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100여 개 점포를 가진 삼겹살 전문 식당 프랜차이즈 '떡쌈시대'의 부산지역 한 점포주는 "5월 영업이익이 연초보다 10% 이상 줄었지만, 손님들이 워낙 가격에 민감해 가격 올리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식당은 지난 3월, 본사에서 삼겹살 1㎏을 1만2500원에 공급 받았지만 5월에는 이 가격이 1만4700원으로 올랐다. 두 달 만에 17.6%나 오른 것이다. 3월만 해도 전체 매출액 중에서 돼지고기 구입 금액이 19.75%였던 것이 5월에는 24.85%로 뛰었다.
업계에서는 "통상 삼겹살 전문 식당에서 전체 매출 중 육류 구입가격 비중은 20%가 적절하다고 보는데, 최근
◆ 삼겹살, 작년 이맘때보다도 30% 올라
삼겹살 가격이 올해 유난히 많이 오른 이유는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사료값 폭등으로 돼지 도축량이 예년보다 10% 정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작년 3월 전국에 1만800가구에 이르던 양돈농가들이 사료값 인상을 못 견뎌 올 3월에는 7900가구까지 줄었다. 양돈농가 27%가 도산했거나 업종 전환한 것이다. 게다가 광우병 파동, AI(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인해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
올 1월 돼지 가격(110㎏ 기준)은 두당 22만1000원 선이었으나, 5월 들어서는 34만5000원으로 1월보다 56%나 치솟았고,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34% 올랐다. 그렇다고 돼지농가가 늘어날 가능성도 별로 없다. 돼지 육가공업체인 돈마루의 이범호 사장은 "폐수처리 허가 등 각종 민원을 해결해야 새로 돼지사육이 가능한데, 축산시설은 일종의 혐오시설로 각인돼 이웃의 동의를 구하기가 점점 어렵다"고 말했다.
삼겹살 전문 식당들은 일반 소비자보다 훨씬 싼 값에 고기를 받고 있다. 이들은 올 초만 해도 삼겹살 1㎏을 1만~1만2000원에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만5000원은 줘야 한다. 약 20%가 오른 셈이다. 가장 중요한 원재료인 삼겹살 가격이 오르다 보니 식당들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의 한 삼겹살 전문점은 지난 3월부터 삼겹살 1인분을 1000원 오른 1만원을 받고 있다. 이곳 종업원은 "손님들이 처음에는 가격이 올랐다고 이의를 달지만, 요즘엔 삼겹살 말고 먹을 고기가 별로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서울 강남과 홍대 앞 등에서 체인점을 두고 있는 유명 삼겹살 프랜차이즈 업체는 한 달 전부터 삼겹살 1인분 양을 200g에서 180g으로 줄였다. 사실상 가격을 10% 올린 셈이다.
그러나 삼겹살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1인분에 1만원을 받는 것은 너무 올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가격인상을 놓고 지역별로도 '온도 차이'가 있다. 한 프랜차이즈형 식당의 경우 이달 중순부터 수도권 점포만 우선적으로 삼겹살 1인분 가격을 1000원씩 올리기로 했다. 영호남 등 지방 점포들은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든다"며 본사의 가격 인상 방침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돈육업계에서는 "우리 국민은 삼겹살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유별하기 때문에 돼지와 비슷한 가격대의 미국산 쇠고기가 몰려와도 소비는 별로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