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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 물가 5%↑ ‘예상 하회’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0%를 기록했다. 직전 월인 올해 2월(6.0%)보다 낮아졌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5.1%)를 하회했다. 이는 지난 2021년 5월(4.9%) 이후 거의 2년 만에 가장 작은 상승 폭이다. 연준 목표치(2.0%)를 여전히 웃돌고 있지만 둔화 징후는 비교적 뚜렷한 것이다.
전월 대비 CPI는 0.1% 올랐다. 올해 2월 0.4%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둔화했다. 이 역시 월가 전망치(0.2%)를 밑돌았다.
다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5.6% 올랐다. 전월(5.5%)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0.4% 뛰었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것이어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근원물가는 지난해 9월 6.6% 이후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헤드라인 물가보다 낙폭이 더 작다.
그러나 서비스 물가는 상대적으로 큰 폭 올랐다. 주거비(shelter)는 전년 대비 8.2%, 전월 대비 0.6% 각각 올랐다. 주거비는 월세,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비용을 포함한 수치다. 2월 당시 0.8% 뛴 것과 비교하면 약간 완화했다. 이외에 교통서비스는 한 달 전보다 1.4% 뛰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월가는 이를 두고 인플레이션이 꺾이는 징후가 뚜렷하다는데 기울면서도, 동시에 근원물가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CFRA의 샘 스토벌 수석투자전략가는 “이번 CPI는 연준이 원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면서도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도록 하기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CNBC는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수준은 훨씬 상회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지난달 CPI 둔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유가는 이번달 들어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한때 배럴당 60달러 중반대까지 떨어졌지만, 이번달 들어 다시 80달러대로 올라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다음달부터 추가 감산에 나서기로 한 게 유가를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승리 선언’ 아직은 이르다
다만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근원물가 탓에 고민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실제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PI 보고서가 나온 이후 CNBC와 인터뷰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분명 정점은 지났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며 “근원물가가 여전히 너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가 냉각되고 있는 징후를 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너무 빨리 선언하는 것은 경계한다”며 “근원물가를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말했다.
내이션와이드의 벤 에이어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경제의 많은 부문에서 계속 완화하고 있다는 추가적인 증거를 줬다”면서도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높다”고 했다. TS롬바르드의 스티브 블리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려면 노동시장 과열이 식어야 한다”며 “(이번 CPI가) 연준을 크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뉴욕채권시장은 강세를 보였다(채권금리 하락).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876%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340%까지 내렸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에 맞선 싸움에서 진전을 보여준다”며 “정부는 가계 비용을 낮추기 위한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