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또다른 피랍지, 한국

  • 등록 2007-09-03 오후 4:42:54

    수정 2007-09-03 오후 4:42:54

[이데일리 박옥희기자] 45일간의 아프간 피랍사태가 끝나고 납치됐던 한국인들이 일제히 귀국했습니다. 하지만 구상권, 위험지역 선교, 탈레반에 몸값 지불 등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제부 기자로서 피랍사태를 눈여겨 보았던 박옥희 기자가 소회를 전합니다. 

"국민 여러분에 심려를 끼쳐 드리고 정부에 부담돼 대단히 죄송하다"
 
"저희는 이번에 조국과 국민 여러분께 큰 빚을 졌다"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것을 생각하면 이 자리에서 석고대죄를 해야 마땅하지만..."

피랍 사태 45일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19명의 샘물교회 선교봉사단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TV 생방송으로 이들을 보면서, 순간 예전에 다른 국가에선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본국으로 돌아온 그곳 국민이 양팔을 들어 기쁨을 표했던 것이 대조적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납치됐다가 고향 땅으로 온 한국인 19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웃는 사람 하나 없이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이들이 살아서 무사히 돌아왔음에도 마냥 기뻐할 수만 없었던 것은 함께 떠났던 고(故)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가 같이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던 까닭도 있을 것입니다.

45일 동안 죽음의 공포 속에서 어딘지도 모른채 갇혀 있었기 때문제 여전히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있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떠날 때와 다르게 매우 수척해진 모습은 그동안의 고생을 짐작케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마냥 기뻐할 수 없었던 데엔 들끓었던 비난 여론이 큰 몫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솔직히 일부에서 말하듯이 살아서 돌아온 건 다행이지만, 결코 고운 시선으로만 볼 수 없을 만큼 사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한국 정부가 테러세력과 직접 협상을 했다는 것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이 나오고 있고, 이번 협상으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무장단체의 납치가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또 한국과 탈레반 양측 모두 부인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인을 석방시키기 위해 막대한 돈을 건네줬고, 이 자금이 앞으로 더 많은 테러에 쓰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처음 탈레반이 우리 국민 23명을 납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리고 죽이겠다는 협박이 이어졌을 때 어떻게 저리 극악무도할까 하며 비판의 목소리는 탈레반에게로만 향했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피살 소식, 그리고 갈수록 꼬여만 가는 듯한 피랍 사태, 번복되는 피랍자 석방 소식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초초함은 극에 달했습니다. 
 
왜 애초에 가지 말라는 곳에 가서 국민과 정부에 피해를 끼치는가 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이런 `국민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한 것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의 엄청난 비난의 글도 이어졌죠.
 
하지만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같을 리 없겠지만, 일부 의견들은 사지에서 살아 온 이들을 두 번 죽이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극단적입니다.
 
피랍지에서 풀려나 고국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이에게 고국이 마치 `또다른 피랍지`가 되는 듯한 형국입니다. 극단적인 비판으로 의사를 표현하지 않더라도 이들에게 충분히 국민들의 다양한 의사가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요. 
 
뉴욕타임스(NYT) 등 일부 외신은 한국으로 돌아온 석방자들에 대한 `이례적인` 국민들의 비판 여론과 석방자들의 사과 기자회견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심신이 지쳐있는 이들에게 비판의 잣대를 들이댄다고 해도 이들 또한 이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 동안 초조했던 40여일을 피랍자와 국민 모두가 달려왔던 만큼, 조금 물러서서 상황을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랍 사태와 관련해 쏟아지고 있는 많은 의견들 만큼 앞으로 한국 사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는 매우 많아 보입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뜻을 모으는 게 아닐까요.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리 엄마 맞아?
  • 토마토에 파묻혀
  • 개더워..고마워요, 주인님!
  • 공중부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