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증시결산)⑦간접투자시대 도래

저금리, 고령화와 맞물려 펀드투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
펀드시장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큰 성장..일반인 앞다퉈 펀드시장 복귀
펀드교육 미흡, 불완전 펀드판매는 아쉬움으로 남아
  • 등록 2005-12-28 오후 1:00:01

    수정 2005-12-28 오후 1:17:53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올 한해 펀드시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구가했다. 주식시장이 500~1000선의 역사적인 박스권을 돌파해 새로운 지평을 열자, 시중의 자금이 주식형 펀드로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불과 몇 년전 정보기술(IT)주 붕괴로 엄청난 손실을 안고 증시를 떠났던 개인투자자들도 적립식 펀드를 앞세워 증시로 속속 복귀하기 시작했다.

개인투자자들은 펀드를 장기에 걸쳐 분산 투자할 경우 위험자산의 리스크를 낮추되, 기대수익률은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마침 `저금리-고령화` 이슈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올 한해는 펀드를 중심으로 한 간접투자문화가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원년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주식형 펀드에 시중 자금 봇물..슈퍼펀드  ‘쏠림현상’ 강화

올 해 펀드상품 수탁고는 바이코리아 열풍이 몰아쳤던 99년 이후 처음으로 200조원대를 회복했다. 자산운용업계가 집계한 펀드수탁고는 23일 현재 206조677억원으로 작년말 186조9930억원에 비해 10.2%가 증가했다. 펀드 수탁고는 작년에도 28.9%나 급증하며 2년 연속 두자릿수의 증가세를 시현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엔 주식형 펀드의 약진이 돋보인다. 금리인상 여파로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큰 폭으로 이탈했고, 환매제도 변경으로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도 정점대비 20조원가까이 급감했지만 주식형 펀드의 급증으로 전체 펀드 수탁고는 두자릿수의 상승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펀드 계좌수의 증가는 더욱 드라마틱하게 이루어졌다. 2003년말 360만 계좌를 조금 넘던 것이 작년에 488만계좌로 29.88% 급증했고, 올해엔 1000만계좌에 육박하고 있다. 공식 집계론 11월말 현재 906만6836계좌이나, 이달말 내지 내년초에는 1000만계좌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올 한해 2배 이상이 급증한 셈이다.

작년 이후 눈에 띄는 점은 대형펀드에 자금이 더욱 몰리는 ‘쏠림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점이다. 1000억원 이상 펀드수는 2003년 317개였던 것이 작년에 362개로 증가했고, 올해엔 23일 현재 374개로 확대됐다. 특히 수탁고 1조원 이상인 슈퍼 펀드수는 20개로 작년보다 1개 증가했지만, 1조 이상 펀드의  총 수탁고는 작년 31조원에서 올해엔 36조원으로 5조원이나 증가했다.  

김범석 한국투신운용 사장은 “올 한해 검증된 펀드를 중심으로 ‘쏠림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긍정적인 흐름이다”고 평가했다.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 수익률이 좋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펀드의 사이즈가 크면 작은 펀드 여러 개 보다 코스트를 절감할 수 있고, 운용도 집중할 수 있다”며 “향후 펀드의 트렉레코드(펀드수익률 성과)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미들, 적립식펀드 앞세워 펀드시장으로 앞다퉈 복귀

바이코리아 열풍이 식으며 급속히 감소했던 펀드 투자자금이 최근 2년간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펀드 수탁고는 ‘바이코리아펀드’ 열풍과 ‘묻지마투자’가 최고조에 달한 99년 7월22일 262조5660억원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2000년 1월 1059.04포인트(이하 마감가 기준)를 정점으로 대세하락으로 전환하자 펀드 수탁고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펀드 수탁고는 2000년 12월29일엔 137조5697억원까지 감소했다. 펀드 수탁고가 정점을 기록한지 불과 1년 반만에 125조원이나 급감한 것.

정보기술(IT)주의 거품붕괴로 인한 주식시장 장기침체와 대우채 환매사태로 인한 펀드 이미지 실추 등으로 이후 펀드 수탁고는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코스피지수가 2001년 9월 468선을 바닥으로 2002년 4월 937선까지 기술적 반등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펀드 수탁고가 반짝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2003년까지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다행히 주식시장이 2003년 3월 515선을 바닥으로 대세상승으로 돌아선데다, 작년부터 적립식 펀드 붐이 크게 일어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펀드 수탁고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급증세로 돌아서 6년만에 다시 200조원대를 회복했다. 특히 펀드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소위 ‘펀드 대중화’의 시대도 활짝 열렸다는 평가다.

개인에게 판매된 펀드규모는 ▲2003년말 41조115억원에서 ▲2004년말 60조2218억원, ▲2005년 11월 현재 81조3137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전체 펀드중 개인 자금비중(이하 판매액 기준)은 ▲2003년말 30.6%, ▲2004년말 33.8%, ▲2005년 11월말 43.2%로 급격히 증가했다.

상품별로도 주식 편입비중이 60% 이상인 순수 주식형 펀드의 개인비중은 2003년 50.6%에서 올 11월 72.9%로 22%나 늘어났다. 채권형펀드 역시 같은 기간중 16.9%에서 18.3% 로 증가했다. 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개인비중도 35.8%에서 51.0%로 큰 폭 증가하는 등 간접투자상품 전반적으로 개인투자자 비중이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간접투자문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한 원년  

윤태순 자산운용협회 회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펀드시장으로 다시 돌아오고있다”며 “이는 자산운용업계 전체적으로도 가장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개인들의 투자패턴이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바뀌고, 펀드를 ‘단기투자’가 아닌 ‘장기투자’ 상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올 한 해는 매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 주로 개인들이 가입하는 적립식 펀드는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올 11월말 현재 전체 906만6836개의 펀드 계좌 가운데 적립식 펀드 계좌는 501만2346계좌에 달했다. 전체 펀드계좌의 55.2%가 적립식인 셈이다.

‘바이코리아펀드’ 열풍이 일던 지난 99년 무렵만 해도 ‘적립식’ 개념은 전무했다. 투자자금을 한꺼번에 몰아 투자하는 거치식 펀드가 대부분이었다. 당시엔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스팟펀드(Spot fund)도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후 주식시장이 대세하락으로 돌변하자 펀드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입어야 했고, 펀드 이미지는 크게 훼손됐다.

그러나 최근 ‘저금리’와 ‘저출산-고령화’ 이슈가 불거지면서 펀드는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이슈로 국민연금 고갈론까지 대두, 노후를 위한 국민들의 자조(自助) 필요성이 부각됐다. 또 저금리 대안으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결국 ‘저금리. 고령화’ 이슈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펀드투자가 일반인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지난 2003년 3월 이후 시작된 주식시장의 대세상승도 최근의 펀드 붐에 크게 기여했다. 올들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무려 50%를 넘는 사례가 속출하자, 개인들의 펀드투자 욕구도 덩달아 커졌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한국의 노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며 “이 같은 이슈와 맞물려 올해는 개인들의 투자방식이 저축과 부동산 위주에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로 이동해 온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적립식펀드를 통해 매월 1조내지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증시에 쏟아부으며, 올 한해 한국증시의 체질마저 바꿔놓았다고 설명했다.

◇펀드 대박환상 우려..투자자교육 `미흡` 아쉬움으로 남아

물론 올 한해 펀드시장을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간접투자문화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지만, 펀드 가입자중에는 ‘저축’과 ‘투자’를 혼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적금처럼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의 경우 운용결과에 따라선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지만, 이 같은 인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많지가 않다. 

특히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터무니 없이 높아진 점은 경계할 대목이다. 올들어 코스피지수가 상승률이 50% 이상을 훌쩍 뛰어넘다보니 어쩌면 당연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새해들어 주가가 정체되거나 침체기를 맞게 되면 상황이 돌변할 수 있다. 기대감이 실망을 돌변, ‘환매’의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올바른 펀드 교육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펀드판매 수수료를 올리는데 보다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가입자들에게 펀드의 투자방법이나 리스크를 제대로 설명해줌으로써, 소위 ‘불완전 펀드판매’를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윤태순 회장은 “올 한해 간접투자시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며 “다만 적립식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도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나 투자자교육과 건전판매 활동이 미흡했던 점은 올 한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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