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중소기업 정책금융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

  • 등록 2024-02-26 오전 6:11:00

    수정 2024-02-26 오전 6:11:00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총 76조원에 달하는 정책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주요 시중은행도 총 20조원 규모의 기금을 출연하며, 정책금융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해당 재원을 토대로 중소기업에 대한 저리의 대출지원에 나선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또한, 2조원 규모의 회사채 유동화 프로그램을 통해 중견기업의 직접금융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고금리 여파로 인한 이자비용 부담을 덜고, 신인도 부족으로 직접금융을 통해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책이 마련된 점에서 이번 정부 정책은 비교적 시의적절하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이번 정책금융에 대한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정부와 은행의 대규모 재원으로 직접 지원하는 금융방식이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수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재원을 이용한 직접지원 방식은 그동안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한정된 재원으로 정책수혜의 폭이 제한될 가능성, 정책금융의 중복수혜 가능성, 벤처형 기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제한될 가능성이 그것이다.

상기 정책금융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간접지원 형태인 보증지원 위주 정책금융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신용보증 및 보증채무이행을 통한 중소기업의 담보능력을 보완하여, 저리의 대출이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간접지원 위주의 정책금융은 향후 대출부실에 대한 우발채무를 정부가 부담하게 되지만, 이는 직접지원을 위한 당장의 재원 확보에 따른 재정 부담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 정책금융에 있어 정부자금을 직접 사용하는 직접지원의 비중은 90%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 재정의 과다집행에도 불구하고, 전체 중소기업 중 정책금융 수혜를 경험한 곳이 50%를 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간접지원 위주의 정책금융을 채택하는 미국의 경우 전체 중소기업 중 약 70% 정도가 금융수혜를 받는 점과 사뭇 다르다.

또한, 간접지원방식은 정책금융의 중복수혜 문제점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 정책자금의 경우 은행과의 협약을 통해 지원이 이루어진다. 은행 기준으로 여신 적격업체 수준인 우량 업체만이 주된 지원대상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정부재원을 활용해 은행이 대출을 시행할 경우 민간금융 확보가 가능한 기업도 정책자금 혜택을 받아 중복적으로 자금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 개선을 위해서도 정부재원이 직접 사용되지 않는 간접지원방식이 효과적이다.

14일 국회에서 고금리 위기 극복과 신산업 전환을 위한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 민당정협의회가 열렸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직접지원 방식의 정책금융은 향후 대출부실 가능성이 작은 재무적 우량 중소기업 위주의 대출 지원으로 자칫 기술력을 갖춘 벤처 중소기업이 지원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대체로 정책금융공사 등 정책자금 집행기관을 통한 자금지원의 경우 시중은행을 통한 대출이 이루어지는 ‘온렌딩(on-lending)’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향후 대출부실을 우려한 시중은행의 경우 담보력과 재무적 성과를 갖춘 중소기업 위주 대출집행으로 혁신형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고려한 2조원 규모의 회사채 유동화 프로그램을 통한 직접금융 규모는 부족한 편이다. 76조원의 정책금융 지원 예산 중 이른바 자본시장을 활용한 동 지원방식의 비중은 3%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는 자본시장을 통한 금융지원이 더욱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벤처캐피탈의 지분 투자자산의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이른바 유동화 펀드(secondary fund)를 활용한 금융지원 확대가 바람직하다.

유동화 펀드란 비상장 투자자산의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벤처캐피탈이 직접투자 등으로 투자한 중소기업의 투자자산을 만기전에 유통시장에 매각하여 투자금을 회수토록 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경우 SBIC(Small Business Investment Company)라는 정부 인가를 받은 벤처캐피탈을 통해 민간 투자자가 정부 보증채 또는 참여증권에 투자하는 금융지원방식이 활성화되어 있다. 이는 벤처캐피탈로 하여금 투자지분을 필요시 처분하여 투자금을 조기 회수할 수 있도록 시장조성자 역할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계기로 위험투자를 기피하던 은행, 보험사 등 금융사의 벤처투자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즉, 최근 중소기업 정책금융 지원책을 마련한 정부의 노력이 자금이 필요한 많은 중소기업에 적기에 지원되기 위해서는 정책금융 방식의 변화가 시급하다. 간접지원 방식의 정책금융 확대, 유동화 펀드를 활용한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활성화 조치가 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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