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오버행 쇼크 온다…5000억 CB의 역습

주식 전환 가능 물량 전체 지분의 12.87%
카카오게임즈 CB, 장기 보유 매력 없어
기관들 일제히 주식 전환 청구 나설 듯
개인투자자 등 다른 주주들 반발 예상
  • 등록 2022-03-24 오전 5:20:00

    수정 2022-03-25 오후 6:37:32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카카오게임즈(293490)가 대규모 오버행(잠재적 매도 대기 물량) 쇼크를 맞을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에 카카오게임즈가 발행한 5000억원 어치 사모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간이 도래해서다. 기관들이 전환청구 이후 차익실현에 나서면 주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표=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가 지난해 발행했던 5000억원 규모 CB의 주식전환 청구가 오는 31일부터 가능하다. CB 만기는 2026년 3월31일이지만 주식전환 가격이 5만2100원으로 이날 종가인 8만500원 보다 낮다.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주당 2만8400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

CB를 보유한 기관들은 이달부터 일제히 전환 청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 CB를 장기 보유할 유인이 약하기 때문이다. 표면이율과 만기보장수익률이 모두 0%로, 만기까지 보유하더라도 이자 수익이 없다. 여기에 카카오게임즈가 원금에 1% 이자를 주고 투자자들에게 CB를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매도청구권(콜옵션)도 50% 걸려 있다. CB 발행물량의 절반을 카카오게임즈가 되사면, 전환청구 가능한 물량도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카카오게임즈도 이달 31일부터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소 불리한 조건임에도 모집 당시에는 기관 투자자들이 대거 사들이면서 완판됐다. 주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에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증권사 중에서는 KB증권과 DB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CB를 보유하고 있다. KB자산운용, NH헤지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등 운용사들도 펀드에 CB를 담아둔 상태다.

문제는 기관들이 대거 주식 전환에 나서면 대규모 오버행 물량이 생긴다는 점이다. CB에 부여된 전환 가능 물량은 총 주식 수의 12.87%에 달한다. 청구 가능 기간에 어느 정도의 전환 신청이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절반만 풀려도 유통 물량 기준으로는 수급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환 청구 기간이 임박하면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주주들의 콜옵션 행사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이 높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콜옵션을 행사할 여력이 없어 오버행 타격을 고스란히 맞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증시 분위기도 좋지 않아 대부분의 기관들 입장에서는 바로 전환권 행사해서 수익실현 하려고 할 것”이라며 “카카오게임즈의 지금 여건은 사실상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환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분명 주가에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게임즈 측에서는 콜옵션 행사 계획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있는 말이 없다”며 “당사의 콜옵션 권리에 따라 CB 전환 청구 가능 물량은 실질적으로는 2500억 수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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