. 박물관은 단출하다. 그러나 정갈하다. 전시실은 연극무대처럼 꾸몄다. 가운데 공간이 무대인 듯 보이고 계단이 객석처럼 보인다. 2층에 올라서면 무대가 내려다보인다. 수많은 얼굴들이 한 편의 연극을 공연하고 있는 듯하다. 마당 뒤뜰에는 관석헌이 자리 잡았다. 전남 강진에서 옮겨 온 한옥이다. ‘돌을 바라본다’는 의미다. 여류화가 김승희 선생의 할아버지가 80여년 전 백두산 소나무로 지은 집이란다. 지인이나 박물관 회원은 관석헌을 빌릴 수 있다. 숙소로 괜찮고 조촐한 모임 갖기에도 제격이다. 툇마루에 앉으면 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경기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을 찾은 탐방객이 따스한 봄기운에 수줍게 노란 얼굴을 내민 산수유꽃을 바라보며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산수유꽃은 연초록의 잎새보다 노란 꽃망울을 먼저 터뜨려 춘정을 일깨우는 봄의 전령사. 매화와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투며 핀다.◇여행수첩△가는길=<곤지암 화담숲> 중부고속도로→곤지암IC→3번국도 이천방향→곤지암교사거리→곤지암리조트→곤지암 화담숲/ <사람박물관얼굴> 중부고속도로→광주천진암IC→도마삼거리 우회전→퇴촌사거리에서 남종·분원 방면으로 좌회전→분원리에서 100m 직진→사람박물관 얼굴 △머물곳=가족끼리 묵기에는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1661-8787)가 단연 으뜸이다. 시설이 쾌적하고 산책로, 갤러리, 패밀리스파 등 리조트 내 즐길 거리도 많다. △곤지암 화담숲=11월 말까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매주 월요일 휴원, 성수기·공휴일 오픈)하고, 입장료는 성인 9000원, 청소년·경로 7000원, 소인 6000원이다. 곤지암리조트 숙박객은 성인 8000원, 청소년·경로 6000원, 소인 5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모노레일 이용은 성인·청소년·경로 3000원, 소인 2000원이다. 26일까지 50% 할인한다. 031-8026-6666. △사람박물관 얼굴=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단 수·목요일에 관람하려면 예약해야 한다. 월·화요일은 휴관이다. 031-765-3522. 지난해 봄꽃 흐드러지게 핀 곤지암 화담숲과 전동열차 전경. 화담숲은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지난 21일 개장했다. 총 17개 테마원에 4300여종의 국내 자생식물과 도입식물을 전시하고 있다.나무데크사이로 다정하게 산책하고 있는 관람객경기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에 조성된 수백그루의 자작나무. 하늘을 향해 죽죽 뻗어 눈부심을 만들어 내 지루할 틈이 없다.
2015.03.24 I 강경록 기자
"철의 도시에도 봄은 왔는가"…청보리밭의 유혹
  • "철의 도시에도 봄은 왔는가"…청보리밭의 유혹
  • 경북 포항 대포면 구만리 일대의 청보리밭. 보리 새순은 지금부터 하루가 다르게 자라 5월 말 황금빛으로 물들기 전까지 싱그러운 초록바다를 일렁인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봄 문턱을 넘어선 삼월. 바람은 차가워도 지천에는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 산과 들판에는 지난겨울 동안 더 단단해진 가지를 뚫고 올라온 연록색 새순이 봄 잔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 가운데 제왕은 보리. 밭에선 한발 앞선 진초록의 봄빛이 벌써 선연하다. 잔디만큼 자라오른 보리순이 아직은 차가운 들판에서 따뜻한 봄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보리 새순은 지금부터 하루가 다르게 자라 5월 말 황금빛으로 물들기 전까지 싱그러운 초록바다를 일렁이며 봄축제를 선도해 나간다. 보리 새순 소식이 궁금해 찾아간 곳은 ‘철의 도시’ 경북 포항. 포항에 가까워질수록 봄 풍경은 더욱 또렷해진다. 온기를 머금은 봄바람은 해안선을 따라 후후 불어오고, 먼 바다부터 겹쳐지는 파도가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겨우내 깊게 잠든 대지를 깨운다. 그 바다를 바라보며 날개를 접고 몰려 앉은 갈매기떼를 헤아리노라면 가슴 가득 청량감이 밀려든다. 동해안 최대 상설시장이라는 죽도시장과 포항운항, 입맛 돋우는 음식에서도 포항의 봄은 지천으로 널려 있다. 하선대에서 바라본 영일만 전경. 영일만은 동쪽에 돌출된 호미곶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 일대에 해안단구가 잘 발달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925번 지방도를 타면 길 옆 반대 연안으로 포항제철소와 포항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봄기운 가득한 해안도로 드라이브포항 호미곶으로 가는 길. 포항시내를 벗어나 925번 지방도에 오른다. 구불구불 오래된 어촌마을과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길이다. 바다는 줄곧 오른편에서 떠날 줄 모른다. 느리면 느릴수록 더디면 더딜수록 더 정겨운 길이다. 천천히 다가가면 속속들이 꺼내 보여주는 봄 소식을 만날 수 있어서다.도구해수욕장에서 출발해 승용차로 30분. 해안가 낮은 언덕을 굽이굽이 오르내린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작은 포구와 검은 갯돌해안, 금빛 해변이 띄엄띄엄 보인다. 가까이 포구마을이 보이면 반듯한 도로를 버리고 갯가 둑 위로 난 좁은 샛길로 들어선다. 봄기운 가득한 바다풍경이 좀 더 가까워 정겹게 느껴진다. 과메기와 오징어를 덕에 척척 걸어 놓는 촌부의 활기찬 손놀림에 덩달아 기운이 생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 해안도로에는 오밀조밀한 풍경이 가득하다. 하선대와 선바위, 장군바위와 두꺼비바위 등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행진 끝 부분, 까꾸리개라 이름 붙은 갯바위 해안을 만난다. 까꾸리개는 경상도 사투리로 ‘갈퀴’를 의미한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거셀 때 해안 가까이 회유하는 청어떼가 갯바위까지 떠밀려와 갈퀴로 쓸어 담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독수리 모양의 바위가 우뚝 선 해안에는 지금 청어 대신 갈매기떼가 하얗게 바다를 뒤덮고 있다. 이 또한 장관이다. 포항 호미곶이 있는 대보면 구만리 일대를 가득 채운 청보리밭. 잔디만큼 자라오른 보리 새순이 아직은 차가운 들판을 싱싱하게 달구고 있다. 보리밭 가운데 다섯소나무가 고고한 학처럼 기품을 잃지 않고 있다.◇초록물결 넘실… 호이곶 청보리밭까꾸리개에서 호미곶 등대로 넘어가면 파도에 밀려온 바람에 넘실대는 거대한 초록물결을 마주한다. 대보면 구만리 일대에 펼쳐진 청보리밭이다. 이곳을 가득 채운 66만㎡(약 20만평)를 넘는 청보리밭은 드넓은 들판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바닷가 언덕까지 이어졌다. 겨우내 모진 추위를 꿋꿋이 이겨낸 보리들이 이젠 봄 햇살에 푸름을 더하고,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한없이 일렁인다. 이곳 일대는 바닷바람이 강해 쌀농사가 힘들어 본래부터 보리밭 천지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대보 처녀는 시집갈 때까지 쌀 서 말을 못 먹는다’는 말이 있을까. 그만큼 쌀 구경하기가 들었던 곳이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리밭 사잇길로 하얀색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이색적인 풍경을 그리며 한가롭게 돌고, 연초록 보리밭이 산과 바다를 향해 지평선과 수평선을 그린다. 한 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다. 보리밭 가운데 선 다섯 그루의 소나무는 고고한 학처럼 기품을 잃지 않고 터줏대감처럼 서 있다. 소문 듣고 찾아온 사진작가, 지나던 길에 멈춰 선 관광객들이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 앞바다에 세워진 ‘상생의 손’을 배경으로 셀프카메라 찍기에 여념이 없는 여행객들. ◇과거 속으로 풍덩…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청보리밭에서 호미곶까지는 지척이다. 해안가로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면 수면 위로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편 거대한 조형물이 나타난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과 그 앞바다에 조성한 조각 ‘상생의 손’이다. 밀레니엄을 앞두고 1999년 12월 세운 상생의 손 조각은 본래 두 개다. 대부분 사진으로 봤던, 바다에서 불쑥 튀어나온 이 거대한 손이 ‘오른손’이고, 나머지 ‘왼손’은 육지공원광장에 있다. 이 사실 알게 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손가락 끝에 갈매기 한 마리가 앉은 모양새가 고즈넉하다. 호미곶에는 ‘상생의 손’ 외에도 수평선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새천년기념관)와 그림 같이 예쁜 등대가 있는 국립등대박물관도 있다. 호미곶을 나와 구룡포까지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아기자기한 해변을 따라 도착한 구룡포에는 일제강점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역사거리. 구룡포항 인근 구룡포우체국을 돌아들어 가는 작은 골목. 안으로 일본식 목조건물들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어부들이 황금어장인 이곳 구룡포로 이주하면서 형성된 거리다. 당시 지어진 일본식 목조건물들이 한 세기가 지나도록 작은 골목길을 사이로 두고 머리가 맞닿을 듯 서 있다. 우리가 흔히 ‘적산가옥’이라 부르는 건물이다. 적산가옥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에 지어진 일본인들의 집. 목조가 주를 이루며 군더더기 없는 외형과 창이 많은 점 등이 특징이다.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포항운하와 크루즈. 지난해 3월 개통한 포항운하는 형산강과 동빈내강을 잇는 길로 물길이 원활해져 수질이 좋아졌다.◇다시 뚫린 물길 위에 낭만도 흐른다…포항운하 포항 도심 경관이 확 달라졌다. 지난해 3월 포항운하를 개통하면서다. 형산강과 동빈내강을 잇는 길이 1.3㎞, 폭 15~26m의 포항운하는 지난 40여년 동안 끊겼던 물길을 다시 잇기 위해 뚫었다. 운하가 개통되면서 송도해수욕장이 있는 송도동은 섬이 됐고, 물의 흐름이 원활해져 수질이 좋아졌다. 운하 주변은 군데군데 설치미술 작품이 있는 깔끔한 산책로로 탈바꿈했다. 포항운하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포항크루즈를 타는 방법이 가장 좋다. 포항크루즈는 A코스와 B코스로 운항한다. A코스는 크게 도는 코스로 약 8㎞, 40분 정도가 걸린다. 요금은 1만원. B코스는 기상이 안 좋을 때 A코스를 줄여 단축 운항하는 코스. 왕복 6㎞로 30분 정도 소요된다. 요금은 6000원. 포항운하관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는 작은 배를 타고 아기자기한 도심을 유랑하는 맛이 제법 낭만적이다. 승선 전에 선장이 ‘새우맛 나는 과자’를 사라고 호객하는데, 미리 사오지 않았다면 이때 무조건 사는 게 좋다. 이 과자 덕에 몰려드는 갈매기에 잃어버린 동심을 찾을 수 있다. 크루즈는 파도가 높은 날을 제외하면 운하, 요트 계류장, 포항함 체험관, 여객선 터미널을 거쳐 영일만의 넓은 바다로 나간 뒤 다시 포항운하관으로 돌아온다. 포항운하관에는 포항운하의 복원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운하전시관과 바다 쪽으로 큰 창이 난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다. 바다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그윽하다. 철규분식 찐빵. 고급스럽지 않은, 그래서 더 인공적이지 않아 더 정감가는 맛이다.◇여행메모△가는 길= 중앙고속도로나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대구까지 가서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간다. 경부고속도로에 올라서 김천으로 가서 김천∼포항 간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 4월 초에는 포항까지 가는 길이 가까워진다. 코레일이 4월 2일부터 서울역~포항역을 잇는 KTX를 20여편을 운행한다. △묵을 곳= 지곡단지 내 숲 속 영일대호텔(054-221-9452~3)이 자리하고 있다. 포항제철소를 건설하는 동안 숱한 귀빈들이 다녀간 포항의 역사가 담긴 숙소다.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은 아예 이곳을 숙소 삼아 제철소 건설을 진두지휘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포항을 방문할 때면 이곳에서 주요 인사를 만나고 업무도 처리했고 김수환 추기경도 생전에 다녀간 포항의 ‘명소’다. △먹을 곳▷철규분식(054-276-3215)=구룡포초등학교 앞 50년 전통의 찐빵집이다. 평일 주말 구분 없이 늘 손님으로 북적인다. 특이한 점은 찐빵을 단일메뉴로 먹을 확률이 거의 없다는 점. 가게로 들어서자마자 주인장의 “찐빵 없어요”가 먼저 울린다. 그래도 포기하지 마시길. 일단 국수나 팥죽을 시켜놓고 찐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기다림의 끝은 달콤한 전통 팥빵. 국수(2000원), 팥죽(2000원), 찐빵(3개 1000원)이다. ▷다미촌(054-283-0046)=생고기 전문점이다. 육회와 뭉태기, 갈비살이 대표음식. 하지만 생고기보다 유명한 것은 바로 이곳 주인장인 함순복 씨다. 일명 ‘폭탄주 달인’으로 불린다. 모 주류회사에서 명예홍보대사 1호로 선정했을 정도. 총 여섯 가지 폭탄주를 제조하는데 단골을 위한 주인장의 특별 서비스인 셈이다. 지극히 한국적인 칵테일 제조법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예술성이 뛰어나다. 하선대에서 바라본 영일만 전경. 영일만은 동쪽에 돌출된 호미곶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 일대에 해안단구가 잘 발달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925번 지방도를 타면 길 옆 반대 연안으로 포항제철소와 포항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925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갯가 둑 위로 난 좁은 샛길로 들어서면 과메기와 오징어를 덕에 척척 걸어 놓는 촌부의 활기찬 손놀림도 볼 수 있다.925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갯가 둑 위로 난 좁은 샛길로 들어서면 과메기와 오징어를 덕에 척척 걸어 놓는 촌부의 활기찬 손놀림도 볼 수 있다.구룡포과메기 덕장.호미곶 전망대에서 갈매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여행객.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 전경. 양 쪽 건물이 작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머리를 맞닿을 듯 서 있다.포항크루즈로 몰려드는 갈매기떼.포항크루즈로 몰려드는 갈매기떼.㎦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포항운하의 포항크루즈.포항운하의 야경. 운하 주변으로는 군데군데 미술 작품이 있는 깔끔한 산책로로 탈바꿈했다.
2015.03.03 I 강경록 기자
"뽕잎 넣은 피자로 국민건강과 입맛 둘 다 잡았죠"
  • "뽕잎 넣은 피자로 국민건강과 입맛 둘 다 잡았죠"
  •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피자하면 정크푸드란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싶습니다. 피자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뽕뜨락피자가 실현하겠습니다.” ‘노르스름하게 구워져 나온 도우’, ‘건강에 좋지 않은 정크푸드.’ 피자하면 떠오르는 대체적인 이미지이다. 이런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피자가 있다. 뽕잎 가루를 넣어 만든 초록색 도우에 밀가루를 쓰지 않은 건강한 피자, 바로 ‘뽕뜨락피자’가 그 주인공이다. 2011년 처음으로 등장한 뽕뜨락피자는 지난해 매출액 200억원을 올리면서 4년 연속 평균 62%의 매출액 신장을 기록했다. 가맹점 수도 지난해 12월 354개를 돌파했다. 중국에도 진출해 지난해 상반기에만 4개 매장을 오픈했다.지난달 31일 목동에 위치한 뽕뜨락피자 본사에서 만난 명정길(46.사진) 뽕뜨락피자 대표는 “맛과 건강을 모두 사로잡은 것이 성공의 배경”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뽕뜨락 피자 매장은 순백색 벽면에 천장의 격자무늬가 인상적이었다. 백색은 누에고치를 뜻하며, 격자무늬는 뽕잎을 형상화한 것이다. 명 대표와 피자의 만남은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간다. “당시 부잣집 친구 녀석이 한 명 있었어요. 그 친구를 따라 처음 돈가스를 먹으러 갔는데, 맛이 황홀하다고 해야 할까. 그 맛에 반해 친형 신분증을 가지고 가 양식집에 취업을 하게 됐어요. 피자도 그때 처음 접하게 됐고 제 피자 인생이 시작된 거죠.”이후 피자헛에 입사한 그는 2000년 처음으로 곡물을 넣은 피자를 개발해 직접 개인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곡물 피자 사업은 실패로 돌아간다. “특허권에 대한 개념을 몰랐어요. 다른 업체들이 곡물피자를 모방할 때 방어하지 못했죠. 결국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해졌고, 문을 닫게 됐습니다.” 곡물피자의 실패를 교훈삼아 새롭게 개발한 것이 뽕잎 가루를 넣어 만든 뽕뜨락피자다. 명 대표는 뽕뜨락피자를 개발하자마자 특허 등록을 했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건강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됩니다. 이미 ‘웰빙’은 십년 가까이 지속된 트렌드로 자리 잡았죠. 그런 기조에 맞춰 국민 건강을 위한 피자를 개발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만든 것이 뽕뜨락피자입니다.”뽕뜨락피자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데는 방송광고가 큰 몫을 했다. 지난해 큰 사랑을 받았던 KBS2 주말 드라마 ‘왕가네식구들’에서 뽕뜨락피자를 야식으로 먹는 모습이 화제가 돼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하며 일명 ‘왕가네피자’라는 예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런 마케팅을 전두 지휘한 것도 명 대표다. “가족적인 이미지를 주면서 광고효과가 큰 게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 가족드라마가 최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건강한 피자라는 회사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였죠.”뽕뜨락피자는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특별한 피자로도 유명하다. 두꺼운 피자도우에 치즈와 고구마를 넣고 구운 ‘피자케이크’와 도우가 두 겹인 ‘웨스틴콤보더블피자’는 피자버거로 불리며 젊은 층에 특히 인기가 높다. 그는 신메뉴 개발을 위해 피자개발 연구소를 구축하고 매년 10억원을 투자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치즈크러스트피자를 개발해 피자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진종환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명 회장의 올해 목표 매출액 350억원이다. “새로운 메뉴 개발과 함께 전국적인 가맹점 관리를 꾸준히 하면, 지금의 추세를 봤을 때 불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사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죠. 가맹점과 본사가 힘을 합쳐야 가능한 것입니다. 모두가 힘을 모아 국내 피자프랜차이즈의 신화로 거듭나겠습니다.”명정길 뽕뜨락피자 대표. 뽕뜨락피자 제공명정길 뽕뜨락 피자 대표. 뽕뜨락피자 제공명정길 뽕뜨락 피자 대표. 뽕뜨락피자 제공
2015.01.12 I 채상우 기자
횡성에 한우만 있는게 아니더라…호수·숲·바람 여행
  • 횡성에 한우만 있는게 아니더라…호수·숲·바람 여행
  • 횡성호 호반에 조성된 ‘횡성호수길’을 걷고 있는 도보 여행객. 호반 곳곳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가 길손에게 손짓을 한다. 해마다 이맘때가 횡성호수길을 걷기 가장 좋은 시기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가을이 절정을 향해 성큼 다가서고 있다. 쪽빛 하늘은 끝없이 높고 설악산을 물들인 단풍전선도 남하를 서두르고 있다. 억새를 두른 호수는 자욱한 물안개를 더해준다. 걷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 이즈음 느릿하게 걸어보기에 좋은 길이 있어 소개한다. 강원 횡성군의 ‘호숫길’이다.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 들판, 길가와 들녘으로 하염없이 이어지는 코스모스, 삐죽삐죽 험준한 봉우리를 넉넉하게 품은 강원도 특유의 하늘빛까지. 호수를 따라 반나절 남짓 걸을 수 있는 이 길 위에서 가을을 반겼다. 호수는 버릴 건 버리고 담을 건 모두 담았다. 붉은 단풍만이 가을여행이 아니라는 속삭임까지. 횡성호 호반 주변으로 조성된 ‘횡성호수길’. 한 줌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벗 삼아 길을 나서기 가장 좋은 계절, 가을이다.◇거울 위에 가을 내리다…횡성 길 위에 가을이 널렸다. 산자락 유순한 언저리를 이리저리 굽이치며 길은 이어진다. 횡성호수길은 횡성호를 끼고 도는 길을 말한다. 횡성호는 남한강 제1지류인 섬강 물줄기가 횡성댐에 막혀 생긴 호수. 총 저수량 8690만t, 유역면적 209㎢ 규모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길은 모두 6개 구간(27㎞). 이중 5구간(4.5㎞)이 특히 인기다. 호수를 바짝 끼고 가는 평탄한 길인데다 원점 회귀할 수 있는 유일한 코스이기 때문이다. 일명 ‘가족길’로 불리는 5구간은 망향의동산에서 출발한다. 망향의동산은 댐이 들어서면서 물에 잠긴 갑천면 구방리, 중금리, 화천리, 부동리, 포동리 수몰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 야트막한 동산에는 옛 흔적을 볼 수 있는 전시관과 중금리 탑둔지에 있던 삼층석탑, 망향탑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려시대 9세기 말쯤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은 신라석탑의 양식을 이어받아 반듯하고 단아하다. 고향을 그리는 망향탑을 뒤로하고 호숫가로 내려선다. 호수를 끼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황톳길은 유순하다. 급하게 꺾이는 몇몇 구간을 제외하면 자동차가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넓고 편하다. 5분 정도 걸었을까. 황톳길을 가로지르는 아스팔트가 불쑥 튀어나온다. 수몰 전 고갯마루였던 옛길의 일부분이다. 과거 사람들의 발길을 이어줬던 이 길은 지금 물에 잠겨 길로서의 생명을 다했다. 아스팔트를 건너면 본격적인 호숫길이다. 호수 주변 능선을 따라가는 이 길은 호수와 산, 짙푸른 하늘이 한 데 어우러진 풍광이 멋지다. 가을빛을 머금은 초목은 맑고 부드러운 햇살에 유난히 빛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살포시 올라오는 흙냄새도 구수하다. 주변 경관이 뛰어난 횡성호수길은 ‘왕의 전설’을 품고 있다.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신라에 쫓겨 갑천으로 온 뒤 갑옷을 씻은 하천으로 전해진다. 또 태기왕의 아들이 청일면 신대리로 가던 중 날이 저물어 노숙을 하는 데 한 군사가 왕자의 피로를 달래주기 위해 구릿대로 피리를 만들어 불어줬다고 한다. 인근 마을인 피리골은 구릿대 단소에서 유래돼 이름 붙여졌다.한 줌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길을 재촉한다. 산자락을 가득 메운 구절초와 쑥부쟁이, 미역취, 개미취, 각시취, 산부추가 고운 자태를 뽐낸다. 산 그림자 드리운 호수는 잠자듯 고요한데 길가에 지천으로 널린 밤에 다람쥐들만 분주하다.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임도는 고개 위 작은 공터에서 끊긴다. 공터에 놓인 정자와 벤치가 길손을 반긴다. 벤치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다. 여기서 왼쪽은 휴양림, 오른쪽은 산길이다. 휴양림으로 들어서는 길 초입은 소나무가 터널을 이뤄 운치가 있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호숫길은 1㎞ 남짓 지난 후 다시 황톳길을 따라 회귀하는 코스다. 호숫가를 버리고 산길로 든다. 울창한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횡성호는 가을햇살을 받아 눈이 부시다.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은 호숫길에서 무척 아쉬웠던 시원한 그늘을 선사한다. 길에는 다 익어서 저절로 떨어진 야생 밤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몇 개 주워 주머니에 넣으려다 멈칫. 밤을 부지런히 물어 나르고 있는 다람쥐들이 보여서다. 산에 떨어진 밤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는 바람만 있는 고요한 숲길을 40분 남짓 걸어 다시 호수와 만났다. △횡성호수길=1구간(횡성댐길·3㎞) 횡성댐↔대관대리 1시간/ 2구간(능선길·4㎞) 대관대리↔횡성온천 2시간/ 3구간(치유길·1.5㎞) 횡성온천↔화전리 1시간/ 4구간(사색길·7㎞) 화전리↔망향의동산 2시간 30분/ 5구간(가족길·4.5㎞) 망향의동산↔망향의동산 2시간/ 6구간(회상길·7㎞) 망향의동산↔횡성댐 2시간 30분짙은 숲에 파묻힌 숲체원의 모습.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만 한 곳도 없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원시림 그대로 보존이 되고 있고, 짙은 숲 사이로 시원하게 부는 초록 바람은 막힌 가슴을 뚫어줄 만큼 깊은 청량감을 선사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치유의 숲’이라 부른다.◇숲도 맑을 수 있다…숲체원숲체원은 둔내면 삽교리 청태산(해발 1200m) 7부 능선 즈음에 조성돼 있다. 해발 850m 정도 된다. 이름처럼 숲체험공간이다. 숲에 파묻혀 조용하고 아늑하다.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만 한 곳도 없다. 짙은 숲 사이로 시원하게 부는 초록 바람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다. 나무에선 피톤치드가 넘쳐나고, 계류와 폭포에서 나온 음이온이 온몸을 휘감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치유의 숲’이라고 부른다. 치유의 힘을 더 느끼고 싶다면 거미줄처럼 이어진 탐방로를 따라 걸어보길 권한다. 모두 돌아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 ‘데크로드’에서 시작해 탐방로4~탐방로1 코스, 탐방로5 코스 순으로 돌아보는 게 좋다. 1㎞ 길이의 ‘편안한 등산로’는 경사가 낮은 데크로드다. 해발 920m까지 이어져 있다. 사람의 손이 간 구조물이지만 자연의 일부처럼 전혀 거스름이 없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장애인·임산부·노약자도 산 정상까지 편안하게 숲을 느낄 수 있다. ‘2010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산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숲길로 들어선다. 숲 입구엔 붉은 열매가 탐스러운 회나무가 반긴다. 산바람에 춤을 추는 열매 아래에는 다람쥐와 청설모가 겨울준비에 분주하다. 숲에 사는 그들만의 삶에 조금씩 들어서고 있음을 느낀다. 울창한 숲이 시야를 가려 산세를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숲을 보고 느끼기엔 이만한 길도 없다. 약 1㎞가량 이어지는 길의 끝은 전망대다.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며 버섯원·식용식물원을 지나 ‘탐방로4’에 접어든다. 쉬엄쉬엄 오르는 길은 자작나무와 잣나무, 철쭉, 산벚나무, 물박달나무, 함박꽃나무 등이 빼곡하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숲은 원시림 그대로다. 숲으로 들수록 햇빛은 밝고 공기는 청량하다. 마음이 연꽃처럼 맑아진다. 길은 탐방로4-1을 거쳐 탐방로3과 탐방로1로 이어진다. 다양한 수종과 어우러진 이름 모를 야생화가 가을볕에 화사한 자태를 뽐낸다. 한 줌 바람에 사각거리는 숲은 이름 모를 새소리만 청아하다. 숲해설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는 한 무리의 아이들. 숲이 주는 청량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건가. 아이들의 얼굴이 숲처럼 해맑다. 탐방로 곳곳에 자리잡은 돌탑이 눈에 띈다. 숲길의 운치를 더할 뿐만 아니라 나무와 곤충, 새 등 숲을 구성하는 것들에 대한 정보까지 담았다. 숲해설사의 설명이 없어도 숲을 이해하는 데 충분하다. 치유가 가능한 숲체원은 자연 그대로의 숲 외에 자연형 물 치료시설과 피톤치드 사우나, 운동 치유시설 등을 갖춘 포레스트 힐링 센터를 중심으로 숲 치유 프로그램을 사계절 운영한다. 숲체원을 방문한 가족 탐방객이 울창한 데크로드를 따라 숲을 경험하고 있다. 숲체원의 탐방로는 숲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곳. 모두 돌아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1km 길이의 ‘편안한 등산로’는 경사가 낮은 데크로드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갈 수 있는 곳이다.◇여행메모△가는길=영동고속도로 새말나들목이나 둔내나들목, 중앙고속도로의 횡성나들목에서 나간다. △먹을거리=장가네막국수(033-343-8377), 박가네더덕밥(033-344-1116), 원조수구레해장국(033-343-6489), 강남해장국(033-345-5900), 면사무소앞 안흥찐빵(033-342-4570), 심순녀 안흥찐빵(033-342-4460), 큰터손두부(033-342-2667) 등△머물자리=청태산 자연휴양림(033-343-9707), 둔내 자연휴양림(033-343-8155), 성우리조트(033-340-3000), 코레스코 치악산 콘도미니엄(033-343-8073), 코지호텔(033-343-3000) 등숲체원을 방문한 탐방객이 울창한 수풀림 사이로 조성된 황톳길을 따라 걷고 있다. 숲체원의 탐방로는 숲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곳. 모두 돌아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1km 길이의 ‘편안한 등산로’는 경사가 낮은 데크로드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갈 수 있는 곳이다.숲체원을 방문한 탐방객이 울창한 수풀림 사이로 조성된 ‘데크로드’를 따라 걷고 있다. 숲체원의 탐방로는 숲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곳. 모두 돌아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1km 길이의 ‘편안한 등산로’는 경사가 낮은 데크로드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갈 수 있는 곳이다.새벽 운해가 장관인 태기산. 횡성에는 높은 산이 여럿이지만, 장쾌한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태기산(해발 1261m) 정상이 첫손가락에 꼽힌다.태기산 정상에 설치된 거대한 풍차를 바라보고 있는 연인. 횡성에는 높은 산이 여럿이지만, 장쾌한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태기산(해발 1261m) 정상이 첫손가락에 꼽힌다새벽 운해가 장관인 태기산에서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는 등산객들. 횡성에는 높은 산이 여럿이지만, 장쾌한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태기산(해발 1261m) 정상이 첫손가락에 꼽힌다새벽 운해가 장관인 태기산. 횡성에는 높은 산이 여럿이지만, 장쾌한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태기산(해발 1261m) 정상이 첫손가락에 꼽힌다새벽 운해가 장관인 태기산. 횡성에는 높은 산이 여럿이지만, 장쾌한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는 태기산(해발 1261m) 정상이 첫손가락에 꼽힌다.횡성호 풍경.횡성호 호반에 조성된 ‘횡성호수길’을 걷고 있는 도보여행객. 호반 곳곳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가 길손에게 손짓을 한다. 해마다 이맘때가 횡성호수길을 걷기 가장 좋은 시기다.횡성호 호반에 조성된 ‘횡성호수길’을 걷고 있는 도보여행객. 호숫길은 횡성호를 끼고 도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산길로 이어진 길도 있어 걷는 재미를 더한다. 해마다 이맘때가 횡성호수길을 걷기 가장 좋은 시기다.횡성호 호반에 조성된 ‘횡성호수길’을 걷고 있는 도보여행객. 호숫길은 횡성호를 끼고 도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산길로 이어진 길도 있어 걷는 재미를 더한다. 해마다 이맘때가 횡성호수길을 걷기 가장 좋은 시기다.
2014.10.07 I 강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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