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사외이사.."NO"는 올해 딱 한번

[관치 빌미준 금융지주 사외이사 제도]
4대 금융사 88건중 87건 찬성
'대주주·CEO 견제' 취지 무색
"정부도 금융관치 우려 없앤 후
지배구조시스템 개선 나가야"
  • 등록 2017-12-19 오전 6:00:00

    수정 2017-12-19 오전 6:00:00

[이데일리 권소현 전상희 기자] 98.9%. 올해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이사회들의 원안 의결률이다. 사외이사 제도가 ‘예스맨’ 일색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대주주와 CEO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가 본 취지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사외이사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KB·신한·농협금융 가결률 100%’…경영진 견제 기능 잃은 이사회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농협금융 등 4개 금융지주사 이사회에 1월부터 9월까지 상정된 총 88개 안건 중 단 1건을 제외한 87건이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유일하게 부결 안건이 나온 곳은 하나금융지주로, 지난 7월 상정된 ‘성과연동주식 보상제도 운영 기준 개정’ 안건에 이사회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반면 KB금융, 신한금융, 농협금융 등 세 곳은 가결률 100%를 기록했다. 이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제가 독립성과 실효성을 잃고 CEO 맞춤식 ‘프리패스권’만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더해 사외이사 자격요건이 모호하다는 점은 ‘거수기 이사회’ 의혹을 키우는 부분이다. 각 금융사들에선 사외이사 관련 내부 규정을 통해 ‘충분한 경험’, ‘적합한 윤리의식’, ‘공정한 직무수행’ 등 추상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한 예로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10월 공시한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은 △금융, 경제, 경영, 회계 및 법률 등 관련 분야에서 충분한 실무 경험이나 전문지식 보유 △특정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 입장에서 공정한 직무 수행 △직무 수행에 적합한 윤리의식과 책임성 △직무 수행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 할애 등 총 4가지다.

여기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최대·주요 주주의 특수관계인, 경쟁 관계 상근 임직원 등 최소한의 결격 사유만 해당되지 않으면 사외이사로 선임 가능하다. 전문성이나 독립성을 판단할 구체적 잣대 없이 경영진이나 정부의 측근이 선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

사외이사 자격제 등 도입해 관치 고리 끊어야…“시장에 맡겨야” 주장도

지배구조법 개정과 관련,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자격제 등의 보다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놨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부 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는 ‘사외이사 자격제’를 추천했다. 오 교수는 “사외이사 평가는 ‘전문성’ 등 추상적인 자격조건이 아닌 금융회사 재직이나 금융 관련 강의 경력 10년 이상, 당국 퇴직 후 5년 이상 등에 따라 자격조건을 부여해 사외이사 전문성을 높이고 CEO나 당국과 관계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장추천위원회가 회장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되는 다람쥐 쳇바퀴식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며 “아울러 국민연금, 예금보험공사 등이 지분을 갖고 금융사를 좌지우지 하는 구조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재인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CEO나 회장이 전문성없이 유착관계로 자리를 이어간다면 해당금융사는 경쟁력을 잃어 시장에서 자연히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당근과 채찍이 함께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교수는 “정부가 특정 인사를 문제 삼고자 할 때 시스템 문제를 들어 간섭을 시도한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며 “정부가 금융지주 CEO 승계 과정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금융산업 육성 방안들을 제시해 관치금융의 우려를 불식시킨 후 지배구조 시스템의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7년 만의 외출
  • 밥 주세요!!
  • 엄마야?
  • 토마토탕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