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아무나 경영하는 회사인가요?”…깊어지는 이사회의 고민

실적과 주가에서 성공한 구현모 돌연 사퇴
구 대표 사퇴 이유는 "주주가치 훼손 우려"
KT 직원들, 일부 공모 응한 후보자들에 실망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높이는 CEO 후보 나올까
외국인 지분 43% 넘어..엉뚱한 후보면 주총 부결 가능성도
  • 등록 2023-02-23 오후 4:55:43

    수정 2023-02-23 오후 10:23:4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구현모 KT 대표이사(CEO)가 23일 차기 CEO 후보에서 돌연 사퇴하면서 KT 이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구 대표가 밝힌 사퇴 이유는 “본인이 연임에 성공해도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는 것이지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많다. 민영화된 지 20년이 지난 KT의 지배구조가 또다시 외압에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구 대표를 후보군에서 빼고 CEO 선임 절차를 진행하기로 한 KT 이사회(의장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엉뚱한 후보를 뽑았다간 외국인 비중(43.69%·21일 기준)이 많은 주주총회에서 부결될 수 있고, KT 안팎의 시선도 집중된 상황에서 3월 7일경 최종 차기 CEO 후보를 결정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실적과 주가에서 성공한 구현모 돌연 사퇴

구현모 대표는 KT 역사상 처음으로 선임된 ‘공채 출신’ CEO다. KT 입사 이후 28년 만인 2020년 CEO에 오른 뒤 최초로 매출 25조 원 시대를 열었고, 취임 당시 주가가 1만 9000원대에 머물렀던 것을 3만 7000원까지 끌어올리는 등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여줬다.

과감하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꿔,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의 전환에 성공해 KT 그룹 전체의 혁신을 주도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화를 쓴 것도 미디어·콘텐츠 분야 컨트롤타워(스튜디오지니)를 만들어 콘텐츠 투자에 마음을 다한 그의 결단 덕분이기도 하다.

구 대표는 지난 9일 KT이사회가 정부의 소유 분산 기업 지배구조 투명화 요구를 받아들여 공개경쟁방식으로 차기 CEO 선임을 재추진한다고 발표했을 때까지만 해도 “셀프연임이란 말을 듣고 싶지 않다”면서 “지난 3년의 성과와 향후 3년의 경영방향을 제대로 평가받아 차기 CEO가 되겠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2주 만에 돌연 차기 CEO 후보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구 대표는 이날 “증권사(하나증권)리포트에서 지적했듯이 지배구조 리스크가 KT의 주주 가치를 훼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사퇴를 결정했다”고 말했고, 한 KT 전직 CEO는 “지난해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사퇴보다는 끝까지 경쟁하는 게 낫겠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KT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생각하면 사퇴가 낫다고 본다”고 했다.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려는 정부 의지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면서 구 대표가 연임하면 KT라는 기업이 혼란에 빠질 우려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나 경영하는 기업인가요?…전문성 없는 낙하산 경계 목소리는 커져

구 대표의 갑작스러운 후보 사퇴에 “이럴 바엔 지난해 사퇴하지”, “무책임하다”는 사내 비판이 적지 않다. 경쟁사들과 달리 3월이 다 되도록 인사나 조직개편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구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적어도 ‘경영 성적표’로는 역대 최고점을 받았던 구 대표의 후임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까다. 정부와 잘 소통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이를 넘어 전문성이 전혀 없는 낙하산 인사가 CEO가 될까 걱정하는 시선도 크다.

KT 30대 직원은 “공모에 응한 분 중, 10년도 훨씬 전에 KT에 있던 분이나, IT에 대한 최소한의 경험이나 지식조차 없어 보이는 분들까지 응모한 걸 보고 아무나 경영하면 되는 기업인가? 하는 황당한 생각마저 들었다”고 했다.

KT 전직 CEO는 “이사회가 KT의 발전과 한국의 IT 산업 발전을 위해서 적임자를 선정하길 기대한다”면서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높이는 좋은 CEO가 나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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