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과속스캔들

15일부터 혼합형 주담대 중단‥대환도 사실상 봉쇄
주담대 급증하자 극약처방‥창구찾은 고객만 발동동
  • 등록 2019-07-23 오전 6:00:00

    수정 2019-07-23 오전 6:00:00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NH농협은행이 지난 15일부터 혼합형(5년 고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상품의 신규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이 대출은 최근 금리가 연2% 초·중반대로 떨어지며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던 대출이면서 농협의 주력 주담대 상품이다. 판매를 중단하기 직전 농협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최저 연2.43% 수준에 머물렀다.

금리가 낮아 다른 은행에서 농협으로 갈아타려는 소비자도 많았는데 이런 주담대 대환대출도 사실상 봉쇄됐다. 1억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타려면 본부심사를 받도록 하면서다. 원칙적으로는 심사를 통과하면 대출이 가능하지만, 심사 과정이나 절차가 복잡해 영업점 직원이 가급적 대출을 취급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다.

농협이 갑작스레 혼합형 주담대 판매를 중단한 것은 대출 증가속도가 너무 가팔랐기 때문이다. 실제 농협은행의 6월말 주담대 취급액은 71조5705억원이다. 작년 말 대비 8.7% 급증했다. 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5.4%)이나 올해 정부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5%대)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농협을 주시해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을 포함해 일부 시중은행의 증가속도가 가팔라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담대를 제대로 관리 못한 농협은 당국의 눈치가 보이자 소리소문없이 대출을 아예 틀어막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당혹스러운 것은 소비자들이다. 영문도 모른채 발길을 돌려야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주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영업점에서 만난 A씨는 “금리가 낮다는 얘기를 듣고 주택 대출을 갈아타려 영업점에 왔다가 1억원이 넘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미리 안내해줬으면 헛걸음을 하지 않았을 텐데…”라며 허탈해했다.

혼합형 주담대는 이자부담을 떨어트릴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대출의 하나인데 소비자의 선택권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특히 농협 주거래고객이라면 낮은 금리의 농협 창구 대신 혜택도 별로 없는 다른 은행문을 두드리는 수밖에 없다.

농협의 행보는 같은 은행권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른 시중은행의 경우 특정 대출이 지나치게 빠르면 경쟁 은행보다 금리를 높이거나 혜택을 줄이는 식으로 미리 속도 조절을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가산금리를 높이지 못하도록 사실상 압박하고 있다고 해도 마케팅을 포함해 다른 가용수단을 활용해서라도 대비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점을 찾은 고객에게 대출 상품을 아예 제공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허술하게 대출을 관리하다 당국 눈치가 보이니 둔탁하게 대응한 게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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