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고인플레 동시에…연준 금리 '진퇴양난'

미 연준, FOMC 의사록 공개
만장일치 25bp 인상 결정에도
내부적으로는 갑론을박 거셌다
  • 등록 2023-04-13 오전 11:08:07

    수정 2023-04-13 오후 7:22:55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직접 거론했다. 그동안 경기 연착륙을 자신했던 것과 비교하면 톤 자체가 달라졌다. 이 와중에 인플레이션은 생각대로 잘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연준은 공격 긴축을 이어가자니 경기가 걱정이고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자니 물가가 걱정인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연준 “연말 침체” 직접 거론

연준이 12일(현지시간) 내놓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보면,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은 FOMC 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최근 은행권 불안의 경제적 영향을 고려하면 올해 말부터 완만한 침체(mild recession)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침체기에서 벗어나는데 걸리는 시간은 2년으로 예상했다. 이는 연준이 당초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어 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경기 여파를 두고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없었다면 연착륙 가능성이 컸겠지만 그 가능성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말하기 어렵다”며 불확실성을 토로했는데, FOMC 회의 내부에서는 이미 시점까지 콕 찍어 침체를 우려했던 것이다.

연준 인사들은 최근 은행 위기가 경기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데 동의했다. 위원들은 “(은행권이 불안한) 최근 흐름은 가계와 기업의 신용 여건을 더 빡빡하게(타이트하게) 하고 경제 활동과 고용,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많은 위원들은 “은행권 위기로 인해 최종금리 추정치를 낮췄다”고 말했다. 연준은 당시 시장 예상보다 낮은 5.1%를 올해 최종금리로 제시했다. 더 나아가 일부 참석자들은 금리 범위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고려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연준은 지난 25bp(1bp=0.01%포인트) 인상 결정이 투표권이 있는 11명 위원의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갑론을박이 거셌던 것이다.

문제는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인플레이션 고공행진이 겹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몇몇 FOMC 위원들은 은행권 불안이 없었다면 25bp가 아닌 50bp 인상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의사록은 전했다. 물가 상승과 은행 위기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과정이 복잡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위원들은 “최근 물가 지표는 다시 2%로 되돌리기에 충분한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징후를 거의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는 물가 난관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방증했다. 지난달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0%를 기록했다. 직전 월인 올해 2월(6.0%)보다 낮아졌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5.1%)를 밑돌았다. 그러나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5.6% 오르면서, 전월(5.5%)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것이어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근원물가 고공행진에 고민↑

특히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서비스 물가가 큰 폭 올랐다. 주거비(shelter)는 전년 대비 8.2%, 전월 대비 0.6% 각각 뛰었다. 주거비는 월세,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비용을 포함한 수치다. 교통서비스는 한 달 전보다 1.4% 뛰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게다가 유가는 이번달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한때 배럴당 60달러 중반대까지 떨어졌지만, 이번달 들어 다시 80달러대로 올라섰다. 이날 종가는 83.26달러였다.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최고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다음달부터 추가 감산에 나서기로 한 게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일단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나가고 있다는데 무게를 두는 기류다. 다음달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25bp 올리는 게 마지막 인상이라는 것이다. 그 이후 오는 7월부터는 인하 모드에 돌입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연준이 의사록을 통해 침체를 직접 언급하면서 이같은 주장은 더 힘을 받게 됐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다음 FOMC가 인상의 마지막 회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더 얻었다”고 했다.

다만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근원물가 탓에 고민이 클 것이라는 분석 역시 나온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PI 보고서 발표 직후 CNBC와 인터뷰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분명 정점은 지났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며 “근원물가가 여전히 너무 높다”고 말했다. CFRA의 샘 스토벌 수석투자전략가는 “이번 CPI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도록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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