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장 외면한 재개발 공공관리 완화 논쟁

  • 등록 2014-08-26 오전 7:00:00

    수정 2014-08-26 오전 7:00: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 11일 국회에서 공공관리제도의 성과와 발전 방향을 논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경기도의 실무 공무원, 시민단체,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오간 얘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주택 정비사업의 공공관리제는 규제 완화가 아니라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토론에서 궁지에 몰렸다. 홀로 규제 완화를 주창해서다. 곱씹어보면 이 논의의 출발부터 모순이었다. 공공관리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전 과정을 공공이 관리 감독하는 것이 핵심이다. 건설사와 일부 조합 집행부가 사업을 쥐락펴락하는 적폐를 뿌리뽑겠다는 취지다.

헌데, 연초 국토부 장관이 건설업계 민원을 듣고 이 제도 개편을 주요 부동산 활성화 안건으로 들고 나오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애초 제도를 만들 때부터 건설사는 관리의 대상이지 민원을 들어줘야 할 주체가 아니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공성을 양보하겠다는 것도 어폐가 있다. 둘은 대체재가 아니다.

국토부는 공공관리제를 선택제로 바꿔 주민 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한다. 이는 곧 제도를 없애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제도를 도입한 서울시·경기도·광주시·제주도 중 공공관리제를 의무 시행하는 곳은 서울시 뿐이다. 주민 자율에 맡긴 다른 지역에서는 시행 실적이 전무하다. 국토부는 현행 선택제의 주민 동의 요건을 일부 손 보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민 절반 또는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공공관리제를 적용하던 것을, 다수가 동의해야 적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편의상 제도를 도입하는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많아질 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건 현실성이 없다. 업체가 홍보요원을 동원해 주민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유도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국토부가 한 쪽 얘기만 듣고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국토부와 지자체, 현장 조합원들이 가진 협의의 장은 이번 토론회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공무원 밥줄 노릇을 하는 불필요한 규제라면 없애야 맞다. 그러나 그 밥그릇을 특정 집단에 넘기는 것일 뿐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국토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제도의 원칙부터 다시 곱씹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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