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사우디 또 '발목'…90달러 넘는 유가 충격 오나

90달러 넘보는 유가 '연중 최고치'
사우디發 고유가에 인플레 우려↑
이번주 APPEC 회의 등 이목 집중
  • 등록 2023-09-05 오후 7:17:32

    수정 2023-09-05 오후 7:18:42

[이데일리 김정남 이소현 기자]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 급등하면서 세계 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세계 최대 산유국들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공급량을 의도적으로 줄이면서 배럴당 80달러 중후반대까지 치솟았다. 이들은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복잡한 지정학 이슈까지 얽혀 있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는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AFP 제공)


90달러 넘보는 유가 ‘연중 최고치’

4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0.47% 상승한 배럴당 85.95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6일(86.92달러) 이후 거의 10개월 만에 가장 높다. 지난해 11월 7일 91.79달러 이후 다시 90달러선을 웃돌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89.00달러를 나타냈다.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배럴당 89.47달러까지 상승했다. 한국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이미 90달러선에 근접한 상태다.

올해 5~6월만 해도 배럴당 60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나 했던 유가가 갑자기 치솟은 것은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사우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의도적으로 공급을 줄이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OPEC+의 리더는 사우디와 러시아다. 두 나라는 미국과 함께 원유 생산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동시에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카타르 등 기타 산유국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까지 있다. 사실상 전 세계 원유 공급을 좌우하고 있다. OPEC+가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배럴, 올해 4월 하루 166만배럴 각각 감산하는데 사우디는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7월부터는 자체적으로 하루 100만배럴 생산을 줄여 왔다. 원유시장을 흔드는 ‘사우디 파워’는 사우디의 조치와 함께 등락한 유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OPEC+는 감산을 추가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OPEC+가 이번주 안으로 다음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자발적인 감산을 다음달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 탓에 원유 수요 감소 전망이 많았음에도 유가가 고공행진을 한 것은 사우디와 러시아의 힘이 얼마나 센 지 방증한다는 평가다.

사우디發 고유가에 인플레 우려↑

특히 사우디의 감산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와 직결돼 있다. 미래 도시인 네옴 시티를 건설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최소 5000억달러(약 662조원) 이상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사우디는 적어도 국제유가를 80달러 이상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 ING의 워런 패터슨 상품전략 헤드는 “연말까지는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유가는 지금보다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데이터 전문업체 DTN의 트로이 빈센트 수석분석가는 “원유시장이 내년을 향하면서 재고가 점차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융사 BTIG는 단기 전망치를 배럴당 90~93달러로 제시했다.

유가를 하향 안정화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은 사우디가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사우디는 그동안 고물가를 우려한 미국의 반발에도 감산 조치를 강행해 왔다. 사우디 외에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대척점에 서 있다. 고유가발(發) 인플레이션 공포가 돌연 부상하는 이유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기대 역시 고유가 재료다. 미국이 긴축 기조를 끝내면 달러화는 약세를 띨 가능성이 큰데, 이경우 통상 달러화로 거래하는 유가의 상대적인 가격 매력도가 커지면서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눈은 일단 이날부터 사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석유회의(APPEC) 연례 행사에 쏠린다. 쉘, 비톨, 에퀴노르 등의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의 고위 인사들이 대거 나온다.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 트라피구라의 벤 러콕 공동대표는 APPEC에 참석해 “현재 원유시장은 적은 재고 등으로 가격 급등에 취약한 상태”라며 “시장은 배럴당 72~88달러를 적당한 가격으로 보지만, 시장은 유가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기대보다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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