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사 중독시킨 아랍음식 매력은?

서울 JW메리어트호텔 총주방장 크리스티앙 장과 찾은
이태원 아랍음식점 ‘페트라’
  • 등록 2007-07-26 오전 11:38:00

    수정 2007-07-26 오전 10:20:50

[조선일보 제공] 크리스티앙 장(Christian Jean·40) 서울 JW메리어트호텔 총주방장은 아랍음식에 해박한 프랑스 사람이다. 지난해까지 2년 6개월 동안 두바이 JW메리어트에서 근무하면서 동료 요리사들과 ‘새로운 아랍음식(New Arabian Cuisine)’이라는 요리책을 출간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랍음식을 담은 요리책으로,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고메 월드 요리책 경연대회(Gourmet World Cook Book Contest)’에서 ‘세계 최고의 외국요리책(Best Foreign Cook Book in the World)’으로 뽑혔다. 서울 이태원에 있는 아랍음식점 ‘페트라(Petra)’에서 크리스티앙 장을 만났다.

▲ '페트라'에서 아랍음식을 맛보는 크리스티앙 장 서울JW메리어트호텔 총주방장.

- 한국에는 아랍음식이 그리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그러게요. 이국적이면서 맛도 좋은데, 아직 대중화되지 않아 아쉽습니다.”

- 아랍음식은 무엇인가요?

“좁게 말하면 중동 여러 나라에서 먹는 음식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중동지역은 물론 알제리, 모로코 등 이슬람을 믿는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넓은 지역에서 먹는 음식을 총칭합니다. 아랍에는 다양하고 풍요로운 문화가 공존합니다. 고대부터 이어지는 전통과 음식의 역사는 제가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는데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아랍 전통 재료를 가지고 현대적인 아랍요리를 만드는 경험은 아주 새롭고 흥미로웠습니다.”

- 아랍음식의 특징은 뭔가요?

“향신료와 허브를 풍성하게 사용하는데, 향신료가 식재료와 합쳐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입니다. 중동 여러 나라 음식을 뭉뚱그려 아랍음식이라고 하지만, 각 나라마다 독특한 맛과 향이 있습니다. 똑같은 이름을 가진 음식이라도 나라마다 사용하는 재료가 달라, 다양한 맛과 향을 냅니다.”

- 중동에서 근무하기 전에도 아랍음식을 접할 기회가 있었나요?

“저는 프랑스 프로방스(Provence) 아비뇽(Avignon) 출신입니다. 프랑스 남부, 그 중에서도 프로방스 지역에는 아랍이나 북아프리카 이주민들이 많이 살아요. 그래서 우리 지역 사람들은 아랍음식에 익숙해요. 조그만 도시에 가도 아랍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열네 살 때부터 요리사의 길을 걸어온 장은 프랑스 뿐 아니라 바레인, 모나코, 스코틀랜드, 포르투갈, 알제리와 중국, 두바이에서 일했다. 그는 “25년이 넘게 다양한 국가와 문화에서 요리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각 나라 식재료와 음식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됐다”고 했다. 게다가 부인이 알제리 출신이라, 아랍음식과 문화에 대해서는 더욱 잘 이해하게 됐다.

그가 요리책에 소개한 아랍음식은 전통적이라기보단 세련되고 모던하다. 전통 아랍음식에 프랑스 등 서양의 조리법을 더해 새롭게 창작한 요리들이다. “항상 변화를 추구해요. 요즘 손님들은 창조적인 새로운 요리를 원하거든요.”

-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아랍음식은 뭐가 있나요?

“터키에서 중동 전역으로 퍼진 ‘케밥(kebab)’을 우선 들 수 있죠. 케밥이란 터키말로 ‘구이’란 뜻입니다. 또 요리에 곁들여 먹는 샐러드가 다양합니다. 특히 곡물이 들어간 샐러드는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아요. 양고기에 말린 과일을 넣은 ‘타진 스튜(tagine stew)’, 모로코와 알제리에서 즐겨 먹는 ‘쿠스쿠스(couscous)’, 요구르트와 치즈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이 있어요. 콩으로 만든 ‘팔라펠(falafel)’이나 ‘훔무스(hummus)’ 같은 음식도 영양이 훌륭합니다.”

- 한국 사람들이 아랍음식을 좋아할까요?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식탁에 모든 음식을 펼쳐 놓고 함께 나눠 먹는 식사습관이 같습니다. 한국처럼 구이요리도 많고, 매콤한 소스도 발달해 한국인들도 좋아할겁니다. 양고기나 아랍 특유의 향신료는 익숙치 않아서 처음엔 반응이 나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자꾸 먹다보면 반할 걸요.”

- 아랍음식에서는 어떤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나요?

“계피(cinnamon), 카르다몸(cardamom), 코리앤더(coriander·고수풀), 쿠민(cumin), 바닐라(vanilla), 타임(thyme), 수막(sumac·옻나무), 사프란(saffron), 자타르(zaatar), 참기름이 자주 쓰입니다.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허브와 향신료를 쓰는데, 주 재료와 가장 잘 어울리는 향신료를 선택해 요리하는 것이 아랍요리의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 아랍 사람들과 식사하면서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을까요?

“아랍인 가정에 초대받거나 같이 식사하게 되면 향신료가 강하더라도 되도록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을 남기는 건 호의를 거절한다는 의미거든요.”

크리스티앙 장은 늦은 밤까지 함께 식사하며 아랍음식에 대한 지식과 애정을 보여주었다. 식사를 끝내고 아랍식 물담배인 ‘시샤’를 차와 함께 피우며 ‘아라비안 나이트’를 즐겁게 마무리했다.


■ 크리스티앙 장씨와 '페트라'에서 먹은 메뉴 
 
▲ 양고기 타진(위) - 양고기 코프타(아래)

* 훔무스(hummus) 5000원
병아리콩을 삶아 다진 뒤 각종 양념을 섞어 걸죽하게 만든 딥(빵이나 칩, 고기 등을 찍어먹는 음식)으로, 피타 브레드와 함께 먹는다. 한국의 비지와 비슷하다.

* 바바가누시(babaganush) 5000원
다진 가지와 마늘, 토마토에 향신료와 허브를 뿌린 에피타이저. 샐러드처럼 먹어도 된다.

* 양고기 타진(lamb tagine) 1만4000원
양고기 스튜. 뾰족한 고깔 모양 뚜껑이 덮힌 뚝배기(타진)에 담아 뭉근한 불에 오래 끓인다. 매운 소스를 뿌려 먹으면 맛있다. 쿠스쿠스(couscous)와 함께 나온다. 좁쌀처럼 보이는 쿠스쿠스는 밀가루 반죽을 아주 작게 동그란 모양으로 밀어 찐 것으로, 북아프리카와 지중해 연안 중동지역에서 주식으로 먹는다.

* 양고기 코프타(lamb kofta) 1만2000원
곱게 다진 양고기로 빚은 완자. 페트라에서는 구수하고 살짝 매콤한 국물에 코프타를 넣고 끓여 스튜 형태로 낸다.

* 시시 케밥(shish kebab) 1만2000원
양고기를 한 입 크기로 잘라 고춧가루와 소금 등으로 가볍게 간을 해 꼬치에 끼워 굽는다.

* 치킨 케밥(chicken kebab) 1만2000원
닭고기 꼬치구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아랍음식 중 하나.

* 팔라펠(falafel) 8000원
병아리콩을 삶아 다져서 뭉쳐 바삭하게 튀긴 뒤 참깨를 뿌려 낸다. 고로케(크로켓)와 비슷한데 콩으로 만들어 더 고소하다.


■ 가볼만한 아랍 음식점

* 페트라(Petra): 시리아와 요르단 음식을 낸다. 주인은 요르단 사람. 크리스티앙 장은 “음식이 다양하고 맛있는데다 가격도 저렴하다”면서 이 집을 인터뷰 장소로 선택했다. 서울 이태원 녹사평 언덕에 있다. (02)790-4433

* 알리바바(Ali Baba): 이집트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이집트인이 주인이다. ‘팔라펠’(8000원), 닭고기를 레몬즙과 양파에 재워 오븐에 굽는 ‘알리바바 치킨’(1만4500원) 등이 괜찮다. 이태원소방서 맞은편. (02)790-7754

* 마라케쉬 나이트(Marakesh Night): 모로코 가정요리를 한다. ‘쿠스쿠스’(1만2000원), 레몬과 양파에 재워 구운 ‘레몬치킨’(1만2000원). 이태원 녹사평역 근처. 010-5801-9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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