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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에 발 담그니 여기가 무릉도원이어라
  • 계곡물에 발 담그니 여기가 무릉도원이어라
  • 막동계곡은 강원 평창군 진부면 장전리와 막동리에 걸쳐 있다. 3km 남짓 이어지는 이 계곡은 규모는 작지만 풍부한 수량과 깨끗한 수질을 자랑한다. 명당자리는 삼단폭포 아래. 폭포가 뿜어내는 바람과 물안개로 폭포 아래는 서늘하다.평창의 대표적인 여름 계곡.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전계곡, 뇌운계곡, 원당계곡, 흥정계곡, 막동계곡[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습기를 잔뜩 머금은 찜통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몸과 마음이 지쳐간다. 이럴 때 풍광만으로도 무더위를 멀리 날려 보낼 그런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여름스럽지’ 않은 바로 그런 곳. 강원 평창군이다. 평창은 ‘대한민국 피서 1번지’로 불린다. 평균 해발 700m 이상 고지대에 위치한 평창은 한여름에도 서늘하고 쾌적함이 보장되기 때문. 그중에서도 여름날 평창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계곡이다. 백두대간의 허리를 이루는 평창은 수많은 계곡을 품고 있다. 아직 휴가를 계획하지 않았다면 시원한 계곡이 차고넘치는 평창을 찾아보자.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계곡은 얼음처럼 차갑다. 수정같이 맑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시원한 수박 한 입 베어 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혹여 장마 끝난 뒤 태풍까지 겹쳐 불어난 물살과 약해진 지반이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뇌운계곡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연 래프팅이다. 래프팅은 합창소에서 출발해 형제바위, 우릉이소, 용소를 지나 뇌운보까지 7㎞의 구간에서 즐길 수 있다.△오지 중의 오지, 뇌운계곡 평창에는 이름난 계곡이 여럿있다. 그중 첫손에 꼽히는 계곡이 바로 평창강 상류의 뇌운계곡이다. 장평나들목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평창읍에 이른 뒤 평창강 방향으로 가면 된다. 방림면 방림1리와 평창읍 뇌운리에 길게 늘어져 있다. 평창에서도 오지에 속한다. 평창강과 계촌천이 합쳐지는 합천소에서 평창읍 뇌운리까지 4㎞에 걸친 이 계곡은 평창강을 따라 굽이굽이 경치가 빼어나다. 계류는 깊고 넓고 수량도 풍부하다. 곳곳에 모래밭과 조약돌밭이 있어 야영과 물놀이에 제격이지만 그늘이 없는 것이 흠이다. 계곡은 폭이 넓어 천렵이나 낚시를 하기에도 좋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굽이굽이 계곡을 파고들면 강과 계곡이 만나는 지점에 수시로 소(沼)와 바위가 나타난다. 청정담수 밑에 쏘가리, 꺽지, 메기가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최근에 계곡 인근에 민박집과 음식점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 숙박에는 문제가 없지만 아직 교통은 불편한 편이다. 민박농가에서는 고추따기, 감자캐기, 민물고기잡기 등 농촌체험을 할 수 있다. 주변에 운교관광농원, 천제당, 도끼소, 때때수, 백덕 등의 관광지가 있다. 계곡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 단연 래프팅이다. 래프팅은 합창소에서 출발해 형제바위, 우릉이소, 용소를 지나 뇌운보까지 7㎞의 구간에서 즐길 수 있다.원당계곡은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원시계곡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노라면, 한여름의 무더위는 거짓말처럼 싹 사라진다.△때 묻지 않은 고요함, 원당계곡사람 때가 묻지 않은 자연계곡을 원한다면 원당계곡이 그만이다. 평창군 평창읍 원당리에 있는 6㎞ 구간의 차갑고 맑은 계곡이다. 평창읍에 있는 백덕산(1350m)에서 발원한다. 평창강 유원지와 뇌운계곡에 가려 일반인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길지 않는 길이에 그나마 일부는 지난해 5월까지 통행이 제한됐다. 덕분에 쉬리, 모래무지, 어름치, 갈겨니, 버들치 등 1급수에서만 사는 물고기의 보금자리로 남아 있다. 이 일대는 예전부터 느릅나무가 많이 자생해 느릅골이라고도 불렸다. 인적이 드문 만큼 원시계곡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가족끼리 조용한 피서를 원하는 이들에게 알맞은 곳이다. 투명하게 바닥이 들여다보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그대로 탁족도(濯足圖)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모름지기 피서가 더위뿐 아니라 세상의 번잡함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라면 이 계곡이 제격이다. 계곡은 길지도 넓지도 않지만 고요함이 길어 올린 깊이를 맛볼 수 있다. 계곡을 감싼 원당마을은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전형적인 강원도 산골 마을이다. 뇌운계곡 상류인 평창강 방향으로 가면 닿는다. 흥정계곡은 흥정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다. 한여름에도 섭씨 15도를 넘지 않을 정도로 시원해 여름 나기에 그만인 곳이다.△시리도록 푸른 물, 흥정계곡흥정계곡은 면온나들목에서 북쪽으로 10분 거리에 있다. 6번 국도를 따라 봉평면 쪽으로 가면 이효석문학관을 지나게 되고, 얼마 안 가 흥정산(1276m)에서 내려오는 시린 계곡물을 만나게 된다. 찾아가기 쉬운 만큼 사람 손을 많이 탔다. 10여년 전까진 귀틀집도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계곡변 도로에 펜션들이 빈틈없이 늘어서 있다. 한여름에도 섭씨 15도를 넘지 않을 정도로 시원해 여름나기에 그만이기 때문이다. 호젓한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된다. 폐교된 무이초등학교 흥정분교를 지나면 펜션이 띄엄띄엄해지다가 도로를 차단하는 시설물이 나타난다. 시끌벅적한 행락 인파로부터 완전한 격리다. 봄·가을에는 통행이 제한되는 길로, 흥정산을 끼고 홍천으로 넘어가는 산길이다. 폭이 좁아진 계곡은 이 길을 따라 한참을 더 이어진다. 인적 드문 산속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인데, 비안개에 싸인 채 혼자 걸으면 으스스한 느낌마저 든다. 열목어, 산천어 등의 냉수성 물고기가 지천으로 사는 곳이기도 하다.막동계곡은 강원 평창군 진부면 장전리와 막동리에 걸쳐 있다. 3km 남짓 이어지는 이 계곡은 규모는 작지만 풍부한 수량과 깨끗한 수질을 자랑한다. 명당자리는 삼단폭포 아래. 폭포가 뿜어내는 바람과 물안개로 폭포 아래는 서늘하다.△삼단폭포가 만드는 바람과 물안개, 막동계곡뛰어난 풍광으로 유명한 막동계곡은 진부면 장전리와 막동리에 걸쳐 있다. 오대산에서 발원한 오대천의 물굽이를 따라 59번 국도를 타고 수항계곡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풍부한 수량과 깨끗한 수질을 자랑한다. 1급 청정수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계곡은 3㎞ 남짓 이어진다. 막동계곡에서 가장 명당이라면 삼단폭포 아래다. 폭포가 뿜어내는 바람과 물안개로 늘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물이 맑아 ‘가리왕산의 산삼 썩은 물’이라 불릴 만큼 깨끗해 그냥 마셔도 될 정도. 계곡 초입부터 크고 작은 자연석이 뒤덮인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계곡 전체에 천연림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계곡 안에 산방과 펜션 등이 들어서 행락과 휴식을 겸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장전계곡은 이끼계곡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사진작가의 대표적인 출사지. 찾는 이가 많으니 훼손도 심하다. 그래도 발 아래가 무척 미끄러워 이동할 때 조심해야 한다. 더불어 이끼를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필수다.△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이끼계곡, 장전계곡작은 폭포와 바위 틈새로 나 있는 초록 이끼가 장관인 장전계곡. 일명 이끼계곡이다. 막동계곡에서 정선방향으로 자동차로 약 5분 거리에 있다. 돌이끼가 풍기는 신비한 기운은 강원도에서도 가장 깊숙한 오지에 온 듯한 착각을 준다. 이를 사진에 담으려면 삼각대가 필수다. 발아래가 무척 미끄럽기 때문에 이동할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끼가 다치지 않게 주의하는 것도 필수다. 독특한 풍경 때문에 사진작가들의 대표적인 출사지로 유명하다. 안타까운 건 찾는 이가 많아 훼손도 심하다는 것. 바위 위를 초록빛으로 물들였던 이끼가 많이 떨어져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신비로움이 가득한 곳이다. 무엇보다 이곳에 들어서면 눈이 먼저 호사한다. 계곡과 어우러진 이끼는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바위 사이사이를 돌아 굽이치는 계곡물은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하고 그 위에 얹힌 푸르디푸른 이끼는 생명의 또 다른 징표다. 온통 초록 세상이어서 물이 뿜어내는 서늘한 냉기가 아니더라도 보는 것만으로 무더위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오는 10일까지 ‘2014 평창더위사냥축제’가 강원 평창군 대화면 땀띠 공원에서 열린다.◇여행메모△가는길=서울이나 수도권 방면에서 출발한다면 중부고속도로나 경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강릉방면으로 향한다. △볼거리=지금 평창을 방문한다면 대화면 땀띠공원에서 열리는 ‘2014 평창더위사냥축제’를 방문하길 권한다. 10일까지 열린다. 맨손 송어잡기, 대화천 다슬기잡기, 대화천반두체험 등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또 이열치열 대화초체험, 땀띠물 냉천수체험, 감자캐기, 치즈만들기, 사륜오토바이타기, 트랙터 관광, 대화5일장체험, 삼굿체험, 대화천 횃불생태체험 등도 준비돼 있다. 033-334-2277(평창더위사냥축제위원회).△먹거리=평창한우마을 대화점(033-332-8300), 평창송어(033-332-0505)가 이름이 나 있다. 메밀요리는 메밀이야기(033-334-3456), 황태국은 황태회관(033-335-5795)을 꼽는다. 곤드레나물밥과 묵은지목살전골, 닭도리탕은 가벼슬(033-336-0609)이 유명하다. 평창의 대표적인 먹거리. 사진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산촌의 ‘산채정식’, 평창한우마을의 ‘한우구이’, 김삿갓감자탕의 ‘장터국밥’, 들메가든의 ‘상계탕’▶ 관련기사 ◀☞ 한여름 태백을 찾아야 하는 네 가지 이유…야생화트레킹☞ '재미는 기본 안전은 필수'…테마파크서 신나는 여름휴가☞ [창조관광성공사례탐방⑫]물 위에 길을 열다 '퓨레코이즘'☞ 도 닦으로 왔소? 시름 덜러 왔소!☞ 금모래빛·쪽빛바다, 몰디브 부럽지 않은 제주의 바다로 ‘혼저옵서예’
2014.08.05 I 강경록 기자
금모래빛·쪽빛바다, 몰디브 부럽지 않은 제주의 바다로 ‘혼저옵서예’
  • 금모래빛·쪽빛바다, 몰디브 부럽지 않은 제주의 바다로 ‘혼저옵서예’
  • 협재해변에 앉아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 조개껍질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때이른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6월의 어느날. 우뭇가사리를 채집하는 잠녀(해녀)를 취재하러 간 제주에서 잠깐 여유를 내 함덕 해수욕장에 들렀다. 무더위를 잊을 시원한 해변도 보고 싶었거니와, 낡은 기억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2002년 5월. 대학 졸업을 앞둔 친구들과 떠난 젊은 날의 여행. 그 여행의 여운이 아마도 짙었나보다. 당시의 감회와 치기는 그대로인데 시간은 어느덧 10여년이 훌쩍 지났다. 그 추억이 담긴 아카이브를 꺼내어 기억을 습작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제주공항에서 시계반대 방향으로 1130번 도로를 따라 차를 몰았다. 이호해수욕장에서 화순, 중문, 신양 등을 거쳐 김녕, 함덕을 지나 제주의 삼양해수욕장을 만날때 까지 무수히 많은 해변이 넘쳐났다. 옥빛·코발트빛이 층을 이룬 투명한 물빛이며 완만하기 그지없는 모래밭은 육지의 해변과는 조금 달랐다. 해변마다 떼지어 깔려 물빛·모래빛을 돋워주는 특유의 검은 현무암 무리도 다른 곳과 다른 점이다. 이 색다르고 남다른 해변들을 특징별로 나눠 일부를 둘러봤다. 저마다 장점이 있는 곳이니 취향대로 골라 즐기시길. 6월21일부터 제주시 이호테우해변(이호해수욕장) 등을 시작으로 6월 말까지 제주도내 해수욕장 12여곳이 차례로 문을 연다. 협재해변 갯바위에 앉아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 조개껍질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물 좋은 제주도의 4대 해변제주도의 4대 해변이 함덕·이호·협재·중문 해변이 꼽힌다. 대개 넓고 아름다운 백사장에 충분한 편의시설을 갖춘데다 다양한 해양레저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입지 여건도 한몫한다. 이호테우해변은 규모는 작지만 제주시내에서 가깝고, 공항에서도 가까워 여름이면 밤낮으로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인파가 몰리는 만큼 해양레저 등 즐길거리와 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중문색달해변은 신라·롯데·하얏트 등 특급호텔들이 몰린 중문관광단지 앞에 있다. 편의시설과 관리 등 여러 면에서 제주도의 대표적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중문해변은 웅장한 해안절벽을 낀데다 편의시설과 서핑·보트 등 해양레저시설이 다양해 호텔 투숙객들이 주로 몰린다. 그러나 경사가 심해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 즐기기엔 적합하지 않다.특정 해변이 붐비는 이유를, 대도시로 사람이 몰리듯 젊은층이 인파로 붐비는 해변을 선호하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특히 협재나 함덕은 완만하고 넓은데다 해안 주변 경치도 아름다워, 젊은 남녀가 많이 찾는 이른바 ‘물 좋은’ 해변으로 꼽힌다.곽지해변에서 모래성을 쌓고 있는 어린 외국관광객. 곽지해변은 제주시에서 약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왼쪽에 협재해수욕장이, 오른쪽에 이호해수욕장이 있다. 해안이 북쪽을 향하고 있어 파도도 그리 높지 않다.◇아이와 함께 왔다면, 수심 걱정 없는 해변 하귀-애월 해안도로를 지나 한담해변에서 조금 더 한림방향으로 가다보면 곽지해수욕장이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관심을 가질만 하다. 협재해변과 그 옆에 이어진 금릉해변(금능해변)도 널찍한 모래밭과 완만한 경사도를 자랑하는 곳이다. 앞바다에 비양도가 손에 잡힐 듯 떠 있어 바다 경치도 아름답다. 성산 섭지코지의 신양섭지코지해변도 경사가 완만한 곳. 섭지코지 해안이 자연방파제 구실을 해, 파도가 잔잔한 게 특징이다.제주에서 가장 모래밭이 넓고 완만한 해수욕장은 표선해비치해변이다. 썰물 때면 큰마음 먹고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비로소 바닷물을 만나는데, 바닷물에 발 담그고 또 한참을 걸어 들어가 봤자 물은 무릎 부근에서 찰랑이는 해변. 모래밭 너비가 200m를 넘는다는, 지독하게 완만한 해변이다. 밀물 땐 수심 1m의 넓고 둥근 호수가 만들어진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몇년 전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이 해변은, 곁에 고급 숙박시설인 해비치 호텔&리조트가 들어서면서 가족 단위 피서객이 즐겨 찾는 해수욕장으로 탈바꿈했다. 대표적인 인디밴드들이 나서는 ‘야해’ 페스티벌도 해변에서 열린다. 해비치리조트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여행객들이 협재해변 입구에 놓인 조각상 뒤로 보이는 비양도를 바라보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협재혀변은 조개껍질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물빛이 다르다, 연녹색 투명한 물빛 아름다운 해변 제주도 해변 중 가장 물빛이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곳이 김녕성세기해변이다. 완만하고 흰 모래밭 위로 찰랑대는 물빛이 연초록빛 또는 연한 하늘빛을 띤다. 맑은 날이면, 얕은 수심의 널찍한 초록빛 해안과 좀더 먼 짙푸른 바다 색깔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물빛을 선사한다. 이 투명한 물빛이 주변 검은 바위 무리와 대조를 이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김녕해변 버금가는 물빛을 자랑하는 해변이,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는 함덕서우봉해변이다. 조개껍질이 부서져 이뤄진 흰 해변과 연초록 바다 빛깔이 눈부신 대조를 이룬다. 우도의 홍조단괴해변과 한림의 곽지해변도 물빛이 좋다. 곽지해변은 규모(길이 350m)가 크지는 않지만, 해안 곳곳에서 차가운 용천수(산물)가 솟아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힐 수 있다.함덕해수욕장은 특이하게도 백사장 한가운데가 튀어 나와 마치 하트의 형상을 띄고 있기 때문에 동서의 어느 쪽에서 바람이 불어도 반대쪽 바다는 잔잔하기 때문에 항시 카약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국내의 유일한 해수욕장이다.◇모래도 다르다 검은모래·홍조단괴·가시모래·몽돌밭 해변 제주시 동쪽 삼양 검은모래 해변은 해수욕객보다 모래찜질객이 몰리는 해변이다. 철분을 함유해 모래가 검은빛을 띠는데, 이 모래로 찜질을 하면 신경통·관절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서귀포 효돈천 하구의 쇠소깍 옆 해변에도 검은모래가 깔려 있다. 검은모래 찜질을 즐기며 쇠소깍에서 제주의 전통 배인 테우 타기, 투명한 카약 타기를 즐길 수 있다. 이호해변도 모래가 거무스름한 빛을 띤다. 서귀포시 한경면 고산리의 수월봉 검은모래해변도 흥미롭다. 수월봉에서는 접근할 수 없고 노을해안로 따라 남쪽으로 한참 내려와야 접근하는 길이 있다. 전체 해변 길이는 300m쯤된다. 해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든 수월봉 퇴적암 절벽이 절경이다. 우도의 홍조단괴해변은 과거 산호모래 해변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홍조류의 칼슘 성분이 침전돼 만들어진 홍조단괴가 깔린 해변(천연기념물)으로 밝혀졌다. 입자가 매우 굵고 거칠어 슬리퍼나 샌들을 신어야 한다. 규모가 작고 경사가 급해, 가족 단위 피서객이라면 우도 동북쪽에 자리잡은 완만한 하고수동해변을 찾는 게 좋다. 표선해비치해변의 모래는 잘지만 각이 져 주민들이 ‘가시모래’라 부른다. 디디면 발바닥이 다소 따가운 느낌인데, 오히려 이 느낌을 즐기러 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부드러운 몽돌들이 깔린 곳이다. 알은 아래, 작지는 자갈밭을 뜻한다. 전체 해변 길이는 500m쯤 되지만, 중간에 깔린 현무암 무리가 해변을 갈라놓는다. 규모가 작고 경사가 있어 실제 해수욕을 하는 이들은 적다. 물살이 자갈돌을 핥고 내려가는 소리가 싱그럽고 청아하다.◇여행메모△제주 해변로드= 제주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볼거리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공항에 도착하면 차량을 렌트할 수 있는 매장들이 즐비하다. 물론, 미리 예약하고 온다면 수고를 덜 수 있다. 공항에서 나온다면 1130번 국도를 타고 시계방향이든 시계반대방향이든 핸들을 돌리기만 하면된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가까운 해변부터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협재해변에 앉아 비양도를 바라보고 있는 여행객. 조개껍질가루가 많이 섞인 백사장과 앞 바다에 떠 있는 비양도, 코발트 빛깔의 아름다운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숲이 한데 어우러진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함덕서우봉해변의 현무암 위에 가로 놓여진 하치형 구름다리.
2014.06.14 I 강경록 기자
'밀회', 어디까지 즐기니?..'150개 용어 사전', 이안에 다있다
  • '밀회', 어디까지 즐기니?..'150개 용어 사전', 이안에 다있다
  • ‘밀회’ 김희애 유아인.[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그 장면은 ‘피아노가즘’이 절정이었다.” “강준형은 ‘혜원아’라는 말에 죽잖아.” “혜원이 별똥별 맞았을 때 장난 아니었음.”이해할 수 있다면, 당신은 ‘밀덕’이다.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 미니시리즈 ‘밀회’에 깊이 빠졌다는 뜻이다.‘밀회’가 150여개의 단어를 담은 ‘밀회 사전’까지 출간(?)하며 그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JTBC가 공개한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밀회’ 사전에는 김희애와 유아인, 심혜진, 박혁권, 김혜은 등 다양한 등장인물과 연관된 에피소드와 캐릭터를 설명하는 단어가 담겨있다. ‘밀회’를 방송하는 요일을 뜻하는 ‘밀요일’은 기본, 선재(유아인 분)가 약한 부분이 혜원(김희애 분)의 발이고 쥐끈끈이를 제거하는 건 콩기름이라는 수수께끼같은 디테일이 포함돼 있다.‘밀회’에 푹 빠진 시청자들의 애타는 마음을 담은 단어들도 있다. ‘밀기증’은 ‘밀회’와 ‘현기증’을 합친 단어. ‘걱정멜로’는 유아인과 김희애의 멜로가 걱정된다는 뜻에서 붙여진 말이다. 이러한 ‘밀회 단어장’ 등장에 송원섭 홍보마케팅 팀장은 “밀회의 인기를 반증해 주는 관심의 표현이라 감사하다. 12회 부터는 더욱 흥미진진해 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다음은 밀회 용어사전 전문이다. 보고 즐기면 ‘밀회’에 더욱 빠질 수 있다.‘밀회’◇ㄱ감정머글 : 선재가 강교수를 칭한 말. 감정을 제대로 못 느끼는, 혹은 감정을 무시하는 사람.껌 : 다미를 일진 돋게 만드는 것.건초염 : 혜원이가 피아노를 그만 둔 계기이자 나천재와 막귀 인연의 시작.계란판 : 선재 집의 방음시설.갑 : 음악. (참고 : 음악이 갑이야!!!!!)겉옷 : 선재의 겉옷, 선재 집 열쇠가 들어있다. 8회에서 선재가 혜원이 사무실에 두고 나감.귀르가즘 : 귀 + 오르가즘. 사물 베드신의 또다른 말.괜찮아요 : 괜찮아요? 인지 괜찮아요. 인지 갤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함. 괜찮아요? 쪽이 우세.가난미 : 가난이 아름다운 선재의 생활방식을 함축. 특히 그의 집은 혜원에게 완전 소중하다. (유사어: 청결한 궁핍, 참고: 사물 베드신)구두 : 선재가 꽂힌 혜원이의 발이 종종 잘 때도 벗지 못하는 것. 그의 집 현관에선 그를 반기지만 누가 오면 숨겨야 하는 것. (참고: 발)고자킥 : 릴리한이 서필원이 소풍간 사실을 알고 복수의 의미로 날린 킥.◇ㄴ나비넥타이 : 강교수의 조교가 챙기는 걸 깜빡한 것. 밀회의 시작.나천재 : 선재의 클래식갤러리 닉네임.눕히기 : 떡밥에 굶주린 밀회 갤러들이 사진을 눕혀서 스스로 떡밥을 생성하는 것.냉수 한 사발 : 선재를 정신차리게 할 때 필요한 것. (유사어 : 찬물세수)내 여자 : 추락해 낮은 곳으로 임한 선재의 여신.난간 : 중요한 장면을 가려서 밀회 갤러들이 없애버리고 싶은 것.◇ㄷ다리 : 다리위에서 키스하면 연인이 오래 간다고 함. 선재가 처음 혜원 집에서 연주하고 달려간 곳. 뚠뚠손 : 선재의 오동통하고 귀여운 손.디지털도어락 : 선재 집에 시급하게 필요한 장치.떡밥 : 밀회에서 부족한 것. 갤러들이 원하는 메이킹. NG장면,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칭함.더러운 것 : 혜원이의 전공. 선재를 눈물나게 한다.◇ㄹ릴리한 : 한성숙의 호스티스 시절 애칭으로 추정.리흐테르 자서전 : 혜원이가 선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밑줄그어서 선재에게 보낸 책. 키스를 부르는 책.리스트 광시곡 : 혜원이가 한번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선재가 잘 친 곡. (참고 : 제가 안아드릴게요)롱테이크 : 한 컷의 호흡을 매우 길게 하는 연출방법. 연기력과 연출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라면 : 다미가 집에 오면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릴리 마를렌 : 한성숙이 서필원 앞에서 기타 치며 부른 노래. 소싯적 애칭을 잉태한 그녀 인생의 주제가로 추정. ◇ㅁ무섭게 혼내기 : 혼내기를 빙자한 기습 키스.모래주머니 : 혜원이의 심장. 말라 비틀어진 마음을 비유.마작패 : 서영우가 혜원이에게 던진 것. (유사어 : 별똥별)막귀 : 혜원이의 클래식갤러리 닉네임. 로그인 아이디는 akrrnl.밀요일 : 밀회가 방영하는 월요일, 화요일을 말함.믿음퀵 : 선재가 알바했던 퀵서비스 이름. 혜원이가 선재를 ‘믿음퀵 청년’이라고 칭하기도 함.미나짱 : 민학장의 애칭.목걸이 : 혜원이의 끊어진 목걸이를 다미가 주워서 하고 다님. 가격은 만원(이라고 혜원이가 말함.), 갤러들이 복선으로 추정함.맥주 : 병은 깨는 거고 캔은 마시는 것.문자 파이트 : 장흥에서 있었던 일을 오해한 혜원이와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는 선재의 사랑싸움.목에 난 상처 : 스무살 연인이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과격하게 표현할 때 생기는 것. 혜원이의 오해와 상상을 불러일으킴.마귀 : 먹이 사슬의 진짜 꼭대기. 돈이면 다 살 수 있다고 끝도 없이 속삭이는 존재.밀기증 : 밀회 + 현기증. 밀회 본방 기다리다가 현기증 나는 상태.머리핀 : 일진 돋은 다미의 흉기.밀회 : 대신 망 봐주고 싶은 드라마.밀덕 : 밀회 + 덕후. 기존 밀리터리 덕후에 이어 급부상한 의미. 밀갤러들, 밀부심 터지며 일주일이 밀요일인 바로 그 밀덕. ◇ㅂ발 : 선재가 약한 것. (유사어 : 여자 발, 오혜원 발)밥 : 혜원이가 꼭 챙겨먹이는 선재 밥.부대표 : 혜원이의 현재 직위. 그러나 기획실장이었을 때와 달라진 바 없음.빨간 자켓 : 혜원이가 입은 빨간색 자켓. 밀회 갤러들이 워스트 패션으로 꼽는다.별똥별 : 혜원이가 서영우에게 마작패로 맞은 것을 다르게 표현한 것. 입 삐죽과 함께 말한다.불타는 금요일 : 선재 엉덩이로 피아노를 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난 밤.발목 : 키스할 때 꺾이는 혜원이의 신체부위.변기통 : 릴리한에 의해서 서영우의 머리가 쳐박힌 곳.베토벤 열정 : 베토벤 소나타이자 선재가 다리 난간에서 열정을 터뜨리며 복습한 첫 곡. 혜원이가 3악장 코다부터 한번 더 듣고 싶어함.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클라라와 브람스 같은 연상연하 러브 스토리.◇ㅅ샐러리 : 혜원이의 44사이즈 유지 비법.사물 베드신 : 베드신 연출이 계량기, 상다리, 식용유, 간장병 등이라 붙여진 말.소풍 : 서회장의 취미. (참고 : 품기)사탕 : 오래 물고 있으면 이 썩는 것.삼중첩자 : 서회장, 한성숙, 서영우 셋의 첩자 노릇을 하는 혜원이를 일컫는 말.쇼윈도 부부 : 강준형 오혜원 커플과 서영우와 그의 남편을 지칭. 상모돌리기 : 혜원이의 폭풍 질투. 묶은 머리가 풀릴 때 까지 질투함.손난로 : 선재 어머님의 죽음에 관련된 물건.쌩까기 : 혜원이가 선재의 키스에 대처하는 법. (참고 : 남편 있는 분들은 원래 다 그렇게 쌩까시는지)서한대 : 서울대 + 한예종의 합성어로 추정되는 서한예술재단 소속 대학. (참고 : 서필원 + 한성숙)생머리 : 나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헤어스타일. 혜원이의 머리는 살짝 컬이 들어감.상다리 : 특이하게 접힌 상다리에 19금 은유가 있을 것으로 갤러들이 생각함.선생님 : 오혜원. 강교수는 아니고 싫은 것. (참고 : 아닌데요. 싫은데요)사직 주유소 : 종로구 사직로 65에 위치한 혜원이의 단골 주유소. 샌드백 : 주먹은 쓰지 않고 선재가 하이킥 할 때 쓰는 것. 신발 : 혹여나 선재가 도망갈까봐 강교수가 숨기고 싶어한 것. (참고 : 선녀와 나무꾼)사랑 : 혜원이가 감히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 하지만 이 말을 하면서 혜원이는 선재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선재바보 : 강교수. 강교수는 바보야... 선재밖에 모르는 바보.실수 : 혜원이가 선재를 전담하게 되자 강교수에게 고맙다고 선재가 말한 것.사발면 : 혜원이가 오랜만에 맛있게 먹은 음식.슈베르트 판타지아 : 선재와 혜원이 엮이는 계기가 된 곡. 그들이 첫 만남에서 격정 하모니를 일구어낸 운명의 4악장. (참고 : 절정)◇ㅇ올라프 : 강교수의 별명. 겨울왕국의 눈사람 올라프를 닮아서 붙여짐.암탉 : 서회장의 별명. 여기저기 품어주고 다닌다고 해서 붙여짐.여친 : 혜원이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선재가 다미를 칭하는 말.여친 코스프레 : 혜원이가 선재 옷을 입고 침대 위에 앉아서 기다리는 것. 가만히 서 있을 수 없게 함.우아한 노비 : 혜원이가 자신의 처지에 대해 언급한 말.여신 : 혜원이의 별명. 선재가 혜원이를 여신 그 자체라고 말함.유자식 상팔자 : jtbc의 자막 광고. 밀회 갤러들을 빡치게 만듦.이어폰 : 밀회 복습할 때 있으면 좋은 것.알리바이 : 혜원이가 선재 집에 몰래 가기 위해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우동 : 선재의 다급함이 불러낸 최고의 먹방.오프닝 씬 : 선재의 공연장면과 혜원이가 헤드폰을 쓰고 감상하는 장면이 들어있다. 갤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장면.아웃팅 : 혜원이가 자기 자신이 우아한 노비에 불과하다고 밝히는 것.아줌마 : 주차요원이 혜원을 함부로 부르는 말. 선재와 팔짱끼며 사라진 20대 다미와 비교되어 혜원이를 빡치게 함. (참고 : 비.비.비켜줘야 가죠!)역술인 : 대체로 맞으나 핵심적으로는 틀린 솔깃한 예언으로 강교수를 고민하게 하는 사람. 갤러들이 복선으로 추정함.엘르 화보 : 케미 쩌는 혜원이와 선재 화보. 이마저 없었으면 갤러들은 떡밥에 굶주렸을 듯.예고 : 갤러들을 돌아버리게 하는 것.일상생활 : 갤러들이 놓아버린 것. 밀회의 흡입력이 뛰어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유투브 : 선재가 피아노를 보고 듣고 배운 사이트.음대 입학 원서 : 평범한 실업고생이 입시에 떨어져도 여자들한테 어필할 수 있는 것.연애편지 : 9회에서 혜원이가 선재에게 보낸 절절한 고백이 담긴 문자.여자 : 다미 아니고 오혜원.오토바이 : 선재와 혜원이의 주요 교통수단.◇ㅈ중2병 : 강교수가 걸린 병.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게 되는 심리적 상태를 비유.쥐끈끈이 : 혜원이가 선재 집에 갔다가 발바닥에 붙은 것.쥐 : 강교수가 무서워 하는 것.절정 : 슈베르트 판타지아를 혜원과 함께 친 선재의 소감. (참고 : 절정 그 자체)작감 : 작가님과 감독님을 동시에 일컫는 말.전화, 문자 : 혜원이만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선재가 말 안듣고 먼저 하기도 한다.저런 : 혜원이의 위로이지만 볼 쓰담쓰담과 함께하면 선재를 돌아버리게 만드는 것.장흥 : 오해의 공간. 선재 집에서 40분 거리.조교 : 조교라 쓰고 하인이라고 읽는다.쪼꼬렛 값 : 릴리한의 비자금을 둘러 말하는 말.집 : 혜원이에겐 가끔 직장 같은 곳.지옥 : 어머니를 잃고 피아노를 포기해버린 선재의 자포자기한 상태. 때로 갤러들의 속상한 마음을 빗댈때 사용되기도 함. (참고: 어차피 지옥이니까)전번 : 지민우가 교환하자고 했으나 선재가 단호하게 거절한 것.정관수술 : 릴리한이 서필원으로부터 받고 싶어 하는 선물.◇ㅊ차이콥 : 차이코프스키. 선재의 영어 울렁증 (참고 : 차이콥...그거...)청결한 궁핍 : 가난하지만 깨끗한 선재와 선재 주변환경을 말함.첼로 교수 : 첼로로 때리고 싶은 비리의 온상.침대 : 강교수와 혜원이가 각자 쓰는 것.체르니 50번 : 천재 앞에서 피아노 좀 친다고 부심 부릴 때 쓰는 말.칙쇼 : ‘죽이죠’를 잘못 들으면 ‘칙쇼’라고 들린다.◇ㅋ키스 :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때 선재가 하는 것.콩기름 : 쥐끈끈이를 제거할 때 쓰는 기름.◇ㅌ텍예 : 텍스트 예고. 보통 금요일쯤 나온다.특급 칭찬 : “이거 특급 칭찬이야.”라는 말과 함께 볼 꼬집기.테이프 : 노란 테이프와 초록 테이프가 덧발라진 수상한 것. (참고 : 사물 베드신)◇ㅍ포르테 : 악보에서 세게 연주하라는 말. 강교수가 유일하게 선재에게 가르쳐 준 것. (참고 : 왼손 포르테~ 넘어갈 때 한페달~)피아노가즘 : 피아노+오르가즘. 2회 슈베르트 판타지아 합주 장면을 말함.품기 : 서회장의 소풍 마지막 코스. 평균율 : 선재가 페달 없이 치는 곡.◇ㅎ허접트릴 : 선재의 ‘트릴(음악용어 : 악보에 쓰여진 음(으뜸음)과 2도 차이 나는 음 두 음을 빠르게 반복하는 꾸밈음)’이 허접하다고 혜원이 놀림.혜원아 : 선재의 질투를 유발하는 강교수의 말. 선재가 혜원과 맥주 마실 때 문득 소리 낸 삼음절. (참고 : 그럼 이건 어때요? 혜원아~)한번 : 선재가 아쉬울 때 자주 쓰는 말. (참고 : 한번 더해요)해석 : 평균율을 페달없이 치라고 악보에 그렇게 적혀 있다고 생각하는 것. (참고 : 그게 해석이지)한국인의 뜨거운 네모: jtbc의 자막 광고. 중요한 안아드릴게요 씬에서 하단부를 가린 망할 것. 밀회 갤러들을 빡치게 만듦.합격엿 : 시험 치는 선재를 위해 강교수가 사다준 것.현피 : 건초염 치료 잘하는 병원을 소개시켜준 막귀형에 대한 나천재의 감사 표시.◇ABCcctv : 끄면 혜원이를 통쾌하게 만드는 것.◇1236시 30분 : 창밖을 내다봐야 하는 시간.20살 : 혜원이가 이길 수 없는 나이.19금 : 지수와 조인서교수가 피아노 앞에서 찍은 것.1번 : 바쁠 때 누르는 번호.2번 : 싫을 때 누르는 번호.178,663원 : 선재의 통장 잔고.
2014.04.29 I 강민정 기자
  • 가온미디어, 방송인 이홍렬씨 초청 '기부강연' 개최
  •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방송통신 솔루션 기업 가온미디어(078890)가 14일 사옥 대강당에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대사인 방송인 이홍렬씨를 초청해 임직원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펀 도네이션(Fun Donation) 강연을 개최했다.펀 도네이션은 ‘즐겁고 유쾌한 기부’를 캐치프레이즈로 삼은 기부 강연으로, 이날 강연에서 이홍렬 씨는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고 봉사활동에 뛰어든 사연과 함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빈곤층 어린이들의 상황을 소개하며 나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다소 진지함으로 일관되기 쉬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퀴즈와 위트를 곁들여 재미와 공감가는 내용들로 구성된 짜임새 있는 강연을 통해 회사 임직원들에게 올바른 나눔 활동과 실질적인 방법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강연에 앞서 가온미디어는 어린이재단과 함께 해외 불우 아동 지원을 위해 1000만원을 전달하는 협약식을 가졌다. 협약식을 통해 해외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어린이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가온미디어는 지역사회 기부활동을 위한 재원으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매월 급여의 일부를 모아서 만든 후원금과 회사에서 매칭펀드 방식으로 지원한 기금을 통해 지역사회 불우 이웃과 장애우, 해외 이주민 단체를 정기적으로 후원해 오고 있다.
2014.03.14 I 김대웅 기자
  • 사과꽃 향기 맡으며 도심 걷는다…서울시 '푸른도시 전략계획' 발표
  • [이데일리 유선준 기자]서울 도심에 사과나무 가로수길이 조성되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공원이 곳곳에 들어선다. 서울둘레길과 인근 지역의 명소를 연결해 지리산둘레길처럼 숙박형 종주가 가능한 코스가 만들어지며 공원놀이지도사 등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서울시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푸른도시선언 전략계획-우리는 초록특별시에서 산다’를 3일 발표했다.이번 전략계획은 지난해 4월 시가 선포한 ‘푸른도시선언’의 후속조치로 향후 서울의 공원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이 담겼다. 우선 올해 안으로 돈화문(770m)과 율곡로(80m)에는 각각 감나무와 사과나무 가로수길이 조성된다. 삼일대로(교동초교∼안국역, 기업은행∼청계천 600m)와 테헤란로(역삼역∼선릉역 1천400m)에 가로정원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10개년 생물다양성 플랜’을 수립, 도심 4개 하천 16곳의 생태복원에 나서는 등 건강한 도시생태계 구축을 위한 사업도 진행된다. 이 외에 현재 13개 지역에서 운영되는 ‘유아숲 체험장’외에 ‘태교숲’과 ‘치유의 숲’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숲이 2016년까지 중랑구 용마산 도봉구 초안산 서대문구 안산공원 등 37곳에 조성된다. 또한 올해 완성되는157㎞ 길이 서울둘레길과 각종 마을길·성곽·사찰 등을 연결해 심신을 치유하는 ‘서울길 네트워크’를 개발하고,숙박형 종주가 가능하도록 코스를 만들 예정이다. 이 외에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발굴해 활용하는 ‘공원역사성 회복사업’과 ‘역사가 흐르는 서울공원길 사업’을 추진한다.‘역사가 흐르는 서울공원길’ 사업은 서소문공원∼정동공원∼정동극장∼환구단∼명동예술극장∼명동성당 구간을 아우르는 근대문화길이 첫 대상지로 선정됐다. 나아가 올해 하반기까지 서울숲에 ‘공원시민센터’를 시범 설치하고 공원문화 큐레이터를 비롯해 청년과 주부 100명을 공원놀이지도사로 양성한다. 김병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도시의 공원이 개인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철학으로 서울공공가그룹과 시민이 머리를 맞대 이번 계획을 세웠다”며 “시민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공원이 되도록 공원녹지의 패러다임을 바꿔 일상 속 ‘녹색복지’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2014.02.03 I 유선준 기자
'빠른'에 잊힌 관동대로…옛 42번 국도를 아시나요
  • '빠른'에 잊힌 관동대로…옛 42번 국도를 아시나요
  •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상안리에서 방림면 운교리를 이어주던 옛 42번 국도. 청태산과 사자산 사이에 있는 고개인 문재를 넘어가기 위해 이용하던 길이다. 지금은 사람들의 발자취가 끊겨 잊힌 길이 됐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횡성=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가을이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 거리에는 이 계절을 기다려온 가을옷이 넘쳐나고, 길옆 코스모스는 어느 때보다 우아하게 한들거리며 가을바람을 맞고 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산이며 들이며 온세상을 물들였던 초록이 서서히 색깔을 잃으며 붉은 옷으로 갈아입을 거다. 이내 곧 동장군이 찬바람을 내뿜을 텐데 가을의 아름다움을 방구석에서 그냥 흘려보내기 아깝지 아니한가.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핀 도로 위를 가르는 가을 운전의 참맛을 느껴보고 싶지는 않은가. 강원도 횡성은 이미 가을로 가득 차 있다. 저녁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이때, 신을 꿰어 신고 길을 나서보자. 인적이 끊긴 옛길을 걷다 보면 현실에 쫓기며 길을 잃은 이에게 좋은 방도(方道)가 생길지도 모른다. ▲잊힌 옛길 ‘42번 국도’를 아시나요 가을이야말로 ‘걷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습기 없는 쨍하게 높은 하늘이 말해주듯 연중 가장 쾌적한 걷기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 강원도 횡성에 바로 이 가을, 걷기 좋은 옛길이 있다. 횡성읍에서 42번 국도를 따라가다 안흥에서 평창 방림으로 가는 길에 문재라는 고개가 있다. 지금은 터널이 뚫려 길이 직선화됐지만 예전에 이 고개를 넘어가려면 사자산 끝자락에서부터 시작되는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지나가야 했다. 문재를 넘어가기 위한 우회로였던 셈이다. 바로 이 길이 ‘옛 42번 국도’다. 불과 100여년 전만 하더라도 관동지방과 한양을 이어주던 대로였으나 그 쓰임새가 다해 지금은 임도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의 42번 국도는 1995년 터널이 뚫리며 만들어진 새길. ‘빠름’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새길은 정말 빠르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옛길을 지웠다. 괴나리봇짐을 메고 걸어 다녔을 이 길의 생이 그렇게 다한 것이다. 이젠 아무도 찾지 않는 옛 42번 국도는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길이었다. ‘세종실록지리지’ 등 옛 문헌은 이 길의 원형을 ‘관동대로’라고 적었다. 관동대로는 경북 울진 평해를 출발해 삼척·강릉을 지나 대관령을 넘어 이곳 횡성을 거쳐 서울의 흥인지문(동대문)에 이르는 천리길. 나라에서 행정용으로 관리하던 길이기도 했지만 선비와 보부상 등이 넘나들던 숱한 사연을 안고 있는 길이기도 했다. 또 역사의 길이다. 강원도 관찰사 정철이 이 길을 지나 ‘관동별곡’을 쓰고, 한국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이 여섯 살밖에 안 된 아들 율곡의 손을 잡고 이 고개를 넘어 한양을 오갔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길은 장돌뱅이들이 이용하던 교역로였다. 영동지방에서 생산되는 해산물·농산물이 이 길을 통해 영서지방으로 넘어갔고, 영서지방에서 생산되는 토산품이 이 길로 구산리의 구산장·연곡장·우계(옥계)장 등으로 팔려나갔다. 이 길은 조선 초기만 해도 사람 한둘이 간신히 지나다닐 정도였으나 조선 중종 때 강원관찰사인 고형산이 사재를 털어 우마차가 다닐 수 있도록 넓혔다고 한다.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상안리에서 방림면 운교리를 이어주던 옛 42번 국도. 청태산과 사자산 사이에 있는 고개인 문재를 넘어가기 위해 이용하던 길이다. 지금은 사람들의 발자취가 끊겨 잊힌 길이 됐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구불구불 넝쿨 같은 ‘칡사리고개’인근 지역 사람들은 이 길을 ‘칡사리고개’라고 불렀다. 지금은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이 길은 불과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평창과 강릉을 오가는 지름길이었다. 박순업 횡성군 문화관광해설사는 “고속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완행버스와 화물차들이 주로 이용했다. 당시에는 험난한 이 길을 지나면서 안흥에 들러 잠시 허기를 달래거나 쉬어 갔다. 안흥찐빵은 이 길을 지나던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지금으로 치면 패스트푸드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상부까지 대략 5㎞다. 성인 걸음으로 3~4시간 정도면 왕복이 가능할 정도. 정상까지는 완만한 경사가 이어져 걷기에 불편함이 없다. 더욱이 길 폭도 차량이 지나가기 충분할 정도로 넉넉해 천천히 차를 몰고 올라도 좋고 산악자전거를 타고 가도 좋다. 물론 걸어서 가는 것이 가장 좋다. 울창한 자작나무 숲이 초입부터 반겨준다. 조금 더 올라가면 산림청에서 조성한 ‘명품 숲’ 길도 있다. 총 3코스로 조성된 이 숲길은 일제강점기 국도변에 심었던 낙엽송과 소나무가 세월이 흘러 숲으로 거듭난 것이다.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고 나무로 만든 전망대와 야외무대도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1993년 산림청에서 임도를 만들었다는 표지가 있고 오른쪽으로 빠지는 임도가 있다. 지도에서 끊어진 것으로 보이는 임도의 종착지는 구봉대산 자락 보리소골.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정상부다. 정상부의 고도는 대략 800m다. 정상부는 네 갈래 길이다.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녹이 슬기 시작한 이정표가 ‘18㎞ 직진하면 방림면이 나온다’고 알려준다. 반대쪽으로는 횡성군 안흥면에 진입했다는 이정표도 있다. 칡사리고개를 넘어 방림면 운교리 평창유스호텔 뒤편으로 내려가면 새로 뚫린 42번 국도와 만난다. 왼쪽 임도로 계속 가면 청태산 자락 웰리힐리 파크(구 성우리조트)가 나온다. 오른쪽은 백덕산을 타고 도는 길이다.명품 숲 전망대에서 바라본 옛 42번 국도. 지금은 산림청이 산을 보호하기 위한 임도로 사용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에 보이는 도로는 현재의 42번 국도이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여행수첩▶가는 길-42번 국도를 따라 새말 교차로에서 안흥 방면으로 좌회전 후 전재터널을 지나서 서동로를 따라가다 상안리 방면으로 들어가면 된다. ▶주변 가볼 만한 곳▷우천 코스모스 축제=횡성군은 우천면 새말IC 일대에 대규모 코스모스 꽃밭을 조성, ‘우천 코스모스 축제’를 10월 말까지 개최한다. 현장에는 꽃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원두막·허수아비·바람개비 등이 어우러져 기억 저편에 방치된 어린 날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호반길= 횡성호는 남한강 제1지류인 섬강의 물줄기를 막은 횡성댐으로 인해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총 저수량 8690만t, 유역면적 209㎢인 횡성호를 한 바퀴 도는 호반길은 모두 6개 구간이다. 총 27㎞ 거리에 가장 짧은 코스는 3구간(1.5㎞), 가장 긴 코스는 4·6구간(7㎞)이다. 이중 걷는 내내 호수를 옆구리에 끼고 가는 5구간은 길이 평탄하고 원점 회귀할 수 있는 유일한 코스라 인기가 높다. ▷태기산= 서울에서 주문진을 잇는 6번 국도는 10월의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주목받는 드라이브 코스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횡성군과 평창군을 잇는 구간에서 길이 험해진다. 바로 태기산(1261m)이 버티고 있기 때문. 태기산은 여행을 좀 다녀본 이들이 가을에 꼭 한번 찾아가봐야 할 산 중 하나다. 가을철 일교차 큰 날 새벽이나 해 질 무렵에 넘실대는 구름을 뚫고 정상까지 솟구쳐 오르면 고산준령이 섬처럼 떠 있다. 특히 태기산의 가을 낙조는 두 번 보기 힘들 만큼 최고의 장면을 선사한다. ▷미술관 자작나무숲= 우천면 두곡리 둑실마을에 자리한 미술관 자작나무숲은 사진작가 원종호 관장이 20여년 전에 조성한 전원형 미술관이다. 4000여그루의 자작나무숲에 파묻혀 작품을 감상하거나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가을을 만끽하기에 좋다.태기산의 가을 낙조. 넘실대는 구름이 산봉우리를 넘어가지 않아 시야를 방해했지만 가을 하늘을 붉게 물들인 낙조는 최고의 장면이었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먹을거리장가네막국수(033-343-8377), 박가네더덕밥(033-344-1116), 원조수구레해장국(033-343-6489), 강남해장국(033-345-5900), 면사무소앞 안흥찐빵(033-342-4570), 심순녀 안흥찐빵(033-342-4460), 큰터손두부(033-342-2667) 등▶머물자리청태산 자연휴양림(033-343-9707), 둔내 자연휴양림(033-343-8155), 성우리조트(033-340-3000), 코레스코 치악산 콘도미니엄(033-343-8073), 코지호텔(033-343-3000) 등 안흥면 면사무소 앞 안흥찐빵. 안흥찐빵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태기산의 가을 낙조. 넘실대는 구름이 산봉우리를 넘어가지 않아 시야를 방해했지만 가을 하늘을 붉게 물들인 낙조는 최고의 장면이었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산림청이 조성한 명품 숲길. 옛 42번 국도변에는 일제강점기 심은 낙엽송과 소나무가 울창하게 뻗어 있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산림청이 조성한 명품 숲길. 옛 42번 국도변에는 일제강점기 심은 낙엽송과 소나무가 울창하게 뻗어 있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사진에서 보이는 큰 도로가 현재의 42번 국도. 사진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는 사잇길이 바로 ‘옛 42번 국도’로 들어가는 길이다. 1991년 문재터널이 뚫리고 난 후 옛 42번 국도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잊힌 길이 되었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녹이 슬기 시작한 이정표가 18㎞ 직진하면 방림면이 나온다고 알려준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옛 사람들이 문재를 넘어가던 옛 42번 국도 초입. 길 옆으로 조성된 자작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옛 사람들이 문재를 넘어가던 옛 42번 국도 초입. 길 옆으로 조성된 자작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횡성호 주변으로 조성된 호반길에는 코스모스 길이 2㎞가량 이어져 있다. 호반길은 총 6개 구간으로 27㎞ 가량 조성돼 있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횡성군은 우천면 새말IC 일대에 대규모 코스모스 꽃밭을 조성, ‘우천 코스모스 축제’를 10월까지 진행한다. 횡성을 거쳐 다른 목적지를 향하는 행락객들도 횡성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만개한 코스모스와 가을을 만끽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사진=강경록 기자 rock@).
2013.10.08 I 강경록 기자
백련향·갯내음 가득한 남도의 멋 …전남 무안
  • 백련향·갯내음 가득한 남도의 멋 …전남 무안
  • 무안 송계마을의 갯벌체험 현장. 마을 주민이 갯벌에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무안 낙지를 ‘삽’으로 잡는 모습이다.무안 낙지를 잡아 올린 여행객의 모습. 송계마을에선 갯벌체험, 어패류잡기체험, 어장체험, 갯바위낚시체험 등을 근간으로 계절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정하는데, 여름에는 갯벌체험과 갯바위낚시체험이 주로 진행된다.뙤약볕이 내려쬐는 8월의 회산 백련지. 뜨거운 해를 연잎으로 가린 두 여인이 탐방로를 걷고 있다.연꽃 감상의 출발점은 ‘연풍연가’. 백련지 초입에 조성된 목조 탐방로다. 연인들이 연꽃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이란다. 멸종 위기의 희귀종인 ‘가시연꽃’의 집단군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찜통 같은 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을의 시작점인 입추도 이미 훌쩍 지난 8월 중순인데도 기상청은 이번 주까지 불볕더위가 이어질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인지 더위를 피해 너도나도 시원한 계곡이나 산, 그리고 바다로 떠납니다. 이왕 떠나는 여행이라면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다시 추스르는 기회로 삼아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번 주말은 광복절을 포함해 최대 4일 연휴이니 알찬 여행을 계획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번에 소개할 여행지는 전라남도 무안군입니다. 하얀 연꽃들이 만발한 무안은 해마다 여행객들로 북적거립니다. 검은 갯벌 위에서 신나는 체험이 가득한, 입을 황홀하게 하는 별미가 넘치는 무안으로 아주 특별한 여행을 떠나봅니다. 연꽃 사이를 거닐 수 있도록 길이 만들어졌다. 길 중간 중간에 그늘도 만들어졌다. 그늘에 앉아 푸른 휴식을 누리는 사람들의 표정이 맑다.▲여름 내내 연꽃이 피고 지는 회산백련지방죽에 오르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불교에서 말하는 불국정토가 여기일까. 하얀 연꽃들이 드넓은 연못 위에 총총이 박혀 있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 석가가 연꽃 위에서 탄생했고, 마야부인이 몸을 풀 때 오색 연꽃이 피었다는 인연에서 깨달음과 빛, 극락정토를 상징한다. 구릉너머로 해가 솟자 방죽은 온통 연잎들이 뿜어내는 푸른 빛으로 세상을 밝힌다. 7월부터 9월까지 꽃을 피우는 연꽃의 절정은 8월. 뜨거운 태양 아래 순백의 꽃을 피워내는 연꽃의 전성기가 바로 지금이다. 무안 회산백련지는 백련의 집단 서식지다. 절집 인근에서도 보기 힘든 백련이 지천이다. 무릇 깨달음을 얻기 위함일까. 한여름 뙤약볕에도 이곳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야트막한 산자락에 둘러싸인 회산 방죽은 둘레 약 3km, 면적 약 33만 ㎢(10만평)에 이른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일제시대 저수지로 축조해 사용되던 곳이었다. 인근의 한 주민이 저수지 가장자리에 백련 12그루를 심었는데 그날 밤 꿈에 하늘에서 학 12마리가 내려와 앉은 모습이 흡사 백련이 피어 있는 모습과 같아 그날 이후 정성을 다해 연을 가꾼 것이 해마다 번식을 거듭해 동양 최대의 백련지가 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넓은 저수지에 연꽃 중에서도 희귀하다는 백련이 가득 피어나며 여름이 무르익으면 탐스러운 연꽃이 장관을 이룬다. 매년 7월이 되면 초록빛 연잎이 덮이기 시작해 고개를 내미는 꽃송이가 어른 주먹만하다. 그러나 백련은 일시에 피지 않고 9월까지 제각각 꽃을 피우므로 한꺼번에 꽃이 만발한 풍경은 보기 힘들다. 백련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돌다리와 나무다리인 백련교는 연꽃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다리 곳곳에는 백련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요염한 자태로 무리지어 피어나는 노란 물양귀비, 멸종 위기에 있으며 보랏빛 꽃잎에 가시가 돋힌 가시연, 앙증맞은 노란 개연, 기름 등잔 위에 띄워놓은 불꽃 같은 애기수련, 순채, 물옥잠, 택사 등 좀처럼 보기 어려운 70여종의 수생식물이 즐비해 눈을 즐겁게 한다. 연으로 숲을 이룬 회산백련지는 철새라는 본분을 망각하고 백련지에 눌러 앉아 주인 노릇을 하는 물닭, 물닭과 사촌이지만 영역싸움을 치열하게 하는 쇠물닭, 잠수의 달인으로 통하는 논병아리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가물치, 우렁이, 청개구리 등등 다른 동물들과 어울리며 회산백련지에서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으며 세대를 이어간다. 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 83. 061-285-1323. 무안생태갯벌센터의 전경. 무안생태갯벌센터는 갯벌의 가치를 연구하고 알리기 위한 교육의 장으로 설립됐으며 갯벌생태관, 갯벌탐사관, 갯벌학습실, 갯벌탐조대, 생태공원, 야외학습장, 생태체험장으로 구성돼 있다.여행객들이 송계마을에서 갯벌체험을 하고 있다. 송계마을의 갯벌은 모래로 이우어져 있어 타지역과 달리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해가 뜨고 지는 송계마을에선 갯체험을.무안군 해제면 송석리 도리포의 어촌 마을인 송계마을은 서해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서해 명소다. 드넓은 백사장과 해송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겨울철에는 함평의 바다 쪽에서 해가 뜨고, 여름철에는 영광의 산쪽으로 해가 뜬다. 포구 반대편 서쪽으로 가면 칠산바다 쪽의 일몰 또한 장관을 이루며, 매년 1월 1일에는 이곳에서 해맞이 행사와 숭어축제가 열린다. 항상바위는 도리포의 맨 끝에 나지막하게 자리잡고 있는 바위섬으로, 썰물 때에만 건너갈 수 있다고 한다. 항상바위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지만, 바위 정상에는 수백년 파도와 바람을 이기고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사철나무가 있다. 백사장과 해송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송계마을에서는 바다낚시, 패류 채취 등 바다와 갯벌을 이용하는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갯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갯벌체험을 할 수 있지만 이곳 송계마을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갯벌체험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사계절 내내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타지와는 달리 마을 배를 타고 가까운 바다로 나아가 닭섬에서 체험을 진행한다. 또 갯벌이 모래로 이뤄져 있어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갯벌체험, 어패류잡기체험, 어장체험, 갯바위낚시체험 등을 근간으로 계절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정하는데, 여름에는 갯벌체험과 갯바위낚시체험이 주로 진행된다. 체험은 모두 사전예약을 통해 진행되며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갯벌체험은 하루 두 차례 반복되는 밀물과 썰물에 맞춰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에 한 번만 가능하며 매일 시간이 바뀌므로 사전에 체험시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체험과 관련된 도구는 모두 마을에서 지급하나 개인용 세면도구와 함께 두꺼운 양말은 참가자가 직접 준비해야 한다.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선정된 바 있는 송계마을에서 해맞이와 해넘이, 바다를 둘러싼 해송림과 백사장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가득 담아가면 어떨까. 체험은 유료이며 1인당 2만원이다. 전남 무안군 해제면 송석리 30-4, (061)454-8737송계마을 앞 ‘닭섬’ 갯벌에서 만난 ‘바닷 게’. 무안의 갯벌은 해양생태계의 보고라 할 만큼 다양한 종의 동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여행메모◇가는법:-버스(고속)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하루 2회 운영된다. 동서울에서는 하루 4회 운영된다. 군내버스 일로읍에서 회산백련지까지는 1일 7회 운영되고 송계마을은 도리포행은 일일 9회 운영된다. (061)454-1040-자가용: 회산방죽:회산백련지 : 서해안고속도로 일로IC→일로읍→회산백련지송계마을:서해안고속도로→무안광주고속도로 →북무안IC→현경교차로→현경삼거리→수암교차로→ 도리포 방면→ 송계어촌체험마을무안생태갯벌센터에 설치된 데크.◇먹을것: 무안은 세발낙지도 유명하지만 ‘백련의 고장’다운 음식들이 지천이다. 구수한 맛이 우러나는 연차와 연잎에 각종 재료를 넣어서 쪄내는 연쌈밥은 기본, 시원한 연맥주, 영양만점의 연국수, 국물이 좋은 연라면을 비롯해 백련돈가스, 연근전, 연잎삼겹살말이, 연근전골 등이 있다..◇볼거리: 무안생태갯벌센터는 갯벌의 가치를 연구하고 알리기 위한 교육의 장으로 설립되었으며 갯벌생태관, 갯벌탐사관, 갯벌학습실, 갯벌탐조대, 생태공원, 야외학습장, 생태체험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검은 비단이라 불리는 ‘갯벌’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학습할 수 있는 곳이다. 무안 송계마을에서 어패류를 채집하고 있는 마을주민과 갯벌체험을 하고 있는 여행객의 모습. 송계마을은 갯벌체험, 어패류잡기체험, 어장체험, 갯바위낚시체험 등을 근간으로 계절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정하는데, 여름에는 갯벌체험과 갯바위낚시체험이 주로 진행된다.무안지도▶ 관련기사 ◀☞ [여행家]온라인투어, '일본 요나고 2013을 즐기자' 이벤트 外☞ "가을맞이 제주여행, 아시아나와 함께 하세요"☞ [여행家]베니키아 호텔 포항, 호텔가입 체결식 外☞ 남자들 여행 가방 속, 무엇이 들었나 보았더니...☞ `이색 여행지` 천문대 베스트 4
2013.08.13 I 강경록 기자
`아그대 설블리` 설리 스타일 `인기`
  • `아그대 설블리` 설리 스타일 `인기`
  • 설리[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드라마를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걸그룹 f(x) 설리가 안방극장 팬들의 눈을 사로 잡고 있다. 이른바 ‘설리 스타일’이다. 설리는 SBS 수목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에 출연 중이다. 극중 설리는 좋아하는 남학생을 위해 남장을 하고 기숙사 잠입도 서슴지 않는다. 남자 의상과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에도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는 설리의 스타일 비결을 살펴봤다. ◇ ‘생얼’ 메이크업설리는 극 중 ‘남장소녀’로 등장하는 만큼 메이크업도 한 듯 안 한 듯 보여줘야 했다. 아이 같이 깨끗한 ‘설리표 생얼 메이크업’의 포인트는 입술로 삼았다. 에뛰드하우스 관계자는 “가벼운 BB크림으로 깨끗한 피부를 연출하고 볼과 입술에 혈색을 더해주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렇게 아주 기본적인 메이크업 만으로도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의 설리를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발랄한 트레이닝 패션주로 교복이나 트레이닝 패션을 선보이는 설리 의상의 포인트는 보이시하면서도 발랄한 매력을 잃지 않는 것. 포인트 색상이 가미된 티셔츠, 스타일리시한 백팩, 컬러풀한 스니커즈 등으로 발랄과 경쾌한 이미지를 더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그대에게’의 제작발표회에서 설리가 착용한 운동화는 시원한 초록색 포인트 컬러를 사용한 경쾌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사랑스러운 보브컷설리는 완벽한 남장미소녀가 되기 위해 긴 머리를 실제로 짧게 자르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보이시하면서도 발랄한 보브컷으로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강화시킨 게 특징이다. 한 헤어 관계자는 “자칫 선머슴 같아 보일 수 있는 숏컷을 밝은 브라운 컬러의 염색으로 부드러운 이미지를 더했다”며 “인위적인 스타일링 없이 자연스럽게 흐르듯 연출하면 설리 부럽지 않은 사랑스러운 보브컷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12.08.24 I 조우영 기자
여름방학 극장가, 韓·美·日 대표 애니 한자리
  • 여름방학 극장가, 韓·美·日 대표 애니 한자리
  • ▲ `마당을 나온 암탉`-`카2`-`홍길동2084`-`도라에몽` 극장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이데일리 스타in 신상미 기자] ‘야~ 방학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과 아이들의 방학을 맞아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이 줄을 잇고 있다. 실패의 역사를 딛고 일어선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 화려한 3D로 무장한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의 신작들,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재패니메이션 등 한, 미, 일 세 나라의 대표 애니메이션을 소개한다. ◇ 마당을 나온 암탉 vs 홍길동 2084 올여름 한동안 충무로에서 사라졌던, 토종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게 됐다. 그중 특히 관심을 끄는 작품이 오는 28일 개봉하는 ‘마당을 나온 암탉’. 100만 부가 넘게 팔린 황선미 작가의 동명 원작 동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이 작품은 제작기간만 무려 6년이 걸렸다. 영화는 양계장에서 기계처럼 알만 낳던 잎싹이 양계장을 탈출해 생전 처음 청둥오리 알을 품어 보고 그렇게 태어난 초록과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문소리(잎싹), 유승호(초록) 등이 목소리 연기에 나섰다. 할리우드나 일본에 못지않은 한국 명품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자는 명필름의 오랜 집념이 결실을 본 작품으로 한국적 정서와 분위기를 담아 일일이 손으로 그린 그림이 눈길을 끈다. 다음 달 18일 개봉하는 `홍길동 2084`는 2084년 가상미래를 배경으로 홍길동이 악의 무리와 싸우며 활약하는 모습을 그린다. 3년의 제작기간, 36억 원의 제작비, 국내 첫 3D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 리오 vs 카2 `아이스 에이지`를 선보였던 폭스의 블루스카이 스튜디오가 `리오`를 내놨다면, 픽사에겐 `카2`가 있다. `리오`는 전 세계에 하나 남은 희귀 앵무새 블루가 마찬가지로 하나 남은 짝을 찾아 리오 데자네이로로 날아와 겪는 모험을 담았다. 이국적인 배경에 화려한 색감, 앵무새의 생생한 깃털 등 섬세한 묘사가 특징. 이에 대적하는 `카2`는 픽사가 무려 5년 만에 선보이는 속편이다. 1편이 카 레이싱 대회를 소재로 했다면, 속편은 전 세계를 무대로 펼치는 첩보전을 그렸다. 특히 무기를 발사하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활약이 압권이다. 두 영화는 모두 비상 혹은 낙하 장면이 특히 사실적인 3D 애니메이션 특유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해 하늘을 나는 앵무새와 자동차의 비행 장면을 짜릿하게 살려냈다. ‘카2’는 지난 20일 개봉해 인기리에 상영 중이고 ‘리오’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 개구쟁이 스머프 vs 빨간 모자의 진실 2 만화와 동화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두 작품이 3D 영화로 개봉된다. `개구쟁이 스머프`는 30대 이상의 관객이 자녀의 손을 잡고 극장을 찾을 만한 `추억`의 영화. 뉴욕을 배경으로 파파 스머프의 액션을 볼 수 있고 가가멜과 스머프 수프에 얽힌 뒷이야기도 공개된다. 8월11일 개봉 예정. 반면 지난 13일 개봉한 ‘빨간 모자의 진실2`는 한국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웃음 가득한 더빙, `미션 임파서블`에서 `아기 돼지 삼형제`까지 영화와 동화를 가리지 않는 재기 넘치는 패러디가 주요 관람 포인트다.  ▲ `빨간모자의 진실2`-`개구쟁이 스머프`-`명탐정 코난: 침묵의 15분`-`리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도라에몽 vs 명탐정 코난 ‘도라에몽’과 ‘명탐정 코난’ 등 TV와 극장판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 재패니메이션이 올여름에도 어린이 관객을 찾아간다. `도라에몽`은 지난 1981년 처음으로 극장판이 제작돼 올해로 31번째 영화를 개봉하며, ‘명탐정 코난’도 1997년부터 지금까지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매년 한 편씩 내놓고 있다. 28일 개봉하는 `도라에몽: 진구와 철인군단 날아라 천사들`은 외계로봇 잔다크로스의 지구정복 음모에 맞서 지구를 지키려는 도라에몽과 진구의 모험을 그렸다. `도라에몽`이 초등학생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면 15번째 극장판을 선보이는 `명탐정 코난: 침묵의 15분`은 청소년과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매 버전 명쾌한 추리와 시원한 액션,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8월4일 개봉. 
2011.07.26 I 신상미 기자
(시승기)`미니E` "전기車는 재미없다고? 천만에!"
  • (시승기)`미니E` "전기車는 재미없다고? 천만에!"
  •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친환경 자동차는 지루하다`  친환경 자동차는 성능보다는 배기가스 저감 등 환경에 방점을 찍다보니, 주행의 즐거움은 뒷전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징크스와 고정관념은 깨지라고 있는 것. BMW가 처음으로 내놓은 전기차 미니E는 이런 고정관념을 말끔히 씻어줄, 그야말로 '펀(Fun)드라이빙'이 가능한 차였다. 지난 3일 처음으로 만난 미니E는 앙증맞은 외모에 BMW가 만든 전기차라는 독특함이 공존, 보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유발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시승 코스는 서울 광진구 악스 코리아(AX Korea)에서 출발해 비탈길에 있는 워커힐 호텔을 한바퀴 돌아 내려 돌아오는 20분 정도의 거리. 비록 짧은 코스였지만 미니E가 영국·독일·미국 등에서 500대 시범 운영할 뿐 아직 한국에선 운행 차량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시승은 한국에서 미니E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미니쿠퍼의 귀여운 외관에 204마력까지 `짐승돌`?   미니E는 미니 쿠퍼에 리튬 배터리를 탑재한 개조형 모델이라 외형은 미니쿠퍼와 다를 바 없다. 루프 등에 실버 색상 배경에 전원 플러그가 디자인된 `E`의 이니셜이 미니쿠퍼와 차별점을 뒀다. ▲ 미니E먼저 운전석에 앉았다. 계기판에 배터리 레벨 잔량이 퍼센트(%)로 표시됐다. 에너지 회생 기능으로 전력을 비축하고 있을 때에는 초록색으로 LED 불빛이 깜박거렸다.   미니E에는 고성능의 충전식 리튬-이온 배터리, 150kW의 전기 모터, 6단 변속기가 탑재됐다. 이 차량의 출력은 150kW로 마력(PS)으로 환산하면 204마력이다. 이는 1.6리터 터보 차저 엔진을 얹은 미니 쿠퍼S와 비교해도 최고출력은 30마력 이상 높은 수준이다. 최대토크는 22.4kg.m로 쿠퍼S(24.4kg.m)와 거의 비슷하다. 미니E는 정지 상태에서 100km에 도달하는 제로백은 8.5초이며, 전자제어식 안전최고속도는 시속 152km다. 액셀레이터를 지그시 밟아봤다. 도심 속 길이라 그리 속도는 낼 수 없었지만, 가속 시 힘이 느껴졌다. 시쳇말로 귀여운 얼굴에 잔근육을 갖춘 `짐승돌`과 같은 느낌이었다. 가속력은 기대 이상이었지만, 전기차의 특성 상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거의 바로 제동이 걸렸다. 가속페달에 계속 발을 올리고 있어야 해서 내연 기관 차량처럼 어느 정도 이상 속도에서 탄력이 붙는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 배터리 잔량과 충전상태를 보여주는 계기판 모습제동 시 브레이크를 밟는 대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으로 자연스레 속도 조절을 하는 방식이었다. 실제로 미니 E는 도심 주행 시 75%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은 채 제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전기 모터가 발전기 역할을 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제동력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또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이때 운동 에너지에서 생겨난 전력이 배터리에 쌓이게 되는 원리다. 내리막길에서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제동력이 생겨 전기 자동차 운전에 익숙해 지는 데는 조금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실제로 오르막 신호 대기 상태에서 출발할 때는 뒤로 밀리는 현상이 있어, 출발과 동시에 바로 액셀을 밟아야 했다. ◇ 이틀에 한번 충전으로 50㎞ 거뜬 전기차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충전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실제 시험 주행해본 결과, 하루 50Km씩 도심을 주행하는 운전자라면 이틀에 한번 정도만 충전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 충전지를 포함 미니E의 월 대여료는 850달러다. 미니E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영국, 독일 등 국가에서는 충전기를 포함, 1년간 리스 형식으로 고객에게 전달한다. ▲ 미니E 충전하는 모습여기에는 유지보수나 마모 부품 교체 등 필요한 기술적인 서비스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한다.  미니E의 리튬 배터리는 트렁크 공간에 들어 있어 트렁크에는 거의 수납이 불가능했다. 2인승에다 트렁크 등 수납 공간이 거의 없어 그 점도 조금 불편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법 한 전기차 미니E. 미니 E는 `전기차도 펀 드라이빙이 가능할까`라는 고정관념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다만, 전기차 운전에 익숙해 지기 전까지는 실용성 보다는 100% 전기로만 가는 친환경 자동차라는 상징성에 더 무게 중심 둔 느낌이었다.  하지만, 미니E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나올 1시리즈 기반의 액티브E 그리고 2013년에 대규모 양산 예정인 전기차 메가시티 프로젝트에 기분 좋은 기대감이 생기는 것은 아마도 미니E가 주는 '즐거움' 때문이리라.▶ 관련기사 ◀☞`깐깐한` BMW도 반한 한국산 부품.."향후 계속 확대"☞[포토]BMW `친환경 자동차 4종 국내 첫 공개`☞BMW코리아, 월 판매 `魔의 2천대 벽` 넘었다
2010.09.06 I 김보리 기자
창업박람회에서 선보인 이색 창업 아이템
  • 창업박람회에서 선보인 이색 창업 아이템
  •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창업을 할 때 남들이 안하고 눈에 띠는 아이템을 찾는 것은 성공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제3회 한국창업산업박람회에는 이런 이색 창업 아이템들이 많은 예비창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이핸드의 수제 휴대전화 장식 제품들휴대전화, 핸드백, 지갑 등의 수제 액세서리 제품을 제작하는 `아이핸드`(www.ihand.co.kr)는 독특한 디자인의 휴대전화 장식으로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아이핸드` 부스를 방문한 여성 관람객들은 휴대전화 덮개, 액세서리, 지갑 등의 제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장흥국 `아이핸드` 사장은 “중저가에서 고급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있다”며 “독특한 디자인 개념으로 경쟁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초록의 꿈`(www.ichorok.com)은 화분과 씨앗을 판촉물로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초록의 꿈`의 핵심 아이디어는  `씨앗줄`에 있다. `씨앗줄`은 꽃씨 등의 씨앗을 수용성 필름이 감싼 것이다. 이 `씨앗줄`이 흙 속의 물기에 닿으면 필름은 녹아 사라지고 싹이 튼다. 씨앗과 카드형 판촉물이 결합해 화분의 흙 속에 꽂혀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함부로 판촉물을 버릴 수 없다. 즉, 씨앗이 성장하는 기간 내내 판촉물이 사용자에게 노출되는 것이다. 직접 시연을 하는 이삼신 세종H&G 사장이삼신 세종H&G 사장은 `빠끔이&꼴딱이`라는 이름의 골프 퍼팅 게임기를 선보였다. 두 달 전 개발이 완료된 이 제품은 당구장, 노래방, 찜질방 등과 같은 휴식 공간이면 어디든 설치될 수 있다. `빠끔이&꼴딱이`는 별도의 점포 없이 창업할 수 있다. 게임기는 직접 구매가 아닌 본사 대여 방식이다. 대여비는 게임기 한 대당 300만원이고 가맹비 600만원이 따로 있다.  원목조립모형 완구를 제품으로 한 창업 아이템도 나왔다. 도철호 `아이디어큐`(www.ideaq.co.kr) 사장은 “나무를 이용한 지성, 감성 창조성을 개발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소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사 제품을 들고 있는 도철호 아이디어큐 사장 어린이 완구, 학교의 체험 학습용 외에 일반 성인들의 취미용 완구로도 활용 가능해 꾸준한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물품비를 제외하고 별도의 창업 비용은 없다. 신개념 동네 전파사인 `순돌이 아빠네`(www.soondory.com)도 눈길을 끌었다. `순돌이 아빠네`는 20여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MBC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의 `순돌이네 전파사`와 같은 정감있는 디지털 기기 수리전문점을 지향한다. `순돌이네` 창업 대상자는 전자제품 수리 경험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초보자도 2주간의 고육을 거쳐 창업할 수 있다. 창업은 1인으로도 가능하다. 이외, 집안 먼지 진드기 제거 서비스 업체, 1인 이사 전문 업체 등이 나왔다. 한편 적립식 회원카드, 계산 단말기, 매장 배경음악 서비스 업체들도 참가해 IT기술과 접목돼가는 최근의 매장 서비스 경향을 반영했다. 
2010.05.29 I 김유성 기자
제 3회 한국창업산업박람회, 성황리에 개막
  • 제 3회 한국창업산업박람회, 성황리에 개막
  •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제 3회 한국창업산업박람회가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오늘 개막했다. 전시관 개장 시각인 오전 11시부터 많은 예비창업자들의 발길이 이어져 최근의 높은 창업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창업산업박람회가 27일 SETEC에서 개막했다. 테이프 커팅식에는 김경한 성균관대 교수(좌측 두번째), 김은정 월간 리치 발행인(좌측 세번째), 정기화 이데일리 미디어마케팅본부 전무(좌측 네번째)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보다는 신규 업체들이 대거 참여를 했다. 신규 업체들은 이번 박람회를 `브랜드 알리기`의 좋은 기회로 삼았고 실제로도 많은 예비창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순두부 외식 업체 `개화순두부`와 수제 핸드폰 액세서리 업체 `아이핸드`, 씨앗과 화분으로 독특한 판촉물을 만드는 `초록의 꿈`, 태국산 새우로 껍질 채 먹는 새우요리 프랜차이즈 `새우야` 등에는 예비창업자들의 상담이 몰렸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로는 맥주 치킨 프랜차이즈 `치킨 매니아`를 필두로 `도토베리치킨`, `쿨럭`, 스파게티 프랜차이즈 `솔레미오`와 `토마토 아저씨`, 토스트프랜차이즈 `토리또와`와 `토스토아`, 퓨전 주점 `와라와라`, `엘리팝` 등이 나왔다. 이들은 시식 등의 적극적인 판촉으로 전시장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KT에서는 자영업자 및 SOHO 창업자를 위한 `매장관리시스템`을 소개했다. `매장관리시스템`은 POS, CCTV, 매장내 음악 서비스 등 창업초기 필요한 장비를 원스톱으로 구비할 수 있는 서비스다. 독특한 아이템으로 주목을 받은 악기 레슨 프렌차이즈 업체 `뮤직폰`각 부스마다 예비창업자들이 줄을 이었다 박람회의 주관사인 제일좋은전람은 박람회를 통해 실질적인 상담과 정보 교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참가업체들이 확성기와 스피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소란스럽지 않은 가운데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을 받았다. 29일 토요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박람회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2010.05.27 I 김유성 기자
세모시 옥색치마 만들던 어머니 혀에는 굳은살이…
  • 세모시 옥색치마 만들던 어머니 혀에는 굳은살이…
  • [조선일보 제공] 충남 서천에서도 돈 자랑, 물산(物産) 자랑은 함부로 하지 말 일이다. "타지 출신 남편까지 데려와 우리 세 자매 모두 고향에서 모여산다"는 서천의 문화관광해설사 박미숙(41)씨는 이런 웃지 못할 예화를 들려줬다. "다른 시골에서는 자식들이 늙은 부모를 찾지 않아 문제라는데, 서천에는 2~3달에 한 번씩 제발로 찾아온다"는 것. "한산 모시와 찹쌀로 빚은 소곡주, 농사와 고기잡이로 벌어들인 부모들의 쌈짓돈이 억 단위"라는 게 그의 풍자 섞은 서천 자랑이다. 포구와 해산물시장의 먹거리 그리고 연초록 물버들과 샛노란 유채로 물든 5월 서천에서의 1박2일. ▲ 2층 식당가에서 내려다본 서천특화시장. 서천 앞바다에서 잡아온 생물(生物)들이 펄떡펄떡 뛰는 삶의 현장이다. &nbsp;13:00 ‘조개의 왕’으로 끓인 해물칼국수와 열무찰보리비빔밥 금강 하구둑 입구에 있는 '벌과떼 해물칼국수'(041-956-2177)의 해물칼국수로 서천 미각 여행을 시작한다. '조개의 왕'으로 불릴 만큼 매끈하고 광택나는 하얀 백합을 듬뿍 집어넣은 칼국수다. 서해안 포구마다 백합 칼국수 자랑에 여념이 없지만 1990년 금강 하구둑 완공 이후 이곳에는 해물칼국수 군락(群落)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비슷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서천 해물칼국수의 차별성은 열무찰보리비빔밥을 함께 준다는 점. 젓가락으로 비벼도 충분할 만큼 탱글탱글한 찰보리에 시원한 열무를 넣어 비빈다. 최근에는 칼국수와 열무비빔밥으로도 모자라 식당마다 서비스 경쟁이 붙었다. '벌과떼'는 아이 주먹만한 왕만두를, 옆집에서는 돼지 수육을 보너스로 내걸었다. 1인 5500원. 14:30 봉선저수지 물버들과 신성리 초록 갈대 봉선저수지의 연초록 물버들과 신성리 초록 갈대<사진>에서 서천의 봄을 만난다. 마산면의 봉선저수지는 충남에서도 두 번째로 큰 저수지. 청송의 주산지만큼은 아니지만, 물 아래 뿌리를 둔 물버들이 곳곳에서 낭창낭창 흔들리는 매혹적인 저수지다. 최근에는 저수지를 에두르는 산책로를 조성했다. 발목이 편안한 푹신푹신한 흙길이다. 예전에는 버스가 다니던 비포장도로였다는데, 마을 사람 숫자가 줄어들며 정규 노선은 폐지됐다. 흙길 산책로 양쪽으로 조성한 화단에는 쑥부쟁이, 바위취, 무늬비비추, 애기우산, 화살나무 등 우리 땅의 풀과 나무가 반긴다. 옆마을 신성리로 옮겨 갈대밭을 찾는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은 그 갈대밭이다. 무려 10만평 규모. 드라마 '추노' 영화 '쌍화점'도 이곳에서 찍었단다. 하지만 지금은 해충방지와 인근 농산물의 생육을 위해 모두 잘라낸 상태. 무릎만큼 올라온 어린 초록 갈대가 여름 이후의 장관을 예고한다. 대략 7월이면 농구선수 서장훈만큼 껑충해진 갈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nbsp;16:00 한산모시관의 모시째기 예부터 서천(군)은 몰라도 한산(면)은 안다고 했다. 한산세모시의 유명세 덕이다. 얼마나 가늘게 모시를 째면 가늘 '세'(細)가 붙었겠는가. '세모시 옥색치마'의 그 세모시다. 하지만 화학섬유의 개발로 1차 위기를 겪은 국산 모시는 중국과의 교역 이후에 치명타를 입는다. 한산모시관(041-951-4100)의 서남옥(52) 문화관광해설사는 "전국에 모시 명맥이 다 끊어지고 이제 우리나라에서 남은 곳은 한산뿐"이라며 한숨이다. 기념관 안에서는 한산의 어르신들이 직접 모시를 째고, 삼고, 베틀로 짜는 모습을 매일 시연(試演)한다. 깻잎을 쏙 빼어담은 모시풀의 속껍질을 물에 적신 뒤 꺼내어 이로 쪼갠다. 모시관 어르신들이 치아로 모시를 쪼개는 모습은 거의 믿을 수 없는 기예(技藝)의 경지. 한 줄로 들어갔던 태모시가 나올 때는 두 줄이더니 다시 이 중 한 줄을 입에 넣어 더 얇은 두 줄로 쪼갠다. 이 과정을 반복할수록 가는 모시가 나온다는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시째기의 역사는 여인 잔혹사이기도 하다. 혀와 입술이 갈라지고 심지어 굳은살이 박인다. 혀에 돋아난 굳은살이라니. 그 굳은살을 수십 번 잘라내고 새로 돋아야 모시째기 일꾼 하나가 나온다니 숨이 턱 막힌다. 열여섯에 시작해 53년째 모시를 쪼개고 있다는 모시관 어르신의 이력에 그저 고개 숙일 뿐. 19:22 동백정의 일몰 마량리 동백나무숲에서 서해 바다로 지는 해를 본다. 마량의 동백정 일몰은 서해안에서도 으뜸과 버금을 다투는 곳. 구름 한 점 없던 마량의 앞바다가 오렌지색으로 물드는 순간 500년 된 동백나무에서 동백꽃 하나가 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시인 마종기는 '봄이 뒤뜰에서 잠자는 동안/붉은 입술만 가지고 와서/처음부터 나를 떨게 하던 꽃'이라고 동백을 노래했지만 천연기념물 169호인 마량의 동백나무 85주(株)는 이곳 고깃배들의 안녕과 풍어(豊漁)를 위해 심었다고 했다. 문화해설사 박미숙씨가 그 황홀한 석양의 순간, 다시 개입하며 반전을 시도한다. 동백정에서 코 앞에 보이는 섬, 오력도에 얽힌 일화다. 육지에서 보이는 풍광보다 섬 뒤편의 경치가 절경이라는 것. 70~80년대에는 당시의 인기잡지 '선데이서울'이 섬 뒤편에서 핀업걸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고기잡이배들은 가끔 오력도에서 곗날잔치를 벌이기도 한다는 것. 다음 서천 방문때는 미리 고기잡이배를 수배할 일이다. &nbsp;20:00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홍원항 횟집타운의 마지막에 있는 '너뱅이 등대 횟집'(041-951-7870)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다. 뭍이 끝나는 곳에 식당 건물을 올렸다. 2층과 3층 모두 통유리창으로 바다 전망이 일품이다. 아쉬운 대목은 가격. 자연산 광어와 꽃게 모두 ㎏당 6만원을 받았다. 새로 지은 시설과 풍광 값이 포함된 가격으로 봐야 할 듯. 서천 광어·도미축제 기간 동안에는 ㎏당 4만5000원으로 낮출 계획이란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여행객이라면 인근 마량어촌계 수산물판매장을 추천한다. 1층은 활어수산, 2층은 식당 구조다. 판매장 내의 원양수산(041-952-6669)에서는 7일 자연산 광어 ㎏당 2만8000원, 갑오징어 마리당 2만원, 도미 ㎏당 3만원, 꽃게 ㎏당 3만5000원에 팔고 있었다. 가격은 당연히 수확량에 따라 그날그날 다르다. 이번 주말(15~16일)은 밀물과 썰물 차이가 가장 큰 사리이니만큼 어획량도 많을 것이다. 원양수산 주인 김세옥씨가 "맛있는 건 항상 맛있고, 사리 때 오면 더 싸고~"라며 명쾌하게 정리한다. 10:30 서천특화시장과 배꼽시계의 박대튀김 서천 앞바다의 해산물은 결국 한자리에 모인다. 130여곳 점포가 제각각 싱싱한 해산물을 경쟁하는 곳. 서천읍 중심가에 자리잡은 서천특화시장(041-951-1445)이다. 2층에서 내려다보니 그야말로 장관이다. 마침 어버이날을 맞아 총천연색 카네이션을 꽂은 상인과 손님이 곳곳에서 흥정을 벌이고 있다. 서천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녀석들 중에 '박대'가 있다. 납작한 모양새가 남도에서 잡히는 서대 사촌쯤 된다. 반건조시킨 박대 열마리 남짓을 일흔아홉 이상임 할머니(041-953-0307)가 2만원씩에 팔고 있다. 카네이션 가슴에 꽂은 할머니는 "비싸다고? 박대는 싸구려가 아니여. 구워먹고 튀겨먹고, 그냥 먹어도 맛있제. 이건 고급이여, 아무나 먹겄남?"이라며 추천한다. 세 끼 연속 해산물로 느끼한 입맛을 한산면의 가정식 백반집 '배꼽시계'(041-951-0780·카드 불가. 일요일 휴무)의 5000원짜리 김치찌개로 해결한다. 김밥, 떡볶이 등을 앞문에 써붙여 분식집으로 속기 쉽지만 사실은 서천에서 이름난 가정식백반집. 오직 점심식사만 내놓는다. 남편이 농사지은 쌀로 밥을 짓고, 안주인 박미라씨가 매일 장을 봐 싱싱한 놈으로 그날의 메뉴를 결정한다. 조기매운탕, 홍어탕, 동태찌개, 김치찌개 등 딱 한 가지 메뉴만 내놓는다. 밑반찬으로 오른 박대 튀김<사진>에 절로 젓가락이 간다.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인 아들·딸 반찬으로 주려고 구웠다는 쥐치도 한 점 먹어보라고 내놓는다. 서천의 인심이 넉넉하다. &nbsp;▶ 관련기사 ◀☞흥겨운 두 바퀴로 탁 트인 바다路 가다☞대한민국 구석구석~ 전통의 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여의도의 두 배…가도 가도 청보리밭만 보인다
(VOD)''서편제'' 그 마을에 새 길이 생겼다
  • (VOD)''서편제'' 그 마을에 새 길이 생겼다
  • ▲ 요즘, 청산의 봄이 완연하다. 당리 돌담길은 완연한 청산의 봄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조선일보 제공] 19㎞. '육지'와 청산도 사이 거리입니다. 서울에서 과천을 잇는 거리와 비슷합니다. 그만큼 짧은 거리를 건너왔을 뿐인데, 청산도(전남 완도군 청산면)는 외지인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보여줍니다. 먼저 김과 다시마 양식장이 까맣게 수놓은 바다가 있고, 노란 유채와 푸른 보리가 완연한 봄을 알리는 다랭이 밭이 있습니다. 제주의 돌담과 해남의 갈대밭과 거제의 몽돌 해변과 서해의 갯벌도 그곳에 있습니다. 비릿한 바닷바람과 청명한 들바람을 동시에 맞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청산입니다. 그러하니, 섬이 작더라도 청산이 주는 선물들을 하루에 맛보겠다는 건 욕심입니다. 4월 개방한 슬로길 20여㎞ 구간을 천천히 걸을 때에야 비로소 그 선물들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습니다. 잠시 정해진 길을 벗어나 마음 내키는 대로 걸어도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동차로는 한 시간에 돌 수 있는 20여㎞ 구간이 한없이 길어집니다. 그 길어진 만큼이 청산이 주는 선물의 크기입니다. ◆갯내 물씬한 길―도청항~권덕리 청산도 슬로길은 도청항에서 시작한다. 도청항에서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 유채와 마늘이 각기 노랑과 파랑으로 봄을 알리는 곳, 당리에 도달한다. 서편제를 촬영했던 곳이다. 영화 속 유봉 일가가 진도아리랑 가락에 맞춰 어깨춤을 추며 걸었던 길은 근경으론 소박한 돌담을, 중경으론 마늘밭과 유채밭을, 원경으론 도청항과 바다와 섬을 조망한다. 절경이다. 그 풍경에 반해 임권택 감독은 이 길을 5분40초간 롱테이크로 찍었다. 그러나 1코스를 동행한 마을 주민 김송기씨에게 이 길은 마냥 예쁘기만 한 길은 아니다. 서편제 개봉이 1993년, 이후 돌담길은 세 번 바뀌었다. 김씨가 말했다. "처음엔 흙길이었는데, 장마지면 길이 질퍽해지다 보니 주민들이 군에 민원 넣어서 시멘트로 포장했소. 그랬더니 영화 팬들이 '어떻게 이 길을 포장할 수 있느냐'며 반발한 거라. 다시 시멘트를 벗겨 냈지. 그러면 주민들이 가만있겠소. 결국 군청에서 비싼 돈 들여 황토포장길로 바꾼 거요." ▲ 청산도는 푸르다. 먼 바다는 하얗게 푸르고 가까운 보리밭은 연하게 푸르다. 그 푸른 흐름의 마지막을 유채의 노랑이 장식한다. / 조선영상미디어길의 사연은 청산도의 최남단, 화랑포를 도는 해안도로에서도 이어진다. 발이 편한 당리 돌담길과 달리, 이 길은 시멘트 포장이다. 적어도 3㎞가 넘는 시멘트 길을 걷다 보면 자연히 발이 아파져 온다. 본래 이곳 역시 흙길이었으나 2005년 관광자원 개발사업을 이유로 길을 시멘트로 덮었다. "시멘트 길은 걷기에 좋지 않다"고 김씨에게 말하자 그가 답했다. "그렇다고 시멘트를 다시 벗겨 내면 얼마나 예산 낭비요." 아파오는 발과 달리 눈은 즐겁다. 청산도는 반농반어촌이다. 절반이 농사를 짓고 나머지는 바다를 삶의 바탕으로 삼는다. 이중 어업으로 생계를 잇는 이들의 삶은 대체로 만(灣)에 몰려 있다. 바다가 육지 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곳에 어민들은 김이나 다시마, 전복 따위를 양식한다. 남쪽으로 불쑥 돌출한 지형의 화랑포 양쪽도 이 같은 양식장인데, 어민들이 바다에 펼친 밭은 육지의 논밭처럼 수확되는 작물 따라 모습이 다르다. 전복 양식장을 수놓는 구조물은 촘촘하며 검고, 김 양식장을 구획 짓는 부표는 넓게 드리워지되 그 아래 흩날리는 김으로 검다. 화랑포 일주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멘트 길은 다시 흙길로 바뀌었다. 숲 속 해안절벽을 따라 걷는 길 위에서 바다는 길의 고도에 따라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면서 농담(濃淡)을 바꾼다. 멀리서 바다는 먹먹한 소리로 점성 짙은 유체처럼 흔들리고 가까이서 바다는 철썩이는 파도소리로 하얗게 부서진다. ◆바닷바람과 들바람 사이&#8212; 범바위~장기미 화랑포처럼 돌출된 지형의 권덕리에서 범바위를 오르는 길은 20여㎞의 슬로길 구간 중 가장 힘든 길이다. 그리 크지 않은 고도차를 오르고 내렸던 길은 보적산 8부 능선에 자리잡은 범바위를 향해 가파르게 솟구친다.&nbsp;▲ 범바위에서 바라본 일몰그러나 범바위의 전망은 그 힘듦을 채우고도 남는다. 전망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 그 중 첫째가 청산도의 지형과 주민들의 삶이다. 대성산·대봉산·대선산·고성산 등 청산을 이루는 주요 산들은 자락을 바깥으로 펼쳐 병풍처럼 해안을 둘러쳤다. 산자락이 낮아지는 곳엔 어업으로 생계를 잇는 이들의 마을이 웅크리고 있다. 반면 섬의 안쪽으로 산들은 완만하게 낮아진다. 그 경사 위로 보리나 마늘 밭이 바람에 휘청대고, 농업을 생계의 바탕으로 삼는 청계리나 원동리·양지리 등의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범바위에서, 청산도가 반농반어촌이란 게 실감 난다. 둘째로, 범바위는 슬로길 중간 즈음에 있어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을 종합한다. 다섯 시간 넘게 걸어야 할 길이 앞으로 가깝고, 다섯 시간 전에 걸었던 화랑포는 뒤로 흐릿한 안개에 묻혀 멀다. 도시에서 지나온 길은 인파나 자동차에 묻혀 보이지 않기 마련인데 이곳의 돌아봄은 트인 시야로 걷는 일의 행복을 가르쳐준다. 하여 앞으로의 걸음에 힘을 싣는다. 범바위에서 지나온 걸음과 가야 할 걸음은 이처럼 서로 의지하며 같이 나아간다. 범바위를 내려가는 길은 오르는 길만큼이나 가파르다. 그 길은 보적산 자락이 바다를 향해 나아가며 경사를 낮추는 길이다. 그래서 길 따라 출렁이는 계곡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데, 이 산의 물소리는 장기미 해변에서 갑자기 파도소리에 자리를 내어준다. 장기미는 불과 수십 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계곡과 바다가 공존하는 지형이다. 이 지형은 앞으로 갯내음의 길 대신 마늘향의 길이 이어질 것을 예고한다. ◆하늘과 땅의 푸름이 조응하는 길&#8212;청계리~신흥해수욕장 '청산'이란 이름은 역시 같은 '淸'자가 들어가는 청계리에서부터 또렷하다. 낱알을 품은 보리는 연푸른색으로 물결치며 출렁이고 마늘은 쉽게 구부러지지 않는 단단함으로 짙푸르다. 북쪽으로 양지리와 중흥리 너머 우뚝 솟은 대봉산은 올곧게 솟은 소나무로 검푸르다. 연푸르거나 짙푸르거나 검푸르거나, 땅의 푸름은 하늘의 푸름과 조응하며 걷는 이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청산에서, 푸름을 지탱하는 건 돌의 무채색이다. 해남이나 김제처럼 광활한 들을 가지지 못한 청산도민은, 대신 돌을 기반으로 논이나 밭을 일궜다. 청산을 대표하는 구들장 논은 그 중 하나. 청산의 농민들은 한옥 온돌방의 구들장처럼 돌로 구들을 만들곤, 그 위에 흙을 덮었다. 대봉산 아래 남쪽으로 펼쳐진 논이 이 같은 구들장 논이다. 돌을 쌓는 부지런함으로 청산도는 농경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길은 북쪽으로 구들장 논을 바라보며 원동리 일대 밭을 한복판으로 가로지른다. 이 길은 온전히 농경민의 것이다. 바다도, 파도소리도 없이 오직 푸르게 펼쳐진 논밭과 경운기 소리가 이 길의 정서를 지배한다. 해안가에서 끝없이 출렁이며 일어서던 산들도 여기서는 숨죽인다. 원동리 일대는 청산의 몇 안 되는 평야다. 그 평야 위에서 보리는 이삭을 품었고 마늘은 높게 자랐다. 5월 수확을 앞둔 마늘밭에서, 원동리 주민 김정덕(79)씨는 낫으로 잡초를 골라내는 일에 한창이다. 마늘 수확이 끝나고서도 김씨는 바쁘다. 그는 "마늘을 수확하고 나면 '나락(벼)'을 심어야 한다"고 했다. 원동리 평야에 김씨처럼 밭일하는 주민은 종종 눈에 뜨였으나 그 주민들로는 원동리의 너른 평야를 감당하지 못했다. 하천 옆으로 일손이 달려 내버려 둔 논밭엔 갈대가 무성하다. 갈대는 왕성한 생명력으로 하천을 따라 신흥해수욕장까지 길게 늘어서며 초록의 들판을 갈색 띠처럼 가로질렀다. 길은 원동리에서 상서리로 향한다. 이 길 위에서 밭담과 집담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이어진다. 집담은 판석처럼 얇은 돌로 처마 끝까지 쌓았으며 밭담은 낮게 쌓아 아래 밭의 담이 위 밭을 지탱했다. 그중에서도 2006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상서리 옛 돌담길은 유혹적이다. 높은 돌담 때문에 시야는 길에 집중되고, 위로 오르는 길은 굽어지고 휘어지며 길에 집중된 시야를 제한한다. 제한된 시야는 그 너머 뭐가 있을지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내, 끝내는 바닥에 그려진 슬로길 표시를 버려두고 그 길로 발을 이끈다. 그 길 위에서는 보리와 마늘 밭을 흩날리던 바람도 잠잠해 불현듯 적요하다. 그러하니, 상서리에서는 잠시 길을 잃고 헤매는 것도 좋겠다. 상서리에서, 길은 동촌리를 지나 신흥해수욕장에서 마감한다. 다시 바다이되, 그 바다는 산이 압박해 절벽으로 맞닿은 바다가 아니라 원동리의 평야가 맞닿은 부드러운 바다다. 어민의 바다에서 시작한 청산의 슬로길은 이처럼 농민의 평야를 지나 바다의 평야인 갯벌로 끝난다. 길은 스스로 이야기를 지어내고 자연스런 결말에 이른다. 물론 이 결말은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니 7월, 청산도는 섬의 북쪽을 잇는 19㎞ 구간을 개방할 예정이다. ▶ 관련기사 ◀☞레일크루즈 ‘해랑’타고 오페라 ‘아이다’도 보고
느릿느릿 돌아보라, 봄빛 물든 청산도
  • 느릿느릿 돌아보라, 봄빛 물든 청산도
  • [경향닷컴 제공] 완도 청산도에 가면 세 가지가 다르다. 첫번째, 거기는 푸르다. 서울처럼 칙칙하지 않다. 하늘과 바다만 푸른 게 아니라 들도 푸르다. 두번째, 담장도 길도 밭고랑도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굽고, 휘어져 있다. 반듯반듯 자로잰 듯 나누지 않았다. 휘면 휜 대로, 굽으면 굽은 대로 돌아간다. 한번에 다볼 수 없어 묘하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들쭉날쭉하지만 보기 좋다. 정감있다. 세번째, 느리다. 과속을 단속하는 카메라가 없다. (정말 못봤다) 말 그대로 슬로시티인데 굳이 카메라를 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청산도에 간 것은 얼마전 슬로길이 일부 개통돼서다. 3년 전 제주 올레길이 유명해지자 청산도에도 걷기 좋은 길을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길을 다듬기 시작했다. 돌담도 돌아가고, 바다도 바라보면서 가는 이 길은 모두 40㎞. 현재는 21㎞만 뚫렸는데 이르면 올해 말까지 모두 개통된다. 슬로길 1코스를 따라가봤다. 6.2㎞로 3시간 코스. 도청리 부두에서 시작된 길은 ‘서편제’에 나왔던 밭고랑길로 이어진다. 영화에서 주인공 가족들이 어깨에 흥이 올라 북장단에 맞춰 아리랑을 부르던 돌담을 끼고 가던 밭길이다. 밭을 나눈 돌담장 너머 마늘은 무릎 높이까지 자랐다. 파랬다. 유채밭은 4월 중순 축제행사에 맞춰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심어놓아서 꽃이 만개하지는 않았다. 유채밭 너머로 바다도 파랬다. 청산(靑山)이란 이름과 딱 어울린다. “옛날에는 선산도(仙山島)라고도 했다네요. 아름답다는 뜻이죠. 이런 이름을 붙인 이유는 그만큼 좋다는 뜻 아닐까요.”(김송기 슬로시티 사무장)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을 지나 바윗길로 접어들면 해안 절벽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여기서 도청리 부두가 잘 보인다. 부둣가에서 보면 마을 풍광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지만 여기서 보면 마을은 양쪽 어깨에 파란 바다를 끼고 있다. 풍경만 따진다면 정말 좋은 터다. 좌로 돌아가도 바다, 우로 돌아가도 바다인 곳이 우리땅에 얼마나 될까. 그저 부럽기만 하다. 길은 절벽 허리쯤을 파고들며 돈다. 과거 여행자들은 언덕배기에 있는 세트장만 보고 돌아갔다. 그 너머에 길은 들여다볼 생각도, 호기심도 없었다. 새로 뚫렸다는 길이라서 들어갔는데 “와…!” 한다. 한모퉁이를 돌 때마다 바다도 모습을 바꾼다. 양식장도, 바위 절벽도 보인다. 물빛도 모퉁이마다 다르다. 섬들도 여럿 보였는데 안내판에는 앞에 보이는 큰 섬이 보길도라 쓰여있다. 절벽 전망대의 이름은 새땅끝. 주민 왈. “글쎄 해남만 땅끝이 아니라 여기도 따지고 보면 땅끝이지라….” 길옆에는 청산도 아니면 보기 힘든 초분이 있다. 초분은 풀무덤이다. 진짜는 아니고 축제를 위해 만든 것이다. “옛날에 집안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뱃일 나간 아들들이 들어와야 장례를 치르죠. 그래서 풀로 임시 무덤을 쓴 겁니다. 그게 풍습이 된 거죠. 지금도 실제로 청산도 사람들은 초분을 만들어요. 한 2~3년 정도 있다가 다시 매장을 하죠.” 김송기 사무장은 “4월 중순 열리는 걷기 행사 때 초막 안에 놓인 관에 누워보는 이벤트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얼마나 할지는 모르겠지만….” 청산도 마을의 제모습을 보려면 실은 신흥리나 동촌리 상서리 마을까지 들어가봐야 한다. 슬로시티란 이름과 어울리는 마을이 바로 거기 있기 때문이다. 담장은 돌로 쌓았고, 담장 너머로 동백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목이 뚝 꺾인 붉은 동백이 검은 돌담 아래 떨어져 있다. 마을 옆으로는 계단식 논이 펼쳐져 있는데 이리 구불 저리 구불거린다. 청산도에 가면 들녘만, 마을만 바라봐도 기분좋다. 칼처럼 날카롭지 않고 모든 게 둥글둥글해서다. 창처럼 솟은 빌딩숲과 각지고 모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마을에 오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게다가 봄빛이, 그것도 초록빛이 그렇게 환할 수 없다. 햇살이 고랑고랑 빈틈없이 떨어지는 다랭이밭에서 봄바람에 이리 저리 휩쓸리는 청보리를 보고 있으면 “여기 눌러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청산도는 논도 특이하다. 다락논이 다랭이밭뿐 아니라 다른 데서 보기 힘든 구들장논이 있다. 구들장논이란 대체 뭘까. 한 뼘의 논이라도 늘리려 했던 먼 옛날, 구들장 같은 넓은 돌판을 바닥에 깔고 논을 만들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일제 때 일본인들이 이 섬까지 와서 쌀을 공출해갔다고 한다. 1970~80년대 교과서에 청산도는 어업전진기지로 나왔다. 삼치 같은 고급어종이 많이 잡혔던 천혜의 어장이었던 것이다. 80년대 후반부터는 잡는 어업은 사양길, 기르는 어업이 주종을 이뤘다. 청산도는 양식업을 하기에도 좋아서 근해는 전복양식장이 많단다. 뭐든지 부수고 새로 짓는 여느 마을들과 달리 원형까지 훼손되지 않은 섬이니 여행자들은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다. 청산도엔 이 외에도 눈여겨볼 게 많다. 고인돌도 있고, 갯돌해변도 좋다. 주변에 섬들이 많아서인지 파도마저 와락 달려들지 않는다. 느릿하게 밀려온다. 청산도의 봄은 초록이다. ▲ 여행길잡이… 완도서 뱃길로 50분 *완도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탄다. 오전 8시·11시20분, 오후 2시30분·6시 등 하루 4차례 배가 뜬다. 주말에는 배편을 두차례 더 늘려 운항할 때도 있다. 50분 걸린다. 청산도에서 서둘러야 할 때가 있다. 차를 가지고 갈 경우 나올 때 선착장에서 줄을 서야 한다. 평일은 1시간 전, 주말에는 더 일찍 나와야 한다. 도착하자마자 관광안내소에서 몇 시쯤 나와야 하는지를 알아두고 떠나는 게 좋다. 배삯은 편도 7150원. 청산도에서 나올 때는 6500원이다. 차량 도선료는 싼타페 기준으로 편도 2만6500원. 완도 여객선터미널 1544-1114. 청산농협(선박운항사) (061)552-9388 *차가 없을 경우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 현지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셔틀버스는 주말의 경우 오전 9시와 오후 1시에 떠난다. 2시간30분 정도 가이드가 함께 타서 청산도의 명소를 안내하는 식이다.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마을버스는 배 시간에 맞춰 운행한다. 청산버스 (061)552-8546, 청산나드리 마을버스와 개인택시 (061)552-8747, 청산택시 (061)552-8519. *2010 ‘청산도 슬로우걷기 축제’가 10일부터 5월2일까지 열린다. 개막식은 17일. 슬로길 행사는 1코스에서 열린다. 부두에서 도락리~서편제세트장~화랑포~새땅끝~초분~당리갯돌밭~봄의 왈츠세트장~도청항으로 이어지는 6.2㎞ 코스. 2시간40분 걸린다. www.slowcitywando.com은 걸핏하면 트래픽 초과로 안열린다. 완도군홈페이지에서 청산면을 찾아보면 부둣가 등대모텔(061-552-8558)을 비롯한 여관과 민박집, 음식점 정보가 나온다. http://tour.wando.go.kr 완도군청 문화관광과 (061)550-5224, 관광안내소 (061)550-5152. *우리테마투어(02-733-0882)가 청산도와 보길도를 묶는 1박2일 상품을 판다. 14만9000원. 우등버스타고 가는 보길도, 청산도, 소록도, 통영을 엮은 2박3일투어는 35만원. ▶ 관련기사 ◀☞나만의 작은 별장…펜션의 진화☞‘하늘이 숨긴 암자’···허언이 아니로세!☞‘탐라의 속살’ 사려니 숲길…햇살은 부서지고, 바람은 잔 손짓
서해의 꽃섬 ''풍도''를 가다
  • 서해의 꽃섬 ''풍도''를 가다
  • ▲ 삼대의 공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눈 위의 복수초. 엄밀하게는 눈을 뚫고 나온 게 아니라, 이미 핀 복수초 위에 눈이 내린 풍경이다. 23일 아침, 눈 덮인 풍도의 복수초가 수줍은 자태를 드러냈다. / 조선영상미디어[조선일보 제공]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3월 하순. 남도의 꽃소식은 희미했다. 그런데 오히려 정신 못 차리는 날씨 덕에 풍도(豊島)의 봄 야생화가 이별을 망설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예년이었으면 벌써 한창때를 지났을 어여쁜 우리 꽃들이 수줍게 피고지고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풍도까지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두 시간 뱃길. 서해의 꽃섬, 야생화의 비밀정원으로 이미 동호인들에게는 소문난 곳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고약한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하루에 겨우 한 번 뜨는 인색한 배편인데도 제3왕경호는 풍랑주의보에 꼼짝 못했고, 주말을 고스란히 인천 앞바다에서 대기했다. 3일 만의 출항을 허락받은 것은 월요일, 22일 아침 9시 30분이었다. 95인 정원의 제3왕경호는 70년대 비둘기호 열차 같은 풍경이었다. 의자는 전혀 없었고, 대신 허름한 마룻바닥과 그 위에 깔아놓은 다섯 장의 전기장판이 전부다. 95인승은 소위 칼잠일 때나 가능한 정원이고, 전기장판 정원은 끽해야 15명 안팎으로 보였다. 하지만 먼저 전기장판을 차지했던 섬 출신 어르신들은 "찬데 앉지 말고 이리 오라"며 너나 할 것 없이 엉덩이를 좁혔다. 창문 밖에선 갈매기 편대(編隊)가 끼룩끼룩 울어대며 3일 동안 굶었음을 요란하게 주장했다. 새우깡 한 봉지에 녀석들은 즉각 입을 다물었다. 풍도는 52가구 102명 주민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선착장에 도착하자 방파제에 나붙은 플래카드가 객을 반겼다. "달콤한 야생화동산, 풍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람의 손으로 가꾼 인공 수목원이 아니라 제멋대로 피어난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곳. 비밀의 화원은 섬의 수호수인 500년 된 은행나무 뒷길에서 시작됐다. 선착장에서 약 10여분 오르막길을 오른 뒤였다. 산자락 칡덩굴 사이사이로 노란 복수초가 살포시 고개를 들었고, 지난 가을과 겨울의 갈색 낙엽을 뚫고 순백의 변산바람꽃이 군락을 이뤘다. 오솔길 맞은 편으로는 이제 막 붉은 새순을 돋워낸 풍도대극이 다소곳하다. 매화나 산수유가 어깨에 힘 빳빳하게 세운 봄의 장성(將星)들이라면, 이 녀석들은 낮은 포복으로 겸손하게 기어가는 갓 입대한 신병을 닮았다. 처음 풍도를 찾은 여행객에게는 탄성의 화원이었지만, 그래도 마을 주민들에게 올해의 야생화는 영 불만인 모양이다.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발놀림으로 마을 뒤편 후망산을 누비던 풍도 새마을 지도자 김진현(72)씨는 "올해는 아무래도 예년만 못하다"고 혀를 쯧쯧 찼다. 몇 년 내리 사람의 손을 탄데다, 궂은 날씨도 한몫했을 것이다. 오만함이나 뻣뻣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가냘픈 꽃대, 고개를 숙여 눈을 낮춰야 그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는 겸손한 우리꽃들이 언 땅을 뚫고 수줍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주룩주룩 내리던 비는 어느새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섬의 밤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함박눈이 포슬거리며 바다를, 섬을 하얗게 덮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풍도는 장관이었다. 지리산 천왕봉 일출처럼, 삼대(三代)의 공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하얀 눈 위의 노란 복수초가 수줍게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춘래불사춘? 그러나 지금 풍도는 봄이 열렬하게 움트고 있다. 서해의 꽃섬 풍도 &#8212;야생화&#8212; 꽃섬 풍도에는 지금 복수초와 변산바람꽃(혹은 풍도바람꽃)이 절정이다. 올봄의 눈과 바람은 풍도의 야생화를 염원했던 상춘객에게도 새옹지마. 다른 해였으면 이미 자취를 감췄을 3월 하순에도 이들의 자태를 볼 수 있도록 해 줬지만, 아무래도 부족한 햇살과 온기 탓에 예년만큼의 멋진 풍경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3월 말까지는 이 상큼한 봄처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섬주민들의 이야기. 게다가 지금은 붉은 새순에 불과하지만, 4월에는 늠름한 초록을 자랑할 풍도 대극이 있다. 야생화가 아직 낯선 당신을 위한, 풍도의 수줍은 봄처녀 소개. ◆마을 보호수인 은행나무에서 시작 한눈팔며 걸어도 두 시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는 작은 섬 풍도. 꽃섬 풍도의 야생화 산책은 이 섬의 정신적 지주인 두 그루의 은행나무에서 시작한다. 거대한 뿌리와 둥치를 중심으로 한 아름 기둥이 예닐곱 개 뻗어나간 나무둘레 7.5m의 500년 된 거목이다. ◆영원한 행복-복수초. 얼핏 원수를 갚겠다는 의미로 무섭게 들리는 이 꽃의 의미는 사실 "복 많이 받고 오래 살아라"는 뜻. 福壽草다. 빗방울이 흩날렸던 22일에는 촉촉한 물방울을 똑똑 떨어뜨리는 청초한 노랑이었는데, 밤새 내린 함박눈은 풍도의 복수초를 탐스런 노랑으로 변신시켰다. 꽃잎 한가운데에는 밝고 선명한 노란색 수술이 가득 모여있고, 수술 속에는 도깨비방망이처럼 돌기가 난 연둣빛 암술이 새침하게 자리잡았다. 굵고 짧은 뿌리를 땅에 박고 겨울이 가기를 기다리다가 봄이 채 오기도 전에 꽃망울부터 올려보내는 여러해살이 풀인데, 올해의 이상저온이 3월 하순에도 복수초를 만날 수 있게 도왔다. 꽃말은 영원한 행복. 부디, 모두에게 복수를. ▲ 하루에 한 번 뜨는 제3왕경호(왼쪽 사진), 운무(雲霧)와 빗줄기 사이로 자태를 드러낸 풍도의 변산바람꽃◆여리디 여린 순백-변산바람꽃 혹은 풍도 바람꽃 바람꽃의 학명은 아네모네. 그리스 신화의 미소년 아도니스가 멧돼지에게 받혀 죽은 뒤 흘린 피에서 자라났다는 그 아네모네다. 서양에서는 진홍빛 아네모네가 대세라지만, 풍도의 산자락에는 순결한 백색의 무리가 지난해의 낙엽을 뚫고 가녀린 자태를 살포시 드러냈다. 꽃받침과 꽃잎의 크기 등에 따라 변산바람꽃 혹은 이곳 특산인 풍도바람꽃 등으로 부른다는데,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미세한 차이가 뭔 소용일까 싶게 아름답기만 하다. 아름답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올림포스 신전의 아프로디테와 땅 밑 페르세포네가 아도니스를 차지하려 서로 다퉜다는데, 3월 하순의 풍도 바람꽃은 땅 위에 있으니 아프로디테의 차지. 서해 앞바다를 굽어보며 자신을 연모하는 한국 아프로디테들의 사랑을 만끽하고 있다. ◆4월 만개를 기다리며-풍도 대극 얼핏 놓치기 쉬웠던 풍도의 대극을 만난 것은 마을 청년회장 최상원(52)씨의 안내 덕이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은행나무 뒷길로 100m쯤 올라가자 수줍게 자태를 드러낸 붉은 새순이 보였다. 바람꽃의 수많은 종류처럼, 대극도 여러 종류. 아직 분류기준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꽃의 밑동을 싸고 있는 총포(總苞) 안쪽에 털 유무에 따라 붉은 대극, 풍도 대극 등으로 나눈다고 한다. 복수초와는 사이좋게 공간을 나눠쓰고 있었지만, 특이하게도 변산바람꽃 군락과는 한 이불을 덮고 있지 않았다. 4월이 되면 어른 무릎까지 자란다는 이 대극은 그때가 되면 찬란한 초록으로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복수초와 바람꽃이 다시 페르세포네의 부름을 받는 4월 이후에도, 이 봄의 신사는 꿋꿋하게 풍도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서해의 꽃섬 풍도 &#8212;상차림&#8212; '자급자족' 정신으로 무장한 기동이네 백반 풍도의 봄은 밥상에서도 만날 수 있다. 민박집(기동이네 민박·032-833-1208) 기동이 엄마가 처음 차려온 밥상은 '백반'이었다. 처음에는 큰 기대가 없었던 것이 솔직한 고백. 하지만 쌉싸름하면서도 향긋한 바디(풍도 방언으로는 사생이)나물 무침 한 그릇에 밥 두 공기를 후딱 비웠다. 바디 나물은 원래 깊은 산중이나 오지 섬마을에서만 자라는 봄의 제철 나물. 그런데 풍도엔 지천이다. 풍도의 백반은 산과 바다에서 나오는 제철 나물들의 전쟁터이기도 하다. "역시 지천에 널렸다"는 달래와 냉이가 서로 봄의 주인임을 다투고, 해초 무침 역시 입맛을 돋운다. 게다가 "쌀을 제외하면 자급자족"이라는 게 또 하나의 자랑. 기동이 아빠가 잡아온 아구로 끓인 아구탕, 기동이 엄마가 직접 쑨 도토리묵에, 기동이 할머니가 캐서 말린 뒤 가마솥에 볶은 둥굴레차까지. '자급자족' 주민들 덕분에 신토불이 풍도 농수산물을 만끽한다. 민박의 백반은 매 끼니 비슷한 반찬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통쾌하게 배신해줬다. 산에서 돌아온 뒤 받은 저녁상. 역시 기동이 아빠가 지난해 잡아 얼렸다는 돌게로 해물탕을 시원하게 끓여내더니 더덕무침, 밴댕이젓, 놀래미 조림, 오이소박이로 같은 밥상 두 번 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깨끗하게 씻어줬다. 다음날 아침상은 미역국과 김, 놀래미 구이가 올라왔다. 낮 12시 배 떠나기 직전에 먹은 라면에는 수관(水管) 길쭉한 코끼리조개를 듬성듬성 잘라넣어 '바닷가 섬 라면'의 진수를 보여줬다. 일품이다. 꼭 시식해 보시기를. 기동이네 민박 냉장고에는 기동이가 중학교 때 받은 상장이 붙어있다. 지금 기동이는 육지로 유학간 고등학생. 기동이가 아장아장 걸었을 때 시작했다는 민박이니 벌써 십수년이 흘렀다. 풍도에는 전교생 두 명의 초등학교 분교가 유일한 학교다. 22일 저녁 풍도에는 새로 부임한 한전(韓電) 지사장의 축하 잔치가 열렸고, 52가구 마을 사람들은 막걸리와 떡을 나눴다. 기동이 엄마는 "민박 전부 합쳐 봐야 열집 정도"라며 "섬 주민들이 한가족 같다"고 했다. 기동이네 민박에 손님이 오면 옆집 민박 할머니가 "냉이좀 뜯어 줄까?"물어보고, 그 집에 손님 오면 기동이네가 "동굴레차 떨어지지 않았어요?" 물어보는 식이다. 물론 섬의 민박이니만큼, 어느 정도의 불편은 어쩔 수 없다. 기동이네는 더운 물은 콸콸 나왔지만 샤워기는 없었다. 숙박은 하룻밤에 4만원, 식사는 1인분에 5000원. 한 집의 예약이 꽉 차면 자연스럽게 옆 집으로 연결해준다. 찾아가는 길 연안부두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풍도행 배는 하루에 한 번 뜬다. 아침 9시 30분 출발. 바람 많이 불면 배편은 취소된다. 왕경해운(032-883-6536)에서 배가 뜨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풍도까지는 두 시간 뱃길이다. 돌아오는 배편은 풍도에서 12시 출발. 따라서 1박 2일 코스가 필연적이다. 보통 왕복 승선권을 끊어서 간다. 왕복요금 2만3800원. 인터넷 예약(island.haewoon.co.kr)도 가능하다. 요즘은 사진동호회나 야생화동호회에서 낚시배 등을 전세내어 단체로 들어가기도 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 ▶ 관련기사 ◀☞법정지도(法頂之道). 텅 빈 충만에 다가가는 길☞삶의 현장에서 바다를 맛보는 포구여행☞달빛 아래 즐기는 창덕궁의 아름다움
계곡수로 키운 미나리… 봄을 ‘한쌈’에 먹는다
  • 계곡수로 키운 미나리… 봄을 ‘한쌈’에 먹는다
  • [조선일보 제공]&nbsp;"어떻게 봄을 아껴 보낼까." 경북 청도군 한재 미나리 비닐하우스에서 이 탄성의 입체적 의미를 목격할 수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식객(食客)들이 사랑스러운 봄의 초록 전령사를 아낌없이 해치우고 있다. 생미나리를 돌돌 말아 쌈장에 찍고, 푸줏간에서 따로 사온 삼겹살을 구워 미나리쌈에 얹은 후 순식간에 집어삼킨다. 각자의 폐활량을 넘어선 지 오래다. 기도 혹은 식도가 막혀 꺼억꺼억 거리면서도 "여기 미나리 한 단 더~"를 줄기차게 외친다. 바야흐로 생미나리의 파릇파릇함, 싱그럽고 은근한 봄 향내, 튼실한 줄기와 여린 잎의 식감을 총체적으로 낭비 중이다. 청도(淸道)를 3월에 찾은 으뜸 이유는 한재 미나리 때문이었다. 봄을 알리는 채소, 미나리가 지천이다. 그리고 결정적 이유 하나 더. 지금이 제철인 까닭이다. "4월 지나면서 조금 질겨진다"는 게 '안재봉 미나리'의 안주인인 여순태(65) 할머니의 솔직한 고백. 청도읍과 풍각, 각남면을 가르는 큰 고개, 한재는 물이 풍부하고 햇볕이 풍성한 곳이다. 게다가 고인 물이 아니라 흐르는 계곡물이고 여기에 이 지역 특유의 따뜻한 지하 암반수가 합쳐졌다. 따라서 미나리꽝(미나리논)의 고인 물과 부록처럼 따라붙는 거머리를 두려워했던 당신이라면, 여기서는 그 공포를 조금 덜어도 좋으리라. 이곳 미나리는 거머리가 '거의 없는'데다, 199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미나리 무농약 재배 품질인증을 받았다. 게다가 미나리는 원래 피를 맑게 하는 청혈(淸血)작용으로 이름 높다. 덕분에 이곳 120여 농가가 1000t 정도를 생산해 올리는 소득이 연간 70억원에 이른다는 게 청도군 농업기술센터의 뿌듯한 추산이다. 한재의 미나리와 삼겹살을 함께 즐기려면 조금 부지런해야 한다. 청도와 밀양을 잇는 25번 국도에서 902번 지방도로로 우회전하면 벼락같이 나타나는 미나리 비닐하우스가 거의 사단(師團) 규모. 그 엄청난 하우스의 밭을 가르고 난 도로 양옆으로 사람이 들어가 앉을 수 있는 별도의 비닐하우스들이 수십 곳 포진해 있다. 재배 농가가 대충 꾸민 가건물 비닐하우스다. 하지만 이곳의 비닐하우스는 식당이 아니므로 삼겹살 준비는 본인 몫. ▲&nbsp; 미나리는 봄의 초록 전령사. 흐르는 계곡수와 따뜻한 지하 암반수로 키우는 청도 한재미나리는 지금이 제철이다. /조선영상미디어 풋고추나 김치를 먹고 싶다면 그것 역시 각자 꾸려 가야 한다. 여기서 제공하는 건 1㎏에 8000원 하는 생미나리(시장 가격과 같다)와 개당 1000원에 빌려주는 휴대용 가스레인지(부탄가스 포함), 그리고 쌈장이 전부다. 주인 할머니는 손님 받으랴 전국에 택배로 부칠 미나리 다듬으랴 거의 '분신술'을 쓰시는 중. 따라서 필요한 접시나 젓가락, 종이컵은 평상에서 눈치껏 알아 챙기는 것이 당신의 정신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 그런 '자발적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주말이면 도로 전체가 주차장이 될 정도로 꾸역꾸역 밀려든다. 그리고 "미나리 한 단 더~"를 끊임없이 외친다. 주인 할머니가 막 뜯어 온 미나리를 흐르는 물에 헹군 뒤 물기를 탁탁 털어 바로 손에 쥐여준다. 이러니 어쩌겠는가. 청도의 봄을 헤프게 먹어 치울 수밖에. 산천청려(山川淸麗), 대도사통(大道四通). 산과 물이 맑고 아름다우며, 큰길 사방 교통이 편하다. 청도(淸道)의 이름은 이 문장에서 왔다고 한다. 실제로 KTX 동대구역에서 청도까지는 겨우 40분 드라이브. 가깝다. 이번 여정에서 얻은 또 하나의 깨달음. "경상도 음식은 생존을 위해서만 먹는다"는 주장은 최소한 이곳 청도에서만은 편견일 수 있다. 문화유적 답사에 식도락 기행을 더한 청도에서의 30시간. 12:10 한재 '안재봉 미나리' 청도역 앞 하나로마트에 들러 삼겹살과 항정살 두 근을 끊었다. 대형 마트 실내인데, 동네 어르신 네 명이 소주 술판을 벌이고 있다. 서울서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 하지만 왁자한 경상도 사투리가 서로에게 흥겹다. 한재 미나리 단지는 이곳에서 차로 약 15분. 숨 고르기하며 4월 만개(滿開)를 손꼽아 기다리는 복숭아나무 밭을 지나 902번 지방도로 접어든다. 거대한 미나리 비닐하우스 군락(群落)의 시작. 자신의 이름을 커다랗게 내세워 재배하는 프라이드의 향연이었다. '안재봉 미나리'(054-372-1193)를 찾은 까닭은 이 집 지하수 따뜻하기가 동네 비닐하우스 군락에서도 으뜸과 버금을 다툰다는 추천 때문. 비닐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가자, 70대 할머니들이 '생활의 달인' 경지로 미나리를 다듬고 있다. 한 할머니가 막 뜯어온 미나리의 흙을 털면, 맞은편 할머니가 개수대에서 흐르는 물을 이용해 씻는다. 손목 스냅 두세 번에 미나리가 흙을 벗고 몸단장을 마친다. 단장 마친 미나리를 받아 잎만 딴 뒤 손바닥 위에 상추 모양으로 놓는다. 1㎏에 8000원. 노릇노릇하게 구운 삼겹살 한 점을 놓고 쌈장을 얹는다. 삼겹살의 고소함에 생미나리의 향을 포갠다. 혹시 고기를 가져가지 못했다 해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비닐하우스 안에 고기를 배달해주는 식육점(정육점) 전화번호가 주르륵 적혀 있다. 미나리는 서울로 택배도 가능하다. 택배비는 5㎏까지 3000원, 12㎏까지 4000원. 한재 미나리 특유의 비장 무기가 하나 더 있다. 매실 엑기스처럼, 미나리 엑기스를 만든다. 이 집 조카라고 자신을 소개한 예정숙 아주머니가 소주 한 잔 분량의 미나리 엑기스를 소주 한 병과 합친다. 달큰하면서 싸한 기운이 식도를 타고 내려간다. 미나리 엑기스는 1.8L 페트병 한 병에 2만원. 소주는 2000원. 햇살은 시방 홑겹 비닐하우스를 지나 소주잔을 관통 중. 바야흐로 봄을 만끽하고 있다. ▲&nbsp; 성지암의 창. /조선영상미디어 14:50 성지암에서 내려다 본 청도 한재 미나리 단지에서 인근 화악산 자락으로 30분만 걸어 올라가면 성지암(054-372-9882)이다. 포장이 된 도로지만, 걸어 올라갈 것을 추천한다. 암자 주차장이라고 해야 자동차 서너 대가 들어오면 그 이상은 난감할 지경이고, 올라가는 도로도 위아래 서로 양보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날 좁은 길이니까. 송광사에서 수학했다는 주지 종오(51) 스님은 거의 달마대사처럼 짙고 검푸른 눈썹을 지녔다. "해발 700m 넘는 곳에 암자가 자리 잡으면 신선이 되고, 해발 300~600m에 위치하면 수행하기 좋다"는 말을 들려준다. 따라서 후자인 성지암은 수행하기 좋은 도량. 성지암은 또 한국의 사찰에서는 쉽게 만나기 힘든 목각불을 접할 수 있다. 잠시 예를 갖추고 둘러봐도 좋을 것이다. 몽골의 이동가옥인 게르를 닮은 팔각정에서 통유리를 통해 내려다보는 청도의 풍광이 일품이다. 화양읍 청도읍성에서는 복을 빌면서 읍성 위를 걷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기복(祈福)의 읍성 위로 산골의 해가 저문다. 청도의 밤이 뜬다. ▲&nbsp; 읍성을 한 바퀴 돌면 건강해지고, 두 바퀴 돌면 오래 살고, 세 바퀴 돌면 극락왕생에 이른다고 했다. 화양읍 청도읍성을 밟는다. /조선영상미디어&nbsp;18:00 용암온천과 원동매운탕 물 좋다고 소문난 용암온천의 자랑은 지하 1008m 암반에서 뿜어져 나온다는 43도의 물. "게르마늄 유황탄산 온천수로 만성피로 회복, 중금속 오염 및 노폐물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게 청도용암웰빙스파(054-371-5500)의 자랑이다. 30도를 넘지 못하는 국내 대부분의 온천수를 고려하면 작지 않은 미덕. 현란한 최근의 인테리어를 따라잡기는 힘들겠지만, 시설도 감투상 정도는 줄 만하다. 수압과 분무를 이용한 마사지를 즐길 수 있는 바데풀, 고려인삼탕, 박하탕, 야외온천탕도 지루하지 않게 이어진다. 히노키탕 좋아하는 온천객들에게는 아쉽지만, 야외온천탕은 옥으로 꾸몄다. 시사 주간신문 최근호를 한 장씩 코팅해 탕 속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센스도 갖췄다. 주중 8000원, 주말 9000원. ▲ 원동매운탕의 피리조림. 뜨거운 물에 몸을 달군 뒤 청도읍 원리 원동매운탕집(054-372-3737)으로 향했다. 청도 천변에 자리 잡은 이 집의 메뉴 중 흥미로운 것은 피리 조림. 피라미를 이곳 방언으로 피리라고 부르는데, 어른 손가락만한 놈들을 튀긴 뒤에 고추장 양념을 발랐다. 뼈도 발라내지 않고 통째 튀긴다. 붉은 고추장 양념과 푸른 고추가 원형 프라이팬에서 이룬 균형미가 압권이다. 바삭하면서도 상당히 맵다. 두 번 연속으로 먹으면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 소 1만5000원, 대 2만원. 메기 매운탕은 산초로 비린내와 느끼함을 없앴다. 함께 들어 있는 수제비 맛이 일품이다. 기름기가 적고 뒷맛이 깔끔하다. 크기에 따라 2만5000~4만원. 군청 공무원들이 즐겨 찾는다는 원동매운탕집은 독립된 방 구조로 되어 있다. 취향에 따라서는 견디기 어려울 것 같은 꽃무늬가 방의 콘셉트. 벽지, 띠지, 커튼, 천장이 일관된 꽃무늬를 자랑한다. 아직은 때가 이르지만, 창문 밖으로 매화, 벚꽃, 복숭아꽃이 순서대로 피면 장관일 것이다. 9시를 넘기자 일하는 할머니들이 성화다. 청도의 밤이 익는다. ▲ 북대암에서 바라본 운문사.05:50 운문사 북대암 청도군 중심부에서 운문사까지는 33.2㎞. 대략 50분의 드라이브다. 정신 못 차리고 내린 전날의 눈 덕분에 곳곳이 설산이고 눈 덮인 산사다. 덕분에 3월의 겨울을 만끽하는 호사를 누린다.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이름난 운문사는 1440여년간 이어진 큰 사찰. 오늘은 그 위의 북대암(北臺庵)에 오른다. 가파른 경사라 30분을 오르면 땀이 뻘뻘 흐르는데, 투덜거릴 즈음 "걷는 사람이 장수합니다"라며 암벽에 붙은 팻말이 위로한다. 암벽등반 하는 사람들이 보면 좋아서 입이 쩍 벌어질 가파른 암벽이 병풍처럼 북대암을 두르고 있다. 산 밑에서 올려다볼 땐 벼랑 끝에 매달린 까치집처럼 보였는데, 암자에 올라 운문사를 내려다보니 부처님 손바닥의 한 줌이다. ▲ 운문사 북대암. 암벽에 매달린 듯 위태롭다. /조선영상미디어북대암 칠성각과 산신각을 오르는 돌계단은 어깨 너비 정도나 될까 싶은 가파르고 좁은 길. 그 까마득한 경사를 오르며, 삶을, 인생을 배운다. 요사채에서 나오는 비구니 스님이 아침 8시에 시작하는 아침 공양을 권한다. 두 손 모아 합장하며 발길을 운문호(湖)로 이끈다. 물비늘이 찰랑인다. 청도의 아침이 깨어나고 있다. 09:30 내시 고택 청도 기차역 앞 삼양추어탕(054-371-2331)에서 잡어(雜魚)로 끓인 추어탕으로 해장한다. 미꾸라지 대신 쏘가리, 황동어, 꺽지 등 청도 천변에서 잡은 잡어를 갈아 끓였다. 부드러운 배추를 함께 넣었는데, 걸쭉하기는커녕 조갯국처럼 맑다. 한 그릇 5000원. ▲ 잡어 추어탕.늦은 아침을 마치고 임당리 김씨 고택으로 향한다. 18~19세기 조선시대 궁중 내시로 정 3품 벼슬에 올랐던 통정대부 김일준이 말년에 낙향하여 지은 집이라고 했다. 김선희 문화해설사의 도움을 받아 잠겨 있는 고택(古宅)의 문을 연다. 고택 안으로 들어가려면 청도군청 문화관광과(054-370-6363)에 미리 전화를 걸어 허락을 받아야 한다. 내시의 가계를 안쓰러워하는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사당에서 이 집의 족보 한 책이 발견되었는데, 여느 양반집 족보와 달리 더없이 단출했다고. 그럴 수밖에. 단 한 명의 입양을 통해 후손을 잇는 가계니만큼 17대 내시 집안의 족보래봤자 겨우 17인에 불과할 것이 아닌가. 여느 조선시대 집과 달리 사랑채에서 안채를 완벽하게 '감시'할 수 있는 구조가 내시고택의 특징이다. 사내구실을 할 수 없는 남편이 아내를 바라보는 시선은 얼마나 의심으로 가득 찼을 것인가. 사내구실을 기대할 수 없는 아내가 남편을 바라보는 시선은 또 얼마나 잔인했을 것인가. 고택 안의 음기(陰氣)가 가혹하다. 13:00 어머니밥상의 돌솥 쌈밥 정식 청도 8경 낙대폭포 가는 길의 어머니밥상(054-373-8559)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황토 흙벽과 감물 들인 삼베를 바닥에 깐 방, 아(亞)자 무늬 창과 식탁도 시선을 잡아채지만, 1인 1만2000원인 정식이 더 매력적이다. 쌈밥정식이라고 스스로를 칭했지만, 사실상 한정식 수준. 우선 쌈은 당귀, 향나물, 적겨자, 케일, 청겨자, 적근대, 상추, 머위, 다시마가 정갈하게 놓였다. 여기에 명란젓, 까나리젓, 낙지젓, 참젓이 가지런하다. 여기에 갈치조림(사실상 갈치찌개에 가깝다), 된장찌개, 굴비, 찰수수전, 땅두릅, 머위나물, 고구마줄기, 장조림이 입맛을 하염없이 돋운다. 점심을 마친 뒤 가볍게 등산하는 기분으로 낙대폭포에 오른다. 남산 중턱에 있는 높이 30여m의 폭포다. 한 10여분 걸었을까. 하얗게 물방울이 부서지면서 계곡수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여름이면 우비를 갖춰 입거나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이 폭포 아래에서 물줄기를 맞으려고 줄을 선단다. 청도 천변에서는 소싸움축제(3월17~21일)를 맞아 유등제 준비가 한창이다. 이 마을을 관통하는 청도천에 등불을 띄워 보내는 행사다. 강물 건너 주구산(走狗山)을 바라보니 정말 달리는 개를 닮았다. 그 개를 주저앉히기 위해 떡 모양의 절을 지었단다. 원래 이름은 덕사(德寺)지만, 동네에서 불리는 이름은 '떡절'. 주지 연암 스님은 "주민들이 친근감을 느끼니 그것으로 됐다"고 허허 웃는다. 청도의 여유가 푸근하다. ▶ 관련기사 ◀☞제주의 돌은 바다의 집이자 태고의 기록☞한라산 돈내코… 외로운 15년을 끝내고, 첫 봄을 맞다☞''빈대떡 신사''에 반하고 ''마약김밥''에 취하다
사찰 들러 차 한잔, 성곽길 트레킹… 설레는 연휴
  • 사찰 들러 차 한잔, 성곽길 트레킹… 설레는 연휴
  • [경향닷컴 제공] 설 연휴가 짧다. 귀성객도 예년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서 뭐할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하루 나들이도 괜찮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남양주 수종사 용산에서 떠나는 중앙선(팔당선)을 타면 빠르다. 중앙선을 타면 평일에도 운길산역에서 내려 수종사를 찾는 사람이 많다. 수종사 오르는 길은 운치는 별로 없다. 일주문 바로 앞까지 시멘트로 포장됐기 때문이다. 가파르지는 않다. 일주문까지 1시간이 채 안 걸린다. 수종사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수종사에서 꼭 들러봐야 하는 곳은 찻집(오른쪽 사진)이다. 경치는 우리 땅 어느 곳에 내놔도 으뜸이라고 할 만하다. 한강 양수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서거정은 ‘동방의 사찰 중 최고의 전망을 가진 사찰’이라 했다. 세조가 심었다는 500년 수령의 거대한 은행나무도 보인다. 운길산 정상까지는 20분 정도 더 올라간다. 산길은 예봉산으로 이어지는데 예봉산에서 하산하면 중앙선 팔당 전철역으로 내려올 수 있다. 구리 동구릉 조선왕조의 왕릉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이 구리 동구릉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의 건원릉이 있으니 아무래도 다른 능보다 클 수밖에 없다. 왕릉에 격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강조했던 조선왕조 대대로 가꾸고 닦았을 것이다. 건원릉 외에도 8개의 능이 있고, 17위의 왕과 후비의 능이 있다. 동구릉이란 말은 동쪽에 있는 9개의 능이란 뜻이다. 조선 후기 탕평책을 썼던 사도세자의 아버지 영조의 원릉도 볼 수 있다. 태조의 능은 풀을 깎지 않는다. 이유는 떼를 입히지 말고 그냥 두라는 유언 때문이라고 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지만 연휴기간엔 모두 문을 연다. 전철 중앙선 구리역에서 2번, 6번 마을버스를 타고 동구릉에서 내리면 된다. http://donggu.cha.go.kr (031)563-2909 서울성곽길 걷기를 좋아한다면 서울 성곽길(오른쪽 사진)도 좋다. 서울 성곽길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곳은 와룡공원~창의문 코스다. 경복궁과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 자락이다. 기점은 성북구 와룡공원으로 삼는 게 좋다. 훨씬 쉽다. 반대편 코스는 가파른 계단길이어서 버겁고 힘들다. 말바위 쉼터에서 성곽 안으로 놓인 나무육교를 넘어서 올라가면 안내소다. 신청서를 작성하면 출입증을 준다. 길에는 1968년 김신조와 북한 특수부대원 30명이 침투한 흔적이 남아 있다. 전투 중 총탄에 맞았다는 1·21 소나무인데 총탄 자국을 톱밥으로 메웠다. 북악마루 앞 공터에서는 서울 시내가 한눈에 다 내려다 보인다. 정상 백악마루에선 인왕산도 보인다. 청와대 바로 뒤편이라 사진촬영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할 수 있다. 개방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월요일은 휴무인데 설 연휴기간엔 문을 연다. 화요일은 휴무다. 신분증 지참 필수.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초록색 종로 02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린다. 지하철 4호선 1번 출구로 나와 초록색 08번 버스를 타고 와룡공원에서 내린다. www.bukak.or.kr 말바위 안내소(02)765-0297, 창의문안내소(02)730-9924. 설 연휴, 대중교통타고 가는 수도권 나들이 ▲경복궁 함화당·집경당 개방, 3대가 함께 한복입고 관람시 세배 장소 제공 | 14일 세화(歲畵) 증정, 설날(14일) 무료입장(연휴기간 중 한복 입장시 무료) ▲창경궁 통명전 전각 내부 개방, 설날 무료입장(연휴기간 중 한복 입장시 무료) | 14~15일 ▲덕수궁 설맞이 중요무형문화재 공연(함녕전에 퍼지는 이춘희 경기소리) | 14~15일 설날 무료입장(연휴기간 중 한복 입장시 무료) ▲종묘 관람객 전통문화상품 증정, 설날 무료입장(연휴기간 중 한복 입장시 무료) | 14일 ▲창덕궁 설날 무료입장(연휴기간 중 한복 입장시 무료) ▲국립중앙박물관 애니메이션 <쿠스코? 쿠스코!> 상영 | 13일 대붓 퍼포먼스, 비보이와 국악이 어우러진 퍼포먼스, 전통 풍물공연, 신년 토정비결보기, 가훈쓰기 | 14~15일 ▲국립민속박물관 한국 거주 외국인·다문화가정을 위한 한복 입고 떡국 만들기 | 11~12일 ‘신년맞이 유정숙의 춤’ 공연 | 13일,‘남사당패’ 공연 | 14일 떡메치기 시연, 뻥튀기 시연, 엿장수 시연, 윷점보기, 승경도 놀이 등 | 14~15일 광개토사물놀이, 가족 윷놀이대회(인터넷 사전 예약) | 15일 ▲서울시립미술관 ‘앤디 워홀’ 전(유료)과 설을 소재로 한 마술 공연(무료) | 14~15일 ▲소마미술관 낸시랭 ‘아이로봇전’ 1일 큐레이터 | 13일 <로봇> <아이언맨> 영화 상영(무료) | 15일 ▲국립현대미술관(과천·덕수궁·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정상 개관 | 13~15일 ▶ 관련기사 ◀☞소박한 얼굴로 이야기를 팝니다☞노천욕, 설 가족끼리 ''한 탕'' 할까요☞1박2일 짧지만 영원한 추억
저 호수에 가을이 갇혔다… 물길 따라 물든 들판
  • 저 호수에 가을이 갇혔다… 물길 따라 물든 들판
  • [조선일보 제공] 호수에 하늘이 비친 것이라 하기엔 너무 맑다. 서둘러 지나가는 맑고 깨끗한 계절이기에 호수 산책을 서둘러야 한다. 수면에 가는 떨림을 일으키는 바람은 상쾌한 가을 향기를 남기고, 아기 손 닮은 호숫가 갈대는 투명한 가을 햇살을 담뿍 머금었다. 수원의 서호(西湖), 일월(日月)저수지와 의왕 왕송(旺松)호수를 이어 걷는 길에선 넉넉한 들판이 길동무를 자처한다. ◆화서역~서호(3.1㎞/50분)|지하철 1호선 화서역 2번 출구로 나온다.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자전거보관대가 있는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잠시 걷다가 개천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화산교')가 나오면 다리를 건너지 말고 왼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하천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하천 길은 서호 쪽으로 연결되지 않으므로 아스팔트 윗길로 직진한다. '수원성 감리교회'를 지나치면 잠시 흙길이 이어진다. 다시 포장길이 시작되면서 코스의 첫 번째 '물길'인 서호(西湖)에 닿는다. 정조 18년(1794년)에 수원화성을 쌓으며 함께 축조된 농업용 저수지로 15만t에 가까운 저수량을 자랑한다. 한동안 수질이 나빠졌지만, 수원시가 정화사업에 나서면서부터 곳곳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는 철새들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수질이 많이 개선되었다. 서호 둘레로 이어진 산책로는 2㎞ 가량 되며 중간에 화장실과 체육시설,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오른쪽 새싹교를 건너 왼쪽으로 가자마자 바닥에 초록·빨강 우레탄이 깔린 길(바닥에 '보행자 우측통행'이라고 쓰여 있다)로 좌회전한다.&nbsp;▲&nbsp;1 넓은 저수지에 가을 하늘 빛이 번진다. 경기도 수원시와 의왕시 사이에 있는 왕송호수에선 신나게 물질하다 날아 오르는 오리의 생기와 마주칠 수 있다. 2 정조가 만든 인공 저수지‘서호’엔 가지 굵은 소나무가 세월을 자랑한다. 3 흙길이 이어지는 일월저수지.&nbsp;조선영상미디어&nbsp;◆서호~일월저수지(2.5㎞/40분)|초록·빨강 길을 따라 호수 둘레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는다. 중간에 축만교(祝萬橋)라는 다리를 건넌 후엔 길이 흙길로 바뀐다. 군데군데 우뚝 서 있는 굵은 소나무가 이 호수의 짧지 않은 역사를 드러낸다. 서호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았다면 '백로 화장실' 쪽으로 나오게 된다. 왼쪽으로 보이는 새싹교를 다시 건너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인도가 없는 아스팔트길이다. 그러다 잠시 후 나오는 인도를 따라 걸으면 자연스럽게 나무 봉이 박힌 오르막을 통해 '여기산 공원'으로 들어서게 된다. 처음 보이는 화장실을 끼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으면 테니스장, 'X게임장'을 지나 운동기구들이 놓인 공원의 광장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큰길로 나와 공원을 벗어난다. '광동한의원'을 왼쪽에 두고서 찻길 옆 인도로 걷는다. 첫 번째 횡단보도가 나오면 반대편으로 길을 건너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잠시 후 '성원아파트'가 보이는 'ㅏ'자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2~3분 걸으면 길 건너편에 '일월(日月) 저수지'가 나온다. 일월저수지는 세로가 조금 더 긴 사각형 모양으로 전체 둘레는 1.7㎞ 가량 된다. 횡단보도를 건너 공원으로 들어선다. '화장실 50m'라 쓰인 나무 표지가 있는 쪽으로 직진하듯이 흙길 산책로로 접어들어 10분 정도 걷는다. 길만 따라가면 울타리 넘어 성균관대학교 건물이 보인다. 조금 더 걸어 왼쪽으로 돈 다음 일월저수지를 벗어나 큰길로 나온다. ◆일월저수지~왕송호수~의왕역(6.4㎞/1시간30분)|큰길에서 우회전해 10분 정도 가면 주황식 철문과 벽돌로 된 성균관대 출입문이다. 고가 아래로 횡단보도를 건너 '성균관약국' 옆길로 들어선다. '블루비' 간판이 보이는 건물 사거리까지 간 뒤 좌회전한다. 10분 정도 길 따라 걸으면 왼쪽에 입북초등학교, 오른쪽에 '서수원 자이' 아파트단지가 있는 '입북초교 사거리'다. 횡단보도를 건너 우회전해 아파트단지의 담벼락을 왼쪽에 두고 걸으면 굴다리가 보이는 사거리에 닿는다. 굴다리(오른쪽 굴다리 말고 정면 굴다리)를 통과해 길을 이어간다. 곧 아파트 공사로 인해 길이 막힌다. 공사 현장 앞에 있는 '왕송호수'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했다가 다시 '왕송호수' 이정표가 나오면 좌회전한다. 잠시 후 서호보다 3배쯤 큰 '왕송저수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흙으로 된 둑길을 끝까지 걸어 왼쪽 계단으로 내려온 뒤 오른쪽에 보이는 '토종닭·수제비·보신탕' 간판이 붙은 식당 쪽으로 가면 행정구역이 수원시에서 의왕시로 바뀐다는 표지가 나온다. 식당을 왼쪽에 두고 저수지를 따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왕송호수엔 산책로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저수지를 크게 도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서 걸어야 한다. 30분 정도 걸으면 '목포낙지촌' 식당이 있는 T자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다시 10분 정도 걸으면 왼쪽에 의왕역이 보인다. ●거리·시간: 12㎞·3시간 ●출발점: 수원시 화서역(1호선) 2번 출입구 ●도착점: 의왕시 의왕역(1호선) ※GPS로 답사한 상세 지도와 정보는 travel.chosun.com/weekend와 인터넷 걷기카페 '길을 찾는 사람들~~'(cafe. daum.net/way.)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주말 걷기 Tip 등산화 살 땐 벽을 한 번 차보세요&nbsp;▲ 아이더 제공? 걷기 좋은 계절 등산화 하나 장만하고 싶은데, 종류도 너무 많고 어떻게 고르는지 모르겠어요.&nbsp; ! 얼핏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산에 가서 발이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입니다. 등산화를 신어볼 때 우선 발뒤꿈치 쪽에 둘째 셋째 손가락을 넣어보세요. 손가락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의 여유가 적당합니다. 끈을 묶고 걸을 때 뒤꿈치가 들어 올려지지 않는지도 확인하시고요. 신발을 신은 다음에 앞 발가락과 뒤꿈치로 한 번씩 벽을 차보세요. 조금이라도 발이 아프다는 느낌이 있다면 산에서 불편할 수 있으니 피하세요. 산을 내려갈 때 발톱이 등산화에 닿아 아팠던 경험이 있으실 거에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하이킹화 같은 초경량 등산화는 평소 사이즈보다 5㎜ 정도 크게, 가죽 등산화는 10㎜ 정도 큰 것을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등산 양말을 두 겹 정도 신어도 꽉 죄는 느낌이 없는 정도면 적합하지요. 피가 쏠려 발이 붓는 저녁이 등산화 고르기 적합한 시간이라는 것도 명심하세요. ▶ 관련기사 ◀☞흔들리는 것이 어디 갈대 뿐이랴☞금빛 갈대밭으로 갈래 은빛 억새밭으로 올래☞‘적벽’이 된 채석장, 경이로워라
제주 올레길, 그리고 지리산 둘레길
  • 제주 올레길, 그리고 지리산 둘레길
  • [조선일보 제공] 걷기가 유행이다. 제주도 올레길엔 금년에 현재까지만 약 10만 명 가까이 다녀갔다고 한다. 걷는 사람들도 아주 다양하다. 어린 초등학생부터 노인층까지 있으며 친구들끼리 혹은 부부끼리 걷기도 하고 혼자서 걷는 사람도 많다. 걷기 위해 만들어진 길도 여럿 생겼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제주 올레길, 그리고 지리산 둘레길이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추구하는 올레길 ‘올레’란 집에서 큰 길까지 나 있는 마을 길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올레길은 꼭 그런 골목길은 아니고 제주의 풍광을 담은 해안 및 산간의 여러 길들을 이어놓은 트레킹 루트다. 제주도가 고향인 기자 출신의 중년 여성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티아고 길을 걷고 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제주도에 만들겠다고 작정하고 주변 친지들과 함께 내고 있는, 채 2년이 안된 길이다. 현재까지 제주도 남쪽을 따라 약 200km가 만들어진 길은 대부분 기존 길을 서로 이은 것이지만 군데군데 새로 뚫은 구간도 있다. ◆ 자연과 마을, 역사문화가 담긴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은 남한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지리산을 빙 둘러가는 길이다. 지리산 생태보전운동을 펼쳐온 ‘사단법인 숲길’에서 지리산의 마을과 마을을 잇던 옛길을 되살려 자연과 마을, 역사와 문화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2007년부터 만들고 있는 길이다. 다 이어지면 총 300여 km가 될 것이며 현재는 지리산 북쪽으로 약 70km가 만들어져 있다. 걷기라면 소시 적부터 좋아하던 내가 아닌가. 기회를 보던 차에 이번 여름에 틈을 내어 올레길과 둘레길의 일부구간을 다녀왔다. 역시 좋았고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래서 아직 기억이 따끈따끈할 때 두 구간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그런데 이런 비교는 결국 주관적 판단에 의한 비교여서 얼마나 객관적 타당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 스스로 최대한 객관성을 담보하자는 취지에서 백두대간 길을 판단의 기준점으로 삼고자 한다. ◆ 우리는 언제 걷고 싶을까 사람들이 걷고 싶을 때는 콘크리트에 갇힌 도시생활에 지쳐있을 때가 많다. 인공적인 모습들로부터 탈피하여 자연 속의 길을 걷다 보면 마음의 상처도 치유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꾸밈이 없는 자연의 길을 찾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완벽한 자연의 길은 백두대간 길이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 지형의 등뼈를 이루는 대간 길은 평균고도가 1000 미터가 넘는 높은 곳이라 개발의 영향을 그만큼 덜 받았고 길의 특성 상 지형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대간능선의 봉우리에 올라서서 눈앞에 펼쳐진 백두대간의 힘찬 뻗어감을 보면서 느끼는 장쾌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우리 땅 한반도에 대한 경외감이 절로 든다. ◆ 삶의 의지 되살아 나게 만드는 백두대간길 또 대간 원시림 숲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청량감과 온 몸으로 퍼져 드는 싱싱한 생명의 기운은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모른다. 대간 길을 하루 걸으면 헝클어진 마음이 차분해지고 이틀을 걸으면 건강한 삶의 의지가 되살아난다. 때문에 백두대간에 한번 맛들인 사람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진부령까지 이어지는 남한 구간 740km를 종주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마력을 지닌 산길이다. &nbsp;▲ 구름이 차오르는 백두대간 그러나 백두대간 길은 일반인이 걷기에는 너무 힘든 길이다. 우선 하루에 걸어야 하는 구간 거리가 보통 20km 정도 된다. 산행 시간만 보통 10시간 정도 걸리며 수없이 많은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므로 체력적으로 힘든 여정이다. 중간에서 내려오려 해도 길이 마땅치 않다. 또 능선길이니 만큼 물을 2리터씩은 짊어지고 가야하고 10시간 산행에 필요한 음식에다 비상시를 대비한 준비물까지 합하면 배낭도 무거워진다. 그래서 좋은 줄은 알지만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 올레길, 둘레길은 대간길보다 수월해 대중성 높아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은 백두대간 길의 이런 체력적 부담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의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크게 오르락내리락 하지도 않고 두 길 모두 하루에 걷는 거리가 평균 10 -15km 정도다. 그나마 힘들면 중간에서 멈추고 다음에 다시 시작하는데 아무 무리가 없다. 중간에 마을들이 있기 때문에 택시를 부르면 된다. 또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갈 필요도 없다. 이번에 두 길을 걸으면서 내 배낭에는 0.5리터짜리 생수병 하나밖에 없었다.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간에 휴게소나 식당이 있어 음식을 사먹을 수 있으므로 따로 음식을 싸갈 필요도 없다. 그러니 튼튼한 신발과 햇빛을 막을 챙 큰 모자 정도가 필요할 뿐 크게 준비하거나 신경 쓰지 않고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이다. ◆ 올레길은 풍광 으뜸 제주 올레길의 가장 큰 장점은 빼어난 풍광이다. 말미오름에 올라서면 시원스레 펼쳐지는 성산 앞바다가 그림 같다. 풀밭에선 고삐조차 없는 말과 소가 풀을 뜯는 모습이 꾸밈없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다. 왼쪽으로는 검푸른 바다의 파도가 넘실대고 오른쪽으로는 초록색 초지가 바다처럼 펼쳐진 신풍 바다목장 올레 길을 걷노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신풍 바다목장 풍경 또 올레길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매우 편리한 길이다. 중간에 가게와 식당들이 있어 불편함이 없다. 나는 자리회가 얼마나 맛있던지 매일 먹었다. 자리회 맛은 동네마다 달랐지만 맛있다는 건 공통적이었다. 편리함이 있어서인지 이 길엔 여성 손님이 많다. 친구들끼리 혹은 딸과 엄마가 손잡고 쫄깃하게 말린 한치를 씹으며 수다 떨며 가는 길이다. 무슨 음식을 어떻게 해먹으니 맛있더라는 얘기를 하면서 바닷가를 걷는 여인들이 편안해 보였다. ◆ 흙길 너무 적어 실망감도 그러나 비판정신에 투철한 먹물이라선지 장점만 보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흙길이 너무 없었다. 오름의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시멘트길 아니면 아스팔트길이다. 아마 전체구간의 80% 이상 되지 않나 생각된다. 자연의 보드라운 흙길을 상상하며 온 사람들은 이 부분에 적잖이 실망할 것이다. 단지 실망만 줄 뿐 아니라 딱딱한 시멘트 길은 실제로 발목에 무리를 주며 쉽게 피로를 가져다 준다. 올레 길 10여 km 걷고서 느끼는 발의 피로감은 대간 산길 20km 걷는 것보다 높았다. 올레길 갈 때는 필히 바닥 쿠션이 좋은 신발을 권한다. 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발견하는 제주 올레길의 보다 큰 문제점은 길이 자연스럽게 나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길을 연결한 사람들은 길이 서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제주의 특색있는 모습이 길에 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고려사항은 서로 충돌할 수가 있다. 예컨대 특색 있는 모습을 굳이 포함하려다 보니 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청룡열차 궤도처럼 휘어지는 것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길을 걸으면 마음 또한 불편해진다. ‘보이려고 꾸미는 것’(爲)은 ‘꾸밈없이 보여주는 것’(無爲)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자연스럽지 않은 길의 꺽임을 찾아가려니 진행방향을 나타내는 표식 또한 찾기가 어려웠다. 올레 길은 대부분 시멘트 길이다 보니 표식이 길 바닥 혹은 길 가의 전신주에 있다. 그런데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표식을 찾기가 어렵다 보니 아름다운 풍광에 취하다가도 길을 놓칠세라 항상 시멘트 기둥이나 시멘트 바닥에 신경써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 전봇대의 파란화살표가 올레길 표식 ◆ 지리산길은 수수한 산골처녀 지리산 둘레 길은 올레 길과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우선 올레 길만큼 화려하지 않다. 가슴이 확 터지는 오름의 조망도 없고 주상절리 기암절벽에 부서지는 흰 파도도 없다. 그냥 수더분하다. 우리 눈에 익숙한 산하의 모습이 차분하게 들어온다. 올레길이 빼어난 미모의 바닷가 처녀라면 둘레 길은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산골처녀라 할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올레길의 풍광에 반한 사람들은 둘레 길이 별 매력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둘레길의 매력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자연스런 길에서 배어 나오는 편안함, 그리고 어릴 적 어머니 치맛자락처럼 포근한 산골 모습들이다. 마을길이 시냇가 둑길로 바뀌다 어느새 논길로, 이어서 고갯길과 산길로, 그러다 다시 오솔길로 바뀌는데 거슬림이 없다. 논둑길에선 풀벌레 소리를 듣다가 숲으로 들어서면 새소리를 듣고 계곡을 건너면서 계곡물 소리에 마음을 씻는다. 어느새 이삭이 팬 벼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 동구 밖에 시원하게 그늘을 드리운 서어나무 숲과 정자들, 푸른 솔가지를 힘있게 뻗고 있는 당산나무의 위풍당당한 모습들이 정겹다. 눈에 번쩍 띄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화장기 없는 풋풋한 아름다움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래서인지 이 길을 손잡고 걷는 젊은 남녀의 미소가 예사롭지 않다. 어쩐지 이들은 결혼할 것 같다. 그렇다. 올레길 분위기는 화려한 처녀와 데이트하는 것 같다면 둘레 길은 부인과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걷는 것 같다. 설레임은 없지만 정답다. ▲ 느티나무와 쉼터 ◆ 역사 체험길 둘레 길은 또한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길이다. 인월과 운봉을 잇는 구간에는 비전마을과 서림공원이 있다. 비전마을엔 이성계가 왜구를 무찌른 것을 기념하는 황산대첩비가 있는데 원래의 것은 일제가 깨뜨려 조각난 모습으로 뉘어져 있다. 그런가하면 서림공원에는 이 지방 유지였던 박봉양의 업적비가 한쪽 귀퉁이가 깨져 나간 채 서있다. 박봉양은 민보군을 조직하여 동학농민군이 운봉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은 사람이다. 그의 행적을 인정할 수 없는 일부 후세 사람들이 그 비를 깨뜨린 것이다. 비가 세워진 것도 역사요 그 비가 깨진 것도 역사임을 생각하며 걷는데 동편제 창시자인 송홍록의 생가에서 들려오는 박초월의 춘향가가 마음을 뒤흔든다. ▲ 귀퉁이가 깨져나간 박봉양의 공덕비 ◆ 농작물 열매 손대는 방문객들 둘레 길에도 문제는 있다. 이는 길의 문제가 아니고 길을 걷는 사람의 문제다. 둘레길 주변의 농작물과 열매는 마을 주민의 소중한 재산이므로 절대 손대지 말라고 도처에 안내문이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자꾸 뜯어가고 손대는 바람에 산골마을 사람들의 심기가 편하지 않다. 그래서 벽송사 뒤 옛 빨치산 길을 따라가는 일부 구간은 주민의 반대로 잠정적으로 폐쇄되어 길이 끊겨있는 상태다. 남의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본적인 규범이 지켜지지 않으면 마을과 마을을 이어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되살리려는 노력은 자칫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제발 몰상식한 행동 좀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 올레길과 둘레길은 나름대로 특성이 있다. 서로 우열을 따질 성격이 아니다. 한 쪽은 수려한 미모의 해변 처녀 같고 다른 쪽은 화장기 없이 해맑은 산골 처녀같다. 한 쪽은 가슴 설레는 데이트 분위기이고 다른 쪽은 오랜 애인과 정담을 나누는 분위기다. 그러니 결국 두 곳 다 가는 것이 좋다. 햇빛이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대기가 청명해지는 가을이 되면 걷기가 훨씬 좋을 것이다. ★ 남성일 대학원장은 등산 매니아다. 지난 2002년에 백두대간 북진종주(지리산에서 출발해 설악산 구간까지 올라가는 구간)을 마쳤고, 다시 작년부터 지난 6월까지 거꾸로 남진종주를 마친 바 있다. 전국 산하 곳곳을 다니는 것은 물론 자녀들과 함께 히말라야 트래킹이나 가까운 일본의 고산들도 자주 다닌다. ▶ 관련기사 ◀☞견우·직녀성(星)… ''여름별'' 보러 떠나자☞테마파크, 여름방학이 너무좋아라~☞인천의 ‘배꼽’을 보신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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