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까레이스키의 조국

  • 등록 2006-12-07 오후 5:15:40

    수정 2006-12-07 오후 5:20:26

[사할린=이데일리 안승찬기자] 한겨울에는 영하 35도까지 떨어지는 러시아 극동의 섬 사할린. 이곳은 자원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 기업들도 속속 진출하고 있구요. 하지만 사할린은 우리에게는 `한 맺힌 땅`이기도 합니다. 사할린 한인동포들의 얘기를 산업부 안승찬 기자가 전합니다.

러시아 사할린 섬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유즈노사할린스크의 한 한식당. 불판에서 구워지는 삼겹살 위로 술잔이 오갔습니다. `보드카 석잔을 같이 마셔야 친구가 된다`는 러시아 속담을 떠올리며서 말이죠.

사할린에서는 이런 한국식 음식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일반 카페(러시아에서는 카페가 대중음식점입니다)에서도 `김치볶음밥` 등 한국식 메뉴가 보일 정도죠.

사할린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동포들은 5만여명으로 사할린 전체 인구의 8%에 달합니다. 벌써 4세, 5세까지 내려간 이들 한인동포들은 특유한 성실함으로 사할린에서 비교적 중상류층을 형성하고 있죠.

술자리가 무르익으면서 좀 뜬금없는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한국과 러시아가 축구시합을 하면 사할린의 한인동포들은 어느팀을 응원할까` 하는 것이었죠.

저녁자리에 합석한 한 동포는 예상을 깨고 "자신의 경우는 당연히 러시아를 응원한다"고 당당하게 답하더군요. 한인동포 4세인 그는 한국어도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취업을 위해 학원에서 따로 배운 경우죠.

어찌보면 러시아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학교를 다니고 러시아에서 직장을 얻어 살고 있는 그에게 법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그들의 나라는 러시아가 당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왠지 묘한 기분도 들더군요. 일제 강점기 때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됐던 동포들이 광복과 함께 사할린 코르샤코프의 언덕에서 한국에서 자신들을 데려갈 배를 기다렸지만, 결국 아무도 오지 않았던 서글픈 역사 때문이었을까요.

당시 패전한 일본 정부는 사할린에 거주하고 있던 일본인들을 모두 데려간 것과 참 대조적으로 말이죠. 그래서 지금도 사할린의 동포들은 남쪽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코르샤코프의 언덕을 `망향의 언덕`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세월이 한참 지나 이제는 한국의 기업들이 사할린의 동포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자원개발로 `기회의 땅`으로 부각되고 있는 사할린에서 이들 동포들은 우리 기업들의 언어문제와 생소한 문화적 차이를 상당부분 메워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우건설의 사할린 LNG 프로젝트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서현우 현장소장(상무)은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플랜트 사업에 진출해 시행착오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현지 동포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할 정도죠.

현지 외국기업들도 "추운 기후조건과 러시아라는 생소한 환경에서도 대우건설이 다른업체들보다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사할린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하고 있더군요.

그나마 사할린 동포들에게 좋은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국내 사회단체인 한강포럼이 내년 광복절에 맞춰 망향의 언덕에 기념비를 세울 계획이라고 합니다. 조각은 서울대 최인수 교수가 맡는다고 하더군요.

이국 땅 사할린에서 `카레이스키(고려인)!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손가락질 받던 한 맺힌 동포들에게 이 기념비가 조그마한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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