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수의 월가 키워드)Red Herring

  • 등록 2004-05-06 오후 3:18:50

    수정 2004-05-06 오후 3:18:50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기업을 만들고 키워서, 회사 주식을 공개한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 분명하다. 잘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랄까. 주식 투자자들에게도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매력적인 투자수단이다. 미인대회 심사위원처럼 좋은 기업을 만나면 가슴이 설렌다.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바로 그런 기업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구글 IPO를 앞두고, 월가는 후끈 달아올랐다. IT 버블 붕괴 이후 구글만큼 관심을 끄는 IPO는 찾아보기 어렵다. 구글의 기업공개는 이런저런 이유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다. 월가의 IPO 관행, 기술주 버블 시기 웃지못할 IPO 사례를 통해, 구글이 왜 이토록 주목을 받고 있는지 살펴봤다. ◇IPO의 통상적 절차 기업을 공개한다는 것은 "기업을 사회화한다"는 의미다. 특정 주주가 기업을 독단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주주, 다수의 투자자들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모든 기업이 IPO를 하는 것은 아니다. 창업자가 기업 경영에 필요한 자본을 원활하게 조달할 능력이 있으면 굳이 기업공개를 할 필요가 없다. 일단 기업공개를 하면 회사는 특정 개인이 아닌, 다수 주주의 이해를 대변해야 한다. 사회적인 책임도 더욱 무거워진다. IPO 이후 회사 주식이 주식시장에서 거래됨에 따라 경영내용도 훨씬 투명하게 공시해야한다. IPO를 결정한 회사는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을 찾아 기업공개의 전과정을 협의한다. 미국의 IPO 제도는 상당히 개방적이다. IB를 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IPO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이 월가의 유력 IB를 주간사로 삼는다. 기업과 IB는 기업인수(Underwriting) 계약을 맺고, 발행할 주식의 종류와 수, 가격 등을 논의한다. IB는 최소한 어느 정도의 주식을 반드시 투자자들에게 팔겠다는 약속(Firm Commitment)을 한다. 기업공개 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주가를 일정 수준 유지한다는 약정을 맺기도 한다. 기업과 IB 간의 이같은 계약은 우리나라의 기업공개와 거의 유사하다. 미국에는 IPO를 할 때 이러이러한 절차와 방식으로 해야만한다는 고정된 규칙은 없다. 공개를 결정한 기업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 내용을 공시하고, 경영상 쟁점이 되는 사항을 빠짐없이 밝혀야한다는 의무만 있을 뿐이다. 이번에 구글이 보통 IPO와 다르게 기관투자자들에 우선권을 주는 이른바 총액인수를 거부하고 경매 방식(auction)을 채택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의 IPO 절차가 그만큼 유연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시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면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IPO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월가의 IB들은 자체적으로 `IPO의 룰`을 만들었고, 대부분 그 관행에 맞춰 IPO를 해왔다. 기업과 주간사 계약을 맺은 IB는 단독, 또는 복수로 해당 기업의 공개주식을 모두 인수한다. 단독으로 주식을 인수할 경우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 복수의 IB가 인수단에 참여한다. 기업은 주간사 IB들이 결정되면 SEC에 기업 공개와 관련된 공시 서류를 제출한다. 이 서류에는 기업의 재무상태 등 경영상의 주요 정보가 들어있다. 법률적인 문제, 주식공개 자금의 사용처, 기업 내부자 지분도 포함된다. SEC는 공시 서류를 검토한 후 냉각기간(cooling off period)을 설정한다. 투자자들이 기업 내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다. SEC도 이 기간 동안 공시 내용을 면밀히 조사한다. SEC가 공시 서류의 효력을 인정하면 기업공개 일자가 확정된다. 냉각기간 동안 IB는 투자자들에게 공개될 기업의 장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월가에서는 이를 `Red Herring`이라고 한다. ◇막강한 IB IPO 이전까지 기업은 외부에 자신의 재무상태나 경영상의 문제를 알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IPO에 들어가면 회사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공개하고 투자자금을 끌어와야한다. 투자자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던 기업 사정을 자세하게 뜯어보고 싶어한다. IB는 기업설명서(Initial Prospectus)를 만들어서 투자자들에게 돌린다. 이 설명서에는 기업 정보가 소상하게 들어있다. IB는 로드쇼를 통해 유력 기관투자자들을 불러놓고 회사 설명회를 갖는다. IB들은 일단 IPO 주식을 모두 인수한 다음, 이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되판다. 자연스럽게 개인투자자보다는 기관투자자들에게 집중하게 된다. 개인이 IPO 투자로 재미를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IB와 특별한 인연이 있지 않으면 좋은 기업의 IPO에 참여하기가 어렵다. SEC가 공시 서류에 대한 승인을 내주면, 로드쇼 등을 통해 투자자들의 반응을 접한 기업과 IB는 공모가격을 결정한다. 공모가격이 결정되면 총액인수가 이뤄지고, 투자자들에게 주식이 적절히 배분된다. IPO 이후 기업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가 일정 기간 동안 금지된다.(Lockup Period) 미국의 관련법률은 lockup Period를 3~24개월로 규정하고 있다. 최소 90일간 내부자 주식 매도가 금지된다. IPO를 통해 주식을 인수한 기관투자자들은 장기간 이 주식을 보유할 수도 있고, 그 즉시 팔아버릴 수도 있다. 기업공개 초기 기관투자자들이 이익실현을 위해 물량을 쏟아내는 것을 `flipping`이라고 한다. 플리핑을 반길 기업은 없다. 만약 개인투자자가 플리핑을 하면 다시는 IPO 기회를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IB와 대형기관의 유착관계때문에 IT 버블기에는 플리핑이 만연했다. 개인과 기관을 차별하는 것이 아니냐고 항변할 지 모르지만, IPO에 있어서 주식 배정, 투자자 선정 일체는 IB 고유 권한이다. IB에 계좌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IB가 정한 조건을 충족해야만 IPO에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IB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많았다. Red Herring이라는 말도 이 대목에서 그 뜻이 분명해진다. ◇Red Herring IB는 가능하면 IPO 기업을 좋게 보이도록 애쓴다. 월가에서는 이를 `hype`라고 한다. "이번 IPO는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런 기업이 다시 나오려면 100년은 기다려야합니다." 이런 식의 과장 광고를 서슴지 않는다. 냉각기간 동안 IB가 벌이는 이같은 세일즈 행위 전체가 `Red Herring`이다. 레드 헤링은 훈제한 청어를 뜻하지만, 관용적으로는 "아무 관계도 없는 질문을 함으로써 관심을 딴 데로 돌리다. 논점을 흐리게 만들어 대중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다"는 뜻이 있다. 레드 헤링의 어원이 재미있다. 훈제한 청어는 붉은 색을 띤다. 서양에서는 생선을 훈제해서 장기 보관하는데 레드 헤링에서는 독특한 비린내가 날 것이 뻔하다. 1800년대 영국의 죄수들은 탈옥을 할 때 사냥개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레드 헤링을 온몸에 비볐다고 한다. 사냥개의 후각을 혼란시키기 위한 것이다. 레드 헤링은 영국 귀족들의 여우사냥에도 동원됐다. 여우를 추격하는 사냥개의 후각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사냥터 곳곳에 레드 헤링을 널어놨다. 레드 헤링은 "혼란을 유도하는 것"의 대명사가 됐다. 1920년대 월가는 시장이라기보다는 야바위판이었다. 당시의 IPO에서도 기업설명서는 일종의 레드 헤링이었다. 그럴듯하게 기업 내용을 포장하는 설명서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레드 헤링이라고 불렀다. 월가 스스로 IPO의 `투기적인 속성`, 노골적으로 얘기하면 `사기적인 속성`을 자인한 것이다. ◇`닷 콘(Dot Con)`의 기억 IPO를 둘러싼 잡음은 1990년대말부터 2000년까지 IT 버블기에 극에 달했다. 미국의 공영방송PBS는 IT 버블기에 있었던 IPO 사기극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도 했다. 이 다큐 프로그램에 `닷 콘(Dot Con)`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닷컴 기업`을 빗대 `닷 콘`이라고 한 것인데, con은 confidence의 줄임말로 미국 속어로 사기, 협잡이라는 뜻이다. 이 사기 행위에 월가의 IB들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IB는 우선 벤처캐피탈과 함께 적당한 IT 기업, 닷컴 기업을 물색한다. 초기 자본 투자를 약속하고, IPO를 하자고 한다. Mothernature.com이라는 회사의 한 관계자는 IB에서 나온 사람으로부터 회사의 사무실과 가구를 구입하기도 전에 IPO 제의를 받았다고 실토했다. CacheFlow라는 회사의 CEO인 브라이언 스미스는 "우리의 수익모델에 대해 우리 스스로 확신을 할 수 없었지만 IPO를 하게 됐다"며 "우리 제품에는 기술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벤처캐피탈이 이같은 기업들을 충동질해서 IB에 소개했고, 하루 아침에 첨단기업으로 포장돼 IPO 시장에 나타났다. 이런 날탕 기업들이 변변한 수익을 낼리가 없다. IB와 결탁한 기관투자자들은 그 사실을 눈치채고 IPO에서 받은 주식을 그날로 되팔아버리는 플리핑을 예사로 했다. 캐피탈그룹의 데이비드 시미노프는 "그 당시 4년 동안 500개 기업이 IPO되는 것을 봤습니다. 우리는 200~250개 IPO에 참여했는데, 우리가 이들 기업을 보유한 시간은 아마 10분쯤 될 겁니다. 8~10달러하는 주식을 일년내내 들고 있어도 20% 수익을 낼까말까죠. 그런데 IPO 직후 주가가 95달러가 되면 팔지 않을 이유가 없죠"라고 말했다. IPO 시장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개인투자자들은 기업공개 직후 시장에서 닷컴 기업 주식을 사지 못해 안달이었고, 기업공개 첫날 주가가 몇배 몇십배로 뛰는 일이 흔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부실 기업의 주가가 시장에서 오래 유지될 수는 없었다. IB들은 닷컴 애널리스트를 동원해서 거짓 보고서를 쓰도록 했고, 거품이 잔뜩 낀 주가를 `아직도 싸다`며 투자자들을 오도했다. IB들은 웬만하면 닷컴 기업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구글의 실험 월가는 IT 버블 붕괴와 함께 만신창이가 됐다. CSFB의 프랭크 쿼트론은 IPO 비리 혐의로 기소됐다. 최근 쿼트론은 유죄 평결을 받았다. 헨리 블로짓, 잭 그룹먼 등 스타 애널들도 옷을 벗었고, 수백만달러 벌금을 물었다. 그래도 월가의 IB는 살아남았다. 쿼트론 왕국으로 불렸던 CSFB는 당당하게 구글의 IPO 주간사 중 하나로 선정됐다. IB들의 복원력은 놀랍다. IPO의 맹점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구글의 실험에 적극 동참, 월가에 새로운 IPO 붐을 일으키고 있다. 구글은 IPO 공시 서류를 제출하면서 월가의 관례인 총액인수를 부정하고, `더치 옥션(Dutch Auction)` 방식으로 기업공개를 하겠다고 밝혔다. 레드 헤링과 기관투자자들과의 유착 관계를 이용, 밀실에서 뚝딱뚝딱 공모가격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 입찰을 통해 공모가를 산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구글은 IPO 이후 기업 지배 구조에 있어서도 주식 의결권에 차별을 둠으로써 "주주들의 눈치를 보느라 재무제표를 보기좋게 만들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IPO 이후에도 "사악해 지지 말자(Don"t Be Evil)"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글의 `IPO 전략`은 새로운 형태의 `레드 헤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구글의 IPO 서류에 나타난 옥션 방식의 공모가 산정은 철저하게 기업에 유리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더치 옥션 구글의 IPO 전략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주간사의 역할을 축소시켰다. 옥션이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라고 특별히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총액인수도 아니어서 형식적으로는 개인과 기관이 동등하다. 둘째, 옥션으로 IPO 가격을 최대한 기업에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IT 버블기에는 IPO의 배정이 IB 손에 의해 이뤄지면서 유착관계가 형성됐고, 공모가격이 기업에 불리하게 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관투자자들은 IPO 직후 플리핑을 의식, 공모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선호했다. IB가 공모가 산정에서 장난을 조금만 치면, 기관투자자는 플리핑으로 떼돈을 벌었다. 이 돈의 일부는 IB 관계자들에게 리베이트로 돌아갔다. 반대로 기업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구글은 SEC에 제출한 IPO 공시서류에서 "옥션으로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낼 것이기 때문에 플리핑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재미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글이 이렇게 자신만만한 것은 자신들의 기업내용이 좋기도 하지만, 더치 옥션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옥션에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컨티낸탈(Continetal) 스타일과 더치 스타일이다. 컨티낸탈 스타일은 내정 가격을 정해 놓고, 그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투자자들에게 각자 써낸 가격으로 물량을 받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더치 스타일 경매에서는 내정가격을 정해 놓고, 투자자들이 써낸 가격과 물량을 죽 늘어놓는다. 가장 높은 가격부터 차례로 내려와서 예정된 물량이 소화될 수 있는 최저 가격을 정한다. 이를 클리어링 프라이스(clearing price)라고 한다. 응찰자들은 자신이 써낸 가격이 클리어링 프라이스 이상이면 물량을 배정받는다. 이때 인수 가격은 클리어링 프라이스로 모든 낙찰자들이 단일 가격에 물량을 인수해간다. 더치 스타일 경매에서는 투자자들이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서 높은 가격을 써내는 경향이 있다. 높은 가격을 써내더라도 배정 물량을 자신이 써낸 가격에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클리어링 프라이스`에 인수하기 때문에 욕심껏 가격을 높여 쓰게 된다. 컨티낸탈 스타일에서는 자신이 써낸 가격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가격을 쓸 때 주춤거리게 된다. 더치 옥션에서는 물량 배정에 집중, 가격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옥션 참가자들이 전반적으로 가격을 높여 쓰게 되면 클리어링 프라이스 자체가 올라가게 된다. 더치 옥션에서는 물건을 파는 사람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다. 더구나 그 물건이 누구나 탐내는 것이라면 클리어링 프라이스가 예상밖으로 높아진다. ◇구글의 레드 헤링 구글이 SEC에 제출한 IPO 서류에는 옥션 과정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옥션 각 단계에서 구글은 "우리는 IT 버블기 IPO와 다르다"는 명분을 내세웠고, 최대한 IPO 가격을 높이는 실리를 챙겼다. 이번 구글의 IPO는 클래스A로 의결권이 주당 한표씩이다. 구글의 경영진이 보유할 클래스B는 의결권이 주당 열표다. 이처럼 의결권에 차등을 둠으로써 경영권 방어가 용이하고, 주주들의 간섭을 덜 받게 된다. 주주 간섭을 덜 받는다는 의미는 주가 하락에 덜 민감하다는 뜻도 된다.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이렇게 의결권에 차이가 있다면 클래스A의 가격이 낮아져야한다고 주장한다. 구글은 "주주 간섭에서 자유로와야 실적 부풀리기와 같은 주가 맹목적 경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응수한다. IPO 주식의 성격에서부터 구글은 자기중심적인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옥션의 첫단계로 들어가보자.(Qualification Process) 투자자들은 주간사로 선정된 IB에 계좌를 만들고, 그 IB가 정한 조건에 맞을 경우 응찰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응찰자는 기관, 개인을 가리지 않는다. IB는 응찰자들에게 구글의 기업설명서를 배포한다. 구글은 기관과 개인을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IPO에 대한 관심을 극대화시켰다. IPO 비리의 핵이 IB와 기관투자자였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이다. 과거 IT 버블기에 소외된 개인을 끌어들임으로써 구글에 대한 인지도를 크게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응찰자가 많으면 경쟁률이 높아지고, 가격도 올라간다. 구글은 IPO의 대중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가격 상승이라는 실리를 얻었다. 두번째 단계는 응찰이다.(Bidding Process) 구글은 사전에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대를 공시한다. 주당 최저 얼마, 최고 얼마 식으로 가격 밴드를 정해놓을 예정이다. 전통적인 더치 옥션에서는 이같은 가격 밴드를 공개하지 않는다. 구글은 예상 가격대를 공개함으로써 입찰이 과열로 흐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써내거나, 터무니없이 많은 수량을 적어낸 투자자들은 임의로 물량 배정에서 제외된다. 구글은 또 응찰 가격이 올라가면 IPO 주식수를 추가로 늘릴 수도 있다고 했다. 공개 주식수가 늘어나면 IPO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요인이 된다. 입찰 과열을 넌즈시 경고하는 것이다. 응찰자는 복수의 가격과 수량을 적어낼 수 있다. 응찰이 과열로 흘러서 공모가격이 올라가면, IPO 이후 주가가 급락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구글은 이를 염려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가격대를 공표하고, 공모가격이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주식공개후 주가급변을 피할 수 있다. 세번째 응찰 마감이다.(Auction Closing Process) SEC의 최종 인가가 나오고, 투자자들은 입찰을 취소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네번째 낙찰 가격 산정이다.(Pricing Process) 앞서 설명한 더치 옥션의 원칙대로 가장 높은 응찰 가격부터 순서대로 늘어놓고, 모든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최저 가격을 클리어링 프라이스로 정한다. 이 가격과 같거나, 그 이상으로 응찰한 투자자들은 물량을 배정받는다. 구글은 여기서 여운을 남긴다. 이 클리어링 프라이스를 공모가격으로 그대로 쓸 수도 있고,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모가격을 산정할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이다. 더치 옥션 방식으로 가격을 산정하면 구글의 공모가격은 예상 외로 높게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유통시장에서 구글 주식의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클리어링 프라이스가 너무 높으면 공개후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 구글은 IPO 이후를 의식, 클리어링 프라이스보다 낮게 공모가격을 정할 수도 있다고 말함으로써, 유통시장에서 주가가 상승할 여지를 남겼다. 구글은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플리핑 기대를 갖지 못하도록 하면서도, IPO 이후 유통시장에서 `단타 매매`로 `약간의 재미`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암시,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마직막 단계는 물량 배정이다.(Allocation Process) 클리어링 프라이스 또는 그에 근접한 가격으로 공모가격이 정해지면, 자신이 써낸 가격이 이와 같거나, 높았던 투자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써냈던 만큼의 물량을 받아가게 된다. 그러나 클리어링 프라이스와 공모가격이 비교적 크게 차이가 나면, 투자자들은 당초 원했던 물량을 다 받지 못하게 된다. 구글은 최소한 응찰 수량의 80%를 배정받을 수 있도록 두 가지 배정 원칙을 정했다. 상황에 따라 둘 중 한가지 방식을 쓰겠다는 뜻이다. 우선 동일비율 배분(Pro Rata Allocation)이다. 예를들어 2만주를 배정하는데 낙찰을 받은 투자자들이 써낸 물량은 2만1200주라고 하자. 응찰 대 예정 수량의 비율이 94.34%로 투자자들은 이 비율대로 자신이 써낸 물량의 94.34%씩을 가져가게 된다. 100주를 써내 사람은 94주를, 2100주를 써낸 사람은 1981주를 받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배분했을 때 투자자들이 80% 이상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최대 지분 배분(Maximum Share Allocation) 원칙이 적용된다. 최저 응찰 수량부터 응찰 수량을 100%씩 가져가는 것이다. 예를들어 2만주를 배정하는데 응찰 규모는 2만1200주라고 하자. A가 100주 B가 2100주 C가 4000주 D가 4500주 E가 5000주 F가 5500주 를 써냈다면, 응찰 수량이 적은 A부터 최대로 가질 수 있는 주식을 차례로 가져간다. A는 100주 (남은 주식 1만9900주) B는 2100주 (1만7800주) C는 4000주 (1만3800주) D는 4500주 (9300주) E와F는 남은 주식을 각자 최대로 나눠서 4650주씩 배정을 받는다. 구글은 IT 버블 당시의 시끌벅적한 로드쇼나 과장광고(hype)가 아닌, 교묘하게 짜여진 옥션 프로세스로 투자자들을 IPO로 끌어들이고 있다. SEC에 공시한 구글의 재무제표는 투자자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그러나 옥션에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면 할수록 구글의 IPO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구글은 "우리는 다르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그런 선전 자체가 레드 헤링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월가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구글 주가가 IPO 이후 폭락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구글의 배려(?)로 입찰에 대거 참여한 개인투자자들이 구글의 미래 수익, 동종업체간 경쟁관계, 인터넷 검색시장의 전망 등을 꼼꼼히 챙길만큼 잘 훈련받았는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과거 IT 버블을 조장한 것은 분명 IB와 벤처펀드였다. 그러나 그 버블을 증폭시키고, 스스로 희생자가 된 주체는 개인투자자들이었다. 구글의 파격적인 IPO가 신선하기는 하지만, 과거 IPO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개인투자자를 타겟으로 삼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깜찍 하트
  • '곰신' 김연아, 표정 3단계
  • 칸의 여신
  • 스트레칭 필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