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점점 사라져가는 기억…무용으로 풀어낸 '치매'

심사위원 리뷰
댄스씨어터 창 ‘잊혀져가는 것들’
연극·서커스·인형극 적재적소에
사회적 담론까지 담아내
  • 등록 2023-08-07 오전 6:00:00

    수정 2023-08-07 오전 8:56:57

[김호연 무용평론가] 김남진은 무용계에서 조금은 다른 결을 보이며 활동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학부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현대무용에 입문한 이후 프랑스 렌느 국립현대무용단 등 유럽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다 2006년 댄스씨어터 창을 창단하면서 연극적 무용을 지향, 무용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등 춤에 기반을 둔 다양한 총체적 공연예술을 무대에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외적 요인을 떠나 그의 작품에는 사회적 담론, 일상성, 역사성 등을 진지하게 작품에 풀어내며 관객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변별성이 있다. 이번에 공연한 ‘잊혀져가는 것들’(2023년 6월 22~23일, 대학로극장 쿼드)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치매’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는 사회적 이슈이자 일상적 이야기가 됐다. 이 주제는 무대공연예술, 특히 무용으로 다루기 힘든 주제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현상만이 아닌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담론까지 함께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댄스씨어터 창 ‘잊혀져가는 것들’의 한 장면.(사진=옥상훈 사진작가)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 중 하나는 기억이다. 부모에 대한 기억, 가족에 대한 기억, 치매로 잊힌 일상에 대한 기억 등이 여러 의미망을 갖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제1부 남자의 기억에서 초반 행위자(김남진)는 굴건을 쓰고 방울을 들고 제의적 분위기 속에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뇌다가 짜장면에 대한 추억을 말한다. 그는 짜장면이 갖는 시각, 청각, 미각, 후각 등 공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을 환기하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면서 진한 감정을 몸짓에 담아냈다.

여기서 몸짓은 관객이 행위자의 언술에 대한 사유를 곱씹으면서 무언가 허허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한 장면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는 감정이 응축되면서도 절제되고 유려한 몸짓으로 표현됐는데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공유의 장이었다.

댄스씨어터 창 ‘잊혀져가는 것들’의 한 장면.(사진=옥상훈 사진작가)
2부 여자의 기억도 치매 그리고 그와 관련된 가족 이야기가 중심을 이뤘다. 그렇지만 끈끈한 가족애가 아니다. 세 번째 시퀀스 ‘도장’에서 느껴지듯 자식은 치매를 이용해 문서에 도장을 찍게 하는 등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무용수들은 조정자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같은 행위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데 선(善)이 아닌 도덕이 타율에 의해 지배되는 행위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는 무용수, 소리꾼, 배우 등의 연기와 소리 그리고 몸짓이 조화롭게 어울리며 관객과 진한 감정의 소통을 이뤘다.

김남진의 안무작에는 여러 가지 특질이 있다. 먼저 총체성(Totality)을 들 수 있다. 춤을 기반에 두면서도 연극, 서커스, 인형극 등 요소가 적재적소에 들어가 관객과 소통하려 하는 점은 그만이 가지는 장점이다. 주제 의식도 시의적절하게 사회적 문제에 둬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점도 눈에 띈다. 한국적 정서도 다분하다. 진한 부산 사투리 속에서는 지역정서가 느껴진다. 기층문화의 여러 요소가 수용되면서 문화원형의 동시대적 해석도 나타나는 등 한국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잊혀져가는 것들’은 개성을 지니면서도 일상적 공감대를 형성한 의미 있는 춤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댄스씨어터 창 ‘잊혀져가는 것들’의 한 장면.(사진=옥상훈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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