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며 소리치며… 젊은이들의 3·1절

''쉬는 날'' 그치지 않고 퍼포먼스 기획·참여 늘어
비보이 댄스·UCC 만들기 등 내용도 새로워
  • 등록 2008-03-01 오전 9:06:34

    수정 2008-03-01 오전 9:06:34

[조선일보 제공] "일본 경찰의 일제검문이 시작됐습니다. 여러분, 모두 품 속의 태극기를 꺼내 만세를 부릅시다!"

3·1절을 나흘 앞둔 26일 오후, 한국체육대학 강당 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이 학교 레저스포츠학과 4학년 소병건(26)씨가 힘찬 목소리로 선동하자, 주변의 외국인 등 4명이 품 속에서 뭔가 꺼내는 시늉을 하더니 "만세! 만세!"를 외쳤다. 소씨의 프랑스인 친구인 알렉스(여·23), 피에르(24), 에바(여·24)씨와 재일교포인 양리화(여·24)씨였다.

이들은 며칠 전부터 3·1절 기념 연극 연습에 푹 빠져있다. 3월 1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리는 '들불처럼 일어나 힘찬 대한민국을' 연극에 일반인 배우로 응모해서 만세 봉기를 주도하는 한국인 역할을 맡았다. 일본군이 총칼을 들이대면 어설픈 한국어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거나 아우내장터를 누비며 "모두 태극기를 흔들어 주세요"라고 외치는 것을 연습했다.

이들은 한국어와 한국 영화를 공부하는 유학생들이다. 소씨가 "3·1절은 한국 근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고 지금 행복하게 살고 있는 우리를 있게 한 날"이라며 연극에 참가하자고 제안하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고 한다.

◆국가 기념일 행사로 자리잡는 태극기몹

젊은이들의 3·1절이 달라지고 있다. 여느 '빨간 날'처럼 하루 쉬는 데 그치지 않고, 기념행사를 기획해서 만들고, 직접 참가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3·1운동 정신을 되새기는 사람이 많다. 젊은이들의 '태극기몹'은 국가 기념일 필수행사로 자리잡았다. 태극기몹은 태극기를 온몸에 두르고 수백명이 모여 함께 만세를 부르거나 춤추는 행동. 임지연(여·22)씨는 3·1절 숭례문 광장에서 벌어지는 태극기몹에 참가하기 위해 29일 고향인 전남 완도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대학 동아리 친구, 선배들과 함께 이 행사에 참가하기로 했다. 임씨는 "3·1절이나 숭례문이나 모두 우리가 잘 지키지 못해서 잃어버린 것들의 상징"이라며 "비극의 현장에서 모두 모여 춤을 추면서 기쁨으로 승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3·1절 태극기몹은 숭례문 앞에 500여명이 참가하는 것을 비롯해, 서대문형무소, 영등포역, 인천예술회관 무대 등 전국 20개 지역에서 벌어질 예정이다. 이 행사를 계획한 국학원 산하 세계국학원청년단 임종일(33) 단장은 "전국적으로 1만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참가자들 90% 이상이 10대와 20대들"이라고 말했다.

◆3·1절 기념 UCC도 급증

회사에서 웹 기획을 담당하는 정인숙(여·32)씨는 최근 1개월 동안 근무를 마친 뒤에도 사무실에 남아 이튿날 새벽 1~2시까지 야근을 계속했다. 그가 야근을 하며 만든 것은 '국혼이여, 깨어나라'는 제목의 3분11초짜리 3·1절 기념 UCC다. 유관순 열사의 독립정신을 기리면서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조국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용이다. 그는 이 UCC를 자신의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다음의 '사이버의병' 카페에 올렸다. 정씨는 지난해 3·1절에는 위안부 이야기를 주제로 한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는 UCC를 제작했다. 이 UCC는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베스트 UCC로 선정됐고, 한 네티즌이 이 UCC 자막을 영어로 번역해 유튜브에 올려서 4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씨는 "제 UCC를 보고 우리의 얼과 혼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관계자는 "3·1절 관련 UCC 등록 건수가 매년 증가할 뿐만 아니라, 조회수와 댓글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3·1절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올해 3·1절 행사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유별나다고 입을 모은다. 숭례문 화재로 '우리 것'에 대한 인식이 한 단계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독립기념관 직원 양원길(28)씨는 "2월 1일부터 독립운동가 체험 참가자 접수를 받았는데, 숭례문 화재 이후 하루 평균 신청자가 배 이상 늘었다"며 "국보 1호가 불타버리는 것을 직접 본 것이 우리 역사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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