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아파트 매매시장도 위축된 가운데 법인의 아파트 거래만 ‘나홀로’ 증가하고 있다. 보유세 부담 등 정부의 규제 강도가 세지자 다주택자들이 법인을 통한 아파트 매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법인 명의 아파트를 보유할 시 보유세와 추후 양도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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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달간 ‘개인→법인’간 거래 5171건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인이 법인 명의 매수자에게 판 아파트는 총 5171건이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조사를 시작한 2006년 1월 이래 14년 만에 최대 건수다.
법인 소유가 된 아파트는 올해 들어 급격히 늘고 있다. 올 1분기(1~3월)에만 법인이 개인에게 사들인 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1만 200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09건)에 비해 525% 증가했다. 코로나19발 경기 침체로 아파트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법인을 통한 아파트 매매가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법인을 통한 구매는 다주택자들의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된다.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한 부동산 규제 정책의 풍선효과로 법인을 통한 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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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개인 소유 주택에 매기는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최대 2.7%다. 3주택 이상 또는 조정지역 2주택자의 종부세 세율은 최대 3.2%에 달한다. 그러나 법인 명의 아파트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0.7%에 그친다.
심지어 추후 해당 아파트를 팔 때도 양도세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세무사의 설명이다. 만약 3년 전 10억원에 취득한 개인 명의 아파트 한 채를 15억원에 판다고 가정하면, 매도자는 양도세 2억 4500만원에 내야 한다. 반면 법인 명의로 소유하던 아파트를 팔 경우엔 법인세 1억 4300만원만 내면 된다. 약 1억원의 양도세를 절감하는 셈이다.
우 세무사는 “다주택자들이 개인 명의 아파트를 남에게 파는 게 아니라 법인을 만들어 명의만 돌려 세금 규제를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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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인을 통한 아파트 거래 시 주의할 점이 많다. 오히려 1주택자가 법인으로 주택 명의 이전시 보유세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우 세무사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 법인을 만들어 아파트를 구매할 시 장기보유 등의 세금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므로 보유세가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며 “무조건적인 법인화가 절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도 잘 따져봐야 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 명의 아파트를 팔 때 얻게 되는 법인 소득은 합법적으로 배당 형태로 취득해야 하는데, 이때 종합소득과세가 매겨져 소득세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며 “추후 정부가 법인을 통한 주택 거래에 대해 규제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도 “대출·세제 상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동산 매매법인 등의 거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법인세 탈루 등 불법 행위 대해서는 금융위·국세청 등 관계기관 간 공조를 통해 적극 대응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