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 예사롭지 않은 예사로운 만남

문재인 대통령, 이재용 삼성 부회장 첫 만남
청와대 "통상적인 경제외교 범위"라며 확대해석 경계
'삼성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관계복원 신호
  • 등록 2018-07-10 오전 6:10:00

    수정 2018-07-10 오전 9:42:20

9일 오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뇌회(老獪)한 정치인으로 묘사하긴 어렵다. 그는 얼굴이 두껍고 손이 닳은 정치인이 아니다. 비교적 결이 곱고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다는 게 문 대통령 주위의 평가다.

한 고위 공무원은 문 대통령을 이렇게 표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해보면 문 대통령이 겉으론 온화해 보여도 더 신념에 엄격한 스타일이에요. 노 대통령은 적을 만나도 웃으며 악수할 수 있는 정치인이지만, 문 대통령은 그런 적이 많지 않은 사람이죠.”

그래서인지 문 대통령은 고(故) 김종필 전 총재의 별세 때 조문하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경우 김 전 총재에 대한 국민훈장 추서에 강하게 반대하면서도 상가를 찾아 조문했지만, 문 대통령의 행보는 반대였다. 이낙연 총리가 운을 띄운 국민훈장 추서는 “예우를 갖춰 애도를 표하라”고 승인했지만, 개인적인 조문은 삼갔다.

문 대통령이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났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는 확대 해석을 막느라 분주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해외 순방 과정에서 대통령의 통상적인 경제외교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인도 순방이 계획되어 있었던 차에 마침 삼성전자의 인도 신공장 준공식이 있어 참석하는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청와대의 설명이 틀리지 않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대기업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일자리 모범 기업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충북 한화큐셀 공장을 방문했고, 4월에는 서울 마곡산업단지의 LG사이언스 파크 개장식에 참석했다. 해외 순방 때 우리 기업을 방문한 전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방문 때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면 충칭시의 베이징 현대차 제5공장을 방문했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경우가 다르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인물이다. 실형을 선고 받았다가 지난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아직 법적 최종심 판단이 남아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예사롭지 않다. 예사롭지 않게 만난다는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삼성을 ‘적폐 기업’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한다. 비단 삼성뿐만이 아니다. 지난 1년간 강하게 몰아붙이던 정부의 방향도 달라질 기미를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속도조절이 거론되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부쩍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부장 증세도 체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곳곳에서 경제의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시점이라 정부도 한쪽 방향이 아닌 투트랙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설명처럼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을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둘의 만남은 결국 경제를 위한 만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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