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카트리나 1년이 지났지만..

  • 등록 2006-08-28 오후 6:40:44

    수정 2006-08-28 오후 6:53:30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카트리나가 이 도시를 폐허로 만든지 꼭 1년이 되지만 상흔은 여전히 깊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념일을 선포했지만 요식적 행사만으로는 상처를 치유하기는 버거워 보입니다. 국제부 김국헌 기자가 카트리나 1주년을 맞는 소회를 전합니다.

카트리나로 촉발된 뉴올리언스 재앙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을 일거에 무너뜨렸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에 치중하느라 나라 제방에 금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있던 것도 문제였지만 재난 과정에서 미국인들이 보여준 태도와 사후 대응은 더 큰 충격을 불러왔습니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인종갈등이 자연에 의한 재난을 인간에 의한 대재앙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1년이 지난 지금 뉴올리언스는 여전히 `유령의 도시`로 불리고 있습니다. 카트리나로 부서진 주택과 건물 잔해의 30%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전기, 수도, 가스 등 기반시설도 절반밖에 복구되지 않아 주택재건은 먼 미래의 일이 됐습니다.

당시 이재민은 루이지애나주의 20만명을 포함해 총 45만명, 사상자는 1800명에 달했습니다. 실직자는 30만명이 넘지만 총 실직자수는 아직도 파악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올해 1월 복구계획을 세운 뉴올리언스시는 복구비용으로 조성된 1100억달러 가운데 440억달러만 집행, 지방정부의 무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카트리나를 피해 외지로 떠났던 시민들은 고향으로 감히 돌아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올리언스 인구는 45만여명에서 20만명으로 감소하면서 전화번호부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소식은 이 도시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최근 허리케인 시즌이 돌아왔는데도 뉴올리언스 폰차트레인 호수 제방 보강이 완료되지 않아 카트리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뉴올리언스 인구의 대부분이 흑인이기 때문에 정부가 피해 복구를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묵은 인종차별 문제까지 겹치면서 뉴올리언스는 다시 재앙의 진원으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카트리나에 대한 미국의 사후관리는 신속한 피해복구와 이라크 선제공격으로 부시 대통령을 영웅으로 만들었던 지난 2001년 9.11테러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미국은 테러에 대해 `자기방어를 위한 선제공격`이란 신조어를 만들며 적극적으로 대처했지만, 미국은 카트리나 재해에 대해서는 상식 수준의 대처도 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지난 1년간 사후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카트리나가 9.11 만큼 정치적으로 활용할 이슈가 못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오는 8월29일을 허리케인 카트리나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념일로 선포했습니다. 1년전 뒤늦은 현장방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부시 대통령은 기념일에 맞춰 뉴올리언스와 미시시피를 방문할 예정이지만 현지 분위기는 냉랭합니다.
정치권에서는 그들만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카트리나 재해 1주년을 부각시켜 공화당의 무능을 비판하려는 반면 공화당은 9.11테러 5주년 기념행사로 안보정책의 성과를 강조하려고 나서는 등 대형 재난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데만 발빠른 모습입니다.

환경파괴로 인해 자연재해의 강도는 점점 커져가고, 이에 따른 경제적 파장은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카트리나의 경우 유가급등을 통해 세계 경제에 충격을 불러왔고, 미국의 경기침체는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습니다.

뉴올리언스 재앙을 불러온 근본 원인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미흡한 사후대처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폭발직전입니다. 열대폭풍으로 약화되긴 했지만 에르네스토가 카트리나 정도의 위력으로 멕시코만에 상륙했다면 그에 따른 피해는 1년전에 비해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적 슈퍼파워 미국이 뉴올리언스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앞으로 재난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세계경제 불안의 진원지라는 비난도 피하기 힘들 것입니다. 미국은 테러라는 외부의 적 못잖게 뉴올리언스를 통해 표출된 내부의 적을 어떻게 통제, 관리해야 할 지에 더욱 신경써야만 구겼던 강대국의 자존심을 그나마 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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