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 코리아] 대한민국 국무총리는 '얼굴마담'

  • 등록 2017-01-01 오후 5:41:50

    수정 2017-01-01 오후 5:41:50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대독(代讀)’, ‘의전(儀典)’, ‘방탄(防彈)’… 모두 대한민국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에게 붙는 수식어들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총리의 위상이 ‘얼굴마담’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 대통령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이 부여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헌법은 20개조에 걸쳐 대통령의 권한과 예우를 상세히 정해놓고 있지만, 총리에 대해선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만 명시해놨다. 태생적으로 ‘얼굴마담’인 셈이다.

과거 어느 총리는 집무실 책상을 청와대 방향인 북쪽으로 돌려 놓았고, 또 다른 총리는 매일 대통령에게 문안 전화를 했다고 전해진다. 허울뿐인 국정 2인자의 민낯이다.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정일권 총리는 대표적인 ‘얼굴마담’ 총리로 꼽힌다. 그는 총 6년 7개월간 재직해 역대 최장수 총리로 기록돼 있지만, 그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던 정홍원·이완구·황교안 총리도 모두 ‘책임총리’를 표방했지만, 총리의 권한인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 해임권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총리가 조선시대 영의정처럼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역할을 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노태우 정부의 강영훈 총리는 TK(대구·경북) 출신 실세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각하의 뜻’이라며 끼어들자 “비서가 감히 일국의 총리에게…”라며 호통을 쳤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라는 책에서 그에 대해 “총리의 권한과 기능을 제대로 행사하고 자기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평가했다.

김영삼 정부 마지막 총리였던 고건 총리는 ‘의전 총리’ 틀을 깨려고 했다. 한보 사태로 어수선하던 상황에서 김 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하려고 하자 고 총리가 제동을 걸었다. “한보 사태를 먼저 수습해야 한다”며 법무장관 교체를 제안해 받아들여진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소신있게 일한 총리의 끝은 대부분 좋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 때 이회창 총리는 대통령에 앞서 안기부장과 장관들의 보고를 받았다.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총리실이 배제되자 이 총리는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 논의사항도 총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김 대통령과 맞섰다. 김 대통령은 외교·안보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고집했고, 결국 이 총리는 4개월 만에 사퇴했다.

박정희 정부 시절 김종필 총리는 대통령의 견제에 시달렸다. 박 전 대통령은 “(김종필이) 어차피 다음 대통령인데 자꾸 욕심을 낸다”며 못마땅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김 전 총리의 김형욱 중앙정보부장 교체 제안을 거절했고, 충남 부여 총선에 그의 둘째 형 김종익씨를 대신 내보내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유신 부정축재자’로 지목돼 투옥되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총리 무용론’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참사로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한 뒤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연쇄 낙마했는데도 국정에 아무런 지장이 없자 나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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