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대선을 겨냥한 여야 정치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새누리당 분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출마 등 정치권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메가톤급 이슈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 특히 지난해 20대 총선 직전 야권 분열에 이어 대선을 앞두고 여권마저 분열하면서 87년 대선 당시 1노3김 구도처럼 다자구도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 또한 중대 변수다. 아울러 대선 막판 여야가 후보단일화에 합의할 경우 여야 일대일 구도로 치러질 수도 있다.
◇헌재에 쏠린 눈…문재인·반기문·안철수 모두 예의주시
여야 정치권의 시선은 모두 헌재에 쏠려있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이 언제 내려지느냐에 따라 대선 시기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면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차기 대선이 실시된다. 사실상 헌재가 차기 대선시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 총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개혁보수신당 의원 등 여야의 유력차기주자들은 헌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헌재의 탄핵심판 기각 가능성도 변수이지만 현재로서는 매우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차기 대선의 시기에 따라 여야의 정치적 유불리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반적으로 헌재 판결이 신속하게 내려져 대선시기가 빨라질수록 야권을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수진영이 반격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필패구도다. 반대로 예기치 못한 변수로 헌재 판결이 장기화될 경우 보수진영은 불리한 대선지형을 극복하고 야권분열에 따른 반사효과를 기대하며 반전을 노릴 수도 있다. 아울러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달 중순 귀국 이후 본격 대선행보에 나설 반 총장에 대한 검증문제를 고려할 때 차기 대선 시기가 앞당겨지는 게 보수진영에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87년 1노3김처럼 4자구도 대선…개헌·정계개편 중대 변수
차기 대선은 다자구도가 확실시된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vs 문재인’이라는 여야의 일대일 구도는 물건너갔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야 모두 2명 이상의 대선후보가 출마하는 4자 이상의 다자구도가 유력하다. 1987년 대선 당시 이른바 1노3김(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과 같은 4자구도가 30년 만에 되풀이되는 셈이다.
여권의 상황도 간단치 않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폭풍의 여파 속에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집단탈당을 선택하면서 보수가 쪼개졌다. 20대 총선 공천파동 때부터 이어져왔던 위태위태했던 계파갈등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공식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역대 대선에서 단일후보가 출마했던 보수진영은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이라는 경쟁체제에 접어들면서 복수의 대선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변수는 없는 것은 아니다. 반 총장의 향후 행보와 개헌을 연결고리로 한 정계개편이다. 보수진영의 차기주자는 총선참패, 계파갈등 여파로 사실상 몰락한 상황이다. 김무성 의원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은 지지율이 5% 미만이다. 반 총장의 선택에 따라 보수진영이 좌파집권 저지와 정권재창출을 명분으로 대선 막판 후보단일화에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막고 시대정신인 연정·협치를 앞세운 개헌론이 힘을 얻을 경우 제3지대를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일어나면서 4자구도가 허물어질 수도 있다. ‘문재인 vs 반(反)문재인 연합’ 또는 ‘보수 vs 진보 vs 중도’라는 새로운 3자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