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신작 신파극 `콜마트 대소동`

  • 등록 2007-04-27 오후 4:25:17

    수정 2007-04-27 오후 4:25:17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펀더멘털과 수급, 시장을 움직이는 중요한 두 축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심리입니다. 심리가 불안하면 시장 참가자들 눈에 재료가 들어올리 만무입니다. 그렇다면 심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신뢰가 아닐까 합니다. 시장부 양미영 기자는 최근 단기 외화차입 규제로 야기된 시장 혼란을 통해 `쩍쩍` 금이 가버린 신뢰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 채권시장은 한편의 드라마입니다. 그러나 감동보다는 구태의연하고 조금은 짜증이 나는 신파극에 가깝습니다.

주인공은 정책당국과 외국계은행이고, 채권시장 안팎의 관계자들이 조연으로 나옵니다. 물론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분도, 그리고 저도 엑스트라로 참가하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모티브는 요즘 가장 떠들썩한 단기 외화차입 문제입니다.

한국은행이 어제(25일) 발표한 은행들의 지난달 외화차입한 규모는 81억달러에 육박했습니다. 이 가운데 90%이상을 단기차입이 차지했고, 이같은 규모는 사상 두번째입니다.

이처럼 단기간에 외채가 급증하면서 정부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습니다.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최근까지 사활을 걸었던 유동성도 쉽게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당국은 단기외채 급증의 진원지인 외국계은행을 향해 칼을 빼들었습니다. 단기외화차입으로 무위험 수익을 누리며 시장을 교란한(?) 온 죄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사건은 곧바로 채권시장의 비극(?)이 됩니다.

정부 당국이 외국계은행 지점에 외화차입 자제를 요청을 하면서 외화차입에 대한 정책 규제 가능성이 불거져 나왔고, 채권시장도 잔뜩 움츠러들었습니다. 외국계은행들의 경우 무위험 거래 과정에서 국내 채권을 대거 사들였고, 외화차입 규제 얘기가 불거져나오자 일제히 샀던 채권을 되판 것입니다. 시장에 매물이 쏟아져 나오니 당연히 금리는 올라가고 채권값이 곤두박질치기 마련이지요.

당국은 직접적인 규제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지만 시장은 이미 직접 규제에 버금가는 강경한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이미 지난해 지준율 인상을 통해 빡빡해진 단기자금 사정을 몸소 체험했던 시장입니다.

이같은 긴축 스탠스 확인으로 한동안 꿈쩍않던 단기금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내부적인 수요 부재로 몸살을 앓고 있던 양도성예금증서(CD) 시장의 조달금리는 이미 높아졌지만 외화차입 규제라는 변수가 CD고시금리의 직접적인 상승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91일물 CD금리는 두달여만에 4년간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기업어음(CP) 금리도 석달만에 꿈틀댑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마침 월말 세수요인으로 가뜩이나 부족했던 초단기 콜시장에도 외화차입 규제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습니다.

어제 콜시장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월말과 지준요인에 한국은행의 긴축 스탠스까지 겹치자 일부 외은이 콜차입마저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세 콜금리가 5%대로 치솟은 것입니다. 한국은행은 부인했지만 외은지점의 행태를 못마땅하게 여긴 한국은행이 고삐를 더욱 바짝 조였다고 시장은 믿고 있습니다.

이날 장기 지표금리도 장중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펀더멘털 위협으로도 쉬 오지 않던 연중고점을 불러올 만큼 정책 불확실성의 효과는 상당했습니다.

물론 위기를 관리하려는 정부의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도 불만이 쏟아져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외채 급증 우려가 새로운 돌발 변수가 아닌 만큼 정부가 사건의 복선을 좀더 일찍 캐치했더라면 급박한 시장 변동은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외국계은행에게 해외차입 자제를 요청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한동안 정보의 비대칭성을 야기했고, 이로 인해 내국인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사안이 중대한데도 명확한 답 없이 애매한 발언만을 반복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태도에도 시장 참여자들은 서운함을 표시합니다.

특히 재정거래라는 무위험 거래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차익거래인 만큼 이를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것 자체가 시장 논리를 거스른다는 비판도 빗발쳤습니다. 결국 금리가 오르면서 또다른 차익거래 기회만 제공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해지는 풍선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유동성 죄기 이후 정부가 인위적인 자금지원에서 벗어나 콜시장의 균형을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다른 거래(해외차입)에 대해서는 인위적으로 제어하려 하고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외국계은행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무위험 거래에 집중한 나머지 시장의 도의를 어겼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시장의 혼란은 결국 `시장 논리`와 함께 `신뢰`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 신파극의 두 주인공 모두 시장 신뢰를 잃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아직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딱히 묘책을 내기 어려운데다 하루이틀만에 해결되기도 쉽지 않습니다. 가닥을 잡더라도 여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데 이미 시장의 중지가 모아진 상태입니다.

헐리우드 영화의 극적반전까지는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눈물콧물만 짜고 남
는 게 하나 없는 `구태의연한 순정 비극`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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