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대 '학폭' 피해 호소…"선배 강요로 다이빙, 사지마비"

  • 등록 2021-03-21 오전 10:33:36

    수정 2021-03-21 오후 1:56:41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체육대학교에 입학한 한 20대 남성이 학교폭력(학폭)으로 사지 마비가 됐다면서 강압적이고 수직적인 체육대학 문화를 바꿀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9일 ‘학폭피해 더이상 안 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학폭 피해자 지인이라고 밝힌 A씨는 “학교 폭력으로 알려지지 않고 묻히는 피해자들이 얼마나 많을까”라며 “지인들의 억울한 피해 사실이 너무 안타까워 청원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5년 전 치열한 입시를 치르고 체대에 입학한 지인 아들은 수영 동아리에 가입했고, 수영동아리의 전통인 어린이대공원 수영장 안전요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며 “(지인 아들은)키판 잡고, 발치기나 할 정도의 수영 실력이었지만, 1학년들은 (동아리 전통이기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당시) 3학년 선배가 수영장 어린이 풀(110cm)에서 1학년 후배들에게 다이빙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또 “그냥 다이빙도 아닌 ‘슈퍼맨’ 자세로 한쪽 팔을 귀에 부치고 열 걸음 뒤에서 뛰어오면서 점핑하는 자세로 다이빙을 하라고 뛸 위치까지 정해 다이빙을 시켰다”며 “182cm 장신인 지인의 아들은 낮은 수심인 어린이 풀에서 결국 다이빙을 하다 목을 다쳐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지마비 장애를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러면서 그는 “최근 몇 년간의 지루한 민사재판이 끝나고 선고가 내려졌는데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판결이 나왔다”며 “가해자의 과실이 0%, 피해자의 과실이 100%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판결이 어딨냐”고 억울해했다.

청원인은 “우리나라 법은 도대체 어떠한 법인가, 성인 돼서 성추행, 성폭행을 당해도, 또 직장 상사에게 언어폭력을 당해도 거부하지 못한 자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이냐”며 “지인의 아들 역시 그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후회스럽겠냐. 그 자리에서 맞더라도 거부했어야 했는데 이것이 학교폭력이 아니면 뭐가 학교 폭력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체대의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는 일반대학과는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며 “도저히 이대로 덮고 넘어갈 수 없어 항소를 한다. 한번 판결된 재판을 뒤집기는 아주 어렵지만, 정의는 살아 있고 이 25살 청년이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기는 힘든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정의는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청원인은 “그 당시나 지금도 체대 총장을 비롯한 관계자, 동아리 담당 교수, 가해자의 부모 그 누구도 사과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체육계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사진=네이트판 캡쳐)
한편 지난 20일 네이트 판에는 ‘학폭 피해로 사지 마비가 됐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같은 사연이 올라왔다.

피해자의 가족으로 보이는 글쓴이는 “수영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던 동생이 체대 선배의 강압적인 지시로 다이빙을 하게 됐고 그 사고로 경추가 부러져 영구 사지 마비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이 사고와 관련된 법원 판결에 대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화가 나는 것은 법원의 판결이었다. 법원에서는 제 동생이 성인이고 거절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다는 이유로 선배의 과실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신입생인 동생이 거부했다면 선배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져 학교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며 “저희 가족은 학교 내 군기와 분위기, 선배의 강압적인 지시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걸 제 동생의 탓으로 만들어버린 판결을 정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절망했다.

글쓴이는 “체대에 입학할 정도로 건강했던 제 동생은 사지 마비에 95% 운동 기능을 상실했다는 진단을 받고 기대 여명까지 줄었다. 이 모든 책임이 제 동생에게 있다는 게 과연 맞나요”라며 “더 이상의 학교폭력을 막아 달라. 선배들의 말도 안 되는 강압적이고 수직적인 체육대학 문화를 바꿀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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