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8월14일,구원이냐 악몽이냐

  • 등록 2002-08-05 오전 10:08:18

    수정 2002-08-05 오전 10:08:18

[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아마존, 코닝, 일렉트로닉데이타시스템(EDS), 페덱스, 오라클, 펩시코, 퀄컴, 사우드웨스트에어라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 그리고 제너럴일렉트로닉(GE)". 여기서 거론된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업종별 유사점도 없고 기술기업들의 리스트도 아니다. 그렇다고 나스닥기업들만 또는 증권거래소기업들만 모아놓은 것도 아니다. 힌트는 8월 14일이다. 지난 주말(8월1일) 현재까지 대표이사나 최고재무책임자가 재무제표 등 회사의 회계장부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향후에도 회계부정이 드러나면 민, 형사상 책임을 지겠다"고 확인 서명을 한 기업들의 명단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새로 만든 규정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 매출액 기준으로 12억달러를 넘는 기업들의 CEO들과 CFO들은 이같은 내용에 서명해야 한다. 현재 서명을 완료한 기업들은 30여개에 불과하지만 오는 14일까지 미국내 947개 상장기업들이 서명하기로 돼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서명한 회사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게재키로 했다. 물론 CEO나 CFO가 서명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CEO들은 서명을 거부한 이유를 SEC에 "반드시" 소명해야 한다. 서명을 거부하는 것은 자유지만 시장의 제재는 피할 수 없다. 당국의 별다른 규제조치가 없다 하더라도 일단 서명을 거부했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즉시 알려지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하바드비즈니스스쿨의 회계담당 교수인 데이비드 호킨스는 "CEO가 서명을 거부할 경우 시장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브 호킨스는 "이미 헤지펀드 운영자들은 누가 서명을 하고 누가 서명을 거부하는 지를 면밀히 체크하기 시작했다"며 "서명을 거부한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위덴의 시장 분석가인 스티브 골드만 역시 "8월14일은 분명 매도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며 "서명을 거부한 회사들이 일차적인 타겟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과연 "8월14일"은 미국을 뒤흔든 회계 스캔들을 잠재우는 계기가 될까? 여기에 대해선 "꼭 그렇다"고 말하긴 힘들것 같다. 대체로 정부관리나 SEC 관계자들은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민간부문에선 "견제장치는 되겠지만 그것 자체가 회계스캔들을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램 파트너스 헤지펀드의 펀드매니저인 제프 매튜는 "8월 14일"이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이란 견해에 대해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라며 "CEO가 회사의 재무제표를 인증했다는 것이 회사의 좋고 나쁨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반문한다.예를들어 GE에 투자하는 것은 GE가 좋은 회사이기 때문이지 GE의 CEO가 재무제표를 "확인"했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 제프 매튜는 "과거 걸프전 발발 당시 모든 이들이 전쟁 때문에 시장이 폭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전쟁이 터지자 시장은 랠리를 보였다"며 "8월14일의 변동성은 주가에 이미 다 반영된 상태"라고 밝혔다. 매출액 기준 상위기업으로 재무제표 인증을 제한한 것 역시 이같은 조치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이다. 서명대상 기업은 단지 947개 기업에 불과하다. 나머지 8000여개의 크고 작은 상장기업들은 이 조치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S&P500기업중 56%가 서명대상이 아니다. 또 미국내 법인으로 서명대상 기업을 제한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매출액이 12억달러를 훨씬 넘고 실제 영업도 미국에서 하고 있지만 외국에 적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서명대상에서 제외된 기업들이 꽤 있다. 타이코 같은 경우 엔론 이후 분식회계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지만 이번 서명 대상에서 제외된다. 타이코는 조세회피 지역인 버뮤다에 설립된 법인이기 때문이다. 슐럼버거 같은 회사는 매출액이 12억달러를 훨씬 넘고 본사도 뉴욕에 있지만 네덜란드에 적을 두고 있다. 당연히 이번 서명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야후나 E베이 같은 회사는 매출액이 12억달러를 넘지 않아 서명대상이 아니다. 내부자거래로 전 CEO가 구속된 임클론도 마찬가지다. 8월14일은 마치 가느다란 실에 매달려서 기업들의 CEO와 CFO들의 목을 겨누고 있는 칼과 같다. CEO가 서명을 거부할 경우 그 실은 끊어지게 돼 있다. 아울러 "8월14일"은 동전의 양면이다. 모든 기업들이 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SEC의 규정대로 재무제표 인증에 서명한다면 투자자들은 다시 안정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로 많은 기업들이 서명을 거부하거나 아니면 업종 대표기업-예를 들어 시스코나 마이크로소프트, IBM, 제너럴모터스, 머크 같은-중 한둘이라도 서명을 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해당기업의 주가 뿐만 아니라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년반 이상의 침체장을 경험하고 있는 뉴욕 증시에서 "8월14일"은 회계스캔들을 잠재우는 구원의 손길이 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악몽의 시작이 될 것인가. 일단 전자의 가능성이 높지만 그 과정은 찬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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