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life] 핀테크 산업육성을 통한 혁신성장의 요건

규제 샌드박스 성공 위해 충분한 소비자 보호방안 필요
손해배상제도 내실화로 자율규제 시스템 작동시켜야
  • 등록 2019-01-12 오후 1:48:08

    수정 2019-01-12 오후 1:48:08

[송태원 DB금융투자 변호사]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금융분야 혁신성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통과됐다. 이 법률은 혁신성이 인정되는 새 금융서비스에 대해 종래의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 새로운 실험을 가능하게 ‘규제 샌드박스’ 내용이 담겨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모래놀이터(sand box)에서 유래한 용어로 기업들이 신산업과 신기술 분야에서 규제와 상관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핀테크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영국에서 지난 2014년 처음 도입됐다. 영국은 금융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15%를 초과할 정도로 컸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상황에서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여 금융허브로서의 지위를 회복하겠다는 포부이다.

정보통신(IT) 기술의 발달로 금융산업도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데, 미래에 어떠한 시장이 열릴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 해법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경제성장을 위한 혁신환경 조성 요구에 기여할 뿐 아니라 규제완화를 경계하는 입장에서 제기하는 안전사회를 위한 규제 요구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규제는 일종의 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기업의 창의적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입장에선 완화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는 규제완화의 흐름이 사회 위험원에 대한 적정한 통제를 해제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태들을 경험했다. 때문에 규제완화에 섣불리 동의하지 못한다.

산업안전에 대한 규제완화나 공기업 민영화 후 경제논리에 따른 위험관리업무 외주화가 가져오는 최근의 재난들을 볼 때 규제적용 면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확한 목표 없이 우물쭈물 하다가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만다.

규제 샌드박스는 단지 규제적용을 면제해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혁신적인 서비스를 시장에 안착시켜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 게 목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 피해와 같은 문제가 없게끔 실험기간 동안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기업의 노력이 중요하다. 규제 샌드박스는 한시적인 규제유예를 통해 그 유예기간 동안 시장과 소비자 반응을 살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할 수 있게 한다.

경제활력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상품과 이것을 받아 줄 시장, 즉 소비자가 필요하다. 규제 샌드박스가 혁신적인 시도가 가능하게끔 물꼬를 튼 이후에는 서비스의 시장 안착을 위한 소비자 반응이 중요하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구비돼야 한다.

소비자 피해 방지는 종래 정부규제의 역할이었지만 이제는 기업이 실험기간 동안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보며 소비자 피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도적으로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자가 시장과 소통하고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는 게 중요하다.

기업이 얼마만큼의 소비자 보호방안을 충실히 마련할지는 보호방안을 마련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보상체계에 달려있다. 보호방안을 마련하는 경우 소비자 신뢰를 얻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보호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경우 정부의 사후적인 규제 또는 법적책임에 직면할 수 있다.

다만 벤처투자의 성공률이 높지 않듯이 혁신적인 서비스의 시장안착 확률이 낮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막상 소비자 보호방안의 구비 여부가 서비스 성공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율규제 스킴이 기대와 달리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

자율규제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잘못을 했을 때 책임을 진다는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방안이 손해배상책임 제도의 내실화이다.

예컨대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있는 경우 법원은 기업의 민사상 배상책임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정보유출이 기업의 책임으로 발생한 것인지의 문제와 손해액 산정의 문제에 대한 공방이 있기는 하지만, 법원은 해킹 사고에서 기업의 책임 인정에 상당히 소극적이다.

기업의 민사책임에 상당한 면책을 인정하는 지금의 분위기는 기업들이 고객보호를 위한 자율적인 규제 유인을 약화시킨다.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제도는 경제에 참여하는 당사자 간에 발생한 손해의 공평부담 뿐 아니라 새로운 위험원이 계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위해를 예방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손해배상책임 제도의 내실화를 통해 자율규제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해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들이 소비자 신뢰를 얻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송태원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6기 △삼성증권 선임변호사 △네이버 변호사 △기업지배구조원 준법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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