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 아뜰리에]기대를 낮추자

  • 등록 2012-01-26 오전 10:10:00

    수정 2012-01-25 오후 6:29:52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26일자 25면에 게재됐습니다.
[김병수 이데일리 경제부장] 새해에는 살림살이 좀 나아지려나 했는데 여지없이 희망이 꺾이는 소리만 들린다. 설 민심을 잡겠다고 내놓는 정치권의 온갖 감언이설은 여느 때보다 심하다. 여야가 모두 좌로 한 클릭씩 움직이고 있다는데, 찬찬히 보면 대부분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 뿐이다. 돈은 없는데 펑펑 쓰겠다고만 하니 그저 선거용 슬로건에 불과하다는 생각만 든다.

아마도 올해 내내 들어야 할 소리일 게다. 매번 듣는 소리고, 그 때마다 “그럼 그렇지” 하고 실망이 크지만 그래도 나한테 돌아올 떡고물이 무엇인지 신경 쓰이는 것을 보면, 역시 정치의 위력은 대단한 것인가 보다. MB정부가 정치적 의지를 더해 자신있게 내걸었던 747 공약에 대해 새해 벽두부터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꿈 깨라는 소식을 날려와도 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잠재성장률은 3.8%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사실 정부의 핑계는 많다. 전세계적인 위기를 정확히 예측하거나 대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섭섭해할지 모르겠지만 그 공약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는 그 공약의 거품을 거품이 아닌 현실에서 일어날 일로 믿었다는 억울함이 더 앞서는 것 또한 현실이다.

정치라는 것은 국민의 뜻이라는 명분으로 인해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곧잘 성사시킨다. 정치의 매력이다. 그러나 정치는 많은 거품도 안고 있다. 경제적 용어를 쓰면 위험(risk)이 큰 영역이다. 다수 국민으로부터 표를 받기 위해 원칙과 명분, 정도(正道)보다는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는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우리나라가 군사독재 시대를 끝내고 민간으로 정권이 넘어온 뒤에 오히려 대통령의 수난시대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한다. 길지 않은 5년 집권기에 그 동안 민간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정당으로부터 배척 받았다. 이번에도 벌써 `거국내각`이라는 단어가 슬슬 정치권을 맴돌고 있다.

5년 단임제라는 구조적인 불안요인도 원인이겠지만 표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는 정치의 속성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현대 정치의 모델인 미국조차도 선거 시즌이 되면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에서도 올해 가장 큰 위험은 유럽 재정위기가 아니라 정치라는 얘기가 나온다.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다.

지난 설에도 오랜만에 만난 일가 친척들과 희망찬 덕담을 주고 받았다. 살림살이를 어렵게 만든 대통령과 정치권에 대한 뒷담화를 안주 삼아 밤새 막걸리 잔을 기울여도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보다는 기대수준을 좀 더 낮춰야 하지 않을까. 위험을 줄일려면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격언처럼, 정치라는 위험한 상품에 우리는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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