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거품)⑧거품붕괴의 “뇌관”

  • 등록 2003-11-20 오후 12:58:08

    수정 2003-11-20 오후 12:58:08

[edaily 전설리기자] 중국의 고성장 뒤에는 은행의 희생(?)이 있었다. 중국의 은행들은 정부의 지도아래 기업들에게 돈을 퍼주듯 했다. 채권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로 발행절차 등이 까다롭고 주식시장은 유통주식보다 정부 창고에 쌓여 있는 주식이 몇 배일 정도인데다 거의 3년동안 침체돼 있어 기업들은 공장을 지을 때도, 수입을 할 때도 은행을 찾았다. 고용창출을 위해, 고성장을 위해 기업을 키울 수 밖에 없는 중국 정부는 경영권을 쥐고 있는 국영은행들의 등을 떠밀어 대출을 독려했다. 은행들은 중국 산업의 근간인 국유기업(SOE)들의 영원한 "봉"이었다. 경제는 연율 7% 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하며 화려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고성장이 남긴 찌꺼기는 은행권에 고스란히 부실로 남았다. ◆기업, 은행말고는 갈 곳 없다 중국 금융시장이 성숙한 면모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은행권 부실은 더욱 치명적이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경로가 은행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는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미숙한 규제는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정보 공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증시 상장기업은 국영기업들이 대다수고 그나마 유통되는 주식의 비중은 30~35% 정도라고 한다. 또 주가가 3년 내내 내리막길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기업들이 상장을 꺼리는 이유다. 채권시장도 아직 은행이나 투신, 보험사 등 기관 투자가들만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급 물량이 적어 기업들의 자금 조달처로는 미진하다. 기업들이 단기적 자금 조달처로 애용하는 머니마켓(MM)시장도 지난 9월에야 정부 당국이 임시 규제안을 내놨을 정도로 초기 단계로 아직 희망을 걸기에는 미흡하다. 이처럼 유동성이 한 곳에만 집중되다 보니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 위험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유동성이 이처럼 한 곳에만 의존하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주식 및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갖가지 방안들을 내놓았지만 현재까지는 그 약발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은 2001년 6월을 고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으며 최근에도 상하이 A증시와 선전 A증시도 모두 52주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국인 전용인 A 증시를 개방하며 외국인 기관투자가의 투자를 허용했지만 외국 기관들은 자격만 받아놓고 실제 주식매수에는 미온적이다. 채권 시장도 올해 발행목표인 77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인 실정이다. ◆ 고성장이 남긴 찌꺼기..부실채권 중국 금융시스템은 세계 최악이다. 오죽하면 부실의 깊이를 알 수 없다면 일본보다 못하다고 할까. 미국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인 마커스 놀란드는 "중국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완전히 붕괴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지난 1999년 중국은 4대 국유은행들의 부실을 덜기 위해 4개의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했다. 96년까지 발생한 부실은 몽땅 자산관리회사로 넘겨졌다. 그러나 부실의 꼬리를 자르는데는 실패했다. 중국 국가은행감독위원회(CBRC)는 지난 6월말 중국 부실채권 규모를 2조5400억위안(약 3000억달러)으로 추정했다. 전체 금융권 대출의 25%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18일 지난 달 부실채권규모가 늘었다고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고 전체 금융기관 대출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6월보다 낮은 수준인 18.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감독 당국이 밝히기조차 꺼려하는 중국 부실채권의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추정이 지배적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중국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국제 회계기준을 적용할 경우 지난 해 말 현재 총대출의 45%,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2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금액으로 환산해 보니 달러로는 약 5000억달러, 위안화로는 4조위안이 나온다. 지난 3월말 현재 중국의 민간저축 총액은 10조1000억위안이니 부실의 깊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른바 "빅4"로 일컬어지는 중국은행, 농업은행, 건설은행, 공상은행 등 4대 국유은행이 부실의 주범이다. 전체 금융자산의 60~70%를 차지하고 있는 국유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중은 정부 통계상으로 2402억달러, 약 2조위안이다. 미국 시티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2.7%, HSBC는 3.0%다. 비국유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건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제 기준을 들이대면 1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실채권 정리 성과는 낙제점이다. 99년 설립된 4대 자산관리회사가 4대 국유은행에서 양도받은 부실채권규모는 1조4000억위안 가량이다. 4년이 흘렀지만 이중 처분된 규모는 3000억위안, 4000억위안을 출자전환 대상이다. 나머지는 해결이 요원하다. 과거 부실채권은 은행 장부에서만 사라졌을 뿐이다. 부실채권의 매각 기대가치도 7~8%에 불과하다고 한다. 무디스는 향후 4대 AMC의 부실채권 처리가 앞으로도 이처럼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경우 AMC는 은행들로부터 부실채권을 넘겨받고 발행한 채권의 원금도 갚지 못해 자칫하면 부실채권이 부메랑처럼 은행에게 되돌아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 초강력 개혁 착수..성공여부 "지켜봐야" 나쁜 소식은 중국에 남겨진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중국 정부도 이를 안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은 2006년 금융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은행들을 재는 잣대가 국제기준으로 바뀌게 되고 외국 우량 은행들과 경쟁해야 한다. 급해진 중국은 이달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구체적인 규모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4대은행에 무려 8000억위안(우리돈으로 120조원에 이른다)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방침이다.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금융부실을 "확실히" 털기로 한 것이다. 성공하면 지속적인 성장이 절반은 보장된다는 판단에서다. 4대 은행의 상장도 중요한 개혁 수순중 하나다. 건설은행과 공상은행이 가장 근접해 있다. 정부의 복안은 내년초에 모두 상장시킨다는 것이다. 지난 98년 이후 25만명을 감축한 구조조정도 지속할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경제환경이 그리 만만치 않다. 부실의 원천인 국영기업을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을 활성화시키지 않으면 기업들은 사정에 어려울 때마다 은행에 손을 빌리게 될 것이고 이는 미래의 부실을 낳게 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고성장의 고삐를 잠시 놓으려는 조짐을 보인다. 중국인민은행은 5년만에 처음으로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최근 상향조정했다. 과도한 유동성 단속에 나선 것인데 이것이 은행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 은행들은 기업 대출이 줄어들게 돼 미래의 부실발생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시중 유동을 줄이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은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고 결국 은행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 뇌관 위협하는 부동산 거품 부실채권 뇌관의 폭발 가능성은 부동산 거품과 만날 때 더욱 높아진다. 이코노미스트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 내부에서도 "부동산 거품론"은 흘러나온 지 오래다. 중국은행 국제금융연구원의 황진라오 연구원은 <21세기 경제보도>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국 대출 급증 위기가 일본 은행산업을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자칫하면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 거품이 금융 시스템의 붕괴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경고다. 실제로 올들어 7월까지 중국 상업은행들의 대출은 1조9000억위안(2288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 1조8000억위안(2230억달러)보다 늘어난 수준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급증하고 있는 대출에서 주택이나 자동차를 담보로 한 모기지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이른다는 사실. 지난 6월 인민은행이 은행들에게 부동산 담보 대출을 줄이라고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기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중국 통계청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중국 부동산 투자는 전년비 47% 급증한 7766억위안(93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년간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평균 30%씩 늘어난 것보다 투자 열기가 더욱 뜨거워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 막대한 규모의 부동산 담보 대출의 디폴트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것. 이코노미스트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디폴트가 늘어날 경우 부실 가중으로 인한 금융 시스템 붕괴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경제 전체가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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