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2로 재생 가능 플라스틱을…‘저탄소 넘어 마이너스 탄소로’[르포]

유럽의 녹색 심장 오스트리아 130년 역사의 매너스도프 시멘트공장
온실가스 감축 위해 화석연료의 90%를 순환자원으로 대체
CO2→플라스틱→연료…CO2 순환 방안 연구
  • 등록 2024-05-27 오후 12:00:00

    수정 2024-05-27 오후 2:46:53

[빈(오스트리아)=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오스트리아 빈 인근에 있는 세계 최대 시멘트 기업 홀심(社)의 매너스도프(MANNERS DORF) 시멘트 공장. 지난 23일(현지시간) 찾은 이 공장은 1894년에 가동을 시작했다는 게 무색할 만큼 최신 설비를 갖췄다.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탄소중립 가치 실현을 위해서다.

이 공장 한켠에는 고형연료제품(SRF, Solid Refuse Fuel)을 실어나르는 트럭이 바삐 움직였다. SRF는 버려진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 가연성 물질을 선별한 폐기물로 시멘트 공장에서는 훌륭한 열원으로 쓰일 수 있다. 트럭에서 SRF가 쏟아지면 자동화된 공정을 거쳐 대체연료로 활용됐다.
폐플라스틱, 폐비닐 등 SRF를 실은 트럭이 매너스도프 공장에 SRF를 내려놓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김영환 기자)
베른하르트 쾩(Bernhard Kock) 매너스도프 품질 및 환경담당은 “하루에 300~400t에 달하는 SRF가 이 공장에서 쓰인다”라며 “솔벤트 기름과 섞어 예열탑과 소성로(킬른) 등에 고루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멘트공장은 시멘트 생산 이전 반제품인 ‘클링커’를 만드는데 1450℃의 높은 열이 필요하다. 고열을 내는 과정에서 당연히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할 수밖에 없고 다량의 탄소도 배출한다. SRF가 기존 연료인 유연탄을 대신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다.

베어트홀트 크렌(Berthold Kren) 매너스도프 최고경영자(CEO)는 “법적인 이유로 2년 전 데이터만 공개가 가능하다”며 “2022년 대체연료 사용률이 81.5%고 2024년 현재는 85~90% 정도로 보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오스트리아 남부에 있는 레츠네이 플랜트에서는 97~98% 가량 대체연료를 쓰고 있다”고 자신했다.

매너스도프 공장의 최대 90% 대체율은 국내 시멘트 기업(35%)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향후 이 공장은 순환자원 재활용 센터를 건립해 대량의 가연성 폐기물을 순환자원화해 대체연료로 사용하고 태양광발전도 도입해 2025년 친환경 에너지 확보율 25%를 달성할 계획이다.

베어트홀트 크렌(Berthold Kren) 매너스도프 CEO(사진=김영환 기자)
매너스도프 공장은 현재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시멘트 1t당 495㎏으로 전세계(평균 611㎏)에서 가장 낮은 공장으로 꼽힌다. 오스트리아 평균 534㎏ 보다도 낮을뿐만 아니라 순환자원 재활용률이 100%에 달하는 시멘트 공장을 확보한 독일(565㎏)보다도 낮다.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한국 시멘트 업계도 현재 다소 정체한 순환자원 재활용률을 유럽 수준으로 빠르게 상승시키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럽 지역의 순환자원 재활용율은 평균 52%에 달한다.

매너스도프 공장은 또 이산화탄소(CO2)를 활용한 재생 가능 플라스틱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넘어 ‘마이너스(-) 탄소’에까지 이르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폐플라스틱을 시멘트 연료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인 CO2마저 플라스틱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의 최종적인 수단으로 탄소 포집·활용·저장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이 꼽힌다. 매너스도프 공장에서는 이 전단계인 탄소 포집·활용의 CCU(Carbon Capture, Utilization) 설비 도입이 예정돼 있다. 시멘트 플랜트에서 CO2를 포집해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변환하겠다는 것이다.

크렌 CEO는 “약 25㎞ 떨어진 곳에 보렐리어스라는 플라스틱 회사와 CO2 후처리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라며 “CO2로 플라스틱을 만들고 다 쓰고 나서 다시 우리가 연료로 쓰게 되면 탄소를 계속 순환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홀심은 오는 2030년까지 4억 5000만유로(6672억원)를 투자해 CCU 설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스트리아 정부와 이노베이션 펀드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도 꾀하고 있다.

호디노트 전 협회장은 “유럽은 탄소중립 방안으로 클링커 사용 축소를 통한 저탄소시멘트 생산확대와 순환자원 재활용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확대한 후 궁극적으로 CCUS 기술을 대규모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매너스도프(MANNERS DORF) 시멘트 공장(사진=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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